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달 4화 – 희생

요약

다치바나는 카나코를 위해 마츠오 다이키에게 비겁한 계책을 짜주고, 처음에는 그에게 지켜달라고 했던 카나코는 점점 수렁에 빠지는 다치바나의 모습이 견디기가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다치바나가 사촌 요코와 결혼하지 않으면 후계자로 삼지 않겠다는 다치바나의 숙부 말을 듣고, 그의 아내가 되는 것은 포기하고 게이샤의 길을 가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화를 내던 다치바나는 카나코의 꾸짖음과 이제는 나도 너를 지키겠다는 카나코의 결의에 정신을 차리고, 둘은 서로 깊은 마음을 확인하며 포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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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와 약속을 지키려고 저녁에 그의 집으로 찾아갔던 카나코는 다치바나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놀란 상태에서도 마츠오의 지시대로 카나코는 술시중을 들고, 저녁 내내 마시다 마츠오가 곤드레만드레 취해 나가떨어진 후에 다치바나는 카나코를 바래다 줍니다.

마츠오와 있었던 이유를 카나코가 묻자 너를 구하려고 그랬다는 다치바나에게 카나코는 자신의 마음을 호소하지만, 자신은 가정을 이룰 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다치바나의 말, 그리고 이전의 열정과 이상을 잃어버린 그의 지친 모습에 그녀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나 카나코의 간절한 마음은 그에게도 전해져서 다치바나 역시 마음이 움직입니다.

가게에 돌아온 카나코를 보고 사정을 눈치챈 우메하는 미래에 대해 아무 보장도 없이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하며 퇴물 무사의 감언이설을 쉽게 믿지 말라고 (때려가며..) 경고하지만, 카나코는 시게하루만 있으면 된다며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배은망덕한 것!)

한편, 하세가와는 이제 고위층 인사와 함께하는 폐쇄된 요정이 아니라 시장 광장으로 나가 소학교의 수혜자인 일반 사람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합니다. 지켜보던 다치바나는 서양에 대한 복속을 경계하고 일본 전통의 가치를 강조하며 반대하지만, 하세가와는 전통을 버릴 필요 없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강해져야 한다며 주변의 지지를 받습니다. 다치바나 역시 하세가와의 드높은 이상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자금을 끊어도 하세가와가 마츠오 외의 다른 지원자를 끌어들인다는 얘기를 듣고 마츠오는 다치바나에게 더 좋은 방법을 내놓으라고 다그칩니다. 하세가와와 놀아난 우메하의 가게를 카나코에게 넘겨줄까 하는 마츠오의 얘기에 카나코는 소스라치게 놀라지요.

자기 사람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실망시키면 가차없다는 마츠오의 말에 다치바나는 카나코를 마츠오가 도로 차지할까 불안해 새로운 계획을 제시합니다. 하세가와가 학교 지원금을 우메하와 노느라 함부로 썼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후원자들이 떨어져나가게 하는 것. 마츠오는 하세가와와 우메하를 동시에 몰락시킬 수 있겠다며 좋아합니다.

나중에 나오며 다치바나에게 정말로 자신의 은인인 우메하를 해칠 거냐고 묻는 카나코에게, 가뜩이나 자기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던 다치바나는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지 아냐고, 너를 지키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패악을 부립 말합니다. 카나코는 자신 때문에 무리하며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다치바나의 모습에 괴로워합니다.

며칠 후, 다치바나는 우메하를 찾아가서 마사오를 풀어주려고 숙부에게 받았던 전표를 주며 카나코의 빚을 부분적으로 갚아주고 그의 진심에 대해 우메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마츠오의 음모에 대해 에둘러 경고해주는 다치바나에게 (“그분께서 우메하씨와 하세가와군의 안부를 묻더군요.”) 역시 에둘러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메하는 괜찮을 것이라고 전해주십시오.”)

한편, 전표의 지급 승인을 하느라 조카가 받아간 돈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알게 된 다치바나 류지는 가게로 카나코를 찾아와 자신의 딸 요코와 결혼하지 않으면 다치바나는 자기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며 물러날 것을 은근히 종용합니다.

