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있는 OSR 작품들.

트위터에서 쓴 이야기이긴 한데, 몇 가지 글을 덧붙여서 다시 써봅니다.

예전에 이야기했지만, OSR은 고전 D&D를 개량해서 새로운 RPG를 만드는 RPG의 한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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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R RPG의 흐름

RPG펀딧이 분류하는 OSR 운동의 세 가지(+하나 더)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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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R은 오픈 게임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작품과 작품끼리 서로 교류를 하면서 영향을 주고, 이에 영감을 받아 다시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지면서 점점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이점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OSR이 흥한 가장 큰 장점인 “옛 D&D를 뿌리로 하기 때문에 작품과 작품 사이 호환이 쉽다.” 라는 특징이 우리 나라에서는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OSR의 원래 목적 중 하나인 “고전 명작 시나리오를 현대풍으로 다시 즐기기”는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요즘 나온 OSR 작품 사이의 호환이라는 특징도 한꺼번에 OSR 작품들이 번역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OSR 중에서도 규모가 큰 Labyrinth Lord나 Swords & Wizardry, Lamentations of the Flame Princess 같은 건 다른 거 다 포기하고 그 라인만 들여오겠다는 결심 없이는(최소한 저한테는) 번역판이 나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외 가볍고 괜찮은 D&D 개량형 판타지 OSR들은 보통 다른 OSR과 겸용해서 사용하거나 기존에 나온 어드벤쳐를 그걸로 즐기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OSR 작품들이 많아도 선뜻 번역하기는 어렵네요. 다행히 울타리 너머는 이 작품만으로도 내적인 완결성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육아 때문에 일이 많이 늦어지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OSR과 연관성은 적지만 그 작품 자체로 충분히 완결성을 갖추고 재미도 있는 OSR 작품 몇 가지를 한국에 더 들여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런 조건에 해당하는 작품 중 제가 재미있게 본 거를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꼭 번역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ㅎ):

1. Godbound: 이건 몇번이고 말했지만, 제가 OSR의 혁신으로 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소개글 링크)

 

2. Wolf-Packs & Winter Snow: 빙하시대 말기 원시인들을 다룬 선사시대 RPG입니다. Lamentations of the Flame Prince에서 파생됐습니다. PC들은 전문가, 사냥꾼, 마법사, 네안데르탈인 등이 되어서 부족의 생존을 책임지고, 맹수와 혹독한 날씨에 맞서 싸우고, 동굴을 탐험합니다.

 

3. The Nightmares Underneath: 전성기 이슬람 문명풍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 RPG입니다. PC들은 현실로 침입해 오는 악몽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모험가들입니다. PC들이 탐험하는 던전은 악몽이 실체화된 공간입니다.

 

4. Silent Legions: 샌드박스 호러 RPG입니다. 이 RPG는 직접 러브크래프트풍 신화와 컬트, 괴물을 만드는 각종 틀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D100을 사용하는 호러 RPG의 자료를 차용하는 방법도 제공합니다. 여기에서 제공하는 샌드박스 자료가 워낙 훌륭한지라 반대로 호러 RPG를 사용할 때 자료집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p.s 그렇다면 “그럼 왜 우리가 굳이 OSR RPG를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저는 “쉽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을 뿐더러, 위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OSR이 아닌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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