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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 페릴과 룰링.

월드 인 페릴을 마스터링할 때는 “Rulings Not Rules(룰이 아니라 룰링을)“라는 문구를 명심하세요.

이 문구는 올드 스쿨 RPG인들이 즐겨 쓰는 말로, RPG를 할 때 모든 상황에 일일이 규칙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마스터의 감각과 상식을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라는 의미입니다. 룰이 간단할수록 룰링의 비중은 더욱 커지지요. 예를 들어 전사 PC가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RPG에는 능력치 규칙은 있어도 수영 규칙은 없다고 칩시다. 이때 마스터가 “힘을 써야 하니까 근력 판정해!” “지구력이 필요하니까 건강 판정해!”라고 결정을 하면 그게 바로 판단, 즉 룰링입니다. 예전에 쓴 플레이어의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 (http://blog.storygames.kr/entry/roleplaying_ability_gap) 역시 룰링과 관련이 있습니다. 좋은 롤플레잉은 마스터가 룰링을 쉽게 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은 특히 룰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를 들어 파워 목록의 각 수준(간단함/힘듦/한계선)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스터가 난이도를 보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약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적의 약점을 노리면 어떤 추가 효과가 있나요? 역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마스터가 그 효과를 선택합니다. 이점 역시 ‘타고난 파워가 아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마스터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파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느슨한 부분이 이 RPG의 결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 인 페릴이 AWE(아포칼립스 월드 엔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AWE는 다른 RPG보다 룰링을 하기 좋은 RPG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살펴보세요. 방금 벌어진 일을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의 틀 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하세요. 월드 인 페릴에서는 상황에 맞는 룰링이 룰보다도 더욱 중요합니다. 편집장이 룰링을 할 때 따라야 할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단순히 지침이나 조언 따위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불의 정령에게 불로 공격을 한다면 줄 수 있는 상태 정도가 약해지거나, 아예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p.127 참조). 반대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PC가 제압하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상태를 주었다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p.204 참조)

그렇다면, 이 룰링을 잘 하기 위해 마스터가 명심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1.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몸에 배도록 명심합니다: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월드 인 페릴의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2. 이야기 속 상황과 캐릭터들이 쓴 수단을 고려합니다: 현재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히어로와 악당은 무슨 파워를 사용하나요? 적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룰링을 할 때는 룰링을 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3. 일관성을 갖춥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같은 논리로 룰링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전에 수영할 때는 근력 판정을 했는데 이번에 건강 판정을 했다면 일관성에 맞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이해할 만한 논리를 든다면 그편이 우선입니다.

제가 월드 인 페릴을 한국에 출간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월드 인 페릴에 소개된 룰링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슈퍼히어로 RPG 이상으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을 산 독자분들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포칼립스 월드 : 강한 액션 지침

<레이디 블랙버드> <블레이즈 인 더 다크> 등을 제작한 게임 디자이너 존 하퍼의 블로그인 The Mighty Atom에서 좋은 글이 있어 번역해 봅니다.

원문 : http://mightyatom.blogspot.com/2011/05/apocalypse-world-guide-to-hard-moves.html?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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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월드 : 강한 액션 지침

저는 몇몇 MC들이 강한 액션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래서 아포칼립스 월드에서 강한 액션을 어떻게 할지 유용한 지침을 소개하겠습니다.

 일반적인 MC 액션을 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지키세요.

1.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액션이어야 합니다.

2. 플레이어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세요.

3. 앞으로 있을 강한 액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되 실제 효과를 일으키기 전에 멈추세요. 그다음 질문하세요. “어떻게 할래요?”

– 괴한이 당신 머리를 노리고 전기톱을 휘두릅니다. 어떻게 할래요?

– 당신은 차고에 몰래 들어갔지만, 거기에는 바로 플로버가 있습니다. 당신을 곧 눈치챌 것 같네요. 어떻게 할래요?

– 여자가 당신을 보면서 차갑게 말합니다. “날 내버려 두세요.” 어떻게 할래요?

강한 MC 액션을 할 때는 다음 두 가지를 지키세요.

1.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액션이어야 합니다.

2. 돌이킬 수 없는 일이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실제 효과까지 포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세요. 그다음 질문하세요. “어떻게 할래요?”

– 전기톱이 당신 얼굴을 찢습니다. 피가 사방으로 튀네요. 3-피해를 받고 피해 액션을 하세요!

– 플로버가 당신 얼굴을 보고 맹렬히 외치네요. “침입자다!”

– “다시는 여기 오지 마세요.” 여자는 당신 눈 앞에서 문을 쾅 닫았습니다. 자물쇠를 거는 소리가 들리네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나요? 일반 액션은 강한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강한 액션은 일반 액션으로 준비한 위험을 실행합니다.

저는 MC들이 필요한 때에 강한 액션을 어떻게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사위가 6-이 나왔을 때도 이런 식으로 쳐다보더군요. “젠장. 이제 뭔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잖아! 위험하고 멋진 걸로… 음. 닌자 몇 명이…. 천장에서… 독이 묻은 단검을 들고 내려옵니다. 크아아!”

그러지 마세요. 그 대신 강한 액션을 할 때가 되면, 앞서 준비 과정으로 만든 액션들을 돌아보세요. 무엇을 걸고 위협했나요? PC가 행동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요? 준비한 것을 풀어놓으세요. 장면 속에 효과를 일으키세요. PC들에게 결과를 맛보여 주세요.

