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라님과의 대담

제가 RPG를 시작하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한 아사히라님과의 대담입니다. 아사히라님에게 (여러모로) 감사를… 더불어 존댓말 쓰느라 어색해 죽는줄 알았습..(..)

로키: 이제 와서는 판에 박힌 질문이긴 하지만..

로키: 아사히라님은 어떻게 RPG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생긋)

아사히라: 아..

아사히라: 어색해…..

로키: (나도..)

아사히라: 저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누가 D&D 클래식 팀을 만들길래

아사히라: 낼름 껴들어가서 시작하게 되었지요

아사히라: 첫캐릭터부터 조잡한 추가 클래스인 몽크 변환버전 미스틱 이었다는게

아사히라: 3.5의 몽크를 변환시켜서 짜맞추기 추가한 ‘미스틱’ 이란 클래스였지요

로키: 플레이는 어땠나요?

아사히라: 음, 아무것도 모르고 재미있게 했지요

아사히라: 동료들 중엔 힘 16 매력 18인데 민첩이 6인 전사라거나

아사히라: 매력 4의 로그라거나

로키: 주사위로 굴린 거였나요, 다?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원래 매력이 7인가 떠서

아사히라: 리롤 기회를 줘서 굴린게 4가 나와서

아사히라: 마스터가 좀 하드코어했는지 4로 가더군요

아사히라: ‘오크수준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슴니다’

로키: 그랬겠네요, 정말

로키: 아사히라님의 캐릭터 취향을 보면 민첩형을 중시하는데 그건 이때부터 드러난 거였을지도..

아사히라: 원래 스탯도

아사히라: 힘 15 민첩 17이 나왔는데

아사히라: 그걸 또 굳이 깎아서

아사히라: 힘13 민첩 18로 달렸지요

아사히라: 그래야 아크로바틱이 좀 잘되었…

로키: 그래서 그때부터 RPG를 계속 하게 된 건가요?

아사히라: 음, 하다가

아사히라: 금방 팀이 쫑나게 되었는데..팀원들 사정으로

아사히라: 그후 1년쯤 안하다가

아사히라: 놀거리를 찾던 중에 RPG가 다시 하고 싶어서

아사히라: 다이스 챗을 찾게 되었죠

아사히라: 이게 2004년말..

로키: 아, 그랬군요

로키: 나도 가입이 2004년 말이었는데

로키: (아사히라님 소개로)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우린 전부터 알던사이

아사히라: ///

로키: (오호홋)

로키: 언제부터였더라.. 그 루벨라 커뮤니티였던가요

로키: 나름 추억입..(..)

아사히라: 흐흐

로키: 다챗에 들어가서 플레이하게 된 팀이 이미르니아인가요?

아사히라: 넵

아사히라: 그때

아사히라: 구회를 막 하고 있었는데

아사히라: 이미르니아의 구인조건은 4주관전이었거든요

아사히라: ‘아 빡세다…’ 라고 생각하고

아사히라: 다른팀을 찾고 있는데 구인하는 팀이 영 없어서

아사히라: 결국 이미르니아에 관전하러 갔는데

아사히라: 마침 플레이어들이 없다고 단막극을 하더라구요?

아사히라: 관전없이 단막극만 2주 하고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로키: 그만큼 맘에 들었나보죠

아사히라: 설마요

로키: 하긴, 설마요..(?!)

아사히라: 헐

아사히라: 이러시기셈

로키: (음하하)

로키: 이미르니아가 AD&D 팀이고.. 그 후 3.5, 겁스 등 다양한 룰을 경험해 보기도 했었죠

로키: 이런저런 경험이 많지만.. 제가 알기로 아사히라님은 단연 전투와 전술성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은데

로키: 어떤 재미가 있나요, RPG 전투는?

아사히라: ‘전술성’ 자체는 저는 별로 없는것같고

아사히라: 뭐랄까 ‘성공할 확률’을 많이 따지다 보니

아사히라: 전술적인 선택이 되는거 같네요

로키: 전술이랄 게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로키: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하면 전술성이지..

아사히라: 무엇보다 전투는 가장 원초적인 ‘승리의 즐거움’ 이 있는것 같아요

아사히라: 그리고 스릴?

아사히라: 전투는 위험부담이 크잖아요

로키: 위험 때문에 더 재밌는 건가요 (놀라워라)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많은 공격이 들어올때

아사히라: 맞으면 위험하지만 방어해낼때의 그 짜릿함?

