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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시성 플레이의 가능성과 도전

최근 레이디의 그늘 캠페인이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진행자와 참가자들의 시험기간이 서로 달라서 근 한달간 플레이를 쉬게 된데다가, 진행자 사정으로 방학중 플레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한달 쉬는 것도 캠페인 존속이 불확실한데 ORPG에서 네 달을 쉰다는 것은 대개의 경우 캠페인을 그만둔다는 얘기나 다름없으니까요.

이 시점에서 제가 제시한 방향은 플레이의 체제를 아예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채팅으로 하는 동시성 플레이가 아닌, 글로 쓰는 비동시성 플레이로 말이죠. 얼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안인중님의 PBS(Play by System)와 TRPG (외부 링크, 다이스&챗 로그인 필요) 시리즈, 蘭님과 나누었던 PBEM 얘기, 그리고 게시판 플레이용 규칙인 수정주의 역사 (Revisionist History) 번역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생각이었습니다.

거기서부터 얘기가 시작돼서 결국 방학이 끝날 때까지는 캠페인을 수정주의 역사 규칙으로 전환해 위키상에서 플레이하기로 했습니다. 규칙 뿐만 아니라 캠페인의 시간축 자체가 달라져서, 본 캠페인의 사건을 미래 (제 생각에는 약 100년 후)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형식의 외전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설정 결과 세 주인공이 서로를 배신하고 후대까지 악명이 자자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게 되었죠. (…) 그리고 이 미래가 바로 외전의 시간대인 것입니다.

이렇게 채팅으로 하는 동시성 플레이에서 위키로 하는 비동시성 플레이로 전환한 것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봅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것은 캠페인 자체의 존속. 안인중님의 말씀마따나, RPG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지만 사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일주일에 3~4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3~4시간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채팅 플레이가 어려운 사정이 있어도 비동시성 플레이 체제로
전환하면 형태는 달라도 캠페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꾸준하게 유지될 때의 얘기지만요.

여기에 부수되는 것이 시간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한번에 뭉텅이 시간을 내야 하는 동시성 플레이와는 달리 비동시성 플레이는 틈이 날 때 짬짬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또하나, 이건 비동시성 플레이 전반이라기보다는 수정주의 역사의 특징이지만 TRPG 규칙을 사용하는 비동시성 플레이와는 달리 진행자가 계속해서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도 없습니다. (사실은 진행자도 없긴 합니..퍽)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포도원의 개들을 잠시 게시판 플레이로 했을 때 느낀 점인데, 동시성 플레이에 특화된 규칙을 비동시성 플레이에 그대로 사용하려고 하면 동시성 플레이의 열등한 대체물밖에 될 수가 없더군요. 제아무리 급하게 글을 올려도 채팅 기준으로는 속터지도록 느리니… 반면 수정주의 역사의 경우 일주일에 글이 3~4개만 올라와도 플레이가 충분한 속도로 진행되므로 글로 하는 플레이에 보다 적합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비동시성 플레이에는 비동시성 플레이에 특화된 체계와 규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비동시성 플레이가 제공하는 또다른 가능성이라면 캠페인의 사건을 신선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수정주의 역사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동시성 플레이와 비동시성 플레이의 성격과도 연관이 깊은 것입니다. 채팅이나 대면상황은 닥쳐오는 사건을 그때그때 ‘겪는’ 데에 적합하다면, 시간 간격을 두고 생각해 가며 글을 쓰는 것은 어떤 사건의 의미와 진상을 ‘음미하는’ 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수정주의 역사라는 규칙 고유의 특성상, 캠페인의 사건을 미래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더더욱 캠페인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래의 이야기를 외전으로 먼저 진행했기 때문에 나중에 본 캠페인으로 돌아왔을 때는 일정한 방향성, 혹은 제약이 생겨 있을 테니까요. 어려움도 있겠지만 확실히 생각해볼 거리는 풍부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 이전부터 다소 침체되어 있었던 캠페인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점들을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치일 뿐이고, 예상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중 첫번째는 꾸준한 흥미유지가 가능할까 하는 점입니다. 동시성 플레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비동시성 플레이는 많은 경우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제약이 없기 때문에 흥미를 잃으면 슬그머니 그만두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소재가 세 참가자분이 만든 인물인만큼 어느정도 흥미의 요소는 갖춰졌지만, 흐지부지되지 않고 계속해서 플레이를 이끌어 가는데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캠페인의 미래가 어느정도 결정된다는 어려움입니다. 이는 위에서 말했듯 새로운 자극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제약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팅 플레이로 돌아왔을 때 정해진 미래에 맞추기 위해 진행자가 치밀한 구성을 짜고 그 속에서 참가자들이 선택을 제약받을 위험도 있죠. 100년 후의 미래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꼭 당대의 진상에 부합하라는 법은 없는만큼 옴쭉달싹도 못할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캠페인의 큰 줄기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의식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정도의 제약은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기보다는 흥미로운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요.

