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을 위한 제안 – 역사 판타지

승한군, 석한군, 아군하고 6월부터 함께할 캠페인에 대한 한 가지 제안입니다.

지구가 하나의 국가였다면 그 수도는 콘스탄티노플일 것이다.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지금까지 나온 일요일 아침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캠페인 제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죠.

– 신나는 낭만 활극물 (로키)
– 대하 서사물 분위기 (석한)
– 다문화적 분위기 (승한)
– 15세기 이스탄불은 어떨까염 (아군)
– 휘번뜩! (로키)

군주의 권좌, 대륙의 다리, 바다의 연인, 열강의 전장, 만민의 우상, 아름답고 잔혹한 그대 비잔티움, 그대 콘스탄티노플, 그대 이스탄불이여!

위 모든 제안을 합치는 방법으로 이스탄불 배경으로 일요일 아침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특히 도시의 주인이 바뀌는 격동기를 중심으로 말이죠.

다만, 역사물 그대로 하면 아무래도 실제 역사에 대한 부담이 있으므로 살짝 벗어나서 매우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름은 다른 역사 판타지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판타지 작가 가이 게이브리얼 케이가 비잔티움을 본딴 도시, 사란티움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풍부한 역사적 자료는 활용할 수 있지만 자유도는 극대화하도록 말이지요.

사란티움 모자이크 시리즈 외에도 ‘알-라산의 사자들’과 ‘태양의 마지막 빛’의 배경인 케이의 역사 판타지 세계에는 태양신 쟈드를 숭배하는 쟈드교 (유럽 문명·기독교 모티프), 별을 숭배하는 아샤르교 (이슴람교·중동 모티프), 두 달을 숭배하는 킨다스교 (유대교 모티프) 세 문명과 종교가 공존합니다. 때로 협력하고, 때로 서로 정복하고 전쟁하면서 말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국가와 도시 국가가 세력권을 이루고 있지요.

비잔티움 역사에서 특히 흥미가 가는 두 시기라면 첫째는 13세기 초에 4차 십자군 원정대가 예루살렘 정복한다더니 엉뚱하게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약탈한 사건입니다. 라틴 제국을 세워 비잔티움을 60년이 채 못 되는 시기 동안 다스렸다가 비잔티움 망명 귀족 라스카리스 가문에 결국 멸망했죠.

둘째는 역시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넘어가 이스탄불이 된 15세기 중반입니다. 샤리아 법에 따라 세 번 항복을 권고하는 술탄 메흐메드 앞에 중과부적인 것을 알면서 끝까지 거부하다 죽어간 콘스탄틴 황제, 48일 동안의 치열한 수륙 공방전, 술탄이 직접 설계했다는 공성 병기, 불타는 비잔티움의 전함! (와와) 결국 술탄은 함락된 콘스탄티노플에 당당히 입성해 이스탄불이라 명명했고, 오스만 제국의 지배는 이스탄불에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었죠.

역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역사 판타지인 만큼 이 두 가지를 하나로 합치면 어떨까 해요. 구체적인 제안이라면…

세 참가자의 주요 주인공은 각각 다른 세력권 출신입니다. 예를 들자면 서방 쟈드교 사제 기사, 사란티움의 동방 쟈드교 귀족, 나흐만 제국 아샤르교 상인의 아들, 그 외에 킨다스 교도 의사라든가, 중앙 대륙의 기마부족 용병이라든가… 셋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대립하기를 원한다면 동·서방 쟈드교나 아샤르교 세 주요 세력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좋겠고, 그렇지 않고 어느 한 주요 세력에 붙어도 좋다면 소수민족 출신도 좋습니다. 만약 세 참가자 중 하나가 소수민족을 고른다면 서방 쟈드교 쪽은 빠지고 사란티움과 아샤르교 제국 (나흐만 제국?)만의 대립으로 해도 되겠지요.

캠페인은 크게 1, 2, 3부로 나눕니다. 1부에서는 세 주인공이 평화로운 사란티움의 다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친구가 됩니다. 그러면서 일행으로서 모험과 음모를 함께 헤쳐가지요. 그 와중에도 사란티움을 둘러싼 주변 세력의 알력은 점점 심해집니다.

2부에서는 세 주인공은 각자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지 못하고 운명과 역사의 흐름에 휩쓸려 흩어집니다. 이미 적이 되었을 수도 있고, 다시 만나서 술 한 잔 하자고 기약했을 수도 있을 테고요. 여기서 세력 구도에 따라 주인공 중 두 명 정도는 같은 편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1부의 일행이 갈라진 상태에서 두 혹은 세 진영을 번갈아 진행하게 되므로 모두 각 진영에 속한 보조 주인공을 만듭니다. (1부의 조연을 가져다 써도 되겠고요.)

