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몽텔리에가 저택은 온통 불을 밝혀서 환하군요.
앤드류: 파티날이라.. 벌써 그렇게 됐군요.
로키: 차에서 내린 앤드류는 밖은 정원 조명이 드리우는 긴 그림자를 끌고 정문으로 걸어갑니다.
로키: 열린 문으로는 사람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정원과 테라스에는 연회복을 입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웃고 얘기하고 있군요
앤드류: 조금.. 늦은 듯한 기분도 드는군요.
앤드류: 문을 통과하면서. 인사를 하고.
앤드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와있는 사람들을 체크해요.
로키: "왔나 앤드류!" 클로드 몽텔리에의 반가운 인사와 다른 수많은 얼굴들이 정신없이 스쳐가고
로키: 알렉산드리아에서 한다 하는 가문들은 거의 온 것 같군요
로키: 템퍼튼 가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앤드류: 그럼, 일단은 인사들을 나누도록 하죠.
앤드류: 무엇을 하건, 그것이 첫번째. 이런 자리에 나와서, 교류를 할 의사를 표명하는 것.
앤드류: 그것이 일단 최소한의 일이니까요.
로키: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쉴새없이 사람들이 인사하고 웃어주는군요
앤드류: 네. 이쪽도 웃음을 아낄 생각은 없습니다.
로키: 개중에는 앤디를 보고 서로 윙크를 주고받으며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사람도 있고..
앤드류: 형식으로서의 호의와, 실제의 호의라는 것 사이에. 가치적인 차이란게 얼마나 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앤드류: 주목의 대상이 된 상태에서 여기에 트러블을 다시 얹게 해주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가씨에게
앤드류: 마음속으로 저주를 보내죠.
앤드류: 어디까지나 가벼운 불평입니다만.
앤드류: 오히려, 이런 게 있는 편이 더 재밌는 걸지도 모른다..
앤드류: 라는 생각을 하며.
앤드류: 클라리사 몽텔리에양을 찾죠.
로키: 클라리사는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서, 펀치 볼 옆에 서서 버지니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군요
앤드류: 그리고, 그것에 편승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자신도... 재미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앤드류: 다가가서, 인사하도록 하죠."
앤드류: "안녕하세요, 템퍼튼양, 몽텔리에양."
로키: 버지니아는 태연하지만 클라리사는 불안한 표정으로 마구 얘기하다가.. 앤디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말을 그칩니다.
로키: "안녕하세요, 앤더슨씨."
로키: 버지니아는 우아하게, 그리고 더없이 정중하게 인사하는군요
로키: "안녕하세요, 앤더슨씨.." 클라리사는 좀더 수줍게 인사합니다
로키: "파티는 즐거우신가요?" 펀치를 홀짝이며 버지니아가 예의바르게 묻는군요
앤드류: "예, 언제나 파티는 즐겁죠. 기억해야 할 분이 아직도 많다는게, 좀 마음에 걸리는 점입니다만.."
로키: "어머, 앤더슨씨는 문제없겠죠. 이튼에서 공부하실 정도로 머리가 좋으신데요."
앤드류: "영국 유학을 다녀와서 그런지. 여기에 익숙해지질 않아서요. 공부하는 거하고 이런쪽 훈련은 다른 모양입니다."
앤드류: "건너편에 있더니, 머리가 건너편 방식에 젖어버려서..."
로키: "저런.. 제가 도와드릴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앤드류: "유학이라고 들어서 생각난건데, 템퍼튼양도 프랑스에 계셨다면서요? 몽텔리에양과 같이."
로키: "예, 그런 일이 있었죠." 버지니아는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 그때 정말 재밌었지, 클라리스?"
로키: "응, 그럼."
로키: 클라리사는 왠지 도망칠 구멍을 찾는 눈을 하고 있군요.
앤드류: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앤드류: 이 두사람은.. 제 기억에는, 언제나 버지니아가 주도권을 이끌어 나가는 상황에서,
앤드류: 다른 기댈 곳이 없는 클라리사가 따라붙고 있었단 느낌이었어요.
앤드류: 유학생활도, 그랬던 걸까요.
로키: "뭐.. 지루한 얘기랍니다. 샹젤리제에 있는 마담 보브와르의 댁에서 지냈어요."
앤드류: "제가 유학때 있었던 얘기를 할때도, 지루한 이야기라고 설명을 합니다만.. 듣는 분들은 흥미를 가지시는 모양이더군요."
로키: "이국적인 것은 흥미를 자아내니까요."
로키: "그것이 정작 생활이 되면 지루해지겠죠."
