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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47화 – 공화국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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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피나틸리아와 아를란은 루키스가 있던 자리에 빈사상태로 쓰러진 마스터 티로칸을 발견합니다. 로어틸리아에게 당한 것이 역력한 그에게 피나틸리아는 왜 로어틸리아에게 사실을 알렸느냐고 추궁하고, 티로칸은 동생 손에 죽을 때까지 숨길 생각이었냐고 반문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당부합니다.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부상을 입은 그는 자락스에게 목숨을 끊어달라고 부탁하고, 티로칸의 지시로 로어틸리아를 피해 숨어있던 왕녀와 얀은 연락을 받고 루키스와 함께 돌아옵니다.

시간에 쫓기는 것을 느끼며 일행은 일단 센을 데리고 우주로 나갑니다. 센은 자신이 잠결에(..) 만든 공식이 그림자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가 그림자 프로젝트를 완성하거나 (포스로도 감지 불능) 아니면 무력화할 (일반인도 감지할 수 있는 장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스승 로크락의 말을 전합니다. 그러면서 일행의 조언을 구하고, 일행도 고뇌하지만 딱히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지요.

얘기를 하다가 피나틸리아는 로어틸리아가 그림자 프로젝트 본부로 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일행은 서둘러 세른피달로 향하지만 가는 길에 그림자 본부가 속임수로 숨어든 로어틸리아에게 급습당하고 그림자 함선 40 20 10대를 도난당한 것을 전해듣습니다. 일행은 제다이 공의회에 경고하려고 급히 코루선트로 귀환합니다.

감상

예, 고민과 고뇌의 한 화였습니다. 처음 그림자 프로젝트 설정이 생기고 ‘포도원의 제다이’가 ‘공화국의 그림자’가 되었을 때부터 우려했던 것, 즉 너무 거대한 상황 앞에서 참가자들이 막막해하지 않을까 한 염려가 현실이 되었네요. 사실 피나가 걱정할 일은 아니니 결국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 고민이지만..(흑흑 쏙 빠져버리다니!)

그래도 대화할 때 보면 정보라든지 각 선택의 결과는 다들 잘 파악하고 계셔서 정보 제공이나 대화 장면은 더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상황에 부딪치는 것뿐. 이번 화는 강제진행 성격이 강하기도 했으니, 뭔가 확고하게 할 일이 생기면 침체한 분위기도 다시 돌아오겠죠.

뭐  당연한 얘기기도 하지만, 강제진행은 RPG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드러난 것 같습니다. RPG는 근본적으로 뭔가 ‘하는’ 놀이이지 ‘보는’ 놀이는 아니니까요. 그게 로어틸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하려나 같이 정하신 동환님이 경계하신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연성 확보와 정보 제공,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필요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제진행은 되도록 적게 사용할 도구인 거겠죠, 꼭 필요하다면.

이번 화는 그래서 행동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대신 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과 내면이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자 프로젝트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라든지, 일행을 비웃으면서도 슬쩍슬쩍 도와주는 포로답지 않은 포로 피나틸리아라든지. (로어틸리아를 다시 만나려는 목적을 위해서인 것 같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아마도 재밌어서? (…) 틸하고 똑같은 얼굴로 저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경악) 집착과 고뇌의 대상이 바로 곁에 있으니 주체 못하고 찌질거리는 아를란군도 안습이었죠.

그 외에 전혀 달라보이는 두 인물 간에 속죄라는 접점을 드러낸 티로칸과 자락스의 마지막 대화, 자락스와 왕녀의 닭살, 코티에르 생전에 린라노아가 은인이자 영웅과 갈등할 수밖에 없던 사정 등도 흥미로웠습니다. 스승 로크락과 그림자 프로젝트의 성취에 기술자로서 감탄하면서도 프로젝트의 존재와 미래에 대해 과학자의 양심을 두고 고민하는 센, 그리고 어려운 문제에 답이 나오지 않는 일행의 모습에도 공감을 느꼈고요. 긴 캠페인 동안 쌓인 과거와 얽힌 인연의 기반 위에서 이렇게 다양한 면모가 나오는 것이야말로 장기 캠페인의 묘미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이 캠페인 결말을 하늘이 두 쪽 나도 봐야겠으니 모두 엔딩을 향해 달리세요! 막막해도 좋으니 달리고 보는 겁니다! (버럭버럭)

공화국의 그림자 46화 – 공화국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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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그림자 프로젝트에서 보내는 센 수색대와 합류한 일행은 로크락의 아쿠아룩스를 개조한 ‘루키스 엑스 움브라’ (Lucis ex Umbra, 그림자 속에 빛나다)를 인계받습니다. 카프리콘은 헌 우주선처럼 버리고(…) 갈아탄 그들은 꼭 센을 구해달라는 로크락의 부탁을 받습니다. 센을 수색할 곳을 정하면서 린라노아는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문리스트로 갈 것을 주장하고, 자락스는 그 알 수 없는 힘을 경계하면서도 결국 수락합니다.

문리스트에 도착한 이들은 (코루선트 외전 때 나왔던) 루란 넥스웰과 이스니르 드리엘 사제 (師弟)와 마주쳐 마스터 아카마르가 센을 찾아 그림자 프로젝트를 완성하러 두 사람을 보냈던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이스니르의 엄청난 포스 탐지력에 의존해 센을 추적해온 것이죠. 인도자 덕에 이스니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센을 쫓으며 린은 이스니르에게 센이 그림자 프로젝트의 완성을 원할까 하는 우려를 표합니다.

먼발치에서 센을 발견한 순간 일행과 센 사이에는 피나틸리아가 착륙하면서 가로막고, 루란과 이스니르가 피나틸리아가 데려온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로어틸리아는 왜 자신에게 부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숨겼느냐며 피나틸리아를 공격합니다. 분노와 고통으로 다크포스를 내뿜으며 마침내 로어틸리아는 피나틸리아의 목을 졸라 들어올리며 포스 라이트닝을 날리고, 막으려는 동료들마저 공격합니다.

로어틸리아:
“내게
숨겨놓고 뭘 생각한 거지
?”
로어틸리아
:
교차한
세이버로 밀어내고
로키:
내가
생각을 했을 리가 없잖아
?” 피나틸리아가 가볍게 말합니다.
로키
:
우리
둘 중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건 너지
.”
로어틸리아
:
그래?”
라면서 포스 그립
로어틸리아:
하지만
언제나 뒤에 고민한 건 너였지
.”
로키
:
목이
졸리면서 피나틸리아는 서서히 공중으로 들어올려집니다
.
로어틸리아
:

고뇌
. 여기서
끝내주지
.”