로키: 그렇겠네요.. 그런데 실제로 캐릭터들이 위험에 처한 경우도 많았죠

아사히라: 예

로키: 불에 탄다든가, 석화된다든가..

아사히라: 그건 제가 요즘 깡이 늘어서

아사히라: 별로 안높은 확률도

아사히라: 도박을 하다 보니

로키: 그럴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RPG에서 실패의 가능성은 상존하는데..

아사히라: 그럴때 뭐 기분이야 안좋긴 한데

아사히라: 제가 특히 안좋아하는 건

아사히라: 저게 그나마 제 선언이 이루어진 결과로써 나타난 거라면

아사히라: 납득이 잘 되지만

아사히라: 대응할수 없는 장애물 식으로 제 캐릭터에 닥친다면

아사히라: 마스터랑 엄청 싸우겠죠

로키: 위험이 있는 건 좋되, 그건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한 위험이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아사히라: 음

아사히라: 제가 선택하지 않은 위험이 다가오는 것도

아사히라: 상관은 없지만

아사히라: 그게 쓰나미 정도 수준으로 오면 곤란하다는 거죠

로키: 그렇다면 위험의 가능성에서 나오는 흥분과 부당한 위험의 지양

로키: 이 두가지를 조화시키는 방법으로는 어떤 걸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사히라: 조화라고 하신다면..

아사히라: 음..알았다

아사히라: 마스터가 강력한 위험이 있다는걸

아사히라: 미리 경고해주면 돼요

아사히라: 예를들어

아사히라: ‘이 싸움에서 지면 아주 안좋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사히라: 라고 하면 명제인 이 싸움에서 제가 도박을 잘 하지 않게 되겠죠

아사히라: 안전하게

아사히라: 이러면 이 싸움에서 지더라도

아사히라: 그 위험은 부당한게 아니죠

아사히라: 뭐 길가다가 오크 셋이랑 싸우는데 진다고 부당한 위험이 일어날 것 같진 않고요

로키: 하지만 캐릭터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을듯 한데요

로키: 그렇다면 경고는 플레이어에 대한 경고인가요, 캐릭터에 대한 경고인가요?

아사히라: 아마 아주 중요한 상황에서

아사히라: 플레이어에게 던져주는 팁 정도가 되겠죠

로키: 그렇다면 부당한 위험을 지양하기 위해

로키: 플레이어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아사히라: 흐음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저는 제 캐릭터가

아사히라: 뒤로 한걸음 걸었는데 거기 깊이 150m짜리 함정이 있다거나

아사히라: 하는건 좀 피하고 싶군요

로키: 저도 그런 건 좀 아니라고 보지만.. 이런 건 어떨까요

로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통해서 그 위험을 알아낼 수 있는 정당한 기회를 제공하고

로키: 그걸 알아내지 않았거나 실패해서 자기도 모르는 엄청난 위험으로 걸어들어간 경우라면요

아사히라: 그거야 충분히 가능성있고

아사히라: 또 부당하지도 않은데

아사히라: 중요한건 거기서

아사히라: 그런 판정이 있다는 걸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아사히라: 아니면 플레이어가 ‘그때 그런 판정이 있었는지 내가 알게뭐야?’

아사히라: 라는 생각이 들수 있죠

로키: 예, 정당한 기회에는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아사히라: 네 사실 저런방법이 더 좋죠

로키: 뒤집어서 말하면 저 조사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서

로키: 사전에 위험을 줄일 수도 있겠군요, 생각해 보면

아사히라: 그렇죠

아사히라: 하지만 아무래도

아사히라: 마스터가 생각하는 만큼 정보 전달이 플레이어들에게 잘 안되다 보니

아사히라: 뭔가 능동적으로 찾아서 조사해내고 이러기가 좀 어려워요

로키: 예, 좀 그렇죠

아사히라: 키워드를 적당히 주는 마스터라면 문제없죠

로키: 그럴 경우에 보조적으로 위에 말한 플레이어 지식 활용이 들어가는 것도 괜찮아 보여요

아사히라: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라면야

로키: 예.. 사실 중요한 건 플레이가 재밌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거지 플레이어 지식 활용 자체는 아니니까요

아사히라: 하지만 저도 평소에는

아사히라: 플레이어 지식을 캐릭터 지식에 대입하는걸 싫어하는 편이죠

아사히라: 편법을 사용해서 얻어낸 성공은

아사히라: 성취감이 적거든요[?]

