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Seunghan Oh

종말의 폐허(Ruins of Doom): 던전 탐사를 위한 아곤 플레이세트.

 

 

고대의 예언에 따르면, 고대의 끔찍하고 으스스한 괴물들이 깨어나 인간들을 공격하면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개월 전, 괴물들이 나타났습니다. 왕국은 혼란에 휩싸였고, 언제나 그렇듯 신들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는 법이니, 두 번째 예언에 따르면 멸망의 날이 오기 전, 충분한 금과 보석을 가지고 천국의 문을 두들기는 자들은 종말을 피해 진홍빛 땅으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왕국 전역의 모험가들은 사활을 걸고 괴물들이 도사리는 던전과 폐허를 탐사하여 보물을 캐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던전 탐사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종말의 폐허’(Ruins of Doom)는 ‘아곤’의 파라곤 시스템을 사용하는 플레이세트입니다(플레이를 하려면 아곤 룰북이 필요합니다). PC들은 던전 탐사자가 되어 각종 위험이 득시글거리는 던전을 탐사하여 종말의 날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보물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다키스트 던전’이나 ‘디아블로’를 참조하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종말의 폐허는 섬과 섬을 떠돌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아곤과 마찬가지로 던전과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보물을 모으는 플레이 방식을 취합니다. 구조적인 차이를 보면…

  • 아곤이 항해를 거쳐 섬에서 모험을 하고 휴식을 취한다면, 종말의 폐허에서는 원정을 떠나 던전을 탐사하고, 마을로 돌아와 몸과 마음과 장비를 재충전합니다.
  • 던전 탐사 도중, 캐릭터들은 캠프를 치고 잠깐 동안 쉴 수 있습니다. 교우 단계도 이 때 이루어집니다.
  • 아곤에서는 영웅들이 신들을 만족시켜서 천계의 보고에 별자리를 채운 다음,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종말의 폐허에서는 던전 탐사자들이 던전을 정복했든 실패했든 무조건 주사위를 굴려 일정 수 이상이 나오면 종말 시계를 전진시킵니다. 종말 시계가 다 차면 종말이 옵니다. 종말이 왔을 때, 캐릭터들이 보물을 얼마나 모았는가 따라 낙원에 갈 수도, 혹은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주요 규칙 차이를 보면…

  • 별호 주사위 대신 직업(전사, 도적, 주술사)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 이름 주사위 대신 레벨 주사위를 얻습니다.
  • 파토스 대신 특성치 저항을 사용합니다(통찰, 체력, 의지).
  • 캐릭터들은 피해와 함께 각종 상태를 얻습니다. 상태는 캐릭터가 던전 안에서 겪는 각종 안 좋은 상황으로, 조금만 쉬면 회복하는 단기 상태부터(배고픔, 목마름…), 영영 고칠 수 없는 영구적 상태(절름발이, 눈 멈, 귀 멈…)까지 있습니다. 상태는 진노 규칙 대신 사용합니다.
  • 위업 대신 장비를 얻으며, 필요한 상황에 사용해서 우위 주사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비는 던전 탐사가 끝난 다음 금전을 써서 재충전해야 합니다.
  • 기념품 대신 마법 물품을 얻습니다. 마법 물품은 구입할 수 없으며, 오직 던전을 완전히 정복한 후에 얻을 수 있습니다.
  • 캐릭터들은 원초적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레벨 주사위를 굴려서, 높으면 높을수록 유익한 효과가 발동합니다. 낮으면 불리한 효과가 발동합니다.

파라곤 시스템으로 어떻게 자유로운 던전 탐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제작자에게 물어보니, “기본적인 파라곤 시스템은 ‘GM이 장면을 드러냄→자유 플레이→GM은 장면을 대결로 몰아가는 핵심 질문을 함→대결을 통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감’ 방식으로 플레이가 흐른다. GM은 대결 전 자유 플레이 단계를 원하는 만큼 확장해서 플레이어들이 던전 탐사를 하게 할 수 있다. 비밀문을 찾으면 적과 대치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고, 중간중간 보물 상자를 얻어 우위 주사위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라고 답변을 주었습니다.

종말의 폐허는 무척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스킨을 바꾸고 게임 규칙에 조금 변형을 가하니, 전혀 새로운 느낌의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꼭 한 번 해보고 싶네요.

구입처: https://matteosciutteri.itch.io/ruins-of-doom

화이트핵(Whitehack) 3판을 훑어봤습니다.

