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팀 구하기

RPG는 여럿이서 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팀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RPG 경력과 인맥이 어느정도 쌓이면 플레이 기회를 찾는 것보다는 플레이를 줄이는데 더 고민하게 되지만, 특히 ORPG 쪽은 처음 접하면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 것부터가 막막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 경험도 그랬었고…

세상 일이 다 그렇듯이 RPG 팀을 구하는데도 ‘이 방법이라면 반드시!’ 라는 보장 같은 게 없습니다. 그저 사람들의 경험으로 봐서 성공률이 높아 보이는 방법이 있을 뿐이죠. 또한 각자의 경험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ORPG 중심으로 조언하자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구회글 올리기

그다지 확률이 높은 방법은 아니고 스스로 시도해 본 적은 없지만, 다이스&챗 (Dice&Chat)에 구회글을 올려두는 것도 시도해볼만한 방법입니다. 구회글은 구체적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취향, 시간대, 경험 등. 다른 구회글과 차별될만한 특색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렉 시리즈와 영화를 다 봤을 정도로 스타트렉을 좋아한다면 스타트렉 캠페인, 혹은 스타트렉을 참고하는 캠페인을 하는 진행자에게는 눈이 번쩍 띌만한 얘기겠죠. 여성분이라면 성별을 적는 것은 흥미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줍니..(퍽) 뭐, 반드시 좋은 일일지는 차치한다면요..^^;;

2. 구인글 주목하기

훨씬 확률이 높은 방법으로는 구인글이 올라왔을 때 지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반드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몇가지 징후를 보면 이곳이 오래 플레이할만한 팀인지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 참가자 선별 방법: 단순 선착순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참가자를 선택하는지 보는 것도 한 기준입니다. 완전히 선착순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이 좋다면 잘 될 수도 있지만 문제 있는 참가자를 가려내거나 팀원끼리 잘 맞는 팀을 모집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팀 유지가 그만큼 힘들어집니다.

– 약속에 대한 철저함: 참여자들, 특히 진행자가 팀 회의나 플레이에 연락없이 빠지거나 연락이 있더라도 너무 자주 빠진다면 장기 플레이 유지에는 적신호입니다. 플레이를 계속하기 힘든 사정이 있거나 시간에 대해 철저하지 못하다는 징후이니까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팀의 명시적 혹은 암묵적 규율이 잘 지켜지는지, 의사소통이 활발한지 등등. 어차피 완벽한 팀은 없는만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둘 필요는 없고, 결국에는 ‘이 팀과 함께 해서 재미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 같습니다.

3. 진행하기

스스로 진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ORPG에는 워낙에 진행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팀을 구하는데는 거의 확실한 방법이지만, 초심자에게는 가장 부담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어느정도 플레이 경험이 쌓이기 전에는 하기 힘든 선택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눈 질끈 감고 무조건 들이대면 안될 것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무책임 조언)

진행을 처음 시작하는 것은 사실 크게 두려워할만한 일은 아닙니다. 아무리 초보라도 어지간해서는 욕먹기가 힘든 게, 참가자들이란 의외로 쉽게 만족한다는 게 이 업계 최고의 비밀이기 때문입..(퍽) 진행자가 참가자들보다 더 노력과 시간을 많이 들이는 건 누구나 알고 있고, 100% 대만족은 아니더라도 왠만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거든요. 게다가 RPG 참가의 재미는 가상의 인물을 통한 대리경험인 만큼, 그러한 경험의 의미를 송두리째 박탈당하지 않는 이상 참가자들은 재미있어 할 겁니다.

그러니 팀을 구하기가 어렵고 뭔가 캠페인 발상이 머릿속에 꿈틀거리고 있다면 진행을 해보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처음부터 장기 캠페인을 하기가 부담된다면 단편이나 단기 캠페인부터 시작해서 차분히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진행을 시작하면 팀 구하기의 성배와도 같은 인맥 쌓기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욱 권장하는 바입니다.

4. 인맥을 통한 구회

사실 아는 사람을 통해 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 글이 필요없습니다. 인맥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참가 제의 중에서 고르는 게 주가 되고, 글 첫머리에서 언급했듯 나중에는 플레이를 줄이는 쪽으로 더 생각하게 되죠. RPG에서의 구인과 구회는 절대적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다른 조언들도 궁극적으로는 인맥을 쌓기 위한 수단이지만, 여기서는 이에 덧붙여 좋은 인맥을 만드는 방법에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참여한 플레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거창한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시간을 잘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얘기입니다. 실력있는 참가자를 보면 진행자나 다른 참가자, 관전자, 플레이 기록 구독자 중 누구든지 ‘알고 지낼만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더 나아가서 ‘이번에 내가 하는 캠페인에 혹시 관심 있으려나?’ 라는 생각도 할 수 있고요.

취향이 맞고 함께 RPG하면 즐거울 것 같은 사람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얘기해 보고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쪽이야 그냥 온라인 사회생활의 일반론이므로 자세히 얘기할 건 없겠죠. 예의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것도 모르는 분이 있다면 슬픈 일이죠. (이론적으로는 다들 아는데 실제 적용이 안되는 경우도 꽤 봐서…)

결과적으로 RPG 팀을 구하고 장기적으로 즐기는 것은 인간관계의 질에 좌우되고, 이 점은 그냥 사회생활의 일반 원칙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크게 할 얘기는 없습니다. 또 사회생활의 일반 원칙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인맥은 자연스럽게 쌓이게 되어 있기도 하죠. 결국 RPG 팀을 구하는 것은 약간의 의지와 참을성만 있다면 결국은 되게 돼있다는 낙관적이지만 맥빠진 결론이..(…) 다만 그 과정을 좀더 가속화시키기 위해 생각해 볼만한 점들, 그리고 기존 팀이 해체되었거나 아는 사람 중에서 팀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 도움이 될까 하여 적어보았습니다.

7 thoughts on “RPG 팀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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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마르

    팀을 구하고자 하는 분들이 보면 좋을 글이네요.

    구인글을 볼때는 해당 마스터의 평판도 보는게 좋겠지만
    요건 일단 처음 접하는 분들이 알아볼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여튼 잘 구해도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으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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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예, 팀을 구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참 좋죠. 저도 처음 ORPG 시작할 때 애먹었던 문제고 요즘들어 또 구인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생각이 나더군요.

      진행자로서의 평판은 꽤 중요한 문제인데 역시 인맥이 쌓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 참… 결국 RPG의 모든 것은 인맥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서 안습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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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구네

    로키님 오랜만이에요!
    안 온 사이에 홈페이지가 바뀌었네요

    팀 구하는 것도 운이 좋아야.. ㅎ
    열심히 캐매했는데 팀이 박살나면 ..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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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와~ 오랜만입니다! 예, 이래저래 시행착오를 겪다가 결국 블로그 형식으로 유지하기로 했어요. 구네님도 블로그 시작하셨더군요. 재밌게 하시길..^^

      팀을 구하는 3요소는 결국 인맥, 노력, 그리고 운이었던 겁니까..(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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