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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혼 + 마우스 가드?

애석하게도(..) 세기의 혼으로 마우스 가드를 한다거나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요즘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캠페인을 하는데, 갈등판정에 마우스 가드 (Mouse Guard) 판정 규칙을 일부 도입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우스 가드에서는 단순 대결판정이 아닌 중요한 갈등판정을 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릅니다. 우선 서로 상대에게 안 보이게 3개의 행동을 종이에 적은 다음에 행동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할 수 있는 행동에는 공격, 방어, 책략, 속임수가 있지요.

이렇게 드러낸 행동은 행동유형의 조합에 따라 효과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공격과 공격이 만나면 각자 단독판정을 해서 상대의 HP (에 해당하는 점수)를 깎고, 공격과 방어가 만나면 서로 대결판정을 해서 공격한 쪽이 성공 차이만큼 상대의 HP를 깎습니다. 그 외에 공격과 속임수가 만나면 속임수는 아예 판정이 없고 단독판정으로 공격을 해서 HP를 깎지요. 자기 행동의 효과가 상대의 행동에 달렸기에 상대의 수를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면, 요즘은 세기의 혼 전투가 좀 평면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진행자가 전투 무대 같은 것을 잘 준비해가면 어느 정도는 나아지겠지만 (뜨끔), 또 다른 이유라면 모든 공격과 전투원 대상의 책략에 방어를 할 수 있고, 상대나 장면에 면모를 부여하는 책략 행동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습니다. 공격을 해도 매번 행동 소모 없이 방어가 되니 공격의 효과는 줄어들고, 책략은 특히 상대의 방어가 성공하면 행동 낭비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우스 가드 식으로 상대의 수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면 전투가 한결 빠르고 긴장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초기 구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편은 인물 하나일 수도, 여럿일 수도 있으며, 여럿이라면 돌아가며 행동합니다. 행동 유형은 공격, 방어, 책략 세 가지가 있습니다. 책략은 미래의 행동에 이점을 얻는 것이고, 관찰, 속임수, 주변환경 이용, 이동, 막기 등을 포함합니다. 모든 행동은 일단 상대에게 깐(?) 다음에 적절한 기능으로 수행하면 되고, 스턴트, 자신의 면모, 장면 면모 등을 원래 규칙대로 적용합니다.

책략은 책략 행동을 했을 때 성공수만큼 생기는 책략 점수를 통해 기능합니다. 책략 점수는 하나의 대상의 단일 행동에 최대 2점까지 가산점이나 벌점을 주는 데 추가 행동을 소모하지 않고 사용할 수도 있고, 상대편의 책략 점수를 깎는 데에 제한없이 행동을 소모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효과가 생기는지는 서술로 정당화해야 합니다.

사용례 1: A와 B의 대결에서 A는 1라운드 행동 2에 횃불을 끄는 책략으로 책략 점수를 5점 얻었습니다. 행동3에 공격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갑작스런 어둠에 당황한 B의 방어 행동에 -2를 주고, A의
공격에 +2를 주어서 4점을 소모합니다. 그리고 2라운드 행동 1 때에 어둠을 틈타 자신의 방어 행동에 +1을 주면 5점의 책략 점수를 모두 소모합니다.

사용례 2: A와 B의 대결에서 A는 1라운드 행동 2에 횃불을 끄는 책략으로 5점을 얻었습니다. B는 1라운드 행동 3에 책략 점수를 3점 얻은 뒤, 나중에 점수를 소모할 때 A가 끈 횃불을 일부 켰다고 서술하고 3점을 들여 A의 책략 점수 5점을 2점으로 깎습니다.

행동 조합의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상과 회복 효과는 모두 그 행동을 하는 전투원에게 적용합니다.

공격과 공격이 만나면 서로 0 기준의 단독 판정으로 성공수만큼 상대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공격과 방어가 만나면 대결 판정을 해서 방어자에 대한 공격자의 성공수만큼 방어자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공격과 책략이 만나면 서로 대결 판정을 하여 공격자가 이기면 성공수만큼 피해를 입히고, 책략가가 이기면 성공수만큼 책략 점수를 얻습니다.

방어와 방어가 만나면 서로 2 기준의 단독 판정을 하여 건강이나 평정 칸을 채운 것이 있다면 성공수 이하의 칸을 모두 비웁니다.

방어와 책략이 만나면 방어는 아무 효과가 없고, 책략가는 0 기준의 단독 판정으로 성공수만큼 책략 점수를 얻습니다.

책략과 책략이 만나면 서로 0 기준의 단독 판정으로 성공수만큼 책략 점수를 얻습니다.

