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전투

아사히라님과의 대담

제가 RPG를 시작하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한 아사히라님과의 대담입니다. 아사히라님에게 (여러모로) 감사를… 더불어 존댓말 쓰느라 어색해 죽는줄 알았습..(..)

로키: 이제 와서는 판에 박힌 질문이긴 하지만..

로키: 아사히라님은 어떻게 RPG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생긋)

아사히라: 아..

아사히라: 어색해…..

로키: (나도..)

아사히라: 저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누가 D&D 클래식 팀을 만들길래

아사히라: 낼름 껴들어가서 시작하게 되었지요

아사히라: 첫캐릭터부터 조잡한 추가 클래스인 몽크 변환버전 미스틱 이었다는게

아사히라: 3.5의 몽크를 변환시켜서 짜맞추기 추가한 ‘미스틱’ 이란 클래스였지요

로키: 플레이는 어땠나요?

아사히라: 음, 아무것도 모르고 재미있게 했지요

아사히라: 동료들 중엔 힘 16 매력 18인데 민첩이 6인 전사라거나

아사히라: 매력 4의 로그라거나

로키: 주사위로 굴린 거였나요, 다?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원래 매력이 7인가 떠서

아사히라: 리롤 기회를 줘서 굴린게 4가 나와서

아사히라: 마스터가 좀 하드코어했는지 4로 가더군요

아사히라: ‘오크수준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슴니다’

로키: 그랬겠네요, 정말

로키: 아사히라님의 캐릭터 취향을 보면 민첩형을 중시하는데 그건 이때부터 드러난 거였을지도..

아사히라: 원래 스탯도

아사히라: 힘 15 민첩 17이 나왔는데

아사히라: 그걸 또 굳이 깎아서

아사히라: 힘13 민첩 18로 달렸지요

아사히라: 그래야 아크로바틱이 좀 잘되었…

로키: 그래서 그때부터 RPG를 계속 하게 된 건가요?

아사히라: 음, 하다가

아사히라: 금방 팀이 쫑나게 되었는데..팀원들 사정으로

아사히라: 그후 1년쯤 안하다가

아사히라: 놀거리를 찾던 중에 RPG가 다시 하고 싶어서

아사히라: 다이스 챗을 찾게 되었죠

아사히라: 이게 2004년말..

로키: 아, 그랬군요

로키: 나도 가입이 2004년 말이었는데

로키: (아사히라님 소개로)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우린 전부터 알던사이

아사히라: ///

로키: (오호홋)

로키: 언제부터였더라.. 그 루벨라 커뮤니티였던가요

로키: 나름 추억입..(..)

아사히라: 흐흐

로키: 다챗에 들어가서 플레이하게 된 팀이 이미르니아인가요?

아사히라: 넵

아사히라: 그때

아사히라: 구회를 막 하고 있었는데

아사히라: 이미르니아의 구인조건은 4주관전이었거든요

아사히라: ‘아 빡세다…’ 라고 생각하고

아사히라: 다른팀을 찾고 있는데 구인하는 팀이 영 없어서

아사히라: 결국 이미르니아에 관전하러 갔는데

아사히라: 마침 플레이어들이 없다고 단막극을 하더라구요?

아사히라: 관전없이 단막극만 2주 하고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로키: 그만큼 맘에 들었나보죠

아사히라: 설마요

로키: 하긴, 설마요..(?!)

아사히라: 헐

아사히라: 이러시기셈

로키: (음하하)

로키: 이미르니아가 AD&D 팀이고.. 그 후 3.5, 겁스 등 다양한 룰을 경험해 보기도 했었죠

로키: 이런저런 경험이 많지만.. 제가 알기로 아사히라님은 단연 전투와 전술성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은데

로키: 어떤 재미가 있나요, RPG 전투는?

아사히라: ‘전술성’ 자체는 저는 별로 없는것같고

아사히라: 뭐랄까 ‘성공할 확률’을 많이 따지다 보니

아사히라: 전술적인 선택이 되는거 같네요

로키: 전술이랄 게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로키: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하면 전술성이지..

아사히라: 무엇보다 전투는 가장 원초적인 ‘승리의 즐거움’ 이 있는것 같아요

아사히라: 그리고 스릴?

아사히라: 전투는 위험부담이 크잖아요

로키: 위험 때문에 더 재밌는 건가요 (놀라워라)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많은 공격이 들어올때

아사히라: 맞으면 위험하지만 방어해낼때의 그 짜릿함?

로키: 그렇겠네요.. 그런데 실제로 캐릭터들이 위험에 처한 경우도 많았죠

아사히라: 예

로키: 불에 탄다든가, 석화된다든가..

아사히라: 그건 제가 요즘 깡이 늘어서

아사히라: 별로 안높은 확률도

아사히라: 도박을 하다 보니

로키: 그럴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RPG에서 실패의 가능성은 상존하는데..

아사히라: 그럴때 뭐 기분이야 안좋긴 한데

아사히라: 제가 특히 안좋아하는 건

아사히라: 저게 그나마 제 선언이 이루어진 결과로써 나타난 거라면

아사히라: 납득이 잘 되지만

아사히라: 대응할수 없는 장애물 식으로 제 캐릭터에 닥친다면

아사히라: 마스터랑 엄청 싸우겠죠

로키: 위험이 있는 건 좋되, 그건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한 위험이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아사히라: 음

아사히라: 제가 선택하지 않은 위험이 다가오는 것도

아사히라: 상관은 없지만

아사히라: 그게 쓰나미 정도 수준으로 오면 곤란하다는 거죠

로키: 그렇다면 위험의 가능성에서 나오는 흥분과 부당한 위험의 지양

로키: 이 두가지를 조화시키는 방법으로는 어떤 걸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사히라: 조화라고 하신다면..

