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Seunghan Oh

언다잉(Undying) 소개글

 

 

언다잉은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포식자들, 즉 흡혈귀들의 삶과 음모, 계급 다툼을 다룬 RPG입니다. 이 주제를 본 순간 분명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를 떠올린 분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언다잉은 V:tM을 AWE 식으로 재해석한 게임이니까요.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언다잉은 V:tM과 몬스터하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으로, 언다잉은 기타 AWE 자매작들과는 달리 주사위를 쓰지 않습니다. 대신 언다잉은 흡혈귀답게 ‘피’라는 게임 속 자원을 사용해 이야기에 변수를 만듭니다.

피, 빚, 지위, 인간성

언다잉의 핵심은 피, 빚, 지위, 인간성입니다. 모든 포식자는 이 네 가지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며, 포식자의 운명 또한 이 네 가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피: 피는 포식자의 생명이자 힘입니다. 포식자는 하루에 1점씩 피가 줄어들며, 피가 바닥나면 죽음과도 같은 잠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피는 포식자가 각종 이능을 발휘하고 적들과 싸울 때 사용하는 자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포식자는 사냥하고, 피를 마셔야 하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빚: 모든 포식자는 각종 의무에 구속되어 있습니다. 빚은 남들에게 지우는 의무입니다. 포식자 사이에서 빚은 마치 화폐처럼 사용되어서 공동체를 지탱합니다. 빚은 작은 빚과 큰 빚이 있는데, 작은 빚은 상대에게 각종 수고스러운 일을 시키거나 자원을 소모하도록 만들며, 큰 빚은 상대에게 목숨을 걸거나 큰 희생을 감수하도록 만듭니다.

지위: 지위는 포식자 공동체에서 캐릭터의 현재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나타냅니다. 지위가 높은 포식자는 공동체 내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좋은 사냥터도 얻을 수 있습니다(사냥터가 좋을수록 더욱 안전하게 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떄에 따라서는 사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포식자 공동체는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사회이므로 한때 우두머리였던 사람이 곧바로 불가촉천민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위는 상대에게 지운 빚과 진 빚,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 각종 플레이어 액션 등으로 결정됩니다.

인간성: 마지막으로, 인간성은 포식자가 얼마나 사냥감, 즉 인간들과 가깝게 지내고 그들을 아끼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인간성이 높을수록 포식자에게는 그만큼 사회적인 약점이 많아지며, 축적할 수 있는 피도 적어집니다. 하지만 인간성이 낮아지면 마음속 야수에 굴복하여 영영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도 커집니다. 특이하게도 언다잉에서는 플레이가 끝날 때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캐릭터의 행동을 보고 새롭게 인간성 단계를 정해줍니다.

정형화된 플레이

언다잉은 AWE RPG답게 플레이어북과 플레이어 액션, GM의 강령/원칙/GM 액션으로 플레이어와 GM이 포식자들의 투쟁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그뿐 아니라 언다잉은 플레이의 구조까지 ‘밤 장면’과 ‘막간 장면’으로 나누어 이야기의 구조를 정형화시켰습니다.

우선 밤 장면은 포식자들의 공동체를 흔들 만한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면 캐릭터들이 자기 야망을 추구하면서 서로 협력하거나 배반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공동체가 안정을 되찾으면 막간 장면이 시작됩니다. 막간 장면은 몇 개월부터 몇 세기에 이르는 시간 동안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포식자 공동체에서 어떤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지 거시적으로 다룹니다. 그러다가 무언가 현 상태가 흔들리고 혼란이 발생하면, 시점을 확대해 다시 밤 장면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밤 장면은 언다잉 플레이의 핵심입니다. 밤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사냥을 하고, 피를 마시며, 사냥감을 홀리거나, 지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포식자와 거래하거나, 방해하거나, 싸울 수도 있습니다. 포식자들은 자신이 가진 피와 지위, 그리고 남에게 지운 빚을 써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야 합니다.

플레이북은 각 포식자의 유형을 나눈 분류로(악마, 악몽, 꼭두각시 주인, 관능주의자, 늑대), 포식자가 어떻게 해야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지, 다른 포식자와 사냥감들에 맞서 어떤 특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다른 AWE RPG와는 달리 언다잉의 PC는 ‘성장’의 개념이 없습니다. 오직 피와 빚, 인간성, 지위만이 포식자를 정의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포식자들은 어떤 존재인가? “전승”

언다잉은 포식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반면, 포식자들의 정체가 무엇이며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는 각 테이블에 맡깁니다. GM과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 포식자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승(Lore)을 정해야 합니다. 포식자들은 어떤 존재인지? 무슨 약점을 가졌는지? 태양빛 아래에서 어떻게 약해지는지? 피를 사용해 어떤 이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 모든 사항은 책에 준비된 질문 목록과 플레이어들 사이의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언다잉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왕좌의 게임에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를 섞은 RPG입니다. 인간과 야수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의 고민? 탐미적인 시점? 물론 플레이어들이 원한다면 롤플레이로 나타낼 수는 있겠지만, 언다잉은 결국 포식자들의 영원한 권력 투쟁을 다루는 RPG이며, 오직 그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정말로 멋지게 나타냈습니다. 해외의 어떤 게이머는 언다잉을 ‘V:tM의 정수만을 뽑은 RPG’라고 하는데, 저 역시 동의합니다. 권력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흡혈귀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해볼 만합니다.