세번째는 선택한 매체 고유의 특징이지만, 위키라는 매체의 생소함이 있습니다. 전에 정보관리에 대한 단상 위키 편에서 다루었듯 위키는 아직 생소하고 사용편의가 떨어지는 매체에 속합니다. 그래서 게시판 플레이가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버젼 비교, RSS 내보내기, 백링크 기능, 풍부한 구문 지원 등 위키의 지나치게(..) 뛰어난 기능성 때문에 결국 위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사용성 부분은 자세한 설명서를 작성해서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의 플레이에 어떻게 하면 위키라는 매체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이상과 같이 플레이 체제를 동시성 플레이인 ORPG 채팅에서 비동시성 플레이인 위키 플레이로 전환한데 대한 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비동시성 플레이는 동시성 플레이의 대체물을 넘어 전혀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공한다고 생각됩니다만,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플레이 경험만이 증명해 주겠죠. 방학이 끝난 다음에 이러한 기대와 문제의식이 얼마나 드러났는지 비교해 보아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레이디의 그늘 5화 – 하이브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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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게나와 에르단은 더스트맨 경비들과 함께 죽은 경비의 피를 밟은 타나리의 발자국을 쫓아가지만, 발자국도 가면서 희미해지고 이상하게도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은신을 쓰는 상대가 아닐까 경비들이 의문을 표하자 아게나는 잿가루를 가져올 것을 지시하고,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일행은 한 매장실에서 심하게 다친 경비를 발견합니다. 경비들이 매장실을 봉쇄하는 동안 에르단은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숨어있으라고 시킵니다.

경비 중 하나가 가져온 유골단지(..)를 아게나가 공중에 던지고 투창을 든 경비가 깨자 온 방안에 누군가의(..) 재가 가득 차고, 매장실에서 나가려는 타나리와 입구를 봉쇄한 경비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집니다.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하고 있지만 재를 뒤집어써서 모습이 보이는 타나리에게 아게나는 등뒤로 접근해서 찔러 최후의 일격을 가합니다. 시체가 든 벽감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타나리가 방으로 오는 것을 느끼자 도자기를 가지고 도망쳐 나와서 타나리와 일대 숨바꼭질을 벌였던 모양입니다.

타나리의 시체가 처리된 후 얼마 안되어 장례식장의 타나리들도 자기들 차원으로 돌아가고, 일행은 (멜은 급한 일 때문에 먼저 갔다고 칩시..) 가마를 잡으러 하이브와 낮은 구역의 경계를 이루는 도랑을 건넙니다. 마침 손님을 내려주고 있는 가마를 발견하는데, 에르단은 가마에서 막 내리는 손님이 매우 낯익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에르단의 아내 라피나가 대망의 첫 등장을!

아이들을 일단 좀 씻기기 위해 일행은 에르단의 집으로 향하고, 가는 길에 에르단과 라피나는 에르단이 휴가에 고향 프라임 세계를 방문하는 문제를 가지고 말다툼을 벌입니다. 결국 에르단은 일단 항복하고, 나중에 몰래 가기로 결심합니다. (고개숙인 남자 그대 이름은..)

