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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53화 – 코루선트 전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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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쓰 쟈르넥은 스콜피온 우주해적단에 연락해서 새로운 명령을 내립니다. 첫째, 익숙하지 않은 전열을 짠 전투는 포기하고 공화국군에 산개해 들어가서 피해를 입히고 함선을 포획, 둘째, 코루선트의 파괴된 통신위성 대용물로 연락선을 보내 코루선트 대기권에 있는 시스의 폭격기 편대에 연락.

해적단의 산개 공격에 피해가 커지자 로하네프 제독은 별동대와 재합류하려고 하지만, 다쓰 쟈르넥이 해적 연락선을 통해 코루선트의 그림자 폭격기를 제때 불러와서 합류하려는 두 함대 사이에 쐐기를 박습니다.(주:시스 그림자 편대를 이끄는 것은 다쓰 타르카누스의 제자였다가 배신하고 다쓰 세데스에게 붙었다가 다쓰 세데스가 죽어서 이제는 다쓰 쟈르넥에게 붙은 희대의 박쥐 키르탄입니다. 펠로스의 시스 시절 친구였으며, 미셸냥 기습 키스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시스 그림자 파일럿들은 포격을 게임처럼 즐기며 공화국 군인들을 학살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해지는 동안 자락스는 르베리에 제독과 마주앉아 공화국의 위기를 알리며 다시 함대 지휘를 맡아달라고 간청합니다. 처음에는 저어하던 르베리에는 코루선트 포위전의 상황 중계를 보고 공화국의 위기를 실감하며 결국 수락합니다.

다쓰 쟈르넥이 다쓰 타르카누스(주:스타워즈: 콘체르토의 주요 악역)와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협공을 가하자 공화국 함대는 더욱 위기에 빠지지만, 다행히도 그림자 함대가 도착하면서(주:외전 그림자 쫓기 참조) 시스 함대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나이트 케드릭이 옛 제자 미셸에게 청혼하는 등, 무수한 사연을 품은 전투는 계속됩니다.

감상

역시 상당히 다양한 인물과 감정선이 있었던 한 화였습니다. 전투를 마치 지휘관처럼 자기 뜻대로 이끌어가는 다쓰 쟈르넥의 치밀한 계산, 콘체르토에서 계속 중요한 변수였지만 세션 중 등장은 처음인 다쓰 타르카누스의 포스, 시스 파일럿들의 장난스러운 잔혹성 (얘들이랑 공화국 군인을 번갈아 하면서 전원 인격 분리 현상이(..)), 르베리에와 자락스의 밀고 당기는 진중한 고민, 마지막 장면에 작렬한 닭살 등.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넘나들다 보니 규모감과 입체감이 살아나더군요.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카스트님의 제안 이후 구상했던 청혼 대목이지만요.

미셸: “예, 잘 다녀오세요.. 라고 웃어라도 드릴까요?!”
미셸: “.. 혹시 돌아가셔도 공화국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셔서 잘 되셨어요. 하고 답이라도 해드릴까요!”
케드릭: “이건 어떨까.” 갑자기 무릎을 꿇습니다.
케드릭: “모든 것이 끝나면 우리 둘만 같이 떠나자고 내가 그러면”
케드릭: “‘예, 그러겠어요’하고 대답하는 건 어때?”
케드릭: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며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잡습니다.
미셸:  멈칫
케드릭: “지금까지는 공화국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이 싸움이 끝나면 우리를 위해 살아가자.”
케드릭: “나는 널 위해, 너는 날 위해..” 미셸의 손을 잡고 입맞춥니다.
케드릭: “미셸 시노아, 나와 결혼해 주겠어?”
미셸: 눈물을 흘리면서.. 목을 와락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펑펑 울어요. “바보 마스터!”

정말 한 마리 닭이 되어버리는 기분이었죠. 어우, 닭살… 오체스님과 호흡이 잘 맞아서 굉장히 극적인 장면이 된 것 같습니다. 저 대목에서 방송에 틀었던 노래는 Sting의 Fields of Gold입니다. ‘약속을 가볍게 하는 일은 없어/어긴 일도 있었지만/남은 나날은 맹세코/황금 들판을 함께 걷자’는 가사라든지, 애틋한 분위기가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듯해요.

사실 케드릭은 공화국의 그림자의 많은 인물 중에서도 제가 제일 싫어하는 축에 속하긴 합니다. 목숨 내던진 거 말고는 스승으로서 빵점에 가까웠고 (그게 오빠나 친구처럼 놀아주는 걸로 끝인 줄 아냐 이 화상아) 남자로서도 별볼일없는 게 왜 미셸한테 붙어서! 미셸냥이 아까워..(…)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왔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제 결말을 맺어가는 건 기쁘네요. 이렇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또 결말을 보는 게 긴 캠페인의 재미이기도 하겠죠.

아쉬웠던 점이라면 역시 아사히라군의 부재였죠. 펠로스가 대활약할 수 있는 화였는데… (입원했다고 빠지다니 이런 무엄한 (??)) 포도원의 개들로 제다이 플레이를 해본 건 펠로스가 최초였던 만큼 공화국의 그림자의 진짜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원로 주인공(!)이기도 하니 이번에 펠로스의 이야기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몸조리 잘하고 일요일에 보자 아군~! 모두 수고하셨어요.

공화국의 그림자 52화 – 코루선트 전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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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루키스는 포위망을 뚫고 다룬을 코루선트에 내려놓습니다. 다룬의 부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쟈네이딘은 자신은 공화국을 규합할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그런 그녀를 격려합니다. 자락스는 마스터 아카마르에게 당당하게 쟈네이딘과 함께 가겠다고 하고, 마스터 아카마르는 일단 허락하고 린라노아의 외교적 능력이 필요할 테니 같이 가라고 합니다. 사실은 감시역 두 사람은 코티에르의 죽음을 생각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지요.

아카마르: “불가능한 꿈은 여전히 꾸고 있는가, 자네도, 그도..”
린라노아: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죠. 그걸 지키느냐 혹은 무시하느냐의 차이일 뿐이고 말이죠. 꿈을 지키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요. 그렇지요?”
아카마르: “꿈을 꿀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네. 나에게 주어진 몫은 오직 생존이었으니..”
린라노아: “포기하셨나요?” 조금 어두워진 표정이 됩니다
아카마르: “생존이라는 기반 위에서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다면 상관은 없네.” 잘라내듯
린라노아: “아직 꿈은 가지고 계시다는 말이군요. 그럼 되었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고 그렇다면 포스도 함께 하고 있겠죠. 언제나처럼.”
아카마르: “언제나처럼, 나의 꿈은 자네들이겠지. 내가 알 수 없는 미래로 화살처럼 쏘아나가는.”

한편 공화국 상공에 함대를 포진시킨 다쓰 쟈르넥은 고궤도 폭격함 ‘토르의 망치’로 코루선트 지상 군사시설을 폭격하면서 코루선트 우주전의 개시를 알립니다. 공화국 지원함대 사령관 로하네프 할렌은 함대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포위망 교란, 반은 토르의 망치 요격에 나서고, 포위망 반대편의 루나 마레 궤도기지에서도 포격과 전투기로 지원합니다.

다쓰 쟈르넥은 이에 맞서 스콜피온 해적단 자유선원들을 내보내지만, 코루선트에 내려가 약탈하는 데 정신이 팔렸다가 해적들은 오히려 시스 함대와 공화국 함대 사이에 끼어 아군의 공격을 방해하면서 집중 포격을 맞습니다. 할렌의 ‘마치 매드니스’에서 출격한 토끼 시리즈 마치 헤어 이하의 전투기 편대도 크게 활약합니다.

한편, 자락스는 평화로운 행성으로 은퇴한 파옐 르베리에 공화국 해군 제독을 찾아갑니다. 다시 한 번 공화국 함대를 지휘해달라고 부탁하고자…

감상

예, 마지막 전투가 막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마스터 아카마르와 린라노아의 대화. 아무리 아픔을 겪어도 이상을 버리지 않는 젊은 린라노아와 꿈을 꿀 여유조차 없던 삶을 반추하는 마스터 아카마르의 모습이 좋은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꿈은 곧 젊은 제다이들이라고 하는 아카마르의 말은 의외이면서도 공감이 갔습니다.(주:미래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나간다는 말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자녀‘ 편에서 따왔습니다. 정체와 진취성의 대조뿐 아니라 희생 이미지도요.

그대[부모]들은 자녀를 살아있는 화살처럼 쏘아보내는 활일지니
궁수[신]께서는 영원의 길에 표적을 세우고 너희를 휘어 그분의 화살을 빠르게, 또 멀리 보내시느니라
궁수의 손에 휘어짐이 너희에게 기쁨이 되게 하라
그분께서는 날아가는 화살만큼 흔들림 없는 활을 사랑하시니.
– 칼릴 지브란

) 아카마르 같은 조연과 대등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 새삼 주인공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끼게 되네요.

