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Seunghan Oh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

트위터에서 말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RPG에서 사용하는 기능/능력/전투/기타 등등 판정은 대부분 ‘어떻게 하는가?’ 대신 ‘무슨 목적인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기술자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폭주하는 기계를 멈춰서 도시를 구하는 데 목적이 있지, 기계를 어떤 원리로 멈출지는 (아마도) 모를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보통 캐릭터만큼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많은 경우 판정에 사용하는 특성의 이름(교섭, 민첩성, 공학, 근접전)만으로 캐릭터가 사용하는 수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공학 기능을 사용해 기계를 멈춰요.”로 선언을 끝내는 플레이어가 있는 한편, 상상력을 동원해 “기계를 멈추기 위해 동력부의 에테르 엔진을 냉각기로 얼려서 날개로 가는 동력을 끊어요.”라고 선언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것입니다. 마스터는 물론 좋은 롤플레잉에 보너스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실제로 좋은 롤플레잉에 보상을 주는 RPG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롤플레잉에 계속 보너스를 준다면, 캐릭터의 공학 실력 대신 플레이어의 화술 실력이라는 OOC(Out of Character) 요소 때문에 이익/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말을 잘 하는 플레이어는 서툰 플레이어보다 판정에 분명한 이익을 받아야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롤플레잉 실력의 격차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를 들겠습니다:

하나, 규칙을 세밀하게 만든다.

첫번째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규칙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하는가?’를 규칙으로 해결하려면 캐릭터가 사용하는 방법, 드는 노력과 자원, 투입한 역량과 수단으로 기대하는 효과, 치러야 하는 대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세한 규칙이 필요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전투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세한 규칙이 플레이어의 롤플레잉을 저해하고 그저 주사위 굴림의 횟수를 늘릴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자세한 규칙은 플레이어가 롤플레잉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고 캐릭터를 좀 더 그럴듯하게 플레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 단순히 “공격!” 이 아니라 “5피트 이동해서 파워 어택으로 피해 3점 늘려 대검으로 공격!”이라면, 플레이어가 검도 고수는 아니더라도 검도의 고수처럼 행동하고 기분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규칙이 자세해지면, Role플레이보다 Roll플레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지나치게 자세한 규칙에서 어떤 폐해가 생기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결국, 규칙을 좀 더 자세히 사용하려면 이 RPG가 중요하게 초점을 맞추는 부분에 규칙을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던전 판타지풍 RPG에서 교섭 규칙보다는 던전 탐사와 전투 규칙 비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둘, 플레이어의 의도와 수단, 그리고 수단을 사용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한다.

앞에서 말했듯 마스터는 판정할 때 플레이어가 무슨 의도로 행동하려고 하는지 명확히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왜 이 플레이어는 교섭 판정을 하나요? 교섭 판정으로 상대를 자수시키려는 건가요? 아니면 물건값을 깎으려는 건가요? 우선 플레이어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세요.

의도를 파악한 다음, 마스터는 캐릭터가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한 수단, 즉 “어떻게?”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보통 어느정도 캐릭터의 행동을 묘사하기 마련이므로, 캐릭터가 사용한 수단은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는 명확하게 이해를 하기 위해 언제든지 플레이어에게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플레이어는 캐릭터만큼 전문가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세부사항 대신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마스터가 이해할 수 있는) 묘사면 충분합니다.

여기서 제가 즐겨 쓰는 마스터링 기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판정 의도와 캐릭터가 사용하는 수단을 파악한 다음에는 “지금 묘사한 방법이 어떤 식으로 의도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한번 더 물어보세요(즉, 그 수단을 사용한 이유를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마스터는 이 질문을 해서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 상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혹은 자신이 플레이어가 선언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건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캐릭터가 사용한 수단에 따라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도 명확할 때가 있습니다.

세가지 예시를 들겠습니다.

첫번째 예시:

마스터: “지금 적군의 장군은 침대에서 쿨쿨 자요. 어떻게 할래요?”

플레이어: “살금살금 기어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고 단검으로 목을 따서 일격에 죽입니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민첩성 판정하세요.” (마스터는 추가 질문을 생략합니다. 이미 ‘적을 죽인다(행동 의도)’ ‘단검으로 목을 벤다(수단)’ ‘입을 막고 단검으로 목을 따면 소리없이 곧바로 죽을 테니까(수단을 선언한 이유).’ 라는 세 가지 요인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예시:

마스터: “사무실은 온통 불바다입니다. 어떻게 할래요?”

플레이어: “불을 끕니다.”

