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쏘다] 제국의 딸

사랑이 너에게 손짓하면 그를 따르라
비록 그의 길이 거칠며 가파를지라도.
그의 날개가 너를 덮으면 순종할지라
날갯죽지에 숨은 칼이 찌를지라도.

그러나 네가 두려움 중에 사랑의 평화와 사랑의 기쁨만을 구한다면
너의 벌거벗음을 가리고 사랑의 타작 마당을 떠나가는 것이 나으리
웃으나 모든 웃음을 웃지 못하며, 눈물 흘리되 모든 눈물을 흘리지 못할 그 계절 없는 세상 속으로.

사랑할 때면 “신이 내 마음 중에 계신다”고 하지 말라. “내가 신의 마음 중에 있다”고 하라.
사랑의 길을 정하고자 생각지 말라. 네게 자격이 있다면 사랑이 너의 길을 정할지니.

사랑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中)

이번 금요일에 승한님과 뱀프님과 저 셋이서 처음으로 달을 쏘다 (Shooting the Moon) 3인용 플레이를 해보았습니다. SF 배경으로, 우주 제국이 지구 연합에 멸망당한 후 난민을 이끌고 도망친 망국의 황녀와 그녀를 보필하는 제국 군인, 그리고 그들을 쫓는 연합 군인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고유명사는 대부분 순우리말 사전에서 따왔으니 뜻이 궁금하신 게 있으면 찾아보셔도 재밌을 듯합니다.) ‘제국의 딸’이라는 제목은 당연히(?) 여기서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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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 하늬

승한님이 맡으신 주인공입니다. 제국 마지막 황제의 딸로, 제국이 연합에 복속당했을 때 끝까지 저항한 사람들을 이끌고 탈출했습니다. 당당하고 헌신적이어서 제국의 황손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재목. 큰 인물은 큰 시련을 맞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끝없는 시련에 맞서 싸웁니다.

특성치: 햇무리호, 팔방미인, 황제의 숨겨진 딸, 모험심이 강하다, 의지력이 강하다, 카리스마틱하다

기회: 나라가 망해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장애: 추적대에게 쫓기고 있다
꿈: 선단의 난민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킨다

자기희생으로 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확고한 희망
난민들 중에 불만세력
전쟁 경험이 생겼다
가장 가까운 둘에 대한 불신

꿈: 4

구애자 1: 거우

로키의 주인공입니다. 연합의 군인으로, 뛰어난 인재이나 우유부단하고 실수가 잦아서 좀처럼 잘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비극. 연합군 엘리트의 상징인 보검을 내보이면 보는 눈빛이 달라지지만요. 그런  다소 코믹한 설정에서 시작해서 한 여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과정이 인상깊었습니다. 본인은 아마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특성치
햇무리호의 적선 우금 함장, 그러나 승무원의 군기는 엉망이다
다재다능하지만 실수가 잦다
우유부단하지만 판단력이 뛰어나다

사람: 깐깐한 부관 다라니

장소: 적의 수도 지구
물건: 친히 하사받은 보검
갈등: 황녀를 붙잡아야 하는 적의 입장

파손당한 우금호
비록 적이지만 정중하고 정의로운 상대이다
햇무리 함대의 포로가 되었다
연합의 반역자
공주에게 무례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게 되었다
지구연합의 군인으로서 정체성 자체에 회의를 느꼈다
조국의 배신자라는 악명
평화주의의 신념
하늬공주의 불신
부하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비겁자
왕녀의 수하가 되었다

목표: 5

구애자 2: 도래솔

뱀프님의 주인공입니다. 도래솔이란 무덤가를 두른 소나무란 뜻인데, 사라져간 제국의 상징 음양기를 소중히 간직한 채 목숨바쳐 황녀를 호위하는 충직한 모습에 잘 어울리더군요. 친위대 출신의 엘리트 군인이며, 황녀를 탈출시키느라 남고 붙잡히느니 목숨을 끊은 황제의 유시, 황녀를 부탁한다는 말에 얽매여 황녀에게 처음에는 제대로 다가서지도 못한 고지식한 사람. 마지막에 황녀에게 낡은 음양기를 건네는 대목에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특성치
햇무리호의 경호함 다솜 함장, 그러나 적의 내통자가 있다
전문가이지만 자기 분야에만 치우쳤다
확신에 차있지만 냉정하다

