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 다르노 – 스무 고개

1. 히어로는 어느 나라 출신인가?

몽테뉴 (Montaigne)

2. 히어로는 어떻게 생겼는가?

여자 치고는 좀 선이 굵다 싶은 외모이지만, 그게 또 보기 좋다는 점이 재밌달까요. 역시 본인이 늘 주장하듯이 미인은 기준을 따르는 게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것일지도! (퍽퍽) 우선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며, 여리여리하다기보다는 단단하고 옹골진 몸에는 오랜 시간 검을 훈련한 사람답게 유연한 근육이 잡혀 있습니다. 머리는 붉은 기가 도는 아주 짙은 흑갈색이며, 그에 비해 티없이 맑고 흰 피부가 더욱 돋보입니다. 얼굴도 섬세한 아기자기함과는 거리가 먼 대담하고 성깔있는 분위기로, 넓은 이마와 굵은 눈썹 아래 눈꼬리가 약간 치켜올라간 푸른 눈은 격렬한 분노로 섬뜩하게 번득이는가 싶다가도 호수처럼 고요하고 순수한 빛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도 하지요. 곧은 콧대는 다소 고집스러운 느낌을 주며, 모양이 좋은 입은 가수답게 큼직합니다. 뺨과 턱의 선도 부드럽다기보다는 각지고 뚜렷하죠.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 그리고 어중간한 의견은 절대 가질 수 없이 정말 좋거나 정말 싫다고 단번에 의견이 정해지는 인상입니다.

옷은 늘 잘 입으려고 노력하고, 브리치(바지)도 스커트도 편안하게 느낍니다. 어느 쪽이든 화려하고 좋은 옷, 자신을 좀더 돋보이고 뭔가 있어보이게 하는 옷은 허영심 많은 안느가 탐내는 많은 것 중 하나죠.

3. 히어로의 버릇은 어떤가?

검을 차고 있을 때면 검 손잡이를 잡은채 검집 끝으로 벽이나 바닥을 탁탁 치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루해지면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젖혀 천장을 쳐다보곤 하죠. (아름다운 목선과 가슴을 강조한다는 장점도 있는 자세.) 또 의자를 뒤로 젖힌다든지 하는 불량스러운 버릇도 몸에 밴.

치마만 입으면 완전히 궁정인으로서의 가식이 몸에 배어서, 조금 곤란하거나 재밌는 일이 있으면 부채로 얼굴을 부치면서 고개를 돌려 깔깔 웃는다든지 하는 아주 몽테뉴 궁정인다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눈만 들어 속눈썹 사이로 남자를 올려본다든지 하는 교태도 능숙하지요.

4. 히어로의 주된 목표는 무엇인가?

예전의 목표라면 사교계에서 인정받는 것,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목표는 몽테뉴에 여전히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것으로 좁혀졌습니다. 추방형 선고에 의해 몽테뉴 내에서 발견되면 즉결이니까요. 총사 그림자만 보여도, 누가 ‘에밀리’ 소리만 해도 가슴이 덜컹하는 것도 이제 지겹달까요.

5. 히어로의 가장 큰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강점은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절대 의심하지 않는 자신감과 낙천성. 약점은 그 자신감이 남에 대한 경멸로 표출되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6. 히어로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무엇을 가장 싫어하는가?

좋아하는 것은 화려한 자리, 특히 자신이 주목받는다면 더더욱 좋아합니다. 따라서 화려한 파티, 무대에서 모두의 눈길과 찬사를 받는 공연, 칼만큼이나 모욕이 예리하게 날리는 결투를 사랑합니다. 샤루즈에서 도주한 이후로는 궁정 사교계의 호사스런 파티도 없고 노래공연이래봤자 초라한 선술집에서 취객들에게 대고 부르는 저속한 노래가 전부이니 참 죽을 맛이지요.

싫어하는 것은 바로 지금 상황처럼 초라하고 구질구질한 것, 자신이 비참해지는 그런 때입니다. 아, 옛날이여.

7. 히어로의 성격은 어떤가?

허영심이 아주 강해서 애인이든 물건이든 최고의 것을 가지고 싶어하고, 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을 해치거나 속일만큼 교활한 면이 있는 건 아니고, 타고난 외모와 대담한 성격으로 열심히 눈에 띄려고 노력하지요. 그런 면에서 아주 무자비한 궁정인의 자질은 애당초 없었달까요. 허영심 많고 단순하다, 그렇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검객으로서는 의외일 수도 있지만 한번도 사람을 죽여본 일이 없습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해서 살려보내는 게 더 멋있어 보이고 자기 명성도 더 널리 퍼진다는 면도 있고(“가서 네 의뢰주에게 전해라. 안느 다르노를 만나고 싶으면 너같은 놈을 백명은 더 보내라고!”), 사람이 죽어나가면 귀찮은 일도 생기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소박한 도덕의식 정도는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살생보다는 모욕주는 편이 여러모로 체질에 맞는달까요.

8 히어로는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이 멋진 세상을 충분히 누려보기도 전에 죽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조금만 지나면 멋진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어린애같은 기대감에 늘 가득 차있기에… 세상은 종종 이런 막연한 기대에 가혹한 실망을 선사합니다만.

9. 히어로의 최대의 꿈은 무엇인가? 가장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가?

