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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가 빠진 세션

RPG는 여럿이서 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참가자가 한 사람이라도 빠지는 것은 큰 차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예고 후, 혹은 예고 없이 참가자가 결석하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이럴 때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대응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빠진 이유를 갖다 붙이고 속행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각 세션을 될 수 있으면 하나의 단위 (예를 들어 캠페인 시간상 하루)로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게 잘 안 되면 최소한 세션을 맺을 때 하나의 장면을 완전히 끝낸다거나요. 이렇게 하면 다음 세션에 참가자가 하나 빠져도 그 주인공이 없는 이유를 급조한 후 세션에 나온 참가자들과 계속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포도원의 제다이 8화, 그리고 9화부터 12화였는데, 3인 참가자 중에서 8화에는 이방인님, 9화에는 소년H님이 빠진 연속타를 먹었었죠. (흑흑.. 아카스트님을 붙잡고 웁니(?)) 그래서 8화에서는 ‘일행이 흩어져서 정보를 찾고 있다’라는 식으로 둘러대고 아카스트님과 소년H님 쪽을 진행했습니다. 그다음 9화 첫머리에서 이방인님의 주인공이 별 성과 없이 숙소로 돌아오는 연결부를 짧게 했죠.

9화에서는 소년H님의 주인공인 로어틸리아가 없으니까 ‘정보를 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쐬러(..) 나갔다’라고 한 후 아카스트님과 이방인님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8화 말에 이미 9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밤은 폭풍이 있을 것 같다고 묘사한 후였으니까, 바람 쐬겠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사실은 뭔가 일이 있다는 암시를 연결하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참가자 결석이 몇 회에 걸쳐 계속되면 주인공이 빠진 이유도 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소년H님이 나중에야 알게 된 사정으로 9, 10, 11, 12화를 빠지면서 로어틸리아가 일행에서 일탈한 시간도 24시간이 넘었고, 그래서 귀환 후 상의해서 ‘바람 쐬러’ 나간 로어틸리아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바람 쐬러 나갔다가 바람났다…?) 정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로어틸리아 24라는 글은 저와 소년H님만 볼 수 있게 권한 설정을 해서 위키의 장점 또한 십분 활용할 수 있었죠.

이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참가자의 결석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해 캠페인의 내용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어틸리아의 일탈은 졸지에 어미 닭 없는 병아리 나이트 없는 파다완 일행이 된 자락스와 센이 공의회로 귀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코루선트의 상황으로 내용이 이어질 이유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소년H님의 귀환 후 재회 장면을 연출하는 재미도 있었죠.

로키: 넓은 문이 양옆으로 열리고, 시야가 순간 환해지는군요.
로키: 눈이 적응되자 둥근 방안에 둘러앉은 열두 제다이 마스터의 모습이 보이고
로키: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은 로어틸리아,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작은 아이가 있습니다.
자락스 토레이: “……!….” -나이트 로어틸리아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가는 이내 다시 표정을 되돌립니다.
로어틸리아: @미묘한 미소를 띄고 인사합니다.
센 테즈나: @로어틸리아를 잠깐 놀란 듯 바라보다 다가가 서서 목례를 합니다.

자락스 토레이: ‘….무사했구나……’ -보일듯 말듯 살짝 미소

이렇듯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참가자가 빠진 것은 캠페인의 위기에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제약이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원칙은 참가자의 부재도 예외가 아니니까요.

2. 외전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참가자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본 캠페인 진행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지난번 세션에 악당이 ‘훗훗훗 드디어들 나타나셨나’ 하면서 등장하는 걸로 끝났다든지 해서, 갑자기 땅이 갈라져서 주인공 하나를 삼켰다는 식이 아니면 부재를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죠.

이럴 때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캠페인 본편을 벗어나 외전을 하는 것입니다. 옛날 알데마르 캠페인 때 주인공 셋 중 하나가 빠져서 나머지 둘의 과거에 있었던 일을 진행한 것이 그 예입니다. 아예 두 명이 없었을 때는 남은 한 명의 과거 설정을 RP로 재현한 일도 있습니다.

외전 역시 캠페인에 깊이를 더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이야기, 인물 간의 관계 등을 통해 본편 캠페인과는 다른 각도에서 인물과 사건을 조명한다는 점이 재미있죠.