결과에 대해 말하자면, 강한 액션이 반드시 심각한 결과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위험이 얼마나 큰지는 아예 다른 문제입니다. 순전히 지금까지 쌓은 이야기에 따라 심각성을 정하세요. 강한 액션은 단지 결과가 크든 작든 실제로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강한 액션은 PC들에게 못되게 굴라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판정에 벌을 주거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야기가 완전히 실현될 뿐입니다. 준비한 것을 실행해서 터뜨린 다음, 결과를 서술하세요.

스프롤(Sprawl) : 섀도우런(-마법)의 AWE 버전 사이버펑크 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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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DF로 출시된 사이버펑크 RPG인 스프롤(링크)을 죽 훑어봤습니다. 

스프롤은 사이버펑크물, 그 중에서도 불법적인 의뢰를 수행하면서 거대 기업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한 RPG입니다. 제목에서 말했듯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AWE)를 사용하고요. 모든 규칙이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되어 있네요.

1. 플레이북

스프롤에서는 사이버펑크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캐릭터 유형들이 등장합니다.

  • Driver : 각종 차량과 드론을 조종합니다.
  • Fixer : 각종 연줄과 친구들, 부하들을 동원해 임무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얻습니다.
  • Hacker : 컴퓨터 네트워크의 전문가입니다. 당연히 해킹 규칙도 별도로 있습니다(그렇다고 아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 Hunter : 거리를 떠돌면서 각종 정보를 모으고, 원하는 것을 찾습니다.
  • Infiltrator : 변장과 침투의 전문가입니다.
  • Killer : 전투와 암살의 전문가입니다.
  • Pusher :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고 독려합니다. 록커나 사이비교주, 활동가 등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 Reporter : 언론의 힘으로 정보를 파헤치는 기자와 저널리스트입니다.
  • Soldier : 현장에서 팀을 이끌고 작전을 수립하는 행동대장입니다.
  • Tech : 각종 장비를 마개조하고 물자를 지원하는 기술자입니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어떤 종류의 캐릭터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달라집니다. 드라이버가 있다면 빠른 차량 추격전과 드론 전투가 등장할 것이고, 해커가 있다면 반드시 매트릭스에서 벌이는 전투가 등장할 것입니다.

 

2. 기업 만들기

스프롤은 AWE RPG답게, 배경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기업들이 등장하는지 다같이 정합니다.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도 이 단계에서 정하는데, 각 기업마다 ‘카운트다운 시계’가 있어 PC들이 해당 기업에 맞서 적대적인 행동을 할 때 이 시계가 조금씩 진행됩니다. 시계가 00:00까지 진행되면 해당 기업과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든가, 돈과 명성의 손실을 감수하고 당분간 잠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PC들이 하는 임무는 언제나 기업의 분노를 사는 일입니다.

 

3. 정형화된 임무 구성

스프롤의 임무는 아래와 같이 여섯 단계로 구성됩니다.

  1. 의뢰 받기 :  계약 조건이나 난이도가 정해집니다.
  2. 정보 수집 : 본격적인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장비를 획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얻은 정보와 장비는 작전 실행 단계에서 유용하게 쓰이지만, 이 단계에서 실패를 많이 할수록(카운트다운 시계가 많이 진행될수록) 작전 실행 단계가 어려워지고, PC들의 정체가 기업에 노출됩니다.
  3. 작전 실행 : 작전을 수행하는 단계입니다. 임무의 성공과 실패가 정해집니다. 이 역시 카운트다운 시계 규칙을 사용해서 시계가 00:00까지 가면 임무가 실패합니다.
  4. 보수 지급 : 보수가 얼마나 두둑한지, 함정은 없는지 등등이 정해집니다.
  5. 기업의 앙갚음 : 앞서 진행한 단계에서 PC들의 정체가 지나치게 밝혀지면 기업의 보복이 들어옵니다.
  6. 싸울 것인가 숨을 것인가? : 기업이 숨통을 죄여올 때, 맞서 싸울지 숨을지 정해야 합니다.

 

4. 장비

스프롤은 사이버펑크 RPG답게 장비 규칙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섀도우런처럼 엄청나게 빽빽한 수치가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어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5. 매트릭스

사이버펑크이니만큼 매트릭스, 즉 사이버스페이스를 이용한 해킹과 액션 규칙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해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겠네요. 물론 그냥 돈 주고 해커를 고용하는 걸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6. 그래서…

앞서 말했듯, 스프롤은 “프리랜서들이 익명의 의뢰인에게 임무를 받아 불법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플레이”에 특화된 RPG입니다. 물론 다른 종류의 이야기로 개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뜯어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던전월드가 D&D를 AWE로 재해석했다면 스프롤은 섀도우런을 판타지 부분만 빼고 AWE로 재해석한 느낌인데, 이후 나올 추가 서플리먼트인 “Touched”는 이 세계에 마법적인 현상이 강림해서 각종 이종족이 탄생하고 마법이 등장하는 미래 세계를 플레이할 수 있는 규칙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섀도우런을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빡빡한 규칙에 절망했던 분들은 스프롤로 즐겨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