마스터: “어떻게요?” (불을 끈다는 의도는 파악했으니 수단을 묻습니다)

플레이어: “사무실에는 정수기통이 있겠죠? 안에 있는 물로 불을 끕니다.”

마스터: “척 봐도 정수기통 물로는 불을 끄기 턱없이 부족해요.“ (수단을 사용한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됩니다. 물로 불을 끄려는 거니까요. 하지만 마스터는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알고 지적합니다)

플레이어: “그렇군요. 그럼 사무실에 쓰러진 사람이 있는지 둘러봅니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지각력 판정하세요.” (새로 바뀐 선언은 행동의 의도인 ‘쓰러진 사람을 찾는다’와 수단인 ‘눈’, 수단을 사용한 이유인 ‘눈으로 찾는 게 당연하니까’가 명확하므로 마스터는 곧바로 판정을 시킵니다).

세번째 예시:

마스터: “도둑질한 아이가 잡혀 왔습니다. 어떻게 할래요?”

플레이어: “설득합니다.”

마스터: “무슨 내용으로 설득하고 싶나요?” (의도를 묻습니다)

플레이어: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요.”

마스터: “어떻게 설득할래요?” (의도를 실현할 수단을 묻습니다)

플레이어: “손을 꼭 붙듭니다.”

마스터: “왜 그런 수단을 썼나요?” (플레이어가 왜 손을 잡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수단을 동원한 이유를 묻습니다)

플레이어: “이 아이는 태어나서 따뜻한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까요. 아, 손을 잡고 따뜻한 목소리로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하죠.” (플레이어는 마스터에게 답변하면서 롤플레잉을 보강합니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교섭 판정하세요.”

좋은 롤플레잉은 마스터에게 이야기 흐름을 이어나갈 소재를 제공하는 롤플레잉입니다. 플레이어가 “기계를 멈추기 위해 동력부의 에테르 엔진을 냉각기로 얼려서 날개로 가는 동력을 멈춰요.”라고 선언하면, 마스터는 판정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플레이어가 언급한 의도인 ‘기계를 멈춘다’, 수단인 ‘동력부’ ‘에테르 엔진’ ‘냉각기’, 그리고 수단을 동원한 이유인 ‘날개로 가는 동력을 끊는다’를 이야기 진행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게다가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마스터가 자기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편이 플레이를 하기 훨씬 편합니다. RPG에서 상대방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대화가 어딘가에서 어긋나 버리고, 불만족스러운 플레이로 끝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롤플레잉은 화려한 묘사가 아니라 마스터에게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명료한 의사 표시이며, 단순히 권장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가 필수로 갖춰야 할 기본 태세입니다. 판정에 보너스를 받을 만한 훌륭한 롤플레잉은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도, 수단, 수단을 동원한 이유) 요소를 갖출 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참석한 전원이 탄성을 지를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롤플레잉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보너스를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정리글

롤플레잉 실력의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력 격차에 상관없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정보를 마스터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자세한 규칙입니다. 하지만 규칙이 지나치게 자세하면 플레이 자체가 힘들고 느려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모든 부분을 자세한 규칙으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규칙은 해당 RPG로 구현하려는 플레이 방향에 집중해야 하며, 그 외 부분은 다른 요소로 롤플레잉 실력의 격차를 메워야 합니다. 저는 이 요소가 ‘캐릭터 행동의 의도’, ‘행동 수단’, ‘행동 수단을 선택한 이유’을 정확하게 전달하는(혹은 끌어내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OSR 작품들.

트위터에서 쓴 이야기이긴 한데, 몇 가지 글을 덧붙여서 다시 써봅니다.

예전에 이야기했지만, OSR은 고전 D&D를 개량해서 새로운 RPG를 만드는 RPG의 한 흐름입니다.

