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Quick Primer for Old School Gaming (고전파 RPG 속성 지침서)을 통해 보는 올드 스쿨 마스터링과 그 위험성.

http://froggodgames.org/quick-primer-old-school-gaming

요즘 누메네라를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이 올드 스쿨 RPG의 플레이 방식을 지향한다고 느껴져서 이 글을 소개합니다.  위 지침서는 소드&위저드리(Swords & Wizardry)의 제작자인 매튜 J. 핀치가 쓴 올드 스쿨 RPG 입문서입니다. 지침서에서는 크게 네 가지 내용을 설명합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하나하나 룰에 의존하는 대신 상식으로 플레이하기 (룰 말고 룰링)
  2. 캐릭터 능력 말고 플레이어 능력으로 해결
  3. 평범한 인간이 영웅적인 업적을 이루는 플레이 지향
  4. 인위적인 “게임 밸런스”는 잊어라.

필자는 올드 스쿨 RPG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소개하기 위해 (편견을 듬뿍 담아) “따분하게 흘러가는 최신 RPG의 플레이 스타일”과 비교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최신 RPG)

마스터: “어둠 속에 복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플레이어: “덫 판정할래요.”

마스터: “굴려 보세요.”

플레이어: “15요”

마스터: “함정이 있네요.”

 

(고전 RPG)

마스터: “어둠 속에 복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플레이어: “물통에 있는 물을 바닥에 흘려서 바닥의 패턴을 확인할래요.”

마스터: “바닥에 흘린 물이 네모난 형태로 흘러가네요.”

플레이어: “함정인가요?”

마스터: “그럴지도요.”

플레이어: “제거할 수 있나요?”

마스터: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밟으면 함정이 열려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플레이어: “그냥 옆으로 지나쳐 갈래요.”

이 글만으로는 올드 스쿨 쪽이 좀 더 재미있게 보이는데, 저는 이런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합의한 게임 외적/내적 기준과 상호 존중하는 마음 없이 상식과 플레이어 실력에만 의존해 플레이하면 그 안에서 악의가 섞이기 쉽습니다. 예전에 한창 논의되었던 “사도 마스터링과 이에 대항하는 편집증적인 플레이”가 재현되겠지요.

특히 마스터는 “내가 창의적으로 마스터링을 하니까 너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해!”처럼 플레이어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플레이어 지식으로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처럼 악명높은 그림투스 트랩 같은 덫 모음은 자칫하면 테이블에서 다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제가 마스터라면 이런 덫을 쓰더라도 (플레이어가 아니라)PC는 이 정도 덫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비할 거라고 간주하고 지각력 판정이나 덫 지식 판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마스터의 창의성은 플레이어를 돕고 창의적인 행동을 하도록 발휘되어야 하지, 플레이어를 괴롭히고 시험하는데 발휘되어서는 안 됩니다. 플레이어가 마스터의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해서 플레이어가 불쾌해했다면 룰링을 잘못 적용한 사례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그런 면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마스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한 AWE의 강령-원칙-MC 액션을 좋아합니다. 상식과 규칙 사이에서 중용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쓴 ‘월드 인 페릴과 룰링(클릭)’과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클릭)’도 어느 정도 위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창의성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플레이어의 실력 격차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줄일 수 있는지 생각을 하면서 쓴 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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