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없는 약식 규칙

True20 배경 세계인 칼리프령 밤의 이야기 (Tales of the Caliphate Nights)를 보고 있는데, 천일야화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액자식 이야기를 많이 사용합니다. 신념 점수를 써서 액자식 이야기를 발동시킬 수 있는 규칙도 있고요.

예를 들어 “아, 친절하신 손님들! 내 기구한 사연을 들어보시겠소? 사마르칸드의 거상이었던 나 압둘 빈 아흐메드가 어떻게 모든 재산을 잃고 가난한 양치기가 되었는지!” 하고 시작한 후 압둘 빈 아흐메드의 몰락 이야기를 액자식으로 진행, 그리고 끝나면 원래 이야기로 돌아오는 거죠.

그런데 110쪽~114쪽 사이에 이러한 액자식 진행을 간단하게 하려고 할 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사위를 쓰지 않는 약식 규칙이 있어서 간략하게 소개해 봅니다.

인물 제작

주인공을 설명하는 글을 한문단쯤 짧게 씁니다. 다음, 이 글에 기반하여 특성을 정하고 6점을 분배합니다. 또한 이야기의 지향점을 나타내기 위해 운명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 특성치는 진행자만 알고 서로 비밀로 해서 긴박감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진행자는 이야기에 대해 짧게 한문단으로 설명합니다. 이것은 이야기의 배경과 분위기 중심이어야지, 전개를 정하는 방향이어서는 안됩니다.

갈등

인물들이나 인물과 이야기의 요소 (예: 자연재해)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면 갈등하는 특성치를 비교해서 높은 쪽이 승리하고, 승리한 참가자 혹은 진행자가 그 결과를 서술합니다.

특성치가 낮거나 동점이라 하더라도 희생을 통해서 특성치에 최대 3까지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희생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작은 희생 – 작은 희생을 함으로써 특성치에 +1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희생은 그 장면에만 영향이 있거나, 어떤 한 인물과의 관계에만 영향을 미칩니다. (예: 목숨을 살려주면 보물이 있는 장소로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 자신의 속임수를 꿰뚫어본 인물에게 ‘도둑’ 특성치를 사용할 수 없게 됨)

큰 희생 – 큰 희생을 통해 +2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큰 희생은 액자 속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혹은 세션이 끝날 때까지 영향이 있습니다. (예: 한쪽 눈을 잃어가며 싸움에 이김, 폭풍에 휩쓸린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짐을 전부 버림, 숨기고 있던 정체를 모두에게 드러냄)

극단적인 희생 – 극단적인 희생으로 +3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희생을 한 인물은 보통 더이상 이야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예: 생명을 버리는 희생… 정도밖에는 생각나는 게 잘 없군요)

특성치가 낮은 인물이 이기기 위해 희생을 선택할 경우 그 정도를 선택할 수 없으며, 일단 희생을 선언하면 진행자가 지정해주는대로 이기는데 필요한만큼의 희생을 해야 합니다.

동점 상황

특성치가 서로 동점일 경우 갈등상황에 있는 인물들은 희생의 경합을 벌입니다. 진행자는 작은 희생에서 시작해 참가자들이 각 단계의 희생을 할지 아니면 포기할지 묻습니다. 작은 희생까지 했다가 큰 희생은 포기했다면 작은 희생을 한 것으로 하며, 큰 희생까지 했다가 극단적인 희생 단계에서 포기한다면 큰 희생을 한 것입니다.

희생 경쟁으로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면 이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특성치를 기준 특성치에 더합니다. 이때 더하는 특성치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달변 2’ 특성치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독실한 무슬림 1’ 특성치를 더해서 신 앞에 자신의 영혼은 진실하다고 호소하는 식입니다.

이와 같이 특성치를 가산해서 사용했을 경우 가산한 보조 특성치는 다음번에 사용할 때는 -1을 받습니다.

진행자는 특정 갈등에서 할 수 있는 희생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갈등에서는 작은 희생까지만 가능하다든가, 큰 희생까지 가능하다든가 말이죠. 일반적으로 이야기의 끝에 가깝고 중요한 장면일수록 이 제한은 완화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약식 규칙이기 때문에 아주 완전하지는 않지만, 주사위가 없는 규칙에서 판단력과 자원 관리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희생 규칙은 특히 부상에서 비밀까지 다양한 요소를 한가지 규칙으로 처리한다는 면에서 흥미로워 보이네요.

전반적으로 이 약식 다이스리스 규칙은 간편하게 단편 하나를 진행하고 싶을 때 배경과 상관없이 활용할만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환상적 분위기는 메기 베이커 (Meguey Baker)의 천일야화 (A Thousand and One Nights)가 낫다고 생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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