경험치

아게나 7XP
에르단 5XP

설정 중심의 캠페인 제작

다음 내용은 기본적으로는 반쿠에이씨의 Flag Framing 기법과 Conflict Web을 접목시킨 것입니다. (블로그가 사라져서 archive.org 저장본 링크 겁니다. 위에서 7번째, 8번째 글입니다.)

1. 개괄

캠페인 제작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설정에서부터 쌓아올리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실은 주인공 설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가자의 관심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참가자의 관심방향에 대한 신호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대상 그 자체, 두번째는 일정한 주제의식 혹은 감정선. 첫번째 부류의 예로는 주인공과 관련이 있는 조연이나 장소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주인공의 고향 플레인이라든지, 지금은 적이 되어버린 쌍둥이 언니라든지. 이러한 신호는 캠페인에 넣기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언제나 등장할 수는 없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캠페인 세계의 개연성이나 각 인물의 활동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 등장시키기 힘들 때가 많으니까요.

여기에서 두번째 부류의 신호가 중요해집니다. 주제의식과 감정선은 보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캠페인 내에서 계속 끌고갈 수 있으며, 적당히 엮고 대립시키면 주인공들의 협력과 갈등관계를 보다 공고히 묶는 수단이 되니까요.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있다고 하면 정확히 어떤 어린아이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고, 어린아이를 위해주고 도와주는 상황을 계속 던져주면 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상을 등장시키는 것보다 한결 유연한 진행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다가 다른 주인공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넣는다든지, 또다른 주인공의 호기심이 동할 소지를 넣는다든지 해서 주인공들의 신호를 서로 엮어볼 수 있겠죠.

주인공끼리 신호를 엮는 방법을 사용하면 구체적인 대상 신호, 즉 첫번째 부류의 신호를 사용할 때도 그 신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주인공들 역시 개입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 다른 주인공의 정체성 갈등과 연관된다든지 말이죠.

2. 신호 파악

참가자가 보내는 신호를 파악하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인물 제작 과정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오는지, 어떤 설정에 참가자가 흥미를 보내는지 귀기울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가족 얘기를 많이 한다면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는 가족을 개입시키면 참가자의 흥미를 끌 공산이 큽니다. 주인공의 설정은 참가자와 게임 세계 사이의 일종의 인터페이스이며, 참가자에게 무엇이 흥미로운지 하는 하나의 필터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인물 제작 과정에서부터 진행자가, 그리고 가급적이면 팀 전원이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발상을 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신호 중심 캠페인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많은 RPG 규칙에서는 캐릭터 시트 자체도 신호를 표시해 주고 있습니다. 포도원의 개들 (Dogs in the Vineyard)에서 성취 플레이는 참가자의 주요 관심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능력치와 인간관계 역시 이를 보조하는 신호로 기능하지요. 과거의 그늘 (The Shadow of Yesterday)은 특히 열쇠가 신호 표시의 용도가 강하고, 캠페인 중 신호를 발동할 때마다 경험치가 쌓인다는 점에서 전술적 판단과 신호 활용을 강하게 엮고 있습니다. 페이트 (FATE) 혹은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은 면모에 그대로 신호가 드러나며, 참가자가 극점수라는 자원을 소모해서 능동적으로 신호를 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합니다. 겁스 (GURPS)의 장단점 역시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수가 비교적 많아서 그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가려내려면 참가자에게 더욱 열심히 귀기울여야 하겠지만요.

물론 인물과 별개로 참가자 자신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흥미로워하는지, 어떤 로망을 가지고 있는지. 주인공의 설정은 참가자의 관심거리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이지만, 참가자가 원하는 것은 주인공 설정에 전부 포괄되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 이 사람은 적당히 코믹한 소년물 성향이구나. 이 사람은 극적이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등등.