 

 

최근 세번째 판본이 나온 OSR RPG, 화이트핵을 훑어봤습니다. 화이트핵은 고전 D&D를 모방한 여러 복고풍 RPG와 마찬가지로, 예전 D&D 모험들을 쉽게 돌릴 수 있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다른 OSR과 구분되는 화이트핵만의 큰 특징을 본다면…

세 종류의 캐릭터, 다양한 소속: 화이트핵에서는 날랜 캐릭터(Deft), 힘 센 캐릭터(Strong), 현명한 캐릭터(Wise)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날랜 캐릭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판정 이점), 성장이 빠르며, 기습공격에 능합니다. 힘 센 캐릭터는 잘 싸우고 튼튼합니다. 현명한 캐릭터는 마법을 씁니다. 캐릭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규칙은 ‘소속(Group)’입니다. 화이트핵의 캐릭터들은 ‘엘프’ ‘레인저’ ‘수도승’ ‘남궁세가’처럼 자기 종족이나 직업, 가문 등 명확한 정체성을 정합니다. 모험 중 판정을 할 때 이 소속을 활용할 기회가 있다면(예를 들어 레인저 캐릭터가 자연에서 길을 찾을 때) 판정에 이점을 받습니다.

자유로운 형태의 마법: 화이트핵의 마법은 기존 D&D와 다르게 형태가 훨씬 자유롭습니다. 마법사는 ‘염동력’, ‘언데드 추방’, ‘통로의 악마 패트록’처럼 효과를 명시한 ‘기적’을 레벨에 따라 얻습니다. 이 기적을 사용하려면, 마법사는 자신의 HP를 소모해야 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명시한 효과와 거리가 멀고, 더 강력할수록 HP 소모량도 많아집니다(마법을 만들고,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원래 D&D의 마법을 화이트핵식으로 사용하는 방법 역시 소개되어 있습니다)

“경매” 방식의 대결 판정: 화이트핵은 기본적으로 d20을 굴려 능력치(3~18) 이하를 굴리면 판정에 성공하는 규칙이지만, 추격전이나 장기 시합 같은 길고 복잡한 대결의 경우 “경매” 방식으로 대결을 합니다. 대결에 임하는 참가자들은 각자 d6을 몰래 굴린 다음, 각자 자기가 걸고 싶은 숫자를 번갈아 부릅니다(얼마나 걸지는 자기 마음입니다). 경매는 더 높은 숫자가 나오지 않을 때 끝납니다. 그 다음, 가장 높게 부른 사람부터 d20 판정을 합니다. 판정을 할 때는 자신이 부른 숫자보다 높게 나오되, 자기 능력치+몰래 굴린 숫자 이하로 나와야 성공합니다. (예를 들어 추격전을 할 때 민첩성 14인 사람이 d6을 굴려서 4가 나왔고, 경매 숫자로 7을 불렀으면, 주사위를 굴려 7보다 높게 나오되, 14+4=18 이하로 나와야 판정에 성공합니다. 경매에서 높게 부른 사람이 주사위 판정에 성공하면, 낮게 부른 사람은 자동으로 패배합니다. 만약 높게 굴린 사람이 주사위 판정에 실패하면, 낮게 부른 사람은 자동으로 이깁니다.

명중 굴림: 전투의 명중 굴림 역시 경매 방식과 비슷합니다. 공격자는 d20을 굴려 판정 결과가 자신의 공격 능력치(AV) 이하로 나오되, 상대방의 장갑치보다 높게 나와야 공격에 성공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기존 D20 자매작의 규칙을 더 선호하는 분들을 위해 AC가 높을수록/낮을수록 좋은 전통적인 방식도 수록했습니다.

그 밖의 다른 부분들은 좋은 OSR RPG가 그러하듯, 게임을 더 재미있게 꾸며주는 추가규칙과 조언, 보물과 몬스터 자료, 각종 표들입니다. 무척 알찬 게임이네요.

 

 

새 계약 작품: 서걱대는 모래 소리(A Rasp of Sand)


아주 오래전, 여러분 조상들은 녹음이 무성한 어느 대륙의 해안에서 큰 산맥 사이 계곡을 덮고 있던, 저지대의 어느 젊은 숲 근처에 마을을 세웠습니다.

