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사랑하는…’ 초고

디스크 정리하다 보니 캠페인 설정 소설이었던 ‘신들이 사랑하는…’에서 버린 부분이 있더군요. 원래는 두 형제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해 전쟁기, 루바트의 죽음, 그리고 그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지는 얘기였는데 좀 지지부진해서 첫 부분은 자르고 루바트의 죽음을 가족이 전해듣는 시점부터만 남겼습니다. 그래도 나름 10대의 루바트와 다룬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연 설정 자료처럼 올려둡니다. 스타워즈 세계 사람들의 여가에 대해 상상해본 것도 있고요. 알-하와트는 아랍어로 ‘바람’이라는 뜻의 알-하와에서 따온 것으로, 게임의 내용은 스타 트렉의 벨로시티를 약간 참고했습니다.

1. 연회

저택의 큰 연회장에는 빛이 환했고, 비쓰 밴드가 연주하는 은은한 곡이 복도에까지 흘러나오며 공기를 부드럽게 감쌌다. 두 소년은 연회복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가문의 전용 출입구에 대기한 채 회장 안쪽을 기웃거렸다.

“탈브렌 가문 사람들도 왔어? 이번에도 안 왔으면 노르도스 건은 아주 결판을 내겠다는 소린가.”

“아냐, 온 것 같은데. 밀치지 좀 마.”

“나도 좀 보자! 머리만 커가지고, 좀 치워 봐봐.”

“야, 그게 형한테 할 소리냐? 잠깐… 셀레스 베링도 왔다. 지난번 사냥 때 네가 왜 쳐다보다가 다리 사이로 사냥감이 도망가는 줄도 모르고-”

“조용히 안 해? 그땐 그러니까 햇빛 때문에…”

“목소리가 크다.”

등 뒤에서 아버지의 주의가 들려오자 두 형제는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돌아보았다. 알렉산드로스 오르가나는 두 아들을 꼼꼼하게 뜯어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5분 후면 나가야 할 것 같구나. 루바트, 동생 크러뱃좀 다시 매주거라.”

형이 목수건을 풀어서 다시 둘러주는 동안 다룬은 꼼지락거리면서 밖을 내다보려고 애썼다. 셀레스 베링이 오다니… 이번에는 말을 걸어볼 수 있을까?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

“가만히 좀 있어.”

미끌미끌한 실크를 솜씨 좋게 매듭짓고 남는 부분을 넘기면서 루바트가 조용히 말했다.

“셀레스한테 잘 보여야지.”

“시끄러. 형이야말로 아버지가 시키면 미미 므랄레스하고라도 약혼해야 할걸.”

신경질적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버릇이 있는 여드름투성이 여자애를 떠올리며 두 형제는 동시에 몸을 과장되게 떨었다. 크러뱃의 매듭을 마무리 지은 루바트는 짐짓 젠체하며 검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뭐, 상관없어. 아무리 므랄레스 영애라도 나하고 결혼하면 2세는 내 미모를 닮지 않겠냐.”

“어우, 정말.”

다룬은 루바트의 팔을 주먹으로 한 대 쳤다.

“내 형이지만 진짜 패버리고 싶다. 형 좋아하는 여자들이 형의 실체를 알았으면-”

“준비해라.”

아버지의 낮은 한마디에 오르가나 형제는 순식간에 낄낄거리는 소년에서 대가문의 엄숙하고 예의바른 도련님으로 변신했다. 다룬은 곁눈으로 형을 흘끔거리며 조금씩 자세를 바로잡았다. 턱을 조금 더 들어야 할까? 어깨를 약간 뒤로 젖히면?

“좀 웃어라.”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형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잔뜩 찌푸려서야 잘 보일 수나 있겠어?”

“참견하지 마.”

루바트가 입가에 살짝 띤 차분한 미소를 보고 다룬은 얼굴을 찡그렸다가 서둘러 폈다. 역시 미소를 지어보았지만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졌고,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오스길로스와 테레아, 샴렌의 수호자이며 왕가의 방패인 오르가나 일가의 입장을 알리는 포고관의 선언에 맞추어 그는 연회장의 환한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형의 그림자를 따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형이 하는 일은 언제나 그랬다. 만찬상에 모두가 정해진 자리로 안내받는 와중에 루바트가 그의 어깨에 손을 댄 채 아주 약간 방향을 바꾸면서 시종에게 한마디 속삭이고, 다른 손님에게 웃음 한번 지어준다 싶더니 모두가 착석했을 때 다룬은 셀레스 베링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자리 배정이 이렇게 된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게.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에도 바보같이 그는 셀레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접시만 내려다보았다. 가슴이 너무 쿵쾅거려서 주변에까지 들리는 게 아닐까 겁이 났다. 뭐든지 좀 말을 걸어봐야 할 텐데… 무엇보다 집주인의 아들로서 손님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건너편 자리에서 형이 호를로 상원의원과 스키기안 앞바다의 어획량에 대해 얘기 나누는 것을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다룬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짰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더 백지가 되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오르가나 도련님?”

