이오닉스 시범 세션 – 월광(月狂)

3월에 시작하는 이오닉스 캠페인 PC 시범가동쯤 되는 무룰 역할극입니다. 그 캠페인을 제가 소설로 써볼 생각이어서 RPG 세션 소설화의 예행연습이기도 하고요. 내용 자체는 외전을 넘어 이단이기는 하지만, 인물 성격이나 상호작용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1222299681.html

자작나무 사이의 그늘이 길어지면서 숲에는 조용히 어둠이 내렸다. 긴장해서 더욱 날카로워진 아스타틴의 청력에는 나뭇잎을 밟고 가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기도 하는 그들의 이동은 조마조마할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주변을 살펴도 적의 기척은 없었다. 아직은.

아스타틴은 뒤따라오는 동료 둘을 흘깃 돌아보았다. 이 숲에 살았었던 인간, 랜돌프 에디우스는 주의 깊게 주변을 경계하며
마치 먹이에 몰래 접근하는 육식동물처럼 움직였다. 다크엘프 전사 아라는 언제나처럼 오만한 표정이었지만, 움직임에는 피로감이
묻어났다. 아라의 곁에서 소리없이 따라오는 가우르(주:흑표범과 유사한 큰고양이과 포식동물)의 눈빛이 어둠 속에 빛났다.

주변에 나무가 엷어지면서 숲속 공터로 나오자 아스타틴은 숙련된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공터 주변의 나무와 덤불 사이에 적의
기척은 없었고, 덫이나 위험한 식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록윌 요새는 완만한 구릉을 넘어 있기에 불침번을 세워 알프 연방의
척후를 경계하면 휴식을 취할 만한 곳이었다. 그는 한손을 들어 뒤따라오는 랜돌프와 아라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슨 일이느냐?”

아라의 건조한 목소리는 살짝 숨이 가빴다. 역시 휴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아스타틴은 대답했다.

“좀 쉴 만한 곳을 발견한 것 같아.”

“눈에 띄지는 않겠느냐?”

이 거만한 다크엘프는 여전히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토를 달고 있었다. 아스타틴이 대꾸하려는 순간 랜돌프가 끼어들었다.

“록윌 요새 근처는 전에 내가 사용하던 근거지다.”

근거지. 랜돌프가 ‘엘프 이터’로서 엘프를 사냥해 노예로 팔던 근거지라는 뜻이겠지. 아스타틴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이곳은 록윌요새 숏 스카우터들의 수색범위 안이야. 그런상황에서 휴식이라니 위험해”

아라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말은 숨이 차서 헉헉거리지 않고 있을 때나 하거라, 사냥개여.”

아라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독기에 차 있었다. 그녀는 랜돌프의 이름조차 부르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이런 식이어서야 임무를 수행할 수나 있을까.’

아스타틴이 행장을 내려놓자 가우르는 식량이 들어있는 그의 가방 냄새를 맡으며 주의깊게 다가왔다. 아스타틴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런 가우르의 목과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털의 보드라움과 그 아래 커다란 짐승의 열기가 손을 통해 지친 몸에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에구구 힘들다… 울 이쁜이도 그렇지?”

가우르가 스스로 선택한 주인은 아라였지만, 녀석은 루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아스타틴 곁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다. 아라에게
아사나스라는 새 이름을 받았고 요즘은 모종의 이유로 나비라는 호칭에 더 익숙해지고 있기는 해도, 이름이 무엇이든 가우르는
아스타틴이 만져주던 손길을 잊지 않았다. 아스타틴에게는 그것이 늘 다행이었다. 이렇게 가우르가 귀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가늘게
뜨고 기분좋게 가르릉거리는 (혹은 가우르니까 가우르릉일까) 순간이면 그래도 누군가는 그의 곁에 남아주는 것 같아서… 그는 그
생각을 떨쳐내며 아라와 랜돌프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잠시라도 쉬지 않으면…”

“손톱으로 사람 뼈도 가를 수 있는 맹수를 잘도 가지고 노는군.”

랜돌프는 아스타틴과 가우르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정작 중요할때 도망할 힘도 없으면 곤란하겠지. 그럼 일단 내가 먼저 불침번을 서겠다.”

아라는 마치 랜돌프가 전원의 무기와 돈을 맡겨달라고 한 듯 쳐다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니, 불침번은 내가 서겠다.”