관련 글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OSR RPG의 흐름

RPG펀딧이 분류하는 OSR 운동의 세 가지(+하나 더) 흐름

DC인사이드 TRPG 마이너 갤러리 니컬님 소개글1소개글2

OSR은 오픈 게임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작품과 작품끼리 서로 교류를 하면서 영향을 주고, 이에 영감을 받아 다시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지면서 점점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이점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OSR이 흥한 가장 큰 장점인 “옛 D&D를 뿌리로 하기 때문에 작품과 작품 사이 호환이 쉽다.” 라는 특징이 우리 나라에서는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OSR의 원래 목적 중 하나인 “고전 명작 시나리오를 현대풍으로 다시 즐기기”는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요즘 나온 OSR 작품 사이의 호환이라는 특징도 한꺼번에 OSR 작품들이 번역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OSR 중에서도 규모가 큰 Labyrinth Lord나 Swords & Wizardry, Lamentations of the Flame Princess 같은 건 다른 거 다 포기하고 그 라인만 들여오겠다는 결심 없이는(최소한 저한테는) 번역판이 나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외 가볍고 괜찮은 D&D 개량형 판타지 OSR들은 보통 다른 OSR과 겸용해서 사용하거나 기존에 나온 어드벤쳐를 그걸로 즐기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OSR 작품들이 많아도 선뜻 번역하기는 어렵네요. 다행히 울타리 너머는 이 작품만으로도 내적인 완결성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육아 때문에 일이 많이 늦어지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OSR과 연관성은 적지만 그 작품 자체로 충분히 완결성을 갖추고 재미도 있는 OSR 작품 몇 가지를 한국에 더 들여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런 조건에 해당하는 작품 중 제가 재미있게 본 거를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꼭 번역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ㅎ):

1. Godbound: 이건 몇번이고 말했지만, 제가 OSR의 혁신으로 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소개글 링크)

 

2. Wolf-Packs & Winter Snow: 빙하시대 말기 원시인들을 다룬 선사시대 RPG입니다. Lamentations of the Flame Prince에서 파생됐습니다. PC들은 전문가, 사냥꾼, 마법사, 네안데르탈인 등이 되어서 부족의 생존을 책임지고, 맹수와 혹독한 날씨에 맞서 싸우고, 동굴을 탐험합니다.

 

3. The Nightmares Underneath: 전성기 이슬람 문명풍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 RPG입니다. PC들은 현실로 침입해 오는 악몽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모험가들입니다. PC들이 탐험하는 던전은 악몽이 실체화된 공간입니다.

 

4. Silent Legions: 샌드박스 호러 RPG입니다. 이 RPG는 직접 러브크래프트풍 신화와 컬트, 괴물을 만드는 각종 틀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D100을 사용하는 호러 RPG의 자료를 차용하는 방법도 제공합니다. 여기에서 제공하는 샌드박스 자료가 워낙 훌륭한지라 반대로 호러 RPG를 사용할 때 자료집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p.s 그렇다면 “그럼 왜 우리가 굳이 OSR RPG를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저는 “쉽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을 뿐더러, 위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OSR이 아닌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Let’s Read] 미쓰라스 (5장)

5장: 경제와 물품

5장은 미쓰라스 RPG의 경제 시스템과 물품을 다룹니다.

미쓰라스에서는 기본적으로 은화(SP)를 화폐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은화 한 닢은 한 사람이 하루의 의식주를 겨우 해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은화 1닢은 동화 10닢이며, 은화 10닢은 금화 1닢입니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돈 대신 가축을 부의 기준으로 치기도 합니다.

사회적 직업과 생활비

캐릭터가 사용하는 생활비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노예가 하루에 은화 1닢으로 살아간다면, 귀족은 하루에 은화 50닢을 씁니다. 따라서 지위를 높이려면 그만한 돈을 생활비에 투자해야 합니다.

캐릭터가 모험을 나가지 않을 때에는 일상 생활을 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 동안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에 걸맞는 돈을 법니다. 물론 때로는 좀 더 벌 수도 있고, 좀 더 잃을 수도 있습니다.

물물교환과 흥정

어떤 문화권에서는 돈 대신 물물교환을 하기도 합니다. 물물교환을 하려면 우선 관습/문화 판정에 성공을 해서 상대방의 관습이나 의도를 파악한 다음, 영향력이나 장사 판정으로 겨루기 대결을 펼쳐 이겨야 합니다.

흥정의 경우는 고객과 상인 사이의 통찰 겨루기를 먼저 한 다음, 장사 vs 장사, 또는 장사 vs 의지력으로 겨루기 판정을 해서 성공 단계 차이만큼 가격이 변합니다.

물품

각 물품은 가격, 내구력, 방호점, 하중 점수 중 하나 이상의 수치로 나타냅니다. 물품의 종류는 갑옷과 방어구부터 의복, 음식, 가축, 장비, 무기, 탈것 등까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갑옷은 갑옷 종류와 방호점, 신체 부위별 가격, 갑옷 페널티(각종 행동에 지장을 주는 수치), 등장 시대, 갑옷 재질 등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무거운 갑옷일수록 여러 행동에 지장을 주며, 전투에서 우선권이 느려집니다.

무기의 경우, 앞에서 설명한 수치와 함께 해당 무기로 주는 피해, 무기 크기와 길이, 무기로 줄 수 있는 특수 효과, 무기의 고유 특성 등이 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비 제작과 품질

5장 마지막 부분은 장비를 만들고 수리할 때 어떤 기능과 도구가 필요한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물품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향상 효과는 무엇인지 소개합니다.