피나틸리아를 놓으라는 자락스의 말에 로어틸리아가 피나를 자락스에게 던지(..)자 피나틸리아는 이번에는 동생을 포스로 공격하지만… 무작정 막아선 아를란에게 막혀버립니다 (?!). 로어틸리아의 다크포스가 강해진 만큼 다크포스가 흩어지기 시작한 피나틸리아는 아를란에게 (메아리: 아를란에게 아를란에게 아를란에게..) 제압당하고, 로어틸리아는 린라노아와 자락스에게 벗어나면서 루란을 망설임없이 베어넘기고, 피나틸리아가 이끌고 온 병사들과 함께 후퇴합니다.

동생을 돌이킬 수 없는 어둠에 빠뜨리고 만족하느냐고 호통치는 자락스에게 피나틸리아는 죽이라고 하지만, 자락스는 아를란에게 명령해 루키스에 피나틸리아를 구금하라고 합니다. 병사들을 유인했었던 센은 부상당한 채 일행과 합류하고, 그와 자락스는 함께 공화국 외곽으로 나왔던 동료의 타락을 한탄합니다.

눈앞에서 스승을 잃고 망연자실한 이스니르는 같은 상황을 겪었던 린라노아의 위로로 조금 진정하고, 자신이 스승을 장사지낼 테니 일행은 임무를 서두를 것을 당부합니다. 일행은 센과 함께 루키스로 향합니다.

감상

아아 틸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음?) 예, 어쨌든 로어틸리아가 일행에서 떨어져 조연화되었습니다. 대신 피나틸리아가 새로 PC가 되었지요. 한동안 동환님과 얘기하고 궁리하던 부분이기도 했고, 두 자매의 주제의식의 완성이기도 한지라 (진짜 완성은 같이 죽는 거겠지만..(..)) 이번에 동환님의 참가가 얼마 남지 않게 된 김에 결행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장면은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좋은 설정을 바탕으로 극적 흐름을 잘 주도하고 또 맞춰주시는 동환님의 참가자로서의 실력이 잘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고요. 오랜 시간 지켜봐온 두 인물의 내면과 고뇌, 변화가 쌓이고 엮여 마침내 극적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순간은 장기 캠페인만의 재미이기도 하죠.

워낙 중요한 장면이어서 판정을 하면 어떨까 나름 같이 궁리했는데, 아무도 판정에 걸 결과를 떠올리지 못해서 판정 없이 했습니다. 행동 선언이 나오면 참가자의 극적 욕구와 전체 장면의 흐름을 함께 고려해서 결과를 적절히 조절하고, 서로 제안도 던지는 등 유연한 진행이 된 듯합니다. 주사위라는 객관적 기준 없이도 몇 화 무리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오래 같이 플레이하면서 서로 극적 욕구가 많이 조화를 이루었고 의사소통도 원활하다는 뜻이겠죠. 말하자면 서로 기준이 많이 일치해서 외부적 기준이 필요한 일이 적어진 걸까요.

루란과 이스니르 만담 사제의 등장은 이방인님 컴퓨터 고장으로 코루선트 외전 2부 때 결론이 안난 부분인데, 이대로 만담 사제가 사라져버리면 서운하니까 그 임무를 받아들인 걸로 해서 다시 등장시켰습니다. 그렇잖아도 틸이 가면서 루란을 처리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동환님이 제안하셔서 얼씨구나 동의했죠. 역시 스승을 눈앞에서 잃은 린라노아의 과거하고 슬쩍 연계할 계기도 됐고요. 루란과 이스니르는 코루선트 외전 때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이 각자 맡으셨던 인물이기도 해서 더 감정이입이 있었던 듯도 합니다.

린라노아의 배경, 로어틸리아와 피나틸리아의 대립 외에도 캐릭터성을 살린 크고작은 순간들이 전투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로어틸리아가 린라노아에게 날린 포스 라이트닝을 자락스가 막아내면서 이것만큼은 늘 머릿속에 연습하고 있었다고 한 대목이라든지, 무능함이 개그가 되어버린 아를란군에게 시스 로드였던 피나의 포스 공격이 막혀버린 경악과 충격과 치욕(..)이라든지. 확실히 가장 와닿는 드라마는 인물의 동기와 특징이 원동력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장기 캠페인은 그런 인물성을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 아닐까 해요.

어쨌거나 이번 화에서 중요한 건 (리플레이 파일에도 적었지만) 우리는 절대로 루키스로 앞서서 간 아를란과 피나의 야합이 어땠느니 선내합이 어떻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H판을 같이 구상한 적도 없고 말이죠. 특히 이방인님은 교성 가득한 정겨운 엑스 움브라니 여자 포로를 안 건드리고 두기는 포로한테 미안하네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전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시더군요. 우리는 건전한 사람들인 겁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코루선트의 밤

1. 제다이

온몸이 아팠다. 눈을 찔러오는 밝은 조명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화려한 옷–왕녀의 옷–의 감촉이. 몸을 으슬으슬 떨리게 하는 식은땀의 차가움이, 호흡 자체가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녀만의 우주 속에서 니아는 발을 번갈아 옮기는 데만 집중했다.

“이쪽입니다.”

등에 정중히 얹은 손의 접촉을 통해 정신을 얽어맨 속박은 뇌리를 순간순간 불길처럼 훑고 지나갔다. 포스 수면에서 강제로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간인지도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일이 잘 되면 라이나와 만날 수 있다는 말의 진의만은 놓치지 않았다.

눈앞에 열리는 문으로 등줄기에 닿은 손이 부드럽게 인도하는 대로 들어서자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미처 눈이 적응하지 못한 니아는 비틀거렸다. 여전히 정중한 손이 팔을 붙잡아 몸을 받쳐올렸지만, 팔에 잠시 파고드는 손가락은 말없는 위협을 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향한 위협이 아닌…

눈앞에는 벽이 아닌 검은 허공과 간간히 불빛이 보였다. 순간 떨어질까 두려워 뒷걸음질쳤지만, 등에 닿은 손의 은근한 압박이 허락하지 않았고, 허리 정도 높이의 안전벽이 곧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흐려진 감각에 스쳐가는 주변의 목소리…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라이나를 찾아 여기서 멀리 벗어나야 하는데, 정신은 마치 새장에 대고 파닥거리는 새처럼 무력했다. 그리고 알로스는? 이해할 수 없는 비탄. 숨이 가빠지면서 점점 진정하기가 어려웠고, 가슴이 타들어갔다.