우주전은 갓 시작했을 따름입니다만, 나쁘지 않군요. 이리저리 얘기해보면서 짜맞추는 맛이라든지, 거시적인 전투와 그 속의 개개인에 번갈아 초점을 맞추면서 생기는 입체감과 규모감이라든지. 이번에 새로 흥미로운 인물도 많이 나왔고, 공화국도, 시스도 명령 체계가 우왕좌왕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이 참 안습..(..) 판이 짜이면서 초기의 혼란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욱 혼란해진다든지..(..))

고궤도 폭격함으로 지상 폭격을 하면서 코루선트와 우주군 보존 사이에 선택을 강요하는 시스의 냉혹한 모습과 그 도전에 정면으로 뛰어드는 공화국군의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판정에 건 것은 공화국의 군사적 승패가 아닌 공화국의 분열 여부였던 만큼 초반부터 그 점을 잘 살리는 도전이 된 것 같네요. 다음부터는 백병전이라든지 다양한 모습의 전투를 진행하면서 전투 상황 속의 인물 군상, 그리고 그 속에 나타나는 분열과 화합의 모습을 조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플레이까지 이제 달랑 두 시간 남았군요. 모두 그때 뵙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그림자 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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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단투인 회합장 포격 소식을 듣고 엘-라스에서 달려온 미셸, 케드릭, 펠로스 (& 티온, 탈리아.. 헥헥 많다) 일행은 생각보다 피해가 적은 회합장을 발견합니다. 예리한 포스 감지력으로 시스의 그림자 함선을 감지해서 피해를 줄인 장본인인 파다완 이스니르 드리엘이 그들을 맞아주고, 그들은 함께 단투인 회합장 마스터들을 만나러 갑니다.

단투인 회합장의 원로 마스터 마스터 반다르는 이스니르의 감지력을 자신의 포스력으로 무리하게 확장해서 코루선트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 침공과 시스의 그림자 함선의 합류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엘-라스에서 온 세 나이트에게 아우터 림의 그림자 함대 본대를 찾아내 함께 코루선트로 가라는 임무를 내리지요. 그리고 탐지기 이스니르를 덤으로 딸려보냅

그림자 함대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위치로 유력한 세른피달로 향하던 중 이스니르와 미셸은 숨은 그림자 함선을 하나 느끼고, 펠로스의 지휘와 이스니르의 인도로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해 추격전을 벌인 끝에 그들은 그림자 전투기와 탈타크’옌(주:본편에서 주인공 일행의 호위 임무를 맡은 두 파일럿 중 하나입니다) 소위를 포획합니다. 그리고 그를 설득한 끝에 시스를 피해 숨어다니고 있는 그림자 함대의 임시 본부로 안내받습니다.

함대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로크락은 일행의 설득에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서, 그림자 함대가 일단 코루선트에 모습을 나타내면 의회가 함대를 차지하려고 할 것을 저어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볼 생각이냐는 미셸의 질책과 그림자 함선은 필요하면 나중에 파괴할 수 있다는 펠로스의 설득에 결국 코루선트로 출항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감상

상당히 재밌게 한 플레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인물 간 접점이 별로 없어보여서 외전을 하지 말고 다른 걸 하고 놀자는 제안도 했는데, 단투인에서 만나 중앙으로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편한 진행이 되었습니다. 콘체르토와 외전 일행이 그림자 함대 본대를 끌어들여서 본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전반적으로 좋은 RP가 돋보인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도적인 입장에서 좋은 판단력과 포용력을 보여준 펠로스의 활약과 성장이 돋보였죠. 눈에 안 띄는 듯하면서도 극을 이끌어간 실마리가 된 이스니르, 그리고 이전의 순진하던 모습에 비해 한참 성장해서 헌신과 엄격함을 둘 다 보여준 미셸도 멋졌고요. (비련의 여주인공 강조가 약간 심한 듯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강조 안해도 미셸이 비련의 여주인공인 건 알아요! (..))

그렇게 주인공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 같이 협력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협력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주사위 한 번 안 굴렸는데도 게임적 재미가 나온 것 같고요. 그렇게 주인공 일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조연은 적당히 안내자, 적대자, 만담 상대, 무대 배경(..) 등의 역할을 해서 좋은 장면들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이었다면 우선 제가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리플레이에서는 지웠지만 함대를 함선이라고 한 점이라든지, 전투기에 도킹해서 탑승하는 쪽으로 한동안 이야기가 흘러간 점이라든지. 자꾸 전화하고 자리를 비우느라고 좀 주의가 산만했던 것도 같습니다. 제가 또 덜렁대는 편이기도 하고,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죠.

또 중간중간 있었던 어려움이라면… 사전 상의! 제발 사전 상의 좀! (…) 참가자 설정에는 결코 인색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진행자와 사전 상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림자 함대가 데스데모나에 있다는 참가자의 즉석 설정에 진행자가 ‘데스데모나가 어디죠?’ 하고 반문해야 하는 상황은 좀 곤란합니다.

이건 진행자가 뭐 대단한 권한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일단 묘사하고 흐름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이상 설정을 미리 소화할 필요는 있어서 그렇습니다. 미리 몇 마디 얘기하고 조절하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전에도 여러 번 부탁했던 문제인데 별로 발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스니르의 포스 감지력이라는 아카스트님의 멋진 설정이 이번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듯, 의논이 있었으면 데스데모나 쪽도 잘 엮고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어쨌든 그리하여 그림자 함대가 중앙으로 갈 개연성도 생겼고, 마지막 전투를 위한 초석은 갖춘 것 같군요. 그러나 함대 시트가 아직 없네요. 다음번에 검토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게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 두 분은 시트 제작 부탁드립니다. 콘체르토와 이번에 새로 시작한 랩소디 인물도 등장하면 더 풍부해질 것 같으니 콘체르토와 랩소디 참가자분들 시간 되면 관전 오시고요. 다음 플레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51화 – 공화국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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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린라노아와 자락스는 심한 손상을 입은 벤젼스에서 심한 손상을 입은(..) 다룬을 데리고 탈출하려 하나, 시스측 그림자 함선의 공격 때문에 마탄의 사수가 모는 루키스 엑스 움브라와 합류하지 못하자 우주복을 입고 벤젼스에서 우주공간으로 탈출합니다. 제다이들이 내리는 지시에 따라 루키스가 정확하게 응사하자 결국 시스는 물러나지요. 다쓰 세데스의 함선이었고 린라노아가 자락스에게 스승 나이트 에카테스를 잃은 곳인 벤젼스가 심한 손상으로 침몰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린라노아와 자락스는 감회에 잠깁니다.

루키스에 탑승해서 코루선트로 귀환하다가 그들은 그림자 함선 일부 획득으로 자신감을 얻은 시스가 대거로 코루선트를 침공하는 광경을 보게 되고, 두 제다이와 마탄의 사수는 바로 코루선트에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세력을 모아 코루선트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다룬을 직항 항로에 있는 다른 행성에 내려놓을 것인가 의논합니다. 다룬은 자신보다는 쟈네이딘을 코루선트에서 피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시스의 포위망 완성 후라도 재돌파할 확률이 높다는 계산 하에 그들은 포위망이 완성 중인 코루선트로 뱃머리를 돌립니다.

감상

이번은 플레이를 비교적 짧게 하고 (리플레이상 불과 8쪽) 나머지 시간은 우주전 관련 논의와 제작으로 보냈습니다. 특히 판정에 무엇을 걸 것인가 가지고 꽤 토론을 길게 했는데, 결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결말을 완전히 확정하지는 않고 여백을 두도록, 그리고 어느 쪽이 판정에 이기든 재미있는 결과가 되어서 양쪽 다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정하느라 머리를 싸맸죠.

토론 끝에 일단 공화국이 군사적으로 이기긴 하되, 서로 단합하느냐 아니면 서로 불신하고 분열하느냐를 결과에 걸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생각해 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해온 캠페인의 결산에는 그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조그만 마을이든 공화국 전체이든 시스는 캠페인 내내 분열책을 써왔고, 그 분열이 캠페인의 주요 갈등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결말의 구체적인 모습은 서술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채워넣을 여지도 남고요.

플레이 자체는 짧았지만 즐겁게 했습니다. 포스 감각에만 보인다는 그림자 함선의 설정은 포스 사용자와 비사용자를 분리하려는 의도가 짙었는데 (그 때문에 다룬 오르가나가 제다이를 미칠 듯 불신하면서 시스와 손 잡을 생각을 했고), 제다이가 마탄의 사수의 눈이 되어 함께 시스를 공격하는 대목은 그런 분리와 불신을 깨끗이 부정한다는 점에서 유쾌했습니다.

