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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Quick Primer for Old School Gaming (고전파 RPG 속성 지침서)을 통해 보는 올드 스쿨 마스터링과 그 위험성.

http://froggodgames.org/quick-primer-old-school-gaming

요즘 누메네라를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이 올드 스쿨 RPG의 플레이 방식을 지향한다고 느껴져서 이 글을 소개합니다.  위 지침서는 소드&위저드리(Swords & Wizardry)의 제작자인 매튜 J. 핀치가 쓴 올드 스쿨 RPG 입문서입니다. 지침서에서는 크게 네 가지 내용을 설명합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하나하나 룰에 의존하는 대신 상식으로 플레이하기 (룰 말고 룰링)
  2. 캐릭터 능력 말고 플레이어 능력으로 해결
  3. 평범한 인간이 영웅적인 업적을 이루는 플레이 지향
  4. 인위적인 “게임 밸런스”는 잊어라.

필자는 올드 스쿨 RPG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소개하기 위해 (편견을 듬뿍 담아) “따분하게 흘러가는 최신 RPG의 플레이 스타일”과 비교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최신 RPG)

마스터: “어둠 속에 복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플레이어: “덫 판정할래요.”

마스터: “굴려 보세요.”

플레이어: “15요”

마스터: “함정이 있네요.”

 

(고전 RPG)

마스터: “어둠 속에 복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플레이어: “물통에 있는 물을 바닥에 흘려서 바닥의 패턴을 확인할래요.”

마스터: “바닥에 흘린 물이 네모난 형태로 흘러가네요.”

플레이어: “함정인가요?”

마스터: “그럴지도요.”

플레이어: “제거할 수 있나요?”

마스터: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밟으면 함정이 열려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플레이어: “그냥 옆으로 지나쳐 갈래요.”

이 글만으로는 올드 스쿨 쪽이 좀 더 재미있게 보이는데, 저는 이런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합의한 게임 외적/내적 기준과 상호 존중하는 마음 없이 상식과 플레이어 실력에만 의존해 플레이하면 그 안에서 악의가 섞이기 쉽습니다. 예전에 한창 논의되었던 “사도 마스터링과 이에 대항하는 편집증적인 플레이”가 재현되겠지요.

특히 마스터는 “내가 창의적으로 마스터링을 하니까 너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해!”처럼 플레이어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플레이어 지식으로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처럼 악명높은 그림투스 트랩 같은 덫 모음은 자칫하면 테이블에서 다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제가 마스터라면 이런 덫을 쓰더라도 (플레이어가 아니라)PC는 이 정도 덫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비할 거라고 간주하고 지각력 판정이나 덫 지식 판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마스터의 창의성은 플레이어를 돕고 창의적인 행동을 하도록 발휘되어야 하지, 플레이어를 괴롭히고 시험하는데 발휘되어서는 안 됩니다. 플레이어가 마스터의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해서 플레이어가 불쾌해했다면 룰링을 잘못 적용한 사례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그런 면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마스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한 AWE의 강령-원칙-MC 액션을 좋아합니다. 상식과 규칙 사이에서 중용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쓴 ‘월드 인 페릴과 룰링(클릭)’과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클릭)’도 어느 정도 위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창의성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플레이어의 실력 격차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줄일 수 있는지 생각을 하면서 쓴 글이니까요.

월드 인 페릴과 룰링.

월드 인 페릴을 마스터링할 때는 “Rulings Not Rules(룰이 아니라 룰링을)“라는 문구를 명심하세요.

이 문구는 올드 스쿨 RPG인들이 즐겨 쓰는 말로, RPG를 할 때 모든 상황에 일일이 규칙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마스터의 감각과 상식을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라는 의미입니다. 룰이 간단할수록 룰링의 비중은 더욱 커지지요. 예를 들어 전사 PC가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RPG에는 능력치 규칙은 있어도 수영 규칙은 없다고 칩시다. 이때 마스터가 “힘을 써야 하니까 근력 판정해!” “지구력이 필요하니까 건강 판정해!”라고 결정을 하면 그게 바로 판단, 즉 룰링입니다. 예전에 쓴 플레이어의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 (http://blog.storygames.kr/entry/roleplaying_ability_gap) 역시 룰링과 관련이 있습니다. 좋은 롤플레잉은 마스터가 룰링을 쉽게 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은 특히 룰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를 들어 파워 목록의 각 수준(간단함/힘듦/한계선)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스터가 난이도를 보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약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적의 약점을 노리면 어떤 추가 효과가 있나요? 역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마스터가 그 효과를 선택합니다. 이점 역시 ‘타고난 파워가 아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마스터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파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느슨한 부분이 이 RPG의 결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 인 페릴이 AWE(아포칼립스 월드 엔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AWE는 다른 RPG보다 룰링을 하기 좋은 RPG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살펴보세요. 방금 벌어진 일을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의 틀 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하세요. 월드 인 페릴에서는 상황에 맞는 룰링이 룰보다도 더욱 중요합니다. 편집장이 룰링을 할 때 따라야 할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단순히 지침이나 조언 따위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불의 정령에게 불로 공격을 한다면 줄 수 있는 상태 정도가 약해지거나, 아예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p.127 참조). 반대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PC가 제압하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상태를 주었다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p.204 참조)

그렇다면, 이 룰링을 잘 하기 위해 마스터가 명심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1.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몸에 배도록 명심합니다: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월드 인 페릴의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2. 이야기 속 상황과 캐릭터들이 쓴 수단을 고려합니다: 현재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히어로와 악당은 무슨 파워를 사용하나요? 적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룰링을 할 때는 룰링을 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3. 일관성을 갖춥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같은 논리로 룰링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전에 수영할 때는 근력 판정을 했는데 이번에 건강 판정을 했다면 일관성에 맞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이해할 만한 논리를 든다면 그편이 우선입니다.

