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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그림자 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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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단투인 회합장 포격 소식을 듣고 엘-라스에서 달려온 미셸, 케드릭, 펠로스 (& 티온, 탈리아.. 헥헥 많다) 일행은 생각보다 피해가 적은 회합장을 발견합니다. 예리한 포스 감지력으로 시스의 그림자 함선을 감지해서 피해를 줄인 장본인인 파다완 이스니르 드리엘이 그들을 맞아주고, 그들은 함께 단투인 회합장 마스터들을 만나러 갑니다.

단투인 회합장의 원로 마스터 마스터 반다르는 이스니르의 감지력을 자신의 포스력으로 무리하게 확장해서 코루선트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 침공과 시스의 그림자 함선의 합류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엘-라스에서 온 세 나이트에게 아우터 림의 그림자 함대 본대를 찾아내 함께 코루선트로 가라는 임무를 내리지요. 그리고 탐지기 이스니르를 덤으로 딸려보냅

그림자 함대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위치로 유력한 세른피달로 향하던 중 이스니르와 미셸은 숨은 그림자 함선을 하나 느끼고, 펠로스의 지휘와 이스니르의 인도로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해 추격전을 벌인 끝에 그들은 그림자 전투기와 탈타크’옌(주:본편에서 주인공 일행의 호위 임무를 맡은 두 파일럿 중 하나입니다) 소위를 포획합니다. 그리고 그를 설득한 끝에 시스를 피해 숨어다니고 있는 그림자 함대의 임시 본부로 안내받습니다.

함대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로크락은 일행의 설득에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서, 그림자 함대가 일단 코루선트에 모습을 나타내면 의회가 함대를 차지하려고 할 것을 저어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볼 생각이냐는 미셸의 질책과 그림자 함선은 필요하면 나중에 파괴할 수 있다는 펠로스의 설득에 결국 코루선트로 출항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감상

상당히 재밌게 한 플레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인물 간 접점이 별로 없어보여서 외전을 하지 말고 다른 걸 하고 놀자는 제안도 했는데, 단투인에서 만나 중앙으로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편한 진행이 되었습니다. 콘체르토와 외전 일행이 그림자 함대 본대를 끌어들여서 본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전반적으로 좋은 RP가 돋보인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도적인 입장에서 좋은 판단력과 포용력을 보여준 펠로스의 활약과 성장이 돋보였죠. 눈에 안 띄는 듯하면서도 극을 이끌어간 실마리가 된 이스니르, 그리고 이전의 순진하던 모습에 비해 한참 성장해서 헌신과 엄격함을 둘 다 보여준 미셸도 멋졌고요. (비련의 여주인공 강조가 약간 심한 듯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강조 안해도 미셸이 비련의 여주인공인 건 알아요! (..))

그렇게 주인공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 같이 협력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협력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주사위 한 번 안 굴렸는데도 게임적 재미가 나온 것 같고요. 그렇게 주인공 일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조연은 적당히 안내자, 적대자, 만담 상대, 무대 배경(..) 등의 역할을 해서 좋은 장면들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이었다면 우선 제가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리플레이에서는 지웠지만 함대를 함선이라고 한 점이라든지, 전투기에 도킹해서 탑승하는 쪽으로 한동안 이야기가 흘러간 점이라든지. 자꾸 전화하고 자리를 비우느라고 좀 주의가 산만했던 것도 같습니다. 제가 또 덜렁대는 편이기도 하고,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죠.

또 중간중간 있었던 어려움이라면… 사전 상의! 제발 사전 상의 좀! (…) 참가자 설정에는 결코 인색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진행자와 사전 상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림자 함대가 데스데모나에 있다는 참가자의 즉석 설정에 진행자가 ‘데스데모나가 어디죠?’ 하고 반문해야 하는 상황은 좀 곤란합니다.

이건 진행자가 뭐 대단한 권한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일단 묘사하고 흐름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이상 설정을 미리 소화할 필요는 있어서 그렇습니다. 미리 몇 마디 얘기하고 조절하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전에도 여러 번 부탁했던 문제인데 별로 발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스니르의 포스 감지력이라는 아카스트님의 멋진 설정이 이번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듯, 의논이 있었으면 데스데모나 쪽도 잘 엮고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어쨌든 그리하여 그림자 함대가 중앙으로 갈 개연성도 생겼고, 마지막 전투를 위한 초석은 갖춘 것 같군요. 그러나 함대 시트가 아직 없네요. 다음번에 검토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게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 두 분은 시트 제작 부탁드립니다. 콘체르토와 이번에 새로 시작한 랩소디 인물도 등장하면 더 풍부해질 것 같으니 콘체르토와 랩소디 참가자분들 시간 되면 관전 오시고요. 다음 플레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콘체르토 2008/04/13 – 프리티 키티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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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오체스님과 한 스타워즈: 콘체르토 1:1입니다.

요약

이전 이야기: 엘-라스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시스 로드 다쓰 타르카누스가 외부에서 용병과 시스 지원군을 부르자 엘-라스에 파견된 제다이들은 지원군의 합세를 막을 방법을 찾지만, 단투인 공의회에서는 여력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시간이 다급한 상황에서 항성간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 샤엔 산레스밖에는 그만한 우주전 병력을 확보할 사람이 없는 관계로 미셸은 내키지 않는 거래를 통해 그의 협력을 확보합니다. (거래 내용이 19금이라 리플레이는 생략)

다음날 전투에서 산레스와 제다이들은 다쓰 타르카누스와 지원군의 합류는 저지하지만 샤엔 산레스의 기함 ‘프리티 키티’도 심한 손상을 입습니다. 승무원의 피신을 지휘한 후 역시 나가는 중이던 미셸은 탈출정으로 가다가 부하에게 배신당해 부상을 입은 샤엔 산레스를 발견하고, 잠시 망설이는 동안 파다완 티온은 미셸이 개입할 필요 없이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셸은 산레스에 대한 감정이 어떻든 죽게 둘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두 제다이는 산레스를 부축해 탈출합니다. 탈출정 속에서 미셸은 무리해가며 산레스를 치료한 후 티온에게 아우터 림의 혼탁한 상황에 대한 괴로움과 회의를 토로합니다.