조상들은 땅과 바다의 정령들에게 새로운 마을을 위한 깨끗한 수원(水源)을 달라고 빌었습니다. 정령들은 물과 식량이 풍족한, 마을을 짓기 좋은 다른 장소들을 환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조상들은 이 숲에 훌륭한 목재가 나고, 산에는 값진 광석이 채굴되며, 바다에는 물고기가 무성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소를 정착지로 택했지요. 조상들은 정령들에게 계속 간청했으나, 정령들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상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정령인 ‘깊은 곳의 여왕’은 자신의 왕관을 사원에 두었는데, 이 왕관에는 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조상들은 이 사원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높은 산의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원을 찾아 왕관을 훔쳤지요. 깊은 곳의 여왕은 여러분 조상들의 오만함에 마음이 상했으나, 창의적이고 똑똑한 인간 아이들을 사랑했기에 왕관을 가져가도록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왕관을 사용했을 때, 여왕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조상들은 큰 호수를 만들었습니다. 불행히도, 솟아나온 물은 자연스럽게 낮은 장소로 흘렀습니다. 깊은 곳의 여왕의 바다 안개와 산의 정령 ‘엘콘트라’의 풍부한 산의 광물 사이에서 태어난 그 숲으로 말입니다. 조상들은 숲을 물에 가라앉혔고, ‘녹색 왕자’라고 불리던 젊은 숲의 정령 역시 빠져 죽었습니다. 어머니인 깊은 곳의 여왕은 분노와 슬픔에 가득 차 인류에게 징벌을 내리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리하여 비가 계속, 계속, 수년간 계속 내렸습니다. 조상들이 물에 휩쓸린 원래 마을을 버리고 근처 산꼭대기로 터전을 옮길 때까지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이제 그 산은 여러분이 지금 사는 섬이 되었고, 수평선 너머 여왕의 사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원으로 가 왕관을 돌려주거나, 돌려주려 애쓰다가 죽을 것입니다. 어떻게 되든, 희생이 치러질 때마다 비는 25년간 지상을 삼키지 않기 때문에, 남은 인류는 이 물이 차오르는 땅에서 언제까지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남은 몇몇 섬에서 근근이 생존할 것입니다.


이야기와 놀이의 새 계약 작품, 서걱대는 모래 소리(A Rasp of Sand)를 소개합니다.

 

서걱대는 모래 소리?

서걱대는 모래 소리는 과거 조상들이 지은 죄 때문에 한 세대마다 희생을 치르는 가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네이브 RPG 기반의 어드벤처입니다. 수많은 희생이 있은 다음, 처음으로 여러분의 가문들은 여러 계승자를 함께 보내 사원 깊은 곳에 머무는 여왕에게 왕관을 돌려주고 죄를 씻으려 합니다. 비록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분명 다음 세대의 계승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대를 이어 반복하는 로그라이트풍 어드벤처

여러분은 각자 특정 가문의 계승자가 되어 다 함께 깊은 곳의 여왕이 거주하는 사원으로 떠납니다. 모험 중 누군가가 죽으면 희생이 완료되면서 그 세대의 모험은 끝납니다. 나머지 PC들은 은퇴하여 마을로 돌아가고, 다음 세대의 계승자들이 선대의 경험과 지식을 조금씩 물려받아 다시 사원으로 들어갑니다.

 

플레이어들의 숙련을 요구하는, 매번 변화하는 던전

로그라이트를 표방하는 어드벤처답게, 여왕의 사원은 세대마다 매번 모습이 바뀌고 새로운 사건들과 괴물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던전의 패턴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결국 수많은 위험을 돌파하고 깊은 곳의 여왕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브용 OSR 어드벤처

서걱대는 모래 소리는 이야기와 놀이에서 공개한 RPG인 네이브를 위한 어드벤처로, 이 어드벤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물품, 마법, 괴물들을 모두 수록했습니다. 여러분은 네이브만 가지고도 완벽하게 서걱대는 모래 소리를 즐길 수 있으며, 원한다면 울타리 너머, 또 다른 모험으로블랙 핵처럼 국내에 번역된 다른 OSR 자매작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나오나요?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에 나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낼지, 그냥 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크리스마스 특집 공개 자료: 독사왕의 무덤, 네이브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독사왕의 무덤’과 ‘네이브’를 공개합니다(마이크로스코프 후원자 여러분들은 미리 선공개로 받은 자료입니다).