또 시작이었다. 어려서 이 숲에 살았고 아버지가 엘프 도망노예였던 아스타틴이라고 에미넴 숲의 악명높은 엘프 이터 랜돌프
에디우스에 대해 감정이 좋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아라는 악감정을 넘어 랜돌프의 배신을 기정사실로 취급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듣거나 짐작한 것을 종합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대체 이런 세 사람이 어떻게 서로 목숨을 맡기고 싸울지
아스타틴으로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왜?”

아라의 말에 랜돌프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희들이 잠든사이에 포박해서 노예로 팔아먹기라도 할까봐 말이냐?”

아스타틴의 손길에 기분 좋아하던 아사나스는 마치 랜돌프의 말을 알아들은 듯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긴장했다. 어둠 속에 가우르의 노란 눈이 랜돌프를 지켜보며 빛났다.

“전적이 어디 가겠느냐?”

아라의 대답은 차분했다.

“더군다나 시장이 이렇게도 가까운데 말이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알프 요새 방향을 돌아보았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군.”

랜돌프의 장난스러운 미소만으로 판단한다면 모르는 사람은 꽤나 유쾌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웃음이 닿지 않는 차가운 눈빛만 아니었다면.

“너는 아쉽게도 별로 노예로서의 가치가 없다. 뭐… 생긴 거야 제법 반반하다만…”

그는 아라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평가하며 훑어보았다.

“너희 종족은 애초에 너무 뻣뻣하거든.”

심드렁하게 말하고는 땅에 벌렁 드러누워 버리는 그를 보는 아라의 눈이 분노로 번득였다.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랜돌프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날 실망시키는구나, 사냥개야.”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는 진짜 살의가 담겨 있었다. 아스타틴은 그런 그녀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자칫하면 적진에서 아군끼리의 칼부림을 뜯어말려야 할지도
몰랐다.

“지금쯤이면 이미 배신해서 나에게 빌미를 줄지 알았다만.”

한 번 숨을 들이키고 간신히 자신을 제어하며 아라는 좀 더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하긴, 마법적으로 구속받은 ‘노예’에게 큰 선택지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녀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칼에 얹었던 손을 내리며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서는 그녀를 랜돌프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그거. 무슨 처치였는지 알고 있나?”

아라는 멈춰서며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 눈이 간간히 반짝였다.

“네가 우리를 배신하려는 본능을 막는 것이 아니더냐?”

랜돌프는 누운 채 고개를 저었다.

“시한부 독약 같은 거다. 달마다 꼬박꼬박 해독제를 먹어야 되는거지. 말하자면…”

그는 느긋한 웃음을 지었다.

“너희들은 나를 죽일수는 있어도 구속하지 못해.”

“그리고 너는 우리를 배신할 수는 있지만 살 수는 없겠지.”

아까부터 긴장하고 있던 가우르가 마치 아라의 예측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듯이 이를 드러내며 낮게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아스타틴은 그런 루테리온, 아니 아사나스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러고 있다가 적들에게 들키면 얼마나 바보같은 일일까.

“그렇게 싸우다가는 들킬지도…”

“나를 믿고 안믿고는 너희들의 자유다.”

랜돌프는 그의 말을 끊었다. 희미한 조명 속에 웃고 있는 그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왕에 주어진 자원이라면 좀더 잘 사용해보는건 어때?”

“언제든지 본성을 드러내면 그 죽음을 앞당겨줄 용의는 있다. 다사케타.”

다사케타. 생전에 텔루르가 노예 사냥꾼을 가리켜 그 표현을 쓰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옥의 사냥개, 노예 사냥꾼들.
차가운 저녁바람이 스쳐가면서 아스타틴은 문득 몸을 떨었다. 달빛만 희미하게 섞여오는 숲의 어둠 속에서 그 원한과 비탄의 말은
마치 죽음을 부르는 저주 같았다.

“그 외에는… 너를 믿지는 않는다. 너의 가치없는 생명에 대한 애착이라면 조금 더 믿지만.”

순간적인 공포감을 잊으려 애쓰며 아스타틴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였고, 적도 아니고
동료끼리 싸우다가 죽거나 잡히는 것은 사양이었다. 랜돌프가 지켜서는 것은 아라가 수긍하지 못했고, 아라는 지쳐보이는 데다
불침번을 완전히 믿고 맡길 수가 없었다. 언제 또 불청객이 찾아올지 몰랐으니까.

