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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달: 기획, 제작과 시범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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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번 금-토요일 심야-새벽 스카이프 플레이에는 뭘 할까 이것저것 얘기하다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으로 시리즈물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배경으로는 처음에 승한님이 늘 노래를 부르시는 트랜스휴먼 스페이스 (Transhuman Space)를 제안하셨는데, 뱀프님은 썩 마음에 차지 않으셨죠. 그래서 전에 쓴 놀이와 교섭 글을 활용해서 승한님은 왜 THS를 바라는지, 뱀프님은 왜 별로 원하지 않는지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재밌게도 승한님은 THS 배경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신 게 인류의 격변기에 일어나는 변화와 안정 사이의 갈등이라고 하셨습니다. 뱀프님은 그런 주제는 좋지만 THS 같은 하드 SF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고요. 저도 하드 SF는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대신 공통 관심사인 ‘격변기의 인간’을 다룰 수 있는 소재를 같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얘기 나온 것은 나치당 집권기의 독일, 노예 해방기의 미국 남부, 고려 조선 왕조 교체기 등이었는데, 이런저런 제안을 주고받다가 결국 일본의 메이지 유신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고증에 치이지 않게 판타지나 대체역사는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했는데, 역시 현실 배경이 다들 더 끌렸죠. (어차피 놀이로 하면 모두 다소간에 대체역사긴 하고..(…)) 제가 메이지 유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제일 주저했는데, 생각해 보니 제 이유는 지식이 없다는 것뿐이었으므로 저보다 좀 더 아는 게 많은 다른 두 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인물 제작

막 메이지 유신을 배경으로 하기로 정했을 때쯤 광열님이 들어오셔서 플레이에 끌어넣고 시리즈 주인공을 제작했습니다. 이때 동환님의 규칙 요약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PD (진행자)를 따로 정하지 않고 일행 개념 없이 전원이 주인공을 만들고, 자기 주인공이 지금 안 나오는 분은 임시 PD나 조연을 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하다 보니 자기 주인공이 안 나와도 다들 진행 중인 장면 가지고 만담 웃고 떠들며 제안하기에 바빴고요.

그렇게 얘기해서 나온 네 인물은 고향에 신식 소학교를 지으려고 하는 하세가와 준이치로 (승한님), 도쿄에서 요정을 운영하는 발 넓은 게이샤 우메하 (로키), 신센구미 출신으로서 비겁하게 살아남았다고 자책하는 다치바나 시게하루 (뱀프님), 그리고 다치바나의 옛 약혼녀이자 우메하에게 교육받으며 게이샤의 길을 걸을까 고민 중인 아가씨 유리 카나코입니다. 그리고 인물 사이의 관계와 주제 의식의 연관성을 생각해 배역 비중의 흐름을 정했고요.

제작을 하는 데 시간이 꽤 들었지만 시간이 좀 있어서 전원 비중 2짜리 첫 시범 방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범 방영

고향에 소학교를 지으려고 동분서주하던 하세가와는 우메하를 통해 우메하의 단나이며 정계의 명사인 마츠오 다이키를 소개받습니다. 마츠오는 지금 절이 있는 터를 소학교 터로 제안하고, 하세가와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일이 진척을 보이는 데 안심합니다. 하세가와와 우메하는 서로 이끌리는 것을 느끼지만 내색하지는 않고, 마츠오는 카나코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입니다.

자기 단나가 카나코에게 관심을 보이는 관심을 눈치챈 우메하는 마츠오의 호의를 더 얻을 생각으로 카나코에게 마츠오의 밤시중을 들 것을 요구합니다. 카나코는 우메하의 단나와 그럴 수는 없다고 거절하고, 낮에 하세가와를 보던 우메하의 시선까지 들먹이자 우메하는 성질을 못 이기고(..) 카나코의 뺨을 때려 얼굴에 상처를 낸 관계로 밤시중 건은 무위. 머리를 식히라며 우메하는 카나코를 광에 가둬버립니다.

하세가와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고 다니는 일에 대해 분개하며 소학교를 세우겠다는 짓은 당장 그만두라고 윽박지릅니다. 하세가와는 근대화를 옹호하며 계속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은 그만 하라며 하세가와를 방에 가둬버립니다. (광열님 말씀마따나 다들 갖히고 있어요! (…))

한편, 다치바나는 우메하의 요정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값이 모자라다며 신센구미에 있을 때 찼던 낡은 칼을 빼앗깁니다. 처음으로 무력감이 아닌 의욕을 보이며 칼을 돌려받으려고 덤볐다가 흠씬 얻어맞고 칼을 뺏긴 그는 거리에 처량하게 혼자 앉아 자기는 죽는 게 나았다고 죽은 옛 조장에게 읊조립니다.