로키: 그렇다면 이제 마스터가 지나친 위험을 제시한 경우 외에 또다른 위험..

로키: 즉 ‘주사위눈의 위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키: 말했듯 RPG에서 실패의 가능성은 상존하니까..

아사히라: 겁스에서 17 다음에 18뜨는거 말인가요

로키: 예 그렇죠 (..)

아사히라: 어쩔수없죠

아사히라: 저는 모든 주사위 굴림에 납득합니다

아사히라: 비록 어이없을지라도

로키: 스포츠맨쉽이군요 (..)

아사히라: 그런거죠

아사히라: [?]

로키: 전투에 대해서 또다른 질문이라면

아사히라: 예

로키: 생각해 보면 긴박감과 박진감 같은 건 RPG보다 CRPG가 더 낫지 않을까도 싶은데

로키: 사운드도 있고, 그래픽도 있고, 진행도 더 빠르고..

로키: 그럼에도 RPG 전투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 어째서인가요?

아사히라: 저는 캐릭터의 행동이 몇개의 텍스쳐 팩. 즉 움직이는 모습까지도 제한된

아사히라: 그런 게임에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아사히라: 때리는 모션 1 2 3정도로는 너무 적죠

로키: 하지만 요즘에는 게임 기술이 상당히 발전해서

로키: 그런 부분도 많이 풍부해진 것 같은데요

아사히라: 아 물론CRPG 많이 해요

아사히라: 거기 전투도 재미있고

아사히라: 그쪽의 장점은 아무래도 자동 계산에

아사히라: ‘전투 라운드’ 라는 시간과

아사히라: 실제 시간의 괴리감이 별로 없단거?

로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성격의 재미가 있는 거군요?

아사히라: 그렇죠

로키: 정리하자면 CRPG와 구분되는 RPG 전투의 재미는.. 우선 무한한 가능성일까요?

아사히라: 예

로키: 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사히라: 저만의 캐릭터죠

아사히라: 그 비주얼까지도 모든게 제 자유니까요

아사히라: 제 상상 속에서 무한하죠

로키: 오히려 눈앞에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요?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CRPG에선 아무리 자유로운 메이킹이라 해도

아사히라: 제가 캐릭터의 외형을 그려넣는것까지야 드물죠

로키: 그렇죠

로키: 전투 외에 또 RPG에서는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나요?

아사히라: 음 일단 대체로

아사히라: 제시된 장애물을 해결해 내는것

아사히라: ‘스스로’ 가 붙으면 더 좋고요

로키: 스스로.. 즉 아사히라님의 PC가?

아사히라: 예 정확히는 완전히 혼자서라는 얘기는 아니고

아사히라: 보통 ‘NPC의 도움없이’ 쯤이 되겠네요

로키: 그 NPC의 도움도 PC가 설득하거나 해서 끌어들인 것인 경우는요?

아사히라: 그경우엔 PC의 능력이니 상관없죠

아사히라: 어색한 도움을 말합니다

로키: 섬광과 같이 나타나서 슥삭? ㅋㅋ

아사히라: 뭐 대충 그런? ㅋㅋ

아사히라: 그리고 저는 또 좋아하는게..음

아사히라: 한순간 제 캐릭터에 조명이 확 터지는거?

아사히라: 항상 주목받는거야 있을수가 없지만

아사히라: 그 빈도가 적더라도 확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좋아하죠

로키: 그렇다면 다른 PC에게 조명이 확 가는 동안에는 어느정도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는 얘긴데

로키: 그런 쪽도 재미있나요?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가상이지만 ‘누군가를 돕는다’ 는 쪽도 꽤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아사히라: 특히나

아사히라: 도움을 받기 어려운 하층민, 민간인

아사히라: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

아사히라: 이런 사람들을 도울때 더 성취감이 높은 듯

로키: 그렇다면 협력과 사회성 역시 RPG의 또다른 재미라는 거겠네요

아사히라: 예, 혼자만 놀려면 그냥 CRPG 하셔야겠죠?

로키: MMORPG도 있긴 하잖아요?