“괜찮아요…”

짐짓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손이 부드럽게 그녀를 앞으로 밀어냈고, 작게 바들바들 떨면서 눈먼 사람처럼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나서자 기계 패널이 손에 닿았다. 목소리는 마치 최면을 걸듯 이어졌다.

“아직 돌아온지 얼마 안 돼서 당황하셨겠지만, 이 표결에 꼭 참여하고 싶어하셨잖아요? 계엄령 지지 성명은 이미 왕녀님 사무실에서 기자단에 배포했으니, 이것만 하고 돌아가서 쉬시면 돼요.”

쉴 수 있다, 이걸 하면. 이질적이고 어두운 압력이 부드럽게 신경과 힘줄을 건드리자 자기 팔이 움직이며 기계장치의 레버에 손을 대는 모습을 니아는 꿈꾸듯 지켜보았다. ‘가결’ 레버를 당기면서 눈물이 한 줄기 얼굴 위로 흘렀다.

“잘 하셨어요.”

니아는 안도감에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이제 휴식과 안전을 약속하고 있었다. 라이나도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 정도면 되었다. 그 정도면…

등에 닿은 손은 다시 살짝 움직여 그녀를 출구 쪽으로 인도했다. 걷기 어려울 정도로 지친 니아는 그 접촉과 정신을 붙들어주는 의지에 자신을 맡기고 다시 발을 번갈아 옮기며 걸어갔다. 기다리고 있는 휴식을 향해.

2. 시스

소파에 누워 막 잠들었던 제다이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움찔거리며 뒤척였다. 제다이의 어깨에 손을 대서 진정시키며 피나는 고개를 들었다.

“저… 제다이 선생님.”

겁에 질린 경비의 목소리가 인터콤을 타고 들려왔다.

“방문객은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오르가나 의원님께서..”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실 문이 열리더니 다룬 오르가나 자신이 들이닥쳤다. 검은 눈이 방을 한 번 훑더니 소파에 거의 파묻히듯 한 조그마한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그는 순식간에 분노와 경악으로 창백해졌다.

“지금 도대체 무슨…!”

니아 산레스가 깨어나려고 애쓰는 듯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자 오르가나는 말을 끊었다. 무표정하게 제다이를 보던 그는 문으로 돌아가 문간에 서서 손짓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금새 방에 들어선 조용한 인상의 사내는 제다이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없이 의자를 끌어다 앉고 소형 진단 컴퓨터를 꺼냈다.

오르가나는 복도 쪽을 향해 한 번 고갯짓을 하고, 그녀가 따르는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등을 돌려 나갔다. 의사와 의식을 잃은 제다이에게 한 번 환하게 웃어준 피나틸리아는 일어서서 그 뒤를 따랐다.

3. 의원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

언성을 낮추기가 어려웠다. 손이 분노로 떨리는 것을 감추려고 다룬은 아프도록 주먹을 쥐었다. 시스는 대답 없이 아까 떠나온 사무실… 쟈네이딘의 사무실 쪽을 잠시 돌아보았다.

“저 의사, 꽤나 믿는 모양이네? 이제 당신 파멸을 손에 쥔 사람이 하나 늘었는데, 나중에 내가 없애줘?”

“닥쳐.”

격한 심장 박동에 머리가 울렸다. 마지막으로 잠을 잔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 여자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물으면서도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시스에게 행동 반경을 너무 많이 주었다. 의회의 제다이 경비 인력이 줄어든 것은 그의 짓이기도 했으니까 했으니까. 그가 요구했던 증거를 그녀가 알사피에서 가져온 이후 몇 시간, 그 의미에 너무나 정신이 쏠려서 시스가 의사당 내에서 활개치며 포로 중 하나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래?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저 웃는 얼굴을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을 잃는 것이 빠를까, 목이 날아가는 것이 먼저일까. 지금 시점에서 어느 쪽이든 상관이나 있을까.

“공주님의 기적적인 귀환과 계엄 지지 성명 덕분에 댁네 고향 행성의 바보들도 잠잠해졌잖아? 다른 행성들도 이걸로 많이 입을 다물 테고 말야.”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다룬은 방탄 유리를 주먹으로 쳤다. 손을 타고 전해져 오는 통증에 머리가 조금은 맑아졌다.

함정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쟌느의 대역을 내세워 생환을 연출하고, 계엄을 지지하게 해서 이득을 본 것은 명백하게 다룬 자신이었다. 그가 모르는 일이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남이 보기에는 약한 변명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설명하려면 시스와 손잡은 일까지 밝혀야 했다.

불을 끈 사무실 창밖으로는 코루선트의 야경이 그의 발밑에 펼쳐졌다. 열에 들뜬 이마를 서늘한 유리에 댄 채 그는 중얼거렸다.

“…결국 운명 공동체가 되자는 건가.”

“그거 낭만적이네~”

맑은 웃음소리에 몸서리가 쳐졌다. 어두운 방안에 얽힌 기억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저기 보이지? 쟤가 피나틸리아야. 아니아니, 옆에 똑같이 생긴 애 말고, 예쁜 애.

‘형, 여자 취향 정말 최악인 건 알지?’

시간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공의회의 노인들이 형을 사지로 내몰았으니까. 그리고 이제 또 다른 배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시스의 말이 아니라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공화국의 등뒤에서 칼을 겨누는 것이 너희가 믿는 포스의 뜻인가.’

“뭐, 좋다. 네 말마따나 이미 내 파멸을 손에 쥔 너희들이니… 그렇다면 서로 좋은 일을 제안하지.”

그는 천천히 창에서 몸을 떼며 코루선트를, 도시의 검은 윤곽 위에 교차하는 불빛과 깊은 그늘을 내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센 테즈나의 소재지는 단투인이다. 그를 이곳으로 데려와라.”

“또 아우터 림 심부름? 내가 개잡이로 보이나봐?”

짐짓 삐죽거리며 시스가 팔짱을 끼는 모습이 유리에 흐릿하게 비쳤다.

“아니면 아우터 림의 네 동료 중 하나에게 부탁할 텐가? 그림자 프로젝트의 열쇠를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모양이지?”

그는 웃으며 시스를 마주보았다. 공화국 정규군도 물론 보내겠지만, 제다이가 센 테즈나를 쫓아간다고 하면 그들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이 여자는 코루선트에 두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4시간만에 쟈네이딘의 대역을 이용해 그의 위치를 더없이 위험하게 만들었다면, 그 이상 시간을 주면 무슨 일을 꾸밀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생긋 웃음지었다.

“공짜는 아냐, 물론~”

“원하는 대가가 있나?”

방안의 짙은 그늘을 사이에 두고 그는 반짝이는 눈빛에 마주했다. 거래의 언어에는 익숙했다.

