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단편: 잔인한 봄

정기 플레이 대신 승한군과 제노님과 한 폴라리스 (Polaris) 단편입니다. 뭔가 폴라리스 할 때마다 도시가 하나씩 무너진다는 느낌이..(…)

요약

두 별빛의 기사 안타레스와 뮬리파인. 안타레스는 악마가 씌운 여동생을 살해하고 이후 악마와 싸우다가 씌워서 의원을 죽인 후 도망자가 되고, 뮬리파인은 연적의 음모에 휘말려서 살인자이자 악마 내통자의 누명을 쓴 채 탈옥합니다.

전설의 타락 기사 알골의 현신인 안타레스는 솔라리스 경에게 솔라리스의 인을 받고 악마를 조종할 힘을 얻고, 이 힘을 이용해 스스로 악역이 되어 뮬리파인을 기사단에 복귀시킵니다. 그러나 안타레스는 솔라리스의 속임수에 걸려 새로운 솔라리스 경이 되고, 뮬리파인은 다시 기사가 되어 둘은 적이 됩니다.

플레이 내용

별빛의 기사인 뮬리파인은 대모이자 사우스마치 의원인 나오스가 별빛 기사단의 해체를 주장하자 곤란한 위치에 놓입니다. 거기다가 약혼녀 데비까지 동조하자 더더욱. 그러나 데비는 사실 기사단의 해체보다는 뮬리파인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을 그는 알게 되고, 그가 기사단에서 나오기로 약속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마음을 확인합니다.

한편, 악마에게서 창 사르가스를 빼앗은 별빛의 기사 안타레스는 여동생 메로페가 악마에게 씌운 것을 알게 되고, 메로페에게 씌운 악마가 안타레스의 부하이자 메로페를 사랑하는 기사인 타비트를 죽이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타비트의 눈앞에서 메로페를 살해합니다. 그러나 전설의 타락 기사 알골의 현신인 안타레스의 힘으로 메로페의 영혼은 오빠 곁에 남게 됩니다.

별빛 기사단의 해체를 역설하는 나오스에게 안타레스는 악마들이 활동하는 봄에 시찰하시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그때까지 결정을 늦추기로 나오스는 동의합니다. 봄이 오자 정찰을 나간 안타레스는 사르가스의 원 주인이었던 악마와 마주치고, 악마와 싸우다가 한쪽 눈을 빼앗기지만 악마를 마침내 소멸시키는 데는 성공합니다. 그러나 순간 악마에게 혼을 빼앗긴 그는 시찰을 나온 나오스를 살해하고 얼음의 황야로 도망칩니다.

도망자가 된 안타레스 대신 뮬리파인은 최전선으로 나서고, 그 와중에 부하 둘이 뮬리파인의 약혼녀 데비를 탐내는 알비레오의 사주를 받아 뮬리파인을 살해하려 합니다. 뮬리파인은 암살자를 살해하지만, 그 모습을 본 기사들에게 붙잡혀 옥에 갇힙니다. 한편 알비레오는 뮬리파인에게 있던 아버지의 유품인 ‘크럭스’라는 보석이 악마들과 내통한 증거라고 누명을 씌우지요. 그러나 뮬리파인은 데비의 도움으로 탈옥해 안타레스와 합류합니다.

뮬리파인과 함께 행동하게 된 밤, 안타레스는 솔라리스 경에 나오는 꿈을 꿉니다. 안타레스와 타락 기사 알골과 똑같은 얼굴을 한 솔라리스 경은 안타레스에게 악마들을 제어할 수 있는 솔라리스의 인을 건네고, 아침에 깨어난 안타레스의 손가락에는 그 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제노님: “마이 푸레셔스~!”) 뮬리파인은 반지의 힘으로 알비레오를 실각시킨 후 악마들을 돌려보내자고 하지만 안타레스는 거부합니다.

그때 도시에서 기사들이 두 사람을 잡으러 나타나고, 기사들 중에 있던 타비트는 더 이상 알비레오의 전횡을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 옛 상관 안타레스 편에 섭니다. 이에 기사들은 타비트를 죽이려고 하지만 안타레스가 악마의 창으로 막아서고, 그 모습에 악마들이 달려들어 기사들을 살해합니다. 반지로 이들을 물린 안타레스는 스스로 남은 기사들을 몰살시키지요.

뮬리파인과 타비트라도 도시에 돌아갈 수 있게 하려고 안타레스는 악역을 자처합니다. 그는 두 사람을 도시로 돌려보내고, 이틀 후 새벽에 악마들의 기습에 대비하라고 하지요. 알비레오 앞으로 끌려간 뮬리파인은 악마들의 기습을 경고하지만 알비레오는 듣지 않고, 데비는 알비레오가 뮬리파인에게 빼앗은 보석의 힘으로 알비레오에게 홀려 있습니다. 그때 뮬리파인은 알비레오의 눈빛에서 그에게 깃든 악마를 알아보고 그를 살해합니다. 그러나 데비는 정신을 홀리고 있던 크럭스의 힘이 갑자기 사라지자 실성하고 맙니다.

다음날, 안타레스는 악마들을 이끌고 사우스마치 주변에 잠복하고 있다가 도시에 잠입해 옛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가보인 한 쌍의 반지를 메로페와 타비트를 위해 꺼내오지요. 하지만 도시에서 나온 척후를 붙잡았는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공격이 시작하고, 솔라리스의 인이 성내로 들어왔기에 솔라리스 경 성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솔라리스 경은 괴물들을 소환해 내부에서 도시를 공격합니다.

