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드레스덴 파일 RPG

캠페인 종결자: 몸을 사리지 않는 당신이 아름답다

진행자 위시송군이 이미 글을 썼듯, 연초부터 한 마계인천 드레스덴 파일 RPG 캠페인이 얼마 전에 끝났습니다. 도시를 양분한 뱀파이어와 타락천사라는 두 초자연 세력 사이에서 어느쪽 편도 들지 못하고 ‘이놈도 저놈도 싫어!’를 외치며 어떻게든 도시를 구해보려고 달린 끝에 달콤씁쓸한 해피엔딩을 맞았지요.

위군도 얘기했듯 이번 캠페인의 참가자분들은 상당히 대담한 RP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담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진행자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을 제시해주어서 가능했던 일이지요. 가족을 선택할 것인가, 악의 세력과 싸울 것인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리려고 한 사람을 죽일 것인가? 신념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도시의 번영과 정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극명한 선택상황 앞에서 참가자들은 선택을 피하거나 돌아가는 길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정면돌파했습니다. 훈님의 캐릭터인 화염술사 제임스는 얼굴에 끔찍한 흉터를 입어가며 괴물과 싸워 이겼고, 나중에는 동료의 목숨을 구하려고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강해지는 힘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캠페인 종결 후 인천 대화재를 일으킨다는 뒷이야기가..;ㅁ; 전혀 거리낌 없이 인물을 망가뜨리는 훈님의 투혼(?)에는 참 감명을 받았었죠.

키님의 캐릭터인 사이코메트리 능력자 주연은 신비한 힘을 부여해주는 반지의 속삭임을 따르면서 마이 푸레셔스 점점 도덕적 회색지대로 빠져들고 결국 임무의 성공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릅니다. 키님 역시 인물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고 어둠에 빠져드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훌륭한 RP를 보여주셨습니다.

이전 겁스 캠페인 PC를 재활용한 제 인물 리이는 살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댄스클럽 조명을 햇빛으로 바꾸는 주문으로 인천의 뱀파이어를 대부분 몰살시켰고, 그 결과 뱀파이어 세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기는 했지만 대신 타락천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뱀파이어들 회사와 거래를 트고 있던 가족의 가세는 많이 기울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너 죽고 나 죽자의 묘미인가…) 무엇보다 그 보복으로 오빠가 뱀파이어들에게 감염당해 피를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이러한 극명한 선택과 대가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마스터인 위시송군이 그러한 상황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선택도 녹록하지 않은 대가가 따르도록 하고, 선택의 극적 의미를 부각함으로써 ‘선택’이라는 RPG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진행이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런 성과에는 인물의 극적 키워드를 시트에 적어놓고 규칙상 효과를 부여한 드레스덴 RPG라는 규칙도 한 몫 했지요.

결국 이번 캠페인에서 배운 것은 RPG에서는 진행자와 참가자 모두 재지 말고, 빼지 말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재밌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이야 신중해야겠지만, 허구적인 인물은 이런거 저런거 따지지 말고 적극 망가뜨리는 것이 RPG의 묘미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더 큰 즐거움을 위하여…

마법 변호사 사건 파일: 악마 소동

2010년 크리스마스날에 위시송군과 한 1:1 드레스덴 파일 RPG (The Dresden Files RPG) 단편입니다. 특히 마법 전투를 테스트해보려고 마련한 자리였는데, 드레스덴 파일 마법 활용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요약

