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달: 기획, 제작과 시범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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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번 금-토요일 심야-새벽 스카이프 플레이에는 뭘 할까 이것저것 얘기하다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으로 시리즈물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배경으로는 처음에 승한님이 늘 노래를 부르시는 트랜스휴먼 스페이스 (Transhuman Space)를 제안하셨는데, 뱀프님은 썩 마음에 차지 않으셨죠. 그래서 전에 쓴 놀이와 교섭 글을 활용해서 승한님은 왜 THS를 바라는지, 뱀프님은 왜 별로 원하지 않는지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재밌게도 승한님은 THS 배경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신 게 인류의 격변기에 일어나는 변화와 안정 사이의 갈등이라고 하셨습니다. 뱀프님은 그런 주제는 좋지만 THS 같은 하드 SF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고요. 저도 하드 SF는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대신 공통 관심사인 ‘격변기의 인간’을 다룰 수 있는 소재를 같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얘기 나온 것은 나치당 집권기의 독일, 노예 해방기의 미국 남부, 고려 조선 왕조 교체기 등이었는데, 이런저런 제안을 주고받다가 결국 일본의 메이지 유신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고증에 치이지 않게 판타지나 대체역사는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했는데, 역시 현실 배경이 다들 더 끌렸죠. (어차피 놀이로 하면 모두 다소간에 대체역사긴 하고..(…)) 제가 메이지 유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제일 주저했는데, 생각해 보니 제 이유는 지식이 없다는 것뿐이었으므로 저보다 좀 더 아는 게 많은 다른 두 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인물 제작

막 메이지 유신을 배경으로 하기로 정했을 때쯤 광열님이 들어오셔서 플레이에 끌어넣고 시리즈 주인공을 제작했습니다. 이때 동환님의 규칙 요약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PD (진행자)를 따로 정하지 않고 일행 개념 없이 전원이 주인공을 만들고, 자기 주인공이 지금 안 나오는 분은 임시 PD나 조연을 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하다 보니 자기 주인공이 안 나와도 다들 진행 중인 장면 가지고 만담 웃고 떠들며 제안하기에 바빴고요.

그렇게 얘기해서 나온 네 인물은 고향에 신식 소학교를 지으려고 하는 하세가와 준이치로 (승한님), 도쿄에서 요정을 운영하는 발 넓은 게이샤 우메하 (로키), 신센구미 출신으로서 비겁하게 살아남았다고 자책하는 다치바나 시게하루 (뱀프님), 그리고 다치바나의 옛 약혼녀이자 우메하에게 교육받으며 게이샤의 길을 걸을까 고민 중인 아가씨 유리 카나코입니다. 그리고 인물 사이의 관계와 주제 의식의 연관성을 생각해 배역 비중의 흐름을 정했고요.

제작을 하는 데 시간이 꽤 들었지만 시간이 좀 있어서 전원 비중 2짜리 첫 시범 방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범 방영

고향에 소학교를 지으려고 동분서주하던 하세가와는 우메하를 통해 우메하의 단나이며 정계의 명사인 마츠오 다이키를 소개받습니다. 마츠오는 지금 절이 있는 터를 소학교 터로 제안하고, 하세가와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일이 진척을 보이는 데 안심합니다. 하세가와와 우메하는 서로 이끌리는 것을 느끼지만 내색하지는 않고, 마츠오는 카나코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입니다.

자기 단나가 카나코에게 관심을 보이는 관심을 눈치챈 우메하는 마츠오의 호의를 더 얻을 생각으로 카나코에게 마츠오의 밤시중을 들 것을 요구합니다. 카나코는 우메하의 단나와 그럴 수는 없다고 거절하고, 낮에 하세가와를 보던 우메하의 시선까지 들먹이자 우메하는 성질을 못 이기고(..) 카나코의 뺨을 때려 얼굴에 상처를 낸 관계로 밤시중 건은 무위. 머리를 식히라며 우메하는 카나코를 광에 가둬버립니다.

하세가와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고 다니는 일에 대해 분개하며 소학교를 세우겠다는 짓은 당장 그만두라고 윽박지릅니다. 하세가와는 근대화를 옹호하며 계속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은 그만 하라며 하세가와를 방에 가둬버립니다. (광열님 말씀마따나 다들 갖히고 있어요! (…))

한편, 다치바나는 우메하의 요정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값이 모자라다며 신센구미에 있을 때 찼던 낡은 칼을 빼앗깁니다. 처음으로 무력감이 아닌 의욕을 보이며 칼을 돌려받으려고 덤볐다가 흠씬 얻어맞고 칼을 뺏긴 그는 거리에 처량하게 혼자 앉아 자기는 죽는 게 나았다고 죽은 옛 조장에게 읊조립니다.

