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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

트위터에서 말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RPG에서 사용하는 기능/능력/전투/기타 등등 판정은 대부분 ‘어떻게 하는가?’ 대신 ‘무슨 목적인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기술자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폭주하는 기계를 멈춰서 도시를 구하는 데 목적이 있지, 기계를 어떤 원리로 멈출지는 (아마도) 모를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보통 캐릭터만큼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많은 경우 판정에 사용하는 특성의 이름(교섭, 민첩성, 공학, 근접전)만으로 캐릭터가 사용하는 수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공학 기능을 사용해 기계를 멈춰요.”로 선언을 끝내는 플레이어가 있는 한편, 상상력을 동원해 “기계를 멈추기 위해 동력부의 에테르 엔진을 냉각기로 얼려서 날개로 가는 동력을 끊어요.”라고 선언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것입니다. 마스터는 물론 좋은 롤플레잉에 보너스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실제로 좋은 롤플레잉에 보상을 주는 RPG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롤플레잉에 계속 보너스를 준다면, 캐릭터의 공학 실력 대신 플레이어의 화술 실력이라는 OOC(Out of Character) 요소 때문에 이익/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말을 잘 하는 플레이어는 서툰 플레이어보다 판정에 분명한 이익을 받아야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롤플레잉 실력의 격차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를 들겠습니다:

하나, 규칙을 세밀하게 만든다.

첫번째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규칙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하는가?’를 규칙으로 해결하려면 캐릭터가 사용하는 방법, 드는 노력과 자원, 투입한 역량과 수단으로 기대하는 효과, 치러야 하는 대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세한 규칙이 필요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전투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세한 규칙이 플레이어의 롤플레잉을 저해하고 그저 주사위 굴림의 횟수를 늘릴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자세한 규칙은 플레이어가 롤플레잉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고 캐릭터를 좀 더 그럴듯하게 플레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 단순히 “공격!” 이 아니라 “5피트 이동해서 파워 어택으로 피해 3점 늘려 대검으로 공격!”이라면, 플레이어가 검도 고수는 아니더라도 검도의 고수처럼 행동하고 기분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규칙이 자세해지면, Role플레이보다 Roll플레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지나치게 자세한 규칙에서 어떤 폐해가 생기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결국, 규칙을 좀 더 자세히 사용하려면 이 RPG가 중요하게 초점을 맞추는 부분에 규칙을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던전 판타지풍 RPG에서 교섭 규칙보다는 던전 탐사와 전투 규칙 비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둘, 플레이어의 의도와 수단, 그리고 수단을 사용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한다.

앞에서 말했듯 마스터는 판정할 때 플레이어가 무슨 의도로 행동하려고 하는지 명확히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왜 이 플레이어는 교섭 판정을 하나요? 교섭 판정으로 상대를 자수시키려는 건가요? 아니면 물건값을 깎으려는 건가요? 우선 플레이어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세요.

의도를 파악한 다음, 마스터는 캐릭터가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한 수단, 즉 “어떻게?”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보통 어느정도 캐릭터의 행동을 묘사하기 마련이므로, 캐릭터가 사용한 수단은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는 명확하게 이해를 하기 위해 언제든지 플레이어에게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플레이어는 캐릭터만큼 전문가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세부사항 대신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마스터가 이해할 수 있는) 묘사면 충분합니다.

여기서 제가 즐겨 쓰는 마스터링 기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판정 의도와 캐릭터가 사용하는 수단을 파악한 다음에는 “지금 묘사한 방법이 어떤 식으로 의도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한번 더 물어보세요(즉, 그 수단을 사용한 이유를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마스터는 이 질문을 해서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 상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혹은 자신이 플레이어가 선언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건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캐릭터가 사용한 수단에 따라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도 명확할 때가 있습니다.

세가지 예시를 들겠습니다.

첫번째 예시:

마스터: “지금 적군의 장군은 침대에서 쿨쿨 자요. 어떻게 할래요?”