새벽에 광에서 풀려나온 카나코는 칼을 되찾으러 몰래 들어온 다치바나와 마주칩니다. 전에도 몇 번 스쳐갔지만 서로 모습이 달라져서 설마 했었던 두 사람은 눈물로 화장이 다 지워진 카나코, 오랜만에 술병을 내려놓을 만큼 의욕이 생긴 다치바나를 달빛 속에서 서로 알아봅니다.

네가 죽은 줄 알았다며 오열하는 카나코에게 다치바나는 나 같은 놈 때문에 울지 말라며,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 두 사람과 세월을 느끼고 돌아섭니다. 거리에 서서 혼자 우는 카나코를 보고 사태를 짐작한 우메하는 카나코에게 진정한 마음을 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다고 충고합니다.

제 1화: 움직이는 시간 예고편

도쿄에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

(창문으로 탈출하려다가 굴러떨어지는 하세가와)

우메하: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물론입니다, 나으리.

(몰래 나오려던 하세가와, 문지방을 넘자마자 개가 마구 짖어대는 바람에 방안으로 도주.)

카나코: (다치바나의 검에 술을 달아주며) 꼭 살아돌아와야 해. 약속이야!

다치바나: (술이 달린 검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긴 모습)

(방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하세가와)

우메하: (하세가와 집 대문 앞) 하세가와상 계신지요?

도쿄의 달, 그 대망의 1화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상

뭐 일단, 재밌었습니다.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메이지 유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중요한 건 당대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상황과 인물이더군요. 인물들이 다들 생생하고 참가자끼리 호흡이 잘 맞아서 아주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원래 규칙의 역할 분담은 고정 PD가 있고 나머지는 참가자인 아주 고전적인(?) 방식인데, 제가 배경 시대를 잘 몰라서 PD를 잘 할 자신이 없기도 했고 또 이 규칙에 굳이 고정 진행자가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일행을 이루기는 어색한 인물들이고, 자기 인물이 안 나올 때 PD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특정 장면에 PD나 참가자로서의 역할이 없다고 해도, 어차피 이런저런 제안을 던지며 ‘이런 인격파탄자!’ ‘카나코가 불쌍해~’ ‘우메하라면 쇠몽둥이로 다 때려눕히고 하세가와 구출을..’ 등등 떠드는 것 자체가 진짜 재밌었습니다. 한 마디로 TV 보면서 웃고 떠드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TV 프로, 스스로 만들고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재미까지 더해서 말이죠. 채팅이 아닌 음성 플레이여서 더 집중도가 높은 점도 있었겠고요.

어쨌든 안방극장 대모험은 이런저런 기회에 해보았지만 한 번도 1기를 마쳐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야말로 하나의 시즌을 마쳐보고 싶네요. 즐거운 플레이에 함께해주신 광열님, 뱀프님, 승한님께 감사드리고, 다음 주에도 다같이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7세기 극장 대모험 – 현재의 계획

현재 17세기 극장 대모험 캠페인에서 방영할 1기의 5화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대충 잡아보고 있습니다.

일단 드뇌브 가문이 마르고를 떠나보낸 아이젠 구호여행은 하인ㅤㅉㅔㄹ의 프라흐티히에 내린 후 아이젠을 반시계 방향으로, 즉 하인ㅤㅉㅔㄹ – 피쉴러 – 하일그룬트 – 푀젠 – 비셰 – 지거 영지 순서로 돌아서 지거 영지의 슈테르케에서 출항, 다시 교역강을 따라 몽테뉴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어디까지나 ‘예정’일 뿐 이대로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이 여행계획은 PD에게 꽤 편리한데, 전쟁의 피해가 비교적 덜한 지역에서 더한 지역으로 움직이면서 프로의 심각성을 점진적으로 높여갈 뿐 아니라, 각 주인공의 주제의식 순서를 대체로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 순서에 따라 현재 대강의 기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화 – 세상은 무대로다

하인ㅤㅉㅔㄹ 영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게오르그 하인ㅤㅉㅔㄹ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제목의 이유를 알 수 있죠. 일단은 주인공들이 서로 만남으로써 가상의 무대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도 맞고, 또 다소 코믹한 분위기로 끌어가기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화면 존재감 3짜리 주인공이 없으니 가벼운 분위기로 가는 편이 좋을듯.

2화 – 검은 십자가의 그림자 속에서

배경은 피쉴레어. 여전히 화면 존재감 3은 없지만, 모험과 미스터리를 즐기는 가벼운 기분을 유지하면서 조금은 더 분위기가 어두워질 시점인듯. 전쟁의 실제 참상에서는 좀 떨어진 상태로 30년 전쟁을 일으킨 종교갈등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3화 – 눈먼 드라켄의 비극