“그럼 공평하게 제가 먼저 불침번 서면 되는 거죠?”

아라는 아스타틴을 돌아보지 않고 시선만 흘깃 던졌다.

“그러거라.”

“나를 믿지 못하겠다니 나는 좀 쉬어두겠다.”

아스타틴이 공터 가운데에서 바싹 마른 낙엽만 빼고 나뭇잎을 치워내는 동안 랜돌프는 말을 이었다.

“마음이 바뀌어서 나에게도 불침번을 맡기려는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깨워라. 그리고……”

랜돌프는 일어나 앉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못마땅하다면 언제든지 덤벼봐. 나는 안타깝게도 가짜 싸움같은 걸 배워본적이 없다. 아마 목숨을 걸어야 할걸.”

“네가 진짜 얼굴을 드러냈을 때.”

랜돌프가 방만한 자세로 도로 드러눕는 동안 아라는 조용히 말했다.

“그때로 하도록 하지.”

아라가 랜돌프로부터 걸음을 옮기는 동안 아스타틴은 주변의 나무에서 꺾은 죽은 나뭇가지를 쌓고 조그맣게 불을 지폈다. 이제
아주 대놓고 서로 협박이라니, 도대체 누가 이 둘을 임무에 같이 내보낼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지독한 유머감각의 보유자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우르 옆, 공터 가장자리에 앉아 숲속을 내다보며 그는 수통에 물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아까 본 시내에서 떠올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뒤의 공터에서 풀썩.. 하는 소리와 이내 조그마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스타틴은 숲에서 뒤편의 공터로 잠깐 시선을 던졌다. 아니나다를까, 아라가 바닥에 주저앉아 작게 노래하며 손가락으로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생글생글 웃음지었다.

“타틴 타틴~ 같이 놀자아~~”

이런… 또 왔다. 이런 상태일 때면 아라는 아라가 아니었다. 아라의 뻣뻣한 성격과 불같은 성미가 비록 피곤하다 해도, 지금의 그녀는 아라보다도 한결 강적이었다.

“뭐해? 뭐해?”

아스타틴은 다시 숲으로 시선을 돌리는 동안 그녀가 뒤로 슬금슬금 다가앉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더 위험해진 것을 알면서도 왠지 입가에는 웃음이 살짝 떠올랐다.

“안녕, 니아.”

“잘 지냈어어~?”

아라의 다른 인격, 니아는 뒤에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얼굴을 부벼댔다. 차가운 저녁 속에 그 온기는 등뒤의 작은 불길보다도 한결 따뜻했다. 그 따스한 안도감에 겨워 아스타틴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덕분에 잘 지냈지.”

“안녕~ 피냄새 나는 아저씨.”

니아가 한쪽 팔을 풀더니 몸을 돌려 랜돌프에게 손 흔들어주는 모습이 곁눈으로 보였다.

“여긴 왜 왔어요? 놀러왔어요?”

“아이들이 잠들 시간이다.”

랜돌프의 대답은 무뚝뚝했다. 니아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시키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아스타틴은 요새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무서운 아저씨들이 있는데.. 그 아저씨들이랑 숨바꼭질 중이야.”

“아, 정말?”

니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밝게 물었다.

“무서운 아저씨들 죽이면 돼?”

“아니아니…”

아스타틴은 고개를 저었다. 니아라는 인격을 그저 어른 몸속의 어린아이라고 생각해서는 허를 찔리기 십상이었다. 예측불가능하고
유쾌할 뿐, 니아의 근본은 아라와 같았다. 유혈을 결코 피하지 않는 다크엘프 전사인 점은 매한가지였으니… 어찌보면 이성이라는
최소한의 제어가 있는 아라보다 이쪽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아저씨들에게 들키면 지는 놀이야.”

“히잉… 죽이는 게 좋은데.”

어린애 목소리로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아스타틴은 말을 이었다.

“아저씨들에게 들키지 않고 조용하게 갔다가..”

주변의 숲에서 주의를 돌리지 않은 채 그는 슬금슬금 걷는 모습을 손으로 흉내내 보였다. 피에 굶주렸다 해도 니아는 어쩔 수 없이 사람 마음을 느긋하게 하는 데가 있었다.

