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관리에 대한 단상 4: 위키

옛날옛적에 썼던 홈페이지, 게시판, 블로그에 대한 글에 이어 위키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이전 호스팅에서 쫓겨나면서 위키 자료를 날린 후 실의에 빠져(..?) 못쓰고 있다가 이제야 올리면서 정보관리에 대한 단상 시리즈를 마칩니다.

제 경험으로 위키는 크게 두가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위키가 본래 시작된 목적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불특정 다수의 지식과 노력을 동원하여 정보를 축적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축적한 위키피디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사용하는 미디어위키가 그런 쪽에 특화된 위키 도구라고 할 수 있죠. RPG 쪽에서는 TRPG 위키가 대표적인듯 합니다.

하지만 다수가 같은 페이지를 관리할 수 있는 위키 기술은 비단 정보의 축적 뿐만 아니라 정보의 관리에도 응용되기 시작했고, 페이지 혹은 분류에 따른 접근과 편집권한 설정이 추가된 위키 역시 생겨났습니다. 이런 형태의 예로는 도쿠위키가 있습니다. 캠페인 관리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로키네 위키도 정보의 축적보다는 관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이쪽 유형의 위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 의한 정보의 축적은 홈페이지, 게시판, 블로그로는 구현이 힘든 위키 고유의 기능이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니까요.

위키의 본질이자 특징인 다수에 의한 페이지 수정은 캠페인 관리에 특히 유용하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캐릭터 시트를 들 수 있습니다. 웹페이지, 게시판글, 블로그글 등은 기본적으로 관리자 혹은 글쓴이 한사람에게 수정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진행자가 경험치를 추가해 주고 참가자가 그 경험치를 사용하는 식의 편의를 확보하기 힘듭니다.(주:여기에도 물론 많은 변형과 예외가 있어서, 제로보드 같은 경우 관리자가 글 수정이 가능하므로 진행자가 관리자로 있는 게시판에 참가자가 시트를 글로 올린다든지 하면 동시 수정이 가능합니다. 블로그 도구인 태터툴즈팀블로그 플러그인을 통해 다수가 글을 수정할 수 있죠.) 반면 위키는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이 수정 권한을 가집니다. 이러한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 권한 설정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요.(주:위에서 말했듯 위키 도구도 목적에 따라 기능이 달라서, 정보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위키는 권한설정 기능이 비교적 약하고 정보관리를 목적으로 한 도쿠위키는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권한 제한도 이래저래 유용하게 쓸 수 있어서, 캠페인 설정 중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페이지는 저만 볼 수 있게 권한을 잠가놓기도 합니다. 그리고서 나중에 점진적으로 공개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포도원의 제다이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이미 클리어(?)한 마을인 셀렌은 권한을 열어놓고 아직 진행중인 카론은 닫아놓은 것이 그 예입니다. 물론 아예 웹상에 올리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웹에 올리되 권한 설정을 이용하면 모든 캠페인 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편의 또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나중에 필요하다면 특정 참가자와 저만 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DokuWiki ACL management

도쿠위키에서 권한 설정례


자주 수정되는 정보, 특히 다수가 수정하는 정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완화하는 것이 위키의 또다른 특징인 버젼 관리 기능입니다. 위키에서는 모든 변화가 기록에 남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글을 이전 버젼으로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다시 캐릭터 시트의 예를 들자면 얼마만큼의 경험치를 언제 받았는지, 언제 어떻게 썼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고 오류나 중복이 있었다면 고칠 수 있습니다. 편집내용을 요약해서 적어두면 특정 페이지의 변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점도 편리하지요. (저 말고는 어째 잘 안쓰는 기능인듯 하지만…)

위키는 또 홈페이지와 비슷하게 정보의 구조화에도 강한 편입니다. 블로그나 게시판처럼 시간순서 역순으로 나열하는 구조 대신 정적인 페이지 단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차례 페이지를 만들어서 필요한 링크를 정렬할 수 있죠. 도쿠위키 같은 경우는 네임스페이스 기능을 통해 항목을 논리적으로 조직할 수 있고, 미디어위키는 각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태그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 페이지를 생성해 줍니다. 또한 많은 위키의 경우 RSS 피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홈페이지의 정보 구조력 뿐만 아니라 블로그 혹은 게시판의 시의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위키 도구는 대체로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확장성 또한 뛰어납니다. 많은 경우 배포 홈페이지와 게시판, 메일링 리스트 등을 통해 개발자와 사용자의 모임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제공하는 기술적 지원과 플러그인을 통해 위키의 기능을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위키를 자신에게 맞는 도구로 만들어가는 유연성은 위키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이는 비단 위키만의 장점은 아니며, 태터툴즈 같은 오픈소스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이 많은 장점이 있지만 위키는 사용 편의가 그다지 높은 매체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대개의 사용자에게 생소하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나 게시판에 익숙한 사용자는 이들 도구와 개념이 다른 위키에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을 겪을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추측으로..(..))