감상

예, 아우터 림은 막장입니다. 제다이가 시스에 대항해 범죄 집단과 손을 잡지 않나, 제다이 나이트가 사실상 매춘에 내몰리지 않나. 다른 데서는 제다이가 시스와 손을 잡고 다른 시스나 범죄 조직과 싸우는 일도 있을 법하군요. 공화국이 공중분해하는 혼란스럽고 도덕적으로 애매한 상황에서 공화국을 지켜가는 사람들은 영혼마저 손상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셸의 변화도 그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겠지요.

참고로 미셸냥이 이렇게 암울해진 건 제가 주도적으로 설정한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참가자가 원하지 않는데 암울하게 만드는 건 실례니까요. 인물의 상황이 절망적으로 되고 그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은 참가자가 원할 때는 좋은 소재이지만, 참가자가 원하지 않는데 강요하는 것은 인물이 아니라 참가자에 대한 정신적 폭력에 가까울 테고요. 성이나 특히 성적 폭력 같은 민감한 영역을 참가자가 원하지 않는데 소재로 삼는 건 더욱.

물론 그런 개인적 한계와 경계에 대한 합의가 완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단투인에서 센이 인도자에 씌여 민간인을 공격하게 했을 때가 그랬죠. 그때는 의견의 일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생각이 전혀 달랐던 동상이몽으로, 의사소통이 잘못된 사례였다고 봅니다. 그런 만큼 활발한 논의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이번 플레이는 제다이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제다이라고 하지만, 타르카누스가 힘을 잃은 엘-라스에서 신디케이트가 너무 강해지지 않도록 부상자를 쥐도새도 모르게 죽이겠다, 그리고 나야 제다이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 나이트 미셸은 개입하지 말라는 티온의 발상이 과연 제다이다운 것인지, 그리고 과연 감정이 없는 결정인지도 생각해볼 문제죠.

미셸은 그런 티온의 모습이 제다이답다고 칭찬(?)하지만, 전에 동환님이 얘기하셨듯 과연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용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없는 사람이 신념에 찰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감정은 없다는 제다이의 법도도 감정을 느낄 수조차 없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유지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제다이의 잔인한 역설이겠죠. 고통조차 느낄 수 없는 무감각으로 도망쳐버리는 동기는 결국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고, 그건 다크 포스로 가는 길이니까요. 나이트 미셸은 아직 인간성이 남아 있으니까 나보다 제다이답다는 티온의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의미인 것 같네요.

덧붙여 샤엔 산레스의 기함 ‘프리티 키티’는 나름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는데 침몰하는 장면 하나밖에 안 나오다니 조금은 아쉬워서 이번 화 제목에 넣었습니다. 산레스라는 인물의 분위기에 어울리기도 했고요. 미묘한 말장난이 들어간 ‘딩기 블루’ (‘작은 파란 배’인데, ‘빛바랜 파랑’이라는 뜻이 되는 ‘딘지 블루’를 틀어놓은 말) 역시 좋아하는 이름인데 이것도 금방 침몰..(..) 그 외에 타리지안 갬빗, 님반 님부스, 맨티스, 체크메이트 등 그간 나온 선박이 꽤 많은데, 이것도 위키에 정리해 봐야겠군요.

콘체르토 2007/11/25 – 암살자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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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콘체르토 11월 25일자이자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으로 전환한 1기 1화의 1부입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요..ㅋㅋ 자세한 건 감상 부분에.

요약

제2 행성에서 다쓰 세데스와의 전투 후에 부상당한 펠로스를 미셸이 구출해서 모노세로스로 돌아온 후, 여전히 펠로스가 부상으로 누워있는 상태에서 일행은 시스의 습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활극! …을 벌이다가 시간이 늦어서 해산.

감상

예, 짧습니다 짧고요. (…) 리플레이를 보신다면 알 수 있지만 플레이 내용보다는 논의 부분이 훨씬 깁니다. 마찬가지로 이 글도 요약보다는 감상이 훨씬 깁니다. (?)

일단 안방극장 대모험으로 전환한 데는 어떤 사연이 있는고 하니, 제가 이미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을 돌리고 있다 보니 비록 같은 배경에 동시간대라 해도, 혹은 그래서 더더욱 콘체르토에 신경 쓰기가 부담되더라고요. 또한, 콘체르토의 주요 의미는 포도원의 개들 (Dogs in the Vineyard) 중심 주제이자 판정의 방향성인 ‘심판과 그 대가’가 아닌 미셸과 펠로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계속한다는 의미가 짙다는 점에서 규칙도 크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참가자에게 서술권이 많이 분산되고 매우 주인공 중심적 극을 만들어가는 규칙인 안방극장 대모험으로 전환하자고 제가 제안했었고, 참가자들도 동의했습니다. 오체스님은 전에도 안방극장으로 시리즈를 해보신 적이 있었고 (7번째 바다 배경의 17세기 극장 대모험), 아사히라군은 처음이었지요.

아사히라군이 수능을 본 후 첫 플레이를 해본 결과는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두 참가자 모두 서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보다는 인물에 집중하는 편을 선호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판정의 경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는 이점이라는 의미가 강한 서술권이 규칙상 의무이자 부담, 그리고 인물 몰입의 방해 요소로 작용한 것 같았고요.

결과적으로 안방극장 대모험은 모든 참가자가 플레이가 발상과 의욕이 넘치고 경쟁적으로 이런저런 방향으로 끌고나가려는 에너지가 있어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규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막막하고 썰렁해지기 쉽겠죠. 따라서 모든 팀과 스타일에 어울릴 리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RPG 규칙이 그렇듯 취향과 스타일을 타죠.

거기에 더해 아사히라군은 전술적 요소가 너무 없는 점도 불만이지 않았나 싶네요. 어쨌든 내키지 않는 시도였는데도 시도는 해준 점과 재미없는 점을 얘기해준 아군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 재밌자고 하는 놀이인데 아무도 재미없는 걸 할 필요는 없죠.