로키: "사람의 일상이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앤드류: "그렇죠. 그러나, 다른 사람의 흥미라는 것은 그런 작은 다른 곳에조차 미치는게 아니겠습니까."
앤드류: "들려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로키: "에펠 탑이니 팡테옹이니 찾아다니면서 정말 모험을 하는 느낌이었답니다, 그때는."
로키: 버지니아는 작은 미소를 짓습니다.
로키: "루브르 박물관, 주말에는 시골로 나가서 르와르 강변의 성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샤토에서 포도주를 시음하기도 했죠."
앤드류: "관광은.. 저도 했던 일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수년을 보내셨던 겁니까?"
로키: "뭐, 저희가 실제로 하러 갔던 것은 프랑스어 공부였으니까요."
로키: "그리고 숙녀다운 몸가짐 또한 말이죠."
앤드류: (어학연수가서 놀기만 하는 학생)
로키: (그렇습..)
앤드류: "그리고, 그것들에 관해선,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로군요."
앤드류: "결과가 어땠는지는, 지금의 여러분이 보여주시고 있겠죠."
앤드류: "소득이 있는 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키: "스테이크를 먹을 때 어느 포크와 나이프가 적합한지 듣고 싶으신가요?"
앤드류: "그건, 저도 싫을 정도로 배운 일이니까요."
앤드류: "새로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얼마건 환영합니다만."
로키: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은 다 외국에 나가서 소득이 있었던 경우로군요."
로키: "특히 클라리스는 가족이 프랑스 출신이면서 프랑스어를 너무 못했었죠.. 지금은 많이 늘었지?"
로키: 클라리사는 버지니아와 함께 쿡쿡 웃습니다.
앤드류: 이 두사람, 옛날만큼 권력 차이가 없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이 부분의 판결을 일단 보류해둔다고 한다면.
앤드류: 이 아가씨가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로키: "한번은 밤에 창밖으로 몰래 숨어나가서 파리 뒷골목의 댄스장을 찾아가기도 했었죠." 버지니아가 말을 잇습니다.
로키: "어머, 지니." 클라리사가 당황합니다.
로키: "설마 앤더슨씨가 우리 부모님한테 이르겠어? 너희 숙부님은 안다 해도 잘했다고 하실걸."
앤드류: "뭐, 댄스장에 찾아간 정도로 무엇을 탓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앤드류: "크게 소리내어서 외칠 일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요."
앤드류: "그 댄스장에서, 뭔가 다른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로키: "그다지요. 생각보다 재미없더라고요."
로키: "포도주가 너무 독해서 춤을 추기도 힘들었어요." 클라리사가 덧붙이는군요
앤드류: "...포도주가 독하다..라."
앤드류: 쓴웃음을 지어요. 이런 아가씨들 상대로는 그렇게 되겠죠..
로키: "앤더슨씨는 영국에서 그런 조그만 탈선들이 없었나요?" 버지니아는 웃음을 짓습니다
앤드류: "전혀, 대영박물관에도 얼마 가보지 않았을 정도인걸요."
로키: "저런.. 모범생이었군요." 버지니아는 짐짓 입을 삐죽입니다.
앤드류: "일탈은, 그것을 일탈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을때나 재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앤드류: "여러분께 그런 모험이 재미가 없었듯이, 제게도 그리 재미가 없는 것이랍니다."
로키: "일탈이 일상으로 되면 더이상 흥분은 없겠죠." 버지니아는 고개를 까딱합니다.
앤드류: "이렇게 말하면, 제게 있어서 일탈이 일상이었던것 같지만.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앤드류: "그저, 일탈을 일탈이라는 이유만으로 즐기기엔, 여러분은 지나치게 현명하다는 말일 뿐이죠."
로키: "칭찬 감사하군요." 버지니아는 낮게 웃습니다.
앤드류: 뭐, 슬그머니 자기의 일탈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로키: "아.. 그럼 전 이만.. 숙모님이 부르실지도 몰라요." 클라리사가 말합니다.
앤드류: 클로드씨 부인 이름이 뭐였죠?
로키: (음.. 에밀리요)
앤드류: "아, 에밀리씨께는 저도 아직 인사를 안 드렸군요.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로키: "물..물론이지요."
로키: "즐거운 시간 돼요." 버지니아는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앤드류: (상당한 노력을 해서 클라리사에게 따라붙었습니다)
앤드류: (이대로 버지니아랑 붙어있어도 뭔가 진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저 아가씨는 지금 완전한 전투태세라서..)
로키: (그렇죠..ㅋㅋ)
로키: 두 사람을 떠나보낸 버지니아는 어느새인가 다른 젊은 남자와 얘기하고 있군요.