아사히라: 음..알았다

아사히라: 마스터가 강력한 위험이 있다는걸

아사히라: 미리 경고해주면 돼요

아사히라: 예를들어

아사히라: ‘이 싸움에서 지면 아주 안좋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사히라: 라고 하면 명제인 이 싸움에서 제가 도박을 잘 하지 않게 되겠죠

아사히라: 안전하게

아사히라: 이러면 이 싸움에서 지더라도

아사히라: 그 위험은 부당한게 아니죠

아사히라: 뭐 길가다가 오크 셋이랑 싸우는데 진다고 부당한 위험이 일어날 것 같진 않고요

로키: 하지만 캐릭터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을듯 한데요

로키: 그렇다면 경고는 플레이어에 대한 경고인가요, 캐릭터에 대한 경고인가요?

아사히라: 아마 아주 중요한 상황에서

아사히라: 플레이어에게 던져주는 팁 정도가 되겠죠

로키: 그렇다면 부당한 위험을 지양하기 위해

로키: 플레이어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아사히라: 흐음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저는 제 캐릭터가

아사히라: 뒤로 한걸음 걸었는데 거기 깊이 150m짜리 함정이 있다거나

아사히라: 하는건 좀 피하고 싶군요

로키: 저도 그런 건 좀 아니라고 보지만.. 이런 건 어떨까요

로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통해서 그 위험을 알아낼 수 있는 정당한 기회를 제공하고

로키: 그걸 알아내지 않았거나 실패해서 자기도 모르는 엄청난 위험으로 걸어들어간 경우라면요

아사히라: 그거야 충분히 가능성있고

아사히라: 또 부당하지도 않은데

아사히라: 중요한건 거기서

아사히라: 그런 판정이 있다는 걸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아사히라: 아니면 플레이어가 ‘그때 그런 판정이 있었는지 내가 알게뭐야?’

아사히라: 라는 생각이 들수 있죠

로키: 예, 정당한 기회에는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아사히라: 네 사실 저런방법이 더 좋죠

로키: 뒤집어서 말하면 저 조사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서

로키: 사전에 위험을 줄일 수도 있겠군요, 생각해 보면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하지만 아무래도

아사히라: 마스터가 생각하는 만큼 정보 전달이 플레이어들에게 잘 안되다 보니

아사히라: 뭔가 능동적으로 찾아서 조사해내고 이러기가 좀 어려워요

로키: 예, 좀 그렇죠

아사히라: 키워드를 적당히 주는 마스터라면 문제없죠

로키: 그럴 경우에 보조적으로 위에 말한 플레이어 지식 활용이 들어가는 것도 괜찮아 보여요

아사히라: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라면야

로키: 예.. 사실 중요한 건 플레이가 재밌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거지 플레이어 지식 활용 자체는 아니니까요

아사히라: 하지만 저도 평소에는

아사히라: 플레이어 지식을 캐릭터 지식에 대입하는걸 싫어하는 편이죠

아사히라: 편법을 사용해서 얻어낸 성공은

아사히라: 성취감이 적거든요[?]

로키: 그렇다면 이제 마스터가 지나친 위험을 제시한 경우 외에 또다른 위험..

로키: 즉 ‘주사위눈의 위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키: 말했듯 RPG에서 실패의 가능성은 상존하니까..

아사히라: 겁스에서 17 다음에 18뜨는거 말인가요

로키: 예 그렇죠 (..)

아사히라: 어쩔수없죠

아사히라: 저는 모든 주사위 굴림에 납득합니다

아사히라: 비록 어이없을지라도

로키: 스포츠맨쉽이군요 (..)

아사히라: 그런거죠

아사히라: [?]

로키: 전투에 대해서 또다른 질문이라면

아사히라: 예

로키: 생각해 보면 긴박감과 박진감 같은 건 RPG보다 CRPG가 더 낫지 않을까도 싶은데

로키: 사운드도 있고, 그래픽도 있고, 진행도 더 빠르고..

로키: 그럼에도 RPG 전투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 어째서인가요?

아사히라: 저는 캐릭터의 행동이 몇개의 텍스쳐 팩. 즉 움직이는 모습까지도 제한된

아사히라: 그런 게임에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아사히라: 때리는 모션 1 2 3정도로는 너무 적죠

로키: 하지만 요즘에는 게임 기술이 상당히 발전해서

로키: 그런 부분도 많이 풍부해진 것 같은데요

아사히라: 아 물론CRPG 많이 해요

아사히라: 거기 전투도 재미있고

아사히라: 그쪽의 장점은 아무래도 자동 계산에

아사히라: ‘전투 라운드’ 라는 시간과

아사히라: 실제 시간의 괴리감이 별로 없단거?

로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성격의 재미가 있는 거군요?

아사히라: 그렇죠

로키: 정리하자면 CRPG와 구분되는 RPG 전투의 재미는.. 우선 무한한 가능성일까요?

아사히라: 예

로키: 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사히라: 저만의 캐릭터죠

아사히라: 그 비주얼까지도 모든게 제 자유니까요

아사히라: 제 상상 속에서 무한하죠

로키: 오히려 눈앞에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요?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CRPG에선 아무리 자유로운 메이킹이라 해도

아사히라: 제가 캐릭터의 외형을 그려넣는것까지야 드물죠

로키: 그렇죠

로키: 전투 외에 또 RPG에서는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나요?