“넬반.”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시스와 거래하는 의미를 미리 생각했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으니까.

“미안하지만…”

그는 억지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빙긋 웃었다.

“넬반을 원했더라면 내게 상의도 없이 코루선트에서 날뛰지는 말았어야지.”

넬반의 엄청난 일리리움 이윤을 시스가 다시 쥐고 휘두르게 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훗날의 거래 칩으로라도 남겨두어야 했다.

“그럼 더 할 얘기 없네?”

피나틸리아가 돌아서는 동안 다룬은 자신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생존이 걸린 시간에는 양심이라는 사치를 자신에게 허용할 수 없었다.

“엘-라스.”

어둠 속으로 무겁게 떨어져가는 그 이름에 시스 로드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다쓰 타르카누스의 최근 패배로 권력에 진공이 생긴 곳. 그 상황을 안정시키고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제다이가 있었지, 아마.”

“그러나 지금은 공화국의 위기 상황이지.”

“그래서 공화국의 수호자들을 중앙에 불러들이는 거?”

잠시 그를 쳐다보다 시스가 웃음을 터뜨리자 다룬은 속이 뒤집혔다. 냉정한 목소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것처럼 멀기만 했다.

“살았든 죽었든 센 테즈나를 내 앞에 데려와라. 제다이 철수는 그 다음이다.”

여전히 나지막하게 깔깔거리며 시스는 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면서 복도의 빛이 방안의 어둠을 길게 잘랐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배치한 경호원들이 나가는 시스의 위치 확인을 해주기를 기다리며 다룬은 책상에 걸터앉아 디캔터를 집어들었다.

‘신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이 진정 있다면…’

위스키과 함께 각성제를 넘기는 동안 시스 로드가 첫 지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어둠 속에 붉게 깜박였다.

‘그 가장 깊은 층은 나에게 예비되어 있겠지.’

시스가 건물을 나가고 있다는 보고가 하나하나 들어왔다. 아마 경호원을 배치한 위치를 일부러 보란 듯이 지나가고 있으리라고는 짐작하며 다룬은 창밖의 코루선트를 내다보았다.

그 순간 인터콤이 삑삑거렸다.

“의원님… 찾았다고 합니다.”

창밖의 검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불빛을 다룬은 잠시 눈으로 따르다가 대답했다.

“지금 가겠네.”

‘그래… 지옥에 떨어질 땐 떨어진다 해도…’

손에 든 술잔을 내려다보다가 그는 잔을 무표정하게 창에 내던져 깨뜨렸다.

‘내게도 같이 끌고가고 싶은 놈은 있단 말이다.’

그가 돌아서서 나가는 동안 창문에 흘러내리는 위스키 속에는 검은 어둠과 먼 별들의 빛이 뒤섞인 코루선트의 밤이 투명하게 흘렀다.

지옥의 가장 깊은 층이란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얘기로, 최하층인 9층은 배신자가 벌을 받는 곳으로 나옵니다.

알데란의 정치 상황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에서 나름 설정한 알데란의 정치 상황은 캠페인의 뒷배경 중 하나이지만 특별히 부각할 기회는 없더군요. 그래도 캠페인 내에서 주인공들이 신경써서 찾아본다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아마 제일 잘 알 사람은 틸), 소식이 그닥 빠르거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근 소식도 아우터 림에 들려오니 원하면 활용할 수 있는 배경 지식으로 올려둡니다. 관련 외전 소설은 ‘신들이 사랑하는..‘ (특히 4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의 이름, 왕녀의 도박 등입니다.

지난 약 2세기 반 동안 알데란 정치는 왕당파와 공화파 사이에 경쟁과 대립, 협력의 역사였습니다. 왕당파는 알데란과 위성 식민지 중심의 지주와 대기업 제조업자가 중심 기반이고,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공화국의 간섭이나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경향을 띱니다. 반면 항성 간 사업가가 주축이 된 공화파는 자유무역론을 주장하고, 알데란이 경제적·정치적으로 공화국과 더 일체화되고 공화국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역설하는 친공화국 성격이 강합니다.

왕당파의 수장은 당연히(?) 왕가인 루카로 가문입니다. 몇 세기에 거친 무리한 행성 개척 사업과 그에 따른 주변 세력과의 무력 충돌로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태이고, 그런 과정에서 공화국과 마찰도 많이 빚어서 정치적으로도 위태위태합니다. 수입을 확보하려고 공화국과의 무역 협약을 어기면서 항성 간 무역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가 또 갈등을 빚고, 보복 관세를 먹어서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항성 간 무역에 의존하는 공화파와의 관계는 파탄 직전으로 가는 등 실책이 많았지요.

공화파가 강성해지며 변화한 세력 구도도 있고 해서 현재 왕은 훨씬 친공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에는 왕당 지지 기반과 갈등을 겪고 있고 또 공화파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왕가에 대한 국민의 전통적 충성심은 높아서 쉽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왕을 갈아치우는 사람은 엄청난 비난과 저항에 부딪쳐야 할 테니 말이죠.

왕가가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이라면 계승권 분쟁입니다. 왕에게는 아들이 없고, 계승법상 남자 계승권자에게 우선권이 있어서 계속해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법이라는 게 흔히 그렇듯 모순도 있고, 애매한 데도 있고 (예를 들어 왕녀의 아들과 왕자의 딸 중 누가 우선인가?), 여왕도 꽤 있었으니 전례도 있고… 결국은 법이 아니라 세력에 따라 계승이 이뤄져왔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왕가에 지금 힘이 있었으면 맏딸인 쟈네이딘 왕녀의 계승은 문제조차 되지 않았겠죠.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공화파의 사실상 대표인 오르가나 가문. 이들은 소영주로 시작했다가 알데란의 공화국 편입 시기에 대활약을 하면서 점점 부상해왔는데, 영지의 수입 외에도 항성 간 무역 등 수많은 사업의 수익으로 엄청난 부를 쌓고 있습니다. 왕가의 최대 채권자 중 하나이기도 하고, 결혼을 통해 왕가의 피도 잇고 있지요. 왕당파에서 ‘공화국의 앞잡이’라고 하는 비난도 근거가 있는 게, 실제로 공화국에서 알데란을 제어할 목적으로 키운 세력 성격이 짙고 공화국 의회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전통적으로 왕가를 상회해 왔습니다.

