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스케이프 길잡이 1. 멀티버스의 구조

플레인스케이프 (Planescape) 박스세트 중 A Player’s Guide to the Planes 첫부분을 요약한 것입니다.

플레인이란 무엇인가

플레인이란 세계, 혹은 세계의 집합이며, 각자 다른 법칙으로 작용합니다. 마법, 중력, 심지어는 도덕성 등. 일반적인 플레인의 규모는 거대하거나 심지어는 무한하며, 그렇지 않고 확실한 경계가 있는 것은 데미플레인이라고 불립니다. 데미플레인들은 보통 마법이라든지 하는 수단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죠.

플레인이 몇개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무한대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가지 범주로 나눌 수는 있습니다. 프라임 물질계, 내차원계, 외차원계 세종류이지요.

물질계

물질계는 하나의 차원이지만, 그 속에 무수히 많은 세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 세계는 투명한 수정구 속에 들어있으며, 각 수정구는 플로기스톤이라는 호박빛 흐름 속에 떠있습니다. 프라임 물질계에 든 세계들은 무한히 많으며, 무한히 다양합니다.

내차원계

물질계를 구성하는 재료인 원소들–물, 불, 흙, 공기 등–이 각각 하나의 차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의 차원은 끝없는 바다에 수중 생물들이 살고, 불의 차원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바다 위에 이프리트와 다른 불의 생물들이 살고 하는 식으로 각 원소 차원은 하나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소 차원들이 만나는 곳은 또 얼음, 연기, 마그마 등의 혼합형 차원도 생겨서 내차원계에는 총 18개의 차원이 있지요. 이들 차원에서 생존하는데는 많은 능력과 준비가 필요하며, 왠만해서는 갈 필요가 없습니다.

외차원계

신과 악마, 청원자, 프라임, 플레이너, 그리고 무수히 다른 존재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물질계가 자연과 문화의 다양성, 내차원계가 구성 원소로 구분된다면 외차원계는 철학과 신념으로 구분되는 곳입니다. 외차원계의 각 차원은 특정 성향이 있으며, 그에 따라 모습과 구성원, 법칙 등이 크게 달라집니다. 어비스는 잔혹하고 극도로 위험하며, 림보는 정해진 형태 없이 계속 변화하는 등.

외차원계는 크게 셋으로 나누어집니다. 선 성향의 차원들, 중립 성향의 차원들, 그리고 악 성향의 차원들이죠. 잿빛 폐허 (Gray Waste)나 게헨나 같은 악 성향의 차원들은 타나리와 바테주 악마들 사이에 벌어지는 끝없는 블러드 워 (Blood War)의 현장이기도 하므로 극도로 위험합니다.

플레인 사이의 길

위에서 설명했듯 각 플레인은 무한하거나 방대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이동은 플레인에서 플레인으로 움직이는데 큰 도움이 안됩니다. 외차원계의 차원들을 모두 이어주는 차원문들의 연속, 이른바 위대한 길 (The Great Road)이 있긴 합니다만 엄청나게 긴 길인데다가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원하는 차원에 도달하기 위해 어비스와 바토르를 지나야 한다면 살아서 목적지에 도착할 확률은 극도로 낮아지니까요.

따라서 플레인 사이로는 크게 다음의 세가지 통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모든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요. 조금 있다가 다룰 시길만은 예외이지만, 시길이야 특별하니까 따로…

에테르 차원

에테르 차원, 혹은 에테르계는 물질계와 내차원계의 경계에 있습니다. 프라임 물질계의 모든 곳에 닿아 있습니다. 물질계에서 에테르계 사이를 이동하는데는 마법이 필요하며, 드물게 소용돌이를 통해 에테르계를 통해 내차원계로 빨려들 수도 있지요. (살아서 돌아올 수 있냐는 또다른 얘기)

에테르계의 경계에서는 맞닿아 있는 물질계의 장소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을 통하지 않는 한 물질계에서는 에테르계에 있는 존재를 어떤 식으로도 인식할 수 없지요.