로키: "아.. 저, 저기, 숙모님."
로키: 여자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통통한 40대 여인이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로키: 에밀리 몽텔리에 부인이군요
앤드류: 그 클로드씨의 부인이다보니. 보통 좋은 성격은 아니리라고 생각해요.
앤드류: 어떨까요.
로키: "아, 클라리사.. 어머, 앤더슨씨.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로키: 둥근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사람좋은 미소가 그득하군요.
앤드류: "몽텔리에 가의 초대를 따르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앤드류: "좋은 파티로군요. 주인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이. 말입니다."
로키: "고마운 말을." 몽텔리에 부인은 웃는군요.
로키: "아, 숙모님. 뭔가 도와드릴 게 없을까 해서.."
로키: "어머, 그렇잖아도 펀치 병을 좀더 내와야겠더구나."
로키: "폴을 찾아서 좀 도와달라고 하렴."
앤드류: 이 클라리사 아가씨가, 이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나, 볼까요.
앤드류: "저로는 도움이 안 되겠습니까?"
앤드류: "일단 저도 남자 손이긴 한데 말이죠."
로키: "어머나.. 어떻게 손님께 그런 부탁을.. 폴? 폴!"
로키: 부인은 파티장에 모인 인파를 둘러보며 하인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워낙에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요.
앤드류: "아무래도,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필요한 사람을 필요한 때 불러오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지요."
로키: 앤드류의 도움이 필요한 눈치지만 부인은 애써 사양하려 합니다.
앤드류: "제가 도와드려도 될 정도의 일이라면, 도와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앤드류: "클로드씨께도 신세가 되고 있고..."
로키: "연회복을 버리실지도 몰라서.. 미안해서 어쩌죠?"
앤드류: "클로드씨라면 저희를 위해서 연회복을 몇벌이라도 버려주실 텐데요."
앤드류: "연회에 참석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댁에서 빌리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키: "그이는 항상 연회복을 버린답니다." 에밀리 부인은 입을 가리고 웃습니다.
로키: "잊지 않겠어요, 앤더슨씨. 어서 다녀오렴, 클라리사."
로키: "아, 예... 이쪽으로..."
앤드류: "좀 무리한 얘기였지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키: "저야말로 감사하죠."
앤드류: 네. 그럼 따라가죠.
로키: 클라리사는 반쯤 체념한 표정입니다. 어차피 지금 떼어내도 나중에 앤드류가 또 부탁하면 그만이니..
앤드류: 그렇긴 하지만.
앤드류: 한번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는 것이 꼭 쉬우라는 법은 없죠.
로키: 부엌을 통해 하인들이 쓰는 뒷문으로 나가서 마당을 지나, 클라리사는 열쇠 하나를 꺼내 창고의 큰 나무문을 엽니다.
로키: (기본적으로 기가 약한 아가씨라..)
앤드류: 그럼, 이쯤해서 말문을 열죠.
로키: "펀치병이 든 상자는 이쪽에.."
앤드류: "템퍼튼 양과의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로키: "에?" 클라리사는 깜짝 놀라서 그를 돌아봅니다.
앤드류: "절대로, 그것만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저와 이야기하는걸 계속 피할 이유같은건.. 없지 않겠습니까?"
앤드류: 상자로 이동하면서 말해요.
로키: "무슨..일이라뇨! 지니가 얘기한 그대로예요!"
로키: 긴장해서 클라리사의 목소리는 새되어지는군요
앤드류: "뭐,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몽텔리에양에게 해를 가져올 생각은 없으니까."
앤드류: "어디까지나, 템퍼튼양에게 약간의 곤란함을 가져오고 싶은 것 뿐입니다."
로키: "그..그렇다 해도.. 아, 잠깐요. 이걸 쓰세요."
로키: 클라리사는 상자 중 하나 위에 걸쳐져 있던 목수용 앞치마를 발견하고 가져오다가 멈칫하는군요.
앤드류: 아아.
로키: "곤란함을? 어째서요?" 클라리사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집니다.
앤드류: "템퍼튼양과 저는, 서로의 속을 캐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져서요."
앤드류: "이런 놀이를 제안해온 것은 템퍼튼양입니다만, 저 역시 그냥. 제자리에서 물러설 생각은 없습니다."
로키: "하..하지만.. 비밀을 꼭 지킨다고 약속했는걸요.." 중얼거리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클라리사는 입을 꼭 다뭅니다.
앤드류: "템퍼튼양은, 빈틈없고.. 현명한 사람이죠. 제가 봐온 바로는. 그리고, 어릴적부터 함께 해오시면서."