물론 그 원칙은 저에게도 적용되는고로, 위에 적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콘체르토의 미래는 (적어도 저를 진행자로 하는 체제로는) 불투명해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할 만한 얘기는 다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뭐 그 부분도 얘기해서 정할 수 있겠죠. 사회적인 놀이인 RPG의 기본은 의사소통이니까요.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죽은 이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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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본편보다 4년 전, 24세의 젊은 시스 자락스 토레이는 그의 스승 다쓰 세데스와 도주하던 중 스승이 변방 행성 바쿠라의 한 마을을 섬멸하려는 것을 저지하다가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이때 두 사람을 추적하던 제다이 사제 (師弟)가 세데스와 교전해 시스 로드를 궁지에 몰아넣고, 다쓰 세데스가 자락스에게 겨눈 포스 라이트닝을 제다이 파다완 쪽이 막아섰다가 튕겨내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자락스는 25세의 루바트 오르가나가 자신 대신 죽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다쓰 세데스는 도망치고, 제다이 마스터에게 죽을 줄 알았던 자락스는 늙은 제다이가 오히려 부상을 치료해주자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그리고 기절. (?) 얼마 후 마을에 있는 집 하나에서 깨어난 자락스에게 마스터 모트는 제다이가 될 것을 권유하고, 마을 사람들의 공포와 경계 앞에서도 자락스를 두둔합니다. 마침내 자락스는 루바트의 추도식에 참석해 루바트의 관 앞에서 제다이가 될 것을 결심합니다.

코루선트의 제다이 회합에 도착하자 자락스는 우선 감방에 구금되었다가 제다이 공의회 앞에 서게 됩니다. 제다이 마스터들, 특히 마스터 아카마르에게 자락스는 그가 죽인 수많은 제다이와 공화국 시민을 상기받고, 속죄의 의미에 대해 가혹한 질문을 받습니다.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잊지 않은 채 목숨을 던져서라도 죄 없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역설하지만, 마스터 아카마르에게 다쓰 세데스도 한때 같은 결심을 한 제다이 나이트였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경악합니다.

헌신적인 의도도 집착과 두려움이 되면 다크 포스로 이어진다며 자락스가 다시 다크 포스로 빠지지 않으리라고 믿을 이유를 추궁받자 자락스는 자신 앞을 막아섰던 루바트 오르가나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이상 자신은 죽어도 다시 시스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문답은 끝나고, 자락스는 제다이가 될 것을 승인받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평탄하지만은 않아서, 루바트의 친구였던 나이트 케드릭이 자락스에게 시비를 걸자 (케드릭의 어린 제자 미셸냥도 곁에 있었죠) 자락스는 스승에 대한 모욕에 욱해서 결투에 응합니다. 그러다가 마스터 카렘과 마스터 모트에게 딱 걸리고(?), 마스터 모트가 자신 때문에 깨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자락스는 자청해 감방으로 돌아갑니다. 감방에서 명상을 하면서 그는 루바트의 생전 마지막 순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뒷모습을 떠올립니다.

감상

죽는 순간 루바트가 지었던 미소는 계획에 있는 건 아니었는데, 자락스가 미친놈이라고 고함을 치니까 루바트라면 그렇게 반응할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죽을 것을 깨닫자 좀 아쉽고 라이트닝을 놓쳐버린 건 쑥스럽고, 이 상황 자체가 역설적이고 재밌기도 하고,  운이 나빴을 뿐 어쩔 수 없는 일, 신경 쓰지 말라는 정도의 의미. 엄청 복잡한 미소이긴 하지만 죽는 순간에 짓는 미소니까 뭐..(?)

언제나처럼 마스터 모트와 마스터 아카마르를 RP하는 건 즐겁군요. 성격은 180도 다르지만 각자 다른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점도 그렇고, 둘 다 생각에 옳은 부분과 허점이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이 두 사람은 라이트 포스라 해도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을 잘 시사해주는 것 같습니다.

공의회의 문답 장면은 본편 14화에서 아를란이 왜 그렇게 엉망이 됐는지 암시해주고 있기도 하죠. (아니 원래 엉망이었나? (..)) 대마왕 아카마르의 공포도 재미있었고, 자락스의 당당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제가 질문하면서도 저런 질문 받으면 막막할 것 같은데 이방인님은 자락스 관점에서 진실하게 잘 대답하는 훌륭한 RP를 보여주셨습니다. 1:1에서는 극적 맥을 유지하려면 참가자가 감정선을 지탱하는 부담이 큰 편인데 이방인님이 이 역을 잘 해주셔서 저도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다쓰 세데스에 대한 폭탄선언, 당시 훨씬 감정적이고 충동적이었던 데다 (생전에는 이를 갈았던) 루바트의 죽음을 슬퍼하느라 제다이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케드릭, 그리고 어린 미셸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지나치게 어리게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 대사 하나에서 시작해 일파만파, 다들 꼬마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네요. 계산해보면 한 16, 17세 됐다는 얘긴데 말투나 스승의 취급은 8~10세 정도? (…) 나이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시작했어야 하는 건데, 마음이 급해서 그러지 못한 게 아쉽군요.

어쨌든 즐겁게 한 플레이였습니다. 묘사가 좀 지나치게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팔자려니 해야죠. (?) 특히 감정을 많이 살리는 플레이에서는 외부 묘사든 인물의 반응 묘사든 더 늘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열연(..)해주신 이방인님과 오체스님, 관전하신 초보자님, 오체스님, 아카스트님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에는 순서 맞춰(..) 이방인님이 빠지시니 틸과 린과 함께 본편 진행을 하도록 하죠.

콘체르토 2007/09/24 (2) – 살아남은 자의 슬픔

9월 24일에는 콘체르토 플레이를 두 번 했죠. 두 번째 플레이는 아사히라군과 1:1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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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루선트 회합장의 분수 정원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펠로스는 마스터 모트 클라인과 마주칩니다. 시스 출신인 펠로스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마스터 모트에게 펠로스는 칭찬(?)을 하면서 말문을 엽니다.

펠로스: “지팡이를 짚으셔도 ‘최강의 제다이’라니, 대단하십니다.” 순수하게 감탄한 듯이 말합니다.
로키: 마스터 모트는 잠시 놀란 듯 펠로스를 쳐다보더니
로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뜨리는군요.
로키: “싸움질을 많이 하다보면 골병이 들게 마련이지.”
로키: “그러고서도 살아남으면 사람들이 멋대로 최강이니 달인이니 하는 이름을 붙인다네.”