 

[Let’s Read] 미쓰라스 (7장)

7장: 전투

미쓰라스의 전투는 다음 컨셉을 지향합니다.

  • 무척 위험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영웅도 수적으로 밀리면 질 수 있습니다.
  • 반드시 누군가 죽어서 끝날 필요가 없습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하거나,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주도 가능합니다)
  • 비록 미니어쳐를 쓸 필요는 없지만, 각종 행동과 테크닉 등을 세밀하게 만들어서 전술적인 전투를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 위의 요소들을 모두 합쳐서 위험하고도 흥미진진한 전투를 지향합니다.

미쓰라스는 전투 요소를 다음 여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전투 스타일, 전투 라운드, 전투 행동, 무기 크기/길이, 교전, 특수 효과.

전투 스타일

전투 스타일은 문화권이나 직업, 무기 유파 등에 따라 배우는 무기와 방어구의 종류입니다. 예를 들어 야만인들은 창, 도끼, 활을 전투 스타일로 배우는 반면, 로마 군단병은 투창과 소검, 단검, 방패를 전투 스타일로 배우는 식입니다.

전투 스타일은 사용 무기 모음일 뿐만 아니라 해당 문화권/직업/유파의 특징이며, 각 전투 스타일마다 특정 전투 상황에서 유리한 전투 특성을 한 두 가지씩 얻습니다. (예: 기마 민족은 말 위에서 싸우면 유리한 특성을 얻고, 군단병은 진열을 짜서 싸우면 유리합니다). 자신의 전투 스타일 바깥의 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는 무기가 얼마나 다른지에 따라 페널티를 받습니다.

전투 라운드

각 전투 라운드는 5초 동안 벌어지는 행동을 기준으로 합니다. 전투 라운드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권: 모든 전투 참가자는 1d10을 굴려 우선권 보너스를 더해 가장 높은 참가자부터 차례로 움직입니다. 우선권이 같을 경우 동시에 움직입니다. 무거운 갑옷을 입으면 우선권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우선권 순서는 특별한 행동이나 효과가 없는 한 계속 그대로 유지됩니다.

2) 사이클: 각 참가자는 자신의 순서가 되면 행동 점수(AP)를 써서 능동 행동을 한 가지씩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참가자가 한 가지 능동 행동을 하면 한 사이클이 끝나며, 행동 점수가 남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다시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참가자는 자신의 순서가 아닐 때에도 언제든지 대응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대응 행동을 할 때에도 행동 점수를 써야 합니다. 모든 참가자가 AP를 다 쓰면 다음 라운드가 됩니다.

전투 행동

전투 행동은 능동 행동, 대응 행동, 자유 행동으로 나뉩니다.

1) 능동 행동: 자신의 차례에 공격이나 주문, 이동 등 행동 점수를 사용하는 행동입니다.

2) 대응 행동: 방어, 주문 받아치기 등 자신의 차례가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행동 점수를 사용하는 행동입니다.

3) 자유 행동: 무기 떨어뜨리기, 말하기, 상황 파악 등 행동 점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무기 크기/길이

미쓰라스에서는 무기마다 크기와 길이가 있습니다. 큰 무기는 무기로 방어를 할 때 방어자가 받는 피해를 줄여주며, 긴 무기는 적이 공격하지 못하는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지만 무기의 길이 보다 짧은 거리에서 싸우면 불리해집니다. 적과의 교전 거리는 이동 행동, 또는 특수 효과를 사용해 늘리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전투 방식

미쓰라스의 전투는 공격자와 방어자가 서로 행동 점수를 사용해 공격, 또는 방어를 하는 방식입니다. 공격자가 먼저 공격 굴림을 해서 명중시키면, 방어자는 방어 굴림을 해서 공격자보다 성공 단계가 같거나 높다면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격자가 공격을 실패하면, 방어자는 그냥 넘기거나 방어 굴림을 해서 성공시 특수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특수 효과

캐릭터는 전투 판정에서 이길 때, 단순히 적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격을 막는 것 외에 다양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무장 해제, 갑옷 통과, 넘어뜨리기, 피해 늘리기, 눈 멀게 하기, 무기에 피해 주기, 부위 공격, 붙잡기, 꿰기 등등…) 미쓰라스의 전투를 전술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특수 효과는 공격으로 주는 피해와는 별도로 발휘되며, 성공 단계 차이가 많이 난다면 겨루기에서 이긴 캐릭터는 복수의 특수 효과를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근접 전투