앤드류: "그런 템퍼튼양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라고 생각하신 적은, 정말로 없나요?"
로키: "...!"
로키: "어서.. 파티장으로 돌아가요." 딱딱한 목소리로 말하며 클라리사가 돌아서는군요.
앤드류: "전, 나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밀은 지키죠. 어디까지나, 템퍼튼양을 조금 곤란하게 할 뿐.."
앤드류: "..아직, 펀치 병을 꺼내지 못했는걸요."
앤드류: 다가가서,
앤드류: 앞치마를 받아서 입습니다.
로키: 클라리사는 매우 긴장한 표정입니다.
로키: "예, 그 나무 상자예요. 조금 무거울 테니까 조심해서.."
앤드류: "그래서, 이야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로키: "그..그럴수는 없어요." 클라리사는 겁먹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앤드류: 나무상자 앞으로 이동하죠.
앤드류: 나무상자를 들어올리려고 하다가..
앤드류: "음, 못 들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 도움을 주시는 편이 편할 것 같군요."
앤드류: "이쪽으로 다가와 주시겠습니까?"
로키: "아, 예."
로키: 클라리사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상자 반대쪽을 낑낑거리며 살짝 들어올리는군요.
앤드류: "그래서, 정말로. 들려주시지 않을 건가요?"
앤드류: 음.. 기가 약하지만 솔직한 아가씨로군요.
로키: "..." 클라리사는 입술을 꼭 다물고 상자를 내려다봅니다.
로키: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후회모드)
앤드류: (그러나 전 여기서 들어두지 않으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 같은데..)
로키: (뭐, 기회는 드릴게요)
앤드류: 뭐, 그럼.
앤드류: (여기서 그냥 보낼까요?)
로키: (어차피 한번 찍어 넘어갈 나무는 아니니..)
앤드류: (좀 더 위험한 수단으로 시도해볼 생각이긴 했는데)
앤드류: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앤드류: (굳이 여기서 위험한 손패까지 드러낼 필요는 없겠죠)
로키: (일단 씨는 심어 놓았으니까요)
앤드류: 여기서, 잠깐 고민하다가.
앤드류: "그럼, 펀치병을 옮기도록 하죠."
앤드류: 들어올려요.
로키: "아..예." 클라리사도 조금 밀어서 돕는군요
로키: 그리고 앞서가서 앤디가 지나갈 수 있게 창고문을 연 다음, 서둘러 잠그고
로키: 다시 달리듯 가서 부엌 뒷문을 열어줍니다.
로키: 이쪽 집 뒷편은 앞쪽과는 달리 어둑어둑하군요.
로키: 집 앞편의 환한 조명이 희미하게 비칠 뿐..
로키: "예.. 상자는 이쪽에다 내려주시면 돼요, 앤더슨씨."
앤드류: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앤드류: "여기면 되겠습니까?"
로키: 클라리사는 부엌 바닥 한 구석을 가리킵니다.
로키: "예."
로키: "감사합니다.."
앤드류: "그렇군요."
앤드류: 내려놔요.
앤드류: "뭘요."
로키: 곧 하녀들이 와서 펀치를 커다란 유리그릇에 따르기 시작하는군요.
로키: "아..예. 그럼 저는 이만.."
로키: 클라리사는 도망치듯 사라집니다.
앤드류: "저도, 슬슬 돌아가봐야겠죠..."
앤드류: 라고 말하곤, 저도 파티로 돌아와서.
앤드류: 다시금 사람 속에 섞이도록 하죠.
로키: 앞치마는 벗었기를 바라며..
앤드류: 깜빡하고
앤드류: 도로 나왔다가
앤드류: 누구한테 지적받고
앤드류: 벗어서
앤드류: 놓고 왔겠죠?
앤드류: (...)
로키: 남자들은 재밌어하며 웃는군요.
앤드류: 아니면, 앞치마 벗느라고
앤드류: 클라리사를 놓쳤던가
앤드류: 어쩌면 둘 다.
로키: "앞치마가 어울리던걸, 앤디? 파티마다 입고 오면 새로운 유행이 될지도 몰라!"
로키: 몽텔리에씨가 크게 웃습니다.
앤드류: "나쁘지 않군요. 연회복이 더러워지지 않는 새로운 악세사리... 라는 걸까요?"
로키: "그렇지! 술이나 음식을 흘려도 끄덕없다고."
앤드류: "하지만, 앞치마를 입는 것까지 뺏어버리면 여성들이 곤란할 것 같군요."
앤드류: "치마도, 영국에서라면 남자들도 입으니 말입니다."