펠로스는 그간 그를 괴롭힌 의문에 대해 가르침을 청합니다. 자신과 제자를 지키려면 강한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스터 모트라면 다크 포스를 쓰겠느냐고 말이죠. 다크 포스가 사용자를 변화시키기에 위험한 힘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아우터 림에서는 종종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마스터 모트는 그것은 각자 내릴 판단이라며, 자신이 대신 내려줄 수는 없다고 대답합니다. 만에 하나 다크 포스를 써서 제자 루바트를 구할 수 있었다면 자신도 그랬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면서도  센타레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칼레나 할라크의 희생과 자락스를 변화시킨 루바트의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며 마스터 모트는 펠로스에게 화두와 같은 말을 던집니다.

로키: “다크 포스는 사용자를 변화시키기에 위험한 힘이라는 것은 이미 말했네.”
펠로스: 끄덕입니다.
로키: “라이트 포스는 타인을 변화시키기에 그 이상으로 위험한 힘이 아니겠나?”
펠로스: “타인을 변화시킨다…?!”
펠로스: 머리에 뭔가를 맞은 듯한 표정이 됩니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생각해보겠다는 펠로스에게 모트는 살아가는 모습으로 증명한 답만이 진실하다며 배우려는 자세를 잊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혼자 생각에 잠긴 펠로스는 칼레나와 루바트를 죽인 다쓰 세데스에 대한 호승심과 알 수 없는 예감에 사로잡힙니다.

감상

벤젼스와의 조우  이후에 플레이한 것이지만, 시간대는 이쪽이 앞입니다. 그래서 다쓰 세데스에 대한 복선을 잔뜩 집어넣을 수 있었죠. 뒤돌아보기 복선은 즐거워요(?). 길지는 않지만 포스의 도덕성 면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화였습니다. 펠로스의 심적 고민이 잘 드러나고, 마스터 모트의 지혜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다루는 재미도 쏠쏠했죠. 펠로스가 자락스 주변 인물 덕 좀 본다는 생각도 들었고… (웃음)

콘체르토 2007/09/24 – 벤젼스와의 조우, 검은 오벨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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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네 제다이는 각각 흩어져서 다쓰 타르카누스 (혹은 타르칸)의 비밀 기지를 찾습니다. 소행성대로 잠입한 미셸은 ‘벤젼스’라는 이름의 전함과 조우해 이 사실을 다른 제다이들에게 알립니다. 연락을 받은 세 제다이 중 티온은 그 이름을 알아보고 대경실색하지요.

한편, 엘-라스 제2 행성의 버려진 지하 채굴기지로 들어간 펠로스는 거대한 동굴에서 강력한 다크포스의 유물로 보이는 검은 오벨리스크를 발견합니다. 그의 옛 시스 동료 키르탄이 이때 나타나고, 조금 대화를 나누다가 다쓰 세데스 등장.

같은 시간 미셸은 소행성대에서 함선 건조와 정박 시설을 발견하지만, 케드릭은 나중에 인원을 더 보내서 확인해도 늦지 않는다며 빠져나오라고 합니다. 계속 연락이 없는 펠로스가 걱정된 미셸은 펠로스가 간 곳에 먼저 들르겠다고 하고, 케드릭도 동의합니다.

한편 세데스와 펠로스는 전초 모욕(?)을 주고받고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합니다. 펠로스는 다쓰 세데스의 팔에 부상을 입히지만, 팔에 라이트세이버가 박힌 짧은 순간을 이용해 세데스는 펠로스의 가슴을 세이버로 관통합니다. 다급해서 펠로스는  다크포스까지 써가며 대응합니다. 세데스는 센타레스 이후 나를 이렇게 긴장시킨 나이트는 처음이라며 펠로스에게 제자가 되라고 제안합니다. 너라면 강하긴 했지만 물렀던 자락스보다 더 크게 될 수 있다며 말이죠. 그러면 나를 죽일 수 있다고…

펠로스는 유혹에 크게 흔들리지만, 엑자르 쿤에게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시스 로드는 되지 않겠다고 절규합니다. 그 기백에 순간 놀란 다쓰 세데스는 펠로스의 목을 포스로 조르며 들어 올립니다. 그러나 평생 처음 포스의 평정을 느낀 펠로스는 생명의 위협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대응합니다.

펠로스: “소용없…다…세데…스..”
펠로스: “놔…줘라..”
로키: 그리고 세데스는 마치 뭔가 홀린 듯
로키: 흠칫하며 펠로스를 놓는군요.
로키: 펠로스는 구겨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집니다.

쓰러진 펠로스를 죽이려는 다쓰 세데스를 키르탄이 간신히 막고, 키르탄이 응급처치를 해줘서 펠로스는 목숨을 건진 채 포로가 됩니다.

감상

활극이 신나면서도 인물 변화도 볼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깊은 플레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군의 펠로스 RP가 일품이었고, 다쓰 세데스도 카리스마 있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와아~) 미셸이 거의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번 콘체르토는 미셸을 중심으로 괴롭혀야(?).

이번 화에서 단연 주인공이었던 펠로스는 제다이 로브만 입었을 뿐 제다이의 길에 대한 확신은 없는 인물이었는데, 큰 고비를 넘기며 드디어 제다이 쪽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시작하기 전 초창기에는 단순 액션 히어로였다가 아군과 둘이서 많은 시간 얘기하고 고민한 끝에 훨씬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한 펠로스의 변화와 성장이 기대되네요.

악역과 조연 쪽에서는 처음으로 다쓰 세데스를 본격적으로 잡을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센타레스에서 처음 이 인물을 연기하신 이방인님에 이어서 말이죠. 두 사람의 다쓰 세데스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다음 콘체르토에는 미친 아저씨(..)는 안 나올 것 같고, 키르탄과 티온이 와일드카드가 될 예정입니다. 펠로스 왕자를 호색 시스에게서 구해내라, 나이트 미셸! (음?!)