또한 많은 기능과 뛰어난 확장성을 자랑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살리는데는 종종 기술적 어려움, 그리고 시간과 노력이 따릅니다. 파일과 폴더 권한 설정, 플러그인 설치와 테스트, 스킨 수정, 피드 구독 등등. 아직 기술적으로도 불안정한 데가 많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스스로 검색과 문의를 꽤 해야 합니다. 어느정도의 지식이 없으면, 그리고 위키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호스팅 형태의 위키, 그리고 미디어위키처럼 비교적 오래된 위키 도구는 기술적으로도 비교적 안정되고 문서화 작업도 잘 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상황이 좀 다를 수도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역시 사용 편의하고도 연관된 문제이지만 위키는 아직 다른 웹기술에 비해 정착이 안된 관계로 한글화가 불완전한 경우도 많습니다. 위키 도구는 상당히 많이 나와 있지만 UTF-8 인코딩을 지원하는 것은 많지 않으며, 필요한 정보의 문서화 상황은 더욱 열악합니다.  미디어위키가 위키 자체와 문서작업 모두 한글화가 제일 많이 된 경우로 알고 있으며, 도쿠위키도 UTF-8 인코딩 지원과 더불어 인터페이스 한글화와 한글 문서화가 부분적으로 된 경우입니다.

이와 같이 정보관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중심으로 위키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다룬 정보관리 수단 중에 기능성은 최고, 사용편의는 꽝(…)이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발전의 여지는 많아보입니다. 그만큼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갈지 기대되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덧: 제가 도쿠위키 설치하고 설정한 얘기를 올렸습니다.

8 thoughts on “정보관리에 대한 단상 4: 위키

  1. nefos

    익숙하지 않기에, 익숙해질때까지 알아보기도 어렵고 문법도 어렵기 때문에, 위키로 사람들을 늘리기엔 좀 힘들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게시판리스트,코멘트가 가장 최적화되며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인거 같습니다.
    이용해 역사개정주의를 돌리고싶어 PBWiki로 해보자는 마음에 도쿠위키도 어찌어찌 설치는 해봤는데, 상당히 깝깝질나서 GG. (뭔가 깔려있는데서 고치는건 잘하는데 처음부터 만드는건 못해서;;) 여럿이 있다면 그중 누구는 첫글을 잘 쓰는 사람, 수정과 재정리에 능한 사람, 분류는 잘 해놓는 사람들이 다 따로 있을테고 위키는 그런 경우 효과를 극대화 시킬수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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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확실히 위키의 힘은 협동성에 있지요. 문제는 그러기 위한 구조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인듯 합니다.

      PBWiki 하려고 하신다면 제 위키에 네임스페이스 하나 분양해드릴까요? 어느정도 깨작거려서 갖춰놓은 것들이 있으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좀더 편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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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방인

    여기저기 위키들 돌아다닐때는 별 생각 없었지만, 이번에 위키를 써보며 느낀것은 ‘인터페이스가 쓰는데 불편하다’ 였습니다. 위키라는건 보통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들을 끌어들여 정보를 모아내는데에 그 강점이 있는것일진데… 인터페이스가 복잡해가지고는 끌어들일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제한되어 버리니(…) 위키의 기본적인 취지 자체는 이어받되, 좀더 쓰기는 쉬운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부를수 있나 이걸(…))같은게 나와주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활성화 시키기에는 보기도.. 쓰기도.. 활용하기도 좀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같은 ‘별로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사람한테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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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어떤 부분이 어렵게 느껴지시는지요? 부분적으로라도 개선할 수 있을지도요. 사실 일단 있는 글을 고치는 건 게시판이나 블로그와 큰 차이는 없는듯 하고, 글을 만들고 네임스페이스 파악하는 부분이 어려운게 아닌가도 합니다. (따라서 시트관리는 하셔야겠죠..? +_+) 편집창에 구문 기능이 들어간 버튼도 있고 해서 편집 자체는 제로보드보다 좀더 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쨌든 위키의 어려움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대부분 나오는 것 같아서, 기능성을 살리면서 폭넓은 사용편의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요. 말씀대로 위키의 발전 방향은 이쪽이어야 할듯 합니다. 사실 해커들이 재미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지라 일반인(..) 생각을 못해주는 면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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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카스트

    하긴 한번 싹 날리셨는데도 깔끔하게 복구가 되는 걸 보면 참 편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물론 그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요(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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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예, 이제는 정기적으로 백업을 하고 있죠. 설정파일까지 다 포함해서… 도쿠위키는 특히 단순 파일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보다 직관적이고 인코딩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거의 태터툴즈의 XML 백업 방식만큼이나 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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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스프링노트는 얘기 나오는 걸로 봐서 꽤 기대주인 모양이네요. 나오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어떤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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