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누아르(Technoir) – 관계와 관계가 얽히면서 만들어지는 한 편의 진한 누와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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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누아르?

테크누아르는 수십 년 후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기업 간의 그림자 속 전투로 찌들어가는 세계를 그린 사이버펑크 누아르 RPG입니다. PC들은 범죄자, 프리랜서, 용병이 되어 의뢰를 받거나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테크누아르의 특징은 관계와 관계를 연결해가면서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 전파(Transmission) 규칙과,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태(Adjective, 페이트의 상황 면모, 아포칼립스 월드의 태그 같은)를 붙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판정 방식입니다.

이번 테스트 플레이에서는 이 두 가지가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데 중점을 두었고, 결과는 비교적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늘 플레이에 참석해주신 진유랑 님, 조일식 님, 아이고망했어요 님께 감사드립니다.

 

플레이 내용

오늘 플레이는 궤도 엘리베이터, 일종 “콩나무”를 건설 중인 킬리만자로 산 주위의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롱 웨이셴(진유랑)과 알 그렌(조일식), 디오네 듀클레어(아이고망했어요)는 궤도 엘리베이터 노동자 조합에서 의문의 세력에게 납치된 노조위원장 파이자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파이자는 PC들과도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PC들은 이 일을 맡기로 하고 증거들을 모아나갑니다.

연줄에 캐묻고, 경찰과 기업 전산망에 침투하는 등 정보를 수집하면서 PC들은 기업의 사설 부대가 파이자를 납치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문제는…

1. 파이자는 반-궤도 엘리베이터 테러 조직과 손을 잡고 기업 및 도시 곳곳에 폭탄을 숨겨두었습니다. 기업에서는 노조 내 내부고발자의 밀고로 첩보를 입수해 문제를 조용하게 해결할 목적으로 파이자를 납치했습니다.

2. 더 큰 문제는 이 일을 들쑤시면서 PC들의 신분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PC들을 테러리스트 집단이나 반기업 단체의 일원으로 오해할 여지가 무척 컸습니다.

그래서 PC들이 선택한 결과는… 해당 기업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경찰 쪽에 지금까지 파헤친 정보를 넘기고 파이자를 기업의 손에서 빼내 경찰에게 넘기는 대신, 약간의 사례금과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었습니다. 노조 쪽에는 이 일에 관해 입 다무는 대신 파이자의 처리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묵인을 받아냅니다.

PC들은 기업 사설 부대와 짧지만 격렬한 전투를 벌인 끝에 파이자의 신병을 확보해 경찰에 넘겼습니다. 며칠 후 언론에서는 경찰의 신속하고 빠른 대처로 폭탄 테러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기사가 나왔고, 테러집단과 협력했던 용의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감상

우선 이야기 전파 규칙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거의 실시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오히려 평소처럼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면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는 무척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무작위 표를 굴려 각종 인물이나 세력, 사건을 나타내는 새로운 관계점을 만들고 이 점을 다른 관계점과 잇는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상태 규칙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페이트에서 상황 면모만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처음 돌려보는 규칙이라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찰들의 눈을 피해 사건 현장으로 침투하는 장면에서, 상대방에게 “이쪽을 못 봄”이라는 상태 대신에 PC 자신에게 “은신”이라는 상태를 걸도록 조언했으면 훨씬 부드럽게 진행되었을 거 같았습니다. 또한, 판정마다 좀 더 맛깔 나는 묘사를 해야 했는데, 이쪽 역시 제가 좀 서투르게 표현을 해서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테크누아르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한 RPG 중 “좋지 않은 사례”입니다. 원래 펀딩 중 약속했던 추가 자료집 중 하나는 결국 나오지 않은 채 중단되었고, 원작자는 더는 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크누아르는 이 코어 룰북 하나만으로도 무척 훌륭한 사이버펑크 RPG입니다. 가능하다면 언젠가 한국에도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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