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석양의 도시 – 서장 1편

여명과 석양의 도시 첫 화에는 참가자가 하나 빠지기도 했고, 판정에 익숙해지기도 할 겸 인물 제작 세션에 나온 소설 장면을 RP해보았습니다.

황제의 죽음

라이산드로스 암살에 실패하고 튀는 하쉬르는 도망가는 길을 네야가 엉겁결에 가로막자 목격자를 없애려고 합니다. 이때 비명을 들은 플로리앙이 달려와 석궁으로 견제하지요. 하쉬르는 두 사람의 눈앞에서 그림자에 녹아들듯 사라지고, 소란을 듣고 도착한 수색대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쉬르의 단검을 피하다가 발목을 다친 네야를 플로리앙은 하렘 문앞까지 데려다 주고, 플로리앙의 이름은 뜻이 꽃, 네야의 이름은 나비인 것을(주:실제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갖다붙인 것) 재미있어합니다.
한편 추적을 피해 무사히 거처에 돌아온 하쉬르는 메흐디가 자기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형은 라이산드로스 암살이 실패한 것을 확인하고, 하쉬르를 외부 임무에 보낼 뜻을 비칩니다. 가있는 동안 하쉬르의 어머니는 잘 돌보겠다는 은근한 위협에 하쉬르는 살의가 동합니다.
왕녀를 위하여

하쉬르는 술탄의 전 비인 (즉 하쉬르에게는 의붓어머니 격이겠죠) 파노니아의 마리사 왕녀를 수행해 루키니아노플에 다녀온다며 어머니 하사나를 만나 인사를 합니다. 힘도 혈통도 없이 숨죽이며 살아온 세월을 함께한 모자는 하쉬르에 대한 메흐디의 의도에 불안을 느끼며 안타까운 작별을 합니다.

약 1개월 뒤, 왕녀를 모신 플로리앙과 하쉬르 일행은 루블라스 평원에서 왕녀의 신변 인도를 요구하는 병력의 습격을 받고, 삼면이 포위당한 채 결사적인 방어전을 펼칩니다. 적은 왕녀만 인도하면 철수하겠다고 하고 왕녀도 자신이 가겠다고 하지만, 상대의 의도를 믿지 않는 플로리앙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왕녀도 결국 수긍합니다.
감상
실제로 RP해보니 인물들이 훨씬 잘 잡히는 기분입니다. 판정도 일부 시험해볼 수 있었고요. 장면 면모 발동, 스턴트 활용 등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왕녀 쪽 장면으로 사회판정을 해볼까 했는데 웹 브라우저 접속이 안 돼서 시트도 안 보이기도 했고, 버티면 좀 이상해질 것 같기도 해서 그냥 RP로 처리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사회 판정도 해봤으면 좋겠군요.

‘황제의 죽음’은 하쉬르가 주인공인 소설이었지만 뭔가 재미는 플로리앙이 다 본 느낌이군요(…) 플로리앙이 여자 구해주고 둘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하쉬르는 형님하고 살벌~하게 놀고… 까칠하면서 속은 따뜻한 플로리앙의 모습, 음울할 정도로 조용한 얼굴 뒤에 수많은 이야기를 쌓아놓고 있는 하쉬르의 성격이 잘 살아났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방인님 제안으로 한 하쉬르와 어머니의 대화에서는 절제를 통한 표현이 두드러졌어요. 마치 그림의 여백처럼 하지 않는 말, 표현하기엔 너무 큰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와서 꽤나 찡했죠. 요란스럽거나 폼잡지 않으면서 절제와 힘을 갖춘 ‘진짜’ 터프가이 표현이 잘 된 것 같아요. 다른 장면도 재밌었지만 감정선과 감동으로는 이 장면을 이번 플레이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군요.

참가자분들도 설정뿐이었던 주인공을 처음 잡아보아서 재밌으셨겠지만, 저도 머릿속에만 있던 조연들을 끄집어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냉혹하고 우아한 메흐디라든지, 밝고 코믹한 네야라든지요. 거한 브라기와 하쉬르의 어머니 하사나는 이름도 즉석에 짓고 설정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도 자연스럽게 잡혀서 좋았습니다.

가장 안 잡혔던 인물은 의외로 제가 나름 설정에도 폭주했고 관심도 많은 인물인 마리사였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가 묘하게 거칠고 혼자 튀는 데가 있더라고요. 저 혼자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생소한 상황이라서 그럴 수도 있어서, 앞으로의 장면에 이 인물이 어떻게 잡히는지 봐야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에는 아사히라군이 빠질 것 같아서 플로리앙과 라이산드로스 중심으로 소설 장면을 플레이해볼까 합니다. 열심히 플레이하고 논의해주신 이방인님과 아사히라군에게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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