근접 전투 항목에서는 캐릭터가 서로 근접 무기가 닿는 거리에서 싸울 때 벌어지는 각종 상황을 설명합니다(각종 상황 수정치, 돌격, 은폐, 회피, 공중 전투, 밀려나기, 다수의 적, 제압 공격, 기습, 맨손 전투, 휩쓸기, 붙잡기 등등…). 근접 전투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교전’이 있는데, 한 번 교전에 들어간 캐릭터와 상대는 쉽게 상대를 떨쳐버릴 수 없으며, 행동을 사용하거나(거리 변경 등) 특수 효과를 발휘해야 상대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장거리 전투

장거리 전투 항목에서는 장거리 전투의 상황 수정치, 거리 페널티, 장거리 무기가 가진 특성치, 각종 상황 등을 설명합니다.

피해 부위와 피해 단계

미쓰라스는 각 신체 부위별로 HP를 계산하며, 피해를 받은 부위는 현재 HP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작은 상처(1HP 이상 남았을 때), 큰 상처(0HP 이하일때), 심각한 상처(원래 HP의 -값 이하로 떨어질 때)로 나뉩니다. 캐릭터는 어느 한 부위라도 심각한 상처를 받으면 전투불능에 빠집니다.

추가 규칙: 졸개와 부하

졸개와 부하는 영웅의 칼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적들입니다. 이들은 기본 캐릭터보다 HP도 낮고, 쉽게 쓰러집니다.

마스터가 룰링을 할 때 명심할 사항

예전에도 많이 이야기했지만, 전 룰링(Ruling)이라는 개념을 무척 좋아합니다. (‘월드 인 페릴과 룰링’(링크) 참조) 룰링이라는 개념을 다시 설명하자면, 모든 상황에 일일이 룰을 적용하는 대신, 마스터의 감각과 상식을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룰링입니다. 룰이 간단할수록 룰링의 비중은 더욱 커지지요. 예를 들어 전사 PC가 수영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RPG에는 능력치 규칙은 있어도 수영 규칙은 없다고 칩시다. 이때 마스터가 “힘을 써야 하니까 근력 판정해!” “지구력이 필요하니까 건강 판정해!”라고 결정을 하면 그게 바로 마스터의 판단, 즉 룰링입니다.

마스터가 룰링을 잘 한다면 규칙을 적게 사용해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룰보다 룰링에 더 의존할수록 마스터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집니다. 명문화된 규칙, 즉 룰과는 달리 룰링은 마스터의 판단과 재치에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전에 썼던 ‘월드 인 페릴과 룰링’은 특히 AWE 마스터링을 할 때 가질 자세에 관한 글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포괄적인 내용으로 룰링을 할 때 명심할 사항을 적어보겠습니다.

  1.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만듭니다. 전투에서 할 수 있는게 “공격!” 밖에 없는 단순한 RPG를 예로 들어봅시다. 누군가가 PC에게 달려들어 쓰러뜨린 다음 단검으로 찌르려 한다면, 마스터는 플레이어가 쓰러지는지 보기 위해 규칙에도 없는 근력 판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왜 근력 판정을 해야 할까요? 넘어지지 않고 버티려면 힘이 필요하니까요. 사기 판정 같은 게 없는 RPG에서 고블린이 HP가 0이 되지도 않았는데 항복합니다. 왜일까요? 더 싸워봤자 승산도 없고 도망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블린이 제정신이라면, 항복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떨 때는 항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PC들이 가는 길에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게 있을 수도 있고, 여기에서 항복하면 죽는 것보다도 더 끔찍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룰링을 적용하든, 그 룰링을 뒷받침할 만한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2.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인과 관계는 디테일에서 드러납니다. “상대가 세게 몸을 부딪혔네요. 근력 판정하세요.” 보다는 “상대가 세게 몸을 부딪쳤네요. 여러분을 쓰러뜨린 다음 단검으로 찌르려는 것 같습니다. 버티지 못하면 넘어집니다. 근력 판정하세요.” 라고 좀 더 살을 덧붙이면 플레이어들에게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릴 것입니다.
  3. 일관성을 갖춥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는 같은 논리로 룰링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전에 수영할 때는 근력 판정을 했는데 이번에 건강 판정을 했다면 일관성에 맞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이해할만한 묘사를 한다면 다른 논리를 적용해도 괜찮습니다.
  4. 마스터는 자신이 플레이하는 장르의 지식을 잘 습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 RPG에서 마을에 네이팜탄이 떨어져서 불이 붙었을 때, 플레이어들이 “강물을 부어서 끕니다!”라고 선언하면 마스터는 네이팜탄이 물로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정도의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많이 알수록 룰링도 쉬워집니다. 해당 장르에서 많이 벌어질 만한 상황을 연구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는 게 자연스러울지 생각하세요. AWE의 강령-원칙-GM 액션은 이런 부분의 70% 정도를 채우지만, 나머지는 마스터 자신의 노력입니다.
  5. 룰링을 할 때는 테이블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성문화된 규칙으로서 누구나 다 따를 수 있는 룰과는 다르게 룰링은 팀 관습과 문화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동의할 수 없는 룰링은 횡포입니다. 던전 월드의 태그를 잘 활용한 사례로 들곤 하는 HP 16짜리 용 이야기(링크)’는 테이블에 따라서는 마스터의 횡포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정도입니다.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이루어지면 좋겠네요.

