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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의 즐거움

제가 RPG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RPG가 언어로 하는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작명 또한 재밌어하지요. (돗자리 까는 거 아닙..퍽) 아마도 어떤 인물이나 대상을 가리킬 때 가장 자주 사용될 명칭. 부르기 매끄러우면서도 그 실체에 어울리며, 가능하면 의미가 있는 이름을 짓는 것은 제게 즐거운 일입니다.

이름을 짓는 과정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대체로 캠페인의 성격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링크라든가 기법(…이라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등과 함께 대충 얘기해 보겠습니다.

1. 현실 배경 캠페인

현실 내지 유사현실 배경 캠페인에서는 압도적으로 실존했던 인명을 사용합니다. 가장 애용하는 인명사전은 Behind the Name. (영문 사이트이지만 사용에는 지장이 없을듯 합니다. 이하 이 글에 나오는 자료는 전부 영문입니다.) 이름이 문화권별로 많이 나올 뿐 아니라 간단한 뜻풀이와 어원도 나와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다른 사이트가 필요하면 보통 구글에 Arabic Names라든지 Swedish Names 등 간단한 검색을 통해 필요한 사이트를 찾습니다. 성 역시 간단한 검색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panish Surnames라든지 German Surnames 등.

미국 인구조사 자료에 기반해 남녀, 희귀도 등을 설정해 이름과 성을 무작위로 얻을 수 있는 무작위 이름 생성기도 유용한 자료입니다. 희귀도를 아주 높이면 외계인이나 판타지 이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유용한 도구입니다. 진행자로서는 출력해서 그때그때 주변 인물 이름으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자로 이름을 만들 경우 야후 한자사전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특히 뜻으로 찾으면 (예를 들어 ‘꽃’) 많은 한자가 나오므로 뜻과 음이 마음에 들게 이름을 만들 수 있지요.

2. 판타지 캠페인

실존하는 이름을 쓸 수도 있고 어원이라든지 단어, 신화 속의 이름을 넣을 수도 있는 것이 판타지 작명의 재미입니다. 워낙에 다양한 가능성이 많아서 예를 드는 편이 빠르겠군요.

예전에 썼던 ‘아나딜’이라는 인물의 경우 아랍어로 밤꾀꼬리라는 뜻인데, 이것은 아라비안 품종 말 작명이라는 사이트에서 찾은 단어입니다. 상당히 유용한 사이트로, 사람 이름으로 쓰지 않는 단어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인명사전보다 다양한 작명이 가능합니다. 천루님의 인물이었던 ‘이샨’도 같은 사이트에서 고른 것으로, ‘의롭다’라는 뜻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신화에서 이름을 끌어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에 제노님의 인물이었던 ‘아에쉬마’ 같은 경우 창을 쓰는 여전사였는데, 구글에서 영문으로 ‘창을 쓰는 악마’ 검색을 통해 아에스마, 혹은 아에쉬마를 찾았습니다. 재밌는 건 당시에 창을 쓰는 힌두교 여악마라고 봤던 것 같은데, 이 기사를 쓰느라고 다시 검색해 보니 조로아스터교의 다에바 (악마) 중 분노와 열정을 담당하는 남자 악마더군요. 창을 쓰는지도 확실히 잘 모르겠고, ‘피흘리는 창의 악마’라고만 되어 있었습니다. 언제나 둘 이상의 출처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퍽) 신화적 자료를 찾기에 좋은 사이트로는 Encyclopedia Mythica가 있습니다.

검색을 할 때는 다양한 동의어를 많이 쓸수록 풍부한 결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위의 아에쉬마 검색을 재현해 보려고 하니 ‘demon spear’ 하는 식으로는 안 나오더군요. Demon 대신 fiend를 사용하자 두번째 검색 페이지쯤에 나타났습니다. 필요하다면 동의어 사전을 동원해서라도 다양한 동의어로 검색해볼 것을 권합니다.