실제로 지금 혼란한 계승 문제를 제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제1 왕녀 쟈네이딘이 알레산드로스 오르가나의 은퇴 이후 사실상 오르가나 가주가 된 다룬 오르가나와 혼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는 한동안 나돌았습니다. 계승 자체는 쟈네이딘이 한다면 왕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르가나는 왕좌에 성큼 다가서게 되고, 왕가의 재정도 확보할 수 있고 (결국 빚에 팔려가는 쟈 공주 (?)), 다른 계승 경쟁자들에게 왕가를 지킬 수 있게 되니까요. 다만, 왕당파에서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도 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의외였던 것은 쟈네이딘 왕녀 자신의 행보. 알데란 대표의 공화국 의회 참석은 왕이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인데, 전통적으로 그 대리인은 왕이 신뢰하는 외교관, 친척이나 둘째, 셋째 자녀였습니다. 그래서 3년 전, 왕이 맏딸 쟈네이딘 왕녀를 대리인으로 보낸 결정은 한편으로는 상당히 의외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화국 의회에서 오르가나와 경쟁해 보려는 몸부림 아니냐는 비웃음을 듣기도 했죠.

그러나 새파랗게 젊은 왕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의욕적인 의정 활동을 펼쳤고, 알데란만이 아니라 공화국 전체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오르가나 의원과 함께, 그리고 나중에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우터 림의 상황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고, 아우터 림에서 벌어지는 불의와 아우터 림 세력가–그 중 몇몇은 의사당에 같이 있는 의원–들의 야심을 경계했죠. 알데란 국민에게 그런 그녀의 인기는 전에없이 높아졌습니다.

코루선트 입법철이 끝나고 알데란 의회(주:본래 대영주가 중심이 된, 국왕에 대한 자문 위원회로 시작한 알데란 의회는 관세 파동 때부터 부쩍 발언권이 강해진 기업가들이 참여권을 얻어냈고, 권한도 강해진 기관입니다.)가 개정할 때가 되자 이 기회에 의회에서 쟈네이딘 왕녀와 오르가나의 혼인을 제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서로 경계하는 왕당파와 공화파가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혼인 건이었으니까요. 비록 결혼 계약의 문구를 두고는 상당한 싸움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입법철이 끝나갈 때쯤 쟈네이딘 왕녀가 갑자기 아우터 림 순회 여행을 떠난다는 선언은 알데란 정계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왕녀의 용기와 신념에 대한 찬탄과 함께 안전에 대한 걱정, 루카로 왕가의 공화국 내 위상이 어쩌면 오르가나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예측과 함께, 은연중에 떠돌던 혼담을 왕녀와 왕가가 적어도 한동안은 강한 거부를 표시한 귀추에 대한 계산이 만연했지요. (당시 알데란에서는 여자에게 차이는 것을 ‘아우터 림 여행’이라고 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의회 개정은 오르가나 가문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혼담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으로 이미 경계 대상이 될 만큼 된 상태에서 적어도 한동안은 혼담 추진은 어렵게 되었으니까요. 최악의 해석으로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거절당한 것이었고… 쇠락한 왕가를 둘러싼 계승 문제와 왕당파와 공화파의 갈등을 가장 평화롭게 해결할 길 같았던 혼담이 일단 무산된 상황에서 알데란 의회의, 그리고 무엇보다 왕가와 오르가나 가문의 행보는 초조한 주목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단 회기가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을 보면 왕가의 한 친족이 오르가나를 가리켜 ‘어린 독사놈’이라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르가나 자신은 아우터 림에서 왕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의례적인 인삿말 정도로 발언을 마쳤지만, 의회의 공화파가 나이든 총리대신 라단 네이옌을 이런저런 이유로 비난하며 ‘극구 사양하는’ 다룬 오르가나를 총리대신으로 강력하게 천거하고 나섰지요.

왕의 수석 자문위원이며 신하 중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대신의 권한은 왕이나 총리 자신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현재처럼 왕가가 강하고 약하고 총리의 세력이 강할 때는 누가 실권을 행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르가나가 이 정도로만 만족하고 이 이상 계승권에 다가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면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때맞춰 그 동안 계속 왕가가 진 빚의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었던 은행 등 채권자들이 더 이상의 연장을 거부하며 왕을 압박했습니다.

다룬 오르가나가 뜻을 이룰 가능성은 꽤 커보였습니다.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알데란의 권력자들이 복잡한 거래와 협상을 벌이는 동안 아우터 림에서 왕녀의 실종 혹은 사망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더라면.

최근 높아진 왕녀의 인기까지 반영해서 알데란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고, 그 와중에 총리 추천 건은 잊혀졌습니다. 오히려 최근 요주의 인물이 되면서 좋은 표적으로 떠오른 오르가나는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여론상으로는 1순위 용의자가 되었고, 그가 왕녀 수행단에 지원한 경호 인원이 연락이 없는 사실에 대해 추궁받았습니다. 이에 대응해 그는 제다이 공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수행한 제다이 나이트들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한창 시끄럽던 중, 왕녀의 생사를 확인하고 수색할 병력을 아우터 림으로 보내는 것을 오르가나가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면서 그에 대한 여론은 결정적으로 나빠졌습니다. (주:아우터 림을 아는 사람이 보면 수색대 파견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워진 아우터 림에 눈에 띄는 알데란 병력을 보내는 것을 반대한 것이며, 대신 아우터 림을 잘 아는 소규모 부대를 비밀리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아무 해명도 안해서 짐작일 뿐이지만.) 결국 알데란에서 보낸 함선은 아우터 림에 들어서자마자 파괴당하고, 알데란이 거의 심적 공황 상태에 빠진 동안 오르가나는 코루선트에서 열린 비상 회기에 참석하러 야반도주하듯 알데란을 뜹니다.

아우터 림에서 시스의 집결, 군벌의 횡행, 무력 분쟁 등 온갖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는 동안 공화국 의회는 계엄법 통과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아우터 림 의원들이 중심이 된 발의로 안티온 아르드노 의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처리하는 동안 분위기는 더욱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물밑 교섭 끝에 애당초 발의한 아우터 림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불신임 투표는 예상을 깨고 부결되고,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계엄은 가결 처리됩니다.

계엄 통과만큼이나 알데란에 파문이 컸던 소식은 쟈네이딘 왕녀가 코루선트에 귀환해서 계엄에 찬성하는 의사를 표하고 가결표를 던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입지가 급격 상승하고 있고 기적적으로 생환하기까지 한 그녀의 지지가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있습니다. 어쨌든 거의 폭동 직전까지 갔던 알데란은 왕녀의 귀환(?)으로 현재 진정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다만, 왕녀는 가족과 짧은 통신 중에 코루선트에 당분간 남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하며, 계엄 의회에서는 항성간 여행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한동안 왕녀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코루선트에 머무를 듯합니다.