캘리포니아 변호사이며 마법사인 리까르도 마르띠네스의 사무실에 금발 미녀 의뢰인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훌리아 피닉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동생 후안 피닉스의 형사 사건을 맡아달라고 합니다. 죄목은 살인!
위자료에 양육비를 내느라 언제나 돈이 궁한 리까르도는 의뢰를 받아들이고, 구치소에 있는 후안을 만나러 갑니다. 이상한 사건을 많이 맡는 분이라고 들었다는 후안은 사건 당일 일을 진술합니다. 마법 재능이 조금 있는 후안은 오컬트쪽 사람들과 악마를 소환하려고 했는데, 의식을 진행하다가 그만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나보니 친구 하나가 옆에 몸이 갈갈이 찢겨 죽어있었고, 들이닥친 경찰에게 체포당했다는 것입니다.
리까르도는 후안과 함께 의식을 진행한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적습니다. 하나는 새미 킴, 다른 하나는 토니 존스였죠. 리까르도는 새미 킴을 먼저 찾아가서 말하기 싫다는 새미에게 악마를 소환한 것이 알려져도 좋느냐고 을러댑니다. 결국 새미는 자기가 그 자리에 있기는 했지만 무서워서 먼저 나왔으며, 아무것도 못 봤다고 딱 잡아뗍니다. 하지만 새미의 눈을 들여다보았을 때 영안으로 악마의 존재를 엿본 리까르도는 새미를 몰아붙이고, 결국 새미는 악마 소환이 성공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어서 리까르도는 토니 존스가 일하는 공사 현장으로 갔다가 칼을 든 두 괴한의 습격을 받습니다. 칼에 가슴을 찔린 리까르도는 중상을 입은 채 (으어허헣허허) 한 명은 염동력으로 공중에 띄우고 다른 한 명은 염동력으로 퍽 쳐버립니다. 비몽사몽하는 그를 마법사 공의회의 군사조직인 파수대 캘리포니아 지부장인 까를로스 라미레스가 병원으로 옮깁니다. 마법사이면서 공의회원이 아닌 리까르도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존재이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다행히 도움을 받지요.
수술 수 진통제 맞고 해롱거리고 있던 리까르도에게 까를로스고 문병와서 토니 존스와 전투한 이야기를 하며, 진범은 역시 토니 존스였다고 알립니다. 악마 소환으로 인한 힘은 자신이 얻고 부작용은 새미에게 떠넘기려고 현재 새미에게 악마를 맡겨두고 있지만, 언제라도 새미를 죽이고 악마를 되찾을지 모른다고 말이지요. 게다가 라미레스 자신은 시카고에서 사령술사 일당 사건이 터져서 모든 파수대와 함께 당장 가보아야 한다고 합니다.(주:Dresden Files 시리즈 7권 Dead Beat 참고) 결국 악마 사건을 처리할 마법사는 라미레스밖에 안 남았다는 얘기.
사람을 맨날 범죄자 취급하면서 정작 필요할 때는 없는 백의 공의회를 욕하며 리까르도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새미 킴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불행히도 새미와 그 부모는 모두 살해당했고, 리까르도는 토니 존스와 악마와 결전을 벌여 다 죽어가면서 이깁니다. 경찰 조서에는 살인범 토니 존스의 습격을 당해 정당방위로 죽인 것으로 기록되지요.새미 킴을 구하지 못한 회한은 남지만, 그래도 의뢰인 후안의 무죄는 밝혀낸 리까르도는 또 다른 사건 파일을 정리합니다.
감상
판정은 드레스덴 파일 RPG로, 즉석 진행은 미딕 (Mythic)으로 했는데 무난하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승한군이 워낙 잘 하기도 했고요. 마법사가 혼자 다니려면 방어 마법과 운동신경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말 죽다 살아났군요(..) 새미가 죽은 건 좀 아쉽지만 뭐 인생 (?). 라미레스는 원작에서도 아주 좋아하는 인물인데 이렇게 만나봐서 아주 좋았어요. +_+ 원작과 이어진 점도 재미있었고… 마법 규칙도 테스트해봤고, 다른 재미도 봤으니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던 세션이라고 하겠습니다. 수고했어 승한~

서울 캠페인 5화: 의심

11월 7일 플레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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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희숙은 살인사건으로 들어온 시체를 부검하던 중 기묘한 금속 조각을 발견하고 태영이 쓰던 칼을 생각합니다. 태영은 서울역에서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낌새를 채고, 저승사자에게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습니다. 두 사람은 서울역 광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숙자들이 사라진 현장을 조사합니다.
감상
다소 극적 추진력이 떨어지는 화였던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이야기를 어떻게 엮고 어떻게 플레이어 흥미를 이끌어낼 것인지가 이번 캠페인의 최대 과제인 것 같네요.