[Let’s Read] 미쓰라스 (6장)

6장: 게임 규칙

아주 오랜만에 다시 미쓰라스 소개글을 재개하네요. 독촉해주신 qws2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6장은 플레이 중에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규칙으로 설명합니다. 겁스 캠페인북에서 소개하는 각종 상황 규칙과 유사합니다.

포함된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알파벳 순서입니다)

산(Acid)

산 농도가 강할수록 피해가 커지고 지속 시간이 길어집니다.

행동, 시간, 이동

미쓰라스의 행동 단위는 전투 라운드, 국지적 시간, 전략적 시간으로 나뉘어집니다. 전투 시간을 나타내는 전투 라운드는 5초이며, 캐릭터의 각종 활동(자물쇠 따기, 정찰, 탐색 등등)을 나타내는 국지적 시간은 몇 분에서 몇 시간 정도의 단위이며, 더욱 큰 활동(특정한 목적지로 가기, 도시 뒤지기 등등)을 나타내는 전략적 시간은 며칠에서 몇 달, 몇 년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이동은 캐릭터가 각종 교통수단을 사용해 하루에 얼마나 갈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나이

캐릭터가 나이를 먹으면서 노화 판정을 하고, 능력치가 감소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질식과 익사(호흡 규칙)

캐릭터가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참지 못할 경우 얼마나 피로가 쌓이는지 나타냅니다.

출혈

출혈의 위험을 다룹니다. 각 상황(전투, 치료 실패, 병)에서 나타나는 출혈을 몇 쪽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캐릭터 성장

마스터는 적당한 때(성공한 모험마다, 특정 시간의 경과마다)에 플레이어에게 성장 판정을 시킬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성장 판정으로 능력치(크기 제외), 열정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전문 기능을 습득하고, 새로운 마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원래 가진 기능은 성장 판정 대신 훈련을 통해서도 더욱 갈고 닦을 수 있습니다.

질병과 독

질병과 독이 유입되는 경로, 그 결과 받는 상태(고통이나 질식, 출혈, 정신질환, 죽음 등등…), 병과 독의 예시 등을 듭니다.

하중

캐릭터는 자신의 힘(STR)에 비례해 더욱 많은 짐을 질 수 있습니다. 하중 항목은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 짐을 질 수 있는지, 초과할 경우 어떤 페널티를 받는지, 갑옷의 무게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비인간의 하중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다룹니다.

추락

추락 높이와 캐릭터 크기, 지면 상태에 따라 받는 피해를 다룹니다. 떨어지는 물체에 맞을 때, 탈것에서 떨어질 때 내용도 다룹니다.

피로

캐릭터는 생명점 말고도 10단계에 이르는 피로 단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출혈이나 호흡 곤란, 특정 종류의 마법 사용 등에 따라 피로 단계에 영향을 받으며, 각 피로 단계마다 기술 판정, 이동, 전투시 우선권, 행동 점수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피로가 10단계에 이르면 죽습니다.

더욱 큰 불일수록 빨리 불이 붙고 피해도 더 큽니다.

상처 치료

미쓰라스는 각 신체 부위 별로 HP를 적용하며, HP를 얼마나 잃었는지에 따라 작은 부상, 큰 부상, 심각한 부상으로 나눕니다. 이번 항목은 부상 단계별 회복 시간, 회복 방법, 영구적인 상처(심각한 부상을 입을 때 남을 수 있습니다)를 다룹니다.

물건

물건의 방호점과 HP를 다룹니다. 보통 물건을 파괴할 때 계산합니다.

행운 점수

행운 점수의 사용 방법(판정 결과 바꾸기, 전투 때 추가 행동 하기, 피해 단계 줄이기)을 다룹니다.

열정

캐릭터의 열정을 언제 사용하는지 더욱 자세하게 다룹니다. (열정과 관련 있는 기능 판정에 보너스를 줄 때, 열정과 반하는 선택을 할 때, 다른 열정에 대항할 때, 열정에 반하는 정신 마법에 저항할 때 등)

생존

캐릭터가 적대적인 환경에서(더위나 추위, 굶주림, 탈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다룹니다.

덫의 목적과 발동 방식, 덫에 맞설 때 판정, 덫에 저항하는 방식, 효과, 예시 덫 등을 다룹니다.

가시 거리

캐릭터가 각종 상황(맑을 때, 안개가 낄 때, 눈이 내릴 때 등등)에서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는지, 상대 크기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볼 수 있는지 다룹니다.

날씨

바람의 세기, 온도, 강수량 등을 다룹니다.