제가 월드 인 페릴을 한국에 출간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월드 인 페릴에 소개된 룰링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슈퍼히어로 RPG 이상으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을 산 독자분들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포칼립스 월드 : 강한 액션 지침

<레이디 블랙버드> <블레이즈 인 더 다크> 등을 제작한 게임 디자이너 존 하퍼의 블로그인 The Mighty Atom에서 좋은 글이 있어 번역해 봅니다.

원문 : http://mightyatom.blogspot.com/2011/05/apocalypse-world-guide-to-hard-moves.html?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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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월드 : 강한 액션 지침

저는 몇몇 MC들이 강한 액션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래서 아포칼립스 월드에서 강한 액션을 어떻게 할지 유용한 지침을 소개하겠습니다.

 일반적인 MC 액션을 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지키세요.

1.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액션이어야 합니다.

2. 플레이어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세요.

3. 앞으로 있을 강한 액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되 실제 효과를 일으키기 전에 멈추세요. 그다음 질문하세요. “어떻게 할래요?”

– 괴한이 당신 머리를 노리고 전기톱을 휘두릅니다. 어떻게 할래요?

– 당신은 차고에 몰래 들어갔지만, 거기에는 바로 플로버가 있습니다. 당신을 곧 눈치챌 것 같네요. 어떻게 할래요?

– 여자가 당신을 보면서 차갑게 말합니다. “날 내버려 두세요.” 어떻게 할래요?

강한 MC 액션을 할 때는 다음 두 가지를 지키세요.

1.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액션이어야 합니다.

2. 돌이킬 수 없는 일이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실제 효과까지 포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세요. 그다음 질문하세요. “어떻게 할래요?”

– 전기톱이 당신 얼굴을 찢습니다. 피가 사방으로 튀네요. 3-피해를 받고 피해 액션을 하세요!

– 플로버가 당신 얼굴을 보고 맹렬히 외치네요. “침입자다!”

– “다시는 여기 오지 마세요.” 여자는 당신 눈 앞에서 문을 쾅 닫았습니다. 자물쇠를 거는 소리가 들리네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나요? 일반 액션은 강한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강한 액션은 일반 액션으로 준비한 위험을 실행합니다.

저는 MC들이 필요한 때에 강한 액션을 어떻게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사위가 6-이 나왔을 때도 이런 식으로 쳐다보더군요. “젠장. 이제 뭔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잖아! 위험하고 멋진 걸로… 음. 닌자 몇 명이…. 천장에서… 독이 묻은 단검을 들고 내려옵니다. 크아아!”

그러지 마세요. 그 대신 강한 액션을 할 때가 되면, 앞서 준비 과정으로 만든 액션들을 돌아보세요. 무엇을 걸고 위협했나요? PC가 행동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요? 준비한 것을 풀어놓으세요. 장면 속에 효과를 일으키세요. PC들에게 결과를 맛보여 주세요.

결과에 대해 말하자면, 강한 액션이 반드시 심각한 결과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위험이 얼마나 큰지는 아예 다른 문제입니다. 순전히 지금까지 쌓은 이야기에 따라 심각성을 정하세요. 강한 액션은 단지 결과가 크든 작든 실제로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강한 액션은 PC들에게 못되게 굴라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판정에 벌을 주거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야기가 완전히 실현될 뿐입니다. 준비한 것을 실행해서 터뜨린 다음, 결과를 서술하세요.

안전한 플레이를 위해. X-카드를 사용해 보세요!

RPG 플레이를 하는 중 심기가 불편해지는 경험은 누구든지 한 두 번씩 느껴봤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신앙을 크게 조롱하는 내용이 나왔을 때.
  • 불편할 정도의 과도한 성적, 폭력 묘사가 나왔을 때
  • 이전에 겪은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소재가 나왔을 때
  • 전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거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나왔을 때.

당연히 저도 겪어봤고, 이 때문에 플레이를 망친 적도 있습니다.

존 스타브로폴로스는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X-카드”라는 규칙을 제안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플레이 중 심기가 불편한 내용이 나오면 누구든지 인덱스 카드에 X자를 그은 다음 들어 올리거나, 테이블 중앙의 X자 카드를 툭 칩니다. 그럼 마스터든 플레이어든 다 같이 의논해서 해당 내용을 수정합니다.” 라는 내용입니다. 내용이 무척 재미있어서 간단하게 개념을 소개해봅니다.

 

어떻게 쓰는가? (조금 자세하게 풀자면)

우선 플레이를 진행하는 사람은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처럼 이야기합니다.

“도움이 좀 필요해요. 다같이 재미있게 즐기는 플레이를 하려면 여러분 도움이 필요합니다. 플레이 중 어떤 이유로든지 마음이 불편해지면 (인덱스 카드에 X자를 긋습니다) 이렇게 들어 올려주세요. (X자 카드를 테이블 한 가운데에 놓고) 이렇게 카드를 가볍게 툭 쳐도 됩니다. 왜 카드를 사용했는지는 설명할 필요 없어요. 이유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카드를 들어올리거나 치면, 해당 내용을 수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문제가 있다면 누구든지 잠시 플레이 중지를 요청한 다음에 개인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X-카드 규칙을 사용하면 다 같이 재미있는 게임을 할 수 있어요. 게다가 보통 저도 이 카드를 많이 써요. 여러분 전부한테서 저를 지키려고요! 모두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다음에는 평상시처럼 플레이하다가, 불편한 내용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X-카드를 사용하세요. 어떤 내용이 X-카드를 받았는지 모르겠다면 카드를 사용한 사람에게 몰래 물어보세요. 그리고 X-카드는 개인적으로 불편한 내용에만 사용해야 하며, 다른 이유로(다른 사람을 놀리기 위해, 게임의 내용을 되돌리기 위해 등등) 사용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X-카드를 쓰면 된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내용을 막장으로 만들지 마세요.