서울 캠페인 외전: 변상 계약

요약
웨어울프 환경보호 운동가인 알레한드로 페데리코와 이전에 그와 아마존 삼림 개발을 두고 적대했던 몰락 귀족 뱀파이어 프리스카 레 이스케에나르 보랑은 외국계 SN (Supernatural)이 자주 드나드는 이태원 주점 바 에볼루션에서 마주칩니다. 둘은 말다툼을 하다가 이내 치고받으며 78년산 샤토 라피트 병을 포함해 주점을 박살내 버리고, 주인장 서이화는 그들을 간신히 진정시키지요. 이화는 두 사람에게 변상을 위해 노력봉사를 하겠다는 계약을 받아내고, 두 사람은 두고 보자고 으르렁거리며 헤어집니다.
감상
정규 플레이어 두 분만 오셔서, 아무래도 플레이어 두 명으로 본편 진행하기는 좀 썰렁하다고 판단해서 (결국 이 다음 주에는 두 명으로 본편 진행합니다만) 본편에서 조금 벗어난 외전을 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본편보다 외전이 훨 낫군요(..) 논의해 가면서 하는 즉흥적인 진행이 제 취향에 좀 더 맞는다는 점도 있고, 프리스카와 알레한드로가 초점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인물이라 장면이 그만큼 재밌었던 점도 작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면의 귀결에 대해 뚜렷한 생각이 없었는데, 기물을 파손해서 변상에 코꿰이는 게 어떻겠느냐는 좋은 의견을 삭풍님이 제시해 주셨고, 이방인님이 특1등급 와인인 78년산 샤토 라피트를 깨버렸다는 멋진 애드립을 하셔서 재미있는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정식으로 인물을 만들 시간은 없어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면모와 기능을 채워넣게 했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첫 판정이 인물의 능력치를 너무 좌우하는 문제가 있군요. 게다가 두 참가자가 경쟁하는 구도라 더욱 경쟁적으로 군비증강(..)을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둘다 희대의 전투괴물이 되어버린… 일이 꼬여서 본편의 주인공 일행과 맞붙기라도 하면 아~주 재밌겠네요. (휘파람) 이 플레이는 전투 규칙을 연습한다는 의미도 있었는데, 와인 랙을 넘어뜨린다든지 잔을 깬다든지 하면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전투 자체는 참가자들이 별로 바라지 않은 이능배틀이기는 했지만, 가끔 먼치킨이 되어보는 것도 재밌죠.
알레한드로와 프리스카 두 사람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처음에 캠페인 설정하면서 생각했던 화두 중 하나를 대변하는 대립항이기도 해서 본편 캠페인에도 충분히 역할을 할 것 같네요. 얼결에 등장시킨 아이템 로보의 이빨도 본편 중에 써먹을 수 있을지도요. 좋은 조연도 건지고 플레이도 재밌었던,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세션이었습니다.

서울 캠페인 4화: 설명/외전: 습격

10월 24일 본편을 바탕으로 외전 회상을 한 액자식 플레이입니다. 로그 제공해주신 삭풍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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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절에 도착한 일행은 주지인 법현 스님에게 서지영 기자는 정림 본부 뒤편에서 습격당했는데 희숙의 남편 형준이 구출해서 이곳에 데려왔으며, 형준이 일행을 지켜보고 있다가 도와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희숙은 여러 해 전, 남편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괴한에게 습격당했던 일을 회상합니다. 당시 수환은 병원에 가기 곤란한 사람을 아무것도 묻지 않고 현금만 받고 치료해주는 의사 (바로 희숙)를 찾아서 희숙이 사는 동네에 왔다가 희숙을 도와주고, 형준을 두 번 죽기 직전까지 두드려 팹니다(…)
현재로 돌아와 법현 스님은 형준이 희숙과 아이들을 해칠까 두려워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도 불가에 귀의해서 상당히 자제심을 키웠다고 하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형준이 돌아오면 둘이 만나서 설명을 들을 것을 권하지만, 희숙은 망설이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서현은 굿을 하면서 엿보았던 형준의 모습, 죽은 혼이 몸에 부자연스럽게 묶여있었던 것을 회상하지만 법현 스님에게 에둘러 물을 뿐 희숙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합니다.
감상
역시 이능력 없는 완전 일반인이야말로 최강자군요(…) 수환의 전투력에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전투 특화 인물인데다가 (가족을 잃기 전에 다녔다는 회사의 정체가 궁금하다!) 운명 점수도 넉넉해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군요. 자칫하면 형준이 맞아죽어서 회상 외전 때문에 현재의 플레이가 송두리째 달라질 뻔했어요. 희숙이 초자연계의 유명한 의사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좀 더 활용해보고 싶은 설정이고, 의사로서의 능력 자체도 좀 더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이번 화에는 희숙이 오랫동안 반응이 없어서 어떤 문제가 있나 삭풍님과 나중에 얘기했습니다. 그때 토로하신 어려움이 희숙의 인물성이 잘 안 잡히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오체스님과 비슷하게 사전 논의가 없어서 기대치를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살아돌아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일단 희숙의 컨셉은 남편의 죽음을 파헤친다는 쪽이었지 남편이 느닷없이 되살아나는 쪽은 아니기는 했으니까요. (으음 역시 다시 죽여야 (?))
지난화에 걱정했던 오체스님은 이번 화에는 대화 중심의 편안한 플레이라 그런가 잘 참여하셨습니다. 다른 캐릭터들과 잘 모르는 사이여서 그런지, 서현은 정보가 있어도 얘기해서 활용하게 하기보다는 혼자 알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인물로서는 그럴 수 있는데, 그렇다고 서현이 그 정보에 입각해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제공한 정보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듭니다. 컨셉 자체가 초자연을 피하는 인물인지라 뭔가 싸워볼가치가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협력도 할 텐데, 그 성장의 길이 잘 보이지 않는군요. 과거의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맞대결을 시켜서 한 번 된통 흔들어놓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요.