플레이어: “살금살금 기어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고 단검으로 목을 따서 일격에 죽입니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민첩성 판정하세요.” (마스터는 추가 질문을 생략합니다. 이미 ‘적을 죽인다(행동 의도)’ ‘단검으로 목을 벤다(수단)’ ‘입을 막고 단검으로 목을 따면 소리없이 곧바로 죽을 테니까(수단을 선언한 이유).’ 라는 세 가지 요인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예시:

마스터: “사무실은 온통 불바다입니다. 어떻게 할래요?”

플레이어: “불을 끕니다.”

마스터: “어떻게요?” (불을 끈다는 의도는 파악했으니 수단을 묻습니다)

플레이어: “사무실에는 정수기통이 있겠죠? 안에 있는 물로 불을 끕니다.”

마스터: “척 봐도 정수기통 물로는 불을 끄기 턱없이 부족해요.“ (수단을 사용한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됩니다. 물로 불을 끄려는 거니까요. 하지만 마스터는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알고 지적합니다)

플레이어: “그렇군요. 그럼 사무실에 쓰러진 사람이 있는지 둘러봅니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지각력 판정하세요.” (새로 바뀐 선언은 행동의 의도인 ‘쓰러진 사람을 찾는다’와 수단인 ‘눈’, 수단을 사용한 이유인 ‘눈으로 찾는 게 당연하니까’가 명확하므로 마스터는 곧바로 판정을 시킵니다).

세번째 예시:

마스터: “도둑질한 아이가 잡혀 왔습니다. 어떻게 할래요?”

플레이어: “설득합니다.”

마스터: “무슨 내용으로 설득하고 싶나요?” (의도를 묻습니다)

플레이어: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요.”

마스터: “어떻게 설득할래요?” (의도를 실현할 수단을 묻습니다)

플레이어: “손을 꼭 붙듭니다.”

마스터: “왜 그런 수단을 썼나요?” (플레이어가 왜 손을 잡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수단을 동원한 이유를 묻습니다)

플레이어: “이 아이는 태어나서 따뜻한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까요. 아, 손을 잡고 따뜻한 목소리로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하죠.” (플레이어는 마스터에게 답변하면서 롤플레잉을 보강합니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교섭 판정하세요.”

좋은 롤플레잉은 마스터에게 이야기 흐름을 이어나갈 소재를 제공하는 롤플레잉입니다. 플레이어가 “기계를 멈추기 위해 동력부의 에테르 엔진을 냉각기로 얼려서 날개로 가는 동력을 멈춰요.”라고 선언하면, 마스터는 판정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플레이어가 언급한 의도인 ‘기계를 멈춘다’, 수단인 ‘동력부’ ‘에테르 엔진’ ‘냉각기’, 그리고 수단을 동원한 이유인 ‘날개로 가는 동력을 끊는다’를 이야기 진행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게다가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마스터가 자기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편이 플레이를 하기 훨씬 편합니다. RPG에서 상대방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대화가 어딘가에서 어긋나 버리고, 불만족스러운 플레이로 끝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롤플레잉은 화려한 묘사가 아니라 마스터에게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명료한 의사 표시이며, 단순히 권장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가 필수로 갖춰야 할 기본 태세입니다. 판정에 보너스를 받을 만한 훌륭한 롤플레잉은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도, 수단, 수단을 동원한 이유) 요소를 갖출 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참석한 전원이 탄성을 지를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롤플레잉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보너스를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정리글

롤플레잉 실력의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력 격차에 상관없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정보를 마스터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자세한 규칙입니다. 하지만 규칙이 지나치게 자세하면 플레이 자체가 힘들고 느려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모든 부분을 자세한 규칙으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규칙은 해당 RPG로 구현하려는 플레이 방향에 집중해야 하며, 그 외 부분은 다른 요소로 롤플레잉 실력의 격차를 메워야 합니다. 저는 이 요소가 ‘캐릭터 행동의 의도’, ‘행동 수단’, ‘행동 수단을 선택한 이유’을 정확하게 전달하는(혹은 끌어내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장밋빛 입맞춤 : ~ 수많은 연인들의 이야기

더 많은 연인들의 분홍빛 연애담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장밋빛 입맞춤 : ~수많은 연인들의 이야기>는 카드를 뽑아 무작위로 설정을 제작할 수 있는 보조 자료입니다. 카드를 뽑아서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수많은 연인들의 이야기 (클릭하세요)

 

캐릭터의 이야기는 플레이로 생명력을 얻습니다.

