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서스–초간편, 초단순

S. John Ross가 디자인한 라이서스(혹은 리수스? Risus)는 제가 아는 룰 중 가장 단순한 것에 속합니다. 일단 어떤 플레이를 할지만 정하면 캐릭터 메이킹은 5분을 넘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룰을 처음 설명듣는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요.

1. 캐릭터 메이킹

캐릭터 컨셉을 정하고 주요 키워드를 몇가지 고릅니다. 각 키워드는 보통 몇가지 기능을 포괄합니다. 예를 들어 ‘음유시인’ 키워드에는 악기연주, 노래부르기, 민담지식, 시 짓기, 여성 꼬시기, 빈대붙기(…)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키워드를 정했으면 10의 수를 키워드에 배분합니다. 키워드에 배정된 수가 1이면 그 키워드의 해당 실력은 형편없다는 뜻이고, 3이면 전문인 정도, 5부터는 꽤 실력자이지요. 시작하는 캐릭터는 한 키워드에 배정된 수가 5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라이서스 PC의 예입니다.

마이어 앤빌스트라이크
무기장인(3) 전사(2) 망국의 난민(2) 지도자(3)

어때요? 쉽죠? 쉽죠? (퍽)

2. 플레이

(1) 기본 판정

라이서스의 판정 방법은 먼저 이 상황에 어느 키워드가 해당될지 정합니다. 해당되는 키워드가 있으면 그 키워드에 배정된 수만큼 d6을 굴려서 합산합니다.

(2) 단독 판정

단독 판정의 경우 난이도에 따른 TN은 이렇습니다.

5 – 전문인에게는 쉽다
10 – 전문인에게 도전이 될 수준
15 – 영웅적인 도전. 매우창의적이거나 어려운.
20 – 실력자에게 도전이 될 수준. 거의 초인적.
30 – 초인적인 어려움

(3) 대결 판정

전투, 교섭 등은 대결 판정에 속합니다. 당연히 TN은 상대의 다이스 합이겠고, 하나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라운드마다 이긴 쪽이 진 쪽의 다이스를 하나 깎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사(4)와 용병(3)이 싸우는데, 한 합은 기사가 이겼습니다. 용병은 용병 다이스가 하나 깎여서 2가 됩니다. 그 다음 합은 (놀랍게도) 용병이 이겼습니다. 이번에는 기사의 다이스가 하나 깎여 3으로 줍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해당 다이스가 바닥나고 더이상 대결판정을 계속할만한 키워드가 없으면 완전히 진 것입니다. 다이스 회복률은 보통 한 장면에 하나 정도면 적당합니다.

하지만 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칫하면 라이서스의 대결판정은 싱거운 승부가 되기 쉽습니다. 룰상 허점이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느정도 이 점을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습니다. 바로 펌프가 그것이지요. 1라운드 동안 원하는 키워드의 다이스를 일시적으로 1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인데, 만약 이 라운드의 판정에서 이기면 키워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만약 지면 원래 깎이는 1 다이스 외에 추가로 또 1 다이스가 깎입니다. 일종의 도박이지요. 소설이나 영화로 보면 순간적으로 악으로 깡으로 능력을 발산시키는 것에 해당하는데(만화나 소설의 예를 들자면 악에 받쳐서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한다든가), 그만큼 위험도 따르는 것입니다.

3. 성장

성장 시스템은 꽤 간단합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사용한 키워드가 있으면 판정하듯이 d6을 굴려서 전 다이스가 짝수로 나오면 그 키워드는 1 성장하고, 아니면 현상유지인 것이지요. 즉, 키워드가 높을수록 성장의 확률은 낮다는 뜻입니다.

4. 평가

라이서는 아주 완전한 룰은 아닙니다. 워낙에 단순하다 보니 허점도 있고, 사각지대도 있지요. 하지만 단편 시나리오 진행 등에서 분명히 그 단순성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익히기 쉽고 분명한 시스템인 점도 그렇고요.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플레이로 옮기고 싶을 때, 이것저것 다 귀찮지만 플레이는 하고 싶을 때 라이서스는 분명한 대안이 되어 줍니다. 장기 플레이를 위한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기는 하고요. 5분만에 익힐 수 있는 룰도 충분히 즐거운 플레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룰입니다.


이글루스 가든 – 한국 RPG 대중화의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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