외전의 또 다른 효용은 참가자의 결석보다 한결 난감한 경우, 즉 진행자가 빠졌을 때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참가자 중 하나가 부진행자 역할을 맡아서 진행자가 나올 수 없을 때 외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더월드 3기의 경우 진행자 제노시아님이 사정이 있을 때 제가 외전인 브루하 폭주전대를 진행한 경우가 그 예입니다. 그 외에도 참가자가 빠져서 본편 진행이 어려울 때 본편의 진행자인 제노시아님이 제가 진행하는 외전에서 참가자가 되기도 했었죠.

브루하 폭주전대의 경우 비슷한 시간대일 뿐 전혀 다른 캠페인에 가깝기는 했지만, 그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뉴 세인트 헬렌이 나중에 본편에 합류한 유르겐의 배경에 나오는 등 연계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본편의 주인공 하나와 조연 하나가 데이트하는 내용을 연애물 규칙인 얼음깨기 (Breaking the Ice)로 오체스님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고요. 이렇듯 똑같이 외전이라고 해도 본편과 연계 정도, 규칙 등에서 여러 가지 변형이 있기 때문에 더욱 다채로운 캠페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주인공을 다른 참여자가 제어한다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대응으로는 다른 참여자, 보통은 진행자가 해당 주인공을 제어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부재를 설명할 필요 없이 본편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본편을 속행하거나 외전을 하는 방법에서도 부분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로어틸리아의 예에서 로어틸리아가 바람 쐰다며 나갔다고 진행자인 제가 서술한 대목이라든지, 로어틸리아가 다른 일행에게 보낸 홀로크론 메시지를 제가 간접 인용으로 전한 부분 등이 그 예입니다.

주인공을 타인이 제어하는 방법에는 소극적인 방법도 있고, 적극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소극적인 방법은 주인공이 그 자리에 있다는 정도만 알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행동만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가장 적극적으로는 진행자 혹은 다른 참가자가 그 주인공의 모든 연기를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죠. 전투 정도가 아니면 드문 경우겠지만요.

4. 세션을 쉰다

개인적으로는 참가자 한 명이 예고 없이 빠져서 세션을 쉰 적은 없으며, 이는 가장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에 말했듯 참가자가 빠지면 차질이 생기지만, 플레이를 자꾸 쉬면 캠페인의 맥이 끊어지는데다, 성실하게 참여한 다른 참가자들에게 불공평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석한 사람이 있는 김에 팀원들끼리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가끔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놀이를 한다든가, 캠페인의 제반 사항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든가. 진행자나 참가자가 빠져서 본편을 진행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전혀 다른 캠페인을 준비해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런 방법은 위에서 얘기한 외전의 변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캠페인의 세션은 쉬지만 플레이는 하니까요.

어쨌든 다른 준비를 한 게 아니면 참가자가 빠져서 세션을 쉬는 것은 원칙이라기보다는 예외인 것이 바람직한 듯합니다. 참가자가 빠지는 것 자체가 예외인 게 바람직하듯 말이죠.

이상과 같이 참가자 (혹은 진행자)가 빠졌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대응책들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도 있을 것이고, 각 팀과 캠페인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약속은 소중하지만 때로 깨지기도 합니다. (저도 최근에 그런 경우가 있었죠..ㅠㅠ) 이에 대한 대응에 따라 캠페인에 대한 의욕, 나아가서는 캠페인의 존속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 부재에 대한 대응은 진행자에게, 그리고 팀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재가 잦다면 참가자가 계속해서 참가할 수 있는지, 시간대가 적당한지 하는 의논이 필요하겠지요. RPG에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그건 팀원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뿐이니까요.

언더월드 42화 –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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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생물은 엘리사에게 곧 도시에 큰 혼란이 온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할 선택은 자신과도 관련이 있다고… 초자연적 존재들이 결계에 몰려들면서 결계는 거의 포화상태에 도달했으며,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 결계가 무너지면 신도시에는 자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들이 대낮부터 돌아다닐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일행이 최근 들어 비상식적으로 빨리 성장한 것도 결계에서 새어나오는 힘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엘리사의 능력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니 몸조심하라고 말하며 더이상 지상에서 자기 모습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사라집니다.

황당해하던 일행은 결계에서 나갈 방법을 생각하다가 시계탑이 있는 광장의 지하철역 입구가 수상해지고, 리이는 해제부적의 반응을 보고 결계가 약한 곳을 간파합니다. 일행은 다시 결계가 강해지려는 것을 느끼며 마구 달려 간신히 정상 공간으로 빠져나오지요.