 

 

5장 소개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은 본격적인 게임 규칙입니다.

 

[Let’s Read] 미쓰라스 (4장)

4장: 기능

4장은 앞 장에서 간략하게 설명했던 기능의 목록과 판정 규칙을 설명합니다.

미쓰라스는 100면체 규칙을 사용하는 만큼, 100면체를 굴려 기능 실력 이하로 결과가 나오면 판정이 성공합니다. 만약 기능 실력의 1/10 이하로 나오면(예. 노래 실력이 60인데, 판정 결과가 6 이하가 나오면) 대성공이며, 99와 00은 대실패입니다(실력이 100 이상인 기능은 00만 대실패입니다).

기능은 해당 기능을 사용해서 무언가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법할 때(특히 실패할 때), 실패 결과가 위험할 때 판정을 합니다. 충분한 시간과 도구가 있고, 판정 결과가 딱히 재미도 없다면 자동 성공으로 칩니다.

판정 난이도는 매우 쉬움(기능 수정치: 해당 기능을 두 배로 계산)부터 불가능에 가까움(해당 기능을 1/10으로 계산함)까지 있습니다. 그 이상 어렵다면 판정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옵션 규칙으로, 기능 수치에 관계 없이 난이도에 따라 일정한 수정치를 주는 방식(+40%~-80%)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4장에서는 일반 기능과 전문 기능을 자세히 풀어 소개합니다. 각 기능에는 기능별 세부 규칙과 대성공시, 실패시, 대실패시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추가 설명이 있습니다. 대성공/대실패는 보통 극적인 결과가 벌어지며, 이후 판정에서 난이도가 바뀝니다.

일반 기능 목록: 운동, 소형 보트, 육체 노동, 숨기기, 관습, 춤, 속임수, 운전, 내구력, 회피, 응급 처치, 영향력, 통찰력, 지역 지식, 지리, 모국어, 지각력, 승마, 노래, 은신, 수영, 맨손 전투, 의지력

전문 기능 목록: 연기, 곡예, 예술, 정령술, 관료, 장사, 예의범절, 공예, 문화, 신앙, 변장, 공학, 강신술, 일반 마법, 도박, 치료, 주문, 언어, 읽고 쓰기, 자물쇠 따기, 전승, 기계, 명상, 악기, 신비학, 길찾기, 연설, 대형 선박, 유혹, 주문 변형, 손재주, 거리 지식, 생존술, 교육, 추적, 몰입경 등이 있습니다. (일부 기능 이름은 좀 불만스럽지만 일단 급히 번역했습니다)

전문 기능 중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해당 마법 장에서 설명합니다.

4장 후반에는 각종 판정 상황을 설명합니다.

  1. 재시도: 일부 상황에서 기능 판정을 재시도할 수 있지만, 보통 난이도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2. 강화: 때로는 다른 기능이 해당 판정에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추적을 할 때 해당 지리를 잘 안다든지), 이때는 도움 되는 기능의 대성공 확률을 판정에 보너스로 줍니다.
  3. 기능 한계: 때로는 다른 보조 기능의 실력 부족이 해당 판정에 방해가 될 때도 있습니다. (외국어로 교섭을 하는 등), 이때는 보조 기능이 판정 기능보다 수치가 낮을 경우, 낮은 쪽을 실력으로 간주해서 판정을 합니다.
  4. 겨루기: 캐릭터들이 서로 실력을 겨룰 때는 성공의 단계가 높은 쪽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대성공 vs 성공 처럼), 양쪽 다 성공 단계가 똑같을 때는 주사위 결과가 더 높은 쪽이 이깁니다. 전투 같은 때에는 서로 성공의 단계만 비교해서 단계 차이에 따라 승자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양쪽 다 실패를 했을 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100을 넘는다면, 해당 실력을 100으로 깎은 다음(상대방의 실력도 그만큼 깎습니다) 겨루기 판정을 합니다.
  5. 집단 판정: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판정을 할 때는 실력이 가장 높은 사람(한 명만 성공해도 될 때), 또는 실력이 가장 낮은 사람(한 명이라도 실패하면 안 될 때)이 판정합니다. 만약 집단 내 구성원의 실력 격차가 중요하게 여겨질 때는 판정을 해서 판정 결과보다 실력 수치가 같거나 높은 사람은 성공, 낮은 사람은 실패로 칠 수도 있고, 집단의 평균 실력을 성공 확률로 가정해서 그만큼의 사람이 성공했다고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4장의 마지막 부분은 각 기술의 기본 수치를 요약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캐릭터의 열정 대상에 따라 정해지는 열정 수치를 표로 보여줍니다.

