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 스워시버클링

테아에서 놀기 좋은 룰들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역시 해먹은 게 인디룰이고 장르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활극인지라 우슈가 눈에 밟히는군요. 6점 분배로 만들어본 우슈 스워시버클링 히어로입니다.

세리즈 뒤브와

칼보다 매서운 말솜씨 (5)
레이피어의 현란한 번쩍거림 (4)
샤루즈의 지붕 위를 바람처럼 달리기 (3)
아버지의 엄격한 눈빛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 (1)

플레이 예를 생각해 본다면…

– 샤루즈 궁정에서의 재담 겨루기

마르탱: “아니 마드므와젤. 오늘은 더더욱 눈부시군요. 마드므와젤 같은 미녀는 역시 화장이니 옷이니 유행에 휩쓸리지 않아도 아름다우십니다. 비록 석달쯤 유행에 뒤처졌어도 말입니다.” 허리숙여 손에 키스하고 깔보는 눈빛을 보냅니다.

세리즈: 품위있게 웃으며 말합니다. “어머, 무슈, 과찬이세요.”

세리즈: “소문이 자자한 여성분들과 어울리시면서도 이 궁정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무슈 마르탱에 비하면 부족할 따름입니다.”

마르탱: 지나가는 쟁반에서 와인잔을 두잔 들어 셰리즈에게 하나 건네며 잔을 들어보입니다.

마르탱: “자 그럼 마드므와젤, 건배해 볼까요. 아, 그…누구시더라. 매정하게도 아름다우신 마드므와젤 뒤브와를 버리고 다른 여성분을 쫓아간 잘생긴 군인! 물론 지금쯤 그런 실연의 아픔은 모두 회복하셨겠지요?”

세리즈: 역시 잔을 들어보입니다. “어머나~ 무슈야말로 마담 랑티에의 분노한 남편분에게 옷도 제대로 못 입으신채 쫓기시던 아픈 기억은 잊으셨으리라 믿어요. 그때 피스톨에 맞으신…아하하, 둔치는 이제 괜찮으신지요.”

마르탱: 능숙하게 받아넘깁니다. “물론입니다. 마드므와젤을 다시 뵐 날을 기대하며 이를 악물고 회복했지요. 자, 그럼 건배할까요? 브레즈 대위와 약혼녀를 위하여.”

세리즈: “예, 무슈.” 잔을 마르탱의 잔에 가볍게 부딪칩니다. “무슈와 마담 랑티에의 행복을 위하여.”

마르탱: (샤루즈 궁정의 재담꾼(4))

세리즈: (칼보다 매서운 말솜씨(5))

마르탱: 3d6 ( 3 2 5 ) -> 성공 2개

세리즈: 3d6 ( 5 1 2 ) -> 성공 3개

GM: 마르탱은 간신히 웃으며 뻣뻣하게 목례해 보이고 재빨리 멀어져가는군요. 몽테뉴 궁정인답게 아무도 티를 내는 사람은 없지만, 세리즈 주변 손님들의 은근한 눈빛과 눈치는 그녀에게 승부의 결과를 확신시켜 줍니다. 조용히 홀짝이는 와인에서는 승리의 맛이 납니다.

참고로 이건 제가 생각하는 우슈 하우스룰을 적용한 것입니다. 우선 전투원들은 서로 행동을 번갈아가며 취합니다. 그래야 행동 묘사가 서로 동떨어지지 않고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극적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방어 주사위와 공격 주사위를 나누지 않고 무조건 성공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쪽이 속도감 있는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또다른 히어로의 예라면…

앙트완 리에르

100m 거리에서 다람쥐 눈알을 맞추는 총솜씨 (5)
“나의 명예는 나의 생명. 몽테뉴 총사의 긍지는 나의 전부다!” (4)
총검을 들고 붉게 물든 전장을 누비는 르와 에 렌느 검객 (3)
모두는 하나을 위하여,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1)

– 저격수 앙트완

GM: 햇살이 앙트완의 눈앞에 눈부십니다. 모자에 깃털을 꽂은 사내, 앙트완의 목표물은 그 밝은 빛 속에 존재마저 점멸하는듯 하군요.