아사히라: 음 일단 대체로

아사히라: 제시된 장애물을 해결해 내는것

아사히라: ‘스스로’ 가 붙으면 더 좋고요

로키: 스스로.. 즉 아사히라님의 PC가?

아사히라: 예 정확히는 완전히 혼자서라는 얘기는 아니고

아사히라: 보통 ‘NPC의 도움없이’ 쯤이 되겠네요

로키: 그 NPC의 도움도 PC가 설득하거나 해서 끌어들인 것인 경우는요?

아사히라: 그경우엔 PC의 능력이니 상관없죠

아사히라: 어색한 도움을 말합니다

로키: 섬광과 같이 나타나서 슥삭? ㅋㅋ

아사히라: 뭐 대충 그런? ㅋㅋ

아사히라: 그리고 저는 또 좋아하는게..음

아사히라: 한순간 제 캐릭터에 조명이 확 터지는거?

아사히라: 항상 주목받는거야 있을수가 없지만

아사히라: 그 빈도가 적더라도 확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좋아하죠

로키: 그렇다면 다른 PC에게 조명이 확 가는 동안에는 어느정도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는 얘긴데

로키: 그런 쪽도 재미있나요?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가상이지만 ‘누군가를 돕는다’ 는 쪽도 꽤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아사히라: 특히나

아사히라: 도움을 받기 어려운 하층민, 민간인

아사히라: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

아사히라: 이런 사람들을 도울때 더 성취감이 높은 듯

로키: 그렇다면 협력과 사회성 역시 RPG의 또다른 재미라는 거겠네요

아사히라: 예, 혼자만 놀려면 그냥 CRPG 하셔야겠죠?

로키: MMORPG도 있긴 하잖아요?

아사히라: 요즘엔 MMORPG도 협력을 필요로 하는게 많아서

아사히라: 물론 솔플만 즐기실 거라면 그쪽도

로키: 참가 경험 외에 진행자 경험도 있는 걸로 아는데

로키: 진행자로서의 재미와 참가자로서의 재미는 어떻게 다른가요?

아사히라: 제가 진행자는 별로 안해봤긴한데..

아사히라: 진행자 쪽에선 적절한 난관을 제시하고

아사히라: 플레이어들이 그걸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단서를 던져주면서

아사히라: 퍼즐을 어떤식으로 맞춰나가는가 구경하는게 꽤 재미있던데요

로키: NPC 연기 같은 건요?

아사히라: NPC연기는 좀 정신없는 편이죠

아사히라: 저는 한캐릭을 오래쓰는거에 익숙해서

아사히라: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로키: 하긴, 참가를 주로 했으니 그렇겠네요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역시 참가의 재미는

아사히라: 저만의 캐릭터가

아사히라: 성장해 나가는걸 볼때?

로키: 장기 캠페인을 통해서요?

아사히라: 장기 캠페인에선 그런 재미가 있고

아사히라: 단기 캠페인에선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재미도 있지요

아사히라: 근데 뭐 굳이 이렇게 세세하게 나눌것도 없이

아사히라: 참가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로키: 하하..

아사히라: 다른사람이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아사히라: 살아간다는 느낌?

아사히라: 일관성 없는 세계는 싫지만요

로키: 스스로 만든 세계에서 다른 사람이 노는 걸 보는 느낌보다는

로키: 다른 사람의 세계 속에서 노는 것이 더?

아사히라: 네

아사히라: 특히나 제가 선호하는 타입의 캐릭터만 다룰 수 있다는게

아사히라: 가장 매력입니다

아사히라: 진행자는 별걸 다해야해서

로키: 조금 다른 얘기로는 비교적 다양한 룰을 참가자로서 경험해 보았는데

로키: 혹시 가장 선호하는 룰이 있나요?

아사히라: 가장..이라긴 좀 그렇네요

아사히라: 저는 대체로 어떤 룰에도 잘 적응하는 편이라

아사히라: 선호하지 않는 룰 정도는 있지요

로키: 어떤?

아사히라: 너무 내용이 없는건 별로더군요

로키: 내용이라 함은?

아사히라: 룰에서 제시하고 있는 규칙 같은것 말이죠

아사히라: 음..선호하는건 가볍게 뽑으면 AD&D, Gurps, M&M, 포도원의 개들 쯤이 되겠군요

아사히라: 사실 FATE도 좋긴한데

아사히라: 어쨌든

아사히라: ..

아사히라: 예 뭐 그렇습니다

로키: 보면 매우 전술적인 유형의 플레이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로키: 역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전술적 판단을 할 철저한 기반을 제공하는 룰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맞나요?

아사히라: 음

아사히라: 기반을 제공하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긴 하지만

아사히라: 아무래도

아사히라: 제공해줘야 행동을 결정하기가 더 쉬운것 같아요

로키: 즉 예측가능성이라든지 행동의 장단점 비교를 할 근거 같은 것 말이죠

아사히라: 예 그렇죠

아사히라: 가능성이 다는 아니지만 지침을 결정할때 편해져요

아사히라: 뭐 전술적인 성향이 있긴 하지만 저는 캐릭터 가지고 캐릭터 연기를 즐기기도 합니다.

로키: 그리고 보니 캐릭터 연기 역시 룰의 도움을 받나요, 아니면 두가지는 거의 별개라고 생각하나요?

아사히라: 룰에서 캐릭터 연기를 제한하고 있다면 그런식으로 따라가고

아사히라: 그런게 딱히 없는 룰이라면 제 멋대로 하지요

로키: 캐릭터 연기를 제한하는 룰이 있나요?