며칠 전 주말의 괴물(Monster of the Week) 단편 OR을 했는데, 캐릭터의 배경은 실제로 플레이에 등장해야 생동감을 얻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마스터링을 해 주신 머스터드젤리님과 같이 플레이해 주신 호경님, 퐁당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단편은 타천사들과 싸우는 플레이였는데, 제 캐릭터는 우연히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얻어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 음모론 덕후였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타천사들에게 성물을 탈취당하고 동료들을 잃어서 복수를 꿈꾸는 수녀와, 세상에 닥칠 위험을 예견한 마녀였죠.

셋 중에서 제 캐릭터가 가장 초자연적 요소와는 거리가 먼 일반인에 가까웠지만, 실제 플레이 동안에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무척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첫 장면에서 제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가 플레이로 생명을 얻은 덕분입니다.

다른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는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언급이 되는 수준이었고, 플레이어가 직접 언급을 해야 플레이에 드러났지만,  제 캐릭터는 첫 장면에서 그 단서 때문에 친구들을 잃고, 목숨의 위험을 받았습니다. 또한 플레이의 상당 시간을 잃어버린 단서를 되찾기 위한 모험에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친구들을 잃은 슬픔이나 복수심, 천사들에 대한 두려움 같은 롤플레이가 더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WOD에는 처음 플레이를 시작하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이해하기 위해 플레이어와 스토리텔러가 일대일로 서막(Prelude) 장면을 가집니다. 사실 WOD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서 그 중요성을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왜 서막 장면을 플레이해야 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의 배경이나 과거는 자세하게 만들 필요도, 지나치게 많이 만들 필요도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RPG에서 각종 배경과 설정은 식재료입니다. 플레이는 요리하고 먹는 과정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또한 식재료의 양이 많으면 쉽게 요리를 만들 수 있지만, 음식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 준비는 낭비일 뿐입니다.

플레이어들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

어제 ‘플레이어간의 믿음’에 관해 트위터의 타임라인이 잠시 시끌시끌했고, 저도 어느 정도 논쟁에 참여를 했습니다(사실 불을 지른 당사자 중 하나죠). 어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RPG에서 믿음은 ‘상식’에 관한 믿음과 ‘역량/지식’에 관한 믿음으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상식 : (GM을 포함한) 플레이어들이 서로가 호의와 선의를 가지고 재미있게 플레이할 것으로 생각하는 신뢰지요. 이건 당연히 가져야 하는 믿음이고, 이걸 전제로 하지 않으면 RPG 자체가 재미가 없습니다. 이건 논의의 대상조차 아닙니다.

역량/지식 :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서로 호의와 선의를 가지고 머리를 맞대면 원하는 만큼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의심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RPG 룰북의 의의도 여기에 있고요.

저는 RPG 규칙이 “이 부분은 플레이어들이 모르거나, 혹은 알더라도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갈 때 논쟁이 발생할 부분”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해 다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누메네라의 ‘마스터 개입’은 RPG 초기부터 여러 훌륭한 마스터들이 플레이를 진행한 방식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왜 굳이 ‘마스터 개입을 할 때 PC들에게 경험치를 준다’라는 규칙으로 명문화시킨 걸까요?

저는 몬티 쿡 씨가 ‘누메네라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때때로 예측 불허의 위험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플레이어는 이 방식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서로 만족스럽게 이야기를 만들 때까지 시간이 걸릴 거다’ 라는 판단을 내려서 이 규칙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플레이어들의 역량/지식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정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누메네라의 경험치 규칙 같은 경우는 “이 정도는 팀 내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다.” 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테고, 저도 이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저도 별다른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냐! 플레이어들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런 부분도 어쩔 줄 모르는 바보라고!” 라고 한 번쯤 의심하는 건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몬티 쿡 씨 역시 이 부분을 “경험치 옵션 룰”에서 짚고 넘어갔고요.