시간이 나면 전문을 번역해보고 싶네요. 무척 괜찮아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찾아보세요 : http://tinyurl.com/x-card-rpg

Aspect : Establishing Facts and Compelling

I was asked the same question by players who are new to Fate: “What mechanical effect do aspects have besides earning or spending Fate Point?” In Fate Core and FAE, there is a good answer: The aspects are true and established fact in the game. Then some players asked me next question. “Then why do you compel aspects(especially situation aspects) if you get already their effect?”

 

Here is my answer : Aspects are true and fact, obviously. You can burn yourself if you rush into the “On fire!” zone naturally, or you can’t use your weapon while you are “Disarmed” without spending fate point or rolling dice.

 

Then when do aspects need to be compelled? When the new stories evolve from the aspects. If you compel “On fire!” aspect, there will be not only a fire: there will be a child who is trapped in a room on fire, or the exit will be blocked by fire. If you compel “Disarmed” aspect, not only you can’t use the weapon, but also have a problem with it : Your weapon will be thrown off a cliff, or snatched by an enemy.

 

So, aspects(especially situation aspect) are equivalence of other RPG’s condition, or tag, modifier, etc. but it will make a new story when you compel them.

(You can check other’s comments in here.)

면모 : 사실 설정과 역발현

페이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 “‘면모는 운명점을 사용하고 버는 용도 외에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왔고, 페이트 코어와 기동형 페이트에서는 ‘면모는 발현이나 역발현을 하지 않더라도 면모 자체가 사실이라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면모가 그 자체로 효과가 있는데 역발현은 왜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죠. 다음은 제 생각입니다.

분명히 면모는 그 자체로 사실입니다. “불바다” 속으로 뛰어 들면 당연히 피해를 입겠지요. “무장해제”를 당하는 동안은 무기를 쓸 수 없습니다. 주사위를 굴리지 않더라도, 운명점을 쓰지 않더라도 이 효과는 발동합니다. 면모는 캐릭터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장교”면모가 있으니까 경비병에게 방해받지 않겠지요), 막거나(“철조망” 면모가 있으니까 저 쪽에 갈 수 없겠지요), 판정을 유발합니다(“불바다” 면모가 있으니까 운동 판정으로 지나가는 데 실패하면 피해를 입습니다).

그럼 언제 역발현은 언제 하는가? 저는 “면모 때문에 단순한 효과 이상으로 골치 아픈 이야기가 새로 파생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난 건물에서 면모를 발동하면? 단순히 불이 난 것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불 저편에 사랑하는 사람이 갇혀 있거나, 출입구에 불똥이 떨어져 입구가 가로막힐지도 모르지요. 무장해제된 총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거나, 떨어진 무기가 오발이 나서 동료를 맞출지도 모릅니다. 즉, 면모(특히 상황 면모) 그 자체는 다른 RPG의 ‘수정치’나 ‘컨디션’, ‘태그’ ‘장애물’ 등의 역할을 하지만, 역발현하는 순간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고된 탐험(Grind) 규칙을 페이트에 적용하기

고된 탐험(Grind) 규칙은 토르 올라프스루드가 만든 ‘토치베어러(Torchbearer)’에서 도입된 개념으로, 모험가들이 던전을 탐사하면서 점점 지치는 모습을 표현한 규칙입니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모험가들은 던전에서 네 번의 행동(판정과 전투)을 할 때마다 지칩니다. 예를 들어 함정을 조사하고(1턴), 찾아낸 함정을 제거하고(2턴), 보물상자에서 찾아낸 고대 문헌을 조사하고(3턴), 문헌을 조사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과 싸우면(4턴) 전투가 끝난 후 모험가들은 상태가 한 단계 악화됩니다.

토치베어러에서는 모험가의 상태를 총 여섯 가지로 표현하며, 고된 탐험에 따라 모험가들은 배고픔과 목마름 → 탈진 → 분노 → 병듬 → 부상 → 공포 순서로 상태가 악화됩니다. 이 여섯 가지 상태가 모두 채워진 다음 다시 상태가 악화되면 모험가는 죽습니다. 만약 중간에 전투를 치르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 중간 상태가 이미 채워져 있다면 다음 상태가 채워집니다.

상태마다 회복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배고픔/목마름은 식량과 물을 먹어야 회복할 수 있고, 나머지 다섯 가지 상태는 캠프를 치거나 마을로 돌아가 판정을 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캠프 중 판정을 하기 위해서는 체크(Check)라는 점수가 필요한데, 이 체크는 모험 중 자신의 특성을 이용해 일부러 판정에 페널티를 받거나 불리한 상황에 빠져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을 페이트로 적용해 볼까요? 물론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지만 일단은 다음과 같이 만들 수 있겠네요.

 

1. 상태 규칙

고된 탐험 규칙에서는 페이트 시스템 툴킷의 상태(p.20) 규칙을 적용합니다. 단, 장기적 상태는 회복 액션 한 번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 상태 

없음. 고된 탐험 규칙을 적용할 때 모든 상태는 지속적 상태 또는 장기적 상태입니다. 모험자는 스트레스를 총 16점 흡수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상태 (각 상태마다 2점씩 스트레스 흡수 가능)

배고픔과 목마름 : 배고프고 목마른 상태입니다. 식량과 물을 먹으면 회복합니다. 캠프 중이 아니더라도 몇 분 정도 짬을 낼 수 있다면 회복 가능합니다.