독사왕의 무덤(클릭)

네이브_캐릭터 시트(클릭)

네이브_공개판(클릭)

‘독사왕의 무덤’은 ‘울타리 너머’나 ‘미로의 쥐’ 같은 OSR(올드 스쿨 르네상스) RPG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르치기 위해 스커플스가 만든 입문용 던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주사위와 캐릭터 시트에 나온 능력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의 재치와 관찰력도 동원하여 던전 속 위험을 해결하고 보물을 얻어야 합니다.

‘네이브’는 미로의 쥐의 제작자 벤 밀톤이 만든 미니 RPG입니다. 네이브는 고전 D&D 및 OSR용 모험들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작품으로, 쉽게 개조 및 확장이 가능합니다.

2020년은 유독 힘든 한 해였지만, 이제 끝이 보입니다. 내년에는 모두 즐거운 RPG 플레이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이야기와 놀이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가마솥(Stewpot): 은퇴한 모험가들이 주점을 세우고, 마을에 정착해가는 이야기.

‘가마솥(Stewpot)’은 마스터 없는 스토리 게임 RPG로, 플레이어들은 은퇴한 다음 마을에 정착해 함께 주점을 꾸리는 전직 모험가들을 플레이합니다. 이 게임은 ‘모바일 프레임 제로: 파이어브랜드’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파이어브랜드는 빈센트 베이커가 만든 훌륭한 RPG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나온 작품 중 가마솥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RPG를 들자면 ‘여왕을 위하여’ 네요(여왕을 위하여는 카드를 뽑으면서 그 질문에 답하고 서사를 쌓다가 마지막 질문에 답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책에 소개된 십여 개의 미니게임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PC들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때로는 플레이어 중 일부가 NPC를 맡아서 플레이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각 미니게임은 “축제날”, “낯선 손님과의 로맨스” “근무시간이 끝난 후”처럼 특정한 상황을 선택한 다음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롤플레이를 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때로는 주사위 굴림이나 카드 뽑기 같은 무작위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승패 요소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훈훈하게 끝납니다. 이 게임의 목적은 평화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거니까요.

초라하게 시작했던 주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멋진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PC들 역시 조금씩 모험가의 때를 벗고 평화로운 삶에 익숙해집니다. 주점에는 요리/분위기/서비스 수치가 있는데, 플레이하면서 점점 증가합니다. 또한, PC들은 처음에 모험가 경력을 세 가지씩 가지고 시작하는데, 미니게임을 하면서 점차 이 경력들을 마을 경력으로 전환합니다. 주점 수치나 PC들의 경력은 일부 미니게임에서 판정 기준/롤플레잉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모든 PC가 자기 모험가 경력을 전부 마을 경력으로 바꾸면 게임이 끝납니다.

가마솥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다른 모험 RPG 캠페인을 마친 다음 그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에필로그 식으로 플레이하면 각별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무척 마음에 드는 게임입니다.

p.s: 다만, 책 제목에 나온 ‘주점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이 게임은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 게임이지, 주점의 운영을 현실적으로 구현한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링크: https://noroadhome.itch.io/stewpot-tales-from-a-fantasy-tavern

 

역사를 만드는 RPG, 마이크로스코프 펀딩 시작!

이야기와 놀이의 신작, 마이크로스코프 펀딩이 시작됐습니다. (링크)

마이크로스코프는 2011년 벤 로빈슨이 만든 RPG로, 플레이어 2~4명이 모여 즉석으로 가상의 역사를 만들어 탐구하는 롤플레이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은하제국의 흥망성쇠”, “아틀란티스가 가라앉은 후의 세계”처럼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를 만든 다음,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장대한 역사를 만듭니다.

이번 펀딩은 10월 24일까지 진행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주세요!

어둠 속에 나 홀로(Alone in the Darkness) 간단 소개

‘어둠 속에 나 홀로(Alone in the Darkness, 이하 AitD)’는 ‘어둠 속의 칼날’을 GM 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 자료집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미씩 RPG와 마찬가지로 GM 역할을 대체하는 ‘GM 에뮬레이터’ 규칙 설명서이지요. 현재 드라이브쓰루 RPG에서 판매 중입니다. (링크)

솔로 플레이를 할 때,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무슨 행동을 할지, 무슨 말을 할지 상상하면서 플레이를 진행합니다. 그러다가 GM에게 물어볼 일이 생기면 (“혹시 여기 경비병이 있지 않나?” “바즈소 바즈는 벌집한테 무슨 선물을 주었을까?”) GM 에뮬레이터에게 질문을 합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한테 유리할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불리한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혼자서 하는 플레이이고, TRPG에서는 승리도 패배도 없으니, 자유롭게 물어보세요.