사람: 배신한 친구 곽쥐
장소: 무질서한 자유항 다복
물건: 옛 제국의 깃발 (음양기)
갈등: 황제의 유언

공주와 다복에서 보낸 하루의 추억
팔을 절단
의수
비정한 지휘관의 명성
교활한 선동가의 명성
제국의 재건이라는 집착
다솜호 희생의 악몽
배신자를 배신한 놈
믿을 수 없는 자

목표: 6

목표: 공주의 신변 확보_M#]
요약

제국의 황녀 하늬와 그녀를 호위하는 제국 군인 도래솔은 그들을 추적하는 연합 군인 거우와 마주치면서 계속 마음과 인연이 얽혀갑니다. 하늬는 거우의 인도적이고 사려깊은 태도가 인상에 남고, 거우도 망국의 황녀의 당당한 태도가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한편 도래솔 역시 감히 바라볼 수 없는 신분이라고만 생각했던 하늬에게  빠져듭니다.

결국 하늬의 선대가 해적에게 습격받았을 때 거우는 자신의 함선을 희생해가며 그녀를 돕고, 도래솔은 한쪽 팔을 절단하는 부상을 입습니다. 도래솔의 포로로 잡힌 거우는 고문으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면서도 하늬와 도래솔을 도와 난민 중 불만 세력 해소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한면, 도래솔은 배신한 옛 친구 곽쥐를 물리치며 하늬를 지킵니다.

거우의 설득으로 연합의 수도 지구로 귀순하러 가던 선단은 다시 나타난 곽쥐에게 억류당하지만, 도래솔과 거우의 활약으로 벗어나서 결국 하늬는 연합과의 교섭 끝에 연합 내 자치령을 다스리게 됩니다. 그 과정에 도래솔은 다솜호와 부하들을 희생시키며 평생 악몽에 시달리게 되고, 거우는 끝까지 충직했던 부관 다라니를 잃습니다.

이후 도래솔은 하늬의 남편으로서 그녀를 보필하고, 거우는 공식적으로는 사형당한 반역자, 실제로는 첩자로 활약하며 그늘 속에서 두 부부를 돕는 친구로 남습니다.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무엇을 내줘도 아깝지 않은 평생의 사랑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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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는 함선 햇무리호로 난민 선단을 이끌고 다솜호 등 남은 제국군의 호위를 받으며 피하던 중, 연합 측의 거우가 탄 우금호에 가로막합니다. 거우는 잡히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황녀의 항복을 촉구하지만, 결국 우물쭈물하는 그의 지휘는 도래솔의 냉정한 지도력에 당해내지 못합니다. 우금은 큰 피해를 입은 채 근처 다복 자유항에 입항하지만 그러나 항복을 권유하는 거우의 정중하고 인도주의적인 태도는 황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역시 보급과 수리 등이 급해 다복에 착륙한 하늬와 도래솔은 다복의 한 주점에서 다시 거우와 마주치고,  황녀를 위하는 난민들이 막아서서 간신히 벗어납니다. 비록 위기는 있었지만 도래솔에게 황녀와 다복에서 보낸 하루는 인상깊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다복을 떠난 햇무리 선단은 우주 해적에 붙잡힐 위기에 처하지만, 이때 뜻밖에도 햇무리를 추적하던 우금호가 나타나고, 거우는 자신의 목적은 황녀의 신변 확보이므로 절대 다치게 둘 수는 없다며 우금호를 방패삼아 햇무리호를 지킵니다. 그러나 실수가 잦은 그는(..) 황녀가 다솜호로 건너간 것은 모른 채 포격으로 적을 햇무리에서 다솜호로 몰아내고, 다솜호 선상 육박하는 해적들을 막아내며 황녀를 지키다가 도래솔은 한쪽 팔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습니다. 우금호가 완파당하자 황녀의 간청으로 도래솔은 거우 이하 생존한 우금호 승무원을 구출하지만, 대신 그들을 포로로 대우합니다.