아사히라: 예를 들어 겁스에선 수줍음 단점을 택했다면 수줍은 행동을 할필요가 있지요

아사히라: 이런식

로키: 그럼 질문에 답해주신데 감사드리고

아사히라: 예

로키: 마지막으로 광고 사항이라든지, 할 말이라든지 있다면?

아사히라: 오늘도 달립니다 간지캐릭터를 위하여

아사히라: 랄까

아사히라: (?!)

로키: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아사히라: 예 저도 감사합니다

서양 검술에 대한 오해

서양 검술에 대한 흔한 오해 (영문, 유료구독)

[#M_(대충 번역 보기)|(글 줄이기)|

1. 검술인가 야구인가

모든 검술의 기본적인 목적은 죽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칼을 야구방망이처럼 붕붕 휘두르는 것은 특별히 효율적인 사용법이 아니며, 특히 머리 위로 높이 쳐들어서 몸통을 잠시라도 무방비상태로 두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양손 혹은 한손 반 (바스타드) 검처럼 긴 칼의 실제적인 사용법을 보면 날끝은 항상 적이 있는 앞쪽으로 향하도록, 그리고 종종 칼자루를 어깨 높이로 들고 칼이 비스듬히 아래로 향하게 했다. 전투중에는 검날 자체의 움직임은 아주 적은 빠른 베기, 그리고 힘이 다리의 풋워크에서 팔로 흘러나오는 강한 찌르기가 주를 이루었다.

적의 갑옷과 뼈를 가르는데는 이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괜히 머리 위로 칼을 쳐드는 무식한 공격으로 방어를 포기하다가 죽을 필요는 없다.

2. 찌르기와 베기의 진실

대개의 경우 찌르기가 베기보다 낫다는 것은 15~17세기 사이의 성질 급한 신사들이 충분히 증명해 보인 사실이다. 일단 속도만 봐도 상대적인 이동 거리 때문에 찌르기가 베기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검술이 발달할수록 특히 민간용 무기에서는 찌르는 칼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군용 무기 쪽에서는 세이버 같은 순수한 베기용 칼이 발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기 회수 때문이다. 칼끝으로 찌르면 적의 몸에 칼이 박혀버릴 가능성은 훨씬 커지며, 특히 양쪽 모두가 이동중일 때 (예를 들어 전장의 기마병) 더 그렇다. 이것은 심각하게 불편하거나 심각하게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무기를 선택하는데 고려해야 할 것은 피해의 정도 뿐이 아닌 것이다.

군에서 찌르기보다 베기를 많이 활용한 것은 훈련 기간 문제도 있다. 고도로 훈련받은 검사의 찌르기 공격은 매우 치명적이지만,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으며 제대로 못하면 큰 효과가 없다. 또한 베기 공격보다 헛손질하기도 쉽다. 물론 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훈련 정도가 낮은 병사에게는 일단 베고 보는 것이 더 확실한 도박인 것이다.

3. 산은 산이요 칼은 칼이로다

레이피어인가? 스몰소드? 플랑베르쥬? 혹은 사이드소드?

아마도 그냥 칼일 것이다. 때로 ‘스페인 검’이나 ‘엘프 검’일지는 몰라도 대개는 종류가 뭐든 특별한 분류명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개의 검 명칭은 현대 역사가들이 만든 것이다. 쯔바이한더 같은 몇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하지만 그나마도 말 그대로 양손검이라는 뜻이었다) 당대의 검사와 야장들은 칼을 그저 칼이라고 불렀다.

현대의 우리가 보기에는 같은 칼이라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지만 실은 이들은 여러 세기를 거친 변화와 개량의 결과이다. 어느 한 시대를 두고 보면 실제로 사용되는 칼은 어떤 한가지 종류일 가능성이 높았다. 새로운 종류의 칼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16세기 레이피어의 발달 등)  보통 특정 문화권에서 시작되는 현상이었으므로, 우리가 오늘 레이피어라고 부르는 칼은 익숙한 사람에게는 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페인 칼이었을 것이다.

한 시대와 한 문화권 내에서 가장 큰 구분은 용도가 크게 다른 민간 검과 군용 검인데, 그렇다 해도 ‘레이피어’라기보다는 ‘민간용 칼’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기에 대한 논의가 획일적이거나 재미없게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특정 분류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각 무기를 특정 전술이나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것이다.

4. 검객은 불끈불끈?

제대로 만든 칼이라면 휘두르기 힘들 정도로 무거울 일은 없다. 레이피어든 세이버든 쯔바이한더든 복제가 아닌 실제로 사용되던 무기 치고 보통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공격을 막는데도 힘이 크게 들지 않는다. 전력공격을 받아치는데도 거의 힘을 안 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칼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것은 엄청난 힘보다도 오히려 지구력이다. 아무리 가벼운 칼이라도, 심지어는 빈손이라도 반복적으로 휘두르거나 가드를 유지하는 동작은 곧 몸이 지친다.