한편 우주공간에 무방비 상태가 된 제다이와 의원, 그리고 그들을 구출하는 비 포스능력자 시민이라는 장면 구성은 코루선트에 포위당한 공의회와 의회, 그리고 코루선트를 방어하고 탈환해야 하는 나머지 공화국의 모습을 암시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공화국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이제 도움을 받을 처지가 되었다니 말이죠.

자락스가 린라노아의 스승을 죽인 벤젼스가 그게 벤젼스였던 건 잊고 있었지만  침몰하는 모습을 둘이 같이 지켜보는 대목도 인상깊었습니다. 제다이와 시스의 적대감, 그리고 과거의 아픔을 함께 극복한 모습은 캠페인을 통해 주인공 일행이 지향해온 화합의 좋은 예인 듯하네요. 그런 면에서 벤젼스 (복수)가 리뎀션 (속죄)이 된 점도 시사적이고요. (그리고선 속죄가 박살났..(…))

캠페인의 중요한 대립항이었던 자락스와 다룬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스스럼없이 반말도 하고 욕도 하는 다룬이라든가, 어느새인가 적대감은 없어지고 (다룬 쪽에서 일방적이었지만) 악감정 없이 말다툼하는 모습, 쟈네이딘에 대한 마음을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점 등. 결국 공화국의 그림자에서 쭉 다뤄온 이야기는 수많은 인물의 인연과 마음, 그리고 그 변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 재미있는 이야기는 인물에게서 나오기에, 인물의 관점과 내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RPG라는 매체의 강점이 아닐까 해요.

다음번에는 시스와 공화국 함대를 다듬은 후 몇 회에 걸쳐 대규모 우주전 판정을 하고, 어쩌면 에필로그쯤 한 후 끝날 것 같습니다. 끝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면서도 섭섭하네요. 함께해주신 두 분께 감사하고,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요~ 리플레이 협찬해 주신(?) 아카스트님께도 더욱 감사를.

[공화국의 그림자] 파다완의 의무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입니다. 전혀 다른 걸 쓰려고 했는데 아를란이 끼어들어서..(…) 외설은 딱히 없지만 슬쩍 언급은 있고, 좀 잔인한 묘사도 나오니 주의하시고요. 욕설도 약간 나옵니다.

시간상으로는 본편 50화 직후이며, 47.9화, 7화9화 내용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오체스님과 한 6월 2일 왕닭살 콘체르토와 갈등이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어서, 아마 아를란이 갑자기 외전 써달라고 보챈 게 그 플레이 때문인 것 같네요.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혼동하지는 마라.”
– 자락스 토레이

화염 한가운데 두 자루의 라이트세이버가 맞부딪치고 있었다. 세이버의 주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이글거리는 불길 사이로 차갑고 곧은 두 줄기 빛은 또렷이 보였다. 치명적으로, 경쾌하게 현란한 솜씨로 공격하고 막는… 마치 거인의 주먹이 부수고 들어간 듯 건물 한가운데 난 구멍에서는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향해 불길한 꽃처럼 피어올랐다.

필리스, 불러보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불타는 건물에서 불어오는 열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건물 지붕에서 지붕으로 건너뛰며 접근하는 동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건물은 점점 가까워 왔고, 동시에 불길도 높아가기만 했다. 머리 위로는 보이지 않는 함선들과 공화국 비행정들이 선회하고 상승하다가 때로는 위태위태할 정도로 건물 지붕 위로 낮게 스쳐갔다.

저 건물에 닿으면 어떻게 할지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세이버 실력이 자신을 훨씬 상회하는 데다 건물이 저 지경으로 불타는데도 나올 생각이 없어보이는 두 자매를 어떻게 싸움을 말려서 데리고 나올지 하는 대책따위 있을 리가. 그저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귓가에 방망이질치는 심장의 박동만이 발길을 재촉했다.

건물 지붕으로 건너뛰자 착지 순간에 다리를 때려오는 강한 충격을 그는 무릎을 굽히며 흡수했다. 그리고 지붕 가장자리까지 달려가자 이제 바로 옆 건물에서 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붉게 날름거리는 화염 사이로 분간할 수 있었다. 숨쉴 때마다 검은 연기와 불길의 열기가 가슴을 뜨겁고 답답하게 덮쳐왔다. 비상 사이렌과 대피 안내가 혼란 위로 울렸다.

‘다시 안내드립니다. 공습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하여서 안전한 경로로 지정한 방공호로 이동해 주시기..’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떻게 건물로 들어갈까 생각하며 발길을 옮기는 순간 뭔가 포스 감각을 스쳐가더니, 허공에서 발사된 빔이 이미 화염에 휩싸인 건물을 훑고 지나갔다. 굉음과 함께 건물은 연기와 먼지를 거대한 벽처럼 올려보내며 내려앉기 시작했다. 라이트세이버 빔과 두 전투원의 모습을 검게 삼키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뭔가 고함을 지른 것 같기도 했다. 머릿속이 하얘진 채 그는 몇 달음에 건물을 뛰어내려가 내려앉는 건물을 향해, 필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런 순간에 그녀 곁에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같이 죽겠다는 순간적인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또 다른 비명이 그를 붙잡았다.

돌아보자 건물 몇 채를 건너, 조금 전의 포격을 맞은 듯 역시 불길과 연기가 오르는 주거용 아파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서 윗층 창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기 사이로 10층이 넘는 창가에 사람 모습이 보였다.

아를란은 피나틸리아와 그녀의 동생을 삼킨 건물을 한 번 돌아보았다. 아파트 건물에 갖힌 사람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다시는 그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가만히 앉아서 잃지는 않으리라고 맹세했었다. 다시 그런 상실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다짐했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에게 뭐라고 필리스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가.

그러나 머릿속의 차분하고 냉정한, 낯선 목소리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피나틸리아와 나이트 로어틸리아는 포기해야 했다. 그들이 자력으로 나올 수 있다면 그가 가서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나올 수 없는 상태라면 구하려다가 같이 죽을 가능성이 더 컸고, 아파트 건물은 불길 때문에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저 위에 갖힌 사람도 죽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네 명이 죽을 수 있는 선택과 최선이라면 넷이 다 살 수 있는 선택 사이, 그 산술적 결론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이미 아를란은 달려가고 있었다. 심장을 움켜잡은 손을 뿌리치는 것 같은 고통에 순간 숨이 막혀왔지만, 자신에게 깊이 생각할 시간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는 안타깝게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헤치고, 연기가 뿜어나오는 입구에 어떻게든 들어가보려는 구출자들을 훌쩍 뛰어넘어 창틀 하나에 매달렸다가 그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기침하며 간신히 균형을 잡고 다시 도약해 홈통 위에 선 순간, 열기 때문에 홈통이 크게 휘어졌다. 세상이 뒤집히는 아찔한 순간이 지나가고, 무작정 손을 뻗자 다른 창틀이 손에 잡혀서 위태위태하게 매달릴 수 있었다. 이제 10층 이상 올라왔을까. 저 아래서 올라오는 놀란 비명들이 뒤늦게 귀에 들어왔다. 창틀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며 아를란은 위로 올라갈 길을 살폈다.

오래 전, 머나먼 행성에 있는 또 다른 건물 밖에 이런 식으로 위태하게 매달린 적이 있었다. 그때 지금의 스승과 파다완 센 테즈나가 그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당장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가 죽는지 사는지 신경이나 쓰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은 잊을 수 없었다. 이용하고 내버릴 쓰레기에 눈길을 준 멍청한 제다이가 있었기에 그가 오늘날 여기 있다는 사실만은.

아를란은 다리를 크게 굽혔다가 다시 뛰어올라, 잡히는 창틀을 붙잡고 올라가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안타깝게 창밖으로 몸을 내미는 여자와 바로 마주쳤다. 힘없이 칭얼거리는 품안의 아기가 휘두르는 자그마한 손이 얼굴에 가볍게 부딪혔다.

로크린을 생각하고 있어서일까, 갓난 멜리나를 안은 소니아를 떠올린 것은. 따를 대상을 간절하게 찾고 있던 그에게 형이나 스승과도 같았던 쟈겐트의 관심을 송두리째 가져간 모녀. 소니아를 미워했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을까. 영링 시체 사이에 선 멜리나를 생각하자 가슴이 저려왔다.

여자는 순간 놀라서 창틀에서 흠칫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는 팔을 뻗어 다짜고짜 허리에 팔을 두르고 창틀로 끌어올렸다. 어디선가 폭음이 들리면서 건물이 흔들리자 창틀을 붙잡아 균형을 유지하다가 손이 데인 것을 깨닫고 서둘러 뗐다. 실내의 검은 연기 사이로 붉은 기운이 섞여오고 있었다.

“애 놓치지 말아요.”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여자를 꽉 끌어안아 둘 사이에 아기를 고정시킨 그는 건물 밖으로 몸을 날렸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폭음이 바로 쫓아왔고, 뜨거운 충격이 등에 세게 부딪치면서 그들을 더 멀리 밀어냈다.