배경은 푀젠. 사실 3화에서는 레닉스가 화면 존재감 3인데, 야데르와 순서를 바꾸는 건 어떨까 고민중입니다. 푀젠 같은 경우 아이젠에서도 가장 상무 전통이 강하다는 점에서 레닉스에게도 어울리지만 한편 이곳의 영주 파우너 푀젠이 제어력을 잃는 걸 못 견뎌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야데르의 고민에 더 어울리는 것도 같거든요. 3화를 비셰, 4화를 푀젠으로 할 수도 있겠군요. 왜 되돌아가는지 이유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또 야데르의 부차적인 주제의식이라면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든가 마르고와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을텐데, 자기 영지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푀젠 영지의 상황에 대해서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 또 푀젠 영주에 대한 헨드릭 브란트의 막무가내식 구애를 보며 자신과 마르고의 아슬아슬한 관계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4화 – 권세 가진 자 절망할지라

배경은 비셰. 역시 레닉스에게도, 야데르에게도 어울릴 수 있는 곳이지만, 현재는 레닉스 쪽으로 좀더 기울고 있기 때문에 더욱 레닉스와 야데르의 순서를 바꾸도록 부탁할까 생각중입니다. 비셰 영주는 현재 광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의사인 야데르가 관련될 수도 있겠고, 또 자기 행동에 대한 모든 제어력을 잃은 영주의 병세는 야데르의 주제의식에도 부합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젠에서 가장 비참한 비셰의 상황이 레닉스의 ‘미숙’이라는 주제의식을 더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비교적 편안하게 살아온 레닉스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더불어 비셰의 경비대 ‘포효하는 드라켄’의 대원들은 거의 다 드렉셀 사용자라는 면에서 애당초 드렉셀 때문에 아이젠으로 건너온 레닉스에게 더 어울릴지도요.

5화 – 폐허에 핀 장미

배경은 지거 영지. 이곳을 티르피츠의 출신지로 생각하고 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일단 지거 영지에 위치한 슈테르케에서 티르피츠가 사관학교를 나왔으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지거 영주의 초토화 작전으로 파괴된 지거 영지의 모습은 자신의 인간성에 의구심을 가진 티르피츠의 주제의식과도 연관될 수 있겠죠. 더불어 이 시점까지 티르피츠를 집요하게 괴롭혀 왔을 까스띠예 여인네의 원한을 크게 터뜨리기도 좋은 곳. 화면 존재감 3-2-2의 상당히 시끌시끌한 최종화가 될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1~2회 연장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이상이 현재까지의 여행 계획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선 이 사람들이 프라이부르그로 갈지, 몬다비로 갈지 전 모릅니..(먼산) 이 여행이 외면적인 것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것이기를, 그래서 주인공은 물론이고 PD와 참가자들도 끝났을 때 뭔가 한두가지는 남는 것이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제안이나 비판은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17세기 극장 대모험 – 몇가지 수정규칙

17세기 극장 대모험과 관련해서 안방극장 대모험의 규칙에 몇가지 수정을 하겠습니다. 의견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2 세션 = 1화

본래의 규칙에서는 한 회의 놀이가 프로의 한 화이지만, ORPG는 TRPG보다 느리기 때문에 두번의 놀이를 한번의 방영으로 치려고 합니다.

2. 추가 관객풀 규칙

안방극장 대모험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경험치가 없는 규칙이고, 가장 가까운 개념이 팬레터입니다. 개인적으로 놀이 외의 노력에 따른 경험치 포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규칙을 사용할까 합니다.

한 화가 끝나고 남은 예산은 원칙적으로 버려지지만, 일단 기록해 두고 있다가 참가자가 캠페인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할 때마다 남은 예산을 하나씩 추가 관객풀로 전환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 자료 찾기, 놀이기록 정리, 번역, PD에게 발상 제공 등이 그 예입니다. 이 추가 관객풀은 참가자들끼리 의논해서 서로 팬레터로 분배해 주십시오.

17세기 극장 대모험!

드디어 저질렀습니다! 7번째 바다의 세계 테아(Theah)를 배경으로 안방극장 대모험 규칙을 적용한 17세기 극장 대모험 캠페인! (기우님의 옛 팀 이름을 표절..) PD는 로키, 참가자들은 삭풍님, 제노시아님, orches님입니다.

테아를 배경으로 한 안방극장 대모험 캠페인은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활극 자체가 꽤 텔레비전 형식에 어울리는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고, 테아 같은 경우 제가 RPG 세계관 중 가장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세계인지라 진행하기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 사정으로 시간을 몇번이나 바꾸다가, 취소한다고도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진행하게 된 첫 세션 (1화 1부)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판돈이나 서술권, 장면신청 등의 개념을을 참가자 분들이 상당히 빨리 이해하셨기 때문에 규칙상으로도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고, 모든 주인공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사건도 흥미롭게 진행돼서 아주 재밌었습니다. 특히 하이랜드 귀족 레닉스 맥도널드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이젠 용병 티르피츠 오펜하이머를 물먹이는 대목은 솔직히 꽤나 악질적이었는데도 웃겨 죽는줄 알았다죠..(…) 철없는 도련님 레닉스와 성실하면서도 불운한 티르피츠의 대조가 한편 코믹하기도, 한편 안쓰럽기도 한 장면이었습니다. 야데르의 능구렁이 행동과 마르고와의 장면들도 맘에 들었고요. 멋진 연기와 극적 감각을 보여주신 제노님, 삭풍님, 오체스님께 감탄할 뿐.