서울 캠페인 외전: 부활

10월 10일 플레이입니다.

요약
4년 전, 27세의 체육교사였던 유태영은 약혼녀 최민아의 죽음에 대한 원한 때문에 재벌가 아들 정혁을 습격했다가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그랬던 그를 저승사자는 저승 오관대왕과 계약한 암살자가 되는 조건으로 살려주고, 태영은 검시대 위에서 깨어나서 법의관 곽희숙을 혼비백산하게 합니다. 희숙은 갑자기 부활한 태영의 총상을 치료해준 후 그를 도와줄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 보내지요.
검시실 사진

이곳이 주무대

감상
참가자가 두 분밖에 없어서 태영의 3기 모험을 소재로 한 외전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게 지금까지의 캠페인 세션 중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극적 긴장감이 살아있고 완급도 괜찮아서, 이번 세션이 엄청 뛰어났다기보다는 이 캠페인이 전반적으로 안습이라(..) 거의 기권승 비슷하게 최고의 세션이었습니다. 비록 기본 윤곽은 시트에 다 나와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하면 한결 상황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앞뒤 맥락을 맞추어야 하는지라 생각지 못한 세부사항들이 나오는 의외성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이미 박힌 탄환은 어떡할겨 하는 문제라든지, 초자연 세계에는 이런 식으로 병원 못 가는 부상을 치료해줄 의사가 필요할 텐데 희숙이 제격이라든지 하는 얘기가 나와 설정이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이 논의의 결과는 삭풍님이 희숙의 면모에 반영하시기도 했고요.
이번 세션의 결과 캐릭터 파악이 될 때까지 몇 세션은 외전 체제로 가기로 했습니다. 각 인물의 3기 모험은 다른 PC와 함께한 모험인 만큼, 이번 태영 이야기처럼 다른 인물과 실제로 함께 플레이를 해보면 인물 간 응집력을 확보하기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고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물론 희숙이 태영 재살해를 고려하는 대목이었습니다만 (음?), 수명동자와 태영의 대화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냉소적으로 말하는 녀석들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 죄지은 자들을 천수대로 살게 두면 또 새로운 죄인이 나온다는 논리도 나름 이해는 할 수 있거든요. 위험한 논리라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말입니다. 옳고 그름이 반드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사는 게 복잡한 거겠지요. 서울 캠페인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자연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면서 그런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전에 파토나 안 나면 다행이지만요. (흑)

서울 캠페인 1화: 소집

요약
오관대왕과 계약한 암살자 유태영, 가족을 죽인 괴물을 찾아헤매는 진수환, 기억을 잃어버린 해커 연호연 3명은 변호사 윤상진의 호출을 받아 그의 사무실로 갑니다. 남편의 죽음의 진실을 쫓고 있는 법의관 곽희숙은 부검하는 변사체에해 미심쩍은 것이 생겨 윤변호사에게 전화했다가 스피커폰으로 모두와 이야기하게 되지요.
윤변호사는 요즘 서울에 큰 불이 잦은 가운데 초자연의 거물급 집단인 정림 인터내셔널 본부에마저 큰 불이 났었다는 것을 알립니다. 그런데 정림에서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으므로 뭔가 정림에 큰 타격을 입힐 만한 정보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4명은 각자의 이유로 조사를 위해 일단 화재현장으로 나갑니다. 한편 정림 이사장의 딸인 중학생 아미오빠에게 화재 소식을 듣고 불안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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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초원 주변은 대충 이런 느낌의 동네 (협찬: 네이버 지도)