비행 (飛行). 그는 날개 없이 날고 있었다. 불타는 건축재, 반짝이는 무수한 유리조각과 함께 도시를 향해 빠르게 떨어져내리며 그는 이 순간 코루선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했다. 불길과 연기의 너울에 죽음과 파괴라는 현실을 아스라히 감춘 채, 슬픔도, 고통도 없이 그저 존재하는 도시. 생명만큼이나 덧없이 그렇게…

밑에서 땅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도시의 소음도 다시 귀를 때려왔다. 있는 대로 포스를 끌어올려 추락의 속도를 늦추고 여자와 아이를 몸으로 감싸면서 무릎을 굽혔지만, 아무리 충격을 흡수하려고 해도 착지의 순간 다리를 따라 전류처럼 타고 올라오는 충격은 곧 쓰린 고통이 되었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아이와 여자를 땅에 쏟아내듯 내려놓았다. 아기의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들리자 가슴 속에 안도감이 꿈틀거렸다. 저렇게 조그마할 때부터 이미 고통은 삶의 증거일까.

“제다이 선생님, 괜찮으세요? 등에 피가…!”

온몸이 욱신거리고 포스를 갑자기 쏟아내서 몸이 텅 빈 듯 기운이 없었다. 가까스레 고개를 들자 아기를 안고 일어서서 그에게 몸을 숙인 여자, 그리고 그 너머로는 필리스와 그녀의 동생이 전투를 벌인 건물이 보였다. 이제 완전히 무너져내려 연기와 불길만 오르는…

그는 고개를 떨구며 보도를 맨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손이 까지면서 아려왔지만 부족했다. 지켜줄 수 없다면 곁에 있기라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마저 어겨버렸다.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다시 눈뜨고 지켜보아야 했다.

“제다이 선생ㄴ-“

“꺼져.”

그는 선생 같은 게 아니었다. 그런 칭호를 들을 자격이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그의 스승이나 나이트 린라노아였지, 자신을 사랑한 적 없는 여자 때문에 넋이 나간 애송이가 아니었다. 치밀어오르는 고통을 삼키며 아를란은 여자를 노려보았다.

“애새끼 데리고 방공호로 가. 공중에서 훤히 보이는 데서 표적이 되고 싶어?”

그의 눈빛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여자는 흠칫 놀라더니 아이를 보호하듯 감싸안으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를란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평생 다시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너져버린 건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아직 저릿하게 아파오는 다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잠시 휘청거렸다. 건물에 포스 기척은 일체 없었다. 열과 폭발에 휘고 변형된 건물 뼈대와 금속 틀이 눈에 들어왔고, 재와 연기가 매캐하게 눈과 폐를 찔러왔다.

이 재 중에는 피나틸리아도 있을까. 그가 몸을 떨며 머리를 기대곤 했던 하얀 가슴도, 마치 유리로 된 듯 소중하게 붙잡고 입맞추었던 가느다란 손도 저 건물의 잔해 아래 검게 타서 살이 뼈에 눌어붙고, 숯덩이가 되어 두개골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위로는 하얗게 녹은 안구가 기묘한 눈물처럼 흐르고 있을까. 그렇게 생전에도 사후에도 똑같은 두 시체가 얽힌 채…

“아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지독하고 독살스러운 다쓰 세리트가, 어린애를 학살해댄 전 나이트 로어틸리아가 그렇게 갈 리가 없었다. 둘이 어떻게든 탈출해서 이 파괴와 화염의 지옥을 벗어났다고 생각해야만 했다. 두 사람을 얽맨 과거도, 소속도 모두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그러지 않으면 맨손으로 저 잔해에 달려들어 뒤지다가 미쳐버려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별할 정신조차 남지 않을 테니까.

“떠나버려요, 이곳을…”

코루선트의 하늘을 향해 쏟아지는 연기와 날름거리는 불길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파다완 아를란은 다리를 절며 도시의 건물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한 줄 요약: ‘아를란, 창문으로 침입해 애엄마 보쌈하다.’ 긴 캠페인을 거치며 모든 인물이 변화를 겪었지만, 가장 성장의 여지가 많았던(..) 아를란군이 제일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심히 거칠고 덜 다듬어졌지만 시스로 자라난 사람에게 제일 어려운 구분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차이를 깨달았고, 제다이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자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모든 성장이 그렇듯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따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또한 동환님과 얘기했던 로어틸리아와 피나틸리아의 두 가지 가능한 결말, 즉 ‘같이 사망’과 ‘같이 탈출’을 둘 다 암시해보았습니다. 저는 전자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진행할 때 죽음에 더 가까운 묘사를 했고 이 외전에도 그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지만,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무엇보다 건물이 무너지던 순간은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아를란을 포함한 모든 목격자가 혼란 상태라 믿을 만한 목격담은 없기도 하고요.

공화국의 그림자 50화 – 공화국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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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일행이 공의회로 돌아오는데 코루선트 주변의 통신 위성이 보이지 않는 함선에 의해 파괴당하기 시작하자, 피나틸리아는 혼란을 틈타 움직일지도 모르는 로어틸리아를 막으러 코루선트에 남겠다고 합니다. 아를란은 함께 남겠다고 하고,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루키스 엑스 움브라를 끌고 라이튼 우주기지로 향합니다. 피나틸리아는 로어틸리아의 그림자 함선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쫓습니다.

포격으로 폐허가 된 라이튼에 도착한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벤젼스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지만 완전 파괴는 되지 않는 것을 목격하고, 함교에 있는 마탄의 사수 용병단과 연락해서 그들을 루키스로 대피시킨 후 다룬이 다쓰 세데스를 유인한 연회실로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룬을 고문하고 있던 다쓰 세데스와 대치합니다.

코루선트가 시스가 조종하는 그림자 함선의 공습을 받으면서 제다이가 그림자 함선들과 맞서자 로어틸리아는 제다이를 공격하고, 피나틸리아는 로어틸리아의 그림자 함선에 침입해 싸움을 벌입니다. 그리고 함선을 주변 건물에 충돌시키지요. 화염에 휩싸인 건물 안에서 두 자매는 비틀린 삶 속에서 이렇게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듯 결투를 벌입니다. 건물이 두 사람 위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까지도.

세이버 결투를 하며 이전에 제다이였던 당신이 왜 이제는 평온을 찾을 시도조차 하지 않느냐는 린라노아와 자락스의 추궁에 다쓰 세데스는 처음에는 비웃다가, 린라노아에게 팔을 잃고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평온과 정의라는 거짓에 다시 속아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질 것 같느냐고 울부짖습니다. 자락스는 고통을 끝내주겠다며 그런 옛 스승의 숨을 끊습니다. 린라노아와 자락스는 죽은 시스 로드를 뒤로 하고 다룬을 데리고 탈출합니다.

감상

끝이 다가오는군요. 동환님의 마지막 참가이기도 했고, 피나틸리아, 로어틸리아, 다쓰 세데스 같이 비중 있는 조연 (그리고 주연)들이 퇴장하는 화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플레이 분량만큼 많은 잡담 분량을 자랑하는..(..)

플레이 후 토론에도 얘기했지만 캠페인이 길어지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강력하고 존재감 있는 조연들의 변화입니다. 정확히는 주인공의 변화지만요. 초기에는 주요 조연을 주인공으로서는 닿을 수 없는 존재처럼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점점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번 화에 세데스가 아무리 미친 짓을 해도 주인공들은 분노하는 대신 그를 이해하고 오히려 동정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미안 세데스 당신 약발도 떨어졌어 (?)) 그것이 바로 주인공들의 변화이며, 어떻게 보면 캠페인의 진짜 이야기겠지요.

다룬 도련님은 다쓰 세데스에게 걸려서 어제 오체스님에게 얘기한 공식마냥 (옛날 다룬) – (오른팔) – (왼쪽 눈) = (현재 다룬)이 되었습니다. 다쓰 세데스를 일부러 끌어들이는 건 자살이나 다름없었던 만큼 각오는 하고 있었겠죠. 기왕 죽는 김에는 형을 죽인 다쓰 세데스를 데려가자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시스 로드들: ‘미안 그림자 함선도 몇 대 있는 김에 코루선트 직접 침공할게’), 다쓰 세데스는 벤젼스 구조라면 꿰고 있으니 벤젼스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결정적인 위치의 폭발물을 제거해서 폭발 시점에 완파는 일어나지 않았죠.

