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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 검, 주철, 시바의 여왕

An In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영문, 유료구독 한정)

세계관 설정시 낮은 TL에서 실제 역사보다 앞선 기술을 설정하는 방법들. 특히 주철과 쇠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주철의 녹는점은 1540도. 유럽에서는 TL 3과 4 사이에야 도달했지만 중국과 중앙 아프리카에서는 통풍이 원활한 용광로 설계로 (온도를 높이고 철에 탄소를 더 많이 흡수시키니 일석이조) TL 2에서 쇠를 다룰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더불어 유명한 다마스커스 검을 인도에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언급하네요. 좋은 쇠는 탄소 함량 1~1.5% 정도인데, 탄소 함량 2% 이상부터는 지나치게 단단해서 부서지기 쉽고 다루기 어렵지만 대신 녹는점이 1150도로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정도면 TL 2에서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는 온도이죠. 그래서 인도에서는 철광석과 석탄을 아주 잘게 부수어 섞어서 도가니에 넣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철의 탄소함량을 강제로 높여서 녹는점을 낮추었고, 이 도가니에서 나온 ‘우츠’라는 물질을 다마스커스 칼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 저열에서 장시간 가열해서 다시 탄소 함량을 1%대로 낮추었겠죠.)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아주 소규모 생산밖에는 할 수 없었다는 점. 철광석을 아주아주 잘게 부수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우츠’ 내에 생긴 미세한 결정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고 합니다. 왜 다마스커스 검이 그렇게 귀했는지 기술적인 면에서 보니 재밌군요.

Our Lady of Weirdness: The Queen of Sheba (영문, 유료구독 한정)

이것저것 말이 많은 시바의 여왕에 대한 기사. 유대교와 이슬람교 전통에서는 빌키스, 발키스, 에디오피아에서는 마케다 여왕, 연금술의 그믐달, 릴리스의 후손 등으로 불린 그녀의 역사속 위치를 생각해 보는 글입니다.

시바의 우선적인 후보는 에디오피아와 교역이 활발했던, 홍해 건너 지금의 예멘 지역에 있던 사바. 발달한 관개 농업으로 풍요로웠던 곳으로 유향의 교역 중심지였고, 인도와 무역풍을 타고 향신료와 보석 교역을 했다고 하는군요. 옛 수도 마립에는 달의 신전 마하람 빌키스가 서있고… 여왕이 다스렸던 기록은 없지만 왕이 궁전 밖으로 나가지 않는 터부가 기록된 바 있으니 사바의 왕 야크루말릭이 왕비를 외교사절로 보냈을 가능성도 제기할만 하다는군요.

하지만 아라비아의 황금 광산, 그리고 이스라엘에 좀더 가깝고 많은 유명한 여왕이 다스린 사막 교역의 요지 미디안과 팔미라도 배제할 수 없는 후보. 그 외에 바알벡,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터키 남동부의 사비안… 요세푸스에 따르면 시바의 여왕은 ‘이집트와 에디오피아의 여왕’이었다는데, 기왕 아프리카로 온 김에는 나이지리아의 에레도 유적에는 ‘비리키수 숭보’ 즉 시바의 여왕의 묘가 있다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주장한다는군요..ㅋㅋ

그 외에 연금술적 의미로도 해석되는 시바의 여왕은 베일을 쓴 여왕, 납에 숨은 빛나는 비둘기, 히브리 달력의 셰바트, 아람의 달의 여신 셰이바…남풍이자 피어오르는 새벽.

그도 아니면 릴리스의 표식인 염소 다리를 가진 악마, 어둠의 여신 아스타르테, 욕정의 화신. 여왕의 다리는 수천년에 걸쳐 회자되어온 얘기로, 에디오피아 전설에서는 용의 피에 발을 담가서 흉터가 생겼다고 하죠. 중세 유럽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거위 다리가 되어버렸고… (이렇게 되면 샤를르마뉴의 어머니인 발이 큰 베르타, 그리고 죽은자의 여왕 베르크타와 연관된다는군요.)

결국에 남는 말은 한때 연금술사였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마지막 명상, 솔로몬의 아가서와 시바 여왕에 대한 헌사 오로라. “나는 다스리며 또한 다스릴 것이며, 나를 은밀히 또 교묘히 또 부단히 찾는 자들에게 나의 왕국은 끝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