 

 

 

6장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7장은 미쓰라스의 꽃인 전투입니다.

월드 인 페릴의 전투를 처리하는 법

월드 인 페릴에서, 히어로가 악당에게 심각한 상태를 주었다면 편집장은 악당이 전투를 계속 할지 점검하세요. 심각한 상태는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뼈가 으스러지거나, 희망을 잃는 등 정말 ‘심각’한 상태입니다. 도망칠 건가요? 아니면 항복할 건가요? 전투를 계속 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요?

상태 한계가 바닥나지 않더라도 히어로는 악당을 언제든지 무찌를 수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중간 부분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일시적으로나마 체포한 걸 기억하세요.

그렇다면 상태 한계가 바닥나지 않았는데 히어로에게 잡힌 악당은 어떻게 취급해야 할까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세요. 힘을 기르고, 음모를 꾸미고, 동료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6-을 굴리면 그런 일이 발생하겠죠.

상태 한계가 바닥났을 때, 악당은 비로소 진짜 패배를 인정합니다. 히어로는 그제서야 발뻗고 잘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악당이 등장할 때까지, 혹은 악당의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말이지요. 하지만 악당(특히 마스터마인드)의 상태 한계가 바닥나면, 하나의 스토리아크가 끝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부분은 책의 FAQ(p.204)에서도 설명했지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설명합니다.

변경의 약탈자들(Freebooters on the Frontier) 소개

던전월드는 팬들과 게임 제작자들이 각종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AWE 자매작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지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변경의 약탈자들(Freebooters on the Frontier)’ 입니다. (링크)

변경의 약탈자들은 초보 모험자들이 대박을 꿈꾸며(은화 만 냥을 벌면 게임이 끝납니다) 위험한 모험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기존 던전 월드보다 훨씬 생존과 모험 관련 규칙을 강화했고, 같은 회사에서 만든 자료집인 ‘위험한 야생지대(The Perilous Wilds)’와 함께 사용하면 완벽한 탐험물이 됩니다.

변경의 약탈자들은 위험한 야생지대와 함께 큰 인기를 끌어서 2판은 아예 독자적인 RPG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무척 기대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현재 플레이테스트 자료를 공개 중이니, 한 번 보세요! (링크)

늑대 떼와 겨울 눈(Wolf-packs & Winter Snow) 소개

<늑대 떼와 겨울 눈>은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 OSR RPG입니다. 주로 <불꽃공주의 애가>(Lamentations of the Flame Princess)의 룰을 개조해 만들었고, 그 외에 <울타리 너머>(Beyond the Wall), <모험가, 정복자, 왕>(Adventurer, Conqueror, King)도 참조했습니다. 원래 2016년에 나온 작품인데, 1년 사이에 다시 개정판을 만들었습니다. (개정판 PDF 기준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주요 특징

<늑대 떼…>은 OSR RPG로, D&D를 기반으로 한 다른 자매작들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합니다. 여기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점을 설명하겠습니다.

캐릭터: 플레이어들은 PC로 사냥꾼, 전문가, 마법사, 네안데르탈인을 각각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각 직업은 특정 분야를 특기로 하는데 사냥꾼은 전투를, 전문가는 잡다한 기술과 지식을, 마법사는 마법을, 네안데르탈인은 엄청난 생존력을 특기로 합니다. 그 외에 추가 직업들도 있는데, 별도의 허락 없이는 NPC 전용입니다. (예를 들어 인육을 먹는 직업인 웬딩고라든지, 신적 존재와 계약을 맺고 마법을 쓰는 미스틱 등등…)

Flesh와 Grit: 캐릭터의 HP는 실제 생명력인 Flesh와 의지나 끈기 등을 나타내는 Grit로 나누어집니다. 보통 전투에서는 Grit가 먼저 깎인 다음, 모든 Grit가 바닥나면 그제야 Flesh가 깎입니다. Grit는 짧은 휴식을 취하면 모두 회복되며, Flesh는 하루 잘 때마다 1점씩 회복됩니다.

기능: 각 캐릭터는 운동이나 공예, 동물지식 등 각자 기능을 갖춥니다. 각 기능은 6면체를 굴려 판정하는데, 기본적으로 1이 나오면 성공합니다. 각 기능은 관련 능력치의 보너스를 받으며(예를 들어 지능이 14(+1 보너스)면 지능 관련 기능을 굴릴 때 성공률이 1 올라갑니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기능의 성공률도 올라갑니다.

극복 판정: <늑대 떼…>에서 PC들이 피하거나 버텨야 하는 요소는 네 가지입니다: 날씨(날씨에서 비롯되는 문제), 위험(물리적인 위험을 피하거나 버틸 때), 마법(초자연적 요소에 저항할 때), 독.

공격 판정: 사냥꾼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는 레벨이 올라도 공격 보너스를 받지 않습니다. 상대의 AC보다 같거나 높게 나오면 명중입니다.