포로로 잡힌 거우는 연합의 군 기밀을 대라고 문초를 받지만 입을 열지 않고, 처우에 대한 울분과 황녀에 대한 마음이 겹쳐 황녀에게 무례하게 대합니다. 황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도래솔은 심문을 계속하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거우는 한쪽 다리를 절게 됩니다.

거우가 기밀을 누설하기 전에 죽이거나 회수하려고 연합에서는 곽쥐를 보내옵니다. 곽쥐는 도래솔의 친구이며 제국의 군인이었지만 연합으로 넘어간 배신자로, 거우 등 우금호 승무원의 신변을 요구하며 공격하지만 결국 도래솔에게 패합니다. 이때 소수이지만 부하를 거리낌없이 희생시킨 도래솔은 냉혹한 지휘관이라는 평판을 얻습니다.

한편 계속되는 불안 상황으로 난민 내에는 불만 세력이 생기고, 이들은 우금호에서 붙잡힌 포로들과 결탁해 난민 선단의 제어권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이 움직임을 알고 거우는 안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며 연합 출신 포로들을 설득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관 다라니는 황녀를 포획하는 원래 임무도, 연합 군인으로서의 자존심도 여자에게 홀려서 잃어버렸다며 그에게 등을 돌립니다. 한편 도래솔은 성공적으로 난민들을 선동해서 반란의 움직임을 잠재웁니다.

거우는 하늬 공주에게 난민들의 신변을 정말 안전하게 확보하고 싶다면 지구 연합의 수도인 지구로 가서 귀순하라는 제안을 하고 따귀를 맞습니다. (..) 거우는 도래솔은 결사 반대하지만 결국 하늬는 자신보다 신민을 먼저 생각해서 지구행을 감행하기로 결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가는 길에 그들은 그만 다시 곽쥐가 이끄는 함대의 습격을 받습니다. 귀순하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곽쥐는 자신의 공을 세우려고, 그리고 황녀를 차지하려고 햇무리 선단을 억류하고 도래솔과 거우의 처형 명령을 내립니다. 도래솔은 거우는 거우가 도래솔이 탈출을 시도해서 주의가 쏠린 동안 혼자 탈출해 하늬에게 달려가고, 도래솔은 다솜호를 자폭시켜 그 혼란을 틈타 탈출합니다.

이때 곽쥐에게 돌아서는 척했던 다라니가 곽쥐의 벽에 전리품으로 걸려 있던 칼을 거우에게 던져주나, 그 댓가는 다라니 자신의 목숨. 거우와 도래솔은 함께 곽쥐를 공격하고, 곽쥐에게 친구였던 옛날을 상기시켜 한 순간 망설이게 하는 심리전을 사용한 도래솔은 망설임 없이 옛 친구를 살해합니다.

곽쥐의 함대를 제압한 후 햇무리 선대는 다시 지구로 향하나, 황녀를 구한 대가는 커서 황녀는 도래솔을 내버렸던 거우, 부하가 아직 탄 다솜호를 희생시킨 도래솔 모두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립니다. 도래솔은 실의에 빠지나, 부하를 죽일 정도로 황녀를 좋아한다면 겨우 이 정도로 물러설 거냐는 거우의 질타로 사기를 회복합니다.

끝내 황녀는 연합에 귀속한 후 한 자치령을 받아 선단의 난민들을 이주시켜 다스리게 되고, 도래솔은 다솜호를 희생시킨 날의 악몽에 끝없이 시달리면서도 자치령의 수비대장으로서 하늬를 보필합니다. 한편, 거우는 공식적으로는 연합의 반역자로 사형을 당하나 실제로는 연합의 신분 없는 첩자로서 활동하면서 하늬에 대한 연합 내 당파의 암살 음모를 미리 알리는 등 하늬를 은밀히 돕습니다.

거우의 도움으로 암살 시도를 저지한 다음날, 도래솔은 하늬에게 마음을 고백할 의도를 거우에게 당당히 밝히며 거우도 고백해서 그녀의 선택에 맡길 것을 권하나, 거우는 공식적으로는 죽은 사람으로서 황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며 그늘 속에서 도우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하늬를 불행하게 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해치우겠다는 협박을 남깁니다. (결국 악몽이 하나 늘은 도래솔이었..)