아르드노는 의장 자리를 유지했고 현재는 계엄권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지만, 한동안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지 기반이 침식당했던 그로서는 영향력 있는 몇몇 의원이 뭉쳐서 그를 밀어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일입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이제 오명은 어느 정도 벗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고, 전에 없이 제다이 공의회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건 왕녀의 아우터 림 여행 때부터 이미 표면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다룬 오르가나가 종종 보입니다. 현재의 긴박한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알데란은, 그리고 공화국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 정치부 로키 기자 (??)

[공화국의 그림자] 파다완의 의문

동환님의 제안으로 아를란이 알로스 자르트레인의 죽음을 전해듣는 부분과 공의회의 행동에 대한 그의 의문을 외전 소설 처리해보았습니다. 댓글을 통해 게시판 RP처럼 처리해도 괜찮을 것 같고, 그냥 의견을 얘기하는 자리로서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안습인 건 제 멋대로 하라 그러면 정말로 행동마다 묘사가 이 정도 나올 거라는 점..(..)

글에 나오는 사건 자체는 다른 외전 소설인 풀섶에 숨은 뱀에 나온 것이고, 아를란의 침묵의 결과는 공화국의 그림자 45화에 나옵니다. 배경이 되는 설정은 티로칸아를란 정보.

조우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카프리콘 기내는 조용하다. 검은 진공에 별들만 밖에 끝없이 펼쳐진 뷰포트에도, 침묵하는 센서에도 그들을 호위하는 두 척의 전투기는 잡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조용하고 신속한 두 조각 그림자는.

선실 문이 열리는 치익- 소리는 그 정적 속에 크게 울린다. 그 문으로 들어서는 젊은이를 보며 새삼 그가 얼마나 어린지 생각하게 된다. 스물 정도면 그렇게까지 어린 나이도 아니고 멀쩡한 허우대는 지나칠 정도로 튼튼하지만, 언제 이유도 모르고 얻어맞을까 두려워하는 어린 동물 같은 눈빛을 가끔 보일 때면 성장이라는 것이 파다완 아를란에게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알 수 있다.

“저… 묻고 싶은 것이…”

그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낸다. 지금이라도 등을 돌려 도망치고 싶은 자신을 억지로 떠밀며. 성장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악전고투라면, 적어도 이를 악물고 그 싸움을 해낼 용기는 그에게 있다. 아무 가르침도 없이 맹목적인 분노와 두려움에 질렸던, 사납고 길들여지지 않은 이전의 모습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아까 전에… ‘두’ 사람을 잡아갔다는 것은 무슨 뜻이었습니까? 왕녀님을 수행했던 나이트는 세 사람이었는데…”

이 질문에 대답하면 그에게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파다완의 부주의가, 그의 치기어린 감정이 초래한 결과에서 그를 보호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확고한 진실이 아니면 무엇이 그에게 수행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 거짓을 통해 포스의 길을 깨달아가라고 할 수는 없다.

나이트 알로스 자르트레인의 죽음을 전해들으면서 아를란의 얼굴에서는 차차 핏기가 빠져나가고, 그는 힘이 풀린 듯 의자 하나에 주저앉는다. 검은 눈빛은 생기가 사라진 채 차갑게 굳어있다.

“그랬습니까…”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는 쉬어 있고, 무릎에 얹은 손은 가볍게 떨린다. 살생과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극단적이던 그에게, 자신의 침묵이 원인이 되어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로 다가올지.

“사람 죽이기 참 쉽군요. 그냥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으니까 하나 죽고, 나머지 둘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자조 섞인 목소리에는 가벼운 히스테리가 묻어난다. 물론 알로스를 죽인 것은 피나틸리아이지 아를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잘 안다. 그가 입을 열지 않아서,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위치 추적기를 옮겨서 도와준 (그의 집착, 그의 번뇌, 연인인 적 없는 연인, 그의) 피나틸리아는 그가 협력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길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알로스를 죽일 생각은 꿈에도 없었으리라. 그저 부주의했고, 그저 경험이 형편없이 부족했고, 그저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그리고 알로스 자르트레인이 그저 죽었을 뿐. 누가 그의 죽음을 바라고 누가 바라지 않았건, 옷에 숨은 위치 추적기와 파다완의 침묵, 시스 로드의 무심한 살의가 한 목숨을 앗아갔다.

“말했어야 했습니다. 말했어야 했는데…”

잠시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가 아를란은 벌떡 일어서서 이리 걸었다 저리 걸었다 한다. 거의 공황 상태에서 자꾸 가빠지려는 숨을 억지로 가라앉히려는 노력도 별로 성과가 없다. 시체가 흩어진 바닥에 앉아 검은 로브 입은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그런 그에게 순간 겹친다.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기랄… 그때 그 여자가 그 얘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감정에 지쳐서 아를란은 작업대에 한 손을 짚어 몸을 지탱한 채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친다. 그리고 천천히, 조각조각 진실은 더듬거리며 떨리는 말이 되어 나온다.

“마스터 티로칸이… 나이트 로어틸리아와 그녀… 피나틸리아의 마을에 갔을 때… 그녀의 마을… 부모가 모두…”

그의 얼굴이 감정과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나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단 가장 어려운 말을 하자 갑자기 차분해진 그는 공허한 시선을 낮춘다. 혼잣말처럼 던지는 나지막한 물음 뒤에 숨은 혼란과 배신감이 지친 표정과 기운 없는 목소리에 묻어난다.

“왜 공의회에서는 그런 일을 숨긴 겁니까.”

어쩌면 공의회에서는 피나틸리아와 로어틸리아가 그 일로 괴로움을 겪기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분노로 다크 포스에 빠지는 것을 우려했을지도. 그 사건이 마스터 티로칸의 잘못이 아니었다면 그를 정당하게 보호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 하는 지식이 아를란을 자기파괴로 내몰고 피나틸리아를 다크 포스의 유혹에 빠뜨렸는데, 공의회의 침묵이 반드시 잘못이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나 그 판단은 누구의 몫인가. 타인에게 얼마만큼의 진실을 전할지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 얼마나 있는가. 확고한 진실의 기반이 없이 라이트 포스를 따른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거짓이 참된 포스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면, 시스가 하는 거짓말과 제다이 공의회의 침묵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알로스의 죽음이 보여주듯 침묵은 어떤 진실보다, 어떤 거짓보다 파괴적일 수 있는데.

모든 언어를 쏟아낸 듯 조용해진 채 젊은 파다완은 해답을 구하고 있다. 젊은이의 눈빛 뒤에서는 아직 성장이라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어린아이가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공화국의 그림자 45화 – 공화국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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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45화입니다. 사실 로그에서 플레이 내용 자체는 반이 채 안 되는데, 플레이 후 토론을 남기니 40쪽이 넘는..