주의할 것은, 참가자의 관심사에 중점을 둔다고 해서 진행자가 참가자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진행자 자신의 관심사나 로망을
희생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차피 진행자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캠페인을 만들어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캠페인에 진행자의 관심사가 반영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참가자의 신호에 신경쓴다는 것은 여기에 더해 참가자도 정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도록 캠페인을 만들어간다는 얘기일
뿐이죠. 신호는 참가자에게서 나오되 이 신호를 캠페인상에 해석하고 구현하는 것은 진행자의 역할이니까요. 인물 제작 단계에서부터 진행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3. 캠페인 준비와 진행

이렇게 신호를 추출해 내면 (‘가족’ ‘고향 플레인’ ‘쌍둥이 언니’ ‘어린아이를 좋아한다’ 등등) 그 신호에서는 다시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는 인물과 장소, 이미지, 주제의식 등이 나옵니다. 그리고 신호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외에도 주제의식이나 감정선에서도 또다시 인물과 배경을 추출할 수 있지요. 조연들에게는 각각 주인공에게 바라는 바, 목표와 자원, 한계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주인공의 신호와 관계되는지 재확인합니다. 장소 역시 비슷하죠. 신호 관련성, 특색, 모험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 이 장소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조연 등을 준비하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인물들이 준비되면 진행자는 주인공 한명 혹은 그 이상의 신호가 개입된 상황을 던져주고, 참가자들은 자기 관심사가 직접 개입돼 있으니 그 신호를 쫓아 반응할 것입니다. 조연들은 그들 각각의 목표와 주인공에게 바라는 바에 따라 주인공들의 행동에 다시 반응합니다. 이 조연들은 주인공의 신호에서 추출한 것이니 이들의 행동은 다시 신호를 발동하게 될테고 (그러지 않는다면 진행자는 다시 신호가 발동될만한 상황을 던지면 되죠), 또 주인공들이 행동하면 조연들은 반응… 하는 식으로 캠페인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더이상 진행자는 시나리오나 이야기를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인물의 역할을 맡아 상황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면 되니까요. 다만 그 인물이 한명의 주인공이 아닌 여러명의 조연일 뿐.

4. 한계

이와 같이 신호 활용은 캠페인 제작과 운용의 강력한 도구이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바로 참가자들이 신호를 쫓으며 적극적으로 뭔가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진행자로서의 저는 능동적인 참가자에게 기대는 면이 있으며, 참가자가 수동적이면 속수무책이 된채 쩔쩔매게 됩니다. 인물 제작 단계라든지 캠페인에 대한 토론 단계에서 분명히 이게 신호다! 라고 확신하고 진행하는데 정작 참가자는 신호를 쫓아오지도, 활용하지도 않으면 난감해지지요.

예를 들어 지금 진행하는 레이디의 그늘 캠페인에서는 주인공들을 엮을만한 꺼리가 나름 풍부하게 마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렇지 못해서 당황중입니다. 주인공 중 한명은 자기 고향 플레인을 찾으려고 하고 있고 이 동기를 열쇠로도 택했기 때문에 경험 많은 플레인워커인 다른 주인공과 쉽게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고향 플레인에 대한 것은 일언반구 나오지조차 않아서 당황.

엮을 거리가 부족한가 염려되어서 약간 논리적으로 무리를 해가면서 두 주인공에게 공통으로 임무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 임무는 주인공 중 하나에게는 자기 고향 플레인을 찾는데, 다른 하나에게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접근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암시도 주었습니다…만, 역시 입질이 없더군요. 결국 주인공들끼리 별다른 접점이 없이 서로 겉도는 동안 진행자는 고민이 늘어가는 상황입니다. 세번째 주인공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넘친다는 설정이니 어디든 쉽게 엮어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보기 드물 정도로 호기심 없는 인물인 것으로 밝혀져서 또다시 좌절..(…)