AitD의 GM 에뮬레이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1. 예/아니요 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 플레이어는 해당 질문의 가능성을 스스로 판단한 다음, 가능성이 높을수록 주사위를 많이 굴립니다. 그 중 가장 높게 나온 주사위 수를 봅니다. 결과값이 높을수록 YES에 가깝고, 결과값이 낮을수록 NO에 가깝습니다.
  2. 예/아니요 로 대답하기에 너무 복잡한 질문: d666을 두 번 굴린 다음, 주사위 결과에 따라 나온 아이콘(종, 바퀴, 가마솥, 돈, 성 등등…) 두 개를 서로 조합해서 질문과 가장 어울리는 결과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돈”과 “관” 이라면 “돈을 내고 암살 청부를 했다.”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AitD의 내용 대부분은 위 규칙을 설명하는 데 쓰이며, 나머지는 솔로 플레이를 할 때 NPC의 반응 판정, 건수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설명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해서 한 번 호기심으로 사 봤는데 괜찮네요. 특히 아이콘 부분을 해당 작품에 맞게 수정한다면 다른 RPG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지 꽤 오래 됐는데, AitD로 솔로 플레이나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lectric Bastionland 간략 소개

일렉트릭 배스쳔랜드는 ‘배스쳔’에서 거액의 빚을 갚아야 하는 실패자들의 모험을 다루는 RPG입니다. 배스쳔은 20세기 초 분위기의 거대한 도시로, 수많은 자치구 각종 세력이 얽히고 섥혀서 그 누구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고 기이한 장소입니다. PC들은 어떠한 이유로든 인생을 망치고, 지금은 다른 PC들과 함께 공동으로 거액의 빚을 진 상태입니다. 이제 PC들은 배스쳔 안에서, 혹은 구석지고 후미진 바깥 마을에서, 혹은 불가사의한 지하세계에서 부와 명성을 찾아 헤메야 합니다.

OSR RPG

일렉트릭 배스쳔랜드는 OSR의 게임 철학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OSR RPG가 어떤 건지는 이 글과 아래 발췌글을 참조하세요.

OSR RPG의 흐름

프린키피아 아포크리파에서는 OSR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여러분의 캠페인은 다음 요소를 지닐수록 올드 스쿨에 더 가깝습니다. 죽기 쉬움, 오픈 월드,
미리 만든 플롯이 없음, 창의적인 문제 해결 강조, 탐험 중심의 보상 규칙(보통 보물을 획득해서 얻는 경험치), “전투 난이도 조절 무시”, 플레이어와 GM 양쪽 모두가 예측하지 못할 상황을
만드는 무작위 표 사용. 하우스 룰과 직접 만든 아이디어를 권장하는 경향, 여러분이 만든
내용을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만든 창의적인 내용을
여러분 캠페인에 활용하는 자세.”

일렉트릭 배스쳔랜드의 특징

일렉트릭 배스쳔랜드 역시 위와 같은 올드 스쿨 풍 RPG로서, 위험한 장소에서 탐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간결한 규칙: 일렉트릭 배스쳔랜드의 규칙은 무척 간결합니다. 책 자체는 300페이지가 넘지만 그중 200페이지는 백가지 망한 인생을 소개하고, 나머지 100페이지는 마스터를 위한 조언을 담았습니다. 실제 게임 규칙은 두 페이지 정도입니다.
  2. 백가지 망한 인생: 일렉트릭 배스쳔랜드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세 가지 능력치(근력, 민첩, 매력)를 각각 3d6으로 굴려서 가장 낮은 결과와 가장 높은 결과를 가지고 100개의 플레이북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낮은 능력치가 8이고, 가장 높은 능력치가 15이면, PC는 “파이 밀수업자”가 됩니다. 그런 다음 HP와 초기 소지금 역시 1d6을 굴리고, 결과에 따라 추가 능력이나 물품, 동료 등을 얻지요.
  3. 치명적인 전투: 일렉트릭 배스쳔랜드의 전투는 무척 짧지만 치명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아군이든 적이든 공격은 무조건 명중합니다! HP가 깎인 다음부터 PC들은 공격을 맞을 때마다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PC의 HP는 적으면 1, 많아도 6이기 때문에 정말로 이길 자신이 없으면 정면 대결은 피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물론 중간에 성장할 수도 있지만, 매우 힘들고 위험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4. 친절한 조언: 일렉트릭 배스쳔랜드는 비록 규칙은 간결하지만, 그 어떠한 OSR RPG보다도 플레이어와 “지휘자”(마스터를 칭하는 말입니다)를 위한 조언이 무척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지휘자는 플레이어들의 선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전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플레이어로서 갖춰야 할 자세는? 배스쳔/바깥 마을/지하세계의 모험을 만드는 방법은?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마치 아포칼립스 월드의 강령과 원칙, GM 액션을 OSR에 접목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울타리 너머’ 이후 많은 OSR 작품을 봐 왔지만, 일렉트릭 배스쳔렌드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현재 킥스타터 펀딩을 끝나고, 막 PDF가 후원자들에게 공개된 상태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번역해보고 싶네요.