하중: 캐릭터는 자신이 든 물건의 수가 근력 수치보다 높으면 하중 페널티를 받습니다. 특별히 무겁거나 불편한 물건은 복수의 물건으로 칩니다.

경험치: 캐릭터는 위험한 짐승을 죽이고 고기를 얻거나(반드시 진짜 위협이 되어야 합니다), 동굴을 탐사해서 부족이 살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면 경험치를 얻습니다. 특히 동굴 탐사는 별도의 장을 마련해서 GM이 동굴을 어떻게 만들지, 어떤 위험을 배치할지 소개합니다.

마법: 마법사는 자기 성소(동굴이나 오두막)에 아는 주문들을 그려서 기록합니다. 성소 안에서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읽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바깥에서는 각 주문을 외워서 사용해야 합니다. 마법의 사용은 위험하며, 남이 그린 주문을 익히려고 하거나 무리해서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의 폭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족: PC들은 레벨이 높아지면서 자신들을 따르는 추종자들을 모아 부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늑대 떼…>에서는 부족을 이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부족을 유지해야 할지 규칙을 소개합니다.

플레이 방식: <늑대 떼…>는 빙하시대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생존을 주요 테마로 합니다. 그래서 각종 무작위 표를 이용해 PC들에게 위험요소를 던지는 플레이를 권장합니다. 하루하루 캐릭터들은 식량과, 맹수와, 적대적인 부족과, 위험한 환경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마법적인 위협에 시달립니다. 캐릭터들이 하루하루 분투하며 주변 세계를 알아가고, NPC들과 각종 집단을 만나면서 어느 순간 커다란 캠페인으로 흘러가게 되지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OSR 게임들은 기존 D&D 규칙에 무언가 다른 데에서 볼 수 없는 재미있고 개성적인 요소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예전에 소개한 <The Nightmares Underneath>라든지, 올해 소개할 <울타리 너머…> 같은 작품들이 그 예입니다. <늑대 떼와 겨울 눈> 역시 그런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재미있는 RPG입니다. 아마 빙하시대 원시인들을 다룬 RPG로는 이만한 작품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A Quick Primer for Old School Gaming (고전파 RPG 속성 지침서)을 통해 보는 올드 스쿨 마스터링과 그 위험성.

http://froggodgames.org/quick-primer-old-school-gaming

요즘 누메네라를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이 올드 스쿨 RPG의 플레이 방식을 지향한다고 느껴져서 이 글을 소개합니다.  위 지침서는 소드&위저드리(Swords & Wizardry)의 제작자인 매튜 J. 핀치가 쓴 올드 스쿨 RPG 입문서입니다. 지침서에서는 크게 네 가지 내용을 설명합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하나하나 룰에 의존하는 대신 상식으로 플레이하기 (룰 말고 룰링)
  2. 캐릭터 능력 말고 플레이어 능력으로 해결
  3. 평범한 인간이 영웅적인 업적을 이루는 플레이 지향
  4. 인위적인 “게임 밸런스”는 잊어라.

필자는 올드 스쿨 RPG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소개하기 위해 (편견을 듬뿍 담아) “따분하게 흘러가는 최신 RPG의 플레이 스타일”과 비교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최신 RPG)

마스터: “어둠 속에 복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플레이어: “덫 판정할래요.”

마스터: “굴려 보세요.”

플레이어: “15요”

마스터: “함정이 있네요.”

 

(고전 RPG)

마스터: “어둠 속에 복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플레이어: “물통에 있는 물을 바닥에 흘려서 바닥의 패턴을 확인할래요.”

마스터: “바닥에 흘린 물이 네모난 형태로 흘러가네요.”

플레이어: “함정인가요?”

마스터: “그럴지도요.”

플레이어: “제거할 수 있나요?”

마스터: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밟으면 함정이 열려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플레이어: “그냥 옆으로 지나쳐 갈래요.”

이 글만으로는 올드 스쿨 쪽이 좀 더 재미있게 보이는데, 저는 이런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합의한 게임 외적/내적 기준과 상호 존중하는 마음 없이 상식과 플레이어 실력에만 의존해 플레이하면 그 안에서 악의가 섞이기 쉽습니다. 예전에 한창 논의되었던 “사도 마스터링과 이에 대항하는 편집증적인 플레이”가 재현되겠지요.

특히 마스터는 “내가 창의적으로 마스터링을 하니까 너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해!”처럼 플레이어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플레이어 지식으로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처럼 악명높은 그림투스 트랩 같은 덫 모음은 자칫하면 테이블에서 다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제가 마스터라면 이런 덫을 쓰더라도 (플레이어가 아니라)PC는 이 정도 덫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비할 거라고 간주하고 지각력 판정이나 덫 지식 판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마스터의 창의성은 플레이어를 돕고 창의적인 행동을 하도록 발휘되어야 하지, 플레이어를 괴롭히고 시험하는데 발휘되어서는 안 됩니다. 플레이어가 마스터의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해서 플레이어가 불쾌해했다면 룰링을 잘못 적용한 사례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그런 면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마스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한 AWE의 강령-원칙-MC 액션을 좋아합니다. 상식과 규칙 사이에서 중용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쓴 ‘월드 인 페릴과 룰링(클릭)’과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클릭)’도 어느 정도 위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창의성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플레이어의 실력 격차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줄일 수 있는지 생각을 하면서 쓴 글이니까요.