그 외에 고유 공격의 이름이었던 ‘당스 마카브르’ 역시 신화적 내지는 역사적 기원이었지요. 공격을 발동하면 적을 산산히 부수는 공격이라고 해서 dance of death라고 검색했더니 쉽게 당스 마카브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원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때로 괜찮은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위에서 나온 이샨의 약혼녀 같은 경우 이런저런 어원을 조합해서 ‘셰르디엔느’가 나왔는데, 이것은 중세 영어로 ‘찢다’라는 뜻인 ‘셰렌’과 ‘죽다’는 뜻인 ‘디엔’을 합친 것입니다. 따라서 이샨을 배신하게 되는 셰르디엔느 후작부인은 대충 ‘찢어죽이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요. 또 d20에서 사제, AD&D에서 성기사로 사용했던 ‘마하트 프리야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위대하다’는 뜻인 ‘마하트’와 ‘소중하다’는 뜻인 ‘프리야’를 합쳐서 만든 이름입니다.

색다른 느낌을 원한다면 알타이 어족 어원사전도 유용합니다. 학술적 자료라 사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meaning 필드에 원하는 뜻을 넣고 검색하면 생각하지 못한 단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동의어 사용은 필수)

제노님의 ‘아사’ 세계관 같은 경우 원래부터 있는 이름이었지만 어떻게든 뜻을 갖다붙이고자 무진 노력한 끝에 칼카 몽골어로 ‘불타다’라는 뜻의 ‘아사-‘를 찾았습니다. 이 경우는 일본어의 ‘아사히’ 같은 말 때문에 비슷한 걸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요. 물론 발음에는 절대 자신없지만, 자기 맘에 들기 위한 발음 왜곡은 기본인 겁니..(퍽) 글룸님의 캠페인에서 잠시 사용했던 인물인 ‘카루‘도 알타이 사전에서 찾은 이름으로, 아(芽)알타이어로 ‘검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들도 유용한 이름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 나온 여전사 아에쉬마의 본명은 ‘아니스’로, 흰 꽃이 피고 씨가 향기로운 어브이죠. 이것은 어딘가 소설에서 보고 적어놓았던 영단어입니다. 그 외에도 탠시, 케이엔느, 시셀리, 야로우, 버독 등 정감있는 이름이 많이 있지요.

3. SF 캠페인

SF는 현실 배경이나 판타지 배경에에 준해서, 혹은 무작위 제조기를 사용하는 것이 편한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 이름 생성기라든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 이름을 무작위 제조하는 크리스 파운드의 이름 생성기도 쓰기 좋습니다.

결국 작명이란 너무 주관적인 작업이라서 일반적인 법칙 같은 것은 찾을 수도 없고, 어떤 한가지 경우에도 ‘이 방법이 제일 좋다’라고 말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자료와 접근법을 다양하게 생각해서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이름을 만들어낼 뿐이지요. 피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즐거운 유희이기도 한 작명은 RPG의 작지만 불가피한 일부분인 것입니다.

무작위 이름 제조기

로빈의 마스터링 법칙 (Robin’s Laws of Good Game Mastering)에 나온 좋은 링크들…

크리스 파운드의 언어 엔진 (영문) – 40개가 넘는 언어로 이름을 무작위 제조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모 무작위 이름 제조기 (영문) – 미국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름을 무작위 제조할 수 있습니다. 빈도를 조절해서 흔하거나 드문 이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윤 오텍스라든지 카리 누에스카 같은 이름은 외계인 이름으로도 쓸 수 있겠군요.)

유럽식 작명 링크

Behind the Name(영문) – 유럽 국가들의 인명 목록과 뜻. 특히 NPC 이름의 보고일듯!

성 뜻과 간단한 기원(영문) –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의 흔한 성의 뜻과 간단한 기원이 있는 페이지입니다.

Wordreference.com(영문) –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 온라인 사전. 영어가 어느정도 편하시면 단어 찾아보는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로 장미를 뭐라고 하는지 알고 싶다든지.

바벨피쉬 번역 – 바벨피쉬 번역 페이지. 두세단어 정도의 간단한 번역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