요약

알사피로 내려간 일행은 쟈네이딘을 수행했던 세 나이트 중 하나는 체포하러 온 ‘제다이’에게 죽었으며, 왕녀의 대역을 했던 니아 산레스를 포함한 두 제다이는 그 ‘제다이’에게 체포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제다이를 사칭한 것은 피나틸리아였다는 사실도… 그때 마침 뉴스에는 계엄법 통과 이야기가 나오면서 계엄권자 아르드노 의장 뒤에는 다룬 오르가나가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합니다.

자락스와 로어틸리아의 짐작대로 뉴스에서는 ‘왕녀’가 극적으로 생환해 계엄법에 찬성표를 던지고 알데란의 혼란을 안정시켰다고 전합니다. 그 덕을 본 것은 당연히 다룬 오르가나. 그들은 하루바삐 왕녀를 수행해 중앙으로 돌아가 사실을 공표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계엄 의회에서 내린 여행 통제를 뚫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알사피에서 이륙해 두 그림자 함대 조종사에게 호위를 청하자 그들은 새로운 명령이 내렸다고 하고, 언제나 편리한(..) 뉴스를 통해 그들은 센 테즈나에 대해 단투인의 민간인 공격 건으로 체포령이 내린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표면상 이유일 테고, 센은 그림자 프로젝트의 열쇠를 쥔 인물인 만큼 그가 지금의 공화국 의회에 붙잡히면 또 다른 그림자 함대가 출몰할지도 모르는 일.

따라서 파일럿은 제다이들에게 도리어 자신들과 함께 센 테즈나의 신변을 확보한 후 그림자 함선을 받아 공화국의 통제벽을 돌파하는 대신 피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부탁을 수락한 순간 린라노아의 눈에는 센의 인도자 (커다란 애완견 암늑대)가 보이고, 그들은 그림자 프로젝트에서 보내오는 지원군과의 조우 지점으로 향합니다.

감상

이제 캠페인도 마지막 장에 들어섰습니다. 작년부터 생각해오던 음모와 복선들이 거진 드러났으니 이제  곧 크게 터지고 끝나겠죠. 물론 제 계획성이란 대단한 게 못 되므로 주인공 일행 대화보면서 괜찮은 거 있으면 캠페인 배경에 우겨넣고 있고, 또 상황만 준비할 뿐이지 전개는 준비한 게 없으므로 어떻게 끝날지는 미지수. 참가자들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_+

43화에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안 후로 로어틸리아의 다크화 복선을 동환님이 깔아놓으신 것도 관심거리. 중간에 로어틸리아가 피나틸리아를 ‘언니’라고 불러서 다들 순간 굳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게 복선이었더군요. 틸과 피나 얘기는 동환님과 기회가 날 때마다 정리해보는 설정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두 자매의 만남은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동환님이 확실히 센스가 있고 극적 신호를 잘 받아주시는지라 로어틸리아를 다루는 건 늘 재미있고 편하군요.

자락스와 다룬의 대립 구도도 이제 더욱 확실해지고 있네요. 삼각관계까지 들어간 이런 극심한 정치적, 철학적, 성격적 대립은 동인의 황금맥 고전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그 대립이 어느새 캠페인의 중심축이 된 듯합니다. 캠페인 초기에는 그걸 훨씬 더 걱정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방인님이 저와 감각도 잘 맞고 진행자를 편하게 해주는 참가자인지라 편애를 늘 경계하기도 하고, 다룬도 제가 아끼는 (따라서 괴롭히는) 조연이고요.

그 문제에 대한 제 잠정적인 결론은 ‘주역이 꼭 왕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자락스가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그 위치에는 주인공다운(?) 전형성과 단순성도 따르게 마련인 만큼, 결국은 취향을 타는 것 같아요. 닮은꼴이면서도 거의 운명적으로 대립하게 된 안티히어로, 공주와의 사랑, 좀 맹한 쫄병 등이 따르는..(…) 로어틸리아의 극심한 내적 갈등이나 센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세계관의 충돌하고 비교하면 확실히 주역은 우월한 위치가 아니라 그저 또 다른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캠페인 초기부터 있던 인물들에 대해서는, 심지어는 주인공으로서는 은퇴시킨 센도 캠페인 초기부터 천천히 짜왔던 갈등과 대립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결말을 향해 가고 있어서 기쁩니다만… 캠페인 후기에 합류한 린라노아는 한 마디로 안습. 설정의 중심이었던 자락스 일도 크게 중요하게 부각되지는 않아서 어떻게 다뤄야 하나 늘 고민이죠. 기회가 날 때마다 코티에르를 들이대서(?) 만회하려고는 했습니다만, 그것도 좀 한계. 생각다 못해 이번에는 인도자를 던져주질 않나 (깽!), 린은 이것저것 던지면서 뭔가 붙기를 기다리는 기분이..(..)

캠페인 후기에 합류해서 더 어려워진 면도 있지만 린은 어떤 인물이나 극적 요소를 꽉 붙잡고 자기 걸로 만드는 맛이 부족한 느낌이에요. (자 형사가 그걸 아주 열심히 하죠 (??)) 의사소통의 원활성 문제도 좀 있는 것도 같고요. 센이 있을 때 인도자의 부각이 지나쳤다는 얘기를 센이 주인공으로서 은퇴한지 20화도 지나서, 시간상으로는 반 년도 더 지나서야 들은 것이 한 예겠죠. 전 불만을 토로한다고 물지 않으니까 (컹컹!) 좀 더 활발하게 원하는 것이라든지 불만 사항이라든지 말씀해 주시면 더욱 즐거운 플레이가 될 것 같습니다.

린을 개별적으로 부각시키는 건 잘 안 되고 있어서 아쉽지만, 일행의 일원으로서는 아주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네요. 자락스나 틸이 이 시점에서 빠지면 캠페인 접어야 할 거라고는 했지만, 그건 보이지 않는 분위기 메이커인 린라노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렇게 잘 해주고 있는데 린 개인은 잘 눈에 안 띄어서 더 미안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튀는 정도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게 자의인지 타의인지 확실히 아는 의미에서라도 원활한 논의는 중요한 것 같아요.