이와 같이 캠페인에 대한 신호 중심 접근은 신호에 대한 진행자와 참가자의 기대치가 어긋났을 경우 캠페인이 심각하게 표류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집니다. 물론 참가자를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진행자의 실책이고, 참가자가 막막해하고 있으면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진행자의 책임일 것입니다. 문제는 참가자가 적극적으로 신호를 쫓아가고 거기에 다시 반응하는 방식에 익숙한 저로서는 참가자들과 나란히 막막해진다는 것이죠. ㅠ_ㅠ 참가자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진행자로서 잘 기능을 못한달까요. 그래서 요즘은 신호 중심 접근이 실패했을 때 보완할만한 방법을 모색중이기도 합니다. 어떤 진행 수단도 완전한 것은 없으니까요.

레이디의 그늘 4화 – 타나리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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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머리 주점’에서 아침을 먹은 일행은 시체안치소를 지나 하이브 경계까지 가서 세단 체어를 잡아타기로 하고, 아게나는 에르단에게 가는 길에 시체안치소를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에르단은 혼쾌히 (아마도?) 동의하고, 일행은 시체안치소에 도착하지요.

아게나는 멜과 에르단이 장례식을 보러 온 사람들이라고 속여서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때마침 장례홀에서 거행되고 있는 것은 타나리 로드의 장례식이었고, 더스트맨은 멜과 에르단을 들여보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르기의 대가(..) 멜이 나서서 설득하자 결국 통과되고, 더스트맨은 두 사람에게 숨어서만 지켜보라고 주의를 주지요.

구경하러 온 것은 시체안치소이지만 어쩌다 보니 타나리 장례식이라는 위험천만하고도 구미가 당기는 구경거리와 마주한 에르단과 멜. 아게나는 일단 렌과 핍, 그리고 에르단 장인의 도자기를 자기 숙소에 데려다 놓은 뒤 타나리가 에르단과 멜의 냄새를 맡을 수 없도록 시체처리 향료를 가져와서 붕대에 적신 뒤 두 사람에게 감아줍니다. 광란의 장례식 와중에서 칼날덩쿨에 꽃이 피는 일이 다 있다는 두 타나리간의 대화가 언뜻 스쳐가지만…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넘어가고..(..)

장례식 구경을 마친 세 사람이 나오는데 더스트맨 경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영문을 묻는 아게나에게 타나리 한마리가 장례식장에서 나와서 시체안치소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더스트맨 숙소가 있는 당원외 출입금지구역 입구에는 타나리의 출입을 막으려다가 죽은 더스트맨 경비의 시체가 유혈낭자하게 흩어져 있고, 서둘러 자기 방에 올라간 아게나는 아이들과 도자기는 흔적도 보이지 않고 방이 완전히 초토화된 것을 확인합니다. 그가 돌아와 이 사실을 전하자 멜과 에르단은 경악합니다.

경험치

멜 5XP
아게나 4XP
에르단 5XP

레이디의 그늘 3화 – 게이트하우스 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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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아게나와 멜은 렌과 핍을 데리고 나오지만 블리커들에게 애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냐며 저지당합니다. 멜은 블리커 의사에게 허락을 받았으며 좋은 곳에 요양시키려고 한다고 둘러대지요. 한편 아게나는 렌을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한 기스져라이가 블리커가 아니라는 직감이 들고, 이 사실을 얘기하자 블리커들이 혹시 스파이 아니냐며 와서 기스져라이를 끌고 갑니다. 혼란 와중에 멜은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고, 네 사람은 하이브의 밤거리로 나섭니다.