로키: "아, 스코틀랜드 놈들 말인가!"
앤드류: "예."
로키: 클로드는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로키: "영국놈들은 정말 속을 알 수가 없어! 안 그런가, 맥스?"
로키: 그는 옆에 있는 맥스 템퍼튼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는군요.
로키: "예? 아.. 그렇습니다."
로키: 맥스는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모르는 투로 어색하게 웃습니다.
로키: 생각에 깊이 잠겨있던 태도로군요
앤드류: 무슨 생각일까요..
앤드류: "앞치마조차도 잊어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앤드류: "그러나, 클로드씨의 농담을 그냥 흘려 넘기는 것은 실례죠.."
로키: "아.. 하하, 재미있었습니다, 몽텔리에씨."
앤드류: "그러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를 말씀하셔서, 그 실례한 만큼을 보충하시지 않겠습니까?"
로키: "그저 흔한 고민거리이지요." 맥스는 고개를 젓습니다.
로키: "세상에는 악당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앤드류: (구체적으로 말해서 당신 여동생이라던가 말이죠?)
앤드류: (...)
로키: (푸핫..)
앤드류: "그것 참, 별거 아닌 듯 하면서도 깊숙한 이야기로군요."
앤드류: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로키: "뭐, 제 생각일 뿐입니다." 맥스는 어깨를 으쓱합니다. "고객의 일이라 자세히 얘기하기가 힘들군요."
로키: "자네 고객들이야 온통 악당들 뿐 아닌가." 클로드씨는 웃음을 짓습니다.
로키: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맥스 역시 웃는군요.
로키: 그때 앤드류의 눈에 파티장 한쪽 구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데이빗 레스너가 보이는군요.
앤드류: 저 친구, 뭘로 올라오려고 하는 걸까요. 슬슬 '표면의 얼굴'도 키워나갈 때가 왔을텐데.
앤드류: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로키: 가장 높은 가문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 보지만, 데이빗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파티에 운좋게 참석한 2류들과는 얘기가 통하는 모양입니다.
앤드류: 조금 이레귤러한 일이긴 한데..
앤드류: 친구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곤란한 일이죠.
앤드류: 악우긴 하지만 말예요.
로키: 그렇다고 대놓고 아는척하기도 좀 그렇고 말이지요
로키: 지금 데이빗을 쳐다보고 있나요?
앤드류: 네.
로키: 앤드류의 시선을 따라간 맥스는 얼굴을 찡그립니다.
로키: "저 자가 어떻게 초대된 겁니까?"
앤드류: 어깨를 으쓱..하면서 모르는 척을 하고 싶지만, 이런건 호스트가 답할 문제겠죠.
로키: "누구?" 클로드씨 역시 보다가 어깨를 으쓱합니다. "모르겠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구먼."
앤드류: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로키: "세상에는 악당이 많다는 산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맥스는 얼굴에 비웃음을 띄웁니다.
앤드류: (저런 사람 친구라서 미안하군요)
로키: (악우인 겁니..)
로키: 클로드와 맥스는 얼마 안있어 사냥개 얘기로 화제가 넘어가고,
로키: 다시 앤드류는 이사람 저사람과 얘기하는 자신을 발견하는군요.
앤드류: 네.
앤드류: 악우의 일은 신경쓰이지만.. 아쉽게도, 직접 가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 자리의 주인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만은 않을 것 같군요.
로키: 그러게 말이죠
앤드류: 무사히 좀 더 좋은 위치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딴걸 꾸미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서.
앤드류: 뭐라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로키: 그때 버지니아와 클라리사가 열심히 얘기를 하면서 테라스를 통해 정원으로 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앤드류: 한사람만이라면 몰라도.. 두사람은 좀 애매하긴 한데.
앤드류: 확실히, 흥미가 있긴 해요.
앤드류: 따라가 보는 것도..나쁘진 않겠죠.
앤드류: 파티 도중에 머리를 식히러
앤드류: 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로키: 예, 많군요
로키: 정원에는 밝은 조명에 의해 더 깊어진 그림자 때문에 여기저기 으슥한 구석이 있군요
앤드류: 어디까지나 우연히 나온 사람인 것처럼,
앤드류: 그 두사람 근처를 향해요. 
로키: 술 깨러 나가는 사람, 밀회를 즐기러 나오는 사람..
로키: 산책을 하거나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둘의 행적을 천천히 쫓자
로키: 두 여자는 얼마 안가 인동덩굴이 늘어진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습니다.