”.. 조용하게 등 한 대 때리고 오면 된대. 오늘은 안되고.. 다음에 실컷 놀자.”

“나비가 때리면 안 돼?”

최소한 들키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이해했는지 니아는 숨죽여 깔깔 웃었다.

“나비가 때리면 죽을 텐데~”

옆에서 가우르가 다시 가르릉거렸다. 아사나스라는 이름이 있지만 주인이 자꾸 나비라고 부르는 바람에 이제 나비 소리 나오면 자신을 부르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나비야아~~”

그 소리에 니아는 ‘나비’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이번에는 가우르의 목을 끌어안으며 부벼댔다. 털을 땋으며 작게 노래부르는
모습을 아스타틴은 어쩌지도 못하고 곁눈으로 지켜보았다. 저 긍지높은 전사가 이런 모습을 보일 만큼 참혹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과
나비하고 노는 니아의 순진무구한 모습은 기묘한 모순이었다.

이런 순간이면 그녀가 아시타를 노스탤지아 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해서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텔루르가 죽은 후 처음으로 다가와준… 친구를. 왜 아시타의 생전에는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거의
원수나 진배없는 이들과 왜 이런 곳에 있는가, 무엇을 이루겠다고. 나무 사이에 불어오는 바람이 시렸다.

곁눈으로 움직임이 보였다. 잠들지 않았었거나 자다 깬 듯, 랜돌프가 단검을 칼집에 집어넣으며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때려서 기절시키겠다. 계속 떠드는것보다 낫겠지.”

너무 열중했는지 니아는 그 말에는 반응도 없이 노래하다 말고 가우르의 어깨를 아앙- 깨물었다. 나비는 가르릉거리며 고갯짓으로 그녀를 장난스럽게 밀어냈다.

“놔두면 알아서 본래대로 돌아와.”

아스타틴은 다시 공터 주변의 숲으로 눈길을 돌렸다. 랜돌프가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사실이 새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에게 들킨 다음은 늦어.”

랜돌프의 목소리에는 으르렁거리는 저음이 섞여들었다.

갑자기 아스타틴은 부아가 치밀었다. 그 자신 ‘엘프 이터’로서 얼마나 많은 엘프를, 여자들을 이렇게 만들었을지 모를
랜돌프가 무슨 자격으로 아라, 혹은 니아에 대해 뭐라고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니아에게 손을 대겠다고 뻔뻔스럽게 말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만든 게 너희 인간들이면서-”

랜돌프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숲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곁눈으로 보였다. 동시에 가우르가 긴장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잠깐.”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며 다시 숲으로 시선을 돌렸다. 200m쯤 거리, 요새와의 사이에 있는 구릉에서 내려오는 움직임이
있었다. 요새에서 나온 정찰일까? 저대로 오다가는 이 야영지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신호탄이라도 올렸다가는 요새에서 병사들이
몰려올 것이다.

등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랜돌프가 작은 모닥불을 껐는지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공터에 랜돌프와 니아는 살짝
흔들리는 한켠의 수풀을 제외하고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가우르는 그의 곁에 서서 눈을 빛내며 숲을 내다보고 있었다.

“착하지, 착하지…”

아스타틴은 가우르의 등에 부드럽게 손을 얹고 옆의 수풀로 살짝 밀었다. 이곳에 가우르가 숨어있으면 혹시 정찰이 오더라도 랜돌프와 니아를 돕기에는 충분했다.

그 ‘혹시’의 경우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했다.

밤의 숲속에서 아스타틴은 이미 현재가 아닌 오랜 옛날의 시간을 달리고 있었다. 어서 도망쳐요, 텔루르! 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는 안 됐었다. 그렇게 무작정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수백, 수천 번을 생각했듯이 그는 다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을 유인했어야 했다. 텔루르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멀리… 마치 자동으로 움직이듯이 그는 류트를 집어들고, 일부러 소리를 내며
숲속으로 달려갔다.

”…잠깐.”

엘프 튀기는 굳어서 숲속을 내다보았다. 희미한 불빛 속에 긴 귀가 두어 번 까딱였다.