이상과 같이 세기의 혼에 마우스 가드의 판정 방식을 단순화해 도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현재 세혼으로는 좀 무리인, 두 전투원이 서로 달려들어 맞찌르고 쓰러진다든지 하는 것도 표현이 될 것 같군요. 규칙이라는 게 어느 한 부분을 고치면 전체에 영향이 있는지라 이렇게 하면 스턴트라든지 장면 면모 규칙도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장비 스턴트 같은 것은 공격에 +1 혹은 방어에 +1 하는 식으로 특화할 수 있겠죠.) 한편 2:1 같은 상황에서 적용이 애매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만… 일단 제가 보기에는 재밌어 보이는군요. 기회가 되면 플레이테스트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OR로 한다면 스크립트를 짜야..(엉엉))

마우스 가드: 1152년 가을

어제 TRPG로 한 마우스 가드 (Mouse Guard) 플레이테스트입니다.

색슨, 켄지, 라이엄

왼쪽부터 색슨, 켄지, 라이엄

요약
생쥐 사회를 지키는 용감한 수호자 마우스 가드인 켄지, 세이디, 색슨, 라이엄은 실종된 곡물 장수를 찾아 마을 사이를 수색하다가 그를 발견해 바크스톤 마을로 동행합니다. 마우스 가드의 수장 그웬돌린의 귀띔대로 곡물상이 배신자인지 알아내고자 켄지는 그를 미행하고, 색슨, 세이디, 라이엄은 곡물상이 가장 오래 들른 지도장이 가게로 가서 지도장이를 심문합니다. 지도장이는 입을 열지 않지만, 그들은 마우스 가드의 본거지 로크헤이븐의 불법 지도를 가게에서 발견하지요.
곡물상이 마우스 가드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모른다는 증거를 잡은 이들 마우스 가드는 마을을 서둘러 떠난 곡물상을 체포하고, 추궁하자 곡물상은 이미 로크헤이븐에 대한 공격 작전이 진행중이라고 실토합니다. 일행은 로크헤이븐을 습격하러 가는 군대를 피하고 뱀과 싸워가며 로크헤이븐에 먼저 도착해 위험을 경고하고, 몰려오는 반군에 대항해 로크헤이븐 방어전을 준비합니다.
감상
마우스 가드 만화 원작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 시나리오는 원작 첫편에서 따온 것입니다. 또한 원작 보신 분은 알겠지만 같은 시작, 같은 등장인물인데도 (혹은 비슷한–원작에서 세이디는 나중에 등장하죠) 어느 시점에서 결정적으로 갈라지면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됩니다. 그것이 RPG의 묘미인 의외성이겠지요.
세이디

세이디

마우스 가드는 한동안 관심은 있었지만 처음 해보았는데, 일단 판정이 재미있었습니다. 협동을 통해서 주사위를 더 받는다든가, 운명과 성격 점수 같은 자원을 관리한다든지, 본성을 기능 대신 굴릴까 판단하는 등의 게임적 재미가 쏠쏠했지요. 특히 중요한 심문과 전투에 사용한 갈등 판정 규칙은 상당한 극적, 전술적 재미가 있었습니다. 행동을 3개씩 미리 정하고 하나씩 드러내므로 상대의 선택을 미리 예상하고 유리한 선택을 하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대신 행동 조합마다 효과가 다르고 (예를 들어 공격 대 공격은 각각 단독 판정, 공격 대 방어는 대항 판정 등) 행동 유형마다 붙는 가산점이 다른 갈등 판정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꽤 복잡하고 어려운 규칙이기는 했습니다. 특히 일대 다수 판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고요.
또 마우스 가드 규칙의 좋은 점이라면 신념, 목표, 습성을 통해 인물과 세션에 방향성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색슨은 자기 칼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신념이 있고, 습성은 위험하다 싶으면 무조건 칼을 뽑는 것입니다. (위에 그림에서도 칼을(…)) 그의 친구이자 순찰대장인 켄지의 목적은 곡물장수가 배신자인지 알아내는 것이었고, 순찰대의 막내 라이엄의 습성은 도움이 필요한 일에는 언제나 나서고 목적은 켄지와 색슨에게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각 인물의 개성이 표현이 잘 되었고, 인물 주도적인 세션이 되었다고 봅니다. 세션이 끝난 후에 서로 얘기해 신념을 지켰는지, 목표를 이루었는지 등을 판단해 포상을 하는 것도 참가자끼리 세션을 곰씹는 사회성을 촉진했고, 인물의 방향성을 살리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플레이였고, 쥐들은 귀여운데 내용은 심각한 묘한 부조화(?)도 좋았습니다.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한 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마우스 가드는 앞으로 또 활용해보고 싶은 규칙이기도 하네요. 좋은 플레이 해주신 마나밍님, 승한군, 어린왕자님, 펠군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우스 가드 1152년 가을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