이때 일행은 다혜와 마주치고, 사형수(..) 민설은 양옆에 간수(..) 다혜와 리이가 팔짱을 낀채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위해 알카나로 끌려갑니다. 알카나에 도착해 일행은 첸과 민랑이 준비한 성대한 요리를 먹으며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냅니다. 중간에 고양이가 깨어나 희연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바람에 (‘고기다냥!’) 무마하긴 해야 했지만요. 자정 후, 뻗어버린 다혜와 민랑을 방으로 옮겨다 놓은 후 일행은 고양이 취조에 들어갑니다.

IRC 아바타 채팅 2

며칠 전에 썼던 글대로 한번 챗질라에서 해본 것입니다. 물론 mIRC로 접속한 다른 분들은 그냥 글만 보이고, 챗질라에서 특정 모티프를 사용한 저한테만 이런 식으로 보인 거죠. 민설은 뭐.. 넷상에 남자 그림이 그렇게 많지 않고, 딱 봐서 ‘요원이다!’ 싶은 동양남자 그림은 더욱 적어서..(..) 엘리사는 적당히 귀 잘라낸 엘프 아가씨고(퍽) 헬마는 샌드맨에 나오는 인물 중 운명의 화신이죠. 그냥 여기저기서 적당히 긁어온 그림들이라 사실 출처는 잘.. <-

아바타 채팅 1

첫번째 스크린샷


아바타 채팅 2

두번째 스크린샷


모티프를 좀더 환한 걸로 바꿔서 또 한장..

아바타 채팅 3

세번째 스크린샷

언더월드 41화 –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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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설: “이거 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로군요.”

일행은 세마리의 앤써리온을 해치우고, 서로 싸웠던 앤써리온들과 그림자들은 자기끼리 죽여서 일단은 상황종료. 하지만 결계는 여전합니다. 리이는 시계탑의 시계판 가운데 부분이 빛을 반사하는 것을 눈치채고, 민설이 총으로 시계 가운데를 관통하면서 결계가 깨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크리스 이브 저녁의 거리는 사람 하나 없이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희연은 그들을 여기로 이끌어온 도둑고양이가 큰 상처를 입은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민설이 고양이를 안은채 모두는 걸음을 옮깁니다. 가던 중 일행은 그림자 없는 개와 마주치는데, 엘리사가 알기로 이것은 미움을 사면 열세 번의 큰 불행을 당한다는 동물형 요괴. 다행히도 개는 그냥 가버립니다.

좀더 가던 일행은 로코코풍 복잡을 입은 백인 남자와 마주치는데, 남자는 다짜고짜 엘리사에게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가 좋겠느냐고 묻습니다. 남자가 결계와 상관이 있다고 판단한 리이는 사람 있는 데로 안내받으려고 남자를 속이려고 하지만 실패. 엘리사는 자기 사인이 들어간 CD를 남자에게 주지만 남자는 일행의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행복의 절대치니 하는 장광설을 늘어놓다가 가버립니다. 흘리고 간 사진으로는 삭풍님의 1~2기때 인물인 스칼렛의 사이어거나 한 모양입니다.

황당해하고 있는 일행 앞에 느닷없이 양, 소, 독수리가 나타나고, 이들은 놀랍게도 엘리사에게 붙어있다가 한동안 안 나타났던 기생충 환청들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그리고 붉은 눈의 소년 하나가 나타나 엘리사에게 자신과 자신이 가르쳐준 것들을 잊었냐며, 엘리사를 데리러 왔다고 말합니다.

독수리 – “기억해내라”
양 – “내 이름은”
소 – “바람, 공포를 관장하는 지옥의 권세니라.”
소년 – “나의 눈에 억겁에 쌓인 지옥의 면모가 깃들었도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양과 소, 독수리, 소년은 모두 합체해서 기괴한 생물로 변합니다. 하늘에서는 붉게 물든 달이 지켜보고…

언더월드 40화 – 나무, 숲,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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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나무만 찾던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임희연: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숲을 보지 못했다는 뜻인가요?”
리이: “숲이란 이 도시 전체였을까..”