목적을 직접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다룬이 중앙으로 세데스를 유인하고 그의 존재가 제다이들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세데스의 죽음을 일으키긴 했으니 복수 (Vengeance)에 성공한 것일까요. 그러면서도 다쓰 세데스가 속죄 (Redemption)로 이를이 바뀐 함내에서 죽었다는 것도 나름 재밌어하는 1人. 난 말장난이 왜이렇게 재밌..(…)

이번 화는 다쓰 세데스 외에 피나와 틸이 간(..) 화이기도 하군요. 둘의 얘기를 완전히 끝내려고 분할 진행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는데, 노는 참가자가 생기고 진행자는 바빠진다는
면에서 (엉엉) 자주 하기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장면을 전환하면서 하는 방식이 극적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동환님이 전환
시점과 완급 조절 등에 도움을 많이 주기도 하셨고요.

두 자매의 최후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실종이지만) 비장하면서도 한편 화해 분위기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다 그러고 싶었다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비극이고요. 똑같이 닮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반대인, 그리고 언제나
반대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을 통해 정체성과 도덕성의 문제 등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멋진 RP 외에도 동환님은 부진행자나 다름없이 발상을 내고 진행을 도우시는 등 플레이를 많이 풍요롭게 해주셨죠. 완전 종결 전에
떠나셔야 하는 건 아쉽지만, 쌍둥이 자매 이야기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많이 기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ㅠㅠ 군대 잘 다녀오시고요, 또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시스 로드의 굴욕

본편 41화에서 이어집니다.

“선미에 화재 발생! 방어막 강도 60%!”

“진압반을 파견하라! 에너지를 방어막으로 돌린다!”

다시 포격에 뱃전이 크게 흔들리자 다쓰 쟈르넥은 함장석 의자 등받이를 잡고 균형을 유지했다. 이것들이 어디에서 쏘아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쏘는 위치를 계산해서 응사하라고 그렇게 지시를 해대도 영 못하고 있자 열불이 터져서 오퍼레이터 하나를 죽여버린 후로 그래도 조금은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었지만.

계속 응사한 끝에 보이지 않는 공격자 하나도 피해를 입은 듯 빗발치는 빔도 조금은 적어졌지만, ‘맨티스’는 쉬운 희생양이 될 것 같으니 정비와 보고를 위해 귀환했을 뿐이리라. 쟈르넥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이라도 탈출정으로 달려갈 수도 있었지만, 맨티스를 두고 떠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호위선을 잃은 후 기함까지 잃는 실책을 저지르고 그가 얼마나 더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뭐, 같은 굴욕을 다른 놈에게도 안겨주기는 했지만. 그 생각이 나자 이 상황에서도 입가에는 악의어린 웃음이 번졌다. 불행히도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기는 해도… 그를 이곳으로 보낸 다쓰 세리트에게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그는 정면에 다가오는 소행성대에 숨을 것을 지시했다. 최소한 이것들의 위치를 제대로 계산할 여유는 벌기를 빌며.

소행성 사이로 지나가면서 다쓰 쟈르넥은 계속 뭔가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중과부적으로 쫓기는 상황 때문인가? 엄청난 위험이 거대한 그림자처럼 덮쳐오는 이 기분은…

그 순간 다시 굉음과 함께 맨티스가 크게 흔들리면서 여기저기 경보가 울렸다.

“우현 제 2 추진기가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방어막 방사기 기능 78%!”

“당장 수리반을 파견해!”

악을 쓰듯 지시를 내린 다쓰 쟈르넥은 함교의 조명이 깜박거리고 뱃전이 기우뚱하는 동안 감각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포스… 설마 포스 감각인가? 기기에조차 잡히지 않는 이 괴함선들을 느낄 수 있다면…

“다쓰 쟈르넥! 202, 205에서 어뢰 2정입니다!”

비명에 가까운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에 그는 퍼뜩 집중에서 깨어났다.

“유도 장치 마주 발사하고 회피 이동이다, 제기랄! 여분 에너지를 전부 추진기에 돌려! 이번에 격추당한다면 네놈부터 뒈질 줄 알아!!”

최소한 어뢰는 보이고 기기에 잡히기는 했다. 추격해오는 어뢰를 피해 맨티스는 절름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소행성 사이로 움직였다. 어뢰 하나는 유도 장치를 따라갔고 다른 하나는 소행성에 맞았지만, 소행성의 파편을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다시 맨티스는 격동했다. 전원이 나갔다가 비상 전원이 들어오면서 함교는 잠시 어두워졌다가 어렴풋이 밝아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제 지긋지긋한 이상 보고를 반쯤 흘려들으며, 선체의 격한 움직임에 순간 무릎을 꿇었던 다쓰 쟈르넥은 천천히 일어섰다. 아무리 입맛이 써도 맨티스는 버려야 했다. 여기서 이 버러지 같은 것들과 같이 죽을 수는 없었다. 입을 열어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307.195 방향! 순양함입니다!”

“무슨? 선체 식별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공, 공화국 우주군입니다!”

순간 다쓰 쟈르넥은 오퍼레이터를 하나 더 보내버려야 하나 생각했다. 공화국 영역을 벗어난 이곳에 왜 공화국 군대가 나타난다는 말인가. 그가 미처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비명과 같은 보고가 들려왔다.

“빔 무기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진이 이런지 속으로 쉴새없이 욕을 하며 쟈르넥은 명령을 내렸다. 더 맞았다가는 맨티스는 견뎌낼 수 없었다. 이 이상 타격이 있으면 탈출정까지 갈 시간조차 벌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무조건 회피한다! 우현의 소행성 뒤로!”

작동하지 않는 추진기를 보정하면서–이것들이 아직도 수리를 못하고 있다니, 손이 라이트세이버를 잡고 싶어서 근질거렸다–선회하는 동안 오퍼레이터는 공화국군 순양함의 주포 발사를 알려왔다. 이제 거의 절망하며 다쓰 쟈르넥은 충격에 대비할 것을 명령했다.

충격은 끝내 오지 않았다.

“다쓰 쟈르넥!”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부름에 쟈르넥은 뷰포트를 살폈다. 분명 순양함은 포를 발사하고 있었지만, 빔은 맨티스를 지나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그러는 것 같았지만 빔은 허공을 가로질러가지 않고 분명 뭔가를 맞추며 사라져갔다. 가끔 빔이 사라지는 곳에서는 빈 우주공간에서 우주선 부품과 금속 조각이 떨어져 나와 흩어졌다.

소행성 뒤에 일단 몸을 숨기고 급한 수리부터 명령한 뒤 다쓰 쟈르넥은 순양함과 보이지 않는 함선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아까 전에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었다. 분명 보이지 않는 함선은 포스 기척을 발산하고 있었고, 방향을 바꾸어가며 포를 발사하고 있었지만 두 대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응사할 수 있는 저 순양함에 탄 것은 그렇다면 포스 능력자이거나 감지 기술이 있는 자들이 틀림없었다.

‘저 함선을 얻을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함선이 있다면 왠만한 상대에 대해서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그 자신 포스 능력자인 그조차 처음에는 이렇게 애먹일 수 있다면, 빠르고 치명적인 기습에 저 함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리라.

“우리도 여기서 응사한다. 내 지시에 따르도록.”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에도, 기계에도 보이지 않는 함선을 상대하려면 차라리 이쪽이 나았다. 아까 전에는 신경을 성가시게 건드리기만 하던 감각이 이제는 뚜렷하게 잡혀왔다. 그는 조용히 함선의 존재를 느껴보며 각도를 추정해서 사격 방향을 알렸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명중률은 반 이상이었고, 두 함선은 곧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보자 공화국 순양함은 맹공격을 펼치며 그 중 하나에 접근하고 있었고, 또 하나의 투명 함선은 맨티스가 엄호물로 삼은 소행성을 돌아 사격선을 확보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추진기 수리 상황은?”

“45% 출력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했다.

“우현으로 소행성을 돌아가면서 내가 지정하는 방향으로 사격한다.”

그의 생각이 옳다면 저 공화국 순양함 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각개격파. 저쪽 함선을 순양함이 처리한 후에 순양함이 이쪽으로 돌아온다면 이쪽의 보이지 않는 함선 하나를 포획할 수 있었다. 맨티스의 앞발이라면… 그는 언제든지 펼칠 수 있도록 앞발 상태를 점검할 것을 명령하며 아직 이쪽의 상대 위치 파악이 정확하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종종 틀린 방향으로 응사를 명령했다. 몇 번이나 상대의 빔이 바로 근처를 스쳐갔지만, 주의깊게 거리와 각도를 유지해서 더 이상 심한 피해는 없었다.

순양함 쪽이 상대하고 있던 함선의 포스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공화국 순양함은 이제 조종하는 사람이 포스 능력자라는 사실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남기지 않는 빠른 속도로 소행성 사이를 질주해 투명 함선을 맨티스 쪽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쟈르넥은 지시를 내렸다.

“맨티스의 앞발을 펼친다! 177.15 방향으로 전속력 전진, 내가 지시하면 멈추면서 앞발을 닫는다.”