콘체르토 2007/09/08 – 엘-라스 브리핑, 청년 파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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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스 브리핑

엘-라스의 중심 행성인 모노세로스에 도착한 펠로스미셸을 펠로스의 제자인 파다완 티온이 우주항에서 맞이해서 숙소로 안내합니다. 왠지 스승에게 대하는 태도는 서먹하고, 케드릭과는 긴장 기류가 역력한 티온은 몇 주 동안 모노세로스에서 지내며 수집했던 정보를 세 나이트에게 보고합니다. 엘-라스에서 무기상과 폭력조직을 기반으로 한 다쓰 타르카누스 (혹은 타르칸)의 영향력이 증가 일로에 있으며, 상황은 마치 폭풍 전의 고요와 같다고… 또한, 다쓰 타르카누스가 비밀 기지를 두고 병력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합니다.

세 나이트는 의논 끝에 시스 로드의 기지가 있을지 모르는 후보지 네 군데에 동시 잠입하기로 하고, 티온은 자신도 그 중 하나를 맡겠다고 합니다. 위험을 우려하는 미셸에게 티온은 세 나이트를 다 적으로 돌리기로 작정이라도 했는지 미셸이야말로 아우터 림 경험이 적다며 은근히 빈정대지만, 미셸도 파다완에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습니다. 티온은 케드릭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휑하니 나가버리고, 케드릭은 거의 스승만큼이나 전력이 화려(?)한 티온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청년 파다완

티온과 같이 쓰는 방으로 벌컥(..) 들어간 펠로스는 문제가 뭔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티온은 결국 제다이와 스승에 대한 의문을 토로합니다. 펠로스는 자신에게 제다이의 길을 가르친 적이 없다며, 제다이의 길을 걸을지도 확신이 안 서고 그렇다고 떠나면 다시 다크 포스에 빠질까 두렵다고 말이죠.

펠로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로키: 티온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며 그를 마주봅니다.
펠로스: “나는 아마도- 그 문제에 대해서.”
펠로스: “긴 해명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그 자신 당시에는 제다이 로브를 입은 시스와 다름없었던 펠로스가 어린 시스 수련생이었던 티온을 파다완 제자로 받은 것은 공의회가 시킨 것도, 포스의 의지도 아니었습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린 티온이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는 예지 때문이었다고 그는 털어놓습니다. 얼마나 많은 소년 시스가 비참하게 전장에서 죽어가는지 잘 아는 펠로스는 예지의 확신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티온을 공의회로 데리고 온 것입니다.

그러면서 펠로스는 자신도 제다이의 길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티온에게 제다이가 되는 법을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대신 혼자 생존하는 법은 확실히 가르쳤다고 자신합니다. 시스 로드처럼 남을 짓밟으며 살아남는 방법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독립해 살아가는 법을… 그리고 티온은 반드시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티온의 결론은?

로키: “스승을 바꾸면 스승님보다 더 짜증나는 작자일 게 뻔하니까”
로키: “제다이에 있는 동안에는 이대로 가죠, 뭐.”

감상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대목은 브리핑 장면 중 티온과 미셸의 신경전이었습니다.

미셸: “파다완 티온의 능력은 뛰어납니다.. 그렇지만..”

로키:
“적어도 아우터 림 경험은 웬만한 나이트 못지않을 텐데요?” 티온은 미셸을 보며 말하는군요.

미셸:
“그렇죠. 서품받고 나서 한번도 아우터 림 쪽으로 발령오지 않은 나이트들도 있으니까.”

이전에는 좀 맹하고 착하기만 했던 미셸이 닳고 닳은 건방진 파다완에게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에서 미셸의 성장이 잘 드러난 느낌이었습니다. 오체스님의 멋진 RP가 아주 인상깊었어요. ^^ 확실히 미셸이 알데란에서 다룬 오르가나 호위 임무를 맡으면서 배운 게 많았나 봅니다.

펠로스와 티온의 대화에서는 펠로스의 심리가 전에 없이 깊이 있게 나타나서 감정적으로 풍부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좀 파악하기가 어려웠던 펠로스라는 인물의 감정과 동기를 정립하느라 저랑 아사히라군이 몇 달간이나 노력한 성과가 나타난 순간이었죠..ㅠㅠ 펠로스가 티온을 제자로 받은 이유는 저도 처음 알았는데, 사제의 인간적인 모습이 개인적으로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동시에 제다이의 길은 참으로 여러 갈래가 있다고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펠로스와 티온은 포스의 의지 같은 건 모르겠고 자신의 의지를 따를 뿐이라고 하지만, 그런 그들의 의지가 포스의 뜻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평생 살육과 폭력 속에 살아온 펠로스가 소년 시스 수련생의 목숨을 귀중히 여긴 의지도 다르게 보면 포스의 뜻을 행한 것이었을지도요.

결국 콘체르토와 공화국의 그림자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아니 재밌는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다면 그건 곧 인연과 인간관계의 엄청난 힘이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사람과 부딪히면서 느끼며 생각하고 변해가고, 좋은 관계든 더없는 악연이든 타인의 존재 없이는 배움과 성장도 없으니까요. 곡예와 라이트세이버가 난무하는 활극도, 우주의 운명이 들썩이는 정치극도 결국 그 중심에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야 진정 마음이 끌리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제가 좀 피곤해서 콘체르토는 없었지만, 다음 주에는 시간과 정력이 된다면 (?) 다쓰 타르카누스의 기지를 찾아 잠입 작전을 벌이게 되겠군요. 괴물 하나, 시스 둘, 제다이 셋에서 등장한 호색 시스 키르탄도 다시 볼 수 있을 듯.

공화국의 그림자 – 괴물 하나, 시스 둘, 제다이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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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님 결석으로 소년H님, 아카스트님, 아사히라군과 함께 진행한 외전입니다.

요약

파다완 린라노아 네루나와 나이트 트레’코르는 아우터 림 행성 지오스트의 지하 동굴에 사는 원주민에게 외교 임무를 띠고 찾아갑니다. 이들을 안내하는 것은 파다완 로어틸리아와 스승인 나이트 티로칸. 한편, 시스인 펠로스와 키르탄은 이들 제다이를 암습하려고 지하 동굴로 내려갑니다.