고양이를 쫓아 이동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고양이는 사라져 버리고, 일행은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시간이 무색하도록 썰렁한 시청 광장에 다시 서게 됩니다. 적조차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엘리사는 사이코메트리 조사로 지난번 시청역 광장에서 보았던 늑대들과 시계탑의 그림자에서 걸어나오는 남자, 밝은 빛, 그리고 붉게 물드는 달을 봅니다. 빛은 아마도 결계가 해제되거나 생성될 때의 현상. 그리고 고양이들은 혹시 결계에 드나들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혹 등, 결계의 속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들이 제기됩니다.

이 상황에서 리이는 문득 결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 즉 신시가지와 중앙도로 쪽에 펼쳐진 대규모의 영구 결계와 지난번에 시청역 광장에 왔을 때의 소규모의 임시 결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카나 사람들이 찾던 것은 후자 쪽이었지만 어쩌면 보이지 않는 적이 생각하는 규모는 훨씬 컸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쨌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신도시 최고의 애기무당이 있으니까 걱정 말라는 리이의 호언장담에 폭풍과 같은(..)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리이가 부적을 사용하자 그림자들의 모습과 예의 그 늑대들이 나타납니다. 늑대의 대부분과 그림자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는 와중에 늑대 중 세마리가 일행을 공격해 오자 전투는 시작되고…

언더월드 39화 –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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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은 별거 없어보이는(..) 게임 매니아로 밝혀지고, PC방에서 잠들었다가 빙의령에게 당한 것으로 보여서 일행은 그를 그냥 보내줍니다. 얼마 후 붉은 달을 본 리이는 불안한 마음에 학교에 있는 엘리사에게 전화를 겁니다. 한편 희연은 거리에서 은빛 털의 커다란 개를 목격하는데,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데다 그 가게가 서있는 가게에만 손님이 없는 기이한 현상 또한 보게 됩니다. 지켜보는 사이 개는 스르르 사라져 버리고…

희연이 알카나로 돌아온 후 일행은 엘리사가 일하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나 가보기로 합니다. 아이들이 밥먹으러 간 사이 음악실에서 쉬고 있는 엘리사는 지쳐 보이고, 일행은 잠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사가 끝나고 학교에서는 자선모금을 위한 가두행진을 나갑니다. 가다가 희연은 낮에 본 은빛 개와 비슷한 느낌의 검은 개를 보게 되고, 이번에도 개는 사라져 버리죠. 길을 건너기 위해 지하철 역을 지날 때 민설은 옛~날에 봤던 귀신을 다시 목격하지만, 채 뭘 캐보기도 전에 리이가 다짜고짜 성불시킵니다. (직업병?)

지체된 리이와 민설보다 앞서서 지하철에서 나왔던 희연에게 오랜만에 보는 도둑고양이가 와서 행렬의 진행 방향에 기분이 안좋은 녀석들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경고해 줍니다. 희연이 이 말을 전하자 엘리사는 오해를 사가며(..) 행렬 방향을 바꾸고, 우리의 히어로들은 고양이의 안내로 무서운 것들을 조사하러 갑니다.

가을과 겨울 (언더월드 3기 이야기)

전에 제노시아님이 얘기하신, 주인공 입장에서 본 언더월드 3기 캠페인의 이야기입니다.

책상 앞에 앉은채 리이는 몸이 배배 꼬여왔다. 책상, 의자, 종이. 이 삼위일체만 갖추어지면 머리에는 온갖 잡생각만 가득 차고 어디든 놀러나갈 구실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풀가동 되는 게 체질인 걸 어쩌겠는가. 하지만 지난 몇개월간의 일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옮겨보라는 카구라 할머니의 말씀은 준엄했고, 비록 홈그라운드는 아닐지언정 장여사의 주걱은 더 준엄했다.

연필 끝으로 입술을 톡톡 치다가 리이는 마지못해 연필을 종이로 가져갔다.

지난 가을과 겨울에 있었던 일

생각해 보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사건이 있었다. 수많은 적과 새 친구들, 산 자와 죽은 영들과의 만남도 있었고… 새로운 인연과 수많은 위험 사이에서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와는 달라진 자신, 그리고 그때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며 그녀는 제목 밑에 삐뚤빼뚤하게 글을 써내려갔다.

민솔 민설을 만났다. 장난아니게 모땐 못된 귀신 땜에 민설이 죽을뻔했다.

