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치타가 보는 동료들

콘치타가 보는 동료들의 모습입니다.

PC – 공평하게 가나다순으로!

루시아

우리의 선상 악사님으로 빼어난 미모와 총명한 두뇌, 마법과도 같은 음악적 재능에 빛나는 보다체 기녀. 사람 넋을 빼놓는 그 만돌린 솜씨에 귀기울이다 보면 보다체의 페이트 위치들이 음악에 운명의 실가닥을 엮어넣어서 사람을 홀린다는 얘기까지 떠오를 지경이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세련되고 도회적인 여성으로, 아무래도 나같은 거친 뱃사람으로서는 여자로서 자격지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대. 그래도 귀한 자리에서라면 감히 얼굴도 마주할 수 없을 아가씨가 험한 모험 상황에서는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호본능을 자극한달까, 은근히 으쓱하달까.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착하고 예의바른 아가씨니까 미워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뭔가 이상한 놈팽이들에게 말려들어서 연애사에 고민이 많아보이는 점도 불쌍하고 말야. 늘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요, 루시아양.

리아

나한텐 그야말로 남동생 녀석처럼 느껴지는 선의 선생. 이뻐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고… 배운 것도 많고 무진장 똑똑한 양반이 맹하고 얌전한 게 너무너무 귀엽다. (본인이 들으면 화내려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다가도 소극적이고 답답한 평소 행동거지를 보면 한편으론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고 한편으로는 강아지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진다.

의사선생에게 훨씬 어두운 면이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선 마법사라는 사실… 세이렌의 호수에서의 경험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순식간에 내 안에 수많은 영혼과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오는 느낌…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이 귓가에 울리면서 갑자기 자신감과 활력이 넘쳤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필연이나 운명, 혹은 옛날얘기 같은 확실성이 느껴졌다. 전설의 힘, 아발론의 글래머… 그건 한편으로는 희열이었고, 한편으로는 공포이기도 했다. 시간의 연속성, 살아있는 전설 속에 서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경험.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난 의사선생이 무서웠다. (하,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까스띠예인인 건가. 자작님의 옛 친구, 엘 푸에고 아덴트로 마법사와 리바이어던의 뱃속에서 마주쳤을 때 이미 내 편견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나 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의사선생이 우리에게 숨기는 게 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더 심하게 굴었는지도 모르겠다. 글래머 마법사에다가 시와의 모종의 관계. 도대체 저 선량한 얼굴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거지? 덜컥 겁이 났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때 처음 보았던 의사선생의 차갑고 냉정한 얼굴…예전과 같은 눈으로 의사선생을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무조건적으로 신뢰해 왔지만 사실 의사선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고야 만 것이다.

아아, 복잡한 건 정말 질색이라고. 내가 왜 저 착한 의사선생을 의심해야 하는 거지?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하루빨리 예전처럼 될 수 있기를…

상그리엘

가만있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묵묵한 군인형. 한편으로는 가늘고 고운 선이 덜 자란 소년 같은 인상을 주는 기묘한 느낌의 사내다. 원래 말을 아끼는 사람이 더 할말이 많다고 하는데, 상그리엘은 확실히 그런 경우일 것 같다. 사제에다가 검객이라는 범상찮은 배경, 그리고 특이한 이름… 이름의 어원으로 보이는 ‘상그레알’은 몽테뉴어로 sang real(왕의 피) 혹은 san greal(성배)의 이중적 의미로 읽을 수 있는 말인데, 확실히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동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답답하단 말야.

줄리앙

별로 좋은 감정은 가질 수 없는 사람이지만 미우나 고우나 현재는 내 고용주, 그리고 역시 만만찮게 숨기는 게 많은 사람. 나의 바다를 빼앗아가고 다시 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에피파니오에 따르면 이런 경우를 카타이에선 ‘병 주고 약 준다’고 한다고 한다.) 혈우병이라도 있나 왜 툭하면 피를 흘리는 건지, 그러면서도 왜 결국엔 도로 지혈이 되는 건지 참 이상한 일이다. 특이체질인가? 역시 경계를 풀 수 없는 인물.

NPC

라 로즈 블뢰 – 현재 내가 지휘하는 배, 그리고 테아 둘째가는 미녀. 첫번째가 될 수 없는 건 라 메르큐리아가 아직 저 먼 바다 어딘가에 항해하고 있기 때문이지. 비록 악취미와 낭비의 소산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있어도 아주 착한 아이다, 라 로즈 블뢰는. 훨씬 작고 다루기 쉬운 배에 익숙한 나로서는 왠만한 항구엔 끌고 들어갈 수도 없는 갈레온선이 영 어색하지만, 그래도 무식하게 큰 선체에 비해 말도 잘 듣고 움직임도 안정된 배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로자.

라 메르큐리아 – 내가 처음 맡은 배, 그리고 내게는 7대양을 항해하는 배 중 최고의 미인. 첫사랑은 잊지 못한다던가. 처음 사랑한 남자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처음 선장으로서 갑판을 밟았던 배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석양을 배경으로 그리던 그 우아한 윤곽도, 꿈처럼 부드럽게 바람을 타던 돛도, 은청색 눈을 빛내며 차분히 항로를 바라보던 선수상(船首像) 메르큐리아도… 지금쯤 까스띠예나 보다체 근해를 가르고 있을 그 날씬한 선체와 날렵한 돛, 시끌시끌하지만 선량하던 선원들에게 축복을. 내 아름다운 첫사랑에 어딜가나 행운이 함께하길. 못나게도 배를 빼앗긴 선장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렇게 멀리서 빌어주는 것 뿐이겠지.

