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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Stewpot): 은퇴한 모험가들이 주점을 세우고, 마을에 정착해가는 이야기.

‘가마솥(Stewpot)’은 마스터 없는 스토리 게임 RPG로, 플레이어들은 은퇴한 다음 마을에 정착해 함께 주점을 꾸리는 전직 모험가들을 플레이합니다. 이 게임은 ‘모바일 프레임 제로: 파이어브랜드’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파이어브랜드는 빈센트 베이커가 만든 훌륭한 RPG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나온 작품 중 가마솥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RPG를 들자면 ‘여왕을 위하여’ 네요(여왕을 위하여는 카드를 뽑으면서 그 질문에 답하고 서사를 쌓다가 마지막 질문에 답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책에 소개된 십여 개의 미니게임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PC들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때로는 플레이어 중 일부가 NPC를 맡아서 플레이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각 미니게임은 “축제날”, “낯선 손님과의 로맨스” “근무시간이 끝난 후”처럼 특정한 상황을 선택한 다음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롤플레이를 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때로는 주사위 굴림이나 카드 뽑기 같은 무작위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승패 요소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훈훈하게 끝납니다. 이 게임의 목적은 평화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거니까요.

초라하게 시작했던 주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멋진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PC들 역시 조금씩 모험가의 때를 벗고 평화로운 삶에 익숙해집니다. 주점에는 요리/분위기/서비스 수치가 있는데, 플레이하면서 점점 증가합니다. 또한, PC들은 처음에 모험가 경력을 세 가지씩 가지고 시작하는데, 미니게임을 하면서 점차 이 경력들을 마을 경력으로 전환합니다. 주점 수치나 PC들의 경력은 일부 미니게임에서 판정 기준/롤플레잉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모든 PC가 자기 모험가 경력을 전부 마을 경력으로 바꾸면 게임이 끝납니다.

가마솥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다른 모험 RPG 캠페인을 마친 다음 그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에필로그 식으로 플레이하면 각별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무척 마음에 드는 게임입니다.

p.s: 다만, 책 제목에 나온 ‘주점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이 게임은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 게임이지, 주점의 운영을 현실적으로 구현한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링크: https://noroadhome.itch.io/stewpot-tales-from-a-fantasy-tav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