분노 : 심리적으로 격앙된 상태입니다. 캠프를 친 후 의지력 기능(난이도 +2)으로 성공해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본인 대신 동료가 사교 기능이나(노래를 부르는 등) 눈치 기능 중 심리학자 특기로(난이도 +2) 달래줄 수도 있습니다.

탈진 : 기진맥진한 상태입니다. 캠프를 친 후 체력 기능(난이도 +3)에 성공해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다면 난이도가 1 올라갑니다.

공포 : 겁에 질린 상태입니다. 캠프를 친 후 의지력 기능(난이도 +3)에 성공해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본인 대신 동료가 사교 기능이나(노래를 부르는 등) 눈치 기능 중 심리학자 특기로(난이도 +3) 달래줄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 상태 (각 상태마다 4점씩 스트레스 흡수 가능)

병듬 : 병이 든 상태입니다. 캠프를 친 후 의지력 기능(난이도 +3)에 성공해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의학을 배운 동료가 학식 기능(난이도 +3)으로 치료해 줄 수도 있습니다.

부상 : 부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캠프를 친 후 체력 기능(난이도 +4)에 성공해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의학을 배운 동료가 학식 기능(난이도 +4)으로 치료해 줄 수도 있습니다.

 

2. 모험 스트레스 칸

모험 스트레스 칸은 시간 경과와 모험가들의 피로도를 나타낸 수치로, 총 네 칸입니다. 던전 및 야외 탐사를 시작한 모험가들이 기능 판정을 하거나 전투를 겪을 때마다 칸을 하나씩 채웁니다. 단, 모든 모험가들이 같은 목적으로 동시에 기능 판정을 할 때는(예를 들어 발동된 덫을 피할 때, 또는 함정을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갈 때) 판정 한 번으로 간주합니다. 네 칸이 모두 채워지면 모험가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모험 스트레스 칸을 비웁니다. 상태는 다음 순서대로 악화됩니다.

배고픔과 목마름 → 탈진 → 분노 → 병듬 → 부상 → 공포

만약 전투나 불의의 사고를 겪어 해당 상태가 이미 채워졌다면, 그 다음 상태를 채웁니다. 모든 상태가 채워진 다음에도 회복하지 않은 채 판정을 네 번 한다면 그 후 모험가는 죽습니다.

모험가들이 캠프를 칠 때에도 모험 스트레스 칸을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채웁니다.

 

3. 광원 관리

야외나 지하에 들어갈 때, 모험가들은 자동으로 “어둠”이라는 상황 면모를 얻습니다(적외선 시각이나 암흑 시각을 가진 모험가는 예외입니다). 이 면모는 횃불이나 랜턴을 켜야 없앨 수 있습니다. 횃불과 랜턴은 모험 스트레스 칸이 비워질 때마다 새로운 횃불이나 기름을 소모해서 켜야 합니다.

 

4. 짐 관리

철판 갑옷 같이 무거운 갑옷을 입은 모험가는 탈진 상태를 회복할 때 난이도가 +1 추가됩니다.

또한 각 모험자는 체력에 따라 들 수 있는 짐의 양이 달라집니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등짐 하나(30kg) 정도를 들 수 있다고 간주하세요. 체력 기능이 있다면 기능 1마다 등짐 하나씩 늘어납니다. 좀 더 빡빡하게 자원 관리를 하고 싶은 마스터는 등짐 하나마다 채울 수 있는 식량/물의 수와 횃불의 수를 정해도 좋습니다(예: 등짐 하나마다 식량/물 5인분, 횃불 5개를 채울 수 있다).

 

5. 캠프 치기

캠프를 치려면 다음 조건이 필요합니다.

– 최소 운명점 1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눈 앞에 닥친 위험이 없어야 합니다.

– 쉴 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

마스터는 주변 상황에 따라 이곳이 캠프를 치기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때 모험가들은 주의력 기능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이 판정 역시 모험 스트레스 칸을 채웁니다). 마스터는 주변 상황에 따라 난이도를 조정하세요(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1~2 정도, 적들이 득시글대는 곳은 +4 정도로). 실패할 경우 그 장소에서는 캠프를 칠 수 없습니다.

캠프에서 시도하는 모든 판정은(회복, 연구, 식량 찾기 등) 운명점을 사용합니다. 식량과 물을 먹는 데에는 판정이 필요 없으므로 운명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스터는 모험가들이 모험 중 적극적으로 면모를 역발현해서 운명점을 벌도록 권장하세요. 캠프 중에는 면모를 역발현할 수 없습니다.

 

6. 마스터의 할 일

모험가들은 본능적으로 기능 판정 3번~4번을 한 다음 캠프를 엽니다. 눈치 빠른 모험가들은 캠프를 열지 않은 채 식량을 먹어서 좀 더 시간을 벌지요. 그러니, 마스터는 탐험 중 모험가들이 고생하도록 여러 조치를 하세요. 예를 들어…

– 모험가들이 쉴 틈 없이 곧바로 다음 사건과 맞부딪혀서 판정을 더 하도록 만드세요. 특히 모험가들이 판정에 실패하거나 비길 때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 모험가들이 모험에 필요한 물자(식량과 물, 횃불 등)을 잃어버리게 하세요. 특히 모험가들이 판정에 실패하거나 비길 때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 항상 전투 중 모험가들에게 최대한 큰 피해를 입히세요.

– 모험가들이 서로 떨어지려고 할 때는 경고하세요. 모험가들이 각각 판정할 때마다 모험 중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상관없이 모험 스트레스 칸이 무조건 채워집니다.

