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캠페인 1화: 소집

요약
오관대왕과 계약한 암살자 유태영, 가족을 죽인 괴물을 찾아헤매는 진수환, 기억을 잃어버린 해커 연호연 3명은 변호사 윤상진의 호출을 받아 그의 사무실로 갑니다. 남편의 죽음의 진실을 쫓고 있는 법의관 곽희숙은 부검하는 변사체에해 미심쩍은 것이 생겨 윤변호사에게 전화했다가 스피커폰으로 모두와 이야기하게 되지요.
윤변호사는 요즘 서울에 큰 불이 잦은 가운데 초자연의 거물급 집단인 정림 인터내셔널 본부에마저 큰 불이 났었다는 것을 알립니다. 그런데 정림에서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으므로 뭔가 정림에 큰 타격을 입힐 만한 정보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4명은 각자의 이유로 조사를 위해 일단 화재현장으로 나갑니다. 한편 정림 이사장의 딸인 중학생 아미오빠에게 화재 소식을 듣고 불안을 느낍니다.
스크린샷

법무법인 초원 주변은 대충 이런 느낌의 동네 (협찬: 네이버 지도)

감상
이전에도 제 마스터링에서 나타난 문제였지만, 1:1에 시간이 너무 흘러서 나머지 참가자가 재미가 없는 점이 이번에도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오랜만의 장편 진행이라 잘해보고 싶었는데 슬펐습니다ㅠㅠ 처음에는 ‘어,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싶더니 나중에는 저도 당황스러워서 그냥 개별진행 부분을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막 밀어붙였어요. 그런 진행 미스가 속상해서 리플레이도 사실 올리기 싫었지만, 반성한다는 의미에서라도 꾹 참고 올려봅니다.
그래도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시간을 오래 끌기는 했지만 각 인물의 인물성을 단독으로 조금은 잡아보고 나서 단체로서 진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판정 역시 처음이신 분도 있어서 혼자 하는 단순한 형태로 먼저 해보고 싶었고요. 진행이 늘어진 점은 아쉽지만, 제 판단에 따른 대가려니 해야죠.
어쩌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점은 이런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나 의논 한 마디 없이 바로 시작해버린 점이 아니었나 합니다. 진행자가 판단을 잘못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어도, 참가자한테 상의 한 마디 없이 남의 개별 플레이를 구경하라고 강요하는 건 참가자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5화에 걸친 긴 설정과 인물제작 과정 끝에 또 뭔가 의견을 구하면 참가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고 또 시간낭비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마음이 급했던 것도 같네요. 앞으로는 시작 전에, 아니면 뭔가 잘 안 돌아간다 싶을 때 참가자 의견을 구해야겠습니다. 진행자가 그거 하나 알아서 못하고 참가자를 귀찮게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역시 제 스타일대로 의논을 해가면서 진행해야 잘 될 것 같아요.
또 아쉬운 점이었다면 기껏 과거 모험과 찬조출연까지 다 해놓아서 서로 인연을 만들어 놓았다가 정작 시작할 때는 윤변 전화로 만사형통하는 소집이었습니다. 여기도 뭐 나름 이유는 있는 게, 거기서부터 얘기를 이어보려고 하면 만나기까지 시간이 더 흐를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리고 그때의 과거 모험은 현재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거니까~ 하고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모험은 태영의 3기 모험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일단 급한 대로 일행을 만들어 활동하게 했지만, 앞으로는 일행 개념에도 변화를 주어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불량법의관 희숙이 직장에서 스피커폰으로 회의에 참여한다든지 하는 게 그 방향으로 약간 나아간 거지만, 앞으로는 일행이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빠른 장면 전환과 서로 결과가 얽히는 판정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머리를 쥐어짜는 짓입니다만(..)
어쨌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긴 설정 끝에 드디어 캠페인 시작입니다! 다음주에도 또 뵈어요^^
덧: 서울시 강남구에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서울시 어디에도 삼정동이라는 동은 없습니다. 정화여고라는 곳도 서울에는 없고요. 대구에는 있지만,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곳입니다. 법무법인 초원이라는 곳도 실존하지 않는 등 (있다 해도 우연이에요!), 서울역이나 올림픽 경기장 같은 엄청 유명한 곳이 아닌 이상 앞으로도 지명과 명칭은 실제가 아닌 허구입니다.

6 thoughts on “서울 캠페인 1화: 소집

  1. 실버

    플레이 하면서 PC에게 개성과 풍부한 개연성을 제공하려면 각각의 장면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것 같더라고요. 저도 그런쪽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가 요즘은 포기하고 플레이어 수를 2-3인 정도로 유지해서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주의 집중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장면에서 다른 플레이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넣는 편이고요. PC와 다른 NPC가 다른 PC에게 관계 있는 이야기를 하게 한다던가 하는..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런 광경을 보면서 대기해도 상관 없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팀으로 미션 주는 방식이 아니면 저거 어떻게 할 수가 없는거 같고 말입죠. 하긴 그래도 늘 대사 치는 사람은 정해져 있긴 하지만요.ㅋㅋ
    쓸대 없이 말이 좀 길었습니다. 저는 서울 배경 요마야행을 돌리면서 실제로 있는 지명과 상호등을 이용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플레이중에 깽판을 친 동내에서 실제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면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저도 허구의 장소를 쓸걸 그랬나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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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ORPG는 그 늘어지는 현상이 더 심하죠ㅠㅠ 저도 제 스타일에 맞는 OR의 적정인원은 한 3명 정도인 것 같아요. 그보다 많아도 물론 PC끼리 떠들고 갈등하는 장점이 있어서 딱히 괘념치는 않지만요. 저도 말씀하신 사건과 NPC를 통해 엮는 기법을 선호하는데,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길었던 1화에는 그마저도 써먹을 수 없었다는 게 더욱 화근이었던 듯해요.