뜻밖에도 원주민 마을에는 시체와 뼈만 남았고, 이빨 자국으로 봐서 거대 포식자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시스와 제다이 일행이 마주쳐서 싸우던 중 포스 유저를 공격하는 괴물인 테렌타텍이 나타나고, 테렌타텍과의 전투중 (처음부터 일회용 인물인 게 뻔했던) 나이트 트레’코르가 사망하고, 티로칸과 키르탄이 부상을 입습니다.

각자 도망치던 시스와 제다이 일행은 테렌타텍이 들어올 수 없는 좁은 통로에서 다시 마주칩니다. 잠시 대치하던 이들은 결국 함께 테렌타텍에 맞서기로 하고, 제다이들은 키르탄에게도 응급처치를 해줍니다. 나이트 티로칸의 계획으로 린라노아가 테렌타텍을 나머지 사람들이 잠복한 통로로 유인하고, 나이트 티로칸과 키르탄이 괴물을 포스로 붙잡은 동안 로어틸리아와 펠로스, 린라노아가 괴물의 다리를 잘라서 무력화시킵니다.

공통의 적이 사라지자 두 일행 사이에는 다시 긴장 기류가 감돌지만, 싸워서는 도움될 게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결국 헤어져서 각자 갈 길을 갑니다.

플레이 기록에 대해 한 마디

플레이 기록에 보면 티로칸이 ‘다리X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이 아저씨 성격이나 정신상태를 표현한 것이지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된다면 수정하겠습니다.

키르탄이라는 사나이

‘키르탄’은 예전에 아사히라군도 참가한 판타지 캠페인 알데마르 전기에 등장했던 조연입니다. 아사히라군이 잡은 인물이었던 레인과 친구 사이였으며, 성격은 지금의 키르탄과 똑같았습니다. (..)

레인: “키르탄, 너 정령이 뭔지 아냐?”
키르탄: “뭔가 홀딱 벗은 아가씨들 아냐?”
레인: “…”
레인: -뒤통수를 세게 칩니다.
레인: “머릿속에 뭐가 들었냐.”
키르탄: “아얏!”

플레이 감상

즐거운 단편 던젼물이었습니다. ^^ 대충 아는 사람끼리 왁자지껄 떠들면서 오락하는 기분? (..)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었던 점도 만족스러웠고, 사건이 끝난 후 마무리도 적당했습니다. 캠페인 최초로 등장한 티로칸과 시스가 되기 전의 피나틸리아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죠.

콘체르토 2007/09/01 – 소년 파다완, 노예상과 교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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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비정기 캠페인 ‘콘체르토’ 2007년 9월 1일 기록입니다. (정식 제목은 Concerto in G minor – A Jedi Ensemble) 사용하는 배경은 공화국의 그림자와 같고 공통으로 등장하는 장소나 조연도 있지만 주인공이나 사건은 다릅니다. 공화국의 그림자처럼 큰 사건을 다룬다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가볍게 진행하는 소품입니다. 사건은 꽤 심각해지기도 하지만요. 준비는 전혀 없고, 플레이중 합의가 일어나는 과정은 잿빛 배경의 잡담 부분을 참조하세요. 방법론에 대한 것은 김성일님의 합의에 따른 플레이 이론을 참고하셔도 좋을지도요.

9월 1일 플레이 내용은 소년 파다완을 팔아넘기려고 노예상과 교섭…하는 게 아닙니다! (퍽퍽) 서로 다른 얘기입죠, 네.

소년 파다완

몇 번이나 아우터 림으로 임무 신청을 냈던 나이트 미셸 시노아는 드디어 동료 나이트 펠로스 아킴과 옛 스승 케드릭과 함께 아우터 림으로 나가게 됩니다. 미셸은 안전을 생각해 어린 파다완 제자 탈리아를 데려가지 않기로 하고, 탈리아는 그녀의 결정에 강하게 항의합니다. 우연히 이를 엿들은 펠로스는 탈리아에게 라이트세이버와 포스를 동원해 세이버도, 포스도 사용하지 않는 자신을 공격하는 데 성공하면 아우터 림으로 따라와도 좋다고 합니다. 탈리아는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며 있는 힘을 다해 덤비고, 결국 펠로스는 그의 실력을 인정합니다.

노예상과 교섭하기

세 제다이는 다쓰 타르칸이 장악한 엘-라스의 상황을 해결하고자 아우터 림으로 나옵니다. 나이트 케드릭이 공의회에 제안한 대로 우선은 엘-라스 주둔에 대해 주변 항성계의 협조를 얻으려는 교섭에 나서고, 그 일환으로 이웃 다페트 항성계의 실권자 고르크닉과 협상합니다. 아우터 림의 실력자들이 흔히 그렇듯 폭력 조직에 밀수에 노예 밀매까지 손대는 고르크닉과 손잡아야 한다는 사실부터가 기분이 나쁜데, 고르크닉은 협력의 조건으로 노예 밀매를 막으려고 있는 상선 규제 철폐를 요구합니다.

그 자신 노예 출신인 펠로스는 분노하지만, 케드릭은 아우터 림 정세를 먼저 안정시킬 필요성을 역설하며 고르크닉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미셸은 두 사람의 의견 충돌을 중재하면서 요구를 들어주되 감찰사를 둘 것을 제안하고, 결국 셋은 개운치 못한 기분으로 협상을 마무리합니다.