상황 면모 / 캐릭터 면모 활용하기

페이트는 규칙의 많은 부분을 면모 활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물을 던져 상대방의 움직임을 묶은 다음, 삼지창으로 찌른다. 상대방은 애써서 그물을 잘라 빠져나가려고 한다.” 라는 장면을 전통 RPG로 구현한다면, ‘포박’ 규칙과 ‘물건 파괴’ 규칙을 각각 설명해야 합니다. 물론 그물이 주는 효과와 데이터도 필요하지요. 그러나 페이트에서는 기회 만들기 액션으로 면모를 붙이고, 극복 액션으로 면모를 제거하는 기본 규칙만 알면 됩니다. 마스터는 그물이라는 면모가 붙은 캐릭터의 이동 및 행동에 적당히 제약을 주면 그만이지요. 페이트는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테이블 안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를 믿고, 상당수의 복잡한 규칙을 면모 관련 규칙 하나로 뭉뚱그렸습니다.

따라서, 이 면모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페이트는 무척 밍밍한 규칙입니다. 면모의 기본적인 활용은 판정에 +2의 보너스를 주거나 주사위를 다시 굴리는 방법이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지요! 면모는 이야기 속 현실입니다. 한번 등장한 면모는 면모 발현, 면모 역발현에 관계없이 플레이상 현실로 존재하고, 실제 플레이에 도움이나 제약을 줍니다. “날개” 면모가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고, “수갑에 묶임” 면모가 있으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던전월드(링크)를 아시는 분이라면 무기나 물건에 붙은 태그를 생각해 보세요. ‘파괴적’(장비) 태그는 수치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피해를 주는 방식이 파괴적이어서, 맞은 사람이나 물건은 으깨지거나 찢어집니다.” 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예전 제 캐릭터는 파괴적인 공격을 맞고 팔 하나를 잃고, 신전에서 치료 마법으로 팔을 붙일 때까지 방패를 장비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이야기 속 현실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예시지요.

페이트의 면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터와 플레이어는 장면과 캐릭터에 붙은 면모가 실제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도록 다양한 방법을 써야 합니다. 페이트 코어 시스템 p.202, “난이도에는 이유가 있어야”와 p.218 “환경적 위험요소”를 참조하세요!

 

면모를 실제 플레이에 활용하는 예시를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페이트의 면모 활용은 정해진 세부 사항이 없는 만큼, 이 예시는 다른 마스터의 면모 활용 사례라고 참조만 하세요.

 

“저 흡혈귀의 몸에 기름병을 던질게요. 철수야, 그 다음이 네 차례지? 횃불을 던져!”

→ 기회 만들기로 “기름 뒤집어씌우기” 면모와 “불 붙이기” 면모를 상대에게 붙이는 시도입니다. 흡혈귀는 ‘운동능력’(페이트 코어)이나 ‘날쌔게’(기동형 페이트)로 피하려고 시도하겠지만, 실패해서 불이 붙은 흡혈귀는 어떻게 될까요? 명백하게 규정한 규칙은 없지만, 불이 붙은 흡혈귀는 피해를 당하는 게 자연스럽겠죠. 저라면 불길의 ‘화상’ 실력을 대단함(+4) 으로 잡고 매 차례 흡혈귀를 공격하게 할겁니다. 흡혈귀는 ‘체력’이나 ‘강하게’ 로 방어를 하면서, 자신의 차례 때 극복 액션으로 불을 끄려고 하겠죠. 역시 난이도는 +4 정도로 할겁니다.소화기를 사용한다면 +2 정도로 낮출 수도 있겠지요.

 

“거대한 날개가 있는데, 좁은 통로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겠어요?”

→ ‘거대한 날개’라는 캐릭터 면모가 있는 캐릭터는 좁은 통로에서 곤란을 겪습니다(아마 상황 면모로 “좁은 통로”가 있겠지요). 아마 뛰어가서 적을 공격하려고 해도 좁은 통로 속에서 날개가 거치적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겠죠. 이 경우 마스터는 “거대한 날개를 가진 캐릭터는 좁은 통로에서 공격하려고 할 때, 공격에서 최소 +3 이상은 나와야 한다.” 라고 선언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방어자가 거대한 날개 면모를 발동하면, 공격 난이도가 +5가 되겠지요.

 

“밑에 있는 좀비들이 깔리도록 거대한 샹들리에를 쏴서 떨어뜨리겠어요!”

→ 멋지군요! 샹들리에를 떨어뜨려서 한 구역의 적들 모두를 공격한다면 플레이어가 제안하는 “면모의 역발현”을 응용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느리고 둔해 빠진 좀비라면 캐릭터는 샹들리에를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난이도는 +2 정도로 하고 싶습니다) 좀비들을 모두 공격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좀비들이 잽싸다면 운동능력으로 대항하겠지요. 그래서 캐릭터가 성공한다면? 그 밑에 있던 모든 좀비들은 성공 차이+ 샹들리에의 무게 때문에 얻는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만약 ‘거대한 덩치’라는 캐릭터 면모가 있는 괴물 좀비라면 이 정도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캐릭터의 선언이 공격이 아닌 기회 만들기 액션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다만 “샹들리에에 깔리다” 라는 상황면모가 붙어 샹들리에를 치우기 전에는 이동을 못 하거나, 공격이나 방어에 페널티를 입을 수는 있습니다.

 

“저 녀석의 등 뒤로 돌아와 손을 꺾은 다음, 수갑을 채우겠습니다.”

