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가 재미있게 느끼는 시나리오란?

어제는 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행자로서의 자학의 시간을 가졌다죠..(…) 둘다 각각 진행한 시나리오가 너무 맥이 빠지고 어색했다고 자아성토를 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17세기 극장 대모험 2화에서 특히 심했지요. 재밌는 점이라면 진행자는 그렇게 느꼈는데도 둘다 정작 시정을 위해 참자가들의 의견을 묻자 괜찮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진행자의 재미와 참가자의 재미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자는 이야기 전체의 구성력과 개연성 등을 본다면 참가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자신이 맡은 인물이 얼마나 의미있는 행동을 했는지 보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즉 이야기로서의 질이 높은 시나리오보다는 자신의 의미있는 선택이 반영된 시나리오가 참가자들에게는 재미있다는 점에서 진행자와 참가자의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둘 다 갖추면 더욱 좋겠지만, 소설이나 영화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정해진 매체의 기준으로 RPG를 잴 수는 없겠죠.

또하나, 참가자가 원래 의견표시에 인색한 면도 있습니다. 진행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참가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해지지만, 참가자들은 안 좋은 부분이 있어도 왠만해서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으니까요. 그건 진행자에 대한 배려도 있고, 자기 의견 때문에 전체적인 진행이 크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부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규칙책인 안방극장 대모험의 장면신청 규칙은 참가자들의 재미를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참가자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진행에 반영하고, 좋건 싫건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표시할 것을 강제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참가자들이 장면을 신청할 때 뜸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만..(웃음)

진행자와 참가자가 함께 재미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란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구성력과 개연성, 줄거리 등 좋은 이야기의 구성요소를 갖추었으면서도 참가자의 선택과 주인공들의 행동이 반영된… 그런 데에서 협동 놀이인 RPG의 어려움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One thought on “참가자가 재미있게 느끼는 시나리오란?

  1. 아사히라

    정답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더라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지요.
    제 의미있는, 혹은 능동적인 선택에 따라 오는 결과가.
    아무리 나쁜 결과가 오더라도 차라리 나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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