The Nightmares Underneath(TNU) 소개.

배경소개

TNU는 이슬람 문명풍의 “꿈의 왕국(The Kingdoms of Dreams)”을 배경으로 하는 OSR RPG입니다. 꿈의 왕국은 법과 이성을 내세우면서 폭정과 우상숭배에 빠진 옛 세상을 타파하고 황금시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심연의 혼돈에서 악몽의 세력이 세상을 침범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악몽의 세력은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이들을 매개로 삼아 현실에 침입합니다. 이러한 악몽의 영역에 접촉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쳐버립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미치지 않고 견디는 강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모험자이자, PC입니다. PC들은 이 세상에 침입한 악몽을 격퇴하고, 그 와중에 얻는 각종 보상으로 살아갑니다.

 

규칙 특징

TNU는 옛 D&D를 기반으로 한 RPG입니다. 여기에 D&D 5판의 이점/불이점(Advantage/Disadvatage) 규칙, 그리고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의 판정 일부를 좀 섞었다고 보면 됩니다. 특이한 점만 좀 소개하겠습니다.

  1. 자신의 기능을 사용하거나, 신체/정신적인 활동을 할 때, 또는 내성 굴림을 할 때는 능력치 판정을 합니다. D20을 굴려 능력치보다 낮으면 성공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을 할 때는 능력치 절반으로 판정을 합니다. 도움이나 방해가 있으면 이점/불이점을 적용해서 주사위를 하나 더 굴려 높은 주사위, 또는 낮은 주사위를 선택합니다.
  2. 무언가 여러 가지 결과가 나올 만한 일(교섭 등)을 할 때는 2d6+능력치 수정치로 판정합니다. 6-가 나오면 나쁜 결과, 7-9가 나오면 약한 성공, 10~11이 나오면 성공, 12가 나오면 대성공입니다.
  3. 겨루기를 할 때도 2d6+능력치 수정치로 굴려 높은 쪽이 이깁니다.
  4. 각 직업은 전사 1d8, 도적 1d6, 학자 1d4 같은 식으로 d6, d8 처럼 히트 다이스(Hit Dice)를 가집니다. 히트 다이스는 캐릭터의 생명력, 그리고 적에게 주는 피해에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PC는 길게 휴식을 할 때마다 주도권(Disposition)을 굴립니다. 이 주도권은 자신의 레벨x히트 다이스(Hit Dice)만큼 굴립니다(다른 D&D풍 RPG의 HP라고 보면 됩니다). 전투에서 주도권이 모두 깎이면 건강 수치를 깎습니다. PC는 건강 수치가 깎일 때마다 일시적으로 전투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0이 되면 죽습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때도 히트 다이스만큼 피해를 줍니다. 양손 무기면 주사위 크기가 한 단계 늘어나고, 맨손이나 즉흥무기로 공격하면 한 단계 줍니다.
  5. 마법은 마법사 같은 일부 클래스가 사용하는데, 기존 D&D의 반스식 마법을 살짝 바꿨습니다. 마법을 쓴 다음 잊어버리면 별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고, 마법을 쓴 다음 그대로 유지하려면 제어 판정을 해야 합니다. 실패하면 주문이 폭주해서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일어납니다. 캐릭터 레벨보다 높은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제어 판정이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가치관과 직업

TNU의 가치관은 질서, 혼돈, 중립, 선, 악인데, 이중 “악”은 특이하게도 도덕적으로 악하다는 의미보다는 캐릭터의 동기가 “누군가를 해친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캐릭터는 단순히 폭력적인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정의롭고 선하지만 용서하지 못할 적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도 달라집니다.

암살자(Assassin): 암살자입니다. 가볍게 무장을 한 채 은신과 기습공격에 능합니다.

음유시인(Bard): 음유시인입니다. 노래를 부르고, 주도권 회복을 돕고, 필요할 때 자신의 주도권을 다른사람에게 옮기고, 마법을 씁니다.

투사(Champion): 마녀 사냥꾼이나 성기사, 종교재판관 등 신념을 위해 싸우는 용사입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특수 능력을 얻고, 같은 가치관을 가진 동료에게 보너스를 주고, 다른 가치관을 찾아내고, 어느 정도 잘 싸웁니다.

사교도(Cultist): 꿈의 왕국에서 우상으로 간주하는 옛 신들을 숭배하는 성직자입니다. 마법을 쓰고, 자신이 적으로 정한 부류의 상대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전사(Fighter): 전문적인 전사입니다. 아주아주 잘 싸웁니다. 각종 무기를 쓰고, 무거운 걸 잘 듭니다.