마치 그림자 춤을 추는 것 같은 전투 상황에 부하들은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지시를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그들은 서둘러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공화국 순양함과 맨티스는 마치 충돌하기라도 하려는 듯 서로 상대를 향해 돌진했고, 순양함–‘스텔러’라는 선명이 얼핏 보였다–이 뷰포트에 빠르게 다가오자 함교 여기저기서는 놀란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다.

“멈춰! 앞발을 움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묵직한 충격이 오고, 맨티스의 앞발이 드드득 하는 진동과 함께 정말로 뭔가 움켜잡자 함교에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포획했군. 짜증나는 그림자 놈.”

그의 말에 부하들은 순간 어쩔 줄 모르고 서로 마주보다가 처음에는 한두 명, 그리고는 모두 환호성을 터뜨렸다.

‘독을 품은 먹이입니다, 다쓰 쟈르넥.’

갑자기 머릿속을 울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순간 흠칫했다. 벨벳처럼 흐르면서도 뭔가 꺼림칙한 것을 품은 그 어둠에. 분명히 다급한 말을 전하고 있으면서도 포스 텔레파시의 목소리는 느긋했다.

‘지금 놓으십시오.’

함교 배치 인원이 웃고 환성을 지르며 농담을 주고받는 와중에 다쓰 쟈르넥은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놓는다. 지금 당장.”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살아남았다는 기쁨으로 분출하던 부하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순간의 정적을 삑삑거리는 계기가, 그리고 한 오퍼레이터의 비명과 같은 보고가 갈랐다.

“다쓰 쟈르넥! 일리리움 에너지 신호를 감지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자폭할 생각인가. 서둘러라.”

다급한 상황인 줄 알면서도 그는 씩 웃음이 나왔다. 지독한 것들. 적어도 이 기술을 개발하고 책임진 것은 시스 로드나 여느 군벌은 아니었다.

‘공화국 아니면 제다이… 혹은 둘 다인가.’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다. 굳이 저렇게 알려준다면 맨티스의 가치는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뜻이겠지.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함교 인원이 작업하는 시간은 2초를 넘지 않았다.

“맨티스, 먹이를 놓았습니다!”

앞다리의 연결 부위가 몇 군데 나가는 것을 그에게 굳이 승인 받는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은 점도 그렇고, 오퍼레이터 감독관을 승진시킬 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명령을 내렸다.

“전속력으로 이탈한다. 탈출정이나 메시지 실린더를 배출한다면 바로 포획한다.”

어차피 잡자마자 놓을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늦을 뻔 했다. 벗어나면서도 폭발의 위력에 맨티스는 잠시 흔들렸다. 어차피 제때 벗어나지 못할 것은 알았으면서도 맨티스를 같이 데려가려고 기다렸으리라. 지휘관이 누구인지 한 번 얘기라도 해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감상적인 생각을 억누르고 그는 통신병의 보고에 주의를 돌렸다.

“다쓰 쟈르넥, ‘스텔러’에서 연락입니다.”

“화면에 보이게.”

화면에 나타난 인물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도 그는 조금 전 텔레파시의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었다. 파충류에서 진화한 지성 있는 종족을 본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 여자는 그로서는 처음 보는 종족이었다. 보았더라면 잊을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온 우주를 내려보는 듯 우월감 어린 표정, 느긋하고 치명적인 우아함. 매끈한 녹색 비늘에는 선내의 밋밋한 조명마저 따스한 빛이 되어 은은하게 흘렀다.

“처음 뵙겠습니다, 다쓰 쟈르넥. 다쓰 루-한이라고 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동작은 정중하기는 했지만 공손하지는 않았다. 근거를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그 오만한 자신감은 이제 조금씩 주황빛이 돌고 있는 비늘 이상으로 그녀의 일부일 테니까. 그 작은 동작에 자신도, 그리고 함교 인원도 남녀 할 것 없이 눈이 쏠리는 것을 깨닫고 그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

“제때 잘 와주어서 고맙소. 도대체 어떻게…?”

“자세한 얘기는 대면해서 하기로 할까요.”

푸른 입술이 작게 미소짓는 동안에도 마치 부정한 비밀을 품은 검은 웅덩이 같은 눈은 웃지 않았다. 그 눈에 비친 빛은 모두 원래와는 전혀 다른 색이 되어 물 위에 뿌린 기름처럼 어둑한 붉은빛과 녹색, 보라색으로 번들거렸다.

“저와 동료가 잠시 건너가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도킹이 되시면 포트를 열겠습니다.”

긴 생각이 필요한 얘기는 아니었다. 어차피 맨티스의 지금 상태로는 스텔러에게서 벗어나거나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 요청은 형식일 뿐이었다. 죽일 생각이라면 이미 죽였을 테고, 그는 이미 포로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들이 건너온다고 변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의 손님으로서 맨티스에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동맹 제안이나 다름없었다.

도킹 허가 명령을 내리고 손님들을 맞으러 도킹 포트로 부함장을 내려보냈던 다쓰 쟈르넥은 도킹 포트를 연 순간에야 느꼈다. 몸과 마음을 엄습해오는 한기, 바닥이 없는 어둠과 광기의 존재를. 자신의 고함소리조차 방망이질치는 심장에 묻혀버린 채 그는 비명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함교 문을 봉쇄하고 방벽을 내려! 선내 전원 전투 태세를 갖춘다! 지금 당장!”

“예?”

오퍼레이터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라이트세이버를 뽑아들고 있었다. 포트로 내려보낸 부하들은 이미 죽었으리라는 짐작은 포트에서 다급한 연락이 왔을 때 확신이 되었다. 아마 부하를 모두 죽이려는 생각은 아니리라. 함교로 오는 길에 방해가 되면 벨 뿐. 이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그리고 미주알 고주알 일러바쳤을 그 계집애, 다쓰 세리트를 저주할 수밖에.

봉쇄한 함교 문이 덜컹거렸다. 문 밖에 그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열리려고 합니다! 봉쇄가 듣지 않습니다!”

부하들이 블래스터를 꺼내며 문에 겨누는 동안 라이트세이버를 무력하게 들고 선 다쓰 쟈르넥이 느낀 감정은 절망이었다.

“다쓰 쟈르넥! 명령을…”

“블래스터 내려.”

반쯤은 신경질적으로, 반쯤은 자포자기한 그의 명령에 부하들은 놀라서 쳐다보았다.

“미친 짐승을 더 성나게 할 셈이냐? 개죽음당하기 싫다면 블래스터 내려라.”

그가 바로 죽을 것이 아니라면, 아직 그의 짐작대로 맨티스 함장으로서 수명이 남았다면 훈련받고 경험도 있는 인원을 이렇게 죽이는 것은 낭비였다.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그는 억지로 열리는 함교 문에 다가섰다. 그리고 마침내 포기한 한숨과 같은 치익- 소리와 함께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남자에게 애써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군요. 마중하러 제가 보낸 부하를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쓰 세데스.”

아무 대답이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시스 로드의 모습은 변해 있었다. 넬반에서 ‘그림자 나이트’를 죽였다더니, 코티에르가 곱게 가지는 않은 듯 얼굴에는 커다란 흉터가 닫히고 일그러진 눈꺼풀에서 시작해 얼굴 오른쪽을 따라 내려갔고, 한쪽 다리를 저는 걸음걸이는 이전처럼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나 치명상이 아닌  이상 상처 입은 맹수는 여전히 위험한 법. 다쓰 쟈르넥은 자세를 낮추고 세이버를 들었다.

변함없이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을 한 합, 두 합, 세 합까지는 막아냈다. 시야가 제한받는 오른편을 노려서 반응이 반 박자 늦었을 때는 어쩌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 오른편을 향해 페인트 공격을 하자 다쓰 세데스가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정확한 시점에 쳐낸 순간까지는. 라이트세이버가 손에서 날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다쓰 쟈르넥은 미친 짐승이 교활하기까지 한 우주는 불공평한 곳이 아닐까 잠시 고민했다.

뒤로 피하면서 포스를 발동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눈앞에 붉은 빛이 번쩍하면서 얼굴에 뜨거운 고통이 지나갔다. 비틀 한 발짝 물러나며 그는 얼굴을 세이버로 베인 것을 깨달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고통스럽고,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길. 라이트세이버가 희미하게 웅웅거리며 목에 닿아왔을 때 그는 순간 차라리 죽여주기를 바랐다.

“그쯤 하는 게 좋겠어요.”

공기 중에 흐르는 검은 벨벳. 다쓰 루-한이 어느새 들어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어둡고 감각적인 존재감은 같은 방안에 있으니 한층 강렬했다.

“그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는 않았겠죠?”

남은 왼쪽 눈을 살짝 그쪽으로 돌렸다가 다쓰 세데스는 다시 그를 마주보았다.

“다쓰 루-한은 이미 만났겠지.”

흉터 때문에 비틀린 웃음은 이전보다도 더 위협적이었다.