아쉬운 점이었다면 판정이 어떤 대목에선 과다했고, 어떤 대목에선 너무 없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삭풍님이 판정을 너무 많이 하신 것 같고 제노님은 티르피츠를 사직시키는 중요한 부분에서도 판정 없이 지나갔다는 건 PD의 불찰. 화면 존재감이 가장 높았던 제노님의 레닉스가 가장 뜨는 건 어떻게 보면 적당한 결과였지만, 판정의 불균형은 없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세션마다 하나의 화를 끝내서 총 10회 (5화) 하고 나면 일단 1기는 끝날 것 같습니다. 연장방영은 그 이후 결정할 일이죠. 다음번의 1화 2부도 기대되는군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마하트 프리야나 – Primetime Adventures판

(가상의 TV 드라마를 만드는 역할놀이 ‘안방극장 대모험’은 각 주인공의 고민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큰 줄기를 엮어가는 진행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화면 존재감의 균형을 맞추어서 주인공들이 돌아가면서 프로의 중심이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 화에서 얼마나 화면 존재감–극적 중요성–이 큰지에 따라 판정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마하트 프리야나 (Primetime Adventures)

-컨셉: 히로너스의 성기사가 된 헥스터의 전 암흑기사
-고민: 신앙에 대한 갈등
-능력: 쌍도끼를 휘두르는 전사 □□□
-능력: 히로너스의 권능 □□□
-인맥: 프라사드 카일라쉬 □□□
-개인세트: 신전에서 기도하기

비고

상당히 간단한 시트군요. 고민과 인간관계, 내적 갈등이 중심이 되는… 시트라기보다는 컨셉의 나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능력과 인맥은 체크표시를 해서 판정에 추가 주사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따라서 사용 횟수는 각각 한 화에 세번으로 제한됩니다. 이 규칙에 대한 예외가 개인 세트로, 주인공이 자기 개인 세트에서 장면을 가지면 체크표시가 지워집니다. 개인 세트의 조건은 주인공에게 의미있으며 깊이있는 심리표현을 유도하는 장소, 혹은 행동. 물리적인 장소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고,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습관은 왠만한 게 아니면 조건에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캐릭터의 경우는 신전에서 기도하면서 성기사로서의 권능을 충전(?)할 수도 있겠고, 싸움을 위한 결의를 다질 수도 있겠죠.

안방극장 대모험 플레이테스트 – 오티엘 밴드 이야기 플레이 보고서

이번에 ‘안방극장 대모험(Primetime Adventures)’ 룰을 사용한 플레이테스트 겸 즉플을 해보았습니다. 광풍님의 잡담방에 있다가 갑자기 ‘즉플하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도 없이 시작한, 그야말로 즉석 플레이였다죠..ㅋㅋ 희생양(?)들은 같은 잡담방에 있던 죄밖에 없었던 구네님, 러드네이님, 희미님 세분이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은 가상의 TV 드라마를 만드는 룰로, GM(이 룰에선 PD라고 함)과 플레이어들이 상의해서 프로를 기획하고 만든 다음, 그 내용을 롤플레이하는 룰입니다. 룰을 간단히 설명하고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드라마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내용, 즉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연예계와 학교에서 겪는 내용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낙찰을 봤습니다. (실은 폭군 PD의 독단이었던 소리는 절대 못하겠…) 그다음 캐메에 들어갔죠. 원래 아이돌 댄스그룹으로 컨셉을 잡았었는데 러드네이님이 악기 다루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재밌게도 그룹 컨셉에서부터 시작해 내용 자체에도 꽤 영향이 컸습니다.

구네님과 희미님에게 배스와 드럼을 맡은 캐릭터는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두분 다 노래와 댄스를 하는 가수 캐릭터를 원하시더라고요. 이쯤에서 자칫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플레이 끝나겠다는 위기감! (어이, 오버야) 진땀나는 PD, 방안을 짜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것이 바로 전설의 그룹 아바(ABBA). 아름답고 노래 잘하는 아그네사와 프리다, 그리고 연주 파트를 맡은 베니와 비요른의 환상 4인조. 그래,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구네님과 희미님 캐릭터들은 노래와 댄스를 맡고 러드네이님 캐릭터는 밴드 쪽, 그리고 NPC 밴드 멤버들을 추가해서 순수 아이돌 그룹이 아닌 어느정도 음악성을 갖춘 젊은 밴드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거기다 러드네이님이 그 NPC 밴드멤버 중 키보드 맡은 녀석에 대한 설정을 해서 더욱 재밌어졌습니다. 내키지 않는 자신의 캐릭터를 연예계로 끌어들인 절친한 친구이자, 밴드의 노래 작곡을 맡은 캐릭터라고 말이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캐릭터가 플레이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이와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선회하는 플레이야말로 즉플의 매력이 아닐까요? ㅋㅋ

밴드 이름은 플레이어들의 최강의 작명센스로(…) 오티엘 밴드가 탄생했습니다..ㅡㅡ/ 최종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김윤정(플레이어: 구네)

-오티엘의 보컬을 맡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노래를 너무나 좋아해서 같은 밴드 멤버인 유리의 표현대로라면 하루종일 노래만 부르고 있으라면 행복할 아이. 아빠가 연예활동을 탐탁치 않아 하는 점이 괴롭습니다. 성적이 꽤 좋은 편으로, 활동하느라 바쁠 때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습니다.