[Let’s Read] 미쓰라스 (3장)

3장: 경력

문화권과 공동체를 선택한 다음에는 캐릭터 자신의 경력을 선택합니다. 경력은 캐릭터가 살아오면서 택한 직업과 받은 훈련 등을 의미합니다. 경력은 총 24가지가 있으며, 캐릭터의 출신 문화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첩자, 연금술사, 동물 조련사, 기녀, 가신, 장인, 연예인, 농부, 어부, 목자, 사냥꾼, 상인, 광부, 도인, 관리, 의사, 성직자, 선원, 학자, 정찰대원, 무당, 마법사, 도둑, 전사)

각 경력에는 해당 경력에 어울리는 일반 기능과 전문 기능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이 중 일반 기능과 자신이 선택한 전문 기능에 기능 점수 100점을 배분합니다. (최대 15점)

  • 나이 옵션룰: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성인이지만, 나이를 다르게 해서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늙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나이에 따라 추가로 얻는 기능 점수와 특정 기능에 배분할 수 있는 최대 기능 점수가 달라지며, 늙은 캐릭터는 노화에 따른 능력치 쇠퇴 여부를 판정해야 합니다.

경력을 선택하고 기능 점수까지 배분했다면, 마지막으로 기능 점수 150점을 추가로 얻습니다. 이 점수는 지금까지 캐릭터가 익힌 일반 기능과 전투 스타일, 전문 기능에 배분할 수 있으며, 추가로 캐릭터가 취미 삼아 배운 새로운 전문 기술이나 전투 스타일에 새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시작 장비를 선택할 때입니다. 캐릭터는 자신의 출신에 따라서 돈과 옷, 무기, 갑옷, 이동 수단 등을 얻습니다.

시작 장비 설명 다음에는 미쓰라스에서 배울 수 있는 마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미쓰라스에서는 다섯 가지 마법이 있습니다. 명칭은 번역하지 않고 원문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Folk Magic: 마법이 널리 퍼진 곳에서 일반인들이나 잡다한 마법사들이 배우는 마법입니다. Folk Magic은 자연 세계와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사용합니다. 효과는 다른 마법에 비해 미미하지만 그래도 유용합니다.

Animism: 정령과 다른 초자연적인 생물을 소환하고 조종하는 마법입니다. 술사는 정령과 교섭을 하거나 정령을 노예로 부려서 그 능력을 사용하며, 정령을 이용하기 위해 강력한 금기사항을 준수하고 정령과 맺은 계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Mysticism: 정신과 신체를 완벽하게 제어해 신기한 힘을 발휘하는 마법입니다. Mysticism의 마법은 자기 자신을 근원으로 하며, 명상과 수련을 통해 힘을 갈고 닥습니다.

Sorcery: 주문으로 우주의 규칙을 뒤틀어서 효과를 발휘하는 마법입니다. 강력하고 유연한 마법이지만 다른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들에게 좋지 않은 눈길을 받습니다.

Theism: 신을 섬기고 그 대가로 힘을 부여받는 마법입니다. 강력한 마법이지만 자신이 믿는 신에게 항상 신실해야 하며 그 대가를 바쳐야 합니다.

선택 규칙으로, 캐릭터들은 특정한 신념이나 마법, 신앙 등을 따르는 결사나 모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새로운 기능이나 마법을 배울 수 있고, 소속 단체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 만큼 집단에 충성을 바쳐야 합니다.

 

3장 마지막에는 1~3장에서 설명한 캐릭터 만들기 과정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Let’s Read] 미쓰라스 (2장)

2장: 문화와 공동체

수정: 지난 1장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75점 분배라고 소개했는데, 그냥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도 있었네요. 주사위를 굴린다면 3d6을 굴려 원하는 능력치에 배치하거나 굴린 순서대로 정합니다. 단, 크기와 지능은 2d6+6입니다.

문화와 공동체 장에서는 캐릭터가 자라난 문화권과 공동체를 다루면서, 캐릭터가 모험에 나서기 전까지 어떤 기능을 익히고, 어떤 열정을 가졌으며, 누구와 함께 살았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다룹니다.

미쓰라스의 캐릭터는 네 가지 문화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각 문화권마다 추가로 배울 수 있는 일반 기능과 전투 스타일, 전문 기능(세 가지 선택), 열정(선택 규칙입니다), 초기 소유금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문명인을 제외하면 모두 야인으로 뭉뚱그려 묶어도 되지 않나 싶지만, 무언가 나눈 이유가 있겠지요.