따라서 힘이 좀 약한 사람이라도 칼을 들어올리고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지구력이 딸린다면 오래 싸우거나 모든 기술을 사용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거의 모든 사람이 거의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변함없다. 몸이 약하거나 훈련이 부족하면 좀더 빨리 지칠 뿐이다. (물론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힘과 피해 사이에도 깊은 관계는 없다. 제대로 된 공격이라면 공격자의 힘과는 상관없이 피해가 심하다. 오히려 공격에 들어가는 힘을 최소화하는 것이 많은 기술의 목적인 것이다. 덩치큰 운동선수가 미친듯 휘두르는 칼은 검 훈련을 받은 허약한 사람의 공격보다 훨씬 피해가 적다. 휘두르는 힘 때문에 어느정도의 타격은 있겠지만 사실 피해는 무기의 속도, 겨냥, 뒷처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검술에 힘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공격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조언에서도 알 수 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공격으로 적을 죽인다 해도 칼이 적의 몸에 박힐 가능성도 커지고, 그런 동안 다른 적이 나타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적을 죽이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정확히 제어된 공격을 했을 경우 후속으로 방어 가드를 취할 수 있지만, 무절제하게 칼을 휘두른 직후에는 자세가 어긋나서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보면 칼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닌 기술이다. 기술 없이 힘만 센 사람은 상대를 부상 입히거나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적을 맞추든 못 맞추든 치명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5. 핵 앤 슬래쉬 그 이상

동양 검술에 비해 유럽 검술은 단순하고 힘에 의존한다는 것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오해이다. 어느 시대를 논하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서양 검술은 확고한 원칙에 기반한 폭넓은 기술과 훈련에 의존하며, 모두 익히는데는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만한 깊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고도로 훈련받은 13세기 유럽 검사는 칼을 퍽퍽 내리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 받아내기, 칼을 봉처럼 사용하는 하프소드, 안장머리 치기 등 폭넓은 기술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서양 검사라고 해서 핵 앤 슬래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적의 공격을 자기 공격에 역이용할 수도, 우아하고 치명적인 풋워크로 춤추듯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검은 대개의 판타지나 역사 RPG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그리고 검의 세계에는 핵 앤 슬래쉬 이상의 극과 색채가 있으니 탐구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타: 유럽 중세 무술 협회 홈페이지_M#]

전투, 무엇이 문제인가

며칠 전에는 하룻저녁에 세분이나 RPG 전투가 싫다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분은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두분은 새로 소개받은 분이어서 기분이 묘하더군요. 전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분들의 취향이나 경험상으로는 전투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RPG 속의 전투,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 소지들이 있습니다.

[#M_(글 보기)|(글 닫기)|

우선 진행자가 참가자들 물먹이기가 상당히 쉽다는 점. 대개의 규칙에서는 적의 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진행자가 적을 말도 안되게 강하게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원성을 좀 들을 각오가 돼있다면야…) 그리고 실제로 일부 진행자들이 줄거리를 자기 뜻대로 진행시키기 위해, 혹은 적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애착, 혹은 지기 싫어서(…) 등의 이유로 주인공들에 비해 심하게 강한 적들을 내보내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줄거리상 적이 강한 게 말이 되는 경우도 많겠지요. 방금 수련을 시작한 햇병아리가 무림의 최고 고수에게 물정 모르고 덤빈다든가, 위험하다고 수없이 경고받고서도 드래곤과 싸운다든가. 하지만 참가자들이 선택하지 않은 전투인데 너무 적이 강해서 형편없이 진다거나, 혹은 전투면 전투마다 깨진다면 아무래도 참가자들은 재미없어질 것입니다. 이럴 경우 전투가 싫어지는 건 고사하고 RPG 자체가 싫어지지 않는다면 다행입니다.

또 한가지 전투가 싫어질만한 이유라면 주인공에 대한 참가자의 애착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주인공이 다치거나 지는 것이 싫을 수 있겠지요. 특히 전투는 주인공이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는 갈등이기 때문에 그 위험을 무릅쓰기 싫은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진행자가 습관적으로 너무 강한 적을 내보낸다면 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집니다.

전투 규칙은 또한 다른 규칙보다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 판정은 비교적 단순해도 전투 판정에는 종종 수많은 선택 사항과 변형이 붙어서 복잡해지지요. 전투 판정이 기본 판정과 전혀 다른 하위 체계를 이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결과 첫째, 전투 규칙은 더 배우기가 어려워지고 둘째, 전투가 느려집니다.

전투 규칙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은 가뜩이나 RPG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규칙 학습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게다가 전투 규칙을 제대로 모르면 활약의 기회를 빼앗기거나 자기 주인공이 다치거나 심지어는 죽을 수 있습니다.

전투 규칙의 복잡성 때문에 전투가 느려지는 것은 ORPG에서 더욱 심각해지는 문제로, 전투 하나로 한 세션이 다 지나가는 경우도 흔히 보입니다. 전투가 좋은 참가자에게는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전투가 별로 취향이 아닌 참가자에게는 지루하겠지요. 게다가 전투를 좋아하는 참가자조차도 그 느린 진행 속도에는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느리면 느려질수록 전투의 긴박감이란 증발해 버리기 쉬우니까요.

전투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투가 많아지면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면 극중 문제 해결 수단의 획일화입니다. 모든 종류의 갈등에 ‘머리통을 깨부숩니다’로 대응한다면 (그리고 그런 대응이 늘 허용된다면) RPG의 미덕 중 하나인 다양한 해결책과 발상의 모색은 사라져 버릴 겁니다.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 오크 머리통 깨부수기만한 것이 없다고 해도 그런 건 개인적으로 CRPG에서 훨씬 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피해를 감수하며 오크와 직접 싸우는 것보다는 적대 오크 클랜간의 대립을 부채질해 서로 피튀기며 싸우게 한 다음에 약화된 승자 쪽을 간단하게 쓸어버린다… 하는 쪽이 좀더 RPG 특유의 묘미가 느껴지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전투 중심의 RPG는 종종 진정성이랄까, 진실성이 떨어집니다. 예전에 힘의 종류라는 글에서 다루었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보통 가장 중요한 힘은 정치적, 금전적, 종교적 힘, 그리고 개인이 속한 집단의 힘이지 개인의 팔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팔뚝 힘 센 것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 많은 게임의 논리는 사람에 따라서는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투가 RPG에서 가장 인기있는 활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전투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않고 적을 쓸어넘기는 것만한 재미가 없지요. 또 전투력은 실제 사회에서 더 중요한 사회적 힘과는 달리 가장 개인적인 능력이라는 점에서 가장 단순명쾌합니다. 이런저런 사회적인 압박에서 벗어난 원초적인 스트레스 해소랄까요.