로키: 여전히 얘기를 나누는 태도이지만 속삭이고 있어서 좀더 가까이 다가가야겠군요
앤드류: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것이, 신사로서 올바르다는건 알겠지만..
앤드류: 아쉽게도, 그러면 또 우리의 아가씨는 확고한 전투태세를 취하시겠죠.
앤드류: 다가가요.
로키: 벤치 앞으로는 나무들이 또 있어서
로키: 나무를 사이에 둔다면 보이진 않아도 들리기는 하겠군요
로키: 검은 그늘 속에서 두 아가씨의 목소리가 불분명하지만 분간할 수 있을만큼은 들립니다.
로키: "..발 이제 그만둬!" 클라리사가 속삭입니다.
로키: "너희 부모님이 알면 어쩌실 것 같아?"
로키: "부모님은 모르셔야지." 버지니아의 목소리는 느긋하고 좀더 분명하군요.
로키: "이 약혼에 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니까."
앤드류: 덕분에, 이런 팔자에 없는 짓을 하고 있죠. 원래 신사는 아니었지만 말예요.
로키: "마법사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클라리스. 연막과 거울이지."
로키: "그럼 최소한 난 더이상 개입시키지 말아줘." 클라리사의 목소리는 낮게 떨리는군요.
로키: "오늘도 앤더슨씨가 나한테 파리에서 있던 일을 물어봤다고! 넌 몰라도 난 거짓말하기 싫어."
로키: 짧은 침묵이 흐르고, 옷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잎파리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바스락거립니다.
로키: "..미안해. 내가 널 곤란하게 했구나."
로키: 가벼운 입맞춤 소리가 나무 저편에서 들려오는군요. "날 위해 거짓말을 해줘서 고마워, 클라리스. 이제 더이상 이 얘기는 안할게."
로키: 그때 집 쪽에서 앤드류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는군요.
로키: 묵직한 남자 발자국, 그리고 취한듯 조금 비틀거리는..
앤드류: 소리 없이 돌아보죠.
로키: 정원의 밝은 조명에 비친 것은 데이빗의 모습입니다.
앤드류: 데이빗이군요.
앤드류: 그럼, 걸어서 그쪽으로 다가가도록 하죠.
로키: 데이빗은 연회복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채 제자리에서 조금씩 비틀거리며 똑바로 서려고 노력합니다.
앤드류: "좀 취했군, 적당히 마시지 그랬나."
로키: "아.. 포도주가 생각보다 독해서 말야."
앤드류: "손을 빼는게, 자세 잡는덴 더 좋을 것 같은데. 원래, 옷 주머니가 그런데 쓰는게 아니라 말이지..."
로키: "아, 그런가. 고마워."
앤드류: "...포도주가 생각보다 독하다라. 나중에 파티 주인에게 말해두지."
로키: 데이빗은 낮게 키득거리며 손을 빼는군요.
앤드류: "손을 빌려줄까?"
로키: "그래도 괜찮겠나? 저 치들이 안좋게 보지 않겠어?"
로키: 그는 턱짓으로 집 쪽을 가리키는군요
앤드류: "뭐, 어때. 여기는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고."
앤드류: "그리고, 알 사람은 다 알 얘기잖아."
로키: "하긴... 남자인 게 좋은 게 뭐겠나! 작은 탈선쯤은 용서받아서 좋은 거지."
로키: 데이빗은 앤드류의 어깨에 손을 얹어서 균형을 잡는군요.
앤드류: "공적인 자리에서 앤드류 앤더슨씨가 데이빗 레스너와 노는건 부적절한 일이지만."
앤드류: "이런 자리에서, 친구하고 이러는 정도는, 별 문제가 안 될거야."
앤드류: "파티장에서는 잘 못 대해줘서 미안하군."
앤드류: "내가 호스트측이라면 그래도 이야기할 핑계가 있을텐데..."
로키: "괜찮아, 이해하니까."
로키: "마치 연막과 거울 같은 거지.. 당연한 진실을 가리는." 데이빗은 쿡쿡 웃습니다.
앤드류: "...오늘 그 말을 두번째 들었어."
앤드류: "혹시 사귀는 여자라도 있나?"
로키: "연막과 거울? 흔히 쓰는 표현 아닌가?"
로키: "아, 방금 건 세번짼가?" 데이빗은 실없이 웃습니다.
로키: "여자? 여자는 아직 없어." 그는 손을 젓습니다.
앤드류: "그런가.. 영국 갔다온 것만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얘기도 있는 모양이군."
앤드류: "난 여자때문에 골이 아파서 말이지.."
로키: "여자 때문이라니, 이 행복한 놈."
