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속의 취향: 우리는 어째서 민감한가

어째 쓰고 나니 묘하게 야릇한 제목이 돼버렸습니다만..(퍽)

별건 아니고, 그냥 RPG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규칙책이나 스타일 (특히 규칙책)에 대한 비판에 유난히 민감한 이유를 다루는 게시판 글을 읽고 그럴듯하다 싶었습니다.

(불행히도 이 글은 당시에는 그냥 읽고 지나간 거라 지금 와선 찾기가 막막하군요..;; Rpg.net 쪽 글이었던 것 같은데, 누가 쓴 글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분에게는 출처를 못 쓰는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ㅁ;)

그분의 설명에 의하면, 즐기는 사람이 적은 취미일수록 (예를 들어 RPG)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예를 들어 규칙)을 싫어하면, 듣는 사람은 그 취미 속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읽고 보니 말이 된다 싶었습니다. 더이상 자신의 취향은 설 데가 없어진다는 무의식적 불안감… 단순 계산으로 도식화할 수도 있는 게, 즐기는 사람이 100만명인 취미라면 그중 100명이 자기 취향인 걸 싫어해도 0.01%일 뿐이지만, 즐기는 사람이 100명인 취미라면 그중 한명만 자기 취향과 달라도 1%가 될테니까요.

그런데 뭐,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느낌은 그야말로 착각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팀이 있고 그 팀과 정기적으로 RPG를 즐기고 있다면, 어딘가의 RPG인이 나와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건 아닐테니까요.

또 취향 너머의 논의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규칙책이 ‘좋으냐 싫으냐’를 따진다면 ‘난 좋아.’ ‘난 싫어.’ ‘난 관심없어.’ ..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더이상 논의라는 게 되지 않으니 싸움이 나기는 안성맞춤. 반면 어떤 규칙책이 ‘그 규칙책의 지향점에 부합하느냐’가 논점이라면 훨씬 더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하겠죠.

뭐, 결국엔… 주저리주저리 길어졌지만, 자신의 취향에 대해 방어적이 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내가 D&D에 관심이 없어도, 당신이 인디 RPG에 관심이 없어도, 저기 저 사람이 겁스에 관심이 없어도 우리 모두는 이 취미 속 어딘가에 설 자리가 있으니까요. (사실 인디 RPG 하는 인간이 설 자리 있으면 나머지 분들은 문제없습..)

3 thoughts on “취미 속의 취향: 우리는 어째서 민감한가

  1. 천승민

    이런저런 일들을 보면 역시 가장 흔한 형태가 이론/이성/논리 같은 건 감정이나 취향을 위한 시녀로 작동하는 식인가 싶기도 하네요. 뭐…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건 또 이래저래 조금씩이나마 신성화(?)하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타인이 우상파괴를 시도한다고 느끼게 되면 화가나는 면도 없잖아 있을지도. 이쪽은 너무 거창한가.

    아니면 저울질 이론, 새것을 배우는 스트레스보다 지금것을 즐기고 싶은 욕망이 더 큰데, 외부에서 스트레스 요인이 오면 저항하는 걸수도 있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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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키

    MrGloom// 하하..;;

    천승민// 예, 그런 여러가지 이유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 결국에는 이유가 너무 많아서 탈인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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