학자(Scholar): 과학자나 의사, 철학가, 학자 등입니다. 다른 사람의 능력치를 치료하고, 숨겨진 것을 찾아내고, 마법 물건을 잘 사용하고, 약간의 마법을 씁니다.

도둑(Thief): 도둑입니다. 잘 숨고, 잘 훔치고, 다른 사람보다 숨겨진 걸 더 빠르게 더 잘 찾습니다.

마법사(Wizard): 마법사입니다. 마법을 누구보다 잘 사용하고, 제어도 잘 합니다.

 

모험과 일상

TNU의 던전은 특정한 종류의 악몽의 세력이 현실로 침입해 와서 현실의 무언가를 닻으로 삼아 뿌리박는 형태입니다. 각 던전은 다양한 형태를 하며, 악몽이 양분으로 삼는 특정한 감정과 생각에 따라서 괴물이 형성됩니다. PC들은 이 던전에 들어가 괴물들을 무찌르고 그 닻을 무력화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PC들이 모험에 실패하면 점점 던전은 세력을 넓혀갑니다. 악몽의 던전 속에서 큰 피해를 입으면 갖가지 신체적/정신적/마법적인 부작용이 생기고, 자칫해서 죽으면 악몽의 세력에 굴복하여 동료들의 적이 됩니다.

PC들이 던전을 끝마치고 마을에서 일상을 보낼 때는 단순히 먹고자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을에 투자를 하고 대학교나 인쇄소, 찻집, 호텔, 사령술 길드 등 새로운 시설을 짓고, 기존에 지어진 시설을 발전시키는 등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설에서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고, 능력치를 올리고,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결말

PC들이 10레벨이 되면 은퇴를 하고 행복하게 살거나, 계속 9레벨인 채 모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TNU는 지금까지 본 OSR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책도 근사합니다. 제작자는 Lulu.com에서 책을 사기를 권장하는데(책 질이 더욱 좋다고 해서), Lulu에서 책을 사면 드라이브스루 무료 쿠폰도 줍니다.

또한 TNU를 AWE로 즐길 수 있도록 A World Full of Nightmares라는 별도의 서플도 제공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원작으로 즐기는 편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월드 인 페릴과 룰링.

월드 인 페릴을 마스터링할 때는 “Rulings Not Rules(룰이 아니라 룰링을)“라는 문구를 명심하세요.

이 문구는 올드 스쿨 RPG인들이 즐겨 쓰는 말로, RPG를 할 때 모든 상황에 일일이 규칙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마스터의 감각과 상식을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라는 의미입니다. 룰이 간단할수록 룰링의 비중은 더욱 커지지요. 예를 들어 전사 PC가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RPG에는 능력치 규칙은 있어도 수영 규칙은 없다고 칩시다. 이때 마스터가 “힘을 써야 하니까 근력 판정해!” “지구력이 필요하니까 건강 판정해!”라고 결정을 하면 그게 바로 판단, 즉 룰링입니다. 예전에 쓴 플레이어의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 (http://blog.storygames.kr/entry/roleplaying_ability_gap) 역시 룰링과 관련이 있습니다. 좋은 롤플레잉은 마스터가 룰링을 쉽게 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은 특히 룰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를 들어 파워 목록의 각 수준(간단함/힘듦/한계선)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스터가 난이도를 보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약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적의 약점을 노리면 어떤 추가 효과가 있나요? 역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마스터가 그 효과를 선택합니다. 이점 역시 ‘타고난 파워가 아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마스터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파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느슨한 부분이 이 RPG의 결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 인 페릴이 AWE(아포칼립스 월드 엔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AWE는 다른 RPG보다 룰링을 하기 좋은 RPG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살펴보세요. 방금 벌어진 일을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의 틀 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하세요. 월드 인 페릴에서는 상황에 맞는 룰링이 룰보다도 더욱 중요합니다. 편집장이 룰링을 할 때 따라야 할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단순히 지침이나 조언 따위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불의 정령에게 불로 공격을 한다면 줄 수 있는 상태 정도가 약해지거나, 아예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p.127 참조). 반대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PC가 제압하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상태를 주었다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p.204 참조)

그렇다면, 이 룰링을 잘 하기 위해 마스터가 명심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1.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몸에 배도록 명심합니다: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월드 인 페릴의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2. 이야기 속 상황과 캐릭터들이 쓴 수단을 고려합니다: 현재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히어로와 악당은 무슨 파워를 사용하나요? 적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룰링을 할 때는 룰링을 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3. 일관성을 갖춥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같은 논리로 룰링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전에 수영할 때는 근력 판정을 했는데 이번에 건강 판정을 했다면 일관성에 맞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이해할 만한 논리를 든다면 그편이 우선입니다.

제가 월드 인 페릴을 한국에 출간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월드 인 페릴에 소개된 룰링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슈퍼히어로 RPG 이상으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을 산 독자분들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