앙트완: 왼손으로 모자를 눌러써 햇빛을 가리면서 오른손으로 조준을 더욱 정확히 합니다. 가늠쇠 사이에 잡힌 적의 모습에 무섭도록 집중하며, 자신의 모든 존재와 모든 의미를 쏟아붓습니다.

GM: 앙트완의 세계는 심장박동과 깃털 꽂은 모자 두가지로 좁혀집니다. 그때 표적이 나무 밑으로 지나가는군요.
앙트완: “Merde!” 작은 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조금씩 조금씩 조준을 옮깁니다. 까스띠예인이 나무 밑으로 지날 궤적을 추적하며…

GM: …그리고 까스띠예인은 다시 한번 열린 하늘 아래 나타납니다. 하지만 앙트완의 존재를 눈치라도 챈 것일까요. 그의 말은 이제 길 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현재 위치에서 조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납니다.

앙트완: 침착하게 자리를 옮겨 지붕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포복자세로 이동합니다. 다시한번 시야에 잡히자 최대한 자세를 낮게 유지한채 다시한번 조준합니다. 손의 떨림은 없습니다. 호흡조차 없습니다. 다만 자신과 표적이 존재할 뿐.

GM: 사냥꾼과 사냥감, 두가지로 좁혀진 우주 속에서 표적은 계속해서 말을 달립니다. 또다시 나무 사이로 모습이 사라지는군요. 다시 한번 나타났을 때는 이 위치에서는 사정거리 밖일 것입니다.

앙트완: 상관없다고 되뇌이며 눈을 부릅뜨고 상대의 궤적을 예상합니다.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나서던 추운 겨울 아침의 기억, 추위에 얼어붙던 손과 허연 입김, 그리고 가늠쇠에 잡히던 사슴의 모습. 그 감촉을 그대로 느낀채, 아니 다시한번 오르 산간지대 숲의 얼음장 같은 겨울 속에서 첫 사냥의 흥분에 떨던 그 열여섯살 시골 소년이 된채 두개의 심장박동 사이의 짧은 정적 속에 방아쇠를 당깁니다.

GM: 묘사 좋습니다. 행동 하나 더 드리죠.

GM: (비교적 어려운 사격이니 기준치 4)

앙트완: (사격솜씨 5)

GM: 4d6 ( 4 1 5 2 ) -> 성공 3개

앙트완: 5d6 ( 4 1 1 2 1 ) -> 성공 5개

GM: 한낮의 평온을 가르는 총성, 자지러지는 말의 비명소리, 그리고 그에 묻혀버린 외마디 비명과 낙마의 소음. 곧이어 혼비백산한채 도망가는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땅에는 선혈이 흥건하게 번집니다. 그 모습은 열여섯때 처음 잡았던 사슴의 피가 눈 위로 선명하게 흐르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는, 기쁨 없는 만족감에 앙트완은 충만합니다. 죽은 사람에게 악의는 없었습니다. 주어진 의무대로 했을 뿐.

여기도 하우스룰 떡칠 정신에 투철한..(…) 단독 판정 역시 대결 판정처럼 진행하고, 목표달성의 어려움을 마치 적의 행동처럼 취급한 다음 난이도에 따라 기준 특성치를 정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히어로의 행동묘사가 아주 좋을 경우 행동묘사를 추가로 쳐주고, 심심하거나 재미없는 때우기식 묘사인 경우 행동묘사를 하나쯤 덜 세는 방안도요.

결과적으로 우슈 7번째 바다는 해볼만한 것 같지만, 역시 발상전환을 요구하는 인디룰의 어려움과 함께 묘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플레이어에게 지우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다양한 행동을 기술이나 난이도의 제한 없이 화려하게 묘사하고, 그 묘사가 곧 성공 가능성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활극의 지향에는 맞는다고 생각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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