최대의 꿈은 유명한 가수이자 검객이 되는 것, 가장 사랑하는 일은 멋지게 보여서 주목받는 것입니다.

10. 히어로는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몽테뉴의 흙은 그녀에게 넓게 펼쳐진 로녜의 농지와 들판과 숲, 시뇌즈강 유역의 허름한 선술집과 부두이고, 몽테뉴의 하늘은 샤루즈의 빛나는 궁성과 귀족들의 사교계입니다. 그녀가 동경하는 것은 몽테뉴의 하늘이지만 발을 딛고 선 땅은 몽테뉴의 흙이지요. 그 사실이 그녀는 슬프고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밑의 땅을 부정하려 해도 벗어나려면 날개가 필요한데, 날개 달린채로 태어난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

11. 히어로에게 편견은 없는가?

몽테뉴의 평민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무식하고 천박한 촌무지렁이들이라고 말이죠. 그들이야말로 그녀가 벗어나고 싶은 몽테뉴의 대지, 그리고 결국에는 그녀가 속한 사람들이니까요.

12. 히어로는 무엇에 충성하는가?

자신의 충동, 자신의 꿈, 자신의 허영, 자신의 안락, 자신의 목숨… 기본적으로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이랄까요. 자기 자신의 생명과 편의에 도움이 된다면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그 범위 내에서 충성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연인)

13. 히어로는 사랑에 빠졌는가? 배우자나 약혼자는 있는가?

자기만 아는 안느가 타인을 진정 사랑한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물론 당시에는 나름대로 다 진심이라고 믿었지만, 그저 유행하는 낭만적 정열에 스스로 취한 거나 아닐지 의심이 갑니다. 로녜에 헌신짝처럼 버리고 온 남편이 있고, 샤루즈에 가장 최근의 연인 파비앙이, 그 외에 무수한 전 애인들이 몽테뉴 등지에(…) 있습니다.

14. 히어로의 가족은 어떤가?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로녜에 살고 있습니다. 두 여동생과 남동생도 각자 결혼해 그 등지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겠죠. 네 자녀 중 맏이인 에밀리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이후 가사를 책임져야 했는데 그 일이 그렇게 지겨울 수가 없었고, 평민 관리로서 줄 수 있는 조그만, 하지만 빈농에게는 한없이 큰 혜택들을 빌미로 해 가난한 소작농 여자들을 끊임없이 잠자리로 끌어들이는 아버지 꼴도 보기 싫었죠. (결국 열여덟 되던 해 이 지역 후작에게 손님으로 온 쟝 다르노를 홧김에(?) 꼬셔버리고, 지나치게 양심적인 청년이었던 쟝은 에밀리의 표현대로라면 ‘겨우 그정도 가지고’ 에밀리의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해서 결과적으로 그녀를 그 지긋지긋한 삶에서 구해줍니다.) 이때 느낀 것들은 안느의 성격과 편견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했죠.

15. 히어로의 부모는 히어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는 에밀리, 혹은 안느를 내놓은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딸이 부도덕한 삶을 사는 자체보다도 자기 체면에 먹칠을 한 것에 분개하고 있지요. 그렇다 해도 저렇게 죄를 짓고 쫓기다니 측은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만… 기회가 있다면 돕고 싶은 생각도 있겠지만, 안느는 집을 나온 이후 아버지에게 연락한 적이 없으니 어디 있는지 알 길도 없죠.

16. 히어로는 신사, 또는 젠틀우먼인가?

일단 본인은 젠틀우먼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충동, 이차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안느가 얼마나 신사도(혹은 숙녀도)를 따르고 있는지는 의문. 일단 쇼맨쉽은 타고났으니 기분이 내키면 흉내는 근사하게 냅니다. 그런 식으로 파비앙도 꼬셔냈으니까요.

17. 히어로는 얼마나 종교적인가? 어느 교파를 따르고 있는가?

바티키네 교도로 자라고 매주 교회에 갔지만 애당초 신심이란 게 있을 성격이 아니었고, 궁정 사교계에 몸담고 레옹 황제가 교회에 등을 돌리면서 그나마 있던 신심의 허울마저 벗어던졌습니다.

18. 히어로는 신사 클럽, 혹은 비밀 조직의 일원인가?

아닙니다. 검객이야 뭐 어디나 있고…

19. 히어로는 마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포르테 마법사야 자주 접해보고 해서 포르테는 그저 유용한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험에 처하면 슥 도망가는 건 겁쟁이라는 오만한 생각도 갖고 있지만요. 다른 나라 귀족들의 힘은 그저 풍문으로 들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일 뿐이고, 페이트 위치는 막연히 무서워합니다.

20. 가능하다면, 당신은 당신의 히어로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은가?

정신차려 이 여자야! (…)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것에 솔직한 건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지만, 살인을 간신히 면한 지금은 어느정도 삶의 방식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자신이 동경하는 하늘보다도 딛고 선 땅을 한번쯤 돌아볼 때도 됐고 말야. 물론 당장 닥친 위기에 온 정신이 가있어서 그런 자성의 여유는 없었겠지만…

하긴,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은 언제까지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없이 새로운 자극과 충동만을 쫓아 살겠지. (그나마 최소한의 소박한 도덕관념은 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지만.) 그래서 당신같은 사람들의 삶은 모험의 연속으로,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에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그리고 저렇게 살아선 안된다는 경구(警句)로 남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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