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코어/기동형 페이트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일 : ‘기회 만들기’ 액션을 다른 액션에 결합시키기.

페이트에서는 무언가 행동을 할 때는 극복/기회 만들기/공격/방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극복은 무언가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을 처리하는 액션이고, 공격은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제거하는 액션이며, 방어는 상대의 행동을 저지하고, 기회 만들기는 유리한 상황 면모를 만들거나 쓸 수 있는 면모를 유리하게 이용하는 액션이지요.

그런데, 페이트 코어 이후 면모는 “이야기 속 현실”의 역할을 한다고 특히 강조되었습니다. 이전에 쓴 글에서(http://blog.storygames.kr/?p=1339) 말했듯이 ‘수갑에 묶임’ 면모를 얻은 캐릭터는 손을 쓸 수 없고, “날개” 면모가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터널을 파서 성 안으로 들어간다면 극복으로 들어간 걸까요, 기회 만들기로 “터널”이라는 면모를 만든 걸까요? 상대방의 무기를 뺏는 건 무기를 뺏는 극복 행동일까요, “무기 뺏음”이라는 면모를 붙인 걸까요? 숨겨진 고대의 비밀을 발견한다면 이건 그 정보를 “극복” 행동으로 알아낸 걸까요, 숨겨진 “면모”를 파악한 걸까요?

미국 쪽 RPG 커뮤니티에서도 위 문제로 몇 번 논의가 있었고, 게임 디자이너 중 한 명인 Ryan Macklin은 “정보를 밝혀내는 행동은 별도로 “Discovery Action”을 만들자!( http://ryanmacklin.com/2014/10/fate-the-discover-action/) 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페이트 원작자인 Fred Hicks는 도표까지 만들면서 (https://plus.google.com/+FredHicks/posts/FT6DyiLdD3u) 기존 규칙으로 충분히 이런 애매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요.

페이트 팬들의 의견은 대체로 “기회 만들기는 보조 수단이며, 장면을 확실하게 끝내는 정보나 행동은 공격이나 극복이어야 한다.” 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이 좀 불만입니다. 왜 굳이 두 액션을 인위적으로 분리한 걸까요?

면모가 이야기 속 현실이라면, 무언가 행동을 할 때마다 실제 플레이에서 보이든 보이지 않든 면모가 붙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페이트 코어에서도 “딱히 공짜 발현을 얻으려는 건 아니고, 그저 지금 이런 상황 면모가 있는 게 개연성이 있겠다고 생각하여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주사위를 굴리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이러이러한 면모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하고, 다른 사람들이 수긍하면 바로 써 넣으십시오.” 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요(p.84 면모의 창조와 발견). 게다가 누누이 강조했듯, 페이트에서는 굳이 기회 만들기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상황 면모에 따라 특정 행동의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고, 심지어는 특정 행동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인위적으로 기회 만들기라는 행동을 따로 분류해서 면모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 이미 기회 만들기는 다른 액션에 어느 정도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기회 만들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극복이나 공격, 방어에서 대성공이 나오면 목적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증강도 얻고, 공격을 맞아 입은 피해를 흡수하면 타격이라는 면모를 얻으니까요. 저는 이런 부분에서 페이트의 면모보다는 AWE의 ‘태그’ 쪽이 좀 더 이야기와 규칙을 부드럽게 결합했다고 생각합니다. AWE에서는 굳이 별도의 액션을 분리해 면모를 만들거나 활용할 필요 없이 태그라는 요소를 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극복과 방어, 공격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반면, 기회 만들기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뭔가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언젠가는 한번 이 기회 만들기를 극복과 공격, 방어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규칙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그냥 막연한 생각일 뿐이지만…

p.s : 애스디님이 이 글에 답변으로 쓴 좋은 글이 있습니다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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