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라가 본 엔리케

엔리케는, 음… 평균적인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고, 늘 최신유행을 따라가는 깔끔하고 맵시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다. 어깨 길이의 연갈색 머리는 말끔하게 다듬어서 뒤로 묶고 있고, 서글서글한 갈색 눈과 곧은 콧대, 가느다란 콧수염, 길고 선이 강한 얼굴, 그리고 엄숙한 침묵에서 신랄한 비웃음을 넘나드는 입매… 잘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뚜렷한 성격과 지성이 눈에 띄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잘생긴 남자는 많이 있지만, 정말 흥미로운 성격을 가진 남자는 많지 않은 법이니까 난 그의 얼굴에 드러난 그만의 분위기에 더 높은 점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 ‘꼬마 도라’라고 부를 때면 그저 밉살스러울 뿐이다.

그가 자기 얘기 하는 것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우리 둘은 얘기할 때면 서로를 모욕하거나 토론하는데 치중한 편이라 그다지 개인적인 얘기는 많이 안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듣기로는 돈많은 집 상인의 아들인듯 하고, 셋째거나 넷째쯤 되니까 유산은 별로 기대할 게 없어서 먹고 살만한 전문직을 가지기 위해 대학에 다닌 모양이다. 그는 명성을 얻고 있는 의사가 되었으니 그점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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