그 말에 마침내 마음을 정한 카나코는 게이샤가 되기로 결심하고, 다음번에 요정에 마츠오와 다치바나가 찾아왔을 때 우메하의 동생 우메치코라고 소개받습니다. 다치바나가 이성을 잃고 카나코를 데리고 나가 이게 무슨 섣부른 짓이냐며, 내가 지켜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다그치자 카나코는 한 대 때립니다. (모두들 기대하던 따귀!)

놀란 다치바나에게 카나코는 정신차리라고, 더는 나 때문에 네가 다치는 건 볼 수 없으니 이젠 나도 너를 지키겠다고 합니다. 상대를 위해 뭐든, 자아도 미래도 내줄 수 있는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이 포옹하면서 페이드 아웃._M#]
예고편

운명의 행방은 과연 어디로?

다치바나: (하세가와에게) 그는 당신과 우메하씨에 대해 추문을 퍼뜨릴 생각입니다.

(마츠오의 손을 뿌리치는 우메하)

하세가와: (굳은 얼굴로)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다치바나: (쓴웃음) 그건 내가 세운 계획이니까요.

카나코: (다치바나를 돌아보고 미소지으며 생각) 돌아와줘서 고마워, 시게하루.

(하세가와, 다치바나 악수하면서 화면 정지)

도쿄의 달, 그 대망의 최종화를 기대해 주십시오!

감상

승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이번 화가 지금까지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시작했던 시리즈가 점점 감정도, 사건도 폭이 넓어지고 규모가 커졌고, 드디어 다음 화에 크게 터지며 결론이 나겠죠.

특히 인상깊었던 건 카나코가 달라지는 모습. 이번 화 초에는 사랑에 빠진 젊은 아가씨의 고집, 다치바나가 자신을 지켜주기 바라는 의존성으로 시작해 4화 내내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수렁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고 스스로 현실을 보고 판단하며, 끝내는 자신이 다치바나를 지키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성숙의 과정이 참 잘 드러난 것 같아요. 그게 옳은 결정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카나코의 상황과 내면에 비추어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전담하는 참가자가 없는 인물인 마츠오의 굉장한 존재감도 이야깃거리였습니다. 결국 모든 주인공이 그의 손아귀에서 놀고 있는 시리즈 보스라고 우리끼리 웃었죠. 이 시리즈의 사실상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서 현실 축을 잘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악역이면서도 왠지 멋진 우리의 대마왕 마츠오..(…)

그러면서 가상 캐스팅 얘기도 나왔는데, 마츠오 역을 맡은 배우는 어쩌면 연극 배우부터 시작해 텔레비전에서는 조연과 악역을 주로 맡은 원로 배우이고, 워낙 연기력도 정평이 나 있어서 본래의 각본보다 훨씬 비중도 크고 인기도 은근히 끌고 있을 거라는 얘기도 했죠. (40대 이상의 인기몰이!) 세트장에서도 아마 다들 대선배로 대우할 거라고..

카나코와 다치바나 배우는 스타로 떠오른 신인으로서 연기 경험이 쌓이면서 1기 후반에서 주역을 맡은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특히 다치바나 역은 초기에는 시범 방송에서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본편에는 술에 쩔은 패배자로 나오고, 예고편에 나온 컷도 최종 편집에서 잘리는 등 떡밥만 던지다 보니 애가 탄 젊은 여성 팬들의 지지가 쌓이면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꽃미남 배우일 거라든지. (이래서 기획사 백이..)

그 외에 우메하는 왕년에 글래머 스타로 유명했고 지금도 원숙한 아름다움과 탄탄한 연기로 인기를 끄는 30대 중후반의 여배우, 하세가와는 나이보다 젊게 분장한, 연기력이 안정적인 중견 배우가 맡았을 거라는 얘기도 했었죠.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정말로 TV 보며 친구들과 수다떠는 기분이어서 즐거웠습니다. 그게 안방극장 대모험을 하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TV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 만큼 카메라 기법을 연출에 활용하라는 것은 책에서도 하고 있는 조언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장터에서 하세가와와 다치바나의 토론이 있었을 때 단상 위에 선 하세가와하고 밑에 선 다치바나를 비추면서 지난 화에서 하세가와가 절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위에서 그걸 지켜보던 다치바나의 모습과 대비시키며, 이제 이상과 현실과 관련해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뀐 것을 시사했죠.

