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달 3화 – 기로 (岐路)

도쿄의 달 3화입니다.

요약

우메하의 영향 하에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 하세가와는 마츠오의 약점을 캐내서 소학교 사업의 주도권을 잡습니다. 한편, 카나코는 말썽꾸러기 남동생을 구하려고 마츠오에게 몸을 맡기기로 하지만, 다치바나는 마츠오를 돕기를 자청하며 그 대가로 카나코를 요구합니다. 절을 떠나기 거부하는 주지를 폭력을 동원해 쫓아내려고 한 하세가와는 다치바나의 꾸짖음으로 이상을 되찾지만, 다치바나는 정작 자신은 마츠오 다이키의 개가 되려는 것을 자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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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비워달라는 하세가와를 쿠로다 겐코는 노해서 쫓아버리지만, 하세가와는 더욱 결의를 굳힙니다. 한편, 카나코의 동생 마사오가 사고를 쳤다면서 돈을 달라고 하자 카나코는 정신 좀 차리라고 호소합니다. 그 얘기를 우연히 엿들었던 다치바나는 신경이 쓰여서 마사오를 미행하다가, 마사오가 마츠오 다이키의 집을 털려는 것을 말리려 하나 결국 마사오는 결행하다가 붙잡혀 흠씬 얻어맞고 갇힙니다.

동생의 일을 다치바나에게 전해듣고 어쩔 줄 모르는 카나코에게 우메하는 네가 마츠오 단나께 부탁하면 될지도 모른다며, 다만 그 부탁의 대가는 각오하라고 경고합니다. 다치바나는 카나코와 마사오를 도우려고 숙부 다치바나 류지에게 돈을 변통해줄 것을 부탁하고, 숙부는 이 기회에 시게하루를 후계자로 확정하려고 그의 딸 요코와 혼담 얘기를 꺼냅니다. 다치바나는 자신은 가정을 이룰 능력이 없으며 이미 정혼자가 있다는 말로 (“아, 그랬지. 그 아이 이름이.. 하나코?” “카나코입니다.”) 일단 거절합니다.

하세가와는 권력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준 우메하에게 부탁해 마츠오의 약점을 캐내고, 연회 자리에서 그 얘기를 우회적으로 꺼내서 마츠오를 꼼짝 못하게 한 후 학교 사업의 방향 공립 학교 쪽으로 정합니다. 마츠오는 술을 연거푸 마시며 다치바나의 방해 공작에도 카나코에게 꿋꿋이 추근대고, 우메하가 어르신 바람 좀 쐬시라는 핑계로 마츠오와 카나코를 내보내자 카나코는 마사오 얘기를 부탁합니다. 그 대가로 마츠오가 잠자리를 요구하자 나중에 집으로 찾아가기로 그녀는 약속합니다.

다음날, 다치바나는 마츠오를 찾아가 소학교 사업이 어르신 뜻대로 되고 있지 않으니 자금 역시 끊으시라고 충고하는 등, 지략을 내보이며 마츠오에게 자기 가치를 보여줍니다. 그런 그의 도움의 대가는 바로 카나코. 마츠오는 아쉬워하면서도 수락합니다. 마침 카나코가 찾아오기로 한 얘기를 하면서, 그때 다같이 만나도록 하지요.

한편, 하세가와는 이제 풀려난 마사오를 비롯해 어깨를 모아 쿠로다 겐코 등을 억지로 몰아내고 철거하려고 합니다. 한창 난리가 났을 때 다치바나가 들이닥쳐 겐코를 층계로 내던지려는 마사오를 막고, 아이들에게 이런 걸 가르치려고 학교를 세우냐며 하세가와를 꾸짖습니다. 다치바나의 말에서 계속 해오던 고민의 핵을 찾아낸 하세가와는 겐코에게 사과하고 다치바나에게 깊이 인사한 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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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정적으로는 더 어렵더라도 절터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하세가와에게 우메하는 변화를 느낍니다. 그는 우메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하고, 우메하는 가르친 것을 잊어줘서 고맙다며 그가 자기 이상을 되찾은 것을 기뻐하면서도 자신은 그럴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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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시대의 격류 속에서 그녀, 카나코의 결정은?