-고민: 아빠와의 갈등

-능력: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모범생

-인맥: 학교 선배 주인혁 (언더그라운드 밴드 쪽에서 어느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기대주, 윤정이 몰래 가슴 두근거리는 상대)

2. 이세진(플레이어: 러드네이)

-기타를 맡고 있는, 역시 고등학교 2학년생. 고아이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저 같은 학교 친구인 미희, 윤정, 인성과 음악을 하던 중 기획사의 눈에 띄었고,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인성의 강력한 권유로 함께 연예계에 뛰어들게 됩니다. 지금도 연예계가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회의하고 있습니다.

-고민: 연예인의 삶이 자신에게 맞는 건지 고민중

-능력: 기타리스트

-인맥: 세진을 키워주신 할머니, 친구이자 밴드 동료인 황인성

3. 장미희(플레이어: 희미)

-윤정과 함께 오티엘의 보컬, 인성과 함께 작곡을 맡은 발랄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집이 빚 때문에 어려운 관계로 연예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수입은 전액 부모님 통장으로 직행하고 본인은 쪼들리는 착한 딸이자, 이기적인 가족들한테 치이는 불쌍한 소녀이지요.

-고민: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능력: 귀여운 여가수

-인맥: 반항적인 남동생 원경, 미희를 이해해 주고 연예활동도 응원해 주는 담임선생님 유하진

시범 방송이므로 모든 PC들의 화면 존재감은 2, 그리고 짧은 플레이므로 PC들의 개인 세트는 모두 똑같은 학교 옥상으로 맞췄습니다.

4. NPC 멤버들

-명호일: 신디사이저와 필요할 때면 턴테이블을 다룹니다. 원래대로라면 고3일 나이이지만 학교는 자퇴했습니다. 음침한 성격과 태도에 그저 음악밖에 모릅니다. 정상적인 정신세계의 소유자라고 보긴 힘들지만 음악적 재능만은 천부적인듯. 세진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멤버. (하긴 누가 좋아하겠어요..ㅡㅡ;;)

-박유리: 오티엘의 베이시스트이자 스타일 좋은 이쁜 언니. 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관계로 젊은 밴드 오티엘의 최연장자..(…) 다소 건조한 성격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특히 윤정을 친동생처럼 아낍니다. 줄담배를 피우는 골초. 착한 학교 선배와 시간날 때마다 데이트를 즐기며 목하 열애중.

-정우진: 드럼을 맡은 대학 1학년입니다. 성격 좋은 호남형으로, 밴드의 고등학생 멤버들에게는 형이나 오빠 같은 존재. 실은 일반 대학생을 훨씬 웃도는 주머니 사정으로 밥을 잘 사준다는 점 때문에 인심을 얻은 걸지도…;;

-황인성: 키보드를 치고 미희와 함께 작곡을 맡은 고등학교 2학년생. 미희, 세진, 윤정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닙니다. 세진의 절친한 친구이자 머뭇거리는 세진을 연예계로 끌어들인 장본인. 음악적 열정이 대단한 녀석으로, 부모님은 지방에 계신데 혼자 서울 올라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오티엘 밴드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끊임없이 곡을 쏟아내고, 학교에서는 음악실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예술가적 기질만큼이나 자존심 세고 예민한 성격을 어느정도 누그려뜨려 주는 존재가 세진입니다.

…정말 PC와 NPC를 통틀어 캐릭들의 나이를 보면 한국 음악계에 신동의 시대가 도래했나 싶은..(웃음)

처음 플레이가 시작된 도입 장면에서 카메라는 불꺼진 방을 비춥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티엘 밴드의 히트곡 ‘너에게’가 생방송으로 나오는 사이 컴퓨터 앞에는 사람이 혼자 앉아 게시판 글을 올립니다. 카메라가 다가가면서 그 사람이 쓰고 있는 글이 보입니다. ‘오티엘 밴드, 일본 밴드 표절.’ 여기서 플레이어들의 경악 큐.