하룻밤 여관에서 묵기 위해 ‘지친 머리 주점’으로 향하던 넷은 하이브 깡패들에게 습격당하고, 곧 수세에 몰립니다. 이때 시길 법원에서 일하는 서기 에르단 리드가 장인어른이 도둑맞은 도자기를 밤시장에서 찾기 위해 하이브로 나왔다가 일대 활극이 벌어지고 있는 골목에 들어서고, 멜은 급한대로 에르단에게 렌을 맡기고 아게나를 도와주기 위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 숨어있던 깡패 하나가 에르단의 뒤에 칼을 겨누면서 아이를 두고 가라고 협박합니다. 아게나와 멜과 핍이 협공으로 우두머리격의 사내를 묵사발 만드는 동안 에르단은 자기 등에 칼을 겨눈 남자의 옷에 마법으로 불을 붙이고, 두목이 항복하고 또 한명은 급한 불(..) 끄는 동안 이제 다섯으로 불은 일행은 지친 머리 주점으로 도망칩니다.

주점에서 방을 잡고 아이들을 재운 후 내려와 아게나가 허무주의 시인과 더스트맨 철학을 토론하는 동안 멜과 에르단은 술잔을 사이에 두고 통성명을 하고, 에르단이 다시 도자기를 찾으러 나가려 하자 멜은 자신도 가도 되겠냐고 합니다. 에르단이 허락하자 두 사람은 함께 게이트하우스 밤시장으로 나가지요.

밤시장에서 멜은 고향 아버리아산 포도주를 흥정 끝에 싸게 구입하고, 에르단은 도자기를 찾아헤매다가 수상한 인상의 사내가 ‘엘뤼시움 도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엿듣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사내는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멜이 적당히 조르자 못이기는척 두 사람을 데려가 물건을 보여주지요. 찾는 도자기가 맞지만 문제는 이미 도자기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있는 모양입니다. 에르단이 그쪽의 값에 100골드를 더 얹자 장물아비는 관심을 보이지만, 문제는 이미 도자기를 예약한 고객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은 모양. 에르단은 도자기가 센세이트 당파 부당주인 다나’닌에게 줄 선물이라고 사기를 쳐서 결국 자신에게 팔도록 하는데 성공합니다.

두 사람이 여관으로 돌아온 후 게이트하우스 앞에서의 일이 걸렸던 멜은 아게나에게 상담을 청하고 아게나는 좋은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도 본인 잘못은 아니라고 얘기해 줍니다.

경험치

아게나 6XP
멜 9XP
에르단 7XP

레이디의 그늘 2화 – 게이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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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멜과 핍은 아게나가 내어준 더스트맨 로브를 입고 블리크 카발 본부인 게이트하우스에 있는 고아원으로 향합니다. 게이트하우스 밖에는 구호를 기다리는 빈민과 환자를 정신병원에 맡기려는 사람들,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고, 방문객도 줄을 서야 한다는 말에 핍은 낙담합니다.

멜은 줄선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노점에서 렌에게 가져다 줄 먹거리를 사주고, 핍이 음식을 가지고 먼저 들어간 사이 멜은 블리크 카발의 드워프 할아버지에게(주:참고로 블리커 드워프는 다른 블리커와는 달리 수명단축 부작용이 없습니다) 방문객은 먼저 들어가게 해줄 수 있지 않냐고 묻습니다. 워낙에 방문자가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에 고민하긴 하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안된다고 거절하고, 설전 끝에 멜은 알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게이트하우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

한편 내키지는 않지만 게이트하우스 포교에 따라온 아게나는 멜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놀랍니다. 멜은 블리커 사무원 중 하나를 휘황한 말솜씨로 구워삶아서 유유히 고아원이 있는 동쪽 동으로 들어가고, 신경이 쓰인 아게나 역시 잠시 후 따라가지요.

3층의 고아원으로 올라온 멜과 아게나는 핍의 친구 렌이 더 위독해졌고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멜은 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하지만 아게나는 죽음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생각의 힘으로 늦춘다는 발상에 의문을 표하고… 카발의 의사에 따르면 렌을 유일하게 살릴 수 있는 약은 칼날덩쿨 (razorvine)에 피는 꽃, 전설에만 전해지는 벨리니우스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칼날덩쿨이 꽃을 피울리 없으니 그야말로 전설인 것이죠.