Dark Streets & Darker Secrets 간략 소개.

블랙 핵이 큰 인기를 끌면서, 블랙 핵을 기반으로 한 OSR RPG들이 여러 개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두운 거리와 어둡디어두운 비밀” (Dark Streets & Darker Secrets, 이하 DS&DS)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DS&DS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나 ‘슈퍼내추럴’ 같은 어반 판타지 RPG로, 현대 세계의 이면에 도사린 초자연적 존재와 어둠에 맞닥뜨린 인간을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짤막한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예전에 D&D 3rd 시절 자매작으로 나온 ‘d20 모던’을 블랙핵 기반으로 개조한 다음, 이를 어반 판타지 전용 RPG로 바꾼 느낌입니다.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하자면…

블랙 핵 기반의 간편한 규칙: 블랙 핵 기반 RPG답게 DS&DS는 간편한 규칙을 자랑합니다. 다만 블랙 핵과는 다르게 DS&DS는 4개의 능력치를 기반으로 하며(육체, 민첩성, 지능, 의지력), 여기에 CoC처럼 제정신 정도를 나타내는 ‘이성’과 캐릭터들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운’ 수치가 추가됩니다. 다만 블랙 핵 자매작들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모품 주사위(Usage Dice) 규칙은 나오지 않으며, 주사위도 20면체와 6면체만 사용합니다.

능력치 기반의 캐릭터 아키타입: DS&DS는 d20 모던과 마찬가지로, 능력치 기반의 캐릭터를 플레이합니다. 힘센 캐릭터, 날랜 캐릭터, 똑똑한 캐릭터, 신비한 캐릭터. 각각 이름만 들어도 어떤 능력에 특화된 캐릭터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신비한 캐릭터는 타고난 혈통으로 마법이나 초능력을 사용합니다.

각종 무작위 표: DS&DS에서는 ‘미로의 쥐’처럼 마스터를 위해 무척 많은 무작위 표를 제공합니다. 캐릭터들의 삶에 무슨 골칫거리가 끼었는지부터 시작해서, 모험 장소와 목적, 등장할 만한 적수와 동료, 거리와 건물의 특징, 도시의 소리와 냄새, 광경, 각종 파벌의 특징과 목적 등등… 무작위 표의 결과를 잘 엮을 수 있는 마스터라면 분명 DS&DS를 무척 좋아할 것입니다.

마법과 초능력: DS&DS의 마법과 초능력은 무척 강력하지만, 그만큼 위험합니다. 판정에 실패한 마법/초능력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부르며, 대실패가 나올 경우에는 몸과 마음이 타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DS&DS는 간편하고 범용적인 어반 판타지를 플레이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입니다. 언젠가 한번 돌려보고 싶네요.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는 ‘늑대 떼와 겨울 눈‘의 작가인 에미 엘런이 ‘Esoteric Enterprises라는 작품을 냈는데, 같은 어반 판타지 OSR RPG지만 이 쪽은 범죄와 암흑가, 지하 탐험 등의 소재를 깊게 파고 있습니다. 액션 활극에 가까운 DS&DS와는 다르게 분위기도 더 어둡고 잔혹하고요. 이 작품도 기회가 되면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어떻게 ‘울타리 너머’를 번역하게 되었는가