도래솔의 고백에 대한 하늬의 답은 열렬한 입맞춤. 그녀는 자치령의 영주로서, 도래솔은 그녀의 남편으로서, 거우는 가끔씩 찾아와 두 사람과 옛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친구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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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일단 감상은 이 글 처음에 일부 발췌한 싯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칼릴 지브란보다는 덜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게 왠 막장의 합창? (…) 하늬를 위한 두 남자의 마음과 희생이 지독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였죠. 팔 내줘, 함선 내줘, 고문 후유증에 정신적 외상에… 참 처절하게 망가지는 인생들이었습니다.

이전에 감상을 쓰면서도 짐작했지만 달을 쏘다는 역시 3인용이 진국이더군요. 2인용이 우연에 상당히 의존하고 전술적 선택도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면, 3인용은 훨씬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주사위를 모을 수 있어서 게임적으로도, 극적으로도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그 중 가장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온 것은 특성치나 능력치를 희생해 주사위를 5개 받을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거우가 우금호와 다라니를 잃은 것, 도래솔이 다솜을 잃은 것이 그 예죠. 그 외에 상대방 구애자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주사위 4개를 받는 선택도 제 제안으로 도래솔이 팔을 절단하는 결과를 유발했고요. 서로 치열하게 밀고 당기는 게임적 선택이 극적 긴장으로 이어지는 게 흥미로웠죠.

이번에도 스카이프 (Skype)로 했는데, 녹음 기록을 남기려 했으나 기술적 문제로 그러지 못한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들을 사람이 별로 없긴 하지만, 우리끼리 추억에 잠길 용도로는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녹음 기능을 확실히 설정해서 다음에는 기록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아쉬웠던 점이라면 결말 부분에서 하늬가 자치령을 다스리게 되는 과정, 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 등이 너무 쉽게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그 과정도 나름 재미있었을것 같은데 말이죠. 사랑하는 이의 꿈이 이루어지는지는 절정 장면 설정 후에 굴려서 결정하는데, 설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설정의 일부로 이루어지기도 했고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참 인상깊은 내용이고 재미있는 플레이였습니다. 인물들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은 점도 분위기상 특이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인물들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나는 현상이… 저만 그랬나요?)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와 두 구애자의 변화도 앞으로 긴 여운을 남길 것 같네요. 함께하신 두 분께 감사합니다~

사랑은 사랑이 아니면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도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으며 소유당하지 않는도다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 충족하나니.

– 예언자

7 thoughts on “[달을 쏘다] 제국의 딸

  1. Wishsong

    저를 위해 이것저것 많이 바치신 두 분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정성과 성의를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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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hovamp

    모처럼 재미있는 플레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금요일 밤마다 알피지를 못 해오던 것 때문에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승한님께 티츄 설욕전도 해야 하고, 폴라리스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해보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시간상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플레이 내용 요약에 조금 잘못된 부분은 정정 댓글을 살짝 달아보아요~ 확실히 등장인물의 이름이 혼동되는 경향이 있군요. 왜일까요.

    거우(거우 -> 도래솔)는 결사 반대하지만 결국 하늬는 자신보다 신민을 먼저 생각해서 지구행을 감행하기로 결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가는 길에 그들은 그만 다시 곽쥐가 이끄는 함대의 습격을 받습니다. 귀순하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곽쥐는 자신의 공을 세우려고, 그리고 황녀를 차지하려고 햇무리 선단을 억류하고 도래솔과 거우의 처형 명령을 내립니다. 도래솔은 거우가(거우와 도래솔이 바뀌어 있습니다.) 탈출을 시도해서 주의가 쏠린 동안 혼자 탈출해 하늬에게 달려가고, 도래솔은 다솜호를 자폭시켜 그 혼란을 틈타 탈출합니다.

    Reply
    1. 로키

      저도 참 재밌었어요. 지적하신 부분 고쳤습니다~ 특히 두 번째 뒤바뀐 부분은 뭔가 프로이트적 언어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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