블로그 글을 쭉 보니 최초로 구인글을 올렸던 게 작년 1월 4일, 첫 플레이가 1월 28일이었으니까 이제 1년 2개월을 넘기고 있군요. 본편 플레이 45화, 외전 10편 이상, 외전 소설 10편 내외, 비정기 서브캠페인 스타워즈: 콘체르토까지… 시간으로 보나, 폭이나 깊이로 보나 굉장히 규모가 커졌군요. 1년 이상 거의 매주 같은 시간에 만나서 함께 플레이하면서 생긴 결속력도 상당하고요. 모두 끝까지 힘내봐요~

공화국의 그림자 44화 – 카프리콘 (2)

이번에는 원래 본편을 하려고 했는데 동환님이 참여 못해서 외전, 그러다가 이방인님이 튕기시고 행방불명이 돼서 카프리콘 선상에서 외전 아닌 외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편의 시간 순서를 따르는 만큼 번호는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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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카프리콘이 통관 때문에 알사피 궤도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동안 린라노아는 아를란과 고통과 용서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통관 시간을 줄여보려고 관리책임자를 쫓아간 두 사람은 거대 애벌레 비슷한 생물인 크로울리펀트가 탈출한 소동에 휘말리고, 린라노아는 아를란에게 지시해 빛을 싫어하는 크로울리펀트의 성질을 이용해서 도로 우리에 가둡니다. 그리고 크로울리펀트 우리를 화물선에서 다 내리고 감시하는 것을 대가로 통관을 지금 처리한다는 약속을 관리책임자에게 받아내지요. (노동은 아를란이..(…))

관리책임자의 지나친(..) 친절을 뿌리치고 카프리콘으로 돌아온 린라노아는 얀과 쟈네이딘 왕녀 간의 사랑싸움을 구경 꽤 심각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얀은 쟈네이딘에게 알사피를 떠난 날 자신의 동행을 요청한 이유를 물으며, 다룬을 정치적으로 해치려는 것이 아닌가 추궁합니다. 쟈네이딘은 대답하기를 거부하지요.

조종실에 들어온 린을, 정확히는 옷에 붙은 크로울리펀트 털을 보고 마스터 티로칸은 털 표본을 채집하게 옷을 벗어달라고(..) 조릅니다. 그때 마침 온몸에 크로울리펀트 털과 액을 뒤집어쓴 아를란이 들어오자 린은 그에게 마스터 티로칸의 주의를 돌리고 도주! 이윽고 귀환한 자락스는 이제 만족하라고 마스터 티로칸에게 애원하는 린라노아와 웃통을 벗은 채 라이트세이버를 빼들고 변태 늙은이 죽여버린다고 악을 쓰는 아를란을 보고 어리둥절해집니다.

감상

나름 심각하게 출발했고 심지어는 아를란도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나 싶더니만 (정확히는 스승 자락스를 열심히 흉내내는 느낌이었지만), 끝에 가서는 그래 네 녀석이 그럼 그렇지..(먼산) 마스터 티로칸도 드디어 변태 늙은이로서 각성했고, 결전을 향해 가는 일만 남았군요 (?).

크로울리펀트 대목은 판정은 하지 않았지만 좋은 판단에 효과를 부여하는 유기적인 진행이 된 것 같아서기뻤습니다. 린라노아가 벌레라면 질색하는 걸 알게 되는 등, 인물이 더 살아난 점도 좋았고요. 다만, 아를란은 GMPC의 위험이 있어보여서 죽여야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번 화 끝에서 바로 이어서 본편을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전원이 모여야 하겠지만… 다음 주에 (가능하다면) 모두 뵙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 코루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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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루선트 외전입니다. 로그를 보충했습니다.

요약

본편의 43화와 비슷한 시기에 단투인 회합장의 시골쥐 나이트 루란 넥스웰과 그의 제자 이스니르 드리엘은 주인공 일행이 포로로 잡았던 웨렌 고르토의 신병을 넘기고 넬반의 상황을 보고하려고 코루선트 제다이 회합장에 도착합니다.

계엄법 통과를 둘러싼 수도의 혼란을 지켜보며 그들은 파다완 시안 토리크의 안내를 받아 공의회의 마스터들 앞에 웨렌 고르토를 데려온 후, 마스터들이 고르토를 심문하는 동안 회합장을 둘러봅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공화국의 상황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하고, 아우터 림의 상황에 왜 공의회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지 따지는 영링과 얘기를 나누면서 아우터 림의 현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루란과 이스니르는 다시 공의회 앞에 불려가 넬반의 상황에 대해 보고합니다. 세 제다이 나이트의 노력으로 유혈극이 벌어지던 넬반이 얼마나 평화로워졌는지 둘이 보고한 후 루란은 현 시국의 혼란에 대한 공의회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따져묻고, 마스터 아카마르는 대답 대신 센 테즈나에 대한 것을 묻습니다.

단투인에서 센과 마주쳤던 루란과 이스니르는 자신이 전에 한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 일에 대해서도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센의 묘한 말을 전합니다. 그 말을 들은 마스터 아카마르는 두 사람을 떠보듯 수단과 목적에 대한 선문답(..)을 던지고, 그림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도움을 받고자 루란과 이스니르를 나중에 따로 부릅니다.

감상

동환님이 늦게 오시고 일찍 가셔서 (에잇에잇 미워하기) 본편 대신 외전을 했습니다. 틸이 없으면 본편 진행하기가 애매해서요. 이방인님 말씀마따나 외전까지 합치면 이 캠페인 50화는 가볍게 넘어가겠군요. 아마 외전 안했으면 쉬는 일이 잦아서 캠페인을 지금까지 유지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본편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전을 하는 것은 플레이의 추진력을 유지하면서 캠페인 세계를 더 풍부하게 하는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플레이 덕분에 코루선트의 분위기와 마스터 아카마르의 심중을 좀 더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중앙과 변방의 간극이라는 현실도 엿볼 수 있었고요. 이번 편을 관전하고 필받으신 오체스님의 제안으로 현장에 있는 제다이가 시스를 막아내려고 범죄 조직과 손잡는 외전을 하기도 했고요. 전에 자락스를 통한 이방인님 말마따나 공화국이 갈라져가는 간극을 제다이의 피로 이어붙이는 상황. 과연 어떻게 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즐거움이 많았죠. 논의 마치고 시작하려는 때쯤에 오셨던 동환님이 로어틸리아와는 180도 다른 성격의 시안을 하는 것도 그 대조 때문에 재미있었고, 루란과 이스니르 사제의 만담도 즐거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와 같은 시대이며 이 캠페인의 영감이기도 했던 구공화국의 기사단에 나오는 미래의 다쓰 레반을 등장시킨 것도 작은 즐거움이었고요.

그러면 다음 주부터 공화국의 운명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지켜보기로 할까요. 그때 모두 뵙겠습니다. 그렇죠? +_+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