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해보고 싶은 게임, 니코틴 걸즈

http://www.halfmeme.com/nicotinegirls.html

니코틴 걸즈(Nicotine Girls, 2002 © Paul Czege)는 걸작 인디게임 ‘주인님과 함께(My Life with Master)’의 디자이너가 만든 무료 공개룰인데, 여러모로 ‘주인님과 함께’의 전신이라고 생각되는 게임이다. 몇가지 공통점을 들자면

1. 다이스풀의 사용

메카닉 면에서는 다이스풀의 사용을 들 수 있다. 다만 다이스풀은 수많은 RPG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고, ‘주인님’과 ‘니코틴’은 사뭇 다이스 사용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다지 의미있는 비교는 아니다.

2. 극도로 협소한 장르룰

둘다 매우 좁은 배경과 아주 적은 수의 행동만이 가능한 협소 장르 룰이다. ‘주인님과 함께’는 고딕 호러를 모티프로 하고 있으며, 사악한 주인에게 매인 하인들이 인간성을 되찾고 주인님을 살해하는 내용만을 지원하고 있다. ‘니코틴 걸스’ 같은 경우 도심에 사는 저소득층 소녀들이 자신의 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 설명하겠지만 대개 실패한다.)

또한 ‘주인님과 함께’에서 가능한 행동이 주인님의 명령에 저항하거나, 수행하거나, 마을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거나, 아니면 주인님을 죽이는 4가지에 한정되어 있듯이 ‘니코틴 걸즈’에서는 섹스, 돈, 눈물, 담배 피우기 4가지만이 가능하다.

이렇게 극도로 협소한 장르 를은 실제로 GM과 플레이어 모두에게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범위의 행동과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생각 이상으로 강렬하며, 무한한 자유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선택은 쉬워진다. ‘주인님’이나 ‘니코틴 걸즈’를 플레이하면서 막막한 느낌이 든다면 그건 PC를 통해 인간의 무력함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이러한 장르 룰은 그 장르의 분위기를 모르면 플레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주인님’ 캠페인을 돌리면서 깨달은 점이었는데, 고딕 호러 장르가 국내에 친숙하기 않기 때문에 생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니코틴 걸즈’도 마찬가지여서, 이 게임에서 저소득층 소녀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플레이가 완전히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

3. 정신적 스탯의 사용

‘주인님’과 ‘니코틴’은 둘다 일반 RPG에서 쓰는 힘, 지능, 지혜, 민첩성, 건강 등등의 특성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주인님’의 PC들에게는 자기혐오와 무력감, 그리고 사랑이 있고, ‘니코틴 걸즈’의 소녀들에게는 희망과 두려움 두가지 스탯이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극도로 제한된 장르에만 유용한 스탯이다. 또 한편으로 이런 정신적 스탯은 시스템과 플레이의 관계를 매우 긴밀하게 해준다. ‘이번에 강아지에게 먹이를 줘서 사랑을 올리면 주인님을 죽일 수 있어!’라든가 ‘이번 판정에 희망을 쓰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일단 두려움으로 하고 희망은 다음 기회에 늘리자.’와 같은 판단은 시스템에 대한 판단이면서 동시에 극적인 결정이기도 하다.

4. 장면전환식 플레이

둘다 전통적인 파티플레이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플레이어가 돌아가면서 한 장면씩을 플레이하는 형태이다. ‘주인님’의 경우 다이스 더해주기, ‘니코틴’의 경우 담배를 통해서 각 플레이어가 서로의 판정에 영향을 줄 방법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이러한 형태의 플레이는 플레이어가 많을수록 자칫하면 플레이어의 몰입도 저해와 지루함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5. 시작과 끝이 있는 캠페인

마지막으로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둘다 시스템 자체적으로 캠페인의 결말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캠페인은 끝이 나고 결말을 서술하도록 되어 있다. 이 또한 다른 RPG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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