감상
이전에도 제 마스터링에서 나타난 문제였지만, 1:1에 시간이 너무 흘러서 나머지 참가자가 재미가 없는 점이 이번에도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오랜만의 장편 진행이라 잘해보고 싶었는데 슬펐습니다ㅠㅠ 처음에는 ‘어,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싶더니 나중에는 저도 당황스러워서 그냥 개별진행 부분을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막 밀어붙였어요. 그런 진행 미스가 속상해서 리플레이도 사실 올리기 싫었지만, 반성한다는 의미에서라도 꾹 참고 올려봅니다.
그래도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시간을 오래 끌기는 했지만 각 인물의 인물성을 단독으로 조금은 잡아보고 나서 단체로서 진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판정 역시 처음이신 분도 있어서 혼자 하는 단순한 형태로 먼저 해보고 싶었고요. 진행이 늘어진 점은 아쉽지만, 제 판단에 따른 대가려니 해야죠.
어쩌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점은 이런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나 의논 한 마디 없이 바로 시작해버린 점이 아니었나 합니다. 진행자가 판단을 잘못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어도, 참가자한테 상의 한 마디 없이 남의 개별 플레이를 구경하라고 강요하는 건 참가자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5화에 걸친 긴 설정과 인물제작 과정 끝에 또 뭔가 의견을 구하면 참가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고 또 시간낭비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마음이 급했던 것도 같네요. 앞으로는 시작 전에, 아니면 뭔가 잘 안 돌아간다 싶을 때 참가자 의견을 구해야겠습니다. 진행자가 그거 하나 알아서 못하고 참가자를 귀찮게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역시 제 스타일대로 의논을 해가면서 진행해야 잘 될 것 같아요.
또 아쉬운 점이었다면 기껏 과거 모험과 찬조출연까지 다 해놓아서 서로 인연을 만들어 놓았다가 정작 시작할 때는 윤변 전화로 만사형통하는 소집이었습니다. 여기도 뭐 나름 이유는 있는 게, 거기서부터 얘기를 이어보려고 하면 만나기까지 시간이 더 흐를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리고 그때의 과거 모험은 현재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거니까~ 하고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모험은 태영의 3기 모험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일단 급한 대로 일행을 만들어 활동하게 했지만, 앞으로는 일행 개념에도 변화를 주어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불량법의관 희숙이 직장에서 스피커폰으로 회의에 참여한다든지 하는 게 그 방향으로 약간 나아간 거지만, 앞으로는 일행이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빠른 장면 전환과 서로 결과가 얽히는 판정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머리를 쥐어짜는 짓입니다만(..)
어쨌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긴 설정 끝에 드디어 캠페인 시작입니다! 다음주에도 또 뵈어요^^
덧: 서울시 강남구에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서울시 어디에도 삼정동이라는 동은 없습니다. 정화여고라는 곳도 서울에는 없고요. 대구에는 있지만,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곳입니다. 법무법인 초원이라는 곳도 실존하지 않는 등 (있다 해도 우연이에요!), 서울역이나 올림픽 경기장 같은 엄청 유명한 곳이 아닌 이상 앞으로도 지명과 명칭은 실제가 아닌 허구입니다.

서울 캠페인 설정회의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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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는 결국 인물 제작을 2세션째 해서 우려했던 대로 설정 회의만 5화를 했습니다. 제가 주중에 완성을 유도해보려고 했는데 저도 목요일까지 바빴고, 특히 과거의 모험 설정과 상호 찬조출연 같은 부분은 모이지 않고는 안 되더군요. 다행히도 이번에는 진행이 비교적 빨라서 면모는 다 됐고, 기능과 재주, 이능력은 각자 넣고 저는 약간 상담을 하는 정도이니 다음주에는 무난히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죠? (부릅)) 과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인물 사이에 연관이 생기고 설정 중심으로 되는 게 마음에 드는군요.
플레이 준비는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준비라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배경과 인물 모두 설정이 탄탄해서 그런가 의욕이 나는군요. 이전에 썼던 메모를 보고 참가자들하고 얘기하면서 발상도 이것저것 떠오르기도 하고, 어제는 서울 관련 자료를 뒤지느라 오후 내내 책에 파묻여 지냈습니다. 그렇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런가, 참가자분들에게 장난처럼 심한 얘기를 하기도 하는 건 고쳐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몇 시간쯤 머리쓴 다음에는 지쳐서 더 그런 것 같으니 가끔 휴식도 취해야겠고요.
다음주에는 드디어 대망의 플레이 시작입니다. 그에 앞서 판정 규칙을 열나게 번역하고 있으니 끝나면 공지 올리겠습니다. 모두 좋은 추석연후 지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뵈어요~

드레스덴 파일 캠페인 설정회의 4회 (!)