앤드류: "역시, 한쪽이 호감을 갖는 것만으론 안 되는 걸까.."
앤드류: "보기보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고."
로키: "천하의 앤디 앤더슨이 짝사랑이냐, 설마?"
앤드류: "아직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앤드류: "깊숙히 빠지기 전에, 상황을 좀 더 알고 싶단 말이지."
앤드류: "발을 뺄 필요가 있다면, 빠른 편이 좋으니까."
로키: "흠.. 도와줄까?"
앤드류: "...뭘 도와주겠다는 건데?"
로키: 술로 흐릿해진 데이빗의 눈에 계산적인 빛이 떠오르는군요
로키: "그 여자 뒤를 캐는 거 말야."
앤드류: "옛날처럼 일단 덮어놓고 납치해놓는다던가 하는건 곤란해."
앤드류: "나쁘진 않은 얘기군..."
로키: "죽을 일 있냐! 물론 그렇게 하면 결국 너한테 넘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데이빗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앤드류: "이런건 우리쪽 사람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얘기니까 말이야."
로키: "물론 아예 공짜는 아냐." 데이빗은 담배를 한대 피워물고 앤드류에게도 권하는군요.
앤드류: "이런걸 처리해달라는데 댓가가 없다는건 말이 안 되지."
앤드류: "어떤 게 좋은데?"
앤드류: "이런걸 의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빚이 생기지.."
로키: "뭐... 그 빚을 묵혀둘 생각도 있지만..."
로키: "내가 갖다주는 정보가 충분하다면 다음번에 템퍼튼 댁에 있는 사냥 파티에 초대해 달라고."
앤드류: "아아. 뭐, 그런 건가?"
로키: "내가 오늘 연회에는 어떻게 왔겠나?"
앤드류: "그런데 요즘 들어서 파티에 얼굴을 자주 내미는데."
로키: 두 사람의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데이빗은 손을 펼쳐 보입니다.
앤드류: "다른 물밑공작의 일부로 그러는건 아니지?"
로키: "설마." 데이빗은 고개를 저으며 웃습니다.
앤드류: 담배도 오래간만이로군요.
로키: "굳이 말하자면 나도 이제 상류층 인사인척 하려는 물밑공작일까."
앤드류: "순수하게, 사교계에 얼굴을 내보이겠다고 한다면.."
앤드류: "환영할만한 일이지."
앤드류: "걱정 마. 그정도는 얼마건 해줄 수 있으니까."
로키: "역시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로군."
앤드류: "그래서, 내가 고민하는 상대가 누군지는.. 벌써 알고 있는 건가?"
로키: "자네와 이름이 연결된 여자라면.. 그 거만한 맥스 템퍼튼의 여동생 아니겠어?"
로키: "그정도 소문은 듣고 있다고." 데이빗은 한쪽 귀를 톡톡 칩니다.
앤드류: "의외로 딴 여자일수도 있잖아. 뭐, 그런 체질은 아니지만 말이지."
로키: "딴 여자라면 얘기하라고. 엉뚱한 여자 뒤를 캐고 다니긴 싫으니까."
앤드류: "걱정 마. 그 상대가 맞으니까."
로키: "좋아. 최대한 알아봐 주지."
로키: "이만 가봐야겠다. 누군가의 무릎팍에 토했다가는 잘보이려는 작전이 도로묵이겠지?"
앤드류: "그렇겠지. 다음부턴 조심해서 마시라고."
로키: 데이빗은 밤하늘을 향해 길게 담배연기를 불고는 손을 흔듭니다.
앤드류: 이쪽도 손을 흔들어주죠.
로키: "그런 게 상류층 인사가 되는 길이겠지!"
로키: 그는 정원길을 따라 멀어지는군요.
로키: 뒤에서 이번에는 옷자락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여자 발자국이 다가옵니다.
로키: "어머, 앤더슨씨. 바람이라도 쐬러 나오셨나요."
로키: 버지니아의 목소리군요
앤드류: "그렇죠."
앤드류: "지금 혼자신가요?"
로키: "클라리스는 먼저 들여보냈어요." 버지니아는 손을 젓습니다. "숙모님을 도와야 한다고 해서."
앤드류: "이런 파티의 호스트를 하다보면 신경쓸 일이 많은 법이죠."
앤드류: "그런게, 장래를 위한 준비기도 하니까..."
로키: 버지니아는 살짝 끄덕이는군요
앤드류: "뭐, 우리도 좀 앉을까요."
로키: "그럴까요."
로키: 주변에 벤치는 많이 있군요
앤드류: 적당히 찾아서 앉으면서 말해요.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다니 의외로군. 여기 와서 처음 소개할 때 이후잖아.."