예를 들어 주인공이 A, B, C라면 A가 속한 진영 이야기를 진행할 때는 B와 C의 참가자는 A의 친구, 친척, 부하 등인 A1과 A2를 맡습니다. 마찬가지로 B 진영 이야기 때는 C와 A의 참가자는 B1, B2를 맡겠지요. 둘 이상이 같은 편이 된다면 그에 맞추어서 하면 되고요. 만약 세 사람이 다 같은 진영에 들어가게 된다면 보조 주인공은 필요없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같은 편이라도 서로 다른 곳에서 활약한다면 보조 주인공을 활용하게 되겠죠.

3부에서는 2부에서 점점 높아진  갈등이 폭발해 마침내 사란티움을 두고 전투가 일어납니다. 참가자가 서로 다른 편으로 갈라졌다면 참가자끼리 대규모전을 벌이고, 모두 같은 편이 되었다면 진행자에 대항해서 싸웁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 선호.) 전자 쪽이라면 친구였던 주인공들이 전장에서 마주쳐서 싸울 수도 있겠고, 대면하지는 않은 채 치밀한 두뇌싸움을 벌일 수도 있겠지요. (칼로 대화가 아니라 군대로 대화?) 원한이 깊어갈 수도 있겠고, 전쟁 와중에도 서로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겠고요.

대규모전도 규칙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세기의 혼으로 군대를 만들어서 하면 어떨까도 생각합니다. (이전에 구상했던 군사물의 연장선이겠군요.) 임무에 성공하면 ‘보급이 끊겼다’ 면모를 상대에게 부여한다든지, ‘새로운 공성병기’ 면모를 자기 군대에 부여한다든지요. 그리고 사령관의 명령과 실제 그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 사이에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해서 입체감을 살리고… 물론 주인공의 행동도 대규모전 판정에 영향이 있겠죠. 대규모전 규칙은 1부 때부터 소규모로 꾸준히 실험하면서 완성해가도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란티움의 거취가 결정이 나면서 이야기를 끝맺고, 마지막 에필로그로 캠페인을 끝내면 되겠지요. 전체 길이는 석한군 제안대로 3~4개월 정도로 해서 각 부를 1개월 내지 5주 정도로 끝내면 될 것 같습니다.

세 분은 의견이나 제안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제가 생각하기에 대규모 활극/역사/서사물을 하기에 좋은 구조이지만, 같은 구도를 다른 시간적, 공간적 배경으로 옮겨도 얼마든지 되겠고요. 아아, 이렇게 써놓는 것만으로도 전 잔뜩 기대가 되네요.

8 thoughts on “일요일 아침을 위한 제안 – 역사 판타지

  1. 머스터드젤리

    와우, 아주아주 흥미진진하네요.

    처음부터 전체적인 플롯을 공개하고 각 파트를 진행할 방법을 계획하신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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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예, 큰 역사(판타지)적 사건을 미리 전제하고 들어가면 복선도 깔고 방향성도 확실해서 멋들어진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속에서도 구체적인 건 정해놓지 않으니 자유도는 여전히 있고요. 시간은 3~4개월 정도라 규모가 큰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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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Xenosia

    이스탄불에 있는 교회가 생각나는군요.
    그 교회 벽 좀 무너지고 벽화 좀 탄내나는
    그런 광경도 떠오릅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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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격동기의 문명 충돌인 겁..(…) 한편 쇠락기의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의 점령 이후에 여러 종교와 민족이 공존하는 도시로 쭉쭉 번성해 나가기도 했으니 정복의 결과는 다면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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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방인

    뭔가 공화국의 그림자 대규모전투 파트를 다듬어서 플레이 하는듯한 느낌이군요(…) 오오 이것은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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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예, 공화국의 그림자에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도입했던 개념들을 좀더 체계화했죠. 제 취향을 생각하면 앞으로 하는 장기 캠페인도 대체로 이런 정치/군사물 성격이 될지도요. 과연 공화국의 그림자에 필적할 만한 캠페인이 될까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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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orches

    좋은 캠페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때도 그랬지만, 참여하시는 분들 전부 시스로드 굇수들이시네요. 전 이제 파닥파닥 낚일 준비만 하면 되는거군효 🙂

    우와! 매력적인 배경이예요. 무라드 1세에 탄생해서 콘스탄티노플의 점령에 기여한 부대, 예니체리들이라던가. 모하메드 2세가 건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비잔틴 쪽에서는 (요새라고 하기엔 위치가 미묘해서)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새로운 궁궐라고 판단했는데 사실은 요새였다던가. 그런 것이 은근히 떠오르는군요.

    개인적으로 2부로 예정하신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워요. 같은 사건, 같은 인물을 두고 캐릭터들마다 다른 시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국가 혹 집단의 입장에서는 철벽의 수비를 자랑하는 영웅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서는 저 죽일 놈 하며 이를 드륵드륵 갈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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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오체스님도 시간 되실 때 본편 출연이나 외전 하시면 좋겠네요~^^ 말씀대로 역사 속의 좋은 자료도 많이 활용할 수 있어서 더욱 풍부한 플레이가 될 것 같고요.

      2부에서는 말씀하신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그렇겠군요! 같은 인물의 서로 다른 모습이라든지, 같은 상황이나 분쟁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을 탐색할 수 있겠어요. 벌써 두근두근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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