→ 기회 만들기로 시도해보겠다고요? 대담한 발상입니다. 화끈한 마스터라면 한 번에 허락할 수도 있겠지만, 저라면 “먼저 붙잡아서 제압한 다음 수갑 채우기를 시도하세요.” 라고 제안할 겁니다. 기회 만들기를 두 번 시도하라는 거지요. 상대는 운동능력으로 저항하겠죠?

하지만 이런 힘든 시도를 뚫고 성공한다면, 당연히 그만한 보상은 있어야겠죠. “등 뒤로 수갑이 묶임” 면모가 붙은 캐릭터는 일단 손으로 하는 모든 행동이 불가능할 겁니다. 대표적으로 무기 사용이나 주먹 휘두르기 등이 있겠죠. 게다가 등 뒤로 손이 묶였으니, 방어 역시 매우 힘들겠죠? “등 뒤로 수갑이 묶임” 면모가 있는 이 캐릭터를 칠 때는 캐릭터의 운동능력 실력이나 난이도 +2 중 낮은 쪽을 넘기면 공격이 명중한다.” 정도의 제한은 어떨까요? 달리기도 힘들 테니 “전력으로 질주할 때는 난이도 +3 이상이 나와야 성공한다.” 정도의 제한을 붙이고요. 또한, 수갑을 푸는 시도는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에 난이도를 +4 이상으로 줄 겁니다. 물론 묶인 캐릭터가 ‘유연한 관절’ 같은 면모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저 녀석의 손목을 베어버리겠어요! 물론 손에 들고 있는 검은 떨어뜨리겠지요?”

→ 물론 좋은 시도지만, 때로는 면모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세요. ‘잘린 손’, ‘외눈’ 같은 영구적인 변화는 기회 만들기로 붙일 수 있는 상황 면모로는 너무 큽니다. 영구적인 변화는 극단적 타격이나 갈등 패배의 결과로 남겨두세요. 다만 기회 만들기 시도로 ‘손목 치기’ 같은 상황 면모를 붙인다면 무장 해제 정도는 가능하겠죠. 무장이 해제된 캐릭터가 무기를 주우려면, 극복 액션을 하느라 한 차례를 소모해야 합니다(극복 난이도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겁니다. 만약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난이도가 낮거나 자동 성공도 가능할 테고, 적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 무기를 주우려면 겨루기로 굴려야겠죠).

Robin D. Laws의 장애물 만들기 가이드

캐릭터들은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힘과 지혜를 짜내 그 상황을 극복합니다. 캐릭터들은 보통 능력치/기술/기타 등등 판정으로 이 장애물을 극복하며, 판정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서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RPG의 재미 중 큰 부분은 이 장애물을 겪으면서 극복하는 데에서 나오기 때문에, 게임 마스터, 또는 다른 이들에게 장애물을 던져주는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재미있는 장애물을 만드는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어떤 장애물이 “재미있는가?” 에 대한 답변은 ‘각 테이블에 따라 다르다’고밖에 말할 수 없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의미 없는 장애물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제가 말하는 의미 없는 장애물은 ‘하든 안 하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별 의미 없는 판정이나 선택’입니다. 예를 들어 동굴 통로에서 두 갈래 길이 나왔을 때, 그 중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똑같은 괴물과 보물, 덫이 나온다면 의미가 없겠죠. 이와 마찬가지로 NPC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를 했을 때, 실패하더라도 위험이 없다면 거짓말 탐지를 할 필요가 없겠죠.

그렇다면 의미 있는 장애물이란 어떤 것일까요? RPG 디자이너 Robin D. Laws에 따르면 장애물은 다음 요소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Sharper Adventures in HeroQuest Glorantha의 내용 중 일부를 요약했습니다)

1) 딜레마 : 직면한 장애물의 세부사항

2) 관심거리 : PC들이 장애물을 해결하기를 바라는 이유

3) 선택 : PC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

4) 결과 : PC들이 선택지에 따라 행동한 결과

 

딜레마는 PC들이 직면한 장애물의 상황입니다.

“술 취한 왕이 적국의 인질들을 죽이려고 한다.”

“우리 부족에 출몰한 언데드들을 무찔러야 한다.”

“폭설이 휘몰아치는 거대한 산을 통과해야 한다.”

 

관심거리는 PC들이 장애물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장애물을 만들었어도 PC들이 “왜 우리가 이걸 해야 하지?” 라고 말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PC들의 모험 동기 및 개인적인 배경과 연결해서 흥미를 느끼게 만들거나, 이번 시나리오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적과 전쟁을 하느냐, 평화를 선택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인질들의 처우는 그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언데드들을 격퇴하지 않으면 우리 부족은 멸망한다.”

“저 산을 통과해야 마왕의 성에 갈 수 있다.”

 

선택은 PC들이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입니다. 각 선택에 따라서 결과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GM은 PC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선택지는 뻔히 보이는 몇 가지 방식 중 하나일 수도 있고, 혹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선택지에 따라 다시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왕이 인질을 죽이도록 놔둘 것인가? / 인질을 살리려고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살릴 것인가? 왕을 설득? 왕을 제압? 마법을 써서 왕을 현혹?”

“언데드를 격퇴하기 위해 혼자 나설 것인가? 이웃 부족의 도움을 얻을 것인가? 용병을 고용할 것인가?”

“저 산을 통과하기 위해 절벽을 곧바로 탈 것인가? 아니면 우선 사람들과 교섭을 해서 이런저런 도구를 살 것인가?”

 

결과는 PC들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서 어떤 것이 달라지는가? 입니다. 만약 PC들이 선택한 방법이 ‘판정’이라면, 판정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서도 각각 다른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결과는 다음 중 하나입니다.