그 순간 랜디는 위험을 직감했다. 제길, 역시 록윌에 너무 가까운 위치였다. 하프엘프가 자세를 낮추며 숲을 살피는 동안
랜디는 모닥불을 당장 발로 차 흩어버리고 아직도 넋놓고 앉아있는 다크엘프 여자를 붙잡았다. 여자가 소리를 지르기 전에 입을 막고
함께 수풀로 들어가는 것은 약간 기분이 나쁠 정도로 익숙한 동작이었지만, 지금이 어디 그딴 생각 할 때냐고.

하프엘프가 ‘니아’라고 불렀던 여자는—이런 꼴일 때면 이름까지 달라지는 건가?—한 박자쯤 늦게 버둥거렸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시점.. 아씨, 이게 아니고! 랜디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조용히 해. 술래다.”

입에 팔뚝을 물려놓자 미친 다크엘프 여자는 앞니로 팔뚝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상처를 입히려고 무는 건 아니었고 (그런 일은
질리도록 많았으니 차이는 금세 알 수 있었다), 그저 뭔가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공포에 질려 비명이라도 지르지 않는 것이
다행이지.

랜디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놀랍게도 튀기 녀석은 말 한 마디 없이 숲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냐 저 자식!’

불렀다가는 정찰에게 나 여기 있소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미친 여자를 끌고 쫓아갔다가는 역시 들켜버리기 십상이었다.
결국 말 한 마디 못하고 랜디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대원이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별빛과 달빛에 의지해 아스타틴은 숲속을 달렸다. 정찰은 미끼를 물었는지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찬 밤공기를 마시며 달려가는 이 상황은, 일이 잘못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기감은 가슴 뛰는 기묘한 희열이었다.

이 기분 때문에, 달리면서 그는 생각했다. 노스탤지아라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더 잃을 것이 없어서, 두려움의 날이 선 이 흥분밖에는 남은 것이 없기에…

공터에서 상당한 거리까지 왔을 때 그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멈춰섰다. 차가운 달빛을 마신 듯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지만 왠지 웃음을 참아야 했다. 이 순간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어쩌면 광기가 몰려왔다.

그는 살아있었다. 모두 그의 곁을 떠나갔지만 그는 매번 죽음을 피해 이 달빛 아래 서있었다. 그것이 가혹한 슬픔인지, 광기어린 희열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래, 기왕 유인한다면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지. 정찰이 여럿이라면 공터의 야영지를 찾아낼 지도 몰랐다. 등뒤에 류트의 무게는 든든하고도 가벼웠다. 텔루르는 그의 류트 연주를 좋아했었다.

그는 류트를 손에 잡고 잠시 조율했다. 그리고 공기중으로 맑은 음들을 진혼곡처럼, 달빛 속의 광시곡처럼, 세상에 대한 앞뒤 가리지 않는 무모한 도전장처럼 날려보냈다.

수풀에 몸을 숨긴 채 어둠에 귀기울이며 빌어먹을 하프엘프 녀석이나 정찰의 기척을 살피던 랜디는 갑자기 목에 와닿는 차가운 날카로움에 몸이 굳었다. 눈썹이 꿈틀하는 것을 느끼며 그는 천천히 눈만 돌려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손에 든 화살끝을 그의 목에 댄 다크엘프 여자의 눈빛은 또렷한 적의를 품고 있었다. 어둠 속에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했다.

“놓지 않으면 죽이겠다.”

“쓸모없는 것 같으니.”

랜디는 마치 덴 듯 팔뚝을 치우며 이를 드러냈다.

“도대체 지휘부에서 왜 널 믿는지 모르겠지만 너 때문에 죽는건 사양이다. 얼간아.”

“어찌 된 상황인가?”

여자는 그에게서 떨어져 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튀기놈은 어디 있지?”

“정신이 들었으면 여기 숨어서 다른놈들이 오지않나 경계해라.”

랜디는 격하게 속삭였다.

“그녀석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

그때 달빛과 어둠을 타고 맑은 류트음이 동쪽에서 들려왔다.

“네 말이 맞구나, 왠일로.”

다크엘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석이 시선을 끄는 동안 내가 뒤로 돌아가 정찰병을 해치우겠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는 있는 기회를 되도록 활용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넌 내 뒤에 다른놈이 없나 경계해.”