다음 장면. ‘너에게’를 만족스럽게 공연한 오티엘 밴드 멤버들은 분장실 문 저편에서도 들려오는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잠시라는 것을! +_+) 서로 웃고 장난치며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멤버들. 그때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분장실에 매니져 선생님이 벌컥 들어오고, 하얗게 얼굴이 질린 채로 좀전 게시판 글과 답글들을 출력한 종이를 테이블 위에 던집니다. 신생 인기 밴드에 자칫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악성 루머에 멤버들은 할말을 잃고… 특히 작곡을 맡은 인성이는 더더욱 견디지 못하고 먼저 나갑니다.

매니져 선생님과 멤버들은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고 일이 커질 경우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뒤, 세진과 미희, 우진은 인성이가 걱정돼서 가보기로 하고, 윤정은 머리가 아파서 집에 가겠다고 합니다. 유리는 다 잘 될 거라며 윤정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데이트하러 떠납니다. 장면신청을 받자 세진과 미희의 플레이어분들은 인성이와 만나는 장면, 윤정의 플레이어분은 집에 가는 길에 학교선배 인혁과 마주치는 장면이었습니다.

PD로서 자칫 난처할 수도 있는 PC들의 분리 상황이지만 룰의 성격 덕분에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자체가 (구네님이 예리하게 지적하셨듯이) 여럿이서 협력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인만큼, 자기 PC가 등장하지 않는다 해도 플레이어들은 활발히 참여할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에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는, 다른 룰에서는 참견인 것이 안방극장에서는 꼭 필요한 참여입니다. 이런 참여는 룰적으로도 확보되어 있어서, 자기 캐릭터가 안 나와도 플레이어들은 팬레터 등을 통해 이야기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미희와 세진 일행이 인성에게 찾아가는 장면부터 시작. 작업실에 가 보니 인성은 혼자서 격하게 드럼을 치면서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세진이가 큰 소리로 부르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인성은 태연한척 하려 하지만 마음이 딴데 가있는 흔적이 역력하고… 위로하려고 애쓰는 세진과 미희에게 인성은 대뜸 자신이 밴드를 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장면전환! (음하하) 집으로 가던 윤정은 집근처 음반가게에서 헤드폰을 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인혁 선배를 발견합니다. 뒤로 살금살금 접근해 헤드폰을 확 뺏어서 자기가 쓰는 윤정. 놀랍게도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건 윤정 자신의 목소리, 오티엘 밴드의 곡이었습니다. 윤정의 재능을 칭찬하는 인혁의 말에 윤정은 상기되고… 윤정은 인혁에게 밥사달라고 조르고, 인혁은 음악하는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서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윤정이 그러냐고 하면서 포기하려는 순간, PD와 플레이어들의 빗발치는 강요로(…) 결국 갈등판정을 하게 됩니다. 저는 예산을 2 배정해서 3d10, 윤정 쪽은 화면 존재감만 굴려서 2d10인데도 플레이어 쪽이 이겼습니다! 이때부터 플레이어 편드는 다이스의 배은망덕이 시작됩니다..(…)

돌아서려던 윤정은 순간 비틀거리고, 이런 상투적인 수법을 쓰느냐는 플레이어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인혁은 정말 몸 안좋은 거 아니냐며 걱정합니다. 밥 사주면 나아지겠냐는 인혁의 말에 윤정은 좋아서 그렇다고 하고, 인혁은 전화걸어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합니다. 여기서 윤정 플레이어분의 멋진 연기에 나머지 두 플레이어분들이 팬레터를 보냅니다.

다시 장면전환하면서 밝아졌던 분위기가 싸악 가라앉습니다. 세진은 주먹을 쥐면서 인성에게 다시 말해보라고 하고, 인성은 동료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세진은 자신을 억지로 끌어넣고서는 지금 와선 무슨 소리냐고 합니다. 인성은 폭발하면서, 그런 오해를 받은 것 자체를 참을 수 없다며 다른 밴드 멤버들에게 피해 주기도 싫다고 합니다. 피해망상증이라며 네 맘대로 하라는 세진. 분위기는 진정되는데, 이때 PD 당황했습니다. 이건 제가 좀 잘못한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한 장면당 판정을 한번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ㅋㅋ 1회 플레이로 끝날 거라고 생각한 관계로 차분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가능한한 룰을 많이 활용하려는 조급함도 컸습니다. 뭐 플레이어분의 멋진 대응으로 결과적으론 더 좋았지만요.