“이 함선과 헬스카에 남은 네 함대는 확실히 쓸모가 있다. 그림자 함선을 얻기에 지금보다 좋은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지. 힘을 다해주도록… 동지.”

그가 세이버 끝으로 볼을 툭툭 치자 화끈거리는 아픔에 다쓰 쟈르넥은 이를 악물었다.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얼굴의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 고통도 굴욕감에 비하면 약하기만 했지만.

“맨티스도 수리해야 할 테니, 코리반으로 항로를 잡도록. 네놈 함대도 불러라.”

다쓰 세데스는 라이트세이버를 끄고는 보라는 듯 등을 돌렸다. 분노와 모멸감으로 떨며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쓰 쟈르넥은 다쓰 세데스의 등에 대고 말을 내뱉었다. 어쩌면 죽고 싶은 것일까.

“그 잘난 ‘검은 재앙’은 어디다 처박아 두고 공화국군 순양함인가? 좀 궁했나보지?”

다쓰 세데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얼어붙은 정적 속에 그는 어깨 너머로 씩 웃음을 지어보였다.

“되찾는다. 오랜만의 사냥이니까.”

공격하기도 가소롭다는 듯 시스 로드가 다시 걸음을 옮겨 함교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다쓰 쟈르넥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저자가 시키는 대로 일단 따라가 주리라. 그리고 기회가 보이면 반드시, 반드시 이 모욕을 갚아주리라고.

“다쓰 쟈르넥, 치료를…”

얼어붙었던 함교는 다쓰 세데스가 나가자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스 능력이 없다 해도 숨쉬기가 한결 편해진 것은 느꼈으리라.

“필요 없다.”

상처에 살짝 손을 대자 진물과 약간의 피가 묻어나왔다. 부하들 앞에서 이렇게 완벽한 굴욕을 당하고 나서 함장이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것도 다쓰 세데스에게 갚아주어야 할 빚.

벽에 기대어 조용히 지켜보던 다쓰 루-한은 그에게 빙긋 웃어주고 조용히 나갔다. 얼굴의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다쓰 쟈르넥은 명령을 내렸다.

“도킹이 풀리면 코리반으로 간다. 헬스카에도 합류를 명령하도록.”

“예!”

‘그림자 함선이라… 보이지 않는 배.’

함교를 부함장에게 넘기고 그는 함장실로 향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먹어주도록 하지. 그리고 그 후에는…’

영혼을 좀먹는 분노를, 검게 타는 증오를 그는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그것은 그를 강하게 해줄 감정, 앞으로의 굴욕의 시간을 견디게 해줄 불길이었으니까.

예, 언제나 안습의 다쓰 쟈르넥입니다. 한 줄 요약: 다쓰 세데스가 다쓰 쟈르넥을 능욕하다. (??) 사실 50화 전까지 쓰고 싶었던 외전은 따로 있었는데 이쪽이 길어져서 그만.

확실히 내면을 보면 인물이 의외의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번에 다쓰 쟈르넥 시점으로 쓰면서 함선을 자폭한 적장과 얘기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나 부하들에게 개죽음하지 말라는 대사 같은 건 예상하지 못했어요. (부하를 ‘낭비’하기 싫다는 정당화는 들어갔지만 과연 그게 다였을까..) 역시 다쓰 세데스처럼 갈 데까지 간 인물이 아니면 시스 로드라 해도 인간이긴 하네요.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이긴 한..

다쓰 루-한은 이전에 아카스트님과 한 비스트 헌터 외전에 나온 센을 뭉갠 인물이고, 그 외전 때 안 죽어서 왜 안 죽었냐고 원망하며(..) 생각해둔 종족은 팔린 (Falleen)입니다. 확장우주에만 나오는 종족으로, 대충 스타워즈식 다크엘프가 아닐까 해요. 장수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페로몬 날리고, 문화적 우월감 가득한.. 묘사값만큼 역할을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묘사하기는 재밌네요.

공화국의 그림자 49화 – 공화국 (5부)

공화국의 그림자 49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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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공의회 마스터들 앞에 선 센은 그림자 함선 탐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동의합니다. 다른 마스터들을 물린 마스터 아카마르는 의회, 특히 다룬 오르가나의 향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자락스는 자신과 일행이 어떻게든 오르가나를 설득해 보겠다고 합니다.

다룬 오르가나를 찾으러 가려는데 잠시 안 보였던 얀이 나타나 오르가나가 다쓰 세데스를 유인하려고 ‘벤젼스‘를 불러들인 정보를 털어놓습니다. 피나틸리아는 세데스를 비롯한 시스 로드 유인책이라고 추정하고, 일행은 급히 오르가나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인 의회 건물로 향합니다.

의회 건물에 얀의 연줄과 린라노아의 섹스 어필을 이용해 잠입한 일행은 얀에게 정보를 전해준 장본인, 다룬의 보좌관 셀린과 마주치고, 셀린은 피나틸리아가 라이트세이버를 들이대도 꿈쩍도 하지 않고 할 말 다 하다가 일행과 얀의 부탁에 결국 오르가나에게 연락해주기로 합니다.

통신상에서 다룬은 쟈네이딘의 아우터 림 순회, 실종 연출, 그리고 자락스에게 접근한 것도 다룬 자신을 정치적으로 파멸시키려는 계획이었는데 자락스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당했다며 냉소를 퍼붓습니다.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식.

다룬: 늬들 연놈 때문에 나는 이 지경이 엉엉엉
자락스: 아이구, 그래그래..(토닥토닥)

다룬은 결국 벤젼스를 미끼로 시스 로드들을 끌어들인 후, 주요 시스 로드들과 몇몇 부패한 의원들과 함께 벤젼스를 자폭시켜 아우터 림의 세력 균형을 공화국 쪽으로 기울게 하려는 계획을 밝힙니다. 자락스는 다룬에게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일행은 급히 의회 건물을 뜹니다. 다룬의 목숨을 구하고 시스 로드들과 맞서고자. (흐흐)

감상

어느새 49화군요. 수십 화만에(..) 판정도 했는데, 3:1 판정이다 보니 너무 시간이 걸리지 않으면서도 잠입 대목에 적당히 구조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스크립트가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요. 추진 중인 모종의 그림자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였습니다.

오늘은 아카스트님이 센과 린라노아를 순차적으로 잡으셨고, 관전하시던 오체스님이 전에 한 1:1 외전 쪽 인물인 셀린을 맡아주셨습니다. 공의회 마스터들 앞에 선 센은 대사가 가끔 애매모호하고 마스터들을 애 취급하는 느낌이라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어쩌면 센을 수십 화만에 잡아보신 점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서로 상의하고 의논하면 새로운 설정도 만들고  말의 의미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의사소통의 원활성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네요. 참가자 제안에 제가 많이 인색했던가요..(긁적)

오체스님의 셀린을 오랜만에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다룬에 대한 애정 섞인 푸념에서 인물이 잘 살아났고, 피나틸리아에게 할 말 다 하는 모습도 멋졌죠. 끝에 가서 다룬에게 연락해달라는 부탁을 튕기는(?) 대목에서는 이 급한 상황에 왜 시간을 끄나 하는 생각은 좀 들긴 했습니다. 혹시 셀린은 남 애태우는 걸 즐기는 성격이라거나? (두둥)

외전과 본편이 이렇게 얽히는 것도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하는 느낌이네요. 통신하면서 다룬이 쟈네이딘을 언급했을 때 셀린의 침묵 이면에 있는 막장스러운 외전 전개라든가. 그 일 때문에 다룬은 보기보다 상당히 괴로워했고, 저렇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는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도 작용했죠. 하여튼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사람 참 별 거 아닙..

생각해 보면 이번 화 외에도 조연을 참가자가 맡는 일은 이 캠페인에는 흔하네요. 자락스 과거 외전 때 역시 오체스님이 콘체르토 주인공 미셸의 과거 모습을 잠시 잡기도 하셨고, 자락스가 일행과 헤어진 동안 이방인님이 제이 톨란을 맡으신 일도 있었고, 지금 동환님의 피나틸리아는 이전에는 일행의 주적 중 하나였는데 로어틸리아가 타락하면서 지금은 일행에 합류했죠. 센타레스 워게임이나 넬반 궤도전, 정치 게임 같은 대규모 판정이야 인물은 아무나 골라잡고..

이방인님 말씀마따나 진행자와 참가자의 경계가 약간 희미한 면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행을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하면서도 되도록 참가자 참여를 확보하는 의미도 있죠. 일행이 갈라지거나 구성이 변하는 것은 중요한 극적 변화를 나타내는 일이 많은데, 참가자가 자기 주인공만 잡는다면 그런 구성 변화는 많이 제약을 받을 테니까요. 한편으로는 왠만해서는 판정 안 하고 적당히 활약시키다 보니 수치상 훨씬 강한 주인공을 굳이 고집할 필요도 없었고요.

