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차 – Apologia

‘선택이 없었단 말은 하지 않겠어. 난 선택했으니까.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줄리앙 가르니에 뒤 블랑샤르가 그녀에게 바다를 빼앗아 간 존재였다면 느와르 아사생은 미우나 고우나 그 바다를 돌려준 존재… 지옥과도 같던 감옥섬에서 빼내어 주고, 그녀를 배신했던 일등 항해사를 찾아내 주었죠. 라 메르큐리아를 나포해 억류해 두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콘치타는 바라던 복수가 다가온다는 기대감과 함께 느와르 아사생의 뜻을 한번 어기면 라 메르큐리아의 승무원 하나가 교수대에 목매달리는 이중의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었습니다. 레기온과의 계약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그때 절감하게 되었지만, 이미 빠져나가기엔 너무나 깊이 들어가 있었지요. 그리고 몸을 뺄 수 있었더라도…그렇게 했을까요? 잠 못 드는 밤마다 그녀를 괴롭힐 질문입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블랑샤르 자작에게 찾아간 것이, 반지를 훔쳤다는 누명을 획책한 것이 일등항해사 프란시스코라는 것을 알았을 때 콘스탄차는 분노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선상 첩보활동을 숨기기 위해 가끔 입이 가벼운 부하들을 처리해야 했을 때도 (귀에서 귀까지 목이 그어진채 거친 항구도시의 시궁창에 처박힌 선원의 시체…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사략의 수익을 까스띠예 당국에 거짓 보고했을 때도 프란시스코는 묵묵히 그녀를 따랐고, 언제나 훌륭하게 보좌해 주었습니다. 그런 그가 블랑샤르 자작과 모의해서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고, 게다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에게 지휘권을 넘겼다니… 콘스탄차의 증오는 얼음처럼 차가웠습니다. 복수는 단순한 바램이 아닌 확신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라 로즈 블뢰에 올랐고, 자작과 클레이씨와 재회하고, 리아와 루시아와 상그리엘을 만나면서 콘스탄차는 기묘한 발견을 했습니다. 더이상 라 메르큐리아의 선장은 아니지만 그녀는 여전히 선장이었던 것이죠. 라 로즈 블뢰의… 메르큐리아의 선원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손에 피를 묻히든, 사기를 치든 국가에 거짓말을 하든 아무 거리낌이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라 로즈 블뢰에 탄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사이렌이 득시글거리는 얼음장 같은 물에도 뛰어들 수 있었고, 위험한 유적에도 걸어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선장이었고, 그들은… 테아 각지에서 온 떠돌이, 부적응자, 괴벽자들은 그녀의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라 로즈 블뢰의 모두가 자신의 가슴 깊숙히 자리잡은 것을 느꼈을 때쯤 라 메르큐리아의 포획 소식이 왔고, 그녀는 또다시 선택했습니다.

아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죠. 그리고 이 사실은 콘스탄차를 의기소침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의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헌신한다면, 조금 더 모두를 위해준다면 아주 작은 보상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밑에 깔려있던 생각은 어쩌면…그러다가 죽는다 해도 그건 후회할 일은 아니라는 마음. 자신이 계약한 레기온과 자기 마음 속에 또아리튼 레기온을 둘다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거라고… 하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살아남았고, 자신이 정한 별을 향해 흔들림없이 항해해갈 것입니다. 그 귀결이 어떤 모습이든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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