야인: 문명의 변방에서 부족을 이루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문명인: 도시에서 법의 지배를 받으며 높은 문화 수준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유목민: 정착하지 않은 채 떠돌아 다니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원시인: 동굴 등지에서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과 가깝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문화를 선택한 캐릭터는 기능 점수 100점을 해당 문화에서 제공하는 일반 기능과 전투 스타일, 전문 기능에 배분합니다(최소 5점, 최대 15점). 각 기능은 기본적으로 근력+민첩성이나 카리스마x2처럼 기본 수치를 지니며, 기능 점수를 배분하면 그만큼 늘어납니다. 전문 기술은 배운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 기술인 예술은 파워+카리스마인데, 파워가 10이고 카리스마가 15인 사람이 예술에 기능 점수를 10점 분배하면 10+15+10=35가 됩니다. 예술을 선택하지 않은 캐릭터는 25가 아니라 아예 예술을 배우지 않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기술을 배분한 다음에는 캐릭터가 자라나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선택 규칙), 사회적 지위는 어떤지(100면체 판정을 해서 높게 나올수록 높은 신분이며, 돈도 많이 가지고 시작합니다.), 가족은 있는지, 동료나 맞수, 적이 있는지를 정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열정 규칙을 소개하는데, 캐릭터는 특정한 신념을 따르거나, 누군가에게 충성을 바치는 식으로 열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열정은 관련 판정에 보너스를 주거나, 특정 상황에서 기능 대신 판정하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Let’s Read] 미쓰라스 (1장)

트위터에서 공언한 대로, 미쓰라스(Mythras) RPG 들여다보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미쓰라스?

미쓰라스는 디자인 메커니즘(The Design Mechanism)에서 만든 100면체 기반의 판타지 RPG입니다. 아실 분들은 알겠지만 원래 미쓰라스는 유서깊은 RPG인 룬퀘스트(Runequest) 시리즈의 하나로, ‘룬퀘스트 6’ 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요. 하지만 어떠한 이유인지 더 이상 룬퀘스트가 아니라, ‘미쓰라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룬퀘스트’ RPG는 해당 브랜드의 원 판권업체인 카오지움이 만들고 있습니다.

하여튼, 오늘은 미쓰라스 1장을 읽고 소개하겠습니다(총 16장). 규칙이 궁금하신 분들은 무료로 나온 간략판인 Mythras Imperative을 참조하세요.

(링크:http://www.drivethrurpg.com/product/185299/Mythras-Imperative?term=mythras+imperative++&test_epoch=0)

 

1장: 캐릭터

1장은 캐릭터 만들기의 첫 과정을 소개합니다.

대부분의 다른 RPG와 마찬가지로 미쓰라스는 플레이어가 캐릭터 한 명을 맡아서 플레이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백전노장 전사, 젊고 순진한 마법사, 사나운 야인 사냥꾼 같은 캐릭터 컨셉을 잡은 다음, 먼저 캐릭터의 수치적인 요소인 능력치를 정합니다(참고: 미쓰라스에서는 기본적으로 PC가 인간임을 상정합니다).

능력치는 캐릭터가 타고난 신체적, 정신적 능력과 자질입니다. 능력치의 종류로는…

힘(STR): 신체의 힘입니다.

건강(CON): 신체의 건강함과 튼튼함의 정도입니다.

크기(SIZ): 신체의 크기입니다.

민첩성(DEX): 속도와 반사신경, 균형감각입니다.

지능(INT): 지적 능력입니다.

파워(POW): 영혼, 정신력, 의지, 마력의 정도입니다.

카리스마(CHA): 매력이나 존재감, 외모 등을 나타냅니다.

각 능력치는 75점의 점수를 분배해서 결정하며, 정해진 능력치에 따라 각종 특성도 영향을 받습니다.

특성은…

행동 점수: 캐릭터가 각 전투 라운드마다 움직일 수 있는 행동 횟수입니다. (민첩성과 지능에 영향을 받습니다)

피해 수정: 캐릭터가 무기로 줄 수 있는 피해의 수정치입니다. (힘과 크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경험치 수정: 캐릭터가 경험치를 얻을 때 추가로(혹은 덜) 받는 경험치입니다. (카리스마에 영향을 받습니다)

회복 속도: 신체의 치유 속도입니다. (건강에 영향을 받습니다)

키와 몸무게: 말 그대로 키와 몸무게입니다. (크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생명점: 캐릭터의 생명 점수입니다. 미쓰라스에서는 각 신체 부위별로 점수가 달라집니다. (건강과 크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선권 보너스: 전투에서 먼저 행동하는 순서입니다. (지능과 민첩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행운 점수: 판정을 다시 하고, 피해를 줄이고, 특정한 상황에 이점을 주는 등 캐릭터에게 행운을 주는 점수입니다 (파워에 영향을 받습니다)

마력 점수: 마법을 사용할 때 소비하는 점수입니다. (파워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동력: 전투 라운드에서 자신의 차례 때 움직일 수 있는 이동거리입니다. 인간은 기본으로 6미터입니다.