두번째는 대개의 RPG 규칙이 전투를 가장 비중있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D&D, 7번째 바다, 겁스… 아마도 첫번째 이유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대개의 규칙책에서는 전투 규칙이 가장 복잡하고, 전투야말로 가장 전술적인 재미가 있는 게임 내 활동이기 쉽습니다. 바바 히데카즈의 글 파워 플레이에 나왔듯 말이지요. 규칙에서 어떤 부분을 자세히 다루고 어떤 부분을 다루지 않느냐에 따라 플레이중 강조점이 크게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대개의 기성 규칙은 전투 중심적이며, 그 때문에 플레이 역시 전투 중심으로 흐르기 쉬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위에서 말한 폐해들이 상당 부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RPG가 모의전쟁 게임에서 시작했다는 점, RPG 인구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 등 여러가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여기서 자세히 다룰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 전투가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전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또 전투 과다로 인한 폐해 때문에 전투, 심지어는 RPG 자체가 싫어지는 사람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해결책은 불행히도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을 서로 자유롭게 의논해서 파악하며, 늘 참가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들이 지루하지 않게 배려하라… 같은 원론적이고 당연한 소리로 해결될 건 별로 없으니까요. RPG는 곧 의사소통입니다. 그걸 모르는 RPG인은 없죠. 하지만 블로그에서 누가 떠든다고 갑자기 실천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실험적인 인디 규칙책 같은 경우 (언제나 그렇듯이)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그늘, 안방극장 대모험, 트롤베이브, 포도원의 개들, 라이서스, 페이트 등등 많은 인디 규칙이 전투와 비전투 판정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놀이가 전투 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바 있습니다. 또 판정 자체도 간단해서 전투라고 특별히 느리지도 않았죠.

결국 제목 그대로 대안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문제점만 잔뜩 늘어놓은 느낌이군요. 어쨌든 취향이 아니든, 과거에 경험이 안 좋았든 전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RPG인도 즐길 수 있는 RPG계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다양성이라면 또 굉장한 게 RPG의 힘이라고 생각하니까요. ^^_M#]

전투원으로서의 여성

Women Warriors, Part One: Choose Your Weapons Wisely

ARMA

중세~르네상스 정도의 비화기 전투와 여성에 대한 두가지 글의 내용을 간추려서 가상의 무기 교관이 쓴 책에서 발췌한 형식으로 옛날에 썼던 글입니다. 두번째 글은 ARMA 사이트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지금 찾으려니 못찾겠네요..;;

RPG나 판타지에서 전투와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는 일종의 터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규칙 자체적으로 남녀 차이를 강제하는 규칙은 99.9% 실패라고 봐도 됩니다. (펜드래건 정도가 예외일까요) 인물 제작의 다양성을 의도적으로 제한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솔직히 기분 나쁘잖습니까..ㅋㅋ 스스로 원해서 힘 수치가 낮은 여자 캐릭터를 만든다면 몰라도 그게 강제된다는 건 재미없는 일이죠. 게다가 어차피 ‘평균’이란 처음부터 평균에서 벗어난 존재를 상정한 모험가에게는 별 적용이 없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전투에 있어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는 반드시 여자에게 불리할 필요는 없으며, 또 전투 묘사나 무기 선택에 흥미로운 차이점을 더해줄 수 있는 경우도 있겠죠. ‘무지막지한 종단공격으로 상대의 머리통을 박살냅니다!’의 연속 대신 ‘단검으로 푹 찌르고 적이 반응하기 전에 춤추듯 물러납니다’라든지 ‘적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한 순간의 빈틈을 포착해 레이피어로 정확하게 찔러들어갑니다. Fleche!’ 등등 좀더 다양한 전투동작이 떠오를지도요. 그리고 정교한 전투 규칙이라면 어느정도 규칙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사, 호신, 결투, 건강, 취미 등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다양한 목적으로 무기를 배워 왔다. 그동안 많은 여성 제자를 양성해온 경험으로 여성에게, 특히 무기를 사용한 전투에 막 입문하는 여성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무기를 몇가지 추천하고자 한다.

우선 어째서 남성이 쓰는 모든 무기를 여성에게 권하지 않느냐를 알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알아야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완력이 약하다는 것은 여기서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주지의 사실이나, 전투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는 완력 이상의 구조적인 것이며 개중에는 여성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많다. 물론 개인차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점은 필자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남성과 여성은 첫째, 강한 근육이 다르며, 둘째, 무게중심과 균형이 다르며, 셋째, 반응속도와 반사신경의 작용이 다르며, 넷째,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때의 정확도가 다르며, 다섯째, 지구력과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 다르다.

첫 번째 차이에 대해 말하자면 남성은 상체근육이 특히 강해서 등 근육의 힘, 팔 힘, 손가락과 손의 힘에서 여성과 비교되지 않는 강함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검이나 철퇴 등 휘두르는 무기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윗등의 근육과 팔힘이 훨씬 약한 여성은 검으로 베는 위력이 강하지 못하며, 손가락의 쥐는 힘도 강하지 못해 자칫 놓칠 위험마저 있다. 베는 검이나 휘두르는 둔기를 대개의 여성에게 권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에 있다.