저는 현대적인 RPG, 또는 인디 RPG의 의의 중 하나가 기존 “전통적 RPG”에서 그저 “팀 내에서 논의만 잘 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여기고 넘어간 사항들을 파헤치고 규칙으로 만든 데에 있다고 봅니다. 낯설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건 혁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방법이지요!

페이트 코어/기동형 페이트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일 : ‘기회 만들기’ 액션을 다른 액션에 결합시키기.

페이트에서는 무언가 행동을 할 때는 극복/기회 만들기/공격/방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극복은 무언가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을 처리하는 액션이고, 공격은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제거하는 액션이며, 방어는 상대의 행동을 저지하고, 기회 만들기는 유리한 상황 면모를 만들거나 쓸 수 있는 면모를 유리하게 이용하는 액션이지요.

그런데, 페이트 코어 이후 면모는 “이야기 속 현실”의 역할을 한다고 특히 강조되었습니다. 이전에 쓴 글에서(http://blog.storygames.kr/?p=1339) 말했듯이 ‘수갑에 묶임’ 면모를 얻은 캐릭터는 손을 쓸 수 없고, “날개” 면모가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터널을 파서 성 안으로 들어간다면 극복으로 들어간 걸까요, 기회 만들기로 “터널”이라는 면모를 만든 걸까요? 상대방의 무기를 뺏는 건 무기를 뺏는 극복 행동일까요, “무기 뺏음”이라는 면모를 붙인 걸까요? 숨겨진 고대의 비밀을 발견한다면 이건 그 정보를 “극복” 행동으로 알아낸 걸까요, 숨겨진 “면모”를 파악한 걸까요?

미국 쪽 RPG 커뮤니티에서도 위 문제로 몇 번 논의가 있었고, 게임 디자이너 중 한 명인 Ryan Macklin은 “정보를 밝혀내는 행동은 별도로 “Discovery Action”을 만들자!( http://ryanmacklin.com/2014/10/fate-the-discover-action/) 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페이트 원작자인 Fred Hicks는 도표까지 만들면서 (https://plus.google.com/+FredHicks/posts/FT6DyiLdD3u) 기존 규칙으로 충분히 이런 애매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요.

페이트 팬들의 의견은 대체로 “기회 만들기는 보조 수단이며, 장면을 확실하게 끝내는 정보나 행동은 공격이나 극복이어야 한다.” 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이 좀 불만입니다. 왜 굳이 두 액션을 인위적으로 분리한 걸까요?

면모가 이야기 속 현실이라면, 무언가 행동을 할 때마다 실제 플레이에서 보이든 보이지 않든 면모가 붙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페이트 코어에서도 “딱히 공짜 발현을 얻으려는 건 아니고, 그저 지금 이런 상황 면모가 있는 게 개연성이 있겠다고 생각하여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주사위를 굴리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이러이러한 면모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하고, 다른 사람들이 수긍하면 바로 써 넣으십시오.” 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요(p.84 면모의 창조와 발견). 게다가 누누이 강조했듯, 페이트에서는 굳이 기회 만들기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상황 면모에 따라 특정 행동의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고, 심지어는 특정 행동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인위적으로 기회 만들기라는 행동을 따로 분류해서 면모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 이미 기회 만들기는 다른 액션에 어느 정도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기회 만들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극복이나 공격, 방어에서 대성공이 나오면 목적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증강도 얻고, 공격을 맞아 입은 피해를 흡수하면 타격이라는 면모를 얻으니까요. 저는 이런 부분에서 페이트의 면모보다는 AWE의 ‘태그’ 쪽이 좀 더 이야기와 규칙을 부드럽게 결합했다고 생각합니다. AWE에서는 굳이 별도의 액션을 분리해 면모를 만들거나 활용할 필요 없이 태그라는 요소를 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극복과 방어, 공격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반면, 기회 만들기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뭔가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언젠가는 한번 이 기회 만들기를 극복과 공격, 방어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규칙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그냥 막연한 생각일 뿐이지만…

p.s : 애스디님이 이 글에 답변으로 쓴 좋은 글이 있습니다 : (클릭)