묘사를 촬영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영상 매체와 친한 만큼 친숙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많이 표현할 수 있어서 연출 기법의 하나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공간 활용, 색채와 그림자, 조명 등 시각 언어를 활용할 방법은 많죠. 우메하의 가게 같은 공간은 폐쇄적이고 좀 어둡다든지, 몇 발짝만 가도 계속 사람과 부대껴서 서로 조심조심 피해가야 한다든지, 구석에 깔린 그림자, 드리운 휘장, 좁은 공간에서 답답할 정도로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채,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웃음소리만 아련히 들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 분위기를 표현하면 공간 자체도 독자적인 개성과 의미를 품게 되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밤의 요정에서 나와 (이제는 돌아갈 일은 없다고 하며) 한낮의 시장 광장으로 나선 하세가와의 모습도 공간적 대비를 통해 인물의 변화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하세가와는 이번 화 비중은 낮았지만 다음 화를 대비해 좋은 등장 장면과 많은 복선을 깔아놓은 언급이 많았고요. 등장 횟수가 적은 만큼 이번 화에는 승한님이 PD로 많이 수고해 주셔서 순환 PD의 효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치바나와 하세가와의 이번 토론이나 예고편에서 나온 두 사람의 악수는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듯 역사적으로도 의미심장한데, 두 사람의 협력이 상징하는 전통적 가치와 서양 문명의 이기의 결합은 20세기 일본의 팽창지향적 군국주의의 기반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승한님도 그런 부분을 하세가와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셨고, 서구 문물의 유입에 저항감을 보이던 다치바나 같은 전통주의자도 부국강병의 목표에서 동질감을 찾아내면서 조선 식민지화와 태평양 전쟁의 뿌리는 이미 조금씩 내리고 있던 거겠죠. 그런 역사적 흐름에 일조한 많은 사람의 한 표상인 하세가와나 다치바나 같은 인물이 지극히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것이 ‘단죄’가 아닌 ‘이해’를 하는 허구적 상상력의 힘이기도 할 테고요.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 규칙이 그런 허구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일조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물 비중의 흐름과 내적 갈등이 플레이를 위한 논의에 초점을 제공한다든지요. 이번 화에는 어느 주인공의 비중이 제일 높은지 생각해서 그 인물을 부각시키고,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의 갈등을 강조하면서 다음 화에는 또 누가 비중이 높아지는지 봐서 다음 화를 향한 복선을 준비하는 게 참 유기적이더라고요. 규칙이 플레이 외적 논의에 길잡이가 된다는 면에서 규칙이 이야기를 돕는 게 이 규칙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런 논의가 없으면 한없이 썰렁한 규칙이기도 한 만큼 전원이 지금 플레이에, 지금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발상과 열정이 넘치지 않으면 재미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모두 마음에 드는 설정과 인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런 과정에서 교섭을 잘 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예고편의 활용도 재미있습니다. 예고편 때 생각했던 맥락과는 사뭇 다르게, 하지만 더 재미있는 의미로 나타나고는 하니 말이죠. 예를 들어 예고편에 나왔던 카나코의 다치바나 따귀(!)는 다치바나가 자신은 가정을 이룰 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말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했었는데, 정작 플레이를 하다 보니 그렇게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패악을 부리는(..) 다치바나를 정신차리게 한 것이 처음 생각한 맥락보다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화 플레이에 느슨한 길잡이가 되면서도 의외성의 요소를 충분히 살린다는 점이 예고편의 의의인 듯하네요.

참 재미있었고요, 다음 주에 시즌 마지막화 촬영도 기대하겠습니다~

2 thoughts on “도쿄의 달 4화 – 희생

    1. 로키

      해몽을 제가 하면 더 그래요(??)

      ..라기보다는 감상은 플레이 후 논의에서 한 얘기를 정리한 부분도 많지만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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