하세가와: (학교의 후원자들과 열띤 의논)

우메하: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게이샤의 길은 여자의 길과 달라!

다치바나: 미안하지만 나는 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만한 인간이 아니야.

카나코: (다치바나의 뺨을 찰싹!)

(카나코의 결의에 찬 표정에 클로즈업, 정지)

도쿄의 달 3화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상

1. 그들의 이야기

이번은 초기에는 약간 집중도가 떨어지고 분위기가 침체한 기분도 들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훨씬 초점이 잡히더군요. 다양한 감정과 권모술수가 이리저리 엮이면서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는 게 참 흥미진진했습니다. 하세가와와 다치바나의 대립과 대조 구도, 광열님이 오셔서 본편 들어 처음으로 카나코에게 제대로 조명이 가면서 드러나는 그녀의 이야기 등.

우메하는 하세가와의 내적 갈등에 좋은 촉매가 되면서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었고, 최종 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츠오의 음흉한 모습도 재밌었어요. (왜 맨날 제가 치한 역을..;ㅁ;) 다치바나 류지는 오늘 처음 등장했는데, 잡아서 해보니 선량해 보이면서도 꽤나 노련하고 교활한 아저씨더군요. 이제 사촌동생 요코(주:언더월드 3기 쪽에도 제 제안으로 요코라는 인물이 있었죠. 제가 이전에 알던 일본 여자애 이름인데, 여기까지 얼결에 이름 등장..[..])와 결혼 얘기도 나왔으니 앞으로 카나코와 다치바나 얘기가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합니다. 류지 아저씨 결코 녹록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번 화 주인공이었던 하세가와는 결국 현실과 이상의 갈등에서 우메하와는 반대의 선택을 한 것 같네요. (역시 갈등 판정으로 정했지만..) 그 대조 때문에, 또 저하고 승한님이 호흡이 워낙 잘 맞기도 해서 마지막 대화는 더욱 여운이 남았습니다. 일견 가벼운 대화 뒤에 교차하는 수많은 감정이 말이죠. 남은 2화 동안 하세가와가 한 결정의 대가, 소학교 사업의 행방과 우메하와의 관계가 카나코와 다치바나의 이야기에 좋은 배경막이 될 것 같습니다.

우메하와 하세가와가 그랬듯 시즌 초중반에 비중이 높은 인물을 하면 남은 시즌 동안 그 여파를 음미할 여유가 생겨서 좋죠. 반면 시즌 끝에 비중이 높으면 그간 나온 걸 다 종합해서 시즌을 끝내는 화려한 맛이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더 전통적인 히어로와 히로인인 다치바나와 카나코에게 기대가 큽니다. +_+ 잔잔하고 일상적인 인물인 우메하와 하세가와에 비해 규모와 기복이 큰 마무리가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우메하와 하세가와의 ‘비전통적인’ 소박함도 아주 좋았지만요.)

2. 여기 PD가 누구야!

플레이 끝나고 승한님과 한 얘기인데, 고정 진행자가 없는 점이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이번 플레이의 흥미 요소입니다. RPG의 전통적인 단위는 고정 진행자 하나와 여러 참가자이고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도 원래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도쿄의 달은 고정 PD (진행자) 없이 전원이 주인공을 만들고 PD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사람, 혹은 현재 주인공이 안 나오거나 비중이 적은 참가자가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정 진행자가 없는 효과는 제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주인공 일행 개념이 없다는 점. 전통적으로 참가자는 주인공밖에 참가 수단이 없으므로, 되도록 전원이 참가하려면 일행을 이루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반면 진행자를 그때그때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참여 수단을 늘리면 주인공이 안 등장해도 모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일행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도 일행 모험물보다 한결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링크한 일행을 다룬 글에서도 밝혔듯 일행 단위의 모험이 재미없다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전원이 참가할 수 있게 물리적인 일행이 되고, 그 물리적 일행을 유지할 수 있게 주인공끼리 갈등보다는 단합을 중시하는 정신적 일행 또한 되어야 합니다. 반면 도쿄의 달은 주인공 넷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도 좀처럼 없고, 조연과의 갈등 이상으로 주연끼리의 갈등이 많습니다. 즉, 이들은 주인공이되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일행 개념은 아닙니다.