 

기능은 캐릭터가 갖춘 기술과 특기입니다. 관련 능력치와 분배한 기술 점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기술은 일반 기술과 전투 스타일, 전문 기술로 분류됩니다.

일반 기능: 모든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갖춘 기본적인 기능입니다. (운동, 주먹싸움, 속임수, 모국어, 승마, 노래 등등)

전투 스타일: 캐릭터가 어떤 무기로 어떻게 싸우는지, 실력은 얼마나 되는지 나타냅니다. 전투 기능은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전문 기능: 1장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해당 분야를 배우고 익힌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공예, 장사, 치료, 생존술, 항해술, 악기 등등)

 

1장은 여기까지.

RPG펀딧이 분류하는 OSR 운동의 세 가지(+ 하나 더) 흐름.

OSR 운동의 대표적인 주자(그리고 키워, 스토리게임 까인) RPG펀딧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OSR 운동의 흐름을 세 단계로 정의했습니다. (링크)

첫 번째 흐름: 복고풍 클론 RPG. 이미 대부분의 복고풍 D&D들은 복제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끝난 물결.

두 번째 흐름: 복고풍 D&D를 기반으로 룰적인 혁신을 만들어가는 단계. 현재 OSR 운동의 주류이며 여전히 활발히 일어나는 단계.

세 번째 흐름: 룰적인 혁신 뿐만 아니라 ‘중세 유럽 판타지’ 배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배경세계를 추구하는 단계. (자신의 작품도 홍보하는 겸)

+네 번째 흐름: 여기에 Venger Satanis라는 게임 디자이너이자 블로거가 “고전 RPG의 분위기를 추구하는 RPG가 OSR의 네 번째 흐름이다. 내가 만든 게임들은 이를 추구한다.” 라고 주장하고(링크), RPG 펀딧은 “막연하게 느낌을 살렸다고 하면 (자신이 정말로 싫어하는) 던전월드 같은 것도 OSR이 된다.” 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을 벌이다가(링크)… 이후 “D&D 외의 다른 고전 RPG들의 규칙을 개량하고 새로운 배경세계를 만드는 게 네 번째 흐름일 수도 있다.” 라고 입장 수정을 했습니다(링크). 단, 그저 느낌을 살린 건 OSR이라고 할 수 없다고 여전히 Venger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요.

 

OSR RPG의 흐름

Old School Revival/Renaissance, 일명 “OSR”은 1970년대~80년대 초 D&D와 AD&D의 느낌을 되살리려는 제작자/팬들의 복고풍 활동입니다. 이번에 <울타리 너머…> 계약을 하면서 OSR 작품들을 몇 가지 봤는데, 개인적으로 서사주의 중심의 인디 RPG만큼이나 흥미로운 부분이라 그 흐름을 아는 대로 정리해 봅니다.


한국에서 “D&D 클래식”으로 알려진 1983년 판 베이직 D&D, 또는 D&D BECMI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모탈 세트를 빼고 출시되었습니다)

왜 이 시점에서 복고풍 RPG를 찾는 사람이 생겼는가? 가장 큰 이유는 옛 게임이 갖춘 “간편함”과 “익숙함”을 다시 되살리려는 목적이겠지만, 최근의 D&D(특히 3rd)를 향한 불만, 기존 RPG와 여러모로 다른 “스토리 게임”에 반발하는 마음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OSR 팬들과 포지 계열 스토리 게임 팬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OSR 제작자 “RPGPundit”은 스토리게임을 노골적으로 증오하기로 유명합니다. 던전월드의 제작자 세이지는 D&D 5th 제작에 RPGPundit이 관여한 것을 보고 D&D 5th 구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OSR의 시작, C&C와 OSRIC

OSR의 시작은 보통 2004년 발간된 C&C(Castles & Crusades)를 듭니다. C&C는 D&D 3rd의 복잡한 규칙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전 AD&D의 느낌을 D20 규칙으로 재현한 판타지RPG입니다. 현재 플레이어 핸드북이 6쇄까지 나왔고, 한창 7쇄를 제작 중입니다.