① 이야기의 분기 : 성공과 실패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집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이 판정은 실패하면 이야기가 아예 진행이 안 돼!” 라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도 있지요. 예를 들면 폭탄 해체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아래 약화 또는 강화 의 결과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성공과 실패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 자체를 손을 대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탄 제거 판정의 성공/실패 같은 경우는 ‘폭탄이 제거되느냐, 터지느냐’ 가 아니라 ‘폭탄은 제거되지만 그 동안에 도망치는 악당을 추격할 수 있느냐 아예 놓치느냐’ 로 바꾸는 방법이 있지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야기와 놀이 블로그의 “실패하면 안 되는 판정의 역설” (http://blog.storygames.kr/entry/making-failure-fun)을 참조해 주세요.

② 약화 또는 강화 : 이야기는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에 따라 이후 장면에서 PC들이 맞닥뜨릴 장애물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PC가 상처를 입는가? 더 좋은 장비를 얻는가? 이후 지원군이 도착하느냐?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의미 있는 판정’이란, 각각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서로 명백하게 달라야 합니다. 또한, 한번 결과가 나오면 장애물을 마주치기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거나, 대가를 치르고 되돌려야 합니다. 인질을 죽였으면 다시는 적과 화해를 할 수 없겠지요. HP를 잃었다면 회복주문을 쓰거나 병원에 가서 돈을 주고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PC들은 왕을 설득하기로 한다. 만약 판정에 성공한다면 인질은 살 것이다. 판정에 실패하면 인질은 죽고 곧 전쟁이 일어난다.”

“용병을 고용한다면 엄청난 돈을 요구할 것이며, 그 중 질 나쁜 이들은 마을의 보물창고를 눈독 들일 것이다.”

“절벽을 곧바로 탄다면, PC들이 등반 판정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산은 넘는다. 하지만 만약 PC들이 등반 판정에 실패하면 PC들이 산을 넘을 때는 HP가 모두 1/3로 줄며, ‘피로’ 라는 상태를 얻는다.”

이러한 장애물은 미리 준비할 수도 있고, 혹은 즉석에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준비를 하든, 위의 네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없느니만 못한 장애물’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입니다.

 

P.S : 그렇다면 만약 미리 만든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들이 의미 없어 보이는 판정이나 선택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할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솔직해지세요. 굳이 공허한 주사위 굴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과와 귤 중 뭘 먹고 뭘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필요할 때만 부딪히세요.

조금 더 악랄해지고 싶다면, 혹은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AWE)의 방식대로 각각의 판정마다 의미를 둔다면, 실패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하세요. 글의 앞부분에서 저는 쓸데없는 거짓말 탐지의 예를 들었습니다. 만약 PC가 정직한 NPC에게 거짓말 탐지를 해서 실패했다면 단순히 “알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NPC가 PC를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달라지게 하세요. 상대방이 자기를 불신하면서 거짓말쟁이인지 확인하려고 하는데 기분이 좋겠습니까? 텅 빈 방에서 덫 탐지를 시도한다면요? 실패하면 진짜 덫을 발동시키거나, 그 방에서 시간을 허비한 나머지 떠돌아다니는 괴물이 그 방에 들어왔다고 선언하세요. 좀 더 대담하게 나간다면 ‘무의미한 판정에’ 성공할 경우에도 무언가 보상을 줄 수 있지만(사실 이 NPC는 진짜 거짓말쟁이였다든지, 작동 직전의 덫을 발견시킨다든지), 이 부분부터는 ‘미리 만든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즉흥극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폴라리스 : 폭주 증후군 분석

“모두 죽여요.”

“악마의 힘을 빌려서 잔해를 함락해요.”

“(무언가 나쁜 짓을) 해요.”

처음 폴라리스를 접하는 분들과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이런 광경을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이 분들은 자신이 선언한대로 서술의 결과가 만들어지고, 기사가 타락하면 할수록 점점 더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하면서 기사를 신속하게 성장시키지요. 저희는 이런 현상을 “폭주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폭주 증후군에 물든 플레이는 처음에는 자극적인 재미를 주지만 결국 참가자 모두의 재미를 망칩니다. 왜일까요?

폴라리스는 마음과 후회 사이에서 서술권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구조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마음은 민족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상을 유지하려 하고, 후회는 이런 마음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히며 마음을 굴복시키려 합니다. 두 달은 그 가운데에서 때로는 마음을 편들기도 하고, 때로는 후회를 돕기도 하지요. 폴라리스의 재미는 그러한 극적 긴장관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마음이 저항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게 되면 이러한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이야기의 재미도 떨어집니다. 폴라리스의 갈등과 비극은 순수와 이상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처음부터 순수도 이상도 없었다면 잃어버린 것도 없으니까요. 후회와 줄다리기를 해야 할 마음이 오히려 후회를 앞질러 막장의 결승으로 돌진하는 꼴입니다.

그렇다면 폭주 증후군을 극복하는 동시에 비극을 만들어야 하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영웅이 악당으로 타락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모든 타락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타락한 영웅의 대표적인 사례인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가 타락하게 된 과정을 살펴볼까요?

① 어머니의 죽음을 예지했으나, 제다이의 규율을 따르기 위해 고향에 가는 것을 미루다 간발의 차이로 어머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② 그 다음에는 연인 파드메 아미달라의 죽음을 예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요다에게 방법을 물었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③ 반면 다스 시디어스는 다크 사이드의 힘으로 파드메를 살릴 수 있다는 답변을 주었다.
④ 그래서 다스 시디어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의 편을 둘 수 밖에 없었다.

다스 베이더의 타락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이 있습니다. 폭주 증후군이 비판 받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타락해야 하는가

어떻게 타락해야 할지를 알기 전에, 우선 기사가 지켜야 할 이상부터 알아봅시다.