단단히 미쳤긴 해도 활솜씨 하나는 확실하다고 하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물론 수틀려서 랜디 자신의 등짝을 쏴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제기랄,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녀석들과… 천화의 계곡과 페어리들을 속으로 저주하며 그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 왜 그 바보짓을 해서 이 고생이란 말인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얼간이야 젠장.”

새삼 짜증을 느낀 그는 으르렁대듯 중얼거렸다.

나무와 수풀 사이를 이동하면서 차차 눈이 어둑한 환경에 익숙해졌다. 얼마나 갔을까, 류트음을 따라가며 주변을 경계하던
그는 눈앞의 수풀에 조용조용 다가서는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그 너머에는 하프엘프놈이 이 위험천만한 곳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앉아있었다.

랜디가 소리죽이며 다가가고 있을 때, 하프엘프를 수풀 너머로 지켜보던 알프군 정찰이 뒤돌아보더니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
이런 젠장, 최소한 둘이 있는 모양이었다. 뒤돌아봐도 빽빽한 수풀 속에서 제2의 정찰의 위치는 파악할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어쨌든 이쪽은 뒤에서 경계하고 있는 궁수라는—좀 불안하기는 해도—카드를 숨기고 있었으니까.

랜디는 한손에 단도를 빼어들고 다른 손에는 망토를 벗어들었다. 짜릿한 두려움이 손끝, 발끝까지 퍼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정찰에게 달려들었다.

얼굴에 망토를 덮어씌우자 상대는 놀라며 몸부림을 쳤지만, 그가 무기에 손을 뻗거나 공격해오기 전에 랜디의 칼은 이미 그의
등에 파고들고 있었다. 늑골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칼의 손맛이 매끄러웠다. 빠른 죽음이 나았다, 불운한 정찰에게나 랜디
자신에게나. 정찰이 내뱉은 단말마의 고함은 망토가 소리를 죽여주었다.

이윽고 정찰의 저항이 약해지더니 그는 푹 늘어졌다. 랜디는 그를 놓으면서 칼을 빼려고 단검 자루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등뒤에서 소리를 들었다.

“움직임을 보니… 두 명 정도…”

아스타틴은 류트에서 고개를 들어 두 정찰의 움직임을 살폈다. 아까 봐둔 길이 있기는 했는데 어디까지 유인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나머지 둘과는 어떻게 다시 조우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혼자 말없이 떨어져나오는 게 아니었다는 후회를 그는
억눌렀다. 시간이 없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어차피 일행이란 짐이었다. 그냥 혼자 행동하는 게 편했다.

어차피 모두 떠나가 버릴 테니까, 익숙해지지 말아야 했다. 의지하는 건 위험했다.

눈앞의 수풀이 폭발적인 움직임에 갑자기 심하게 출렁였다. 두 정찰이…? 아니, 저건 분명히 전투였다. 그렇다면 또 한 명은 정찰이 아닌 아군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사이 한 명이 쓰러지고, 랜디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달빛 속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을 숨기고 있던 두 번째 정찰이 랜디의 등뒤로 육박해 왔다.

시간이 없었다. 피할 시간조차, 반격할 시간은 더더욱. 그러나 기분 더럽게도 등뒤에서 누군가 죽이러 달려오는 것을 인식할
시간은 있었다. 더욱 끔찍하게도 그의 생명은 전혀 미덥지 않고 적보다 아군끼리 먼저 칼부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동료에게
달려있었다.

‘제기랄 늦는다. 쓸모있다는 걸 증명 좀 해봐 미친 계집아!’

눈앞의 하프엘프가 갑자기 움직였다. 얼굴 바로 옆으로 뭔가 스쳐갔다 싶더니 이내 뎅- 하고 현이 한꺼번에 울리는 불협화음이 울렸다. 정찰의 발걸음이 아주 잠시 정지했다.

쐑- 공기중에 날카로운 마찰음이 스쳐갔다. 다시 뎅- 하고 현악기 떨어지는 소리와 섞여 나뭇잎이 푹신한 땅에 무거운 것이 쓰러졌고, 발소리는 완전히 멈추었다.

가만 있기만 하면 된다.

튀기와 노예사냥꾼의 뒤를 따라와 풀섶에 숨어있던 아라는 노예사냥꾼이 등뒤에서 공격받으려는 모습을 보고 화살을 매겨두었던 활시위를 거의 본능적으로 당겼다. 그리고 아주 잠시, 시위를 놓으려는 손이 멈추었다.