그녀가 신도시에 와서 처음 본 예지, 그리고 그 속에서 죽을 뻔했던 민설의 모습… 리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성실하고 유능하지만, 자기 챙길줄은 모르고 미련하게 일만 하는 솔. 그를 어느정도 알게 된 다음에 그런 예지를 봤더라면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놀리면서도 때로는 듬직한 오빠처럼 꾸짖어 주기도 하는, 위험이 닥치면 항상 바보처럼 자기 생각은 안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그가 리이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잡았는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들 모두가 그렇듯이… 결국 리이는 연필 지우개를 잘근잘근 씹다가 다시 글을 이었다.

히연도 만났다. 설이 boyfriend 아니라고 했다. 장여사님네 밥은 맛있다. 맛있었다.

희연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불완전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인간과 요괴 사이에 태어나 어느쪽도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무엇인지’가 아니라 ‘누구인지’ 알려고 한다면 그런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은걸. 다정다감한 마음과 따스한 손끝에서 나오는 것 하나하나가 주변 사람들의 삶을 풍요하게 하고 있다는 것, 아버지 없이 쉽지만은 않은 환경에서 씩씩하게 살아온 삶의 과정이 리이를 부끄럽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정신차리게 도와주었다는 것 외에 무엇이 필요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라는 사실, 용기를 내어서 자신에게 가장 아플만한 비밀을 리이와 모두에게 고백하게 해준 그 신뢰 앞에서 더이상 무엇을 따지고 잴 수 있을까.

리사 엘리사는 이상한 기생충을 달고 다녀따 다녔다. 솔은 맨날 나만 혼낸다.

힘과 아름다움을 갖춘 신비한 존재, 그러면서도 그저 술잔 하나 사이에 놓고 밤늦게까지 수다떨기에 딱 편한 외로운 아가씨. 리이는 문득 리사의 오빠 단서휘를 만난 저녁이 떠올랐다.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친어머니와 헤어졌을까… 그러면서도 부모를 찾아서 낯선 땅까지 온 용기와 애정이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맺기를 바랄 뿐.

알카나에 갔고, 장여사님네서 먹고 잤다.

엄격하면서도 활달하고 다정한 장여사는 어쩌면 리이 자신이 엄마에게 바랬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희연이 부러웠다고 말한다면 희연은 웃겠지. 어쩌면 엄마가 바랬던 딸의 모습에서 벗어났듯 리이도 엄마에게 엄마 아닌 다른 모습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참 바보같은 일인데 말야.

종이의 여백에 낙서하면서 리이는 생각에 잠겼다. 카구라 할머니는 어쩌면 신엄마를 떠나야만 했던 상황에서 붙잡을 수 있었던 신엄마의 마지막 흔적, 그리고 또하나의 정신적 대모. 범상치 않은 가족상황에도 불구하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요코는 그녀의 친구, 그리고 또다른 스승이기도 했다.

늘 떠받들리면서도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갖기 힘든 요코에게 자신을 전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리고 영안의 천형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리이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하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곳에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 두 사람은 언제나 그녀에게 신도시의 얼굴로 남아있겠지. 포근한 또다른 마음의 고향으로. 리이는 다시 연필을 들어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한테 죽을 뻔 했다. 악령, 원령, 고양이, 그림자, 유익비, 엄마, 아빠, 호랑이, 앤써리온, 인질범 신부, 그림자, 미나

문장을 끝맺지 못한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손이 느슨해졌다. 다른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에 갔다. 미나가 총탄 세례를 받으며 쓰러질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돌 지경이었지만, 카르카스 신부의 말이 틀리지만은 않았다. 산 자는 산 자의 영역에, 죽은 자는 죽은 자의 영역에. 그리고 그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무당이 있는 것이니까.

카구라 할머니와 요코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 했지만 분명 문서보관실 지하에서 미나는 리이와 민설에게 소름끼치는 적의를 드러냈었다. 어느쪽이 진짜일까. 같이 나이트에서 술먹으며 떠들었던, 자신에게 도움을 청해왔던 젊은 여자의 혼 쪽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그건 미나를 보내기 싫은 자신의 이기심 아닐까.

어쩌면 신으로 모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산자와 죽은자가 이만큼의 감정적 교류를 하기도, 또 이만한 인연에 얽히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미나의 불안정, 그리고 자신의 미숙함. 게다가 사실 미나는 이곳에 남아있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붙잡고 있는 건 혼자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공중에 목걸이를 시계추처럼 흔들다가 리이는 고개를 젓고 다시 연필을 들었다.