결과적으로 참가자 분들이 언제나처럼 잘 해주셔서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플레이였습니다. 다룬이 투정부리는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1:1처럼 되어버린 건 좀 아쉬웠지만요. 오르가나 쪽 내용은 자락스하고 가장 감정적 연관이 깊지만 한편으로는 공화국의 미래하고도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인 만큼 다른 일행도 할 말이 많은 내용이었는데 말이죠. 일행 하나가 주목받는 장면이라도 다른 일행도 참여하는 게 이상적이겠지요. 물론 저도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테고요.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지금 크게 세 가지 방향이 대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절대적 억제 (아카마르): 그림자 함선에 대한 공포로 공화국을 하나로 유지. 시스에게 그림자 함선이 유출당해서 지금은 그 칼날에 공의회가 맞은 상태지만..(..)
  • 역동적 균형 (다룬 오르가나): 시스와 제다이가 서로 견제하는 동안 강력한 군사력과 독재권을 쥔 공화국이 그 사이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형태.
  • 자유와 희생 (자락스 토레이): 공포의 제약이나 공화국의 군국화 없이 제다이가 어떻게 해서든 공화국을 유지하는 형태. 제다이의 이상에는 가장 충실하지만, 과연 충분할지가 관건.

이 중 어떤 형태의, 혹은 전혀 다른 형태의 미래가 캠페인의 현실이 될지 궁금하군요.^^ 다음 화이면 50화입니다! 다같이 끝까지 힘내봐요. 동환님도 그때 뵐 수 있길..;ㅁ;

공화국의 그림자 48화 – 공화국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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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를 사냥하다에 바로 이은 본편 48화입니다.

요약

로어틸리아에 뒤이어 코루선트에 도착한 일행은 폭격을 맞아 무너진 공의회 건물을 보고 경악합니다. 공의회 근처에 정박한 루키스에 센과 왕녀, 얀을 남겨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피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자락스, 린라노아와 피나틸리아는 공의회로 달려갑니다.

공의회에 도착해 자세한 사정을 들으려고 하는데 영링 수련생 중 건물이 무너질 때 심한 부상을 입어서 대피하지 못한 레이안이 멜리나가 위험하다고 하고, 일행은 피나틸리아의 코루선트 지리 지식과 로어틸리아에 대한 감에 의존해 근처 방공호로 대피시킨 영링들을 쫓아갑니다.

가는 길에 그들은 인솔 나이트 중 하나인 다야 아운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일행은 영링들이 인솔하던 제다이와 함께 죽어있는 모습, 그리고 혼자 살아남은 채 충격으로 아무 반응도 못하는 멜리나를 발견합니다. 자락스는 무슨 사정이 있든 이런 짓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로어틸리아를 다시 만나면 자기 손으로 죽인다고 다짐합니다.

공의회와 코루선트에서 파견한 인원이 시신을 수습하고 수사를 시작한 동안 공의회에 돌아온 자락스와 로어틸리아는 마스터 모트와 공화국의 상황과 그림자 프로젝트, 다룬 오르가나의 행동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마스터 모트는 피나틸리아에게 다크 포스 위험이 이제는 없다고 마스터 직권으로 판단을 내리고, 자락스는 그녀에게 라이트세이버를 돌려줍니다.

이후 보고를 위해 제다이 공의회 앞에 선 일행은 마스터 아카마르와 그림자 프로젝트와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정확히는 아카마르-피나의 공동전선 앞에서 묘하게 자락스 청문회 분위기..), 일단 코루선트에 침입한 그림자 함선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센을 공의회로 부릅니다.

감상

플레이 백만 년 후만에(..) 올라오는 정리글입니다. 이번 화는 개인적으로 어린애 시체 널부러진(??) 장면까지가 연출하는 재미가 있었고, 이후에는 조연 감정선 처리가 좀 붕 뜬 느낌이 있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너무 일이 많다 보니 이거 참 공화국을 걱정해야 하는 건지 의회를 적대해야 하는 건지 가짜 공주를 밝혀내야 하는 건지 죽은 영링들을 슬퍼해야 하는 건지 시스에서 돌아온 제다이를 정죄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보면 그런 혼란 역시 이번 화에 제가 잡은 인물들의 감정선의 일부이기는 합니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이 많으니까 당장 처리해야 하는 사안부터 주의를 돌리고, 어쩔 수 없게 된 일은 일단 미뤄두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현실감 없고 붕 뜬 기분도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반응이죠.

한편으로는 여기서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제 혼란이 진행에 드러난 결과인 듯도 합니다. 장기 캠페인이 흐지부지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진행자의 이런 압박감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도 싶고요.물론 캠페인 귀결을 제가 정한다는 생각 같은 건 없고 궁극적으로 상황을 움직이는 것은 주인공을 통한 참가자의 선택인 만큼 편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결국은 인물들의 욕구와 신념이 부딪치면서 최종 결말이 나오겠지요.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레이안과 멜리나 관련해서는 나름 재밌는 생각들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멜리나는 회복은 하겠지만 상처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할 테고, 멜리나가 정신과 포스를 힘겹게 유지해가는 모습을 보며 레이안은 시스에 대한 미움이 더욱 커질 듯. 또 멜리나가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갈구할 이상일 ‘진짜’ 로어틸리아가 되어주려고 무리해가며 완벽한 제다이가 되려고 한다든지… 수많은 인물이 살아 움직이면서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기본적으로 군상극인 이 캠페인의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

이번 화에는 아카스트님이 안 계셔서 린을 빼돌리거나 꿀먹은 벙어리 만들었는데, 다음 화에는 센이 등장하고 또 센 관련해서 나올 정보는 다 나온 것 같으니 아카스트님이 원하시면 센을 잡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센은 일행하고 내내 같이 다니기는 어려울 때도 있을 테니 센이 없을 때는 린을 잡으셔도 될 것 같고요. 자세한 건 플레이 때 논의해보죠. 모두 그때 뵙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공의회를 사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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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틸리아가 47화에서 그림자 함선을 탈취한 이후 일행이 코루선트에 도착하기 직전의 일입니다. 시간상 47.9화 정도쯤 되겠지요.

요약

코루선트 상공에 도착한 로어틸리아는 공의회에 그림자 함선으로 폭격을 가한 뒤 부하들과 함께 지상에 낙하합니다. 혼란 상태에 빠진 공의회 건물을 숨어서 지켜보던 그녀는 영링 (어린 수련생)들을 나이트들이 대피시키려고 데려가는 것을 보고 골목길에서 그들을 습격해 피나틸리아의 친구이던 나이트 다야 아운을 살해하고, 몸을 피하던 파다완과 나이트, 그리고 영링들을 살해합니다. 그러다가 영링 중 자신이 로크린에서 데려온 멜리나를 알아보고 자신이 데려왔다는 책임감 때문에 살려주지요. 동기와 선생님들 시체 사이에 선 멜리나를 뒤로 하고 로어틸리아는 자리를 뜹니다.

감상

충격과 전율의 한 화였습니다. 폭력은 RPG에, 또 대중문화 전반에 새로울 게 없지만, 어린아이를 의도적으로 공격해서 죽이는 것은 좀 충격적이더라고요. 그 이유가 생물학적인지 문화적인지 동환님과 끝나고 나서 토론을 벌였는데, 동환님 지적대로 아동이나 아동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비교적 최근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고 아동 인권 운동을 따로 벌여야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문화적인 쪽이 맞겠지요. 어쨌든 꽤 강렬한 플레이였습니다.

관전하신 오체스님 말씀대로 로어틸리아가 피나보다 확실히 무섭군요. (..)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면 차라리 나은데, 오히려 여전한 데가 너무 많아서 더 섬뜩했던 것 같습니다.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정진하는 모습이라든지,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인간적 고려는 완전히 배제하는 완벽주의라든지. 멜리나를 살려준 것도 인간적 정이 아니라 특유의 강한 책임감 때문이었다는 점을 동환님은 특히 강조하고 싶어하셨죠.

46화에 나온,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쪽은 로어틸리아지만 이후에 고민하는 쪽은 피나틸리아였다는 얘기가 다시 생각나기도 합니다. 피나틸리아도 시스 로드로서 상당한 고통과 폭력을 유발한 인물이지만 (에잇 이 죄많은 자매) 적어도 나중에 하는 고민이 최소한의 제동은 되었을 것 같거든요. 반면 로어틸리아는 일단 갈 길을 정하면 아무 망설임도, 후회도 없다는 점에서 내적 제어가 없으니 더 극단적인 결론으로 흐르기 쉬운 듯. 성찰과 고민 없는 힘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플레이를 멋지게 해내시고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신 동환님, 관전하느라 수고하신 오체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막장 막판으로 치닫는 공화국의 그림자의 행방에 더욱 두근두근하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