앤드류: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오신 건가?"
로키: "인사를 하려고 했을 뿐인데 굳이 얘기를 길게 만드려는 건 앤더슨씨 아닌가요."
앤드류: "그런가?"
로키: 버지니아는 머리카락 한올을 손가락에 감으며 딴청을 피웁니다.
앤드류: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실수를 한 건데.."
로키: "저와 앉아서 얘기하는 게 실수라는 건가요?"
앤드류: "설마. 앉아서 얘기하자고 한 거.. 겠지."
앤드류: "하지만, 인사만 하고 갈 거라면 승낙할리도 없잖아."
로키: "안될 것 있나요. 어차피 곧 내 약혼자가 될 사람인데.."
앤드류: "뭐, 그렇게 된다면 말이지.."
앤드류: "그런데, 정확히 뭐가 하고 싶은 거지?"
로키: "예?" 버지니아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뜹니다
앤드류: "약혼은 받겠다, 그러나 결혼은 하기 싫다..."
앤드류: "뭔가 하고자 하는게 있을 거 아닌가."
앤드류: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던가."
로키: "뭐, 난 페어 플레이는 하니까 힌트 정도는 줄 수 있겠죠."
앤드류: "힌트라.."
로키: "약혼과 결혼 사이에 기다리는 일이 있어요."
앤드류: "...특별히 짐작가는건 없군, 난 그리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로키: "정확히는 천리안이 아니라는 거겠죠."
로키: 마치 위로하듯 버지니아가 말하는군요.
앤드류: "어쨌건, 그렇단 말이지. 목적하는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약혼까지는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모양인데."
앤드류: "어쨌건, 내가 죽도록 싫어서 결혼하기 싫다는건 아닌 모양이니 말이야."
앤드류: "그렇다고 한다면야, 나도 그쪽의 편의를 어느정도 봐주겠지만."
앤드류: "목적이 있어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로키: "내가 앤더슨씨를 좋아했다면 사는 게 훨씬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로키: 버지니아는 두 손을 깍지껴서 살짝 기지개를 켜고 웃는군요.
앤드류: "지금부터 좋아하던가. 말리진 않겠는데."
로키: "나에게는 나의 목적, 당신에겐 당신의 목적이 있겠죠."
앤드류: "뭐, 그런 거지."
앤드류: "나는 지금은 목적을 찾는 중이니까.."
앤드류: "일단은 당신을 내 주변에 묶어놓는게 첫번째겠지."
로키: "그건 어떻게 달성하려고 하죠?"
앤드류: "그래서, 결혼하기 싫은 이유를 밝힐 생각은 없나?"
앤드류: "경우에 따라선 양보할 수도 있어."
로키: "이 이상 힌트를 주면 너무 쉬워지니까요."
로키: "양보?"
앤드류: "그쪽의 계획대로 움직여주겠다는 거지."
앤드류: "그 계획이 무엇이건 말이야."
로키: "내가 바라는 건 뭐.. 약혼까지니까요."
앤드류: "하지만. 파혼시키는건 말처럼 쉬운게 아니잖아."
로키: "하나의 필요악이죠."
앤드류: "나한테 굳이 얘기한다는건, 직접적으로 집안에 대해 움직여서 행동하긴 어렵다는 것일테고..."
앤드류: "뭐, 일단. 약혼과, 그에 관한 계획이 진행되는건, 나로선 현재는 편한 일이지."
로키: "당신에게 얘기한 건 당신이 궁금해하기 때문이었죠."
앤드류: "...처음엔 아니었잖아."
앤드류: "나는, 그런게 있는줄도 몰랐다고."
앤드류: "그런게 있는 것을 알려서, 이런 일에 대비하게 만든건 당신이야.."
로키: "하지만 지금은 궁금하잖아요?"
앤드류: "그래, 엄청나게 궁금하지."
앤드류: "알면 알수록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말이야."
로키: "차라리 속이는 편이 우리 둘 다에게 편했겠죠, 그렇죠?"
로키: 버지니아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앤드류: "그렇지."
앤드류: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만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로키: "속이지 않아서 미안해요." 버지니아는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일어섭니다.
로키: "좋은 저녁 되세요, 앤더슨씨."
앤드류: "...점점 더 좋은 저녁이 아니게 될 것 같은걸."
앤드류: "뭐, 좋은 저녁이 되시길 바랍니다. 템퍼튼양."
로키: 버지니아는 우아하게 목례를 하고 저택 쪽으로 멀어지는군요.
앤드류: 저도,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가야죠.
로키: 예
로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