어찌됐든 아게나와 멜은 이 약을 구하는 동안 병세의 진전을 늦추기라도 하기 위해 아이를 하이브의 지저분한 환경에서 빼내 좋은 환경에서 요양시켜야 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봅니다. 더스트맨 본부인 시체안치소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고(..) 사이너 본부인 회당에서 렌을 받아달라고 청원하기로 한 두 사람은 일단 렌과 핍을 데리고 회당으로 향합니다.

레이디의 그늘 1화 – 시체안치소

과거의 그늘 + 플레인스케이프 캠페인 레이디의 그늘 (Shadow of the Lady) 1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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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사인 오브 원 당원인 멜은 당파 본부인 스피커즈 홀에 있던 중, 사인 오브 원 당주이자 좋아하는 여자인 다리우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말도 못걸고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때 다리우스를 수행하던 사이너 간부 하나가 그에게 하이브 구역의 시체안치소에 있는 더스트맨 팩터 트레반트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심부름을 시키지요.

한편 더스트맨인 아게나는 시체안치소에서 좀비 일꾼들과 함께 장례식 뒷정리를 한 후 회의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더스트맨의 포교 활동을 고아원의 아이들에게까지 확장한다는 팩터 트레반트의 방침에 반발한 그는 포교를 무리하게 늘리는 것보다는 시체안치소에서 일하는 망자들의 처우에 신경써야 한다고 역설하고, 그의 주장에 더스트맨들은 술렁입니다.

시체안치소를 향해 시길의 빈민가인 하이브의 거리를 걷던 멜은 깡패들에게 딱 걸립니다. 그는 사이너답게 상상력의 힘으로 이들이 도망치는 것을 상상하고, 그 순간 골목에 칼날로 둘러싸인 여자 그림자가 드리우지요. 깡패들은 레이디 오브 페인의 그림자에서 정신없이 도망치지만 멜은 시길에 온지 얼마 안돼서 뭘 모르는데다(..) 호기심이 동해서 도망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그림자는 핍이라는 하프엘프 고아의 장난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쾌활한 꼬마인 핍은 멜에게 하이브를 안내해 주겠다고 합니다. 먼저 멜이 일부터 처리하고 하이브를 구경하기로 한 두 사람은 시체안치소로 향합니다. 그리고 시체안치소 앞문을 지키고 있던 아게나와 조우하게 되지요.

편지를 트레반트에게 전하라고 보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핍은 아게나에게 망자 계약서 (나중에 죽으면 자기 시체가 부활되어 시체안치소의 일꾼 좀비로 쓰이는 것을 허락하는 매매계약)를 써도 되냐고 해서 아게나와 멜을 놀라게 하고, 왜 자기 시체를 팔려느냐는 아게나에게 핍은 친구가 아파서 돈이 필요하다고 대답합니다. 친구는 자신이 도와줄테니 망자 계약서는 잊어버리라고 아게나는 핍을 타이르고,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더스트맨의 현 방침에 불쾌감을 느낍니다.

이때 더스트맨 하나가 나와서 팩터 트레반트가 멜과 아게나를 보자고 한다고 전하고, 두 사람은 트레반트를 만나러 갑니다. 트레반트는 더스트맨과 사이너 당파가 협력해서 물질계로 가는 차원문을 찾으려고 한다며 두 사람이 협력해서 이 문의 위치를 찾은 후 위치를 보고하라고 합니다. (우히히히 껴맞추기..(..)) 트레반트는 이 물질계 세계가 ‘문의 도둑’이라는 신의 지배하에 있었다고 언급하고, 그 이름에 아게나는 품 안의 단검이 진동하는 것을 느낍니다. 다리우스 당주가 멜을 이 일에 적격으로 판단했다는 트레반트의 말에 멜은 그저 싱글벙글.

트레반트와 얘기하고 나오면서 아게나는 핍에게 망자 계약서 얘기를 했던 더스트맨을 꾸짖고, 핍과 멜은 핍의 아픈 친구인 렌에게 가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