불량 마스터의 벼락치기 세션 준비 1: 계획

준비할 시간은 1개월이 넘게 있었는데 내가 그렇지 뭘 어느덧 제12회 일일플레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읭? 난 준비가 안 됐는데?
제 사정 같은 건 생각도 없이 시간은 무자비하게 가버렸군요ㅠㅠ 테플도 못했는데 난 안 될 거야 아마
그래도 일주일이면 길다면 긴 시간이겠죠. 원래 마스터링 준비는 제 약점인 만큼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그리고 더는 미룰 수 없도록 공개적으로! 준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려는 시스템은 RPG 디자이너이자 이론가인 Robin D. Laws 씨가 준비중인 신작 Hillfolk입니다. 킥스타터 후원을 한 위시송씨를 통해 미리보기 PDF판이 있어서 한 번 해보고 싶어졌지요. 인물 간의 인간관계와 감정적 욕구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점, 감정적 균형을 나타내는 극적 판정은 참가자 간의 흥정과 자원관리로 하고 그 외의 절차적 판정은 위험과 이득 사이를 저울질하는 방식으로 한 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힐포크 이미지
준비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1. 룰 읽어보기
2. 배경 설정
기본 설정: 한국의 철기를 대략의 모티프로 한 설정
– 주변지역 지도 그리기
– 풍속과 문화 설정: 힐포크 방식대로 참가자에게 던질 질문 목록 작성
3. 룰 요약본 완성
4. 인물 설정
– 인물 관계도
– 시트: 인물 능력치, 양극 설정
5. 보조도구 준비
– 플레이어 자리에 놓는 받침 준비 (PC 능력치, 칩 놓을 자리 등)
– 이름표
– 마스터 노트
– 관계도 표시용 인물카드와 화살표, 압정
6. 플레이테스트
– 시간 없으면 집에서 몇 가지 장면을 해보는 간이 플레이테스트로 대체
으으 귀찮아 엉엉엉 살려줘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본 던젼 지도

요즘 맵툴로 패스파인더를 하고 또 자작 설정도 구상하면서 플레이에 지도를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지도를 만들어보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를 외치며, 지도 제작 사이트 Cartographer’s Guild에서 만드는 법을 보고 김프로 초간단한 던젼부터 만들어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의 꿈은 이보다 훨씬 원대한 듯도 하지만 별로 상관없어!
에, 정말 아무것도 없지만 가구라도 좀 가져다놓으면 낫겠죠 (먼산). 축적이 한 칸에 5피트 (약 1.5m)라고 한다면 통로는 계속 좁군요. 비집고 들어가서 적과 아군의 선두가 1:1로 마주해야 하는 처절한 비비적 던전입니다. 김프는 이전부터 쓰고 있었지만 그리드 활용법, 그리드 렌더링 등 유용한 기능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제 던젼의 달인이 되었으니(??) 김프로 간단한 산지 지형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가입과정에 삑사리가 나서 예제 그림을 봐가며 할 수가 없군요. 어쨌든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RPG 갈무리 순위가 수상타…

사용자 삽입 이미지며칠 전에도 보고 ‘으잉?’ 했습니다만, RPG 갈무리의 조회수 순위가 묘하네요. 10위 중 9개가 로키네 위키 글이라니, 한 번도 없던 일입니다. 그것도 기본 탭에 나오지도 않는 위키글 조회수가 80이 넘다니 처음이군요. 한 번 클릭하면 그 IP에서 2시간 동안 쿠키 설정이 되어서 조회수가 안 올라가게 되어 있어도 조작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갸웃) 상위권은 최신 2주 글만 치니까 휴가기간 동안 조회수가 초토화되어서 그나마 위키가 치고올라간 걸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은 것 같고… 궁금해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편 최근의 조회수 폭주에 힘입어 로키네 위키가 부동의 1, 2위 다락방금강석탑을 제쳤군요. 본 블로그는 물론 언제나처럼 간당간당한 5위입니다. ㅡㅡv 근데 위키 이거 어떻게 된 걸까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