우리가 맞선 적은 누구?

가을과 겨울에 걸친 긴 싸움 끝에 성모병원 이사장의 부정은 드러낼 수 있었지만, 꽤나 끈질긴 상대였던 그도 더 큰 적의 대외적 얼굴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앤써리온이나 뱀파이어들일까? 하지만 그들도 이곳이 아닌 외지에서 들어온 세력.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혹은 전반적인 혼란을 틈탄 것 뿐이었다.

어둠 속의 상대는 그들의 주변에 있었고,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보이지 않는 적이기도 했다. 중앙도로의 사고들과 밤하늘을 불길하게 밝히곤 하는 붉은 달, 종종 펼쳐지는 결계의 폐쇄적인 공포를 생각하며 리이는 때로는 도시 자체와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에 몸을 작게 떨었다.

@#$% 같은 빙의령을 드디어 때려잡았다!!!

가끔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때로 불안감이 덮쳐올 때면, 사람과 가까워질 때마다 자신이 이곳에 있으면 안된다는 부담을 느낄 때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까봐 그간 얼마나 압박감에 짓눌려 살았는지 새삼 깨닫곤 했다. 결국 해답은 그렇게도 두려워했던 마음과 인연의 힘 그 자체에 있었음을 모르다니. 리이는 작게 웃음지었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자신도 조금은 성장했을까.

그간 가장 원하는 일은 신엄마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갈 수 있게 된 지금 리이의 생각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곳에는 아직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고, 하던 싸움을 그만두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기는 너무 찝찝하니까. 그것이 영능력자로서 자신이 가진 책임이자 특권이었다.

어쩌면 그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엄마는 굳이 자신을 떠나보낸 것 아닐까. 리이가 한사람의 무당으로서 제몫을 할 수 있도록. 구르고 떨어지고 상처입으면서도 자신만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역시 늙으면 사람이 꾀만 는다고 생각하며 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종이 밑부분에 조심스럽게 적었다.

– 끝 –

‘아, 정말 학교다닐 때 반성문보다 더 어렵네.’

연필심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는 잠시 창밖의 도시를 내다보았다. 저 밖에는, 넓은 세상에는, 아니 당장 이 도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힘과 의지를 가진 존재들이 거미줄 같은 계획 속에 수많은 사람들을 엮어넣고 있겠지. 그 속에서 자신과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한없이 작았고, 그들을 두른 그림자들은 나날이 조여오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래도 보잘것없는 존재들은 보잘것없는대로 자신의 몫을 다할 수밖에.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때로는 가장 중대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은 조금씩 깨닫고 있으니까.

리이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세계의 거대하고 불안한 흐름 속에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나 갖는 의문이겠지만, 어차피 미래는 미리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니까. 눈으로, 모든 마음으로,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존재 그 자체로. 옆에 놓인 빈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날린 후 그녀는 글씨와 낙서로 지저분해진 종이를 들고 일어섰다.

“할머니이~~ 다 썼어요!!!”

계단을 쿵쿵쿵쿵 내려가다가 뭐에 걸렸는지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가 멀어지는 가운데 종이비행기는 차가운 공기를 타고 열린 창밖으로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 기류에 몸을 실은채,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언더월드 38화 –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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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먹고 미나에 대해 고백한 리이는 알카나 식구들이 모두 미나를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위험하지 않냐고 놀라는 리이 앞에서 카구라 할머니와 요코, 민랑은 태연하기만 하고… 민설 역시 동생이 귀신과 친하다는데 경악합니다.

카구라 할머니와 요코가 며칠간 어디 다녀오겠다며 나간지 얼마 안되어 국정원 본부 요원 이세훈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전태일 요원이 실종되었다고 알립니다. 어쩌면 배신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도… 전날 오후에 실종되었다는 말에 민설은 심각한 모순을 알아차립니다. 전요원이 실종되었다고 이세훈이 얘기하는 시간 이후에 민설은 국장과 통화를 했었고,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 얘기가 안 나왔을리가 없기 때문이죠. 한편 희연과 유르겐은 둘다 이세훈에게 이상한 데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민설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국장에게 전화하는 동안 이세훈은 전날 전요원이 가져온 물건을 확인해봐야겠다고 하고, 이세훈이 가짜이고 전요원은 실종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민설이 총을 쏘며 등장. 이세훈은 총을 뽑으며 소파 뒤에 숨지만 유르겐의 공격에 한쪽 팔이 날아가고, 그 순간 리이는 전에 자신에게 빙의되어 신엄마를 해치게 했던 영의 존재를 느낍니다.