가만 있기만 하면 두 발 짐승을 사냥하던 사냥개는 죽을 것이다. 시위를 당기지 않기만 하면 된다. 아니, 조금 늦기만 해도
된다. 아주 잠시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저주받을 다사케타를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되고,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저 자를 두려워해? 시위를 당긴 손이 움찔했다.

그 순간 하프엘프가, 저 여리여리 어리버리한 녀석이 손에 든 것을 무작정 던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인책으로 연주하던 류트를.

저 멍청한 녀석이.

이 숲에 살았더라면 바로 저 사냥개에게 붙들려 노예로 팔아넘겨졌을 녀석이 저 사람 잡는 개도 동료라고 무모한 짓을 하고 있었다.

류트를 맞고 적이 멈칫한 바로 그 순간, 아라는 시위를 더 세게 당기며 한 번의 심장 박동 동안 화살촉을 정찰의 등 중앙에 조준하고 다음 심장 박동 동안 숨을 멈추고 시위를 놓았다.

죽일 때는 죽여도 그런 방식으로는 아니었다. 노예 사냥꾼이 본색을 드러내는 날에는 기꺼이 죽이겠지만, 그날까지는, 동료인
동안에는 비겁하게 적에게 저 자의 목숨을 내주는 일은 없었다. 그 확신은 예리하게 공기를 찢으며 적에게 날아가는 화살만큼이나
곧고 확고했다.

그러지 않으면 겨우 류트 하나 든 저 하프엘프 튀기에게 져버릴 테니까. 잠시라도 노예 사냥꾼의 죽음을 타인에게 맡길 비열한 생각을 한 자신에게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정찰이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녀는 활을 내리며 일어섰다.

“캠프는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풀섶에서 일어서며 말하는 아라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하다.

“하나가 전부였나?”

랜돌프는 천천히 돌아서서, 화살을 맞고 쓰러진 시체와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 너머로 그녀를 마주본다.

“둘이 한 조였다.”

“결과적으로 잘 되었네요.”

살짝 말을 더듬는 아스타틴은 악기를 집어던질 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아직 역력하다. 랜돌프는 그런 그를 돌아보며 이를 드러낸다.

“한 번만 더 얼빠진 짓을 해봐. 그때는 죽여서 파묻어버리고 갈 테다.”

“그 순간 류트를 맞아 정찰병이 주춤하지 않았으면 너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아라가 지적하는 동안 아스타틴은 구해준 게 누군데… 하고 투덜거린다. 위기의 순간이 지나간 지금 그들 사이에는 어떤 어색함이, 그리고 수풀 위로 달빛을 싣고 부는 바람 같은 시원함이 있다.

가우르가 땅에 떨어진 류트를 주워다 아스타틴에게 갖다주는 동안 아라는 풀섶을 헤치며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캠프를 옮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다른 안전하게 쉴 곳이 있는가, 패스파인더?”

랜돌프는 고개를 젓는다.

“적의 경계지역과 너무 가까워. 정찰조가 안돌아오면 반드시 다른 놈들이 올 것이다.”

그는 즐거움 없이 이를 드러내며 멀리 달빛 속에 보이는 요새를 돌아본다.

“오히려 잘됐지. 이쪽으로 적들의 병력이 파견된 동안, 그 공백을 노려 정찰을 속행하자.”

“그러도록 하지.”

내키지는 않는 태도이지만 아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동하자.”

“아까 저녁 무렵 봐둔 곳이 있긴 합니다만.. 정찰을 마치고 거기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이제 한결 진정한 기색인 아스타틴을 아라는 흘깃 쳐다보고는, 가우르의 등에 실은 짐을 끌러서 던져준다.

“이 인간들의 소굴에서는 빨리 빠져나갈 수록 좋겠지.”

그녀가 랜돌프에게 짐을 주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랜돌프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것만은 동감이군. 솔직히 익숙지가 않아. 사람냄새 나는 지역은….”

아라는 랜돌프를 잠시 표정없이 보고, 아스타틴은 엷게 웃는다.

“간만에 옳은 말씀을 하는군요.”

달빛 속에 흐릿하게 빛나는 요새를 향해 걸음을 떼면서 아스타틴은 목소리를 낮추며 아라에게 고개를 돌린다.