에테르계의 중심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안개의 바다입니다. 텅 빈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도 온갖 생물 혹은 존재들이 있고, 또 데미플레인이 자라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레이디 오브 페인이 사용하는 특별한 데미플레인인 미로, 혹은 마법사들이 키우는 다양한 용도의 데미플레인 등이 에테르계에 있지요.

아스트랄 차원

아스트랄 차원, 혹은 아스트랄계는 물질계와 외차원계의 경계입니다. 아스트랄계는 모든 외차원에 닿아 있습니다. 역시 마법 없이는 아스트랄계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스트랄 통로와 색 웅덩이에 빠져서 바로 아스트랄계를 통과해 외차원계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 꽤 드문 경우이며 이들 경로는 불안정한 경우도 많습니다. 생각만으로 이동하는 아스트랄계는 기스양키들이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며, 죽은 신들의 시체가 떠다니기도 하는 위험한 곳입니다.

경계 지대

경계지대 (the Outlands)는 외차원계 고리의 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곳에는 각 외차원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들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게이트와 게이트 사이를 이동해 자신이 원하는 차원 게이트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커다란 국경 지대를 생각하면 되려나요.

각 게이트 주변에는 그 차원과의 교역과 연락이 이루어지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카르세리의 입구에 커스트, 바토르 입구에 리브케이지 등. 이들 마을은 그 게이트가 통하는 차원의 속성을 반영하며, 주민들의 성향이 그 차원의 속성에 심하게 물들면 이 게이트 마을은 게이트로 점점 끌려들어가 그 외차원의 일부가 되지요. 예를 들어 어비스의 게이트 타운인 플레이그-모트는 여러번 어비스로 끌려들어갔고, 그때마다 동일한 마을이 같은 자리에 다시 생겨난 경우입니다. 이런 식으로 외차원계와 그 일부인 경계 지대에서 사상과 신념은 곧 환경을 형성합니다.

시길

Sigil

경계 지대에서 본 시길의 모습. 꼭대기에 동동 뜬 도넛이 시길입니다.

문의 도시, 새장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시길은 경계 지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립 도시입니다. 시길에는 멀티버스의 모든 곳으로 통한다는 무수히 많은 문이 있지요. 이들 차원문, 혹은 게이트는 가장 안정적이고 편한 차원이동 수단이기도 합니다. 문들의 갯수와 위치, 그리고 열쇠를 모두 아는 사람 따위는 없지만 어쨌든 상당수의 문과 그 열쇠가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캐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길에서 지식은 곧 힘입니다.

하지만 시길에서, 그리고 경계지대에서 진정한 권력은 레이디 오브 페인을 빼고는 결코 논할 수 없죠. 이 신비에 싸인 침묵과 공포의 존재야말로 수많은 신들과 블러드 워처럼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강력한 위험들에도 불구하고 시길이 존속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Lady of Pain

바로 이분이십니다

멀티버스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길은 당연히 어떤 세력이라도 탐내는 곳이지만, 레이디 오브 페인이 선택적으로 시길로 들어오는 관문을 막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세력들이 밀고 당기는 암투 위에서 동적인 중립, 그리고 그 속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또한 멀티버스의 온갖 존재들이 모여들어 장사하고 음모를 꾸미고 죽고 죽이는, 멀티버스에서 가장 국제적이고 도회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엘프

별 이유없는 보너스 이미지

4 thoughts on “플레인스케이프 길잡이 1. 멀티버스의 구조

  1. Eva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에서 카르세리로 끌려들어간 커스트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이벤트가 떠오르네요. 다른 차원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니 놀랍군요.
    그나저나, 간만에 들립니다. 여전히 재미있는 글들이 많군요^^

    Reply
    1. 로키

      헤, 그런 이벤트가 있었었나요. 게이트 타운이 게이트로 끌려들어가는 일이 있다는 얘기는 게임중 대화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데, 플레인스케이프 자료에서도 보니 신기했어요.

      재밌게 읽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자주 들르시길..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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