새벽에 광에서 풀려나온 카나코는 칼을 되찾으러 몰래 들어온 다치바나와 마주칩니다. 전에도 몇 번 스쳐갔지만 서로 모습이 달라져서 설마 했었던 두 사람은 눈물로 화장이 다 지워진 카나코, 오랜만에 술병을 내려놓을 만큼 의욕이 생긴 다치바나를 달빛 속에서 서로 알아봅니다.

네가 죽은 줄 알았다며 오열하는 카나코에게 다치바나는 나 같은 놈 때문에 울지 말라며,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 두 사람과 세월을 느끼고 돌아섭니다. 거리에 서서 혼자 우는 카나코를 보고 사태를 짐작한 우메하는 카나코에게 진정한 마음을 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다고 충고합니다.

제 1화: 움직이는 시간 예고편

도쿄에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

(창문으로 탈출하려다가 굴러떨어지는 하세가와)

우메하: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물론입니다, 나으리.

(몰래 나오려던 하세가와, 문지방을 넘자마자 개가 마구 짖어대는 바람에 방안으로 도주.)

카나코: (다치바나의 검에 술을 달아주며) 꼭 살아돌아와야 해. 약속이야!

다치바나: (술이 달린 검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긴 모습)

(방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하세가와)

우메하: (하세가와 집 대문 앞) 하세가와상 계신지요?

도쿄의 달, 그 대망의 1화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상

뭐 일단, 재밌었습니다.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메이지 유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중요한 건 당대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상황과 인물이더군요. 인물들이 다들 생생하고 참가자끼리 호흡이 잘 맞아서 아주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원래 규칙의 역할 분담은 고정 PD가 있고 나머지는 참가자인 아주 고전적인(?) 방식인데, 제가 배경 시대를 잘 몰라서 PD를 잘 할 자신이 없기도 했고 또 이 규칙에 굳이 고정 진행자가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일행을 이루기는 어색한 인물들이고, 자기 인물이 안 나올 때 PD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특정 장면에 PD나 참가자로서의 역할이 없다고 해도, 어차피 이런저런 제안을 던지며 ‘이런 인격파탄자!’ ‘카나코가 불쌍해~’ ‘우메하라면 쇠몽둥이로 다 때려눕히고 하세가와 구출을..’ 등등 떠드는 것 자체가 진짜 재밌었습니다. 한 마디로 TV 보면서 웃고 떠드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TV 프로, 스스로 만들고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재미까지 더해서 말이죠. 채팅이 아닌 음성 플레이여서 더 집중도가 높은 점도 있었겠고요.

어쨌든 안방극장 대모험은 이런저런 기회에 해보았지만 한 번도 1기를 마쳐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야말로 하나의 시즌을 마쳐보고 싶네요. 즐거운 플레이에 함께해주신 광열님, 뱀프님, 승한님께 감사드리고, 다음 주에도 다같이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7 thoughts on “도쿄의 달: 기획, 제작과 시범 방영

    1. 로키

      훗훗 나머지 두 분은 저를 지원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 3:1로 가결!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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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년H

    로열티! 로열티! …아니 이게 아니고 (…)
    안방극장…이야 PD가 없이 공동 제작해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룰이긴 한데, 딱 하나 문제는 예산 관리일 듯.. 그리고 출연진이 시대 배경을 잘 알면 원래 제작자는 무지한 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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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저희 제작사가 돈이 없어서..(흑흑) 예산은 그냥 원래대로 편성하고 그때그때 PD보는 사람이 깎으면 되더라고요. 문제는 전 PC가 있어도 왠지 악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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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sdee

    저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어요^^ 다치바나 씬 등에서 특히(헤헷).

    근데 금요일 밤은 12시 넘어 들어오는 편이고 아예 못 들어올 수도 있으니, 다음주부터는 일단 저 없더라도 시작하고 계세요; 가능한한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마이크도 갖추는 쪽으로..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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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역시 다치바나 패는 게 재밌으셨군요..(??) 말씀대로 늦으실 때면 다치바나는 저희끼리 먼저 때리고 있죠. 아, 그리고 이제 일광 절약 시간제라서 해보자 클럽 참가도 한결 쉬워질 것 같습니다. 시작 시간이 6시가 아니라 7시가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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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sdee

    이번주 토요일에 부산 출장이라, 금요일 플레이는 아예 못 올듯 싶네요. 카나코는 공동 PC로 두고 진행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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