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월드 11화 – 감상을 빙자한 잡상

원래 언더월드 11화 요약으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너무 길어서 요약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한 초본입니다. 대신 플레이 감상용으로 활용해 보겠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병원 옥상의 원령들을 진정시킨 일행. 옥상에서 내려오다가 리이는 다른 사람과 부딪혀서 계단에 데굴데굴. 리이와 부딪힌 사람은 뜻밖에도 엘리사가 문병왔다가 못 찾은 미카엘 고교 학생 서지연이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지연이는 옥상에 뭔가 있는 걸 느끼고 올라오는 중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그렇게 해서 다시 506호로 내려온 일행. 중간에 주사맞기 싫다고 도망치는 미라 아저씨 전태일 요원의 촌극이 벌어지고, 그 바람에 열린 문으로 보이는 것은 민설의 두 동생 민랑과 민상. 민랑은 친구인 지연을 문병온 것이었지요. 민랑은 지연에게 공책 필기한 것을 주고, 비를 쫄딱 맞은 민설의 꼴을 보더니 오빠가 아프면 자신과 민상은 누가 먹여살리냐며 구박합니다.

전태일 요원은 소싯적의 로키와 똑같은 짓을 하는군요..(..) 간염 예방주사 맞기 싫다고 울며불며 도망치는 꼬맹이를 꼬맹이 아빠와 주사기 든 간호사가 쫓아가는 장면은 너무나… 웃겼을 것 같습..(퍽)

민랑은 아이같지 않은 완전 꼬마 숙녀군요. 공부 잘하고, 예쁘고, 남 배려 잘하고… 무심한 보호자 밑에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

꼬박꼬박 졸던 리이는 갑자기 뭔가를 느끼고 눈을 뜹니다. 그리고 지연 바로 옆에 영이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지요. 지연 역시 느끼는지 두려운 표정. 리이는 영에게 왜 지연에게 붙어 있느냐고 묻지만 영은 자기 마음이라며 달려들고, 리이는 지연을 감쌉니다. 다행히도 늘 하고 다니는 고딕펑크메탈풍 더블크로스(..) 덕인지 영은 일단 도망갑니다. 민랑은 지연의 어머니가 무당이기 때문에 지연이도 가끔 영적 현상을 목격하고, 그 때문에 친구가 별로 없다고 설명합니다.

민랑의 완벽성에 항목 하나 추가: 따돌림당하는 학생도 감싸준다! 뭐랄까.. 싫어할 수도 없지만 또 너무 빈틈없어 보여서 다가설 수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살아 숨쉬는 인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진행용 소도구라는 느낌이 듭니다.그리고  그게 나쁜 건 아니죠. 진행용 도구로서의 주변 인물도 분명히 필요하니까요. 어차피 주변 인물은 근본적으로 도구일 뿐이기도 하고…

아무리 가라고 해도 붙어다니는 영 때문에 무서웠다며 리이에게 매달리는 지연. 왜 엄마가 저런 잡귀를 안 쫓아줬느냐는 리이의 물음에 지연은 엄마가 큰 굿을 한 이후 벌써 몇달 동안 누워계신다고 답합니다. 게다가 도와주러 온 다른 무속인들도 모두 어머니를 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고…

엘리사의 환청들은 지연에게 붙은 건 저급 기생충일 뿐이라고 하고, 너네랑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는 엘리사에게 절대 아니라고 펄쩍 뜁니다. (실체가 없는 것도 뛸 수 있나?) 결국 이런저런 안을 모색하다가 리이는 지연에게 고딕펑크메탈풍 더블크로스를 걸어주고 침대에 부적을 붙여둡니다. 혼자가 아니라며 지연을 안심시키는 리이에게 저차원적 딴지를 거는 기생충들!

정신적 구충제가 있다면 엘리사에게 먹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리이였습..

이때 주사맞고 살아돌아온(..) 전 요원은 민설에게 기다리던 물건이 왔다고 알립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는 길에 3층과 5층 사이에서 차갑고 음습한 영기를 느낀 리이는 아직 병원의 귀신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가웃데 손가락을 들어 영들을 협박하고..(..) 헤어져서 버스타고 집에 가는 희연만 빼고 민랑의 길안내로 용인시 외곽의 산골에 있는 지연네 집으로 향합니다. 민기사 노릇하며 정작 정보수집은 못하고 있는 비운의 요원, 그 이름은 민설.