두 번째 효과는 이야기의 초점이 외적 갈등에서 내적 갈등으로 넘어간다는 점. 주인공 외의 세계를 제어하는 진행자와 주인공만 제어하는 참가자라는 전통적인 구도에서는 주인공 일행 대 세계라는 구도가 되기 쉽습니다. 외부 세계는 주인공을 제어하는 참가자의 제어권이 아주 적은 영역이므로 외부 세계 (권력 구도, 인간관계 등)를 이용하기보다는 외부 세계에서 닥쳐오는 시련을 극복하는 문제해결 중심으로 진행하기가 편하지요. (가장 고전적으로는 던젼) 실제로 대개의 규칙이 그런 외부의 시련에 대항하는 모험에 가장 적합하게 되어 있고요. 물론 외부의 시련에 대결하는 플레이가 재미없다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반면 위의 가장 전통적인 구도를 벗어나서 서술권을 분배하면 외부세계는 진행자 외의 참가자도 제어할수 있는 영역이 되고, 따라서 세계와 주인공 일행의 대립 구도는 훨씬 약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외부 세계에서 닥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련을 극복하는 모험물 구조에서 벗어나 내적 갈등과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도 고정 진행자가 없는 구조의 한 효과라고 봅니다. 물론 고민이나 비중 등 인물 중심의 극적 구조화에 초점을 맞춘 안방극장 대모험 규칙도 내적 갈등에 대한 초점을 유발하고요.

다만, 고정 진행자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주인공끼리 판정이 많아서 예산 관리에는 여전히 애를 먹고 있습니다. 예산이 하도 안 나가서 면모 발동할 때마다 예산 소모하도록 했더니 순식간에 예산이 간당간당. 뱀프님의 제안대로 주인공 간 갈등일 때만 면모 발동에 예산이 들도록 하는 방법을 새로 택했는데, 이건 또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적당해 보입니다.

3. 가위질의 즐거움

이번 화는 오다시티 (Audacity)에 좀 익숙해지면서 음성 파일 편집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녹음을 하면 제 목소리가 제일 튀니까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줄여서 얘기하는 등 (그래도 튄다..;;) 녹음을 의식하기 시작했고요. 아마 플레이하신 분들은 녹음 파일 들어보시면 기억과 다른 부분이 좀 있을 겁니다. 잡담이 길어지는 부분을 자르고, 뒤에 있던 부분을 앞으로 가져오는 등 가공을 꽤 했거든요.

녹음은 글로 기록이 남지 않는 음성 플레이의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는 있지만 앞으로도 플레이 기록 공개는 음성 파일 자체보다는 글 쪽이 주가 될 듯 합니다. 용량 문제도 있고, 시간 문제도 있고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RPG 플레이는 궁극적으로 직접 하는 데 의미가 있지 내보이려고 만드는 건 아니니까 연출한 작품 같은 감상의 즐거움은 없기도 하고요.

그렇다 해도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해서 올리는 건 앞으로도 하고 싶습니다. 음성 매체에는 문자로 전달할 수 없는 생동감이 있으니까요. 도쿄의 달 플레이에는 장면 설정이나 판정의 좋은 예시가 되는 것도 있어서 어떤 대목이 대표성과 예시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생각해서 고르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규칙도 기회가 되는 대로 판정의 예시를 음성 파일로 올리고 싶군요.

4.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다치바나의 예고편 대목은 번번히 낚시가 되고 있는데 (최종 편집하면서 자꾸 장면이 짤리는 신인의 서러움? (…))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게 해보죠. 적어도 카나코에게 뺨맞는 다치바나만큼은 꼭 보고 싶군요. 즐거운 플레이 함께해주신 세 분께 감사감사. 모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4 thoughts on “도쿄의 달 3화 – 기로 (岐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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