“절묘한 타이밍에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간결하게 대답한다.

“앞으로 단독행동은 삼가도록.”

“집단생활은 좀 무리라서요…”

우물쭈물하는 변명에 아라는 대꾸하지 않고 말한다.

“앞장서겠는가.”

“그러죠.”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수풀을 헤치고 주변을 경계하며 셋은 조용히 이동한다. 단 셋이서 이곳 적진 한가운데서, 공통의 목표와
공동의 위험에 묶여 어쩔 수 없이 함께. 길고 위험한 밤이 될 것이다. 그런 그들을 창백한 달만이 내려다본다.

소감

역시 플레이 내용이 별로 안 길어도 소설로 쓰면 막 고무줄이 되는군요..OTL 삭풍님 말씀마따나 원래의 대사와 선언 사이에 묘사가 들어가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분량을 폭주시킨(..) 묘사와 내면 때문에 인물에 또 새로운 면들을 추가할 수 있었던 것도 소설의 재미겠지요. 리플레이 제목은 ‘정찰 임무’였지만 소설 제목은 ‘월광’이 된 것도 원본 로그에 없는 내용들이 들어가서였으니까요.

플레이의 재미였다면 역시 인물끼리 으르렁거리다가 막상 위기상황에는 서로 목숨을 구해주는 역동적인 인물 관계였습니다. 죽도록 싫어할 이유가 충분한 사람끼리 결정적인 순간에 협력하는 과정이 입체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아직 갈등의 소지는 많고도 많으니 이 임무 하나로 갑자기 우리 친구 아이가를 외치며 닭살을 날릴 리는 없지만, 최소한 일행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하겠지요.

물론 월광 자체에서도 드러났듯 동료끼리 으르렁거리다 보니 임무에도 지장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런 갈등을 해소해가는 게 또 캠페인의 중요한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인물 간의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간의 갈등이 아니라 노예제, 인종차별, 노스탤지어 내의 알력 등 안힐라스 자체의 모순과 문제점이기도 한 만큼, 그런 큰 문제들을 인물의 감정과 고민, 인간관계 내로 끌어들여 표현하고 해소하는 건 좋은 극적 장치라고 봐요.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듯 큰 사회적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 리는 없지만, 최소한 인물의 성장과 깨달음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는 엿볼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고 또 갈등이 가장 컸던 건 랜디와 아라의 충돌이었던 것 같습니다. 둘다 성격 만만찮은 사람끼리 입장까지 정면으로 대립하니 불꽃이 안 튈래야 안 튈 수가 없죠. 랜디가 과연 양심을 찾을 수 있을지, 아라가 원한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둘다 도덕률과 감성의 실마리는 있지만 제대로 발현은 못하고 있는, 어찌보면 가장 성숙하지 못한 인물들인 만큼 입체적인 변화의 소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소설로 쓰면서 어렵고도 재밌었던 것은 시점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은 길어서 별문으로 옮깁니다.

피드백 주신 오체스님과 이방인님, 제노님께 감사드리고, 이단 플레이에 소설까지 공개를 허락하신 삭풍님께도 감사드립니다. 3월부터는 본편 로그도 올릴 수 있겠군요. 많이 부족한데 지적과 질책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m(__)m

월광 세 줄 요약

아라: 이 강아지 같은 녀석 숨만 잘못 쉬면 넌 나한테 죽.. 는… 꺄하하 얘들아 놀자! (헬렐레)

타틴: 싸우지좀 말고… 우헤헤헤 나잡아봐~라~ 디링디링~

랜디: 왜 제정신인 놈이 나밖에 없냐!! (운다)

4 thoughts on “이오닉스 시범 세션 – 월광(月狂)

  1. 머스터드젤리

    재밌게 읽고 갑니다. 다음 리플레이도 이렇게 글로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Reply
    1. 로키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앞으로 리플레이는 쭉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극기훈련이랄까요(..)

      Reply
  2. Asdee

    재미있어 보이네요~ 🙂

    이오닉스 캠페인 설정만 봤는데,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거군요~ 앞으로도 재밌게 지켜볼게요^^

    Reply
    1. 로키

      내가 마스터가 아니니까 본편 캠페인은 아마 좀 다른 스타일이겠지. 어쨌든 재밌게 봐주면 감지덕지! ㅋㅋ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