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시대 플레이

지난 일요일에는 참가자 한 명이 사정상 불참해서 어스돈의 혼 정기 플레이 대신 광열군을 끌어들여 사악한 시대에.. (In a Wicked Age…) 즉석 플레이를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승한군 글에 나와있고, 몇 가지 덧붙일 감상이라면…

우선 무작위로 뽑는 이야기 요소들 (신탁)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폭군을 돕는 사악한 악마’라든지 ‘무모한 젊은이를 지키는 수호령’ ‘전쟁용 황소떼 몰이꾼’ 같은 요소들이 순전히 무작위로 모여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상상력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과정이 쉽고 재밌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본 배경은 고대 중동풍 판타지이지만, 신탁에 따라 배경이 달라지므로 신탁만 바꾸면 다양한 장르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또 하나, 이야기 요소들에서 뽑은 인물들의 목표를 번갈아 설정하면서 목표에 갈등을 짜넣는 과정이 플레이의 극적 긴장감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맡은 황제를 돕는 악령이 황제를 실각시키고 용사를 새 황제로 세우려는 계획은 악령과 황제 사이에 갈등을 설정했고, 남에게 희생이 없게 자신이 모든 희생을 지려는 전사의 목표는 전사를 무조건 지키려는 수호령과 갈등을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인물의 지향성과 촘촘한 갈등의 망을 설정한 채 시작하기에 즉석에서 극적 배경과 인물을 설정하면서도 플레이가 방향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군더더기 없는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봅니다.
이렇듯 상상력을 무작위로 자극하는 신탁과 갈등을 유도하는 목표 설정, 거기다 간단한 인물 제작 규칙 때문에 사악한 시대는 즉석 플레이를 하기에 좋은 규칙입니다. 그러면서도 즉석 플레이를 연속적으로 연계해서 과거나 미래 이야기를 다루는 등 중장기 플레이도 할 수 있고, 신탁과 목표는 다른 규칙과 연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규칙이면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악한 시대는 최근 RPG 구매 중 가장 괜찮은 축으로 치고 싶군요.

5 thoughts on “사악한 시대 플레이

  1. Wishsong

    황제님 찬양 건은 일단 둘째 치고(…)

    3자 이상 대결시 햇깔렸던 점을 다시 찾아보다가 룰을 잘못 적용했던 점을 발견했어.

    1. 아이샤 vs 카산 vs 쿠로쉬 대결 때(2차전).

    2라운드 때. 처음 우선권 굴림 :

    아이샤 : 5+5, 5 (우위 주사위 포함) – 우선권 획득
    쿠로쉬 : 6,6
    카산 : 9,3

    여기에서 카산이 먼저 행동했음. 원래대로라면 아이샤가 먼저하는 게 맞지?

    그리고 책을 다시 보니까, 누구한테 우위주사위를 얻든 이 우위 주사위는 무조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

    (“아이샤는 카산에 대해 우위 주사위, 카산은 쿠로쉬에 대해 우위 주사위” 라는 방법이 아니라, “아이사와 카산 둘 다 우위 주사위를 가짐” 이렇게.)

    2. 마지막 대결 (4파전)

    1라운드 맨 처음 굴림 :

    아이샤 : 7, 1
    아일키다르 : 7, 4
    황제 : 8, 6 – 우선권 획득
    카산 : 6, 5

    여기에서 황제가 카산을 공격. 카산은 4, 1을 굴려 아웃.

    그때 “아이샤도 반응할께”라고 했는데, 이 점이 에러.

    가. 아이샤가 아니라 아일키다르 차례임.
    나. 아이샤는 황제의 공격대상에 포함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할 필요가 없음.

    그다음에 아일키다르가 “아일키다르는 근위병들 사이에 혼란을 퍼뜨려서 그들이 카산에게 오히려 죽어나가도록 유도합니다!” 라고 하고 6,3을 굴렸는데.. 룰 대로라면 굴릴 필요없이 황제를 대상으로 ‘공격’한다고 선언해야 함. (그다음에 황제는 여기에 반응하기 위해 주사위를 다시 굴려야 함. 그렇게 해서 7, 4보다 높게 나오면 황제가 우위를 차지함.)

    이렇게 되는 거였어. 다음 번에는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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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아하, 몇 군데 실수했었군. 아일키다르 부분은 사실 헷갈렸던 게, 행동 유형상 (Maneuver) 간접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경비병을 통해 공격했다고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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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Wishsong

    저번 시범 플레이 때 궁금증 때문에 Forge를 뒤져보았더니… 이런 Q&A가 있었음.

    http://www.indie-rpgs.com/forum/index.php?topic=25765.0

    질문 :
    In a chapter yesterday at ConQuest story games lounge, I GMed this situation:
    An NPC priestess declared that she and Balthior, a PC pass through a marriage arch and say the vows during a fertility ritual (as representatives of god and goddess but also for real committment.) We rolled this out and the priestess won. The player elected injury or exhaustion and I chose injury (getting slapped).

    The question I have is: does the wedding still happen or did the player take injury _rather_ than stepping through the arch?

    답변 :

    Exactly.

    By the same token though, the marriage didn’t NOT happen. By the rules, you can have the priestess say “now walk with me through the marriage arch, or do you want another one? Next time I won’t treat you so gently.”

    Beating people into submission is a viable tactic, if you mean it and if you can keep winning rolls.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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