PD 버벅거리는 거 보고 러드네이님 불쌍했는지, 다음 순간 세진이 주먹을 날립니다. 얼얼한 표정으로 나가떨어진 인성. 다시 다이스 타임~! 다이스는 여전히 플레이어 편..ㅡㅡ++ 인성은 세진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웃음을 터뜨립니다. 황당해하는 미희에게 세진은 원래 이랬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저녁 근사하게 쏘겠다는 우진의 선언에 모두 웃으며 밖으로 나섭니다. 역시 세진의 멋진 RP에 팬레터 두통이 들어옵니다. 이러한 플레이어간의 RP 포상, 나름대로 문제도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다음 장면. 윤정은 인혁과 함께 국밥집에서 국밥을..(…) (구네님의 명잡담, ‘소녀에게 국밥이 뭐야.’가 이때 작열했다죠.) 음악 얘기를 하면서 두 사람은 시간가는 줄 모르죠. 가만히 놔두면 끝없이 땅만 파고드는 로키가 이 행복한 장면을 그냥 둘 리가! 이때 한켠의 텔레비전에서 연예 뉴스가 나오더니만 오티엘 밴드의 표절 의혹 얘기가 나와버렸다죠. 게시판 글 하나에서 일파만파! 윤정은 서둘러 달려가서 텔레비전을 꺼버리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놀란 인혁을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그대로 도망칩니다. 인혁은 부르며 쫓아오지만 남자녀석이 뭐가 그렇게 느려터졌는지 뒤처져 버립니다. (사실은 마스터가 또 다이스의 농간에 놀아난..ㅠㅠ)

이때부터 분위기 완급조절이 제대로 안된 채 끊임없이 안좋은 분위기로만 흘러간 점이 좀 별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로 재밌는 플레이였긴 하지만요. 다음 장면은 밥먹고 들어온 미희와 가족들의 장면. 희미님이 얘기해준 가족 분위기에 따라 구성을 해보았는데, 정말 너무 사람 안 같게 됐더군요, 미희네 가족들이..(…) 빚 때문에 살벌하다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지가 해놓고 흥분함) 아버지는 자신이 돈 못 번다는 자격지심에 늦게 들어온 딸에게 소리부터 지르고, 자기도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싶다며 울먹이는 미희를 엄마는 따뜻하게 위로하는 듯하면서 결국에는 미희가 벌어오는 돈줄이 끊길까봐 조바심을 내죠. 제가 NPC 연기하면서도 심각하게 싫었던..ㅋㅋ 이렇게 PC 중에는 미희만 나오는 와중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이야기한 점이 좋았습니다. 정말 TV 보면서 노는 기분이었달까요..^^

설상가상으로 미희의 반항기 남동생인 원경이 늦게 들어와서는 엄마한테 돈 달라고 조르고, 엄마가 돈 없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미희에게 손을 벌립니다. 더이상 집구석 분위기를(…) 참을 수가 없어서 확 소리지르고 방으로 들어가는 미희. 그런 미희 뒤로 원경은 방에까지 들이닥쳐 돈 잘 버니까 좀 내놓으라고 큰소리칩니다. 연예활동 수입 전액이 부모님 통장으로 들어가는 미희는 돈이 없다고 타이르지만, 원경은 누나도 사람인데 설마 자기 몫을 안 챙기겠냐며 비아냥거리고… 연예인 누나를 은근히 질투하는 비뚤어진 모습도 드러나지요.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미희는 아예 실력행사로 원경을 방 밖으로 밀어내고, 심통이 난 원경은 애꿎은 미희 방문을 걷어차고 자기 방으로 향합니다. 미희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죽여 울고…(토닥토닥)

다음날 점심시간. 세 사람의 공통 개인 세트인 학교 옥상에서 미희, 세진, 윤정은 학생들의 수근거리는 소리와 이상하게 보는 눈초리를 피해 잠시 평화로운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티엘 밴드의 라이벌(실은 짝퉁..;;) 밴드 팬인 학교에서 좀 노는 여자애들이 시비를 걸어와서는 표절 시비 가지고 별말을 다하지요. 세진이 상대가 여자라서 참는 사이 뜻밖에도 윤정이 대폭발해서 칠공주 리더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악을 씁니다. (멋쪄~! 퍽퍽) 상대가 세게 나오자 오히려 자기들이 당황한 칠공주, 3학년 짱을 불러내고, 세진은 3학년 짱과 맞짱 뜨려다가 무지막지한 주먹 한방에 옥상 바닥을 뒹굴죠. (다이스는 드디어 내편! 크하하) 이때 미희의 플레이어 희미님이 미희의 인맥인 유하진 선생님 옆에 체크표시를 하고, 덕분에 유하진 선생님의 시기적절한 등장으로 옥상에 뒤엉켜있는 학생들은 모두 굳어버립니다. 화면 어두워지고 오티엘 첫회 시범방송이 끝을 맺습니다.

재밌는 플레이였지만 별다른 준비가 없었고, 반성할 것도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갈등판정에 대한 부분과 분위기의 완급 조절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번 회 같은 경우 판정을 강요하다시피 한 점이 많은데 앞으로는 판정 여부는 플레이어가 주도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산은 장면 첫머리에 배정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판정을 선언할 때만 배정하고요. (내지는 판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선언한다든지요.)