      팀으로 미션 주는 건 사실 PC가 각자의 삶이 있는 도시 캠페인에는 좋아하지 않는 방법인데, 워낙 편한 방식이기도 해서 급하면 써먹게 되네요. 결국은 PC가 어느 정도 제어하는 영역이 있고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는 식으로 극적 동력이 상당 부분 플레이어에게서 나오지 않으면 미션 형태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일종의 공동 진행처럼 플레이어에게 PC 행동 외에도 제어권이 생기면 자기 PC가 당장 안 나와도 심심하지 않으니까 일행의 제약도 벗어날 수 있을 테고요. 이모저모 생각해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현실 배경을 사용하는 허구에서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늘 아슬아슬하죠 ㅎㅎ 저도 캠페인 속 서울에 무슨짓 했다가 현실 서울에 비슷한 일이 있으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요. 서울역과 명동성당 등의 무사안녕을 비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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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버

      전 사실 팀 미션을 줘도 GG쳐버린게 제가 OR 전투를 너무 지겨워하다보니 [아이디어 승부 + 스킬 승부]의 퀘스트를 많이 주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의견을 내고 리딩하는 사람이 정해져있더라고요. 즉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순발력의 문제인데 그렇게 쭉 진행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리딩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왜 나만 이렇게 진행을 해야 하냐’라는 부담감에 힘들어 하고, 또 가만 있다가 진행이 흐트러지면 ‘내 이럴줄 알았지’하는 플레이어가 나와서 넌 왜 의견 안내고 지금 난리냐고 싸움 붙기도 하고..별일이 다 있어서 요즘은 PC단독 진행 + 협조 진행 외엔 굴리질 않고 있어요. 저런 문제는 팀의 특성이라 마스터가 어떻게 손대서 조절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냥 강제로라도 개개인이 선택하게 시나리오를 아에 쪼개서 내어주는 수 밖에요. 뭐 그래도 그 나름의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요. 하아.
      공동진행에서 생기는 저런 문제는 보통 어떻게들 해결하는건가요. 캐릭터 스킬 분배를 전혀 다른 파트로 해두고 거기에 걸맞는 시나리오를 짜도, 결국 자기 스킬을 써야 하는 파트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PC들은 꼭 생겨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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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키

      흑흑 저도 해결 방법을 알면 좋겠어요. 당장 생각하는 것은 플레이어 의견을 구하거나 흥미가 있는 부분을 잡아내서 RP를 유도하는 정도이지만, 역시 순발력과 적극성 차이가 나기는 나죠. 이거 굴려보라고 거의 지시를 하다시피 움직일 때에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답답하기도 하고요. 결국은 흥미거리를 확보해야 하나보다 하고 의견을 구해도 대개는 별 의견이 없고, 이것저것 머리굴려서 넣어보아도 별로인 것 같고… 때로는 이렇게 남을 지루하게 하는 마스터링은 뭐하러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니까요. 지난주에는 훨씬 나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좀 막막하네요.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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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sdee

    앗, 지난주에 마침내 플레이 시작하셨었군요… 아무튼 시작을 축하드립니다^^;

    1:1 장면의 문제는 확실히 오래묵은 난제인 것 같습니다. 가장 단순무식한 해결책은 플레이어 수를 줄이는 것일테고(…), 그 외로도 여러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실버님이 말씀하신 대로, 개인 세션에서도 뭔가 다른 PC들이 관련될 수 있도록 하는게 좋은 거 같아요.

    [안방극장 대모험] 같은 경우는 그런 문제가 덜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대부분 늘 PC가 두 명은 등장해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구도라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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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축하 고마워 ㅋㅋ 좋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 주는군! 아마도 우리가 했던 안방극장에서 문제가 안 되었던 이유는 PD 권한을 분배했던 점도 있고 (자기 PC가 안 나오면 NPC를 한다거나), 말한 것처럼 최소 2명은 보통 등장한 점도 있고, 또 참여자끼리 수다떠는 것이 즐거웠던 점도 있었겠지.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없는 안방극장인 만큼 그런 수다가 이후 장면신청이나 앞뒤 맥락 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자기 PC가 안 나와도 손놓고 있다는 기분은 안 들었던 것 같아.

      결국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플레이어가 늘 할일이 있는 것 아닐까 싶어. 마스터가 이미 정해놓은 것이 많은 이야기, 플레이어가 PC를 통해서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에는 PC가 안 나오면 할일이 없으니까… 물론 1:1 세션에도 다른 PC 관련 내용이 나온다거나 해서 서로 연관성과 감정적 흥미도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고. 실버님 댓글도 그렇고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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