설정 회의가 좀 길어지고는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인물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 시작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어서 이번 주에는 제가 열심히 참가자분들을 쪼며 거진 완성을 시켜봐야겠군요. 적극적으로 말 걸어서 논의하시는 한두 분 말고는 제가 쫓아다녀야 해서 조금 지치긴 하네요. 궁금하거나 막히시면 위키 게시판으로든 메신져로든 먼저 물어봐주시면 한결 빠른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이거 한 번 정한다고 불변인 게 아니니까 너무 부담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 처음 2~3 세션 동안은 캐릭터 변동을 폭넓게 허용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역시 잘 모르겠으면 상의하시라는 거~ RPG는 의사소통의 놀이니까요.
어쨌든 쫓아다니며 재촉하는 것도 쉽지는 않군요. 설정이 길어진 것도 제 욕심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이래서 마스터링은 할 짓이 못 되나보다 불현듯 생각하면서도 또 정신을 차려보면 주인공 설정을 어떻게 살려볼까 골몰하고, 도서관에서 지리와 민담 자료를 찾고, 밤 늦게까지 규칙을 번역하고 있는 저는 어떻게 된 사람일까요. 순간순간 힘든 마음과 뭔가 다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멋진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열정은 분리할 수 없이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진행자란:

후우...

자, 그럼 다음주에도 뵙겠습니다. 손발이 잘 맞는다면 다음주에는 플레이를 시작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설정회의 5화가 되겠군요(..)

드레스덴 파일 캠페인 설정회의 2, 3회 (번역 공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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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후 인물 유형주술 부분을 번역했으니 관심있으신 참가자분께서는 참조하세요.)

지난주와 이번주에는 드레스덴 파일 서울 캠페인을 이어서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은지 서로 논의를 해서 세력 간의 갈등과 인간관계가 살아있는 초자연 스릴러 (그러나 이능배틀은 님하 젭라)가 하고 싶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죠. 도시 제작 메모에 이래저래 좋은 아이디어가 착착 쌓이고 있어 흐뭇한 로키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위치를 정기적으로 등장시킬까 브레인스토밍 끝에 이태원, 명동, 서울역 하는 위치 얘기가 나와서 각자 분담해서 설정을 했죠.

이번주에는 각자 나눠서 한 위치 설정을 논의를 통해 수정하고 확정했고, 주인공 컨셉까지 얘기하고 끝냈습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설정만 하고 있지만 이제 PC 얘기까지 나왔으니 용서해 주십..(?) 주인공 외의 배경 설정은 참가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짜증이 나실 수도 있는 과정이지만, 혼자 열심히 설정해도 참가자 구미에 안 맞으면 피보는지라 이번에는 꿋꿋이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걸 오히려 재밌어하시는 분도 있고요. 드레스덴 파일 RPG에는 그런 과정이 규칙상으로 갖추어져 있어서 그 과정이 더욱 원활한 듯도 하군요.

이번에 나온 주인공 컨셉 다 재미있어 보이는데, 현재 나온 5명 중 두 명, 정규 중에서는 한 명만 이능력자라는 사실이 조금 신경쓰이는군요. 정말로 일반인을 하고 싶어서 설정하셨다면 당연히 상관없고, 혹시 이능력이나 주술 규칙에 대한 확신이 없으셔서 일반인을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제가 설명+번역을 할 예정이니 문의 주시면 좋겠습니다. 설정이나 능력은 제작 중에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능 별로 없는 일행이 마음에 들기는 합니다. 평범한 (그러나 물론 능력은 출중한) 인간이 위험한 이능력자와 이존재에게 이기는 게 통쾌하잖아요?

한편 규칙책에는 이능력 있는 두 주인공에게 딱 맞는 유형이 없어서 새로 만들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판 존 콘스탄틴은 요정 기사나 권능의 대리인에 준해서 만들어주면 되겠고 (강력하지만 계약에 구속되니 제약도 많은…), 세습무 하려다가 때려치고 나온 아가씨는 주술사 해서 주술 의식 의식 이능력만 선택하면 되겠군요. 거기에다가 사이코메트리도 넣고 싶다고 하셨으니 주술사 + 사소한 이능력 유형을 합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플레이할 준비도 착실히 갖추어져 가는군요. 이제 저는 뭐 빠지게 규칙 번역만 하면 되겠습..(털썩)

몬스터가 나란히 선 그림

우리의 주인공 일행!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