행동판정과 갈등판정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시작한 것도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판정이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원하는 것과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라는 두가지 요소가 갖춰지면 벌어지는 것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행동판정이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한 캐릭터의 특정 행동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면 갈등판정은 그 욕망의 실현가능성 자체를 판정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경우도 가능합니다. ‘라이벌 NPC를 앞질러서 달려요’ 하는 것이 행동 판정의 선언이라면 ‘라이벌 NPC에게 이겨서 애인을 가로채요’ 하는 것이 갈등 판정의 선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행동판정과 갈등판정을 구분할 가장 큰 이유라면 갈등판정에서는 무엇이 달려있느냐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따라서 극적 흐름에 적합하지 않은 우연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룰북에 딱 맞는 예가 실려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소형 원자폭탄을 차에 싣고 달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야 합니다. 주인공들이 원하는 것과 그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라는 두가지 요소가 갖춰졌으니 판정이 일어납니다. 이 판정에 걸린 것은 무엇일까요? 실패하면 테러리스트들은 뜻을 이루고, 도시는 버섯구름과 함께 사라진다? 물론 극의 성격에 그게 맞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영웅적이거나 코믹한 분위기의 스파이물이라면 절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원자폭탄이 터지느냐 마느냐는 아예 판정에 걸지를 않으면 됩니다. 즉 판정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원자폭탄이 터지는 일이 없다고 정하면 그만입니다. 0.0001초 전에 타이머를 해제한다거나, 잡힐 것 같으니까 테러리스트들이 차밖으로 던지고 내뺀다거나 하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아무 중요한 결과도 없는 판정을 뭐하러 할까요? 중요한 것이 걸려있지 않다면 판정을 안하면 되지만, 원자폭탄이 안 터지더라도 판정을 할만한 가치있는 욕망은 얼마든지 걸려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자폭탄은 끝내 안 터진다 하더라도 테러리스트들을 이번에 못 잡는다면 다음에 또 주인공들을 괴롭히러 나타날 것입니다. 혹은 남편에게는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자인 남편이 추격전을 열렬히 취재하고 있다면? 혹은 보도에서 지켜보고 있는 꼬맹이가 휘말리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면? 그럴 경우 판정에 의해 이루고 말고가 좌우되는 욕망은 ‘이번에는 꼭 경찰에 넘기고야 말겠어!’라든지 ‘으악! 남편한테 내 얼굴이 보이면 안되는데!’라든지 ‘저 꼬마 큰일나겠어!’ 등등이 될 수 있겠죠.

즉, 갈등판정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는 ‘이 판정에 무엇이 걸려있는가’이고, 이것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판정 전에 정해야 합니다. 또 그 욕망, 혹은 목적은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즉 ‘캐릭터에게 중요한 것’이어야 합니다. 위에서 어린아이의 목숨을 지키겠다는 일념은 그 자체로도 꽤나 극적이지만, 만약 캐릭터가 예전에 사랑하는 아이를 잃어서 결혼생활이 불행하게 끝난 과거가 있어서 정말 필사적이 돼버린다면 더더욱 심금을 울리겠지요. 다음번에는 이런 것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설명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갈등판정 외에 또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위에서 말했듯이 분위기의 완급조절이었습니다. 제가 워낙에 어두운 분위기로 쉽게 나가다 보니 이번에도 안좋은 분위기의 장면이 계속 이어진 것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장면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지만 계속 이어지면 긴장감이 없어지는 느낌이더군요. 처음에 세진·인성의 장면과 윤정·인혁의 장면 사이에 전환했듯이 서로 대조되는 분위기 사이의 적절한 장면전환으로 더욱 탄탄한 진행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럼 푸념 좀 했으니 긍정적인 면으로 넘어가 볼까요? ㅋㅋ 우선 굉장히 재미있는 플레이였습니다. 저도 즐거웠고, 플레이어분들도 즐겁다고 해주셨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플레이어의 실력’과 ‘현대물의 가능성’ 두가지로 꼽아보고 싶습니다.

우선 플레이어의 실력. 이거 요즘 들어 제가 많은 생각을 하는 부분입니다. 얼마전에는 ‘플레이어의 실력이란’이라는 글에서 즉플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죠. 재밌게도 별 생각없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한 그야말로 즉플에서 이렇게도 손발이 잘 맞다니 신기했습니다.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인디 룰을 놀랄만큼 빠르게 습득하신 점이라든지 생기있는 RP, 부드러운 분위기… 한마디로 운이 기막히게 좋았달까요! ㅋㅋ 또 생각해 보니 제가 플레이어 실력의 또다른 측면을 간과한 게, 바로 플레이어 친화도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잡담방 같은 경우 이미 좋은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고, 그 때문에 즉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요.

또하나 생각한 점은 현대물의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검과 마법물 판타지와 어정쩡한 SF물, 휙휙 날라다니는 활극물은 마스터링해봤지만 순수 현대물은 처음 해봤거든요. 위의 캐릭터 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극히 진솔하면서도 입체적인 고민과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역시 플레이어 실력에 더해 현대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야말로 RPG인이 가장 잘 아는 시대와 공간이고, 그만큼 더 진실한 캐릭터와 표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 어디까지나 환상 소설의 크나큰 신봉론자이지만 특히 즉플에는 현대물이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