개봉박두! 민설의 고유장비가 곧 등장합니다!

이번 회에 리이양이 넘어진 횟수를 세어볼까요.

1. 계단에서 내려오면서 부상자 (지연) 깔아뭉갬
2. 지연의 목발에 걸려 제풀에 넘어짐
3. 주차장으로 뛰어나가다가 엘리사가 넘어질까 걱정하는 순간 혼자 넘어짐

민설의 말마따나 몸이 강철 아니면 살기 어려운 아가씨인 겁니…

민설이 민기사 되느라 자기 일 못하는 건 어떻게 보면 재밌지만 어떻게 보면 일행 개념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리이가 조사대상인 점도 있지만, 어쨌든 그에게 일단 주어진 임무는 정림기업의 뒤를 캐는 것이니까요. 일행 개념의 허와 실에 대해서는 차후 다른 글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병원 순환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희연은 멀미체크에서 대성공을 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저녁 장사 준비를 돕습니다. 왠지 남은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없다고 생각하며 2층으로 올라가자 눈에 보인 것은 쓰러진 화분과… 안형사와의 놀이공원 데이트 때 나타났던 걸묘 선생! 이곳 터줏대감 고양이들을 17:1로 싸워 이겼다고 자랑하는 걸묘를 희연은 안고 가서 목욕부터 시킵니다. (“냐옹- 물은 싫다냥-“)

희연이 일행과 분리된 것은 이번 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주인공이 각자의 생활과 목표가 있는 캠페인에서 일행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했지요. 희연은 수줍음을 타는데다 엄마가 집에서 가게일로 혼자 바쁜데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학생네 쳐들어가기는 좀 무리였겠죠. (리이가 끌고갈 걸 그랬나…)

물론 내적 일관성 (희연은 일행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과 진행상의 편의 (일행은 가능하면 유지해야 한다)는 좀 다르긴 합니다. 내적 일관성과 진행상의 편의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문제입니다만.

조용한 일상 속의 희연은 참으로 편안해 보이는군요. 저 편안함을 어떻게 깨부시고(..) 저런 희연을 모험 속으로 끌어내느냐 하는 게 관건이겠죠. 그 과정에서는 진행자의 역할도 크지만 참가자의 적극성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모로 말하는 고양이는 좋은 시작인 겁니.. 희연의 놀라는 연기가 재밌었어요. ^^

데이트 외전에 나타났던 걸묘 선생이 본 캠페인에 재활용된 게 매우 재밌군요. 외전과 본편 사이에 앞으로 어떤 연관이 나타날까 기대됩니다. 아직 동물 대화를 못하는 희연하고 천연덕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걸묘옹의 정체는 오래 묵어서 요괴화된 고양이가 아닐까 팀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연 어머니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간 일행. 파리한 안색의 어머니는 간신히 일어나 앉아 엘리사를 비롯한 일행을 맞습니다. 한편 엘리사와 리이는 기생충들의 지적으로 지연 어머니가 무당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영력의 수위가 낮아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지연 어머니는 리이와 지연이를 비롯해 병원에 있는 귀신 문제를 얘기하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민설에게 리이는 병원에선 아무것도 못해준다며 자신의 생기를 지연 어머니에게 전해서 자연치유가 가능한 수준까지 소생시킵니다. 여전히 영력은 극도로 저하된 상태이지만요. 편히 잠든 지연 어머니를 두고 일행은 조심스레 나옵니다.

“난 천재야! Genius! 열라짱멋져! Who yo mama? Who da maaaan?”을 외치는 리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건 착각인 겁니…아무렴, 환청이야.. (절레절레)

그 굿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하는 리이에게 엘리사는 자신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은 알리지 않고 그때 썼던 물품이나 장소를 알아보자고 합니다. 민랑에 따르면 지연 어머니는 중앙도로에서 일어난 지연의 사고가 동티 (귀신 때문에 나는 탈) 같다며 굿을 했는데 그때 쓰러졌다고 합니다. 무구 같은 것은 집 옆의 사당에 모셔져 있을 거라고…

사당에 들어간 세 사람. 리이는 사당 안에 영기가 맴돌지만 위험한 것은 없음을 감지하고, 역시 영기가 서린 부채를 집어듭니다. 지연 어머님처럼 손상된 신기… 엘리사는 리이에게 부채를 자세히 볼 수 있겠냐고 하고, 부채를 잡은 순간 과거의 영상을 보게 됩니다. 부채춤을 추다가 쓰러지는 지연 어머님과 붉은 달, 그리고 쓰러진 형체 뒤로 다가온 흐릿한 영상, 강렬한 푸른 빛.