“별빛의 기사는 후회에 맞서 민족을 지키는 영웅이다.”

이 대전제를 처음부터 부정하는 타락은 개연성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민족을 지켜야 하는 기사가 왜 처음부터 대량 학살을 저지르나요? 왜 처음부터 악마들과 손을 잡아야 하나요?

서둘지 마세요! 아무리 언젠가 타락할 운명일지라도 기사는 기사입니다. 플레이를 하는 참가자는 기사의 운명을 알고 있지만, 기사 자신은 자신이 타락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참가자들은 기사가 타락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차근차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후회는 기사에게 가혹한 선택을 제시하세요. 후회가 멍석을 깔아주지 않는다면 마음이 혼자서 타락할 수 있을까요? 후회는 위의 이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음 : 스피카(기사)는 후회의 대군을 무찔러 한 명도 살려두지 않고 죽였다.

후회 : 그러나 그러려면 스피카의 충성스러운 부관 시리우스가 악마에게 빙의 당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법이 기사를 괴롭히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마음은 타락의 위험을 겪습니다. 시리우스를 방치하나요? 그럼 시리우스는 후회의 노예가 되어서 민족에 큰 해를 끼칠 것입니다. 스피카는 민족을 지킬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타락하게 되겠지요. 시리우스를 죽이나요? 그럼 스피카는 민족에게 잔인한 짓을 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되겠지요. 마음이 “그러나 그러려면 스피카가 시리우스에게 퇴마 의식을 해서 악마를 쫓아내었다.” 라고 선언했나요? 그렇다면 더 가혹한 서술을 하세요. “그러나 그러려면 퇴마를 하는 과정에 시리우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미쳐버렸다.” 언젠가 마음이 두 손 들고 항복을 외칠 때가 옵니다. 마음에게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 더 큰 무언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세요.

달은 기사의 인간관계를 지옥으로 만드세요. 보름달과 그믐달 역시 마음이 타락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사를 마음껏 부려먹으세요. 여러분이 기사의 이상 따위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세요. 여러분이 기사의 아버지라면 가문의 영화를 위해 이웃 가문의 장남을 죽이라고 명령하세요. 여러분이 기사의 연인이라면 사랑을 위해 기사의 아내를 죽이세요. 결국 기사는 멸사봉공을 택하고 자신의 마음을 도려내느냐, 타락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은 기사의 명분을 지켜주면서 타락하세요. 후회와 달이 타락으로 향하는 길을 닦았다면, 마음은 그 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서둘지 마세요! 어차피 타락할 몸, 이왕이면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타락해야 이야기도 더 재미있어집니다.

타락을 할 때는 반드시 명분을 가지세요. 이상을 지키면서 타락하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공리주의적인 명분이 가장 적합합니다. 친애하던 상관의 뒤를 찌르거나 대량 학살을 저지르려면 “민족의 이름으로”라는 변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상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사의 명예를 포기하고 타락할 만큼 커다란 이유를 만드세요. 사랑 때문에, 가문 때문에, 혹은 증오 때문에.

그렇게 타락의 길을 걷다 보면 열정이 회의로 바뀌면서 기사 자신이 민족을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선택하세요. 영광스럽게 죽을지, 계속 타락해서 후회에게 굴복할지.

죽음을 선택한다면 강렬한 마지막 장면을 준비하세요. 영웅은 영웅답게 죽어야 합니다. 같은 민족에게 배반당해 최후를 맞이하든, 후회의 군세로 뛰어들어 최후를 맞이하든 멋진 모습을 보여주세요. 무엇보다도 후회를 감동시키세요. 마음이 아무리 “그러나 그러려면 (기사)는 죽어야 한다.” 라고 선언하더라도 후회가 방해한다면 기사는 죽지 못합니다. 후회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장면을 준비하세요.

타락을 선택한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을 반복하세요. 노병이 된 이상 기사는 자신이 결국 타락해서 민족을 배신하리라는 사실을 내심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대담하게(=막나가게) 행동해도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명분은 잊지 마세요. 회의가 4를 넘지 않는 한 기사는 여전히 기사, 민족의 수호자입니다. 민족의 절반을 죽이고 폭군의 자리에 오른다고 할지라도 민족을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는 명분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자기기만이 깨질 때는 오직 회의가 4를 넘을 때뿐입니다.

 

비극의 위치에너지

어찌 보면 폴라리스는 악행 및 냉소로 인해 성장한다는 점 때문에 폭주를 권장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규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폭주 증후군은 규칙의 약점을 이용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러한 반응을 절제하거나 최소한 멋지게 승화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한없이 추해질 수 있다는 점이 폴라리스 플레이의 함정입니다.

그러니 절대 잊지 마세요. 폴라리스는 비극입니다. 잃어버릴 것이 없는 비극은 비극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실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상실은 한때 고귀했던 기사, 바로 여러분의 캐릭터 자신이 타락하는 모습입니다. 그 이상을 드높이는 만큼 타락과 죽음도 더 슬퍼지는 원리가 바로 ‘비극의 위치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비극을 지향하려면 폴라리스는 ‘개망나니가 기꺼이 악마가 되는’ 이야기가 아닌, ‘고귀했던 기사가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더럽혀져 가는’ 이야기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후회와 달, 마음이 합심하여 가혹한 선택을 제시하고, 인간관계를 고뇌의 연속으로 만들고, 그러면서도 명분이라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는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어퍼컷의 삼박자를 유지해야 합니다. 끝끝내 영웅이 쓰러지는 그 순간이 더더욱 아름답고, 고고하고, 비참하도록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