반면에 여성은 하체근육에서 상대적 강점을 보이며, 아래에서 얘기할 균형감각과 결합해 이는 여성이 단검이나 레이피어 등 찌르기 무기와 창봉류를 잘 사용하는 요인이 된다. 남성보다 골반의 이동성이 좋다는 것 역시 하체 사용의 장점이다. 빠르고 정확한 발놀림과 골반을 이용한 움직임을 잘 익히는 것은 여성이 무예에서 성공하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두 번째로,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의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균형도 잘 잡는다. 즉, 남성의 무게중심이 상체 중상부에 있는데 비해 여성의 무게중심은 상체 하부와 골반에 있어서 남성이 한번 비틀거리고 균형을 회복할 상황에서 여성은 바로 몸을 낮추어 정확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빠른 움직임 직후에도 비틀거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는 여성의 이러한 신체구조가 단검이나 창봉류의 활용에 알마나 강점으로 작용하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성과 여성은 반사신경이 다르다. 남성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빠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그 반응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면 여성은 반응 자체는 그만큼 빠르지 않지만 그 대신 더 정확하게 반응한다. 이 반사신경의 차이 역시 여성이 적과 거리를 두는 무기를 고를 이유가 된다.

넷째, 여성은 바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반응의 명중도와 정확도가 좋으며, 손동작 또한 안정되어 있다. 완력과 손가락 힘, 상체힘의 차이 때문에 당기는 힘이 더 약한 활을 써야 하고, 따라서 사정거리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 대신 명중률은 더 좋을 수 있다.

다섯째, 여성은 남성보다 지구력과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도가 높다. 이러한 특성은 장기전에서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신체적 특징에 맞추어 여성에게 추천할만한 무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군경력 및 호신의 목적으로 검을 배우는 경우 적어도 초기에는 검술의 기본 동작과 원리를 익히기 좋은 바스타드 소드를 추천하는 바이다. 무게중심이 약간 칼자루에 가깝게 잡혀있어서 날렵한 느낌이 드는 것, 그리고 검끝으로 갈수록 날이 얇아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바스타드 소드는 찌르기 동작과 휘두르는 동작 양자에 적합하며, 양손검처럼 많은 양의 상체 힘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완력이 요구되는 커다란 동작보다는 날카롭고 재빠른 움직임에 적합한 검으로, 배우는 동작은 다른 검과 같지만 균형 면에서 여성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동작(크게 휘두르기보다는 타이밍을 정확히 해서 찌르기)에 맞는 점이 많다. 정확하고 빠른 발놀림과 함께, 골반을 트는 움직임에서 찌르는 힘을 내는데 중점을 두어 배울 것을 권한다.

둘째, 위와 같은 이유로 호신 및 결투의 목적에 레이피어도 추천할만 하다. 힘보다는 정확도와 기술이 요구되는 찌르기 무기라는 점에서 여성에게 적합할 뿐만 아니라 남성보다 여성이 더 쉽게 레이피어를 배우는 경우도 자주 관찰된 바 있다. 처음 배울 때는 특히 신체적 완력보다 기본 동작의 반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 면에서 여성이 같은 수준의 남성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 다만 레이피어는 군용검이 아닌, 갑옷을 입지 않은 상황에 적합한 민간용 무기이므로 그 용도는 한정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창과 봉 역시 힘보다는 기술과 정확도를 요하기 때문에 군 입대나 호신이 목적인 여성에게 추천한다. 팔다리 길이와 몸집의 차이로 공격의 범위가 좁다는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길고 재빠른 무기이기 때문에 배운 기술을 보다 전술적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또한 중거리에 적을 두고 있을때 여성의 작은 체격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적에게 더 작은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레이브와 같이 날있는 창을 권하는데, 이러한 무기의 베는 힘은 상체 전체와 골반의 움직임에서 나오므로 균형과 하체힘이 좋은 여성에게 특히 적합하다. 양손으로 쓰는 무기의 특성상 방패를 사용할 수 없어서 한 번 균형을 잃으면 방어가 불가능하므로, 여성의 강점인 균형을 살리는 훈련을 할 것을 권한다.

찌르는 창은 어깨와 팔의 근육으로 그 움직임을 조절해야 하므로 여성에게 좀더 어려울 수 있다. 힘이 평균 이상이 아니라면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넷째, 호신의 목적에 단검 역시 권하는 바이다. 단검의 기본 동작은 일명 ‘치고 빠지기’로, 적을 찌른 뒤 신속하게 적 무기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와 균형, 정확도가 요구되는 무기로, 이 역시 여성에게 권할만 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단검을 던지기에 활용한다면 주의할 점은 남성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던지기에 최대의 힘을 싣기 위해서는 팔과 어깨근육보다도 복근에서 힘을 끌어와야 하며, 몸을 돌려서 골반의 트는 힘을 던지는 동작에 더해주어야 한다.

다섯째, 원거리 무기도 권할만 하다. 완력의 차이 때문에 당기는 힘이 덜 드는 활을 사용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사정거리와 위력은 덜하겠지만 겨냥의 정확성은 이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리에 입은 깊은 상처보다 배에 입은 얕은 상처가 더 위협적이게 마련이니.

남성 무예가에 비해 여성 무예가가 적은 현실에 대해 혹자는 여성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혹은 여성은 싸움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이유를 들고는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그 이유는 여성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훈련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단언컨대 보통의 여성을 ‘남자와 똑같이’ 훈련시키려는 시도는 실패하거나 혹은 여성의 전투원으로서의 잠재력을 크게 저해할 것이다.