감상

열혈 소년 탈리아의 모습이 꽤 인상깊었습니다. 큰 주사위를 마지막까지 아끼며 깨지고 다치는 모습이 역시 열혈스러웠달까요..(..) 스승의 보호심을 답답하게 느끼고 자립하려고 하는 성장기 소년의 심리와 제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미셸의 마음이 충돌하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탈리아가 스승보다는 두 남성 나이트, 특히 펠로스에게 기우는 경향이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노예상과의 교섭에서는 평화와 정의 사이에 일어나는 충돌과 도덕적 갈등을 그려보려고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갈등 유형인 ‘양쪽 다 옳은 분쟁’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즐거웠죠. 특히 펠로스의 고통과 내적 갈등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노는 그가 다시 다크포스로 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군요. 시스 포로 생활을 한 후로 케드릭의 성격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드러나고, 고집 세고 드센 두 사람 사이를 조정하는 미셸의 역할이 두드러진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제다이 마스터의 맹세 (공화국의 그림자)

공화국의 그림자 비정기 외전 캠페인에 나오는 전직 시스, 아사히라군이 플레이하는 나이트 펠로스의 스승 마스터 사두르가 나오는 외전입니다. (즉 외전의 외전? ..외전이라고 해도 사실은 비정기 플레이가 시간상으로는 본 캠페인보다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요.) 마스터 사두르는 7식 쥬요를 설명한 대목에서 자락스와 함께 예시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다이 마스터의 맹세

“위험이 지나치오.”

마스터 아카마르의 말은 잘라내듯 단호했다.

“그는 힘이 곧 정의라는 관념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소. 현재 마스터 사두르에게 복종하는 것도 결국 전투에서 마스터 사두르에게 패배해서가 아닙니까?”

사두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마스터 아카마르가 하는 말은 하나하나 옳았으므로.

“이런 상태에서 펠로스 아킴을 제다이로 임명한다 해도 제다이 로브를 입은 시스일 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소. 마스터 사두르의 추천은 거절해야 한다고 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신을 내리누르는 마스터들의 시선을 느끼며 사두르는 고개를 들었다.

“마스터 아카마르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논리적으로 옛 스승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하지만, 이지적이고 냉정한 마스터 아카마르도 간과하는 것이 있었다. 이 우주에는 논리와 신중함을 넘어선 다른 옳음과 그름도 있다는 것을. 때로는 그 신뢰가 어리석어 보여도,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인 사람의 마음을, 그 마음과 행동을 통해 움직이는 포스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제다이가 되지 않으면 그 위험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 상태로 풀어준다면 그가 갈 곳은 범죄 조직이나 용병단, 아니면 다시 시스밖에 없습니다.”

마스터 아카마르는 피곤하게 눈을 감고 이마를 문질렀다.

“가망이 있었다면 나도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허나 그간 한 제다이 수련도 그에게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지 않소. 노예 검투사로서, 그리고 시스로서 평생 그에게 각인된 적자생존의 신념은 본능에 가깝소.”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가, 그리고 제다이 공의회라는 존재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인식하는 동안 그는 안전합니다. 강자에 대한 복종은 그에게 숨쉬듯 자연스러우니까요.”

“그가 자신이 마스터 사두르보다 강하다고 느끼게 된다면? 아니면 제다이 공의회보다 더 강한 존재를 만난다면 어찌 되겠소?”

대답하지 못하는 사두르를 보며 마스터 아카마르는 고개를 저었다.

“힘에 대한 맹신에는 아무 원칙이나 도덕성이 없소. 힘에 의존하는 복종을 믿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오.”

그랬다. 사두르도 알고 있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가 말한 것들을 공의회가 모를 리도 없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이유와 반대되는 이유의 균형을 깰 수 있는 한 마디. 그 의미의 무게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지만…

“제가 책임진다면 어떻겠습니까?”

“무엇을 말인가? ..말이오?”

순간 당황한 마스터 아카마르가 사적인 자리에서 하는 습관대로 말을 낮추는 실수에 사두르는 상황의 심각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어쩌면 긴장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옛 스승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펠로스 아킴이 다시 다크포스에 빠진다면…”

그는 순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회장에 깔린 정적 속으로 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 무겁게 떨어져갔다.

“그때는 제가 제다이 마스터로서, 그리고 마타’크리스 부족의 전사로서 그를 직접 제거할 것을 맹세합니다.”

공의회 마스터들 사이로는 낮은 한숨이 지나갔다. 그 속에서 결정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끼며 사두르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의 무게, 방향이 정해진 미래의 무게에.

“그 맹세의 의미를 알고 하는 말씀입니까, 마스터 사두르?”

마스터 제나’니에이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강철처럼 단단한 심이 있었다. 사두르는 나이든 트윌렉 마스터를 마주보았다. 마스터 제나’니에이의 파다완 제자였던 마스터 티로칸이 타투인에 다녀온 후 어떻게 변했는지는 그도 알고 있었다. 아마도 한 마을이 몰살당한 사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제자를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던 일이 그의 정신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뜨렸겠지. 사두르는 손이 떨리는 것을 감추려고 로브 자락을 움켜잡았다.

“아니오… 저는 그 의미를 모릅니다, 존경하는 장로님.”

그는 트윌렉어로 말했다. 제다이 마스터의 명칭이 아닌, 부족의 존경받는 노인을 부르는 명칭을 쓰며.

“닥치기 전에는 누구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막을 논하는 것과 사막을 건너는 것은 다르니까요.”

나이든 마스터가 그와 눈을 마주치자 사두르는 정신과 혼을 들여다보이는 기분에 몸이 떨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윽고 마스터 제나’니에이는 눈길을 낮추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긋한 나이에도 공화국 공통어로 말하는 목소리는 또렷했다.

“마타’크리스의 전사 사두르의 맹세에는 제가 증인이 되겠습니다.”

“제다이 마스터로서의 맹세에는 저희가 증인이 되지요.”

다른 마스터가 정중히 말했다.

마스터 아카마르는 무표정하게 회장을 한 번 시선으로 훑더니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사두르의 뜻은 잘 알았소. 공의회에서는 마스터의 제안을 검토하도록 하겠소.”

깊이 인사하고 나오면서도 사두르는 이미 그 결론을 알 수 있었다. 공의회 마스터들은 신중하게 이유를 저울질하며 토의하다가 결국 펠로스를 제다이에 받아들이기로 하겠지. 평생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제다이 마스터가 자신의 이름과 신용을 걸고 직접 책임진 것이야말로 판단의 균형을 기울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된 셈이었지만 지금은 지치고 공허하기만 했다. 나중에는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는.

“이렇게 와주어서 고맙네. 공의회 앞에 서느라 피곤했을 텐데…”

“아닙니다. 코루선트에 들르면 한 번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리지 않았습니까.”

