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 판정에 대한 생각

사람이 하는 행동 중에는 의도적으로 하는 것도 많지만, 무의식적으로나 습관적으로 하는 것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원하지 않을 때도 말이죠. 때로는 행동이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친구나 선후배로만 생각했던 상대에게 고백을 받는다든지, 인상이 무서워서 상대가 쉽게 겁을 먹는다든지, 좀 심각한 예로는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훔치는 도벽이 있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이겠지요.

위와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는 무의식 혹은 강제 판정이 있습니다. 위의 예를 순서대로 판정 규칙으로 설명하면 섹스어필 성공, 위협 판정 성공, 절도 성공 등이겠지요. 특히 그 인물의 특징을 표현하는 장단점이나 면모, 예를 들어 아름다운 외모, 도화살, 무서운 인상, 습관적 도벽 등과 연계해서 이들 장단점이나 면모를 발동할 때 판정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겁스에도 해당 규칙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제가 아는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인물의 면모에 나타난 특징, 배경, 장단점 등을 표현할 만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내가 관심 없는 상대에게만 인기가 있다’ 면모가 있는 인물이 동아리방에 선배와 같이 있다든지, ‘험상궂은 인상’ 면모가 있는 인물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거가,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슬쩍한다’는 도벽 면모가 있는 인물이 백화점 진열대를 지난다든가 하는 것이 그 예이겠지요.
이런 상황이 되면 참가자나 진행자가 면모 강제 발동을 제안합니다. 강제 발동이란 면모를 인물에게 곤란하거나 불리한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방향으로 발동하는 것으로서, 면모를 강제발동하면 해당 참가자는 극점수를 1점 받습니다. 강제발동을 피하려면 극점수를 진행자에게 1점 내지요. 여기서는 선배가 반해버린다거나, 말을 건 상대가 겁을 먹고 피한다거나, 진열대에서 물건을 슬쩍하는 방향으로 강제 발동을 제안하고 극점수를 참가자가 지급받으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강제발동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강제 판정을 합니다. 판정의 결과가 생각과 다른다든지 (동아리 활동에 대해 선배를 설득하려고 친화력 판정을 했는데 엉뚱하게 선배를 반하게 하는 친화력 판정으로 둔갑), 사용하려던 것과 다른 기능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한다든지 (친화력 판정을 하려고 했는데 위협을 굴렸다!), 전혀 판정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강제발동의 결과로 하게 된다든지 (진열대를 무심히 지나다가 손놀림 기능으로 목걸이를 슬쩍) 하는 식으로 의도와는 다른 효과가 나겠지요.
그 외에 생각할 수 있는 예로는 습관적 거짓말 (기만 판정), 상습적 폭력 (주먹질 판정), 관심을 끊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호기심 (지각력 혹은 수사), 상습적 도박 (도박 판정),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명령하는 습관 (지도력) 등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판정까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 판정 없이 강제발동만으로 충분하겠지요.
이와 같이 판정 규칙은 의도적으로 하려는 행동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혹은 내는 결과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인물의 장단점, 배경과 같은 특징과 연계해서 사용하면 판정과 그 결과가 더욱 풍부하고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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