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야말로 진짜 일루미나티인가

미국에서는 최근 한 의원과 주지사(주:네바다 상원의원 John Ensign,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 Mark Sanford)의 스캔들과 관련하여 이들이 속한 종교단체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가족’ (The Family)라는 이름의 이 보수적 기독교 단체는 워싱턴 D.C.의 C가(街)에 집을 소유하고 있어서 (The C Street House) ‘가족’에 속한 정치인들에게 집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해당 의원과 주지사는 C가에 있는 집에서 영적 상담을 받는 등 연고가 있다고 하는군요.

세간의 관심을 끈 점은 ‘가족’의 신념과 신앙이 일반적인 종교 계율이나 도덕률과는 좀 거리가 멀다는 점입니다. ‘가족’에 대해 책을 쓴 작가 제프 샬렛 (Jeff Sharlet)에 따르면 ‘가족’은 권력자가 곧 신의 선택받은 자이며, 성공적인 권력자가 하는 행동은 뭐든지 옳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권력자에게 더 많은 부와 권력을 모아주고 없는 이를 위한 정부의 사회보장을 모두 없애며, 빈민은 소수의 엘리트의 자비에만 기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가족’의 신념에 따르면 성공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도덕과 법의 적용이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강간했다고 하더라도 권력자에게는 일반 규범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이지요. 또한, 이들은 권력을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의 예로 히틀러, 폴 포트, 레닌 등을 든다고 합니다. 결국 권력이야말로 선이고 신성하며, 권력이 있는 사람이 나머지를 짓밟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가족’의 기본 신앙인 셈입니다. (아래 두 인터뷰 동영상 참조)

상식인 로키로서는 참 골때리는 얘기입니다만, RPG인, 그리고 진행자로서의 로키는 ‘이야! 재밌다! +_+’ 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면 슬픈 일이죠. (…) 제프 샬렛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는 일단 제쳐두도록 합시다. 위와 같이 도덕과는 별 상관없는 행동 계율을 기반으로 삼고 있고, 또 막후의 권력이 되고자 로비스트 등록도 포기하고 그늘 속에서만 일하는 권력자 집단이라니… 이건 마치…

일루미나티!!

도덕과 괴리된 권력 숭상, 그리고 그늘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정말 훌륭한 일루미나티 집단의 요소가 아닐까요. 등장하는 시대는 21세기 혹은 그 이후, 행동하는 공간은 민주국가인 것이 어울리겠지요. 너무 옛날이거나 이미 독재인 국가라면 그 악은 반감되어 버리니. 무엇을 해도 자신은 옳다는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그늘 속에서 활동하며 민주주의와 평등, 평화와 안정이라는 사회적 기반을 천천히, 꾸준히 잠식하는 집단이라니, 생각만 해도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이런 집단은 주인공 일행이 맞설 만한 좋은 악역 집단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겠지요. 꽤나 매력적인 악역도 나올 수 있겠고요. 이 집단의 일루미나투스 (혹은 일루미나타)가 주인공에게 할만한 일장 연설도 이미 떠오르는군요. 사탄이 예수를 산꼭대기로 데려간 순간부터 수퍼히어로 만화와 스타워즈까지 역사가 유구한, 모든 인간 사회와 인간 영혼의 갈등의 중심에 선 바로 그 말들이.

“권력이 곧 선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너희가 여기까지 우리를 추적하고 또 때로 우리를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지? 네가 도덕적이어서인가? 아니다, 네가 강하기 때문이다. 너는 이미 힘이 곧 선인 것을 머리로 부정하더라도 뼛속 깊이 알고 있다. 더 이상 자신을 부정하지 말아라. 우리가 너에게 펼쳐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외면한 채 약하고 무가치한 자들을 위해 희생할 때는 지났다. 너는 이미 ‘가족’의 일원이다!”

아니면 주인공 집단이 아예 일루미나티인 것도 재밌는 상상입니다. 악 캠페인을 돌리는 일반적인 문제에 봉착하기 쉽겠지만요. 주인공들은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도덕과 괴리된 권력에 대한 숭상은 그들의 삶에 어던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들은 어떤 내적 갈등을 겪을까? 하는 질문들이 중심적이겠지요. 규칙은 포도원의 개들 (Dogs in the Vineyard), 소서러 (Sorcerer), 혹은 주인님과 함께 (My Life with Master) 같은 것이 가능할 테고요.

뭐, 진행자가 아닌 상식인으로서 로키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권력 숭상은 너무 유치하고 유아기적인 발상이라서 도저히 눈뜨고 못 봐주겠다는 쪽이기는 합니다. 성공은 재능과 환경 노력과 운이 받쳐줘서 되는 거지 무슨 신의 선택이나 선의 징표하고는 개념상 무관하니까요. 내가 잘나서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나르시시즘의 종교적 정당화인지라 솔직히 콧방귀도 안 나오는 소리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소재가 극적으로는 흥미가 가는 것은 역시 어딘가에는 끌리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겠죠. 무엇보다, 나르시시즘을 종교적, 이념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신념이 강한 사람은 최소한 자신에 대한 믿음은 확고할 테니까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적어도 자신과 권력에 대한 확신은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겠죠. 도덕적 역설과 회색 지대에 정신이 팔린 우리 건전한 상식인들은 그에 대응할만한 확신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사회라는 거대한 일루미나티 캠페인은 끝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너는 무엇을 믿는가?’ 그에 대해 사람마다 다양한 답을 찾아낼 테고, 일루미나티가 되는 사람들은 ‘자신과 권력’이라는 한 가지 답을 찾아냈을 뿐일지도요. 일루미나티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어떤 답을 찾아낼까요? 혹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급급한 우리들은?

빌 마허 인터뷰:

레이첼 매도우 인터뷰:

2 thoughts on “이들이야말로 진짜 일루미나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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