오, 저 불길한 붉은 달 또 나오는군요. 엘리사의 능력이 이 장면에서 십분 발휘된 것도 기쁩니다. 일행간에 서로 정보교환이 안되고 있는 건 아쉽지만, 정보 교환이 안되고 있는 제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 있는 건 멋집니다.

리이는 기생충들하고 옥신각신하다 부채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누구하고 얘기하냐는 민설한테 엘리사를 가리키며 기생충과 얘기한다고 했다가 민설한테 혼납니..(..) 사고 난 지점으로 가보자는 엘리사의 제안에 민설은 혼자 차로 가서 국정원 DB에 접속한 후 중앙도로에서 사고 잦은 지점을 찾아냅니다. 더불어 전태일 요원이 조사한 정림기업 정보 역시 전달받고 자괴감에 빠집..

역시 전요원, 안 짤리고 국정원에 붙어있을 수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아름다운 청년!) 이 일로 민설은 ‘전요원이 날 비웃고 있다’ -5짜리 피해망상에 빠졌다는 제노님의 전언이..(퍽) 민설이 리이를 야단치는 대목에서 크게 웃었습니다. ^^

세 사람은 민랑이 차려주는 저녁밥을 먹고, 지연 어머니는 아주 편히 주무시고 계신다며 오늘 여기서 자고 등교하겠다는 민랑을 말리려다 민설은 전에도 종종 이런 식으로 와 있었는데 민설이 무심해서 몰랐다는 민랑의 말에 반대가 쑥 들어가고..  궁색하게 변명하는 민설에게 오빠 바쁜 거 이해한다며 민랑은 웃어줍니다. 석양빛 속에 민설, 엘리사, 리이는 사고 지점으로 향합니다.

민랑의 완벽성에 또 한, 아니 두 항목 추가합니다..ㅋㅋ (자기 시간 내가며 친구 도와주기, 오빠에 대한 이해심) 더불어 여동생한테 지고 사는 민설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리이가 말썽꾸러기 여동생 노릇 할테니 힘내십! (아니 그건 좌절이잖..)

다음 화에서는 고속도로 귀신과의 대격돌! 희연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밤에 사고 잦은 커브길로 차를 몰고가는 민설의 SM5가 무사하도록 우리모두 빌어봅시다.

4 thoughts on “언더월드 11화 – 감상을 빙자한 잡상

  1. 삭풍

    민랑은 사실 완벽하지 만도 않습니다.아마 민설이 없을때는 의외의 면목을 보여줄지도[…]
    P.S왜 이글루링크는 이글루 블로그밖에 안될까요.너무 폐쇄적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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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오.. 기대되는군요. 민설을 쫓아내야 하는 겁니..? (퍽)

      이글루스 블로그 외에는 메모장으로 HTML 링크를 넣으셔야 할 거예요. 이글루스를 버린 많은 이유 중 하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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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rches

    고민되는 점을 집어주셨군요. 언더월드 3기의 경우는 일행이라고 하기엔 pc들간의 사이가 (굉장히) 모호하고, pc인 희연의 입장으로 보면 자신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어도 되는 건지도 그렇고, 플레이어의 입장으로 보면, pc 입장을 고려하다가.. 혼자 따로 떨어지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 둘이 적절하게 배합되면 정말 좋겠어요.

    ps – 성장이라는 것은 꼭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해당되겠지요? 조만간 진행되면서 생기는 사건의 영향이든, 플레이어 스스로든, 지금의 성격이 버려지게 되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행동이라든지, 여러모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은 벌써부터 그 징조를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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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예.. 내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일행 또한 유지하는 것은 때로 어려운 일이죠.

      물론 성장이란 모든 면에서의 성장이 다 포함될 것입니다. 겁스 같은 경우 D&D와는 달리 단점을 없앤다든지 하는 식으로 ‘강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것’을 규칙 자체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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