아사히라: 요즘엔 MMORPG도 협력을 필요로 하는게 많아서

아사히라: 물론 솔플만 즐기실 거라면 그쪽도

로키: 참가 경험 외에 진행자 경험도 있는 걸로 아는데

로키: 진행자로서의 재미와 참가자로서의 재미는 어떻게 다른가요?

아사히라: 제가 진행자는 별로 안해봤긴한데..

아사히라: 진행자 쪽에선 적절한 난관을 제시하고

아사히라: 플레이어들이 그걸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단서를 던져주면서

아사히라: 퍼즐을 어떤식으로 맞춰나가는가 구경하는게 꽤 재미있던데요

로키: NPC 연기 같은 건요?

아사히라: NPC연기는 좀 정신없는 편이죠

아사히라: 저는 한캐릭을 오래쓰는거에 익숙해서

아사히라: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로키: 하긴, 참가를 주로 했으니 그렇겠네요

아사히라: 예

아사히라: 역시 참가의 재미는

아사히라: 저만의 캐릭터가

아사히라: 성장해 나가는걸 볼때?

로키: 장기 캠페인을 통해서요?

아사히라: 장기 캠페인에선 그런 재미가 있고

아사히라: 단기 캠페인에선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재미도 있지요

아사히라: 근데 뭐 굳이 이렇게 세세하게 나눌것도 없이

아사히라: 참가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로키: 하하..

아사히라: 다른사람이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아사히라: 살아간다는 느낌?

아사히라: 일관성 없는 세계는 싫지만요

로키: 스스로 만든 세계에서 다른 사람이 노는 걸 보는 느낌보다는

로키: 다른 사람의 세계 속에서 노는 것이 더?

아사히라: 네

아사히라: 특히나 제가 선호하는 타입의 캐릭터만 다룰 수 있다는게

아사히라: 가장 매력입니다

아사히라: 진행자는 별걸 다해야해서

로키: 조금 다른 얘기로는 비교적 다양한 룰을 참가자로서 경험해 보았는데

로키: 혹시 가장 선호하는 룰이 있나요?

아사히라: 가장..이라긴 좀 그렇네요

아사히라: 저는 대체로 어떤 룰에도 잘 적응하는 편이라

아사히라: 선호하지 않는 룰 정도는 있지요

로키: 어떤?

아사히라: 너무 내용이 없는건 별로더군요

로키: 내용이라 함은?

아사히라: 룰에서 제시하고 있는 규칙 같은것 말이죠

아사히라: 음..선호하는건 가볍게 뽑으면 AD&D, Gurps, M&M, 포도원의 개들 쯤이 되겠군요

아사히라: 사실 FATE도 좋긴한데

아사히라: 어쨌든

아사히라: ..

아사히라: 예 뭐 그렇습니다

로키: 보면 매우 전술적인 유형의 플레이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로키: 역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전술적 판단을 할 철저한 기반을 제공하는 룰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맞나요?

아사히라: 음

아사히라: 기반을 제공하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긴 하지만

아사히라: 아무래도

아사히라: 제공해줘야 행동을 결정하기가 더 쉬운것 같아요

로키: 즉 예측가능성이라든지 행동의 장단점 비교를 할 근거 같은 것 말이죠

아사히라: 예 그렇죠

아사히라: 가능성이 다는 아니지만 지침을 결정할때 편해져요

아사히라: 뭐 전술적인 성향이 있긴 하지만 저는 캐릭터 가지고 캐릭터 연기를 즐기기도 합니다.

로키: 그리고 보니 캐릭터 연기 역시 룰의 도움을 받나요, 아니면 두가지는 거의 별개라고 생각하나요?

아사히라: 룰에서 캐릭터 연기를 제한하고 있다면 그런식으로 따라가고

아사히라: 그런게 딱히 없는 룰이라면 제 멋대로 하지요

로키: 캐릭터 연기를 제한하는 룰이 있나요?

아사히라: 예를 들어 겁스에선 수줍음 단점을 택했다면 수줍은 행동을 할필요가 있지요

아사히라: 이런식

로키: 그럼 질문에 답해주신데 감사드리고

아사히라: 예

로키: 마지막으로 광고 사항이라든지, 할 말이라든지 있다면?

아사히라: 오늘도 달립니다 간지캐릭터를 위하여

아사히라: 랄까

아사히라: (?!)

로키: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아사히라: 예 저도 감사합니다

2 thoughts on “아사히라님과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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