‘울타리 너머, 또 다른 모험으로’를 번역한 연유를 말하자면, 우선 ‘월드 인 페릴’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월드 인 페릴은 AWE 자매작 중에서도 무척 개성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월드 인 페릴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슈퍼히어로 RPG와는 다르게 캐릭터들의 능력을 수치(비행 3단계, 에너지 방출 10d 등)가 아닌 서술(시속 100km로 날기, 돌로 된 벽 부수기 등)로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받는 피해 역시 단순한 생명 점수가 아닌 상태(분노, 다리가 부러짐, 아찔함 등)로 나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 인 페릴의 편집장(GM)은 그 어떤 RPG보다도 장면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플레이어들이 하는 행동을 잘 파악해서 캐릭터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룰로 나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악당이 “눈멂” 상태를 얻었다면, 등 뒤로 몰래 돌아가 기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리를 다친 악당은 빨리 뛰지 못할 것이며, 페인트에 뒤덮인 악당은 투명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월드 인 페릴 p.204

 

다시 말해, 월드 인 페릴은 GM이 “룰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RPG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월드 인 페릴과 룰링’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월드 인 페릴은 특히 룰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를 들어 파워 목록의 각 수준(간단함/힘듦/한계선)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스터가 난이도를 보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약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적의 약점을 노리면 어떤 추가 효과가 있나요? 역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마스터가 그 효과를 선택합니다.

‘월드 인 페릴과 룰링’ (링크 클릭)

 

룰링이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월드 인 페릴을 접하면서 새삼 중요하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룰링을 자세히 소개한 “올드 스쿨 게임 속성 입문서” (A Quick Primer for Old School Gaming, 링크 클릭)를 관심 있게 보기 시작한 때도 이런 이유였죠. 이 입문서는 D&D 3rd 이전의 고전 판타지 모험 RPG, 그리고 이후 등장한 복고풍 RPG(이하 OSR)가 현대의 RPG 스타일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간략한 소개는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예전에 모 RPG을 마스터링할 때 “탁자 위에 올라가서 후려치겠어요!”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겠어요!” 같은 다채로운 전투 선언을 단순하게 공격 판정으로 처리하다가 따분하다는 쓴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이 자료에서 설명하는 OSR의 전투 예시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룰링을 강조하는 OSR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몇몇 작품은 국내에 꼭 소개하고 싶었죠. 그렇다면 왜 ‘울타리 너머’를 여러 OSR 작품 중에서 맨 처음으로 선택했을까요? ‘관심 있는 OSR 작품’ (링크) 라는 글에서 썼지만, 다시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OSR 중에서는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 많지만, 상당수는 다른 OSR 자매작과 호환해서 사용해야 더 재미있습니다. 대부분의 OSR RPG는 고전 D&D의 용어와 규칙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만 손을 보면 다른 OSR 자매작에도 활용을 할 수 있고, 이렇게 여러 작품을 섞어서 나만의 OSR을 플레이 하는 것이 OSR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호환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OSR RPG가 있더라도 다른 OSR 자매작들이 같이 나와주지 않는 한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이야기와 놀이 혼자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울타리 너머는 다른 OSR 자매작 없이도 자기 완결성이 충분하며, 초보자들도 즐기기 쉬운 무척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야기와 놀이에서 낸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울타리 너머’는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여러분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RPG였습니다.

다행히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펀딩은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을 낸 결과가 ‘미로의 쥐’ 번역이었습니다. 비록 미로의 쥐는 분량은 적지만 정말로 알찬 RPG입니다. OSR 팬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즐겨야 하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죠. 그야말로 OSR의 정수를 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가능하면 울타리 너머와 미로의 쥐 둘 다 즐겨주세요. 미로의 쥐에는 울타리 너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무작위 표가 많습니다. 반대로 울타리 너머의 시나리오 묶음, 자료집 ‘머나먼 곳으로’의 장기 캠페인 규칙은 미로의 쥐를 즐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니컬님이 번역한 ‘블랙 핵’도 한 번 눈여겨보세요(링크, 추가 규칙). 블랙 핵 역시 무척 훌륭한 OSR RPG입니다. 그리고 OSR RPG가 아니더라도 국내에 나온 D&D 기반의 다른 RPG(던전 월드, 13시대, D&D 5판 등등)들에서도 아이디어를 가져오세요. 그렇게 해서, 언젠가는 여러분이 직접 여러분만의 RPG를 만들어보세요. OSR의 가장 큰 열매는 팬들이 만든 새로운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