C&C팬들 사이에서는 OSR의 “로제타석”으로도 불립니다.

C&C에서 사용한 d20 규칙은 “시즈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시즈 엔진에서는 D&D 3rd의 스킬과 피트, 극복 판정용 수치(F/R/W)를 삭제하고 모두 능력치 판정으로 대체했습니다. 각 캐릭터는 종족과 직업에 따라 주 능력치와 부 능력치를 가져서 주 능력치로 판정할 때는 D20을 굴려 DC 12 이상, 부 능력치로 판정할 때는 DC 18 이상이 나와야 성공합니다.

C&C는 D&D 3rd의 복잡함에 질린 복고풍 팬들을 끌어모았고, 곧 OSRIC (Old School Reference and Index Compilation)가 등장했습니다. C&C에 끌렸던 팬들 사이에서 무언가 마찰이 일어나 OSRIC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네요.

OSRIC는 C&C처럼 오픈 게임 라이선스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 AD&D 1st 자료와도 상호 호환하도록 만든 복고풍 클론 작품입니다. OSRIC 이후 본격적으로 OSR 운동이 일어났고, 그 후 옛 D&D를 기반으로 만든 여러 클론/재창작 RPG들이 등장했습니다.

상세한 목록: http://taxidermicowlbear.weebly.com/dd-retroclones.html

그중에서도 제가 접한 OSR을 한 줄씩 소개하겠습니다. (자세히 보지를 않아서 사실 한 줄씩 밖에 소개를 못합니다). 이중 상당수는 무료판이 있습니다.

  • OSRIC: AD&D 1st 클론입니다. (무료판 有)
  • Labyrinth Lord: 베이직 D&D 클론입니다. 각종 추가 규칙이 든 Advanced edition Companion을 합치면 AD&D 1st 클론이 됩니다. (무료판 有)
  • Basic Fantasy RPG: 베이직 D&D에 상향식 AC, 종족/직업 분리를 얹은 RPG입니다. (무료판 有)
  • Dark Dungeon: D&D 인사이클로피디아(D&D 1991년판 종합세트)의 클론입니다. (무료판 有)
  • Sine Nomine Publishing: 책이 아니라 Kevin Crawford의 1인 출판사입니다. 이 곳은 고전풍 D&D의 느낌이 나는 샌드박스형 RPG 및 레비린스 로드 서플리먼트를 만드는데, 이 곳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무척 뛰어납니다. 특히 이전에 소개한 Godbound는 언젠가 출시하고 싶습니다. (Godbound와 Stars without Numbers는 무료판 有)
  • Lamentations of the Flame Princess: 베이직 D&D를 변형하고, 하중 규칙을 새롭게 만들고, 17세기 풍 배경으로 바꾸고, 고어한 일러스트를 집어넣었습니다. (무료판 有)
  • The Nightmares Underneath: 베이직 D&D를 변형하고, 중동풍 배경으로 바꾸고, “꿈에 세계에서 쳐들어오는 악몽의 세력을 무찌르는” 배경을 추가했습니다. 캐릭터들은 페르소나 4처럼 사람의 악몽이 만들어낸 던전에서 싸웁니다. (무료판 有)
  • The Black Hack: 1970년대 D&D의 초경량 버전입니다. DC RPG 갤러리에서 한국어판을 번역했습니다. (무료판 有)

 

수많은 OSR 중에서도 <울타리 너머, 또 다른 모험으로>를 번역하기로 결정한 이유

저는 비록 복고풍 RPG를 향한 향수는 없지만, 울타리 너머… 만큼은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울타리 너머…가 기존 OSR과 새로운 RPG의 흐름, 특히 AWE의 장점을 잘 혼합한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울타리 너머…의 플레이북과 시나리오 팩, 그리고 공유형 샌드박스 규칙은 지금까지 본 RPG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아직은 출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이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기면 좋겠습니다.

AWE 프로젝트 펀딩 일정 소개.

우선 AWE 번들 소식을 기다리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정 조절과 비용의 문제로 월즈 인 페릴, 스프롤, 몬스터하츠 2는 각각 별도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1. 월즈 인 페릴: 6월 20일 펀딩 시작 예정입니다. 현재 인디자인 작업이 거의 완료되었으며, 프로젝트 기간이 지난 후 최대한 빨리 출시할 예정입니다.

2. 스프롤: 10월 펀딩 시작 예정입니다. 현재 번역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3. 몬스터하츠 2: 내년 상반기 펀딩 시작 예정입니다. 현재 번역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