영은 이세훈에게서 나와 유르겐에게 들어가고, 민설의 사격에 유르겐이 쓰러지면서 리이에게 빙의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미나의 도움과 민설의 사격, 그리고 희연의 깔끔한 마무리로 소멸하지요. (아마도?) 깨어난 리이는 이전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자기 손으로 해칠까봐 무서웠다며 울음을 터뜨리고, 희연과 미나에게 위로받습니다.

좀 진정한 후에 리이가 유르겐을 치료해 주고, 이세훈 팔도 붙여준(..) 후 일행은 이세훈이 깨어나면 취조할 준비를 합니다.

언더월드 37화 – 죄의 붉은 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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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성당에 도착한 일행은 현장에 있는 요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성당 안에 남겨진 묘한 문양을 살핍니다. 엘리사는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그 문양이 새겨진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를 보게 되지요. 사제를 살해한 범인은 아마도 뱀파이어인듯 하다고 민설은 연락을 받습니다. 게다가 도플갱어가 관련된 것 같다는 얘기에 민설은 더욱 골치가 아파집니다. 리이는 예지에서와 같은 페이지에 펼쳐진 성경책에서 카인의 죄에 대한 대목을 읽습니다.(주:창세기 4장 9절~15절 중 발췌. 카톨릭에서는 현대어 번역 성경을 사용하므로 리플레이에 나온 건 사실 사기입.. 그냥 제가 신교 성경의 고어에 익숙하고 그쪽이 고풍스러운 느낌이라 선호할 뿐.)

일행은 알카나로 귀환하고, 전요원이 등장해 추가 장비와 임시신분증을 지급해 줍니다. 국장은 민설에게 연락해 신도시에 들끓는 초자연적 존재들은 모두 뭔가를 찾아헤매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전요원이 돌아간 후 카구라 할머니는 전요원이 이상하게 기력이 허하다고 하고, 민설과 리이는 과로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잘 지켜봐야겠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날 밤, 리이는 주술을 무효화시키는 부적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었다가 미나를 가둔 목걸이의 주술이 무효화되고, 미나가 풀려나서 목걸이를 가로채 도망치는 바람에 놀랍니다. 미나는 곧 장난이었다며 돌아오지만, 리이는 아침이 되면 꼭 카구라 할머니나 요코에게 상담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불안한 잠에 빠져듭니다. (백합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쯤 봐야 할 장면..퍽)

언더월드 36화 – 뱀파이어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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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일행은 삼선병원으로 가서 닥터 유즈나에게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를 듣습니다. 뱀파이어의 신체적 능력이라든가, 카마릴라/사바트와 클랜 같은 분파라든가 하는 전반적인 얘기와 붉은 달 아래에서만 거의 무적인 뱀파이어들이 발견되었다는 얘기 등. 또한 앤써리온은 순수한 철에 약하다는 정보 역시 듣습니다.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였던 뱀파이어들은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일행은 일단 국정원의 정보망을 통해 이들을 추적할 것을 지시받습니다. 일행이 나간 동안 유즈나는 특무부의 복잡한 상황에 대해 유르겐에게 설명합니다.

일행은 닥터 유즈나의 허락을 받고 임반장을 슬쩍 문병합니다. 리이는 임반장을 조금 더 치유하고, 희연이 삼촌과 잠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복도에 나와있던 리이와 엘리사는 기분나쁜 분위기를 느끼지요. 엘리사는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성모병원 문서보관실에서 보았던 인턴이 임반장의 중환자실 복도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며칠 된 기억인듯 하지만…

엘리사의 말을 들은 일행은 어째서 성모병원 인턴이 이곳에 있었는지 궁금해하고, 민설은 유즈나에게 가서 임반장의 경호상황에 대해 좀더 얘기를 나누다가 차장의 연락을 받습니다. 살해당한 신부님이 주임신부로 있던 성당에서 요원들에게만 보이는 까마귀떼가 출몰했다는 연락에 일행은 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