이때 타비트를 비롯한 기사들이 도착하고, 타비트는 솔라리스를 공격했다가 단칼에 죽습니다. 솔라리스를 베어버린 안타레스는 어느새 스스로 솔라리스 경으로 변하고 (맞나요? 기억이 약간..), 타비트 역시 그의 악마 부하로서 되살아납니다. 뮬리파인을 비롯한 기사단의 생존자들은 저항을 계속하려고 사우스마치에서 도피하고, 새로운 솔라리스 경이 된 안타레스는 동생 메로페의 영혼과 되살아난 타비트에게 반지를 건네며 축복합니다.

감상

예, 막장이 아니면 폴라리스가 아니겠죠. 승한군 말마따나 끝까지 솔라리스 경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안타레스는 결국 비극적으로 타락했고, 그 힘의 유혹을 느꼈던 뮬리파인은 저항군을 이끌게 된 역설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메로페와 타비트의 비극적인 사랑은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하려요.

폴라리스 판정은 처음에 좀 정리가 필요하기는 했지만 마음과 후회가 밀고 당기며 극단적인 이야기 진행을 이끄는 강점은 여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기사들이 뮬리파인과 안타레스를 쫓아온 부분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판정의 결과였습니다.

후회 (승한군): 타비트가 옛 상관 안타레스에게 돌아선 것을 보고 분노한 기사들은 습격을 하고, 그 와중에 타비트가 살해당한다!
마음 (제노시아님):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구나. ‘악마의 창 사르가스’ 면모로 안타레스의 ‘축복’ 주제를 소모해서 창으로 기사들을 막아선다.
달 (로키): 주제 소진 인정하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구나가 나왔고 안타레스의 주제도 소진했으므로 이제 후회는 방금 전 서술과는 전혀 다른 서술을 제시해야 합니다.)

후회: 기사들을 안타레스가 사르가스로 막아내는 모습을 보고, 곁에서 도사리고 있던 악마들이 일제히 돌진해 기사들을 죽인다.
마음: 그리고 또한 다 죽이기 전에 안타레스가 악마들을 물리고 남은 기사들을 스스로 몰살시켜야 한다. ‘알골의 현신’ 면모로 안타레스의 ‘운명’ 주제 소진합니다.
달: 예, 주제 적합하네요.

(여기서 그리고 또한 대신에 주제를 소진하지 않는 그러나 그러려면을 사용해도 상대의 마지막 서술을 인정하고 자신의 서술을 덧붙인다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후자 쪽은 주제를 소진하지 않는 만큼 효과가 좀 더 약합니다.)

후회: 그리 되었더라.

이렇게 마음은 주인공 기사를 위해, 후회는 기사의 이익에 반해 철저하게 자기 입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밀고 당김 속에서 굉장히 파국이 많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쉽게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이 판정 방식은 비극을 지향하는 폴라리스의 방향성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제노시아님과 승한군이 둘다 좋은 이야기 방향을 많이 생각해 내셔서 줄거리도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스스로 악당이 되면서 부하와 동료를 복귀시키려는 안타레스의 비극적인 모습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안타레스를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비참의 극으로 몰고간 승한군의 악마성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그에 비해 뮬리파인의 이야기는 초점이 덜 확실했던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알비레오라는 좋은 악역이 생긴 후에는 만족스럽게 막장으로 흘러간 걸로 봐서 역시 좋은 적수가 긴장감 있는 진행에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기사의 열정과 피로 수치와 실제 이야기 진행이 반드시 맞아떨어지지는 않아서 때로 규칙이 이야기를 오히려 제약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막장에 막장으로 흘러가는데 아직 피로는 없고 열정은 2 남아있어서 규칙상으로는 아직 죽거나 타락할 수 없던 것은 좀 답답했죠. 그래서 결국 시간관계와 이야기 흐름상 안타레스는 아직 열정이 남은 상태에서 타락시켰습니다.

플레이 후의 승한군 제안대로 경험이 나올 때마다 (기사가 잔인하거나 냉소적인 언행을 했을 때 경험을 굴림) 경험을 굴리는 대신 열정을 무조건 깎거나 피로를 올리고 소진한 주제도 초기화하면 좀 더 진행 속도와 열정-피로 진행을 맞출 수 있을지도요. 폴라리스 부록에 나온 변형 규칙으로는 경험을 굴릴 때 3 이하면 무조건 성장, 4 이상이면 무조건 주제 초기화 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여전히 확률을 타니까 승한군 제안 쪽이 속도감 면에서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주 재밌게 한 비극 플레이였습니다. 폴라리스는 비극적인 서사시에 딱 좋은, 다른 배경으로도 해보고 싶은 규칙입니다. 좋은 플레이 보여주신 제노님과 승한군에게 감사합니다.

4 thoughts on “폴라리스 단편: 잔인한 봄

  1. Wishsong

    갑자기 또 생각난 하우스룰 제안인데, 경험이 나올때마다

    1. 열정 / 피로 수치 조정
    2. 소진한 주제 중 한 카테고리(지위, 운명, 축복, 기타) 초기화

    이렇게 하는게 어떤가 싶어. 무조건 모든 주제 초기화 하는 건 주제 소진의 의미가 너무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옛날에는 비극 플레이를 잘 즐길 수 없었는데, 요즘 들어서 재미있게 즐기게 된 것 같아. 그 만큼 조금 더 성장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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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오, 그것도 한 방법이겠네. 다만, 후회가 소진한 주제를 초기화시키는 건 피하는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그리고 비극이 전보다 즐겁다니,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된 승한군인가! (..)

      Reply
    2. Wishsong

      그렇다면 절충안으로, 성장할 때마다 마음과 후회가 1개씩 초기화할 카테고리를 고른다, 이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

      혹은 주사위를 굴려서 1~3은 후회가 초기화할 카테고리를, 4~6은 마음이 초기화할 카테고리를 고른다. 이런 것도 가능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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