윌리엄 클레이 – 하아. 난 있지, 벌써 반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뱃사람이라고. 교양이나 순수와는 오래 전에 담 쌓았고, 가는 항구마다 남녀간의 게임, 그 긴장과 즐거움에는 익숙했지. 선술집에서 마주친 이름도 모르는 선원부터 소년기와 성인기의 달콤한 경계에 선 제니하우스의 하인까지*… 한마디로 기약없는 짝사랑에 목을 매고 일개 집사에게 ‘보다체 귀공자’니 유치한 별명 붙여가며 가슴 두근거릴 때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는 얘기야.

그런 나한테 유치찬란한 짝사랑의 상대가 생겼어. 이게 정말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그와 그렇게 마주쳤던 당시의 난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뭔가 매달릴 대상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날 지탱해 주었고, 그래서 이제 와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몰라. 뭔가 붙잡을 대상이 필요해서 매달린다는 건 클레이씨에게도 내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 근데도 그냥 좋은 거야. 그의 따스한 마음이 좋고, 그 조용한 미소가 좋고, 검은 보다체 눈이 좋고,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설레이는 내 마음이 좋아.

요즘 들어서는 그에게 나 혼자서만 묻게 되지. 아직 한동안 당신을 좋아해도 될까? 어쩌면 내가 당신을 놓을 수 있을 때까지만, 혹은 거절당할 때까지만…당신을 바라보아도 될까? 그렇기만 하다면 아직 한동안은 그를 향해 달려가고 싶어. 어쩌면 영원히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수평선을 향해…

‘제독’ – 선장을 꽤나 주눅들게 하는 경력과 실력의 일등 항해사. 또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게 되는 상대이기도 하지. 자작님이 날 감옥에 처넣지 않았더라면 내 현재 일등항해사에게 목매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우습달까, 모골이 송연하달까. 제독이 교수대에 매단 수십명의 해적 중 상당수는 까스띠예인이었거든. 라 메르큐리아의 선장이던 당시 난 돈 알다나의 부탁으로 몽테뉴에 대항해 첩보활동을 하고 있었고, 가끔 몽테뉴 상선을 상대로 사략질도 했었고… 그러다가 까딱 잘못해 제독에게 걸렸더라면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을지 자신이 없어. 그저 이 사내가 지금은 나의 적이 아닌 부하라는 사실이 다행일 따름이지. 앞으로도 절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사내야, 제독은.

에피파니오 – 자작님이 보다체의 뒷골목에서 주운 카타이인 꼬마. 에피파니오는 ‘깨달은 자’라는 뜻으로 내가 붙여준 이름이야. 놀리고 싶으면 ‘깨달은 꼬맹이’라는 뜻으로 에피파니뇨라고 부르지. 조그만 녀석이 속에 영감이 들어앉았는지 어린애같질 않다니까. 자작님이 어떻게 그렇게 확고하게 충성하는 자기 사람을 만드는지 직접 지켜볼 수 있었던 경우이기도 하지. 뭐 그 시궁창에서 벗어난 건 분명 니뇨에게 다행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도 지울 수 없긴 해. 이로서 자작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충복을 얻은 것도 사실이잖아? 뭐,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긴 하지. 그 두 사람, 주인과 신하 사이에는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일.

댐젤 – 의사선생의 빌어먹을 까마귀. 댐젤이란 말의 뜻을 물어보니 까스띠예어의 다미셀라(아가씨)와 비슷해서 나는 다미셀라라고 부르고 있지. 의사선생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다 공격하라는 지령이라도 받고 있는지(내 눈이 얼마나 높은데 내가 의사선생을…;ㅁ;), 이놈의 새한테 내가 쪼인 횟수를 생각해 보면 정말 오래전에 한끼 식사로 잡쉈지. 의사선생 봐서 참고 있는 거라고. 게다가 까마귀고기를 만들어도 도로 돌아올 것 같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든단 말야. 분명히 죽은 모습을 내 눈으로 봤는데도 멀쩡하게 회복하더란 말이야. 그냥 무지하게 튼튼한 건가? 어쨌든 꺼려지는 녀석이야. 단지 원한이 쌓인 걸수도 있지만.

*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 한가지 조언이라면, 제니길드에 속한 하우스에 있는 하인이나 요리사 같은 남자 일꾼들을 눈여겨 보라고. 제니와는 달리 남창들은 특별히 ‘저쪽 저 젊은이’에 대해 문의하지 않으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도록 하우스 일꾼으로 해놓거든. 고객에게 자신만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술이지. 이런 청년들은 보통 그 자신 제니의 아들로서, 얼마든지 사창가를 벗어날 수 있는데도 스스로의 각오와 선택으로 매춘을 택했기 때문에 갈곳 없이 함부로 몸을 굴리는 뒷골목의 남창들과는 태도나 실력, 교양 정도 같은 게 전혀 달라.

3 thoughts on “콘치타가 보는 동료들

  1. orches

    [이렇게 적어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콘스챠 누님.. 이라고 리아는 생각하고 있겠지요. (대충 리플레이나 테더 쪽이 정리되면.. 포스팅을 재개해야.. 아마도 이번 주 내에 세이렌 쇼 부분이 정리되서 올라갈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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