상체의 힘을 이용해 크게 휘두르는 무기를 여성에게 쥐어주고 똑같은 훈련을 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남성의 타고난 신체적 강점을 잘 살린 훈련과 무기 때문에 그녀의 남자 동료들이 쑥쑥 성장하는 동안 여성은 자기 신체적 단점만을 강조하는 무기와 훈련에 고생하며 점점 뒤쳐질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휘둘러도 위력은 나오지 않고, 때로는 무기를 놓치기도 하며. 이를 악물고 훈련하면 어느정도는 나아지겠지만, 그녀 자신의 신체구조와 장점에 맞춘 훈련에 비해 그 효율은 얼마나 떨어지겠는가. 결국 그녀는 ‘그래, 여자는 힘이 약하니까.’ 하고 포기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사로서의 자신의 잠재력은 영영 살리지 못할 것이다. 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

남녀의, 그리고 개개인의 신체 특징을 고려한 훈련과 무기선택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최대한의 효율과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이 글이 무기를 가르치고 배우는 뭇 사람의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된다면 필자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무기를 배우고 싶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는 반드시 도전해 볼 것, 그리고 끝없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며 자기에게 맞는 무기와 훈련을 요구하라는 것이다. 전설의 전사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고의 달인이 되지 못한다 해도 무예의 길에는 취미로서나, 직업으로서나, 호신으로서나 무수히 많은 효용이 존재한다. ‘힘이 약하니까’ 하는 암시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지 않겠는가.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전투모드 대 스토리모드

얼마 전에 든 생각이지만, 어째서 RPG 플레이는 전투모드와 스토리 모드로 갈려버리는 것일까요?

아마도 D&D와 CRPG의 유산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전투를 하고 있지 않은 ‘스토리 모드’ 때는 풍부한 롤플레잉을 하던 플레이어들도 일단 전투만 들어가면 갑자기 기계적으로 된달까요. 개성이니 롤플레이니 전술이니 하는 건 저만치 내던지고 ‘때려요. 또 때려요. 또 때려요.’의 반복이 되는 느낌입니다. 그 때문에 전 GM으로서는 전투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지겨워지거든요..;; 몇몇 예외가 있다면 전투에 감정적인 동기가 있어서 캐릭터성을 확실히 살려주는 경우였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무슨 얼어죽을 롤플레잉이냐!”라고 항변하셔도 사실 할말은 없습니다. 또 많은 시스템이 때리고, 때리고, 때렸노라! 식의 전투를 유도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치밀한 전술을 세울만큼 GM이 자세한 상황설명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태반일 테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같은 전투라도 이런 전투가 더 재밌지 않을까요? 어떤 어스돈 (Earthdawn) 게임에서는 일행이 갓난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동안 아이를 노리는 몬스터가 밤에 습격해 왔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한 PC는 아이를 안고 나무 위로 도망쳤습니다. 마법사가 주변을 환하게 밝히자 적 한마리가 나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걸 볼 수 있었죠. 그러자 나무 위로 도망친 PC는 날개달린 윈들링 PC에게 아이를 맡겼고, 윈들링은 순식간에 아이를 안고 도망쳤습니다. 그러는 동안 소드마스터와 비스트마스터는 협공으로 적 하나를 해치우고, 또 하나는 부상을 입혀서 이성을 잃게 했죠. 그리고 나무 쪽으로 몰아넣자 나무에 올라갔던 PC가 도끼를 들고 뛰어내려 몬스터 머리를 박살냈습니다. 보통 전투 하나에 30분쯤 걸리는 어스돈에서 2라운드만에 상황 종료. (참고로 전원 여성 팀이었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예는 각 PC가 따로 적을 때리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각자의 장점을 살려준 결과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저항할 수 없는 어린 생명을 지킨다는 확실한 캐릭터 동기가 있었습니다. 주변상황도 그렇게까지 자세할 필요도 없었죠. 나무가 있다. 밤이라서 어둡다. 정도는 일반적으로 하는 묘사니까요. 어떻게 하면 전투가 좀더 캐릭터성을 살리고 박진감 넘칠 수 있는지 연구해 볼만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단 재미있는 전투를 위한 몇가지 일반화된 원칙을 얘기하자면 이런 것이 있을듯 하군요.

1. 몰입

캐릭터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투에 감정이 개입되면 일단 전투가 극적으로 될 조건은 갖춰집니다. 물론 항상 믿었던 친구가 배신을 했다든가 하는 상황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위에서처럼 누군가를 지킨다든가 하는 상황은 만들 수 있겠죠. 언제나 만들어줄 수 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2. 무대

간단하게라도 전투의 현장에 뭔가 특징적인 것을 넣습니다. 반드시 플레이어가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활용할 가능성은 생기니까요. 가능하면 하나 이상의 PC가 가진 기능이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팀 같은 경우라면 한 PC는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양쪽으로 절벽이 솟아오르는 협곡이라든가, 또다른 PC는 바람의 정령을 부리니까 바람이 많이 부는 해변이라든가요.

3. 장애

2번의 무대와 긴밀하게 연관되는 부분이지만, PC의 능력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는 장애를 주면 좀더 유기적인 협동이 가능하겠죠. 어두우니까 마법사가 불을 밝히는 게 고전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지키면서 싸우는 것 또한 하나의 장애에 해당하죠.

음…뭐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은 또다른 문제겠군요. 저 모든 걸 내다보기도 쉽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