옆쪽에서 부드럽고 예의바른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룬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주춤주춤 돌아보자 셀레스가 푸른 눈을 은은히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안이 타들어갔다.

“죄송하지만 정어구이 접시 좀 집어주시겠어요?”

“아…예예.”

거의 셀레스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는 정어구이를 보았던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 와인잔을 쳐서 넘어뜨렸다. 순간 주변이 고요해지자 다룬은 탁자 밑으로 숨어버리면 예의에 어긋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바보! 모처럼 셀레스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이게 무슨…

“상원의원님. 저번에는 코루선트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루바트가 입을 열자 주변의 주의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렸고, 그동안 서빙 드로이드가 눈에 띄지 않게 다가와서 쏟아진 와인과 와인잔을 치웠다. 정어구이 접시를 셀레스 앞에 놓아주고 다룬은 땀이 난 손을 연회복 무르팍에 슬쩍 문질러 닦았다. 연회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기만 했고, 금방이라도 자리를 모면하고 싶었다.

“저… 사과드려요. 저 때문에…”

“아, 아녜요. 제가 부주의했던 탓입니다.”

조심스러운 희망으로 다시 가슴이 방망이질쳤다. 바보 같은 어린애라고 치부해버리지 않는 걸까? 계기야 어찌 됐든 셀레스와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 젊은 오르가나 도령을 보니까 생각나는구려.”

호를로 상원의원의 말이 들려왔다.

“내가 제다이 회합에 들르면서 마스터 프루에브를 만나지 않았겠소. 그때 도령 얘기를 하더구먼. 아직도 그때 데려오지 못했던 걸 못내 아쉬워했소이다.”

굴을 입에 가져가며 다룬은 상원의원의 말에 귀기울였다. 형을 데려가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리둥절한 루바트의 물음에 아버지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생각나는구나. 당시에는 나이트 프루에브였지. 너에게 포스 재능이 있으니 제다이 훈련을 받게 데려갈 수 없겠냐고 물었었다.”

“저를…?”

“그랬다마다. 이번에 만났을 때 오르가나 도령 안부를 묻더이다. 그때 데려왔으면 대단한 재목이 됐을 거라고…이제 10년이 넘어가는 일인데 말이지.”

“제가 더 반대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우리 첫아들이자 후계자를 데려가느냐고… 그리고 무엇보다 루바트하고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말이죠.”

어머니가 기품있는 미소를 지으며 형에게 애정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랬었지.”

아버지도 웃음 지으며 어머니의 손을 잡아 손등에 입맞추고, 역시 첫아들에게 자부심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루바트는 아무 말이 없었다. 평소처럼 뭔가 농담을 하며 넘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라고 생각하던 중, 다시 셀레스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저… 오르가나 도련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예, 얼마든지.”

제다이와 형에 대한 것은 순식간에 머리에서 날아가면서 다룬은 셀레스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형님이 공중 폴로 좋아하는지 아세요? 이번에 표가 두 장 들어왔는데… 혹시 제가 직접 물어보면 너무 뻔뻔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셀레스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룬은 가슴이 내려앉았다. 테이블 밑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지면서 그는 차갑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형님의 사생활을 관리할 책임은 없는지라.”

셀레스의 더듬거리는 사과를 무시한 채 그는 묵묵히 자기 접시만 내려다보았다. 귓가에 크게 울리는 심장 소리에 묻혀 주변의 대화가 간간이 들려왔다. 형이 탈브렌 공과 음식을 가져오는 하인, 심지어는 미미 므랄레스하고도 소탈하면서 더없이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루바트 오르가나가 옆에 있는데 다룬 오르가나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고, 지금만은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분노인지 수치감인지 얼굴에 불이 붙은 기분이었고, 누구든지 눈여겨보았다가는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챌 테니.

자신에게는 과정 하나하나가 어려운 삶의 흐름을 형은 마치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쉽게 헤쳐갈 수 있는 것은 포스 잠재력이란 것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형이라는 사람이 그렇기 때문일까. 식욕이 사라진 채 음식을 쿡쿡 찌르기만 하며 다룬은 연회가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어땠냐?”