몇 년 전에 보았을 때와 다름없이 정정하고 활기찬 마스터 모트는 웃으며 사두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네. 내 제자 녀석 때문에 굳이 오라고 떼를 썼네.”

“저 젊은이입니까?”

사두르는 마스터 모트의 시선을 따라갔다. 키큰 인간 젊은이는 두 마스터를 향해 인사하더니 마스터 모트의 지시에 따라 라이트세이버 동작을 시작했다. 1식의 기본 공격에서 시작해 4식의 곡예와 같은 동작, 마침내 7식의 폭발적인 흐름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겠군요.”

사두르가 낮게 말하자 마스터 모트는 제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모트의 파다완은 가상의 상대가 아닌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7식의 운용에 필수적인 호승심과 싸움의 즐거움을 발산할 때마다 포스 운용이 흐트러지고 다크 포스에 가까워지면서 스스로 그 감정을 꺾어버려야 했다. 그만큼 세이버의 위력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운동량에 비해 피로가 극도로 쌓이는 모습에서 젊은이의 시스 배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과거의 그림자와 싸우는 것 같은 광경에 사두르는 펠로스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해왔다.

“충분히 본 것 같습니다.”

사두르의 말에 마스터 모트는 다시 끄덕이더니 지팡이 끝으로 훈련실 바닥을 쾅! 내리쳤다.

“그만하면 됐다, 자락스. 명상하며 포스를 가다듬도록 해라.”

무릎 꿇고 앉은 자락스와 반대편 창문으로 걸음을 옮기는 마스터 모트를 사두르는 천천히 따라갔다.

“어떤 것 같은가? 자네가 교정해줄 수 있겠는가?”

사두르는 정원을 내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이버 기법과 포스 운용에 대해 조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떠오르는 것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 하나. 공의회 앞에서 물러나온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탓일까. 한참 망설이다가 그는 거리를 두고 견식 중이던 다른 파다완들이 들을 수 없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질문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젊은이, 파다완 토레이를 믿으십니까?”

“무슨 뜻인가?”

마스터 모트는 순간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가 다크 사이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십니까? 스스로 라이트 포스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정원을 내다보며 사두르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민감한 질문, 그러나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기도 했다. 마스터 모트에게, 자기 자신에게.

“물론이네.”

마스터 모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도, 고집도 없었다. 확고하기에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신념이 있을 뿐.

“나 자신을 믿듯 자락스를 믿네. 그는 다크 포스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일세.”

사두르는 고개를 돌려 선배 마스터를 마주보았다.

“자신을 믿듯 믿는다면 역시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까?”

마스터 모트가 고개를 젖히며 웃음을 터뜨리자 다른 제다이들이 궁금하게 돌아보았다. 사두르는 더불어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웃음 지었다.

“그렇겠지, 물론… 우리 중 누가 완전히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사두르는 주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예사로운 높이의 목소리로 말했다. 마스터 모트의 답변에서 이미 필요한 해답은 얻었다.

“아무래도 저 친구는 저에게 배우면 혼란스러울 뿐이겠군요.”

마스터 모트가 그렇게까지 신뢰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근거가 있는 믿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이버 검식이 다크포스의 위험이 될까 하는 우려는 불필요한 걱정.

“스스로 길을 찾도록 시간을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분명히 그럴 수 있는 젊은이일 테니까. 다소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더라도, 다크포스로 돌아갈 위험이 없다면 7식 완성의 길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다면… 그는 다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마스터 모트는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군… 그랬었나. 해답은 뻔히 눈앞에 있었는데 못 보고 있었구먼.”

“계속 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게 되지요.”

사두르는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때로는 제3자의 눈으로 봐야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마스터 모트는 빙긋 웃었다.

“와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포스가 함께하시길.”

“포스가 함께하기를.”

돌아서면서 사두르는 마스터 모트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상담을 청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미 내린 결정을 두고 시간을 끄는 일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펠로스에 대해 같은 질문을 한다면…’

코루선트 제다이 회합장의 고요한 복도를 걸으며, 지나가는 제다이들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나는 마스터 모트처럼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가 없다.’

익숙한 포스 기척과 세이버음을 따라가자 숙소에 가까운 훈련실에서 펠로스가 연습용 세이버로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빠른 동작을 눈으로 따라가며 사두르는 자신도 모르게 각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스승의 눈이 아닌 적수의 눈으로.

‘그럼에도 나는 이 젊은이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펠로스가 제다이가 되는 법을 배우는 유일한 길은 제다이가 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제다이 훈련은 회합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 공화국과 그 시민을 수호하는 삶을 살아가며 펠로스가 진정한 제다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도박에 사두르는 제다이 마스터로서의 이름을 걸었다.

‘그리고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실제 상대가 있었다면 치명타가 되었을 공격을 펠로스가 가하는 모습에 사두르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웅- 소리와 함께 펠로스가 라이트세이버를 거두고 문간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곁눈으로 보였다.

“…오셨습니까.”

훈련중에도 자신의 존재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리라.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 언제라도 공격에 대비하는 맹수와 같은 움직임. 가혹했던 생 속에서 삶을 곧 투쟁으로 보게 된 젊은이를 사두르를 아프게 보았다.

“공의회와는 얘기가 잘 된 것 같구나. 아마 곧 공식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의 판단은 감상주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젊은이에게 살아온 삶 이상의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싶다는 욕심일지도.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자신의 감상주의를, 그리고 혹독하게 살아왔으면서도 이따금 드러나는 펠로스의 인간성을 믿어보는 것이 포스의 뜻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싶었다.

“대련, 어떻겠느냐?”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취하는 펠로스와 마주하며 사두르는 세이버를 작동시켰다. 대련하면서 펠로스의 약점을 탐색하지 않으려고, 적의 눈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겠지. 이 젊은이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잊으려고 앞으로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날이 온다 해도.’

원치 않는 순간이 찾아와도, 그 시간까지는 믿어보고 싶은 것이다. 잔인했던 삶의 가르침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펠로스 아킴이라는 젊은이를… 펠로스의 첫 공격을 흘려버리며 사두르는 전투의 익숙한 즐거움에 자신을 다시금 내맡겼다.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린 불안을 애써 떨쳐버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