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캠페인 ‘별이 지다’

국가의 건설 캠페인에서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간 세계를 배경으로 폴라리스 (Polaris) 캠페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국가의 건설에서 중요한 정서적 축을 이루었던, 새로운 신앙과 시대 앞에서 사라져가는 요정들의 비극을 담은 캠페인으로요. 폴라리스는 전부터 해보고 싶은 규칙이기도 했는데 특히 우리가 함께 만들어간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더욱 기대되네요. 캠페인 제목은 일단 ‘별이 지다’가 될 것 같습니다.

자꾸 ‘별이 지다’ 생각이 떠올라서 공부하기도 싫고 폴라리스 번역을 시작했는데, 그중 플레이가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개격인 ‘시간 속에 얼어붙은 순간들’입니다. (이제 갓 시작한 규칙 번역본은 뱀프님, 승한님, 엔님이 보실 수 있게 해놓았으니 참고하시길. 분위기나 예시를 이해하려면 배경도 필요할 것 같아서 순서대로 다 번역하고 있습니다.)

시간 속에 얼어붙은 순간들

오랜 옛날, 이 세상의 북쪽에서도 가장 북쪽에 이 세상에 있던 모든 민족 중 가장 위대한 민족이 살았도다. 그들의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햇살 속에 녹아 사라지는 눈송이처럼 죽어가는 그들을 이해할 수는 있으리.

세상이 아름다운 모든 것을 파괴하듯 그들도 파괴되어 이제는 사라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는 순간들, 시간 속에 얼어붙은 파편뿐.

보라…

  • 얼어붙은 불모지에 혼자 선 아름다운 소녀가 별빛에 빛나는 도시를 지켜본다. 얼굴에 표정은 없으나 독살스러운 질투는 입술에서 눈송이가 되어 떨어진다.
  • 그의 피가 차마 붙잡을 수 없는 이질적인 꽃송이처럼 떨어져 내리는 동안 누이는 손을 감싼 채 울음을 참으며 칼날의 차가운 입맞춤을 기다린다.
  • 소용돌이치는 진눈깨비 속에서 보이는 것은 그들의 검광밖에 없다.
  • 그녀의 손짓 하나, 노래 한 소절에 부패한 의원들의 살이 찢어져 내리면서 그 밑에 꿈틀거리는 구더기가 드러난다.
  • 얼음의 무도회장에 가득 춤추던 수천의 남녀가 갑자기 멈추면서 무지갯빛 창밖에 막 모습을 드러낸 여명을 지켜본다.
  • 아름다움에 홀린 그는 발톱을 보지 못한다.
  • 빙하 골짜기의 가장자리에서 칼과 칼이 부딪는다. 하나는 별빛처럼 창백하게 노래하고 다른 하나는 태양처럼 불탄다. 기사는 적의 얼어붙은 불길과 같은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형을 알아본다.
  • 잠든 기사들의 무덤에서 그녀는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전사 위로 몸을 숙인다. 위로의 말을 속삭이며 그녀는 얼어붙은 입술에 부드럽게 입맞춘다.
  • 아주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연인의 가슴에 칼을 꽂아넣는다. “용서해 줘.” 말하며 죽어가는 그는 그녀에게 축배를 든다.

이는 더 이상 역사가 아니며, 아직 이야기가 아니로다. 남은 것은 이것뿐. 만들어가는 것은 그대의 몫이다.

4 thoughts on “폴라리스 캠페인 ‘별이 지다’

  1. Wishsong

    읽어보는 중에 든 의문사항 한가지.

    1. 장면(Scene) 하나에는 한 명의 참가자만이 ‘마음’이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 주인공 A, B, C, D가 있을 때, A와 B의 모험을 다룬다고 한다면 그 장면에서는 A가 마음, B가 보름달… 하는 식인지, A와 B 모두가 각자 마음을 맡고, 서로 각자의 보름달/초승달, 후회에게 서술을 맡기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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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마음은 한 장면에 하나뿐입니다. 다만 역할 분담의 예외로 한 주인공의 장면에 다른 주인공이 나오면 그 주인공은 그 주인공의 마음이 RP합니다. 예를 들어 A, B, C, D가 있고 인물이 A’, B’, C’, D’라면, A’가 중심인 장면에 B’가 나온다 해도 A만이 마음이고 A’가 장면의 핵심인 것은 변함없지만, B’는 B가 (보름달이든, 그믐달이든, 후회이든)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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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sdee

    오오. [폴라리스]로 에레모스 고(古)제국의 요정을 플레이한다니 딱이네요^^ 앞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계속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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