될 수 있으면 피해보려고 했지만, 연회 후 결국 복도에서 형에게 따라잡힌 다룬은 루바트를 노려보았다.

“뭐가?”

“셀레스 베링 말야. 잘 됐어?”

“…형이 공중 폴로 좋아하느냐고 묻던데.”

잠시 혼란스럽던 루바트의 얼굴에 천천히 깨달음의 표정이 떠올랐다.

“이런, 다룬. 정말…”

“미안하다고 하지 마. 무슨 내 애인도 아니었고, 형이 멋대로 옆에 앉힌 것뿐이잖아.”

형이 정말로 자신을 도와주려고 그랬다는 것, 미안하고 곤란해한다는 걸 알아도 별로 위안이 되지 않았다. 사실 셀레스 베링 자체는 이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어쩌겠냐, 걔가 좀 눈이 높아서 그런걸. 다음에 적당히 눈 낮은 여자가 나타나면-”

“나타나면. 형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주먹이 쥐어졌다. 어떻게도 할 수가 없어서 실없는 농담으로라도 위로하려는 형을 한대 패주고라도 싶었지만, 주먹질로도 상대가 안 된다는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하룻저녁에 당할 망신은 이미 다 당하고도 남았으니 참을 수밖에. 정말로 때리고 싶은 게 형인지 자기 자신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내 일에 더이상 참견하지 마. 형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나도 생각이 없는 거 아니니까!”

“다룬!”

다룬은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등 뒤로 방문이 스르르 닫히자 도어록을 걸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피곤해서 그냥 눈이 감기려고 했다. 일어나서 옷 갈아입고 씻어야지, 조금만 쉬다가… 그렇게 연회복 차림으로 잠들면서 엉망인 기분과 뒤죽박죽이 된 머리도 얼마간은 잊을 수 있었다.

2. 게임

다음날 알-하와트 게임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면의 조명 하나가 켜지면서 누군가의 출입을 알렸다. 게임용 블래스터를 내리고 고글을 올리면서 돌아보자 형이 막 들어오고 있었다.

“나도 껴도 되냐?”

“맘대로.”

다룬이 고글을 도로 내리고 바닥 위에 떠있는 디스크를 향해 블래스터를 조준하는 동안 형은 선반에서 블래스터를 하나 꺼내더니 균형을 시험해 보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 나란히 섰다. 다룬은 형이 설 자리가 있게 조금 비켜주었다.

“고글 써.”

“상관없어.”

다른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루바트는 바로 방아쇠를 당겼고, 작은 금속 디스크가 최고 점수인 2000점 영역을 치고 다시 튕겨 나와 추가점을 내는데도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다룬은 빠르게 움직이는 디스크에 조준했다. 이동 중에 쳐서 리바운드 더블을 낼 수 있다면 점수를 만회할 수도-

“느려.”

형은 다시 조준도 없이 이동 중인 디스크를 쳐서 점수를 내고,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튀는 디스크의 방향을 몇 번이나 블래스터를 발사해 바꾸면서 그때마다 점수를 올렸다. 디스크에 반사되는 조명과 블래스터 빔의 현란한 번쩍임 속으로 다룬이 쏘는 블래스터 빔은 번번이 허공만을 갈랐다.

‘조금만 더…!’

소용없다는 것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블래스터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이미 디스크의 위치는 넘어간지 오래였다. 이것이 포스 능력이라는 것일까? 나이뿐만이 아니라 뭘 하든지 항상 한발짝씩 앞서있는 존재,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가도 잡을 수 없는 목표.

디스크가 벽에 한번 크게 튕겨 나왔다가 바닥에 천천히 가라앉았고, 게임 영역의 조명이 꺼지면서 방의 반은 어둠에 잠겼다. 다룬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글을 벗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언제나 상대가 되지 않았듯이. 화내고 짜증 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신만 우스워질뿐.

언제 그렇게 땀을 흘렸는지 목과 등이 흥건했다. 시원한 실내 냉방이 목에 선뜻했다. 돌아보자 형은 벽에 기댄 채 게임용 블래스터를 한 손으로 돌리고 있었고, 동생을 마주 보는 얼굴은 묘하게 무표정했다.

“…뭘 증명하고 싶었던 거야?”

다룬의 질문에 루바트는 손에 든 블래스터가 굉장히 흥미롭기라도 한 듯 들여보았다.

“어제 조사했어… 포스 능력이란 것에 대해서.”

다룬은 뻣뻣한 동작으로 어깨를 으쓱했고, 루바트는 말을 이었다.

“약한 예지 능력 같은 거라더군. 강하게 나타나는 때도 있지만. 주로 어떤 일이 벌어지기 조금 전에 느끼고 행동하기 때문에 반응이 빠른 것처럼 보이지. 때로는 남들보다 더 멀리 앞을 내다보고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다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의 평소 행동에 대해 설명되는 게 많았다. 어제 자신을 셀레스 베링 옆에 앉힌 일이라든가, 지금도 그렇고 평소에도 보여준 엄청난 운동신경이라든가. 왜 굳이 이런 얘기를 자신에게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잘된 일 아냐? 하나라도 더 도움되는 능력이 있다는 건 우리한테 좋은 거니까.”

둘은 잠시 침묵했다. 알데란의 왕위를 차지하려는 오르가나 가문의 야심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오르가나가 이대로 패권을 쥐는 것을 쇠퇴해가는 왕가에서 두고 볼지, 아니면 위협을 없애려고 최후의 발악을 할지가 남았을 뿐. 어쩌면 그들의 세대에 벌어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일어날 대결.

다룬으로서는 자신이 직접 가문의 명운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었다. 때로는 뭐든지 잘하는 형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이 시대에 태어난 오르가나 가문의 후계자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일지도 모른다. 오르가나를 알데란의 새로운 왕가로 만들려는 오랜 야심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형을 보는 아버지의 눈에는 분명히 그런 뿌듯함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혹은 확신.

“그래…그렇겠지.”

루바트는 왠지 먼 곳을 보는 표정이었다. 다룬은 드로이드가 건네주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형을 궁금하게 보았다. 오늘따라 형은 뭔가 묘한 기분인 것 같았다. 어제 제다이 얘기 때문에 그러나?

“다룬…제다이라는 건 어떤 기분일까?”

다룬은 웃음을 터뜨렸다.

“되게 재미없겠지! 맨날 시키는 대로 하고, 여자 하나 못 사귀고 말야.”

다른 아이들처럼 루바트와 다룬도 어렸을 때 막대기 들고 제다이 놀이깨나 했었다. 제다이의 모험담에 가슴 설레기도 하고… 하지만 열넷이면 제다이에 대한 환상은 버릴 때도 되었다. 어쩌면 다른 아이들보다는 이를지도 모르지만 평생 공화국 권력의 중추에 가깝게 지내고 제다이도 수없이 만나본 다룬으로서는 제다이가 어떤 것인지 남들보다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형도 마찬가지겠지.

오르가나 가문 사람들은 다스리려고 태어난 사람들이었고, 제다이는 개인적 능력만 뛰어날 뿐 결국은 공화국의 하인이었다. 부모님의 선택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형만큼 지배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래도 미미 므랄레스보다는 낫지 않을까?”

루바트는 짐짓 심각하게 물었고, 두 형제는 함께 웃으며 게임실 문으로 향했다.

형이 먼저 나간 동안 불을 끄려고 돌아서다가 다룬은 문득 점수판에 시선이 갔다.

‘이런 바보 같은…’

형이 얻은 점수가 고스란히 다룬의 점수로 쌓여 있었다. 6만 점이 넘다니, 혹시 기록 같은 게 아닐까. 형이 끼어들면서 따로 블래스터 스캔 등록을 안 했기 때문에 그게 다룬의 점수로 전부 들어온 것이다.

불을 끄고 점수를 초기화하고 나오면서 다룬은 그 바보 같은 실수가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재미로 한 시합이라 굳이 스캔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럼에도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냉방과 흘린 땀 때문인지 잠시 소름이 돋았다.

오스길로스 영지에 며칠 방문 일정이 있던 루바트가 가는 길에 사라진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의 일이었다.

2 thoughts on “‘신들이 사랑하는…’ 초고

  1. 이방인

    오오(…) 확실히 외전 본편에 낑궈 넣기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또 다룬과 루바트가 직접 함께 등장한 장면은 이게 최초인지라… 나름 의미가 있네요. 자 수고 하셨으니 엔피씨인 아를란군에게 재굴림 기회를 1회(…응?…좀 틀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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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그 전설의 루바트군(?)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게 최초라는 의미도 나름 있을지도요. 이렇게 보니 게으른 천재형이라는 느낌도 들고… 저런 유형보다는 개인적으로 다룬처럼 삽질하는 노력형을 좋아하죠. 비록 악역일지언정 말입..(..)

      정말로, 진행자의 설정 작업에 대한 포상은 없는 겁니까? <- 아를란 저건 피해 주사위 운만 이상하게 좋